월스트리트 - KBS 특선 다큐멘터리, 세계 금융의 중심
CCTV 다큐멘터리 <월스트리트> 제작진 지음, 홍순도 옮김 / 미르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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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WallStreet - 미국 자본시장의 역사와 중국의 미래
   돈만 많던 왕서방이 드디어 경제공부를 시작했다. 경제 개혁, 개방 30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어느덧 달러 외환 보유고 세계 1위, 금 보유 세계 1위, 세계 최고의 채권국이 되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인줄 알았는데, 제대로 굴리지 않으면 저절로 스노볼snow-ball(산꼭대기에서 굴린 주먹만 한 눈이 바닥에 내려올 때는 집채만 한 눈덩이가 된다는 뜻, 복리의 힘을 대표하는 말이다)이 되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사실 중국의 일반인들에게 금융은 다소 낯선 개념이다. 신 중국의 자본 시장이 겨우 20년 남짓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중국의 지식인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중국 국민을 계몽하기 시작했다. 쑹홍빙의 <화폐전쟁>은 달러 대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부추겼고, 예일대 경제학 교수인 천즈우는 “무엇 때문에 중국인은 부지런한데 부유하지 못한가?“라는 질문으로 <자본의 전략>을 통해 본격적으로 금융의 논리를 역설해 중국의 독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다. <월스트리트WALL STREET>도 그들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중국 CCTV에 의해 제작된 동명의 다큐멘터리 10부작(국내에서는 지난 3월 29일부터 KBS에서 주2회에 걸쳐 5주 동안 방영되었다)을 그대로 지면 위로 옮긴 것이다. 성장을 향한 중요한 시기에 들어선 중국 자본 시장이 보다 건전한 발전을 위한 모델로 200년 역사를 지닌 월스트리트 자본시장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만든 취지를 알게 되니 흥미로웠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이 바라본 월 스트리트’라는 점은 회가 동했다. 놀랍게도 저자들의 시선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고, 월 스트리트를 둘러싸고 생긴 굵직한 금융사적 사건과 인물은 방대한 사료와 기록물을 동원해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잘 정리했다. 읽기 쉬운 만큼 재미도 있었다.  

  책의 구성은 크게 월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 맨들과의 맨투맨 대화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앞의 절반은 다큐멘터리 10부작을 말 그대로 녹취하듯 옮겨놓았다(다큐멘터리를 모두 본 후에 책을 읽었다). 후반부에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짐 로저스를 비롯해 로스차일드가의 첫 비혈족 CEO인 나이젤 히긴스, JP모건의 증손자 로버트 펜노이어, 천즈우 예일대학 경영대학원 금융학 종신교수, 금융역사학자 존 스틸 고든, 닐 퍼거슨 등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코멘트를 했던 월스트리트맨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옮겼다. 이 부분은 다큐멘터리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부분인데, 이 내용만으로도 책 한 권의 역할을 한다. 또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공통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중국 자본 시장의 미래’인 듯 그들이 말하는 중국의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 그곳은 인디언의 땅이었고, 400여 년 전 그곳은 네덜란드인들의 벽이었다. 200년 전 그곳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금융의 씨앗이었고, 100년 전 그곳은 미국의 번영을 이루어냈다. 오늘날 그곳은 세계를 향해 금융망을 펼치고 있다. 그 금융망은 강하지만 나약하고, 빛나지만 어둡다. 그 망은 경제발전을 가속화하기도 하지만, 경제를 멈춰 서게도 한다. 그곳은 바로 월스트리트다.” 

   뉴욕 맨해튼 남단의 월스트리트는 실제 길이가 600미터가 채 되지 않는 금융 구역이다. 하지만 이곳은 세계에서 취업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고, 1제곱킬로미터 안에 무려 2,000여 개의 금융 기관과 40여만 명의 금융 종사자들이 운집해 있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다.  

   월스트리트는 그 이름이 가진 역사만으로 금융 시장의 대명사가 될 운명이다. 뉴욕의 옛이름은 뉴 암스테르담. 미국 초기의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고향을 그리면서 지은 이름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중상주의 사상뿐 아니라 네덜란드 고유의 금융 혁신 이념을 전파했다. 그리고 영국인들이 해상의 맹주가 되어 뉴욕에 위협을 가하자, 영국인의 상륙을 막기 위해 벽을 쌓았는데, 이 장벽은 영국인들의 상륙을 막지 못했다. 영국인들은 장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로大路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월스트리트Wall Street이다. 

  

   동인도 회사설립과 세계최초로 주식을 발행하고, 최초의 선물거래소를 설립한 네덜란드와 뉴턴의 금 본위제 연구를 통해 최초의 국제화인 파운드화가 실험된 월스트리트, 이처럼 이곳에는 시공을 가로지르는 금융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경제지와 언론을 통해 지금껏 수천 수만 번 들었으면서도 정작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월스트리트의 모든 것을 들여다 본 것만 같다. 뉴욕 맨하튼의 작은 도시구역이 얼마나 위대하고 놀라운 곳이었는지 새로 깨닫게 된다. 한편 월스트리트에 대해 전 세계의 시선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쯤으로 여기며 그곳을 외면하는 이때 저자들이 중국 국민들에게 월스트리트를 새삼 주목하게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중국에도 ‘월스트리트’와 자본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리라. 

   천즈우 교수 역시 이번 경제위기는 자본 시장의 단점의 대표적인 모습인데, 자본시장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 단점을 두려워한다면 이제껏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최근 미국이 누리고 있는 자본시장의 영광을 누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자본시장에서는 형태가 없고 냄새도 없을뿐더러 검사도 할 수 없는 금융 계약을 거래한다.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것을 거래하는 것이 금융 시장과 자본 시장의 기본 특징이다. 자본 시장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이들이 자산이나 증권 시세를 조작하면 자본 시장에 위기가 도래하고 자산이나 증권 시세를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또는 지나치게 낮출 경우 시장에 버블을 형성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산 거품이나 금융 위기가 두렵다고 해서 금융 시장과 자본 시장의 발전을 지나치게 억제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 시장의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376쪽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가 대신한 것 같다. 그는 세계의 자본은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다며 단언컨대 향후 20년 사이에 세계에 큰 변화, 즉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확신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이 책을 완독한다면 당신도 공감하게 될 내용이기도 하다. 

   “투자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물론 과거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도 있다. 그러나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반드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언제나 변한다. 시대 별로 항상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1920년대의 세계와 지금 21세기의 세계가 같은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이 같은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역사를 배우면 이 같은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하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항상 ”향후 20년 사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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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 copycats - 오리진을 뛰어넘는 창조적 모방의 기술
오데드 센카 지음, 이진원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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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혁신이란 없다. 혁신적으로 모방하라!

   지난 3월 2일 와병설이 한창이던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패드2 공개행사에 참석했다. 언제나처럼 검은 터틀넥 상의 차림에 청바지를 입고 자신감 넘치게 나타난 그는 ‘오늘 행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며 아이패드 2의 장점을 뽐 내면서 “2011년은 아이패드 2의 해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삼성과 휼렛패커드, 모토롤라 등의 로고를 화면에 띄운 뒤 청중들에게 “2011년이 모방꾼Copycat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보느냐.” 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에 대한 견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애플은 지난 4월 15일 현지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그 내용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 4G', '갤럭시 탭' 등이 애플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은 소장에서 "삼성은 자신만의 기술과 스타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개발하기 보다는 애플의 기술과 사용자환경(UI), 스타일을 베끼는 것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애플의 공격에 당하고만 있을 삼성이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일본 동경법원, 독일 맨하임법원에 애플 코리아를 상대로 총 10건의 특허에 대해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25일 인트라넷을 통해 "애플이 일방적으로 무리한 주장으로 먼저 소송을 제기해 왔다"며 "삼성전자를 `카피캣` 업체로 폄하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휴대폰 선도업체로서 위상과 자존심을 지켜 나가기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던 애플과 삼성전자은 카피캣(모방꾼)이란 단어 하나로 원수지간이 되었다. 이 때 한 사람이 뛰어들어 이들의 싸움을 말리며 ‘삼성전자가 카피캣이면, 애플은 더한 왕 카피캣‘이라고 말한다. 

   <카피캣copycat>(청림출판)의 저자 오데드 센카(Oded Shenkar)는 ’카피캣‘을 절대로 곁에 둘 수 없는 수치스러운 단어가 아니고, 또한 모방imitation은 기업의 생존과 번영에 혁신만큼이나 중요하며 또한 효과적으로 혁신을 실행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우선 궁금한 내용은 ‘애플도 카피캣’이라는 저자의 주장이었다. 그는 과거 애플의 CEO를 지냈던 존 스컬리는 매킨토시 기술 중 상당 부분이 애플 건물 내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며 이에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애플은 ‘조립 모방’의 대가다. 예전의 많은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애플은 기존 기술과 재료를 조합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냈다. (중략) 애플은 혁신 기업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애플이 가진 진짜 기술은 자체 아이디어와 외부에서 얻은 기술을 함께 묶어서 우아한 소프트웨어와 멋진 디자인으로 조합해내는 데 있다. 간단하게 말해 애플은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들여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항상 그것을 자사에 맞게 수정하며 결과를 내는 기술의 오케스트라이자 완성자이다.” 139쪽


  이 싸움에 대한 저자의 핵심은 ‘모방이 뭐 어때서?’ 였다. 지적재산권만 침해하지 않는다면 모방은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방이 기업들이 피해야 할 부정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모방을 전략적, 경영적 차원에서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모방과 혁신은 서로 보완해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각종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법정 소송을 통해 서로 ‘혁신기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둘 모두 ‘모방기업’인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에게 혁신기업으로 알려진 IBM, 컴펙, 델 컴퓨터, 닌텐도, MS 익스플로러, 포드와 GM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알고 보니 모방기업이더라는 점이다. 저자는 책에서 이들 기업의 탄생 역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냈다.



   그렇다면 모방이 과소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시어도어 레빗이 말한 ‘혁신이란 이름의 신’을 배신한 이단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도 만유인력의 법칙과 뉴턴의 운동법칙을 발견한 후 “만약 내가 다른 이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저자는 오늘날 혁신이란 ‘창조적 모방’ 뿐이고, 세계화가 가속될수록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모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에 있어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있어 그만한 전략이 또 없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할인점 업계의 선도기업 월마트, 그리고 혁신적인 컴퓨터업체로 알려진 애플의 성공과 이들을 추종한 모방 기업들의 실패와 성공을 통해 저자는 모방을 할 때 ‘모델의 성공 비밀이 담겨 있는 블랙박스를 풀고 해독했는가’의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달린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대체로 실패한 모방 기업들은 진정한 모방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은 모델 기업의 성과 뒤에 놓인 섬세한 인과관계를 파헤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델 기업을 지탱해주는 핵심 기둥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모방을 후원하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일반적 모방 대상을 넘어설 수 있는 모델 기업을 참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혹은 모방 능력의 부족으로 모델 기업과 그 기초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221쪽

   저자는 오늘날 기업환경은 혁신과 모방의 융합, 즉 ‘혁신적 모방’만이 복잡하고 빠른 비즈니스 환경을 이겨낼 생존법이라고 강조했다. 모방이 기업들에게 혁신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혁신만이 살 길이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부셔놓았다. 아울러 모방이 모델의 외형적 ‘단순 카피copy'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된다면, 결국엔 효과적이면서도 집중적인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  

  반도체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도시바를 타깃으로 삼아 성공한 스토리, 2002년 머천다이저와 바이어집단을 이끌고 전 세계 마트를 누비며 모방함으로써 이마트를 가장 한국적으로 합리적인 할인점으로 만들어 월마트를 물리친 정용진 부회장 등 외서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국내 기업들의 혁신적 모방 사례들에 대해 자세히 언급해 놓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저자가 기술해 놓은 기업이 모방 게임에서 성공하기 위해 개발하고 섭렵해야 할 ‘6가지 능력과 프로세스’, 그리고 ‘혁신적 모방 법칙 10가지’는 ‘혁신적 모방가imovators'를 꿈꾸는 자라면 숙지해야 할 사항들이었다. 일독한다면 혁신과 모방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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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찰스 고예트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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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달러를 팔아 실물자산에 투자하라! 


"위안화는 앞으로 3~5년 안에 3대 글로벌 무역 결제 통화로 등극하고, 10년 안에 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5월 12일 HSBC 아태지역 리서치센터 공동대표 취훙빈(屈宏斌)이 한 말이다. 그는 "중국은 독일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과 제조국이 됐지만, 글로벌 무역 결제의 95%가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년간 국제 무역과 금융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세계 최대 수출국이 다른 국가의 통화로 결제하는 전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기축통화가 달러대신 위안화가 될 것이라는 중국의 주장은 이전에도 많았다. 쑹홍빙은 베스트셀러 <화폐전쟁>를 통해 흔들리는 달러를 비판하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대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예일대 경제학 교수인 천즈우는 <자본의 전략>에서 금융의 논리를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역설하며 독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에 비해 세계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 비중이 매우 작은 건 사실이다. 따라서 실물경제 측면에서 볼 때 국제 무역에 있어 앞으로 위안화가 더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은 점점 가시화 되고 있다.  1970년대 조지 소로스와 퀀텀 펀드를 설립했던 최고의 투자자 짐 로저스도 지난 2006년부터 “앞으로 10년 후 중국의 위안화가 미국의 달러화를 제치고 세계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그는 현재 달러로 된 전 재산을 처분하고 중화권인 싱가포르에 살고 있고, 어린 딸은 현재 유치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짐 로저스가 예견했던 2006년만 해도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던 주장들은 이듬 해 발생한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재 점점 현실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의 달러를 만들어 냈다. 수급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시중에 풀린 돈이 많으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법, 2010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의 국가 부채는 14조 달러에 육박하고 이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 연간 5,053억 달러에 이른다. 달러의 우울한 미래는 더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이 선출된 후 수개월간 미국에서는 매일 2만 2,000개씩 일자리가 사라졌다. 2007년 1월부터 2009년 1분기까지는 총 5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미국인 1,37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3,220만 명이 슈퍼마켓에서 식품과 교환할 수 있는 정부의 식품구매권을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다.

- 부시 전 대통령이 집권한 8년간, 미국 제조업부문의 일자리는 전체의 4분의 1이상, 총 440만 개가 사라졌다.

-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는 붕괴되기 직전이다. 연금기금은 재정이 불안하고 이를 운용하는 연금보험회사도 흔들리고 있다. 연금기금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프로그램은 위험에 처한 연금제도를 구할 길이 없다. 

- 2008년 한 해 동안 주식과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에서 총 50조 달러가 증발했다. 금융회사에 구제금융이 지원된 후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총 11조 달러의 소실을 봤다. 

- 공화당과 민주당은 가짜 문서를 포함한 그릇된 정보에 근거해 이라크전에 뛰어들어 미국인들에게 3조 달러에서 5조 달러가 넘는 비용을 부담시켰다. 

- 공화당과 민주당은 국가 부채가 2009년 말 현재 12조 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하는데 공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수년간 수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인정했다.

  투자분석가이자 경제평론가로 자신의 이름으로 라디오 쇼를 진행하고 있는 찰스 고예트는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청림출판)에서 달러 폭락이 확실시되는 여러 근거들을 설명하고 머지않아 휴지조각이 될지 모르는 돈(달러)에 대비해 다른 투자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한창 수습하던 2009년에 출간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아마존 비즈니스 분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채를 갚을 수 없는 미국

  50년 전까지만 해도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채권국이었던 미국, 지금은 무역수지 적자가 30여 년간 계속되는 채무국이 되었다. 50년 전 미국 국민들은 열심히 저축을 했지만 지금은 쓰기만 한다. 그들은 필요하면 언제든 얼마든지 달러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8년간 부채는 7배가 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수립한 7,87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으로 인해 부채는 12조 1,000억 달러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노후를 위해 사회보장기금을 적립하고 개인이 향후 받기로 약정한 연금을 정부의 부채라고 본다면 정부의 부채는 14조 달러를 훨씬 웃돌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채무에 대해 정부는 값을 돈이 없다는 점이다.

  저자는 정부의 부채에 대해 그 규모에 상관없이 재정지출 감축은 불가능하고, 세금을 올리면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세수가 줄어들고 빚을 한꺼번에 갚을 만한 돈은 없기에 이 빚은 여원히 갚을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기 위해 비자카드에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가 비자카드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다시 마스터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는 식”으로 비유했다. 카드대란을 겪은 우리는 ‘카드 돌려막기’의 종말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파산신청이라는 것을 잘 안다.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지만,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은 앞으로도 채무를 계속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부채가 산처럼 늘어가는 것이 달러의 가치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이 과연 합리적인 생각인가? 이젠 거의 모든 사람들, 특히 대출을 못 갚아 집이 압류 처분되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돈을 빌릴 때는 갚을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자제력이 없다. 정부는 돈을 계속 빌려 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리 수준이 어떻든 간에, 돈을 빌려 쓰는 데 들어가는 운영비가 얼마든 간에 계속 돈을 쓸 것이다.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진다 해도 정부가 돈을 빌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새로운 세계 질서, 중국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것은 브레턴우즈체제 덕분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턴우즈체제에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발행하면서 외국에 돈을 지급해야 할 때에 대비해 달러를 준비통화로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전 이후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줄 수 없음을 미국이 공식화한 후에도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했다. 

  현재 국제시장에서 달러의 유통을 단순화 해보면 실제 비용이 드는 원자재와 노동력을 투입해 만들어낸 세계 각국의 제품을 인쇄기에서 찍어낸 종이돈(달러)를 받고 수출하고 있다. 또한 이 달러는 쓰지 않고 저축했다가 미국 정부에 다시 빌려주고 있다. 덕분에 미국이 지금까지 방탕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달러를 지닌 채권국들이 바보가 아니다. 채권국들은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미국이 벼랑 끝에 서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채권국들에게는 달러를 언제까지 신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제껏 보유하고 있던 미국 채권(국채)을 언제 내다 팔 것인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다. 

“중국은 2009년 3월 현재, 7.67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중국은 미국 국채와 미국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모두 합해 1조 달러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는 중국 외환보유액의 60퍼센트에 달하는 규모로 추정된다.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이 파산 위기에 빠져 정부에 인수됐을 때 중국이 이 두 기관의 채권을 4,000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부채인 채권을 기꺼이 매입하고 미국의 재정 적자를 메워주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부채와 소비에 일종의 보조금을 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미국 국민 한 사람당 중국에 3,3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1인당 국민 소득이 중국보다 8.5배나 많은데 미국 국민들이 중국 국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사실 미국의 국민소득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반면 중국은 100위에 불과하다.“

  정리해 보자. 지구촌이라는 동네에서 미국이라는 청년이 30년이 넘도록 여러 사람들에게 기한이 없는 약속어음을 남발하고 물건을 사들였다. 사람들은 아직 제대로 돈을 갚지 않았지만 힘도 세서 싸움도 잘하는 그에게 ‘돈을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골목대장격인 그에게 자칫 잘못했다가는 왕따를 당할지 몰라서다. 사람들은 미국 청년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가지고 ‘이것이 내 재산이다’고 믿고 그저 지금껏 열심히 살아 왔다. 하지만 몇 년 전 믿음직한 그 청년이 사실 빚투성이인데다 갚을 능력까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속어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 청년은 ‘옳커니’, 약속어음을 무기삼아 골목대장의 자리를 빼앗아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미국 청년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계속 약속어음을 남발하고 있다. 아직 들통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약속어음을 계속 발행하지 않으면 먹고 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달러라는 약속어음을 가진 다른 청년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가능한 한 네 가지 종류의 투자 대상에 자산을 분산투자하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추천하는 네 가지 종류의 투자 대상은 우선 역사상 변함없이 통용되어온 화폐수단이다.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형태의 에너지인 원유, 농산물을 비롯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상품, 시간이 흐르면서 전개될 금융 여건에 따른 투자 상품 등이다. 추천 대상에 유행을 선도하는 유통업체는 없다. (중략) 내가 추천하는 투자의 기회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것들이다. ①진짜 돈(금과 은) ②진짜 에너지 ③진짜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진짜 상품(농산물과 원자재) ④경제 여건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달러화의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

  정말 달러가 붕괴할 것인가? 의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지금 전 세계는 그에 준하는 ‘금융시장의 격동기’에 이미 들어섰기 때문이다. 저자가 갖는 ‘달러 붕괴’에 대한 위기의식 또한 충분히 공감한다. 현재 미국이 처해 있는 현실과 원인을 조금만 살펴봐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점점 더 깊은 빚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미국의 금융 불안이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극에 달했고, 이러한 금융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소비 위축 등 실물부문으로 빠르게 전이되어 결국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즉, 세계적 투자은행들의 파산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과 자산 가격 급락 등 금융 불안으로 선진국의 투자 및 소비가 급랭했고, 이는 무역신용의 급격한 위축과 함께 곧바로 신흥시장국의 수출급감으로 이어져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허약한 달러의 펀더멘털과 달러의 통화 시스템을 알게 된 사람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는 금값의 상승을 지적하며 금을 추천한다. 

“금값은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다. 금값은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의 질과 양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금값은 달러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도 일반적인 투자 대상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식시장은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다. 부동산시장은 닷컴버블이 붕괴된 직후 정부가 후유증을 최소화하고자 금리를 인하한 덕에 호황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의 금값 상승은 우리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음을 시사한다.

전 세계의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했으며 현재는 붕괴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 버블이나 부동산버블이 한번 꺼진 후에는 이전처럼 다시 부풀어 오르지 못한 것처럼 달러버블도 마침내 터져버리면 세계의 그 어떤 통화도 달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은도 추천했다. 은은 금과 마찬가지로 통화로 통용될 수 있는 덕목을 지녔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은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화폐로서의 기능을 수행했고(사실 은은 금보다 더 오래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되었다), 산업적인 수요 측면에서도 투자가치가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전망한다면 앞으로 은 가격의 상승세는 엄청날 것으로 저자는 내다봤다. 

금 상품은 지금형 금화(교환수단으로 유통되지 않고 투자용으로 만들어진 금화. 동전형으로 만들어진 금괴)로는 미국-골드이글Gold Eagle, 남아공-크루거란드Krugerrand, 캐나다-메이플 리프Maple Leaf, 오스트리아-필하모닉Phillharmonic, 호주-캥거루Kangaroo, 가 있고, 금을 소유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SPDR 골드 트러스트, 아이세어 코멕스 골드 트러스트 등의 상장시주펀드ETF를 소유하거나, 금관련 주식등을 소유하면 된다. 은은 골드바와 마찬가지로 엥겔하트와 존슨 매티 등의 인증이 찍힌 은괴의 거래가 활발하다. 은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한편 저자는 달러 가치가 붕괴할 때 가장 먼저 수혜를 입는 투자대상 중 하나는 원유라고 강조했다. 반드시 자산 가운데 원유를 큰 비중으로 보유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실제 가치보다 너무 높게 평가되고 있는 달러에서 거품이 빠져나가면 유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검은색 금Black Gold'이라 불리는 원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강세장 첫 단계에서 달러 가치가 최저치를 경신하고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금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이 뛰어올랐다. 유가가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급락하긴 했지만 낮은 가격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금세 반등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원유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원유에 대한 투자로는 원유에 투자하는 US 원유펀드(거래명 - USO)가 있고, 고려해볼 만한 투자 대상으로 캐나다의 로열티 신탁이 있는데,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소득펀드Income Fund이다. 그 밖에 농산물과 원자재, 그리고 달러화의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에 따른 보다 효율적인 투자 방법에 대해서도 저자는 책에 자세히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금거래소에서 은값이 올해 들어 약 28배에 달하는 2837% 상승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에서 은값은 지난해 8월부터 2주전까지 175% 올랐다. 이때 은값은 28.35g(트로이온스)당 약 50달러로 고점에 달했다.

이후 은값은 35% 떨어져 11일 32.33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은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 2년간 지속된 상품 호황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에 대해 <화폐전쟁>의 저자 쑹홍빙(宋鴻兵) 박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은값 폭락의 원인은 미국정부의 속임수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이 6월 말 2차 양적완화(QE2)를 종료하고 2조 달러의 국채를 발행하기 위한 트릭이다.”

  쑹훙빙은 “경제회복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결국 은값은 올라갈 것이고 만약에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달러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70년대처럼 경기 침체상황에 빠져들어 갈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역시 은값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 금융위기 후 미 연방 준비은행은 잇따라 1차와 2차 양적완화정책을 내놓고 지폐 발행을 가속하여 은의 매입자들인 글로벌 투자자들에 더 이상 달러가 안전한 화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새 화폐전쟁을 예고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금과 은을 구매하는 것은 달러 리스크 헤징을 위한 선택‘이라고 고 말했다. IMF 전후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원화를 달러로 바꿨다. 하지만 세상이 변해 이제 하루라도 빨리 달러를 털어내야 하는 시절이 온 것이다. ‘달러의 환상’에서 깬 것이다.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를 읽으면 유가가 급등하고, 원자재가격이 높아지고, 금과 은값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돈밖에 없는 중국인들이 겁 없이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책에서 읽은 모든 내용을 모두 잊어도 좋다. 단 한 가지를 알아야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인플레이션의 진실’이다. 인플레이션(통화와 신용공급의 증가)은 물가를 끌어올린다. 물가상승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의 결과다. 경제 전반의 물가상승은 통화 공급의 결과 때문이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을 물가상승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하는 것이며 이는 우리의 경제적 건전성을 훼손하는 공공정책의 혼란과 기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당연히 ‘절도’라고 덧붙였다. 

  돈 벌기도 힘든 세상, 돈을 지키기는 더욱 힘든 세상이 되었다. 피땀 흘려 번 돈을 은행에 넣자니 은행이자로는 인플레이션을 이기지 못해 마이너스 저축이 되고, 저축은행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내맡기는 격이라 엄두도 못 내겠다.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는 책 제목처럼 버는 족족 한 닢도 남김없이 써야 덜 억울할까? 현실은 KT 3G 아이폰처럼 '깝깝‘하기만 하다. 결국 한 곳으로 귀결되는 결론은 바로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답이다. 정부의 금융당국이든, 저축은행이든 그 누구에게라도 당하지 않고, 속지 않으려면 예금을 하나 들더라도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 “돈 맡길 때도 돈 벌 때처럼 신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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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비즈니스 혁명 - 제조, 유통, 서비스의 미래 미래 비즈니스 키워드 4
정지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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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스마트 혁명이 가져올 전통산업의 미래

  SF소설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미래는 이미 우리가 사는 이곳에 존재한다. 다만 널리 확산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현재를 살면서 미래도 살고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의 관점에서 볼 때 내가 아는 세상은 현재가 되고,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세상은 미래가 되는 셈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세계를 알게 되는 순간 미래는 현실이 되는 세상,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 웹의 급속한 보급은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실시간 생활을 가능케 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공존감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제 미래는 노스트라다무스와 같은 예지력이 아니라 검색 능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산업이 IT를 만나면서 펼칠 미래를 전망한 책 <오프라인 비즈니스 혁명>(21세기북스)도 그 결과물이다. 



  저자 정지훈은 현재 미래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이다. ‘하이컨셉’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그는 지난 해 <제 4의 불>과 <거의 모든 IT의 역사> <아이패드 혁명>등을 내면서 IT업계와 미래 비즈니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그동안의 10년이 IT가 만든 디지털 혁명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전통산업과 IT가 만나 비용 절감과 시공간 단축이 실현되는 제2의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과거 에너지와 내연기관에 의한 생산성의 혁신은 철도 등의 교통인프라를 만들었고, 이것이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이끌어내는 인프라 역할을 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최근의 인터넷, 모바일, 소셜 웹, 스마트폰, 클라우드 등도 그러한 인프라로 작용해 파생혁신을 일으킬 거라고 보았다. 

  지난 해 필자는 저자와 함께 공동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는 강연에서 매일 새벽에 기상해서 즐겨찾기를 해 두었던 세계 주요 신문과 기관의 뉴스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두 시간에 걸쳐 관련글을 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사실은 트위터에 매일 올리는 그의 트윗을 살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매일 아침마다 살핀 미래의 총합인 셈이다.  

  우선 저자는 미래의 경제학을 나노nano(10억분의 1)의 개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수많은 개개인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재화, 노하우 등을 진보한 인터넷 환경과 기술 플랫폼들을 통해 프로슈밍prosuming함으로써 개개인의 역량이 모여 엄청난 결과를 만드는 매시업Mashup 등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량생산, 대량판매의 매스경제에서 아주 사소한 특정 소비자들이 주역으로 부상되는 나노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해서 나노경제학이라고 불렀다.     소비자 경험이 참여로 이어지는 프로슈밍과 오프라인에서는 결코 불가능한 롱테일, 그리고 웹상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일으키는 일련의 입소문은 기업의 마케팅과 영업활동을 대체하는 바이럴 현상은 나노 경제학을 가능케 하는 세 가지 주요원칙이다. 프로슈밍이 전통적인 소비자와 공급자의 시각과 역할의 새로운 원칙이 된다면, 롱테일과 바이럴은 각각 유통, 시장과 광고, 마케팅의 새로운 원칙이 된다.  

   
  “나노경제학을 굳이 표현하자면 아마도 ‘롱테일 경제학+바이럴 경제학+링크(네트워크)의 경제학+매시업 경제학+알파’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중략) 소비자 중심의 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이러한 나노경제학의 중요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27쪽  
   

   이 책은 나노경제학을 기반으로 소셜 커머스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유통산업의 부상과 나아가 전통 서비스 산업과 경영방식의 변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폈다. 그 중 저자가 주목한 것은 ‘비용 절감’과 ‘시공간의 단축’, 바로 전통산업이 핵심가치로 여기는 부분이다. 저자는 세계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우리에겐 다가올 미래가 된다)를 통해 제조, 유통, 광고, 마케팅, 그리고 기업 경영 전반에 IT기술이 적용될 때 ‘비용 절감’과 ‘시공간의 단축’이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  

중국 소규모 공장들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알리바바, 버스를 개조해 점포로 만드는 햄버거 업체 4food.com, 위치기반 서비스인 포스퀘어를 활용한 뉴욕 패션위크의 특별한 이벤트, 최근 새로운 광고툴로 자리매김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등 주제별로 소개되는 다양한 사례들은 그 자체로 재미있고 유익했다. 

 미래학자답게 저자는 각각의 사례마다 QR 코드로 볼꺼리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더욱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하는 미래에 대해 기업경영은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해야 할까? 저자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눴다.   

 

   
 

1. 총체적 품질관리에서 총체적 경험관리의 시대로 전환하라.

2. 브랜드 관리, 제품이 아니라 사용자 혁신 플랫폼이다.

3. 기업의 내 외부 모두 소통이 적극적인 형태로 변화시켜라.

4. 작은 기업을 만들어 변화에 빠르게 즉응하고 협업이 가능하게 하라.

5. 보호와 관리하기보다는 혁신하고 외부와 협업하라.

 
   

책 전반을 통해 실감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신뢰와 경험경제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다양한 IT 기술을 통해 사실과 정보를 보다 빠르고 생생하게 전하려고 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보고 만지듯 경험하게 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충분히 인지한 소비자가 구매욕을 일으키는데 목적이 있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소비자를 어떻게 유혹하는가?’였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소비자를 끝까지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저자 역시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얄팍한 속임수로 돈을 거두려 한다면 통하지 않을뿐더러, 진정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과 기업은 일반 대중에게 외면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산업의 미래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QR 코드에 숨은 사례 속에서 당신이 찾던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아이디어를 만날지도 모른다.  

 

이 리뷰는 여산통신에서 발행하는 출판전문잡지 [라이브러리 앤 리브로](2011년 5월호)  

<파워블로거 '리치보이' 김은섭의 경제경영서 읽기>에 실린 칼럼 원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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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워드 Onward -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의 혁신과 도전
하워드 슐츠 & 조앤 고든 지음, 안진환.장세현 옮김 / 8.0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변화무쌍한 21세기에서 위기에 빠진 글로벌 기업이 살아남는 법! 

 

  프랜차이즈업을 시작한 2년차인 1999년 여름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를 읽으며 그 놀라운 성공스토리에 흥분되어 밤을 새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몇 명의 투자자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업체 후터스와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때였는데, 이 책을 덮은 다음 날 나는 회의를 소집해 ‘스타벅스Starbucks’를 소개하며 국내에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본사에 연락해 보니 그 때는 이미 ‘신세계’와 자본금 100억 원씩을 투자해 ‘스타벅스 코리아’를 설립한 상태, 명동점 오픈을 앞둔 상태였다. 그 날 후로 나는 김중배의 다이아몬드에 심순애를 빼앗겨버린 이수일의 심정이 되어 거의 한 달 동안 심하게 낙담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놓쳐버린 정말 아까운 ‘남의 떡’(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이 되었다. 

  그만큼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스타벅스 코리아를 함께 설립한 ‘신세계의 혜안‘에도 큰 인상을 받았다. 그 후 오늘날까지 스타벅스는 트렌드를 보는 나의 안테나 속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타벅스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한마디로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거대한 공룡’ 느낌이 가득했다. 국내에서 외화유출로 비춰진 로얄티 문제라든가, 메뉴판에는 없는 숏사이즈 컵 문제, 심지어 된장녀의 필수 아이템에 이르기까지 국내 커피전문점으로 인한 문제점에는 항상 스타벅스가 들어 있었다. 국내 커피전문점 1위 업체이기에 어느 정도 ‘구설수’는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점들이 생길 때마다 나를 ‘뜨악‘ 놀라게 한 것은 답답할 정도로 늦고 미흡한 스타벅스의 대응이었다. 왜 일까? 무엇 때문일까? 내가 책<온워드Onward>를 집어든 이유는 바로 그 궁금증 때문이었다. 

 

 
  이 책은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조앤 고든이라는 기자가 공저했다)가 CEO로 복귀한 최근 2 년의 스타벅스 재기再起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작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에서 집 그리고 직장과 함께 ‘제 3의 공간‘으로 만들면서 스타벅스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창조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책 전체를 아울러 새로운 디자인의 로고(잘 살펴보면 왼쪽 밤색의 로고는 울퉁불퉁한 수채 그림이다. 마치 냅킨 위에 묻은 커피잔 자국 같다)와 함께 '혁신과 리뉴얼‘을 외치며 스타벅스가 다시 태어났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영자(CEO)에게 자서전을 쓰는 일은 영화 ‘풀몬티’처럼 어려운 일이다. 성공스토리를 썼다고 하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자랑해야 하기에 솔직하게 털어놔야 하고, 순수한 자서전이라고 한다면 ‘과연 내가 자서전을 쓸 만한가?’ 하는 적당한 ‘염치(廉恥)’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자서전’에 대한 국내 시장의 생각이다. 

  외국의 기업가들은 자서전을 통해 ‘CEO로서의 자신과 기업을 널리 알리는 수단’으로 잘 활용된다. 미국의 경우는 이 책처럼 소비자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활용되는 경향이 크다. 한편 일본의 기업가 자서전은 자사 임직원과 후학(後學)으로 대변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담아두었던 말을 유언하듯 내 놓는다(마츠시타 그룹의 마츠시타 고노스케, 교세라 그룹의 이나모리 가즈오가 대표적이다).

  반면 국내 기업가들의 자서전을 읽다가 보면(눈을 씻고 살펴봐도 일 년에 몇 권 나오지도 않지만 - 그 이유도 궁금하다. ‘업무에 몰두하느라 바빠서‘라는 궁색한 변명이 아닌 솔직한 대답이 듣고싶다) ‘저자의 자화자찬’이 거의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책을 낸 아무런 목적이 없는 글, 그래서 아무도 감동시킬 수 없는 글들이다. 독자들은 기업의 총수 혹은 CEO의 이야기라고 해서 신문이나 언론에서 만날 수 없었던 솔직하고 유익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싶어서 책을 집어든다. 하지만 ‘모두 저 잘나서 회사가 잘 되었다’는 식이니(뒤집어서 본다면 CEO가 없어진다면 그 회사는 망한다는 말인가?) 실망스러울 밖에. 



  그 점에서 하워드 슐츠의 이번 책은 다분히 전략적이다. 그는 현재 전 세계를 돌며 이 책에 대한 '북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북미 지역 10개 도시와 캐나다 토론토 및 중국 상하이를 거쳐 내일(27일) 방한해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는 저자겸 스타벅스 CEO로서 스타벅스가 있는 나라들을 돌며 저자 강연과 사인회를 통해 자신의 책과 스타벅스를 알리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그는 국내에 도착해서 덕수궁 내 '정관헌靜觀軒(1900년경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궁중 건축물로 특히 고종 황제가 외교 사절들과 커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눈 공간)'에서 언론 대상 브리핑 행사를 열고, 교보문고 저자사인회와 연세대 강연 등을 벌일 예정이다. 내일 그의 행보에 언론과 미디어가 주목할 것은 뻔한 일, 아무나 할 수 없는 얄밉도록 멋진 기획이 아닐 수 없다. 국내 CEO들이 자서전을 쓸 때 꼭 배워야 할 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을 살펴보자. 1982년 9월 7일, 미국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스타벅스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본 아담한 커피바에 반해 1986년 ‘일 지오날레Il Giornale’를 창업해 작은 성공을 거둔다. 그 후 몇몇 투자자의 지원으로 1987년 일 지오날레와 스타벅스를 합병해 스타벅스 커피 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0년 가을 현재, 스타벅스는 창업 40년 만에 연매출 100억 달러, 54개국 1만 6,000여 개의 매장에서 20만 명의 파트너들이 매주 6,000만 명 이상의 손님을 맞는 거대기업의 성장했다. 

  창업에 성공한 하워드 슐츠는 2000년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회장직에 있으면서 글로벌 전략과 사업확장에 집중하며 스타벅스의 매장 수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2007년, 스타벅스의 매출 기록행진이 멈추고 하향세에 접어든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끝없는 추락의 악몽을 겪게 된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성장에만 집착한 나머지, 기업의 핵심 가치는 점점 놓치고 있었다. 이는 결코 누군가 한 사람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 실오라기 하나가 느슨해져 스웨터 전체가 풀어져버리듯,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손실이 커져갔다. (중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의 상황들마저 회사 내부의 문제들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당시 불어 닥친 세계 금융 위기는 신용 위기와 주택 시장 붕괴, 높은 실업률을 촉발시켰고 결국 전 세계가 불경기의 늪에 빠지게 됐다. 이와 동시에 소비자의 행동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위해 지갑을 여는 일에도 신중을 기하기 시작했다.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을 의식하며, 윤리의식을 중시하는 등 정신적인 가치에 비중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뒤집어진다 할 만큼 빨라진 세상의 변화가 주요원인이었다. 스타벅스가 전 세계 54개국으로 지점을 넓히는데 주력하는 동안 스타벅스는 정지된 반면 세계 경기가 바뀌었고, 소비자가 바뀌었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성공을 쫓아 미투me-too 개념으로 등장한 후발업체들의 무서운 추격이 뒤따랐다. 무엇보다 21세기의 10년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에 스타벅스는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 그에 대한 하워드 슐츠의 답변은 인상적이다. 

  “디지털 혁명 역시 우리에게 위기를 가져다 준 결정적인 계기였다. 정보가 흐르는 방식에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온라인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가 급증하고 블로고스피어가 출현했다. 이제 전 세계인들은 실시간으로 막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한다. 이는 어느 특정 지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어나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순식간에 전 세계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가 40년 동안 지녀왔던 핵심가치 즉 ‘사람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스타벅스 정신’의 본질이 사라졌음을 직감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리스타가 있는 안쪽에서부터 풍겨나는 갓 볶은 커피향, 몸을 감싸는 푸근한 공기, 그리고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하는 바리스타들의 친절한 대화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타벅스에 실망한 누군가의 말처럼 ‘커피계의 맥도날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의 선택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커피 바’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을 그대로 옮기고자 창업했던 일 지오날레의 시절로 돌아가고자 했다. 

  “일 지오날레는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커피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생활하는 데 활력소가 될 최상의 커피와 그에 관련된 상품을 제공합니다.

또한 진실한 마음으로 고객의 삶을 충만하게 이끄는 데 관심을 가질 것이며, 이익만을 위해 윤리와 진실성을 희생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일 지오날레는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을 것이며, 모든 매장에서 품질과 성과 가치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고객의 존경과 사랑을 얻게 될 것입니다.“

  CEO로 복귀한 하워드 슐츠가 가장 먼저 스타벅스의 영혼, 즉 핵심 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변화를 시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혁신이었고, 그 모델은 비틀즈였다. 그리고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걸러줄 필터로 세 가지를 선택했다. 이것은 바로 새로운 핵심가치인 셈이다.


 

첫째, 스타벅스 파트너들에게 우리의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안겨주는 것인가?

둘째, 스타벅스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것인가?

셋째, 고객의 머리와 가슴 속에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강화시켜주는 것인가?



그들이 찾은 비전은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고 존경받는 브랜드의 하나로서 인간 영혼을 고취하고 자양분을 공급하는, 영속적이고 위대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일곱 가지 혁신 운동을 확립했다. 

 

1. 논의의 여지가 없는 커피 권위자가 되자.

2. 우리의 파트너들을 고무시키고 참여시키자.

3. 고객들과의 감정적 교감에 불을 지피자.

4. 각 매장을 해당 지역의 중심으로 만들자.

5. 윤리적 원두 구매와 환경적 영향의 리더가 되자.

6. 우리의 커피에 걸맞은 혁신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자.

7.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제시하자.

  이러한 혁신 운동의 일환으로 베스트셀러인 파이크 플레이스 로스트 블랜드를 출시했고, 보다 훌륭한 맛을 제공하는 탁월한 에스프레소 기계인 마스트레나로 교체했으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기존의 덩치 큰 커피머신을 버리고, 작은 커피머신 클로버로 교체했다.  한편 고객을 위한 보상프로그램으로 로열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회원들의 제안과 아이디어를 모으는 온라인사이트인 마이스타벅스아이디어닷컴을 설립했다. 그리고 활발한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사업을 통해 24시간 고객과 함께 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자 했다. 그 밖에 펼친 다양하고 많은 활동과 마케팅은 세계 커피전문점 재탈환을 위한 고군분투였다.

책 제목이기도 한 온워드Onward는 미래에 대한 스타벅스의 다짐이자 결의다. 하워드 슐츠가 경쟁사와의 전투에 임하는 전투태세였다. 

  “온워드Onward는 핵심 가치와 초심을 잊지 않고 미래에 집중하는 긍정적인 태도로 나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중략) 온워드Onward는 손이 진흙으로 더러워지더라도 결국은 깨끗한 순백색의 결말을 맞는 것, 주주에 대한 책임과 사회적 의식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그 무엇이다. 온워드Onward는 스타벅스가 가혹한 시련을 극복하고 번영하기 위한 섬세한 균형을 뜻한다.”

  이 책을 통해 살펴본 스타벅스의 제2의 도약 이야기는 속도와 변화의 21 세기에 있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지난 세기를 주름잡았던 글로벌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조망해보면 놀랄만한 성장에 취해 잠시 자만하고 나태하다가 위기가 찾아왔는데 비해 스타벅스의 침체는 놀랍게도 세계 속에 지점을 심는 양적 규모의 확장 속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간과한 것은 ‘디지털 혁명의 도래’와 ‘소비자의 욕구의 변화’ 였다. 여타 기업들 역시 ‘우리는 그들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스타벅스의 오늘과 내일이 궁금하다면 일독할 만하다. 특히 디지털 혁명의 21세기에 들어 글로벌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을 살펴야 할지 참고하기 좋은 본보기가 된다. 

P.S. -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스타벅스가 이미 제 2의 도약에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거의 매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나로서는 여전히 그의 말에 공감하기 힘들다(아마도 미국에 있는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호소한 말일 것이다). 글로벌 스타벅스 컴퍼니는 44%의 순이익을 남기며 성공했다고 하지만 국내의 스타벅스에서는 맛과 서비스에 있어 예전에 비해 탁월하게 바뀐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미 시장에는 커피 전문업체들이 즐비하게 쫓아 오고 있고, 가격과 품질 면에서 스타벅스보다 더 나은 평가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과연 스타벅스가 재기에 성공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얼마의 기간 동안 유효할 수 있을까?

  하워드 슐츠가 이번에 시장 재탈환을 위해 들고 나온 카드 중에는 스타벅스의 인스턴트 커피 '비아Via)'와 캡슐 커피가 있다. 원두커피는 미국에서만 연간 650억 잔의 커피 가운데 고작 4% 정도 밖에 되지 않기에 인스탄트 커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시장을 확대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번 방한에서도 스타벅스의 인스탄트 커피의 한국 출시에 대한 논의가 있을거라는 언론의 전망이다. 스타벅스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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