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교양 (양장, 특별판)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난 채사장이 끝가지 독신이길 바란다. 악담이 아니다. 세상을 위해, 우리 시대의 방황하는 영혼들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이 무슨 대단히 어마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여기 또 한명의 사랑스러운 천재가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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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31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민의 교양 제가 읽었던 것과는 표지가 달라요. 요즘 특별판으로 표지가 나오는 것들 많은가봐요.
컨디션님 좋은하루되세요.^^

컨디션 2017-02-01 00:30   좋아요 1 | URL
제가 읽은 게 특별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도서관 책이거든요. 도서관측에서 원 겉표지를 벗겨냈는지 지금 보이는 건 그냥 누런 겉장이예요. 삼베 느낌도 나구요.^^ 근데 2016. 6.3. 40쇄인 걸 보니 특별판 같기도 하고. 암튼 뭐 우야둥둥.ㅎㅎ 서니데이님도 굿잠 하시길요.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그리고 심용환의 <단박에 한국사>를 이제 막, 십여 페이지를 읽었다.


우선 빌 브라이슨부터. 그의 말투는 '놀라울 정도로' 얄밉다. 너무 얄미워서 꽉 깨물어주고 싶다. 서문을 간신히 읽엇고 제 1장 우주의 출발을 몇 줄 읽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이러니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난 아마 야수로 변해있을 것이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날카롭게 마모된 이빨에선 피같은 침이 줄줄.. 아무튼 빌 브라이슨의 뻥치는 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얄밉다. 언제부턴가(아니 처음부터?)SF를 견딜 수 없게 된 나로서는 이 두꺼워빠진 '과학교양서'를 역시 같은 이유로 못견디게 될까봐 두렵다. 존재 그 자체로서의 존중은 내 소관이 아니다. 내가 하든 말든 존재하니까 관심 밖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것은 그 존재방식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책 역시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다음, 심용환 이 양반. 처음엔 재미없었다. 대놓고 재미없는 출발이어서 실망을 크게 하고 나니 어떤 앙심이 생겼다. 그 앙심은, 왜 사람을 재미없게 하지? 조금 화가 났고 그 화가, 어디 봅시다 한번,으로 이어졌고 어느새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서 잊었던 앞부분을 다시 들춰보는 일이 생기면서 내가 왜 화를 냈지? 모르면 배우고 볼 일이지 왜 화부터 냈을까, 단순한 반성을 넘어 나란 인간이 궁금해졌다. 그 사소한 동력으로 지루함이 견뎌졌다. 지루함을 견디고 나니 살포시 만져지는 것이 있었다. 스폰지보다도 못한 숭숭 뚫린 근육이었다. 모든 시작이 이렇게 허접하다고 해도 난 어쨌든 시작을 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평정을 잃고 때려치우는 일만 남았다 하더라도, 난 어쨌든 휘슬에 의해 허겁지겁 출발은 한 것이다. 내 목에 호루라기를 매단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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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2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브라이슨 여행기도 재미있어요. 이 사람은 자료조사 진짜 많이 할 것 같더라구요.
컨디션님 좋은하루되세요.^^

컨디션 2017-01-29 22:03   좋아요 1 | URL
발칙한 시리즈 말씀하시는 거군요?^^ 이 책이야말로 자료조사 없이는 단 한줄도 불가능한 책이겠지요.
빌 브라이슨의 전형적인 미국식 유머가 재밌기도 하지만 전 어떨 땐 난더리 날 때가 있더라구요 ㅎㅎ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너머의 역사담론 1
오항녕 지음 / 너머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앞서 두 시간에 걸쳐 이 책의 리뷰를 썼지만, 차마 공개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 책의 리뷰 첫줄을 시작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냐마는, 어쨌든 상황이 요상하게 꼬여버렸다는 것. 차마 공개할 수 없게 된 이유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사공도 없는 배가 산으로 갔기 때문이다. 배가 산으로 갔다는 것은 명백한 패배다. 원래 의도했던 방향을 벗어난 글은 여러가지 이유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있을 것만 같았던 의도가 알고 봤더니 아예 없었거나, 있지도 않은 의식을 붙잡느라 힘을 너무 뺐거나, 그냥 불안 그 자체였거나.


100자평 몇 줄로 끝내기엔 아쉬워서 리뷰에 손을 댔건만, 결국 이도저도 아닌 혼자만의 길고 긴 분탕질로 끝나버린 저 차마 공개할 수 없는 리뷰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100자평 아닌 100자평으로 이제 이 책의 리뷰를 끝내야겠다.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에 일단 박수를 보내고, 책이 책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 있다면 어쩌면 이 책이 의도하고 꿈꾼 방식에(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차마 공개하지 못하는 리뷰에서 이미 다 썼기 때문에 당연히 말할 수 없다고 밖에는)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관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학습이 되어 있지만 학습은 학습일 뿐. 주체적 자아로서 어느 누구든, 지향해야 할 뚜렷한 세계관 없이는 글쎄 존중?  존중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해, 라고 걷어찰 수 있는 용기보다 우선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존중도 의미있는 것이 되려면(적어도 쓰레기 취급은 받지 않으려면) 먼저 알아서 해보는 것이다. 스스로는 적어도 쓰레기가 아니라고 자부했던 마음을 홀로 일으켜 세워 쓰레기 취급해보는 것. 그때 비로소 쓰레기가 안되는 방법을 조금을 알게 될 것이라고 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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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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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하게 출발하였고 중간에 길을 잃듯 흥미를 잃었지만 후반부에서 완전히 의식을 놓아버렸다. 엉엉 울지 못한 건 너무 늦은 밤이었고,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36세의 젊은 의사가 폐암진단을 받았고, 이제 그의 투병기록이 시작된다. 살겠다는 일념의 사투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불치의 목숨을 어떻게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기록이다. 생존의지는 당연한 본능이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죽음의 의식을 맞이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못다한 꿈을 제단에 바치기로 한다. 의사(신경외과)로서의 성취감과 소명의식을 바로 눈앞에 두고있는 그에게 인생 전체의 그림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붙잡은 것은 오직 하나. 그에게는 아직 시작도 못한 꿈이 있었다. 그는 고통스런 병마와 싸우면서도 기록하고 또 기록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기도하고 그를 배려하고 보살핀다. 그는 죽음 앞에 당면한 자로서 절대고독을 만났지만 아무도 그를 외롭게 두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만 남아있었다. 문학을 향한 못다한 꿈이 있었고 그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그의 꿈이 미완에 그치는 것에 대해 이 세상의 잣대가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것만큼 폭력적인 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매우 진솔한 사람이고 의사라는 직업의 소명의식과 도덕률을 지녔으며 따뜻한 세계관에 부응하는 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흠 잡을 데 없는 젊은 인재였다. 그의 삶이 온통 의미있는 날들로 꽉 채워진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는 죽음 앞에 발버둥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겨우 울음을 그치고 이불 숙으로 들어가 누웠다. 배개닛이 젖는 것을 들킬까봐 잠든 그를 깨우지 않고도 그를 껴안을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주어 그를 안아보았다. 그가 돌아누워 내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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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25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읽었는데, 좋은 사람이었는데 먼저 갔다는 생각 들었어요. 그리고 공감할 부분도 많았고요.

컨디션 2017-01-26 09:26   좋아요 1 | URL
네, 젊은 나이에 한창 뭔가를 해볼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구요. 게다가 훌륭한 인재였구요. 세상엔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고 죽어가는 그들의 인생을 기억해주는 사회가 사실은 더 아름답고 좋은 세상인데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도 이 세상은 굴러가니까 참 얄궂죠.

서니데이 2017-01-26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컨디션 2017-01-27 19:17   좋아요 1 | URL
설연휴가 시작되었네요. 서니데이님도 연휴 즐겁게 보내시구요,

올 한해도, 밝게 맑게 따뜻하게 빛나는 서니데이로 남아주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변신.선고 외 을유세계문학전집 72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태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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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지금 이 책의 완독을,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의 거리, 그러니까 그 놈의 완독을, 불과 몇 미터 아니 몇 센티 아니 몇 페이지 남겨두고 있다. 완독하지 못한 채 리뷰를 쓰는 일의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어떤 죄책감도 내게 통하지 않으리라는 막무가내식 막무가내가 막무가내로 달려들면서 나를 한량없이 기쁘게 한다.


2. <선고> <변신> <유형지에서>까지 차례대로 읽고 나니 어느덧 146쪽에 이르렀고, 그때 벌써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주파했다는 자부심으로 심장이 뜨겁게 차올랐다. 전력질주는 아니었다. 그런 걸 용납할 리 없다는 지레짐작으로 지레 겁을 먹었더니 전력질주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만 용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용을 썼고, 용의 콧구녕은 코빼기도 안보였고, 결국 용의 주도면밀함에 압사당할 뻔한, 뻔한 추억에 기대어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데, 나 참. 제일 유명하다는 명승지를 나름 한바꾸 휘돌았으니 이젠 나머지 잔챙이(?)들 몇 군데만 찍찍 밤무대 스텝을 밟듯이 하면 되겠다, 침을 퉤퉤 뱉으며(사실과 전혀 무관한 진술을 제가 하고 있어서 무척 놀랍군요)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 걸. 사람 주저앉히는 재주가 있었네? 이 카프카가?(사실과 다르게 놀라는 척을 하다니 무척 가증스럽군요)


3. <신임 변호사> <시골의사> <관람석에서> <낡은 책장> <법 앞에서> <자칼과 아랍인> <광산의 방문> <이웃 마을> <황제의 전갈> <가장의 근심> <열한 명의 아이들> <형제 살해> <어떤 꿈> < 


꺼,꺽쇠는 여기까지. 읽은 단편들 단편단편을 말하기 위해 줄기차게 꺽쇠를 꺽다보니 꺽쇠를 앞에 두고 그만 꺼,꺼억 신물이 올라온다(이런 웃기지도 않을 말장난을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나니 어머나 비슷한 증상이 올라오네요. 이건 좀 놀라운 일이군요)

암튼 여기까지 읽었고, 리뷰에 착수하면서 든 생각은 여기까지만 읽겠다가 되었다. 좋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세 개의 단편 <학술원 보고> <최초의 고뇌> <단식술사>를 마저 읽는다 해도 내 선에서 해결되는 건 없다. 돌아서자마자 까먹을(아니 처음부터 이해불가였다) 내용을 읽는다는 건 인내심 함양도 조달도 독려도 뭣도 아닌 그냥 시간낭비일 뿐이다. 아주 멋대로 판단하고 혼자 좋아하는 단계에 온 걸 보니 대견하다. 진심.


4. 자, 이제 카프카의 대표작을 읽었으니 카프카는 어떤 인물인가. 역자 해설(합리성 너머의 세계에 대한 탐색)을 읽었다. 과연 속이 좀 풀리는 듯 했다. 좀 배웠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놓을 수 있는 그저그런 일반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나에겐 통했다. 내 속이 어지간히 풀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뜻이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신열에 들떠 마구 지껄이는 헛소리가 바로 카프카의 세계,라고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점잖은 교수가 그렇게 말하면 안되기 때문에 그랬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보다 막중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아니, 카프카의 영향을 받은 세계적 작가들을 즐비하게 거론하면서,(어디 세계적 작가 뿐이겠는가. 세계적 철학자, 사상가들도 있다고 하니) 그렇게까지 막 나갈 수는 없었으리라. 카프카를 떠받치는 문화역사적 조류와 그 파장이 일으킨 막대한 영향력이 기정사실이라는 전제에 발 묶인 객관적 서술을 하다보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존중은 당연한 미덕임이 분명하지만 존중이 지나치면 어디선가 무언가는 존중받지 못하는 구석진 그늘이 생기게 된다. 카프카적 세계가 일으킨 거대한 물결을 잘도 타고 넘나든 세계적 문인들과 사상가들의 세상에 꼽사리 한번 못 끼고 죽을 것만 같다고 해봤자 어차피 난 죽지도 않는다. 그런 걸로 죽고 싶으면 내가 오늘날 이렇게 시덥잖은 독수리 타법 앞에 어쩔어쩔 하면서 살고 있진 않을 테니까. 


5. 카프카 연보를 읽었다. 읽을 것도 없지만 꼼꼼히 이 잡듯이 읽었다. 1883년에 태어나 1924년 폐결핵으로 생을 마감하기가지 그는 네 명의 여자와 썸(씽 스페셜)을 탔다. 맨처음에 만난 여자는 펠리체 바우어. 그녀와는 두 번의 약혼 과 두 번의 파혼을 한다. 그러다 1918년이 되지 율리에 보리체크를 만난다. 이듬해 1919년 그녀와의 약혼이 있고, 같은 해 밀레나 예젠스카라는 저널리스트를 만났는지 어땠는지는 모르나,(아 만났으니 그녀에 의해 몇몇 단편이 체코어로 번역되었다고 나오지) 아무튼 그 다음 해인 1920년 율리에 보리체크와 파혼하고 밀레나 예젠스카를 만난다고(또 만났네 또 만났어) 연보에는 나와있다. 그리하여, 여기가 끝이냐 하면 끝이 아니다.  그로부터 3년 뒤 1923년에 도라 디아만트를 만난다고 되어있다. 만나서 베를린으로 이주했다고 나온다. 참고로 그가 폐결핵 진단을 받은 해는 1917년이다.  


6. 이상으로, 카프카는 카프카적 글쓰기를 했고 카프카식 사랑을 했다고 봤을 때, 그리고 대략(?) 41년의 짧다면 짧은 생을 살았다고 봤을 때, 그리고 또 '노동자 재해 보험국'에서 1908~1922년 은퇴하기까지 낮에는 생계를 꾸리고 밤에는 글을 쓰면서 근면하게 살았다고 봤을 때, 그리고 그 사이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 때 '직장 필수 인력'으로 징집에서 제외된 사실로 봤을 때, 그러니까 이 모든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카프카는 참으로 열심히 잘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카프카가 있기까지 이러한 사실에 입각한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나는 조금도 놀랍지 않다. 다만 놀라는 척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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