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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공지영.
아내의 이름과 똑같은 이름의 작가.
이 작가를 알지만 그렇게 썩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무소의 뿔처럼...] [착한여자]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써낸 작품마다 모두 베스트셀러 제조기, 스타급 작가다. 그렇게만 알고 있었고 알려고도 안했다.
우연히 집어든 [수도원기행] 이 책이, 책이란 무엇인가? 에 대하여 나를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작가에 대하여 많은 궁금중을 유발하게 만들었다. 책이 참 솔직담백하다. 아~~ 이 사람 영혼이 참 맑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결혼3번에 이혼3번을 했는지 나는 궁금하지 않다. 사생활이 조금 궁금하기도 하지만 작가는 오직 글로만 말해야 한다는 게 평소 내 주관이기에...
2001년에 이 책을 썼구나. 공지영이 39살에 쓴 수도원기행. 거의 내 나이에 이런 책을 쓰고 생각할 수 있다는데,그리고 여행을 한달간 떠날 수 있다는 데 일단 부러웠다. 그리고 그 책의 내용에서 마음으로 감겨져오는 공지영의 목소리를 들었다.
스물네 살,다른 사람들은 모두 훈방되고 나 혼자 남아 있던 유치장은 아주 추웠다. 열흘 남짓 같혀 있으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떤 것은 커피를 못마시는 것도 목욕을 할 수 없는 것도 보리밥에 허연 깍두기뿐인 식사도 아니었다. 그건 바로 철장이었다.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했고 일부러 전화기를 내려 놓고 며칠을 보내기도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막상 철장에 있는 곳에 들어가닌 처음 가두어진 들짐승처럼 안절부절못했다.
나도 고등학교 때 유치장에서 2일, 군대에서 15일을 있어보았다. 그래서 공지영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우연한 위기의 순간에 기회가 찾아온다. 그당시는 힘들었지만 그 순간들이 있었기에 성찰과 깨닫음을 얻어 안개를 걷어내듯이 삶을 찾아간다.
미치거나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건 글을 쓰는 일어었다. 다시 갇힌다 해도 어쩌면 죽어버린다 해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한다는 것을...집안에서 알음알음으로 나를 빼낸후 나는 정말 부모님의 은혜에 답하기라도 하는 착한 딸처럼 노동운동에서 빠져나왔고 창살없는 아파트 문을 굳게 잠그고 전화코드을 빼버린 후 글을 써댔다. 소설가가 된 것이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가끔 생각하곤 했다. 갇히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없는 유치장에서 읽을 거리 하나 없이 오두마니 앉아 열흘 만에 무려 7kg의 살이 빠지도록 스스로와 마주했던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나는 소설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러니 그때 그 철창은 내게 형벌이었을까? 축복이었을까?
위의 형벌과 축복이라는 말에 나는 감동받았다. 스스로와 마주했던 그 시간의 소중함... 나는 공지영이라는 작가와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이란 이래서 읽을 만하다. 나에게 스승은 역시 책이 최고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가슴이 따뜻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