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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평점 :
누나가 먼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구로 가리봉동 <세계물산> 16살의 나,오래전 그곳을 방문했었다.
재작년의 나,다시 그곳을 지나쳐갔다.
누나가 근무했던 회사.
신문배달의 끝을 선물하고 나에게 희망을 주었던 누나.
낮에는 회사 생활,밤에는 야간 산업체 학교를 다녔던 누나.
영등포 여상, 누나가 주경야독을 했던 회사였다.
철모르는 나는 유행하는 백바지를 사달라고 졸랐고 누나는 학생답게 청바지를 입으라고 실랑이를 벌였던 그 구로구 가리봉동....
아내에게 외딴방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니 글은 잘 쓰는데 책 내용이 우울해 싫다고 했다. <엄마를 부탁해>의 내용도 어두었다고 말한다.
맞다. 이 책또한 우울하고 무겁다.
읽고 생각하는 기준,마인드가 다르니 책도 독자마다 그 감동의 무게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숙은 참으로 글을 잘 쓴다.
자신의 살아온 삶의 모든 에너지를 글에 쏟아부어 치열하게 잘 쓴다.
<외딴방>을 읽는 내내 글쓴이가 참으로 힘들었겠구나... 라고 생각해보았다.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추억을, 기억의 창고에 놓았던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글로 승화시킨다는 것은 분명 힘든 작업이었을 게다.
시간이 아무리 흐르고 지나도 어제 일처럼 아픈 기억이 누구나 있는 법이다.
긍정적이고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평생 가슴에 박힌 못처럼 아픈 상처가 있는 법이다. 그런 기억을 쓴다는 것.
참으로 힘들었을 게다.
외사촌,큰오빠.희재 언니,16살의 나로 시작되는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
70%이상이 사실일 것 같이 세세하게 글로 잘 썼다.
하계숙의 말이 얼음물처럼 위에서 한 방울,한 방울 떨어져 차가운 그 고통을 참으며 썼던 저자의 노고와 치열함이 느껴진다.
신경숙 작가여!
이제 외딴방에서 나와 옥상의 멋진 풍광과 공기, 사람을 봤으면 좋겠다!
우울하고 힘든 소설보다 희망과 사랑,폭풍우같은 삶의 기쁨의 책을 쓰시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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