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착한 부자들 -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나눔' 상상의집 지식마당 5
서지원 외 지음, 박정인 외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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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내게 많은 재산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 살 것 같은데 진짜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은 더 가지기 위해 욕심을 부린다. 단순히 욕심을 부리고 재산을 더 늘리기 위해 정당하게 노력한다면 그나마 낫지만  변칙을 해서라도 더 갖기 위해 물불 안가리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해서 씁쓸하다. 지금 내가 가진 게  별로 없어서 이처럼 이상적인 생각을 할 뿐이지 나도 가진 게 많다면 그렇게 되려나. 설마, 그렇지는 않으리라 낙관해 본다. 나눠주는 걸 좋아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고방식을 결정짓는 데는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즉, 다른 사람과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교육받고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무턱대고 욕심부리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려서부터 그런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의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부하면서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이름으로 재단을 설립한 사람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나눔을 실천한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는 가진 게 많지만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외국의 사례보다는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더 많은데, 그간 기부하면 나도 모르게 외국의 사례를 먼저 떠올린 것을 생각하면 의외였다. 타인능해를 실천했다는 운조루의 주인인 류이주와 형제들이 모두 전 재산을 독립운동 하는데 썼던 이회영, 그리고 요즘 상당히 주목받고 있는 안철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운조루와 타인능해 이야기는 알았어도 그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기회에 잘 기억해 둬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회영에 대해 관심 갖고 있던 터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 괜히 뿌듯하다. 가진 걸 내놓더라도 최소한 자기가 먹고 살 건 남기는 게 보통이건만 이회영 가족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조심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부자들에게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적어도 현재는 그렇게 보인다.) 과거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니 그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아니, 사실 여기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현재 가진 사람들이 워낙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그런 고정관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나눔의 소중함과 가치, 그리고 나눴을 때의 기쁨을 가르친다면 우리의 미래도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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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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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친밀하고 서로 의지가 되어야 할 사이인 형제자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바람일 뿐, 정작 본인들은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한다. 나와 동생들도 그랬던가? 글쎄, 나는 다른 형제들과 워낙 나이 차이가 많이 났고 사정상 그럴 필요가 없었던 듯하다. 그렇다면 내 아이들은 어떨까. 둘째가 누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누나가 없었으면 심심할 뻔했다거나 동생이 있어 다행이라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사이가 나쁘지만은 않은가 보다. 어렸을 때는 심하게 싸우더라도 점점 자라면 서로 의지하는 게 형제 아닐까. 이 책에서처럼 그토록 싸우고 상처가 깊은 경우는 소설 속에서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작가가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고, 간혹 아이들이 형이 맨날 때려서 괴롭다고 이야기하던 중학생을 떠올리면 주변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일 같기도 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가족간의 갈등이 의외로 많은가 보다. 명절이나 큰 일이 있을 때 만나면 꼭 싸움이 일어나는 형제들을 보면 모르긴 해도 내재된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그만 이유로도 감정이 격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어른이 되어 서로 독립했어도 어렸을 때의 풀리지 않은 문제 때문에 서로 울고불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면 응어리진 것이 풀려서인지 그 후로는 좀 더 친해진다고 한다. 강민과 강수가 서로의 속마음을 드러낸 후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상처가 될 만한 것은 감추려고 하나 보다. 그러나 그렇게 감추면 감출수록 무의식에서 자리잡고 있다가 어느 순간 꼭 나오고 만다. 예전의 그 크기 그대로 나오면 다행이지만 때로는 훨씬 커져서 나오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여파를 몰고 온다. 만약 강민이와 강수가 아빠와 함께 조금이라도 대화를 했더라면 그 지경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최미나도 진작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했더라면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나 또한 여기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표현하는 건 서툴지만 적어도 내 감정이 어떤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알기 때문에 무조건 남 탓(남편 탓은 종종 하지만)을 하거나 다른 감정에 속지는 않는다. 이러기까지 의사소통 수업을 받고 그와 관련된 책도 읽고 생각도 많이 했더랬다. 즉 결코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책을 읽으며 강민이 아빠가 처음에는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상담을 받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이 시대의 보통 남자들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대개, 특히 남자들은 그런 것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거나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데 강민이 아빠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우리도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강아지를 키운 지 6년이 되어 간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난리 친 집안을 정리하는 일은 둘째의 몫이다. 그래서 가끔 강아지가 밉다고 때리거나 면박을 준다. 특히 가끔 볼 일을 엉뚱한 곳이나 책에 보기도 하고 베란다의 화초들을 초토화시키면 방으로 슬그머니 데리고 간다. 그러다가 금새 강아지를 안고 돌아다닌다. 아마 화 내고 때린 것이 미안해서일 게다. 식구들이 집에 돌아오면 문 앞에서 기다리고 누가 둘째를 건드리기만 해도 으르렁대며 난리를 친다. 강민이네 찡코처럼. 남편은 강아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강아지 얘기를 종종 한다. 마치 강민이 아버지가 찡코를 챙기지 않다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는 것처럼. 하물며 강아지에게도 이처럼 정이 들어서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지는데 자식은 오죽할까. 이처럼 어느 순간 강민이 아버지에 나를 이입해서 읽고 있다. 자식이 못된 일을 저질러도 포기하지 못하는 게 부모의 마음 아닐런지. 그래서 자꾸 잔소리를 하는 건데 방법이 잘못 되다 보니 서로 오해가 생겨서 결국 가족끼리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된다.

 

  강민이가 찡코를 죽였다고 했을 때, 이건 소설이니까 이처럼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지 실제 일이라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아무리 동물이라도 생명을 이렇게 가볍게 취급해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동물이라도 동물을 죽였는데 그런 걸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 의문은 나중에 풀렸다. 그럼 그렇지. 최미나씨의 경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니까 그런 설정을 해도 괜찮지만 청소년인 강민이가 그러기엔 아직 우리네 인식이 그리 포용적이지 않은가 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하는 나조차 마음이 찜찜했으니. 여하튼 찡코가 돌아오고 강민이네 가족이 폭력의 고리로부터 벗어나고 미나씨도 오빠와의 응어리를 풀 것임을 암시해서 책을 덮을 때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다만 우리네 책에서는 왜 항상 무거운 이야기만 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무거운 주제라도 위트있고 담담하게 풀어갈 수는 없는지, 결국 해결해 주는 건 왜 어른들이어야 하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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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어린이 1~9 세트 - 전9권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양진희 외 옮김, 카트린느 뫼리쓰 외 그림 / 상수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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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어서 아이에 대한 기대도 처음에는 건강하기만 될 것 같다가도 막상 그것이 충족되고 나면 공부를 잘 하길 바란다. 요즘처럼 학교 폭력문제가 대두될 때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에 초첨을 맞추지만 마찬가지로 친구랑 잘 지내면 이왕이면 공부도 좀 잘 하길 기대한다.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고? 나도 이 나라의 평범한 부모로서 그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잘 알 수밖에 없다. 또한 누구나 말한다.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는 인성을 먼저 길러야 한다고. 공부 잘 하는 애들은 이기적이고 버릇이 없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대부분 그런 생각에 동의하던데, 왜 그처럼 이기적인 아이들이 있는 것일까. 그건 바로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원인은 또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기본적인 물음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철학적인 질문들을 간과했기 때문이지 싶다. 거창한 철학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올텐데 그러질 않는다. 하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더라도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어이지기 어려운 주제이긴 하다. 큰아이도 집에서 보기에 상당히 이기적이고 얄미운 것 같아 걱정돼서 그런 류의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자신의 문제점도 알고 있고 어느 것이 옳은지도 알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아무 생각없이 지나친다 해도 그다지 문제 될 건 없다. 행복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그냥 주어진 대로 행동하고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으면 될 테니까. 그러나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의 문제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두가 합의한 법이나 규칙은 지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따르라는 이야기와는 다른 것이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현명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은 던져야 한다. 우리의 교육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상당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철학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도 그와 관련된 책을 권해주고 싶어 찾아보니 의외로 철학적 문제를 다룬 책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와 관련된 책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그러니까 나도 그러한 문제에 관심을 제대로 갖지 않았다는 얘기니까. 그런데 안타까운 건 그러한 책들이 아이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별로 재미도 없다는 것이다. 뭐, 철학적 물음에 재미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일단 재미있어야 책을 집어드니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은 재미있을까. 만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씩 자아를 생각하고 주변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의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어른이 아이에게 가르치듯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상반되는 문제들을 제시하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또한 기존의 방식대로 순응하며 사는 게 아니라 매 주제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라고 권유하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길게 설명하지 않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것도 마음에 들고. 동화 형식으로 되면 읽기는 쉽겠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는데 반대로 이 시리즈는 읽기는 조금 힘들어도 생각하기에는 좋게 되어 있다. 이런 책은 혼자 읽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여럿이 읽고 토론하기에 적합하겠다. 다만 이런 책의 가장 취약점인 '과연 아이들이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여전히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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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뭐예요? - 초등 4학년 국어활동 3 교과서 수록 도서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3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양진희 옮김, 프레데리크 레베나 그림 / 상수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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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가끔씩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어서 좋겠다며 부모를 부러워한다. 그만큼 자유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유가 많은 것은 사실일지 모르나 그만큼 책임도 많아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게다.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대신 그에 따르는 책임까지 온전히 내 몫이 되는데 그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하긴 나도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을 했지 싶다.

 

  당연히 주어졌기 때문에 너무 쉽게 생각하는 자유에 대해 조금이라도 깊게 생각해 본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오로지 게임 실컷 못하고 마음껏 놀지 못하기 때문에 자유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지 진짜 자유가 없어서 힘겨운 삶을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진 못할 것이다. 그나마 가장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 내 자유와 남의 자유가 서로 대립할 때 누구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느냐 정도가 아닐까 싶다. 흔히 '내 맘이야'라며 싸우는 아이들을 보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며 우기는데, 정말이지 대책이 없다. 그런 아이들한테는 네 자유가 소중한만큼 다른 사람의 자유도 소중한 것이라고 아무리 설명해 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그럴 때 이런 책을 내밀거나 여기에 나온 문제들을 근거로 이야기를 펼치면 조금 낫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도 자유가 상충되는 경험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앞부분의 내용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런 질문을 함으로써 더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다 보면 그로 인해 내 자유가 방해받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또한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을 깨닫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해준다. 자유, 소중한만큼 지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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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이란 무엇일까요?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8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박광신 옮김, 클레망 드보 그림 / 상수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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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과 악은 철학자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고민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성선설을 주장한 철학자가 있는가 하면 성악설을 주장한 학자도 있었다. 도대체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이길래 이토록 오랜 기간 동안 인류는 그에 대해 고민하는 것일까.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다고 말하기에는-비록 그것이 사실일지라도-무책임해 보인다.

 

  오히려 어린 시절에는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해 보인다. 그러다 차츰 자아가 생기고 타인과 교류가 생기면서부터 둘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을까. 특히 어른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나쁜 일을 사주받았을 때는 그것을 이야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토론도 하곤 한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찬가지로 친구가 물건을 훔칠 때 그것을 도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에도 보통의 경우는 돕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아는 것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데, 그렇다고 그걸 다 받아들이고 포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만약 평소에 그런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자기만의 기준을 세운다면 좀 더 현명한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고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런 책이 필요하리라 본다.

 

  여러 질문을 하면서 그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이야기를 하다가 정리를 하는 방식인데 그 중에서도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무지 마음에 든다. 이를 테면,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법이란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 법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가 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고(이 부분은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다.), 세상에는 정당하지 않은 것도 있다는 사실을 보기 위해서(어린이 책에서 이처럼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라던가 법이 항상 완벽한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에서는 이거 어린이 책 맞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개 어린이 책에서는 법은 모두의 약속이니까 꼭 지켜야 한다던가 바꾸려면 (어른들이)서로 협의해서 바꿔야 한다는 등 어린이를 주체로 보지 않는데 여기서는 어린이를 주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너희들이 이런 걸 알아야 나중에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지금 이 시리즈의 책을 하나씩 읽고 있는 중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부분에서 눈길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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