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수학 습관의 힘 - 끝까지 잘 달리도록 수학 체력을 기르는
정연우 지음 / 다락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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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아니 올해구나) 저학년을 맡을거 같은데, 넘 오랫만인데다가 역대급 힘든 학년으로 파악되어 있어서 여러가지로 대비가 필요하다. 생활면으로 힘든 건 닥치면서 해결해야지 미리 어쩔 수 없는 것이 많지만, 학습준비는 미리 되어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구입해서 읽어봤다.

이 책의 장점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일단 독자층이 한정적이지 않고 매우 보편적이다. 학부모가 읽어도 좋겠고 교사에게도 참고가 많이 된다. 교사들 중에서도 저중고학년 고르게 적용이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본습관에 관한 책이니 저학년 때 적용할수록 효과가 크겠지. 그런 의미에서 저학년을 걱정하며 준비하고 있는 나의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책이었다. 내용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솔직히 난 저자샘보다 10년 이상 경력이 많은 교사로서 이런걸 후배들한테 전수해도 모자랄 판에 이제사 배우고 있다는 게 참 부끄럽긴 하다. 수학은 국어 다음으로 시수가 많은 교과이고 중요 과목으로 인식되어 있기도 한데, 상대적으로 연수는 덜 받았던 것 같다. 이제는 수학시간이 좀 안정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모자람이 항상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저자쌤의 지도내용 중 나와 같은 게 나오면 '오~ 역시 짬밥은 그냥 먹었던 게 아니야' 하면서 위안하기도 하고 '아 이런 부분 내가 소홀했네'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장별로 인상깊은 내용들을 메모하며 읽어보았다.

[1장 내 자녀의 수학공부 잘 되고 있나요?]
여기서 지적한 과잉 공부의 무익함, 심지어 유해함과 위험성에 심히 공감한다. 조급함이 자녀의 지금 당장 점수를 올릴 수는 있다 하더라도 장기전에서 실패하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 사상누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좋지 않은 습관과 태도를 낳는다. 문제풀이 폭탄을 퍼부어주면 더 중요한 것을 할 시간이 필연적으로 부족하다. 그 '더 중요한 것'으로 저자샘이 제시하신 것에도 동의한다. 기초체력과 건강(운동), 독서, 악기 배우기 등이다. 특히 악기는 일찍 중단시키는 경우가 내가 체감할 정도로 늘어났다. 내가 젊은 교사였을 시절 악기 배우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종류는 지금보다 적어서 피아노에 한정되었어도 말이다. 4학년만 되어도 반에서 반주자 정도는 쉽게 뽑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5,6학년에서도 힘들다. 고학년 되면 예체능 분야를 다 끊고 교과지도 학원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 이유는 "전공시킬 것도 아닌데 왜?"다. 이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능 한 가지를 갖추게 해주는 것은 아이에게 평생 친구와 즐거움 하나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나는 예체능 사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 그 수많던 음악학원이 거의 다 사라졌다. 저출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위와 같은 이유도 많이 작용했다고 본다. 아쉬운 일이다.

[2장 수학공부의 기초체력 만들기]
초등학교 때 꼭 심어야 할 '수학씨앗'으로
- 흥미와 자발성 유지
- 책과 숙제 스스로 챙기기
- 생각하는 힘 기르기
- 독서를 바탕으로 내공 쌓기
이렇게 4가지를 제시하셨다. 학부모님들께 잘 안내드리면 좋을 내용이다.

다음으로 길러야 할 공부 체력은 집중력이다. 경청을 방해하는 것이 어설픈 선행학습이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경청하는 습관이 생기게 하려면 손에 아무것도 만지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113쪽) 이거 정말 내가 3월 첫날부터 강조강조하는 학습훈련 첫번째이다. 이걸 허용하는 교사는 반쯤 포기한거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중요하다. 교과전담을 할 때의 경험으로 보면 아이들 책상 위 물건을 제재하지 않으시는 선생님이 어쩌다 한분씩 계셨다. 그반 수업 당연히 잘 안된다. 열에 아홉은 딴짓 딴생각 하고 있다. 이걸 그냥 두고 수업하면 내 목청 낭비, 시간 낭비일 뿐이다. 올해도 이건 확실히 잡아가며 시작해야겠다.

'먼저 풀지 않기'도 중요하다. 슬쩍슬쩍 이러는 아이들이 있는데 단호히 못하게 해야 한다. 가끔씩 설명이 급해서, 하도 잔소리가 많은 것 같아 다 지적하지 못하고 넘어간 적도 있는데 이것 또한 수학수업의 전제조건이므로 반드시 확실히 해야겠다.

'문제 제대로 읽기'도 강조할 내용이다. 저자샘은 핵심단어, 조건어에 동그라미 치기로 지도하셨다. 이건 내가 못해본 방법이다. 저학년이 될까 싶지만 시범 보여주면서 하면 오히려 더 잘할 수도 있겠다. 뭐든 정신차리고 정성껏 생각하면서 하는 연습으로 필요하겠다.

'무엇이든지 하기'라는 아주 애매한 지시어가 있는데, 이건 풀이과정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적어가며 해보라는 뜻 같다. 문제마다 적절한 방식이 다르니 이렇게 통칭했다. 복잡한 문제나 문장제 문제에 필요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든, 식을 쓰든 표를 그리든... 과정을 위해 '뭐라도 해보는' 것이다. 한두번 말해서 될 게 아닌 것 같지만 처음엔 교사와 함께 하면서 "이런게 '무엇이든지 하기' 예요. 다음엔 여러분이 스스로 해볼 거예요" 하는 식으로 시간을 두고 익숙해지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3장 흔들리지 않는 수학실력을 위한 기초 수학 습관]
이 장에는 수학 근력을 다지기 위한 기초 수학 습관 14가지가 나온다. 생각나는대로 몇가지 언급해 보겠다.
- 글씨 바르게 쓰기
글씨가 수학에 중요해? 중요하다! 근데 정말 글씨처럼 바로잡기 어려운 것도 없다. 내가 무른 탓이겠지? 싹다 지우고 쉬는시간에 처음부터 다 쓰게 시키면 어느정도는 잡힌다. 예외없이! 남겨서라도! 근데 나는 이게 좀 안되는 편이다.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될까.... 독하게 먹어야 할 만큼 사실 글씨는 중요하다. 이쁜 글씨를 쓰라는 게 아니다. 반듯하게는 써야 한다.

- 비스듬히 풀지 않기
이건 바른 자세와 관련있다. 아이들 자세의 심각성이 해마다 경신된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그나마 경증인 아이들은 3월 한달 잔소리에 바로잡히지만 중증인 아이들은 1년이 가도 고치기 어렵다. 자세 불량인 아이들은 대체로 여러가지 문제들을 함께 갖고 있다. 집중력, 글씨, 심지어 식습관 등등... 가정에서 함께 노력하고 본인도 의지를 가져야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비스듬히 풀거나 쓰는 습관은 모든 학습에서 안 좋은데 수는 특히 자리값을 따라 똑바로 맞춰쓰는 습관이 중요하다. 작은 팁으로 세로셈 점착 메모지를 알려주셨는데 학급운영비 쓸 때 기억해 놔야겠다.

- 틀린 문제만 채점하기
저자샘의 채점방식이 나랑 달랐다. 요거 고민 좀 해봐야겠다. 저자샘이 나보다 옳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틀린 문제를 복습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최대한 공간을 비우고 깨끗하고 눈에 잘 띄게 채점하는 것이다. 차선책으로는 동그라미를 번호 가까이 작게 그리는 방법도 있다. 아이들이 틀린 표시에 상처받는다고들 하는데, 다른 방법으로 해봤자 솔직히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는 거 인정한다. 틀린 문제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틀린 답 지우지 않고 옆에 정답 적기
요것도 내가 강조해서 지도하진 않았는데 이렇게 통일하는 게 좋겠다. 채점펜도 적당한 걸로 정해서 내가 일괄 사줘야겠다. 학기초에 필통속 기본준비물로 안내해주긴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디다 빼놓고 오는지 아무걸로나 아주 보기싫게 채점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정확하고 깨끗한 채점도 피드백과 복습을 위해서 꼭 필요한 습관이다.

- 연필로 하나씩 체크하면서 풀기
눈으로 쓰윽 보면서 하면 놓치는게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찾거나 세는 문제는 꼭 이렇게 하는 습관을 들이자.

- 문제 읽고 동그라미 치기
2장에서도 나왔던 내용인데, 대충하지 않고 면밀히 보는 습관. 중요하다.

- 문제와 계산을 구분해서 적기
문제에다 직접 계산하지 말고 문제 옆이나 밑에 계산하라는 뜻이다. 이건 답쓰는 것 뿐 아니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풀이과정을 쓸 때 등식이 성립하지 않게 쓰는 경우를 많이 봐서, 나도 이렇게 지도한다. 등호 한두개 더 쓰는 것에 불과한데도 아이들은 안하면 안되냐며 귀찮아한다. 하지만 저자샘의 설명을 보니 계속 그렇게 지도해야겠다.

세로로 풀기, 맞추어 풀기
- 이건 위의 방법의 연장선으로, 등호를 아래로 쭉 줄맞춰서 계산과정을 쓰는 방법이다. 일목요연하고 어디에서 틀렸는지도 점검, 확인할 수 있으며 오류도 훨씬 적은 것을 볼수 있다.

이런 습관을 들이도록 연습하는데 있어서 아이가 질릴 정도의 분량을 주면 안 된다. 1장에서 강조한 과잉공부를 경계하며, 분량은 줄이되 확실히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장 수학성적 향상의 지름길, 생각정리 공부법]
이 장의 키워드는 '메타인지'라 하겠다. 메타인지가 있어야 경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고 공부의 재미도 알게 된다. 그게 쉽게 생기는 거라면 걱정할 사람이 없겠지만... 저자샘은 가장 먼저 '설명하면서 문제풀기'를 제안했는데 이건 확실히 일리가 있다. 설명하지 못하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설명이 막히는 부분, 거기가 바로 내가 제대로 모르는 부분이다. 오래전 내가 교과전담을 할 때 수업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자 설명을 시나리오처럼 쭉 써본 적이 있었다. 그때 확실히 알았다. 쓰다가 막히는 부분은 내가 잘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면 그부분 참고자료를 더 찾아본다. 이런 식으로 수업준비를 했더니 수업의 완성도가 제대로 높아졌다. 아이들은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설명을 되도록 자주 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그외 모르거나 실수한 부분에 빨간 색 표시하기, 자신만의 주의사항 쓰기 등의 방법을 제시하셨다. 문장제 문제를 풀 때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방법들도 소개되어 있다.
문제집에 대한 조언도 있어서 학부모님들에게 참고가 되겠다. 중요한 건 양으로 승부하지 말라는 점! 나도 학부모총회 때 "교과서로만은 숙달 면에서 조금 부족하니 문제집을 풀되 한권만 준비해서 교과서 진도와 맞춰 복습해주세요." 라고 안내하곤 했다. 요즘은 좀 극과 극인 경향을 보인다. 한 권도 안시키거나, 너무 많이 시키거나.... 적정선을 잘 찾으면 좋겠다.

이 장에서는 오답풀이 방법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이 나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오답공책을 쓰지 않는다. 한두번 시도해봤다가 접은 경험이 있다. 저자샘은 오답풀이를 중요하게 다루면서도 일괄적 오답공책 쓰기에는 회의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더 고민하고 방법을 확립해야 할 부분이다.

[5장 학년별 수학 공부법]
[6장 수학관련 Q&A 모음]
에도 저자의 내공이 보인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참고할 것이 있다. 수학 관련 보드게임 소개도 들어있다.

리뷰가 엄청 길었는데 나중에 내가 다시 보려고 적은 것... 올해는 나의 취약부분을 좀 채우면서 수업을 할 수 있으려나.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오늘을 연수날로 칠 수 있겠다. 좋은 연수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중요한 건 이제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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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두실 마루비 어린이 문학 22
지슬영 지음, 임나운 그림 / 마루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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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의 시대배경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사료가 적은 고대로 갈수록 쓰기 어렵지 않을까? 더구나 문자 기록이 없는 선사시대라면....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도 있을까? 있다, 바로 이 책이다. 나는 두번째 읽어본다. 첫번째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사라질 아이>고 두번째가 이 책이다. 더 있겠지만 내가 읽어본 중에는 그렇다.

문자로 된 사료가 없는 선사시대 서사의 발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두 작가님 모두 유적에서 찾으셨다. <사라질 아이>는 반구대 암각화, 이 책은 암사동 유적지다. 내가 볼 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역시 작가님들의 눈은 남다르다. 뭔가를 길어올리고, 그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 상상의 힘으로. 그러면 그 시대의 현장이 실감나게 펼쳐지는 것이다.

신석기시대? 농사를 겨우 시작하고, 여전히 채집과 수렵은 중요한 생산수단이고, 움집을 짓고 부족을 이루어 살기 시작한 그 시대. 그 시대에도 사람이 당연히 살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나와 같은 존재로 여겨 왔었던가?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없지만 아닌 것 같다. 나와 같은 희로애락을 느끼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존재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시대엔 생존 자체가 급선무였을 테니까. 하루하루가 살아남기를 위한 과업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의 질이 지금과 달랐을까? 그렇다면 역사가 발전해오지 못했겠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본질에 충실한 생각과 감정을 갖고 살았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렇게 까마득한 옛날의 서사를 만들면서 그 시대 아이의 회의와 고민이 이 시대 아이들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게 신기했다. 첫째는 자존감이고 둘째는 다양성이다. 역시 중요한 화두는 시대를 뛰어넘는가?

두실이는 버들숲 마을의 핵심 사냥꾼인 큰뫼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훌륭한 사냥꾼으로 만들고자 했다. 부족 남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실이에게는 사냥이 맞지 않았다. 좋아하지도 않았고 잘 되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초조함과 질책 앞에서 두실은 작아져만 가는데...

두실에게도 좋아하는 일은 있었다. 바로 만들기다. 조개껍데기에 얼굴을 새겨 목걸이로 만들기도 하고 (작가님이 암사동에서 인상깊게 본 유물이 바로 이것), 활과 화살도 잘 만든다. 하지만 역할이 고정된 부족사회에서 그런 재능은 아버지의 수치일 뿐이었다. 반대 상황의 인물도 나온다. 이웃 갈대 마을의 가람비라는 여자아이. 여자아이지만 활을 잘 다루고 사냥꾼이 되고 싶어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들은 서로에게 공감한다.
"그냥 나로 살면 좋겠다. 달라지려고 애쓰지 말고, 원래의 나대로."

이 아이들이 그렇게 살게끔 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이 책은 흥미를 더해간다. 독자 입장에서는 흥미지만 책 속 인물들에겐 지독한 재난이다. 많은 희생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도구들을 생산해 낸 두실, 언제나 두실을 격려하던 단짝친구 흰달, 이웃마을 아이지만 고난을 함께 겪은 가람비, 세 아이가 저마다의 역할로 마을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서사 중 몰입이 안되었던 부분은 두실의 아버지가 마을 화재 때 돌아가신 게 아들의 선물(목걸이)을 챙기다가 그랬다는 부분이다. 티내지 않던 아버지의 부성애를 부각한 설정이라서 감동적일 수도 있는데, 나는 이런 게 싫어. 아 목숨이 달렸는데 그딴 물건이 뭐라고... 이런걸 보고 "엄마 T야?" 라고 하는 건가... 어쨌든 감상에 방해되는 나의 성향 중 하나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외의 서사는 기대 이상으로 몰입감과 속도감 있게 읽혔다. 선사시대 이야기를 읽고 Z세대 아이들이 인생과 진로를 논하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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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고양이 두 번째 이야기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최지혜 지음, 김고둥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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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고양이 첫번째 이야기를 못 읽었는데 두번째 이야기를 읽고 리뷰를 쓴다. 이전 이야기가 어땠을지 어느정도 짐작은 간다. 짐작이 안 가도 읽는 데 지장은 없고. 첫 권은 2024년에 시작된 새 교육과정 1학년 교과서에 실렸다고 한다. 아직 바뀐 학년 교과서를 면밀히 못봐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림책이 많이 포함된 것 같다. 그림책을 수업에 활용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일반화된 지도 오래되었으니 당연한 흐름인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하게 읽어도 재미있지만 그림책 경험이 많은 아이들일수록 더 재미있게 읽겠다. 수많은 그림책의 표지들이 등장한다. 제목과 윤곽은 흐려져 있지만 읽어본 사람은 알아볼 수 있게. 그리고 이 작가님은 실제로 강화도에서 '바람숲 도서관'이라는 그림책 도서관을 운영하고 계시다고 한다! 강화도에 놀러가서 한번 꼭 들러보고 싶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도서관 이름과 같은 제목의 그림책 <바람숲 도서관>을 몇년 전에 읽었다. 작가님은 자신의 소망을 성취해내고, 그 과정을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펴내고 계신 중인듯.... 그러기가 쉽지 않을텐데 참 대단하시다.

이 책 또한 도서관의 실제 이야기가 많이 담겼다. 도서관 고양이 레오. 이후 발견된 아기고양이 설탕과 소금이까지, 모두 실제 도서관의 고양이라니, 도서관에 방문해서 얘네들을 만나면 괜시리 무척 반가울 것 같은데?^^

도서관의 모습이 화면마다 가득가득 담겼는데 실제 모델이 있으니 그 모습을 반영해서 그리지 않았을까? 외부도 내부도 무척 아름답다. 산자락에 위치한 도서관까지 가는 길과 주변엔 나무와 꽃들이 가득하고, 도서관 내부도 구석구석 아기자기 예쁘다. 복층 구조의 계단과 벽면 책장이 리모델링한 우리학교 도서실이랑 비슷하게 생겼네. 한가지 다른 점은 고양이들이 한식구라는 점!

이 책은 고양이 레오가 화자다. 어느날 레오는 가냘픈 울음소리를 듣고 2마리의 아기고양이를 발견했다. 아기고양이들은 레오를 따랐고 그렇게 도서관의 새 식구가 되어 설탕과 소금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아가들이 들어와 이제 레오의 물건들은 레오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고, 온갖 말썽도 참아 주었건만, 딱 한번 폭발한 날에 꾸중을 듣고 억울해 하는 레오. 그 주변에 흩어져 있는 그림책이 '소피가 화나면, 정말정말 화나면' '가시 소년' '고함쟁이 엄마' 여서 정말 웃겼다. 작가님들의 센스가 보통이 아니시다. 이 유머는 그림책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만 해당되지만.

위의 장면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아가들에게 "당장 내 그림책에서 나와!" 하고 심술을 부리던 레오는 어느새 아가들과 함께 그림책 속 모험을 하고 있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냥?" 하기도 하고, 커다란 사과 속에 들어가 여러 동물들과 함께 사과를 먹기도 하고.... 이런 장면들에 나온 그림책들이 (일부러 유명한 책들로 하셨겠지만) 다 아는 책들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나이든 나도 이런데 아이들은 얼마나 기뻐하겠냐고!^^

그런데.... 마지막 장면은 슬퍼.... 아주 자극적으로 슬프진 않은데 은은하게 슬퍼.... 설탕이랑 소금이는 레오만큼 자랐고 이제 못하는 것도 없어. 사람들한테 인기도 많고. 이제 레오는 자연의 섭리대로 갈 길을 가는 거야. 그것 또한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모두의 가는 길이 그렇기를.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너무 괴롭지도 않기를.

레오야. 이젠 도서관을 지켜보고 있어? 너를 계속 만날 수 있게 이렇게 책이 나와서 기쁘지? 아이들, 도서관, 고양이는 참 소중해. 너도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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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멋진 집이에요 바람그림책 158
나카가와 치히로 지음, 타카하시 카즈에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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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화자가 나와서 자기 집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 화자는 자연 속의 작은 생물들부터 시작한다. 개미, 나비, 거미... 각자가 자기 집을 좋아하는 마음이 잘 나타난다. 하지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끝에는 약간의 곤란한 점이나 위험한 점, 성가신 점 등이 따라붙곤 하는데 대체로 천적이거나 위협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하지만 그또한 어쩔 수 없는 일, 대수롭지 않은 일로 표현한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 사는 생명들의 마음가짐인 걸까.

개미네 집은 모두가 알다시피 땅 속에 많은 방들이 있다. 부지런한 개미들은 열심히 방을 만들지만 삽질 한방에 쉽게 뒤집히는 게 개미집이기도 하다. 나비네 집은 노랑과 초록으로 된 동그란 집. 집이자 아가들의 먹이이기도 한, 바로 배추! 이어서 나비들을 위협하는 거미, 거미들을 위협하는 제비가 연이어서 나온다. 냉정하게 말하면 먹이사슬이면서도 슬프거나 끔찍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제비를 집적거리는 건 고양이다. 고양이의 집은 집사랑 사는 그곳이지. 집사의 품에 안겨 잠을 자면서도 "내가 귀여우니 어쩔 수 없지." 하는 고양이. 마지막으로 집사의 집. 여기 나온 모두가 함께 살고 있는, 마당 있고, 해가 잘 들며 온갖 초록과 따뜻한 색깔들이 함께 있는 집이다. 누구나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는 추억 속의 집. 하지만 이런 집에서 살려면, 수많은 생명을 품고 함께 살려면 엄청 부지런해야지. 그런 생각부터 튀어나오는 나는 회색도시에 적응해버린, 일 못하고 게으른 사람.^^;;;

윤곽선 없이 부드럽게 퍼지는 그림이 따스하고 평안한 느낌을 잘 전달해 준다. 자세하진 않지만 각 생물들의 생태도 간결하게 나타나 있어 생태그림책의 요소도 어느정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나비의 애벌레는 배추를 먹고 성충이 된 나비는 유채꽃과 라벤더 등의 꽃꿀을 먹는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매끈매끈하고 동그란, 초록과 노랑이 섞인 집' '어른을 위한 까페' 이렇게 시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있어서 지식책의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림만큼 언어도 부드럽다는 뜻이다.

읽을 때 꼭 음독을 추천하고 싶다. 가정에서라면 부모와 자녀가, 학교에서라면 교사와 학생이 각 화자들의 역할을 맡아 소리내어 읽어보면 한층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읽고나서 "아주 멋진 집이에요."로 시작하는 자기 집 소개를 해봐도 좋을 것이다. 학교에서 할 때는 좀 세심한 인도가 필요하긴 하겠다.

집만큼 소중한 게 또 얼마나 있을까. 나같은 집순이가 아니라도 집은 최종 안식처니까. 집은 모든 걸 내려놓고 가장 편한 내가 될 수 있는 곳이니까. 그런데 그렇지 못한 아이, 집에 들어가기가 두렵거나 집에서도 쉼이 없는 아이가 있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집'을 소중하게 가꾸는데 좀더 마음을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도 좀 그래야겠다. 정리도 좀 하고....^^;;;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어떤 생명이든 다른 생명의 '집'을 침해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사실 범인은 온리 인간이지 뭐...ㅠ 이 책의 색감처럼 아름다운 색 속에서 살고 싶다면 다른 생명들의 터전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보니 참 많은 것을 담은 책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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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수영 대회 야옹이 수영 교실 3
신현경 지음, 노예지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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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수영 교실 1권의 리뷰를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 2권도 넘어갔고... 3권의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이 시리즈 참 괜찮다. 만화 아니면 고개를 젓는 아이들에게 건네주면 좋겠다. 그림도 내용도 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유치하지도 않고 수준이 있다. 이 책이 줄글책으로 가는 다리가 되어주어도 좋을 것 같다. 가정이나 학급문고에 꽂혀있기에 적절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판매지수가 높구나.

그림작가 노예지 님은 고양이를 주로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는데, <고양이 난로>라는 책에서 같은 그림체를 본 적이 있다. 그때도 참 좋았는데, 이 책을 그리기에 최적의 작가님을 잘 찾은 것 같다.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귀여운 그림체가 누구에게나 호감일 것 같고, 고양이 마을 이야기인 만큼 고양이 캐릭터가 많이 필요한데 다양하게 잘 살려내셨다. 수영 뿐 아니라 스케이트 등 다양한 운동 동작이 잘 표현되었고 특히 이번 3권은 내용이 거의 스포츠 만화 수준인데 그것 또한 긴박감 있게 잘 표현되었다.

1권에선 야호 마을에서 호야 코치의 지도 하에 수영교실을 열게되기까지의 과정이,
2권에선 아빠를 잃은 상처가 있는 나루가 호야 코치를 의심했다가 오해가 풀리는 과정을 담았고 수영 면으로는 생존수영법이 들어가 있다.
3권에선 고양이들의 수영 실력이 많이 성장했고 그중 재능있는 아이들도 드러난다. 호야 코치와 프릴 아주머니는 불꽃마을에서 열리는 '불꽃 수영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정한다. 그 대회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

3권의 주인공은 '밍크' 라는 흰 고양이다. 얘는 스케이트나 발레 등을 하다 포기한 경험이 있고 '나는 재능이 없어' '내가 재능이 있나?'에 좀 민감한 아이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수영은 끝까지 해보려고 굳은 결심을 한다. 대회도 출전하기로 하고 연습에 열심히 참여한다. 소심하고 심하게 긴장하는 성격이 나랑 같아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데...

친구들 중에는 만능스포츠맨 나루가 막강한 경쟁상대고, 다른 두 마을의 참가자 중에도 다크호스들이 있다. 밍크는 잘 안되는 부분을 해결하려고 새벽연습까지 다닌다. 연습을 마치고 먼동이 트는 모습을 새벽연습 친구인 카이와 함께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가슴 속에 해가 뜨는 기분이야."
"나도. 왠지 힘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려."
사람이라면 무릇 이런 기분을 체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불 속에서는 절대 못 느끼는 이 느낌. 죽도록 싫어도 일단 떨쳐 나와야 느낄 수 있는 이 느낌. 솔직히 나는 이걸 많이 느껴본 사람은 아니다. 나보다 훨씬 훌륭하신 분들은 타고난 재능과 함께 이 느낌을 나보다 많이 체험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한 번도 못 느껴 봤다면? 당장 뭐라도 찾아보기! 성공 여부는 그 다음이다. 건강한 자존감과 생활태도가 여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요즘 이불 밖은 위험해 태세로 살고 있으면서 이런 말을 하려니 몹시 찔리네^^;;;)

드디어 대회. 마을별 5인에 뽑힌 선수들은 대회 참가를 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응원을 한다. 예선과 결선을 치르는 대회 과정을 실감나게 잘 담았다. 결과는? 기적 같은 건 없었지만 나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결과가 따르지 않았어도 충분히 감사할 만한 과정이었지만 결과도 따라왔으니 더욱 감사한 일!

돌아오는 차 안에서 프릴 아주머니와 나눈 대화도 아이들과 꼭꼭 짚어 읽어보고 싶은 대목이다.
"밍크야, 나무가 잘 자라려면 뭐가 필요한지 아니?"
"물이랑 햇빛이요?"
"하나 더, 바람이 필요해.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더 튼튼하게 자란대. 이번 수영 대회가 너한테는 바람이었던 것 같아.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잘 버텨 냈어."
때로는 아이들을 이 '바람'의 장으로 인도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두 리더처럼. 하지만 갈수록 꺼려진다. 저항과 불평이 두렵기 때문이다. 타격도 크고. 하지만 지혜롭게 살살 해나가야겠지.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지만^^;;;) 결국 아이들의 성장은 거기서 일어나니까.

마지막장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인물을 보니 이 시리즈의 다음권도 나올 것 같다. 수영교실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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