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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처갓집 식구들과 양평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매년 여름에 떠나는 휴가, 가족들과 함께하는 휴가는 유쾌하다. 사람이 좋기 때문에,허물이 없기 때문에 좋다. 어떤 만남과 휴가가 부담이 되고 즐겁지 않다면 그 것은 무의미하다. 술잔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속에서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런 휴가중에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폴 오스터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아~~금광을 찾은 기분이었다. 왜 사람들이 폴 오스터,폴 오스터 하는 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의 글은 솔직 담백하다. 칼로 무를 자르듯이 거침이 없다.그리고 재미있다. 휴가지에서의 맑은 공기속에서 얼마나 유쾌하게 읽었는 지 모른다. 이래서 내가 책을 읽는 다니까...
책 속에 파묻혀 지낸 2년동안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내 머리속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인생을 바꾸어 놓는 새로운 피가 수혈되어 혈액의 성분까지 달라졌다. 문학과 철학에서 나에게 아직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거의 다 그2년 사이에 나와 첫 대면을 했다. 이제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 많은 책을 어떻게 다 읽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벌컥벌컥 술잔을 비우듯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어 냈고,책의나라와 대륙을 모조리 섭렵했으며 아무리 읽어도 늘 책에 허기져 있었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작가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러시아 소설가들,초현실주의 시인들. 나는 두뇌에 불이라도 붙은 듯,책을 읽지 않으면 목숨이 꺼지기라도 할 듯,필사적으로 책을 읽었다. 한 작품은 다음 작품으로 이어졌고,하나의 사상은 다른 사상으로 이어졌고 세상사에 대한 생각은 다달이 바뀌었다.
역시 책을 읽고 여행을 통해 사람이 변화하는구나 하고 다시 한번 느꼈다. 허기지고 필사적으로 읽었다. 이 얼마나 멋진 생각과 행동인가? 굶주린 자가 밥을 먹듯이 읽어야 제대로 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폴 오스터를 알기 전과 후가 달라진 내 독서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