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바닷가의 하루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김수연 지음 / 보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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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우리 그림책을 만났다. 책을 처음 받자마자 훑어 보고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밀어 두었던 책을 오늘 아침에서야 찬찬히 넘겨봤다. 처음에 읽을 때 중간 부분까지는 그냥 술술 넘아가다가 그 이후부터 조금 생각할거리가 있는 듯해서 미뤄두었던 참이다.

 

  먼저 목판화의 나뭇결을 바다로 연결시킨 게 눈에 들어온다. 겉표지는 무심코 넘기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장에서야 나뭇결이 보인다. 목판화라도 어떤 것은 나뭇결이 느껴지지 않게, 그냥 부드럽게 표현되던데 이것은 나뭇결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도 바다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썩 마음 편치만은 않다. 일단 눈먼 어부가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아온다고 하니 이들의 험난한 인생이 느껴져서일 게다. 어부를 따라가는 강아지 한 마리는 보기만 해도 정겹고 귀엽고, 눈먼 어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게 느껴진다. 둘은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천진난만하게 뛰어가는 강아지의 모습과 뒤에 어부의 고기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그물을 쳐놓은 곳까지 늘어선 줄을 따라가는 어부와 그 어부를 일정한 거리만큼만 앞서가는 강아지. 강아지들은 주인을 앞서가면서도 시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뛰어가다가도 꼭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럴 때 일부러 다른 길로 접어들면 다시 되돌아오곤 한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우리집 강아지도 어느 정도 가다가는 꼭 뒤를 돌아본다. 어부의 강아지가 꼭 그 모습이다.

 

  새가 그물을 물고 날아가자 그것을 지키기위해 애쓰고 결국 어느 순간 새가 되어 날아가고 있는 강아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다 물속으로 뛰어들어 어느 순간 물고기가 되어버린 어부. 기껏 그물줄을 찾아와 보니 커다란 물고기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주인을 만난 강아지는 주인과 함께 그물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어, 그런데 그물에 신경쓰다 보니 물고기를 놓쳐버렸다. 어부의 식량이자 유일한 돈벌이일 텐데,하고 안타까워하는 순간 어망에 들어있는 물고기가 보인다. 다행이다. 물고기가 언제 거기 들어갔는지는 모르나 도망가지 않아서.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며 보니 어딘가 달라졌다. 분명 어부는 노란 모자에 노란 장화, 강아지는 빨간 목줄에 빨간 뒷다리였는데 나중에는 둘이 반반씩 섞여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어갈 것이다(내가 이해한 부분은 여기까지다). 내일은 또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겠지. 그리고, 그것이 삶일 테고. 특별한 사건이 없는 듯한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가슴 뭉클하고 흐뭇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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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고양이 시계 큰곰자리 6
고재현 지음, 한지선 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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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전부 볼 수 있다면 오해가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아니, 전부를 보진 못하더라도 내가 보는 게 아주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만 해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어차피 나는 여기에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없으니 내가 보고 듣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그래서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 책의 주인공들은 남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 과거의 어떤 시간으로 되돌아가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 현실에서 별 다른 고민이 없는 상태에서 과거로 돌아갔다면 거기서도 별다른 깨달음을 얻진 못했을 것이나, 언제나 그렇듯 현실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딱 그 문제와 관련된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니까 현재의 고민거리가 된 출발점이라고나 할까.

 

  매일 힘없이 누워만 있는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던 희주가, 엄마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했던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나 왕따를 당하는 현재의 원인이 된 시점으로 돌아가 과거를 바꾼 세은이 이야기 등 여기서는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과거로 돌아가서 아주 살짝 물줄기를 틀어서 현재를 바꾼다. 커다란 현재의 내가 과거로 돌아가 어린 자신의 일에 개입하는, 조금은 타임머신의 규칙에 어긋나는 듯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안심이 되기도 한다. 현재를 바꿀 수도 없는 과거로 돌아가면 그냥 상황을 이해하는 것 외엔 다른 소득이 없어서 아쉬웠던 참이다.

 

  네 명의 아이들은 각기 현재의 가장 걱정거리이자 불만거리가 생기게 된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이해의 폭을 넓혔다. 만약 현재(혹은 현실)에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물꼬를 틀어야할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 그건 아이건 어른이건 간에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말은 이렇게 쉬운데, 행동은 참 어렵다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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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만났어요 - 겨울 계절 그림책
이미애 글, 이종미 그림 / 보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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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눈 때문에 고생을 했다. 12월 중순까지 하는 일이 있어서 제발 그때까지만 눈이 오지 않길 그렇게 바랐건만 그걸 일부러 알기라도 하는듯 엄청난 눈이 내렸다.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와야 제맛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아무 걱정 없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나 눈이 소복이 쌓인 살구나무가 예쁘긴 했다. 눈 치우러 나갔다가도 애나 어른이나 서로 사진 찍고 장난치는 걸 보면 눈에게는 사람을 동심으로 이끄는 뭔가가 있는가 보다.

 

  솔직히 난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추위를 많이 타서 밖에 못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안에 앉아서 이처럼 겨울을 노래하는 책을 읽으니 그 정취만은 마냥 좋다. 그리고 더불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주인공처럼 그런 눈썰매는 없었어도, 주인공처럼 그런 방패연을 날리진 않았아도, 주인공처럼 눈이 올때 산속에 들어가진 않았어도 시골에서 눈이 내렸을 때의 온통 하얗게 뒤덮인 산과 들은 뭔가 신비감마저 자아냈다. 어린 시절에 그런 걸 느꼈다는 게 아니라 지금 생각하니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는 얘기다. 당시는 그냥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다.

 

  겨울이 안내하는 곳을 따라다니며 겨울을 실컷 즐기는 아이. 처음에는 연을 날리려고 방패연을 들고 나갔지만 겨울은 꼬마 아이에게 눈까지 선물해준다. 겨울은, 겨울이 이런 것이라고 안내하듯이 곳곳에 흔적으로 남겨두고 때로는 자연의 섭리를 일러주기도 하면서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즐긴다. 언덕에서 연을 날린 아이는 줄을 끊었나 보다. 얼레만 손에 든 채 이제는 겨울에게 자신의 썰매를 자랑하며 언덕을 단숨에 내려와버린다. 만약 겨울이 눈을 선물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하루 종일 겨울과 함께 다녀서 정이 들었기 때문인지 꼬마는 겨울에게 집에 같이 들어가자고 하지만, 겨울은 정중히 거절한다. 대신 꼬마는 겨울이 내일 다시 올 것임을 확신한다. 그러면서 이처럼 재미있는 친구라면 내년에도 또 초대해야겠다고 결심한다. 매년 그맘때면 돌아오는 계절을 '초대'하겠다니,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이 그림책은 한 편의 시 같다.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림책에서 글이 이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보긴 참 오랜만이다. 눈 온 숲 길을 걸어가는 모습에서는 <부엉이와 보름달>의 분위기가 느껴졌고 겨울과 함께 돌아다니다 집으로 초대하는 모습에서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나그네의 선물>이 떠오른다. <나그네의 선물>에서 집으로 데리고왔던 나그네가 떠나니 그제서야 깊은 가을이 왔지, 아마. 설정이야 다르지만 겨울을 의인화해서 표현한 것이 비슷하게 느껴졌나 보다. 여하튼 겨울이 깊어가는 어느 날, 멋진 그림이 있는 시 한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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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와 두 할아버지 동화는 내 친구 70
해리 벤 지음, 이유림 옮김, 멜 실버먼 그림 / 논장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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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장의 이 시리즈는, 참 좋아하는 책이지만 요즘의 아이들에게 선뜻 추천하지 못하는 책이기도 하다. 독서를 많이 하는 아이들에게는 주저없이 추천하지만 당장의 재미와 흥미만 좇는 아이들에게는 괜히 타박만 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책이지만 전개가 느리고 커다란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어 밋밋하기도 하다. 물론 전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간혹 아주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책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쪽일까. 아마 내가 보기에 괜히 잘못 권했다가 '재미없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다시 돌려받기 딱 좋은 종류가 아닐런지. 하긴, 아이들은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서 무지 재미있었다며 들고 올 가능성도, 있겠지만.

 

  우선 이 책을 읽으려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시대를 감안해야 한다. 처음에 시대적인 것은 감안했지만 문화적인 차이를 무시하는 바람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이 꽤 있었다. 아무리 친척이라고는 하지만 파블로를 별다른 고민없이 실반 할아버지에게 딸려 보내는 일이라던가 실반 할아버지의 말도 안 되는, 그야말로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도 파블로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을 보며 어리둥절했다. 길에서 만난 이리스 아줌마가 파블로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을 주기로 한다던지 돈 프란시스코 할아버지가 친척인지도 몰랐던 친척인데 나중에 파블로가 공부할 수 있도록 나서는 등, 중간에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이 생략된 것 같은 전개가 당황스러웠다. 앞뒤 전개가 논리적으로 타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 것일 게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중간의 그런 것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50년대에 씌어졌으며 경제적으로는 궁핍하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을 무대로 한다는 사실이 다른 것들을 상쇄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으며 그 자리에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면, 실버 할아버지나 돈 할아버지의 경우 가끔 밉기는 하지만 결코 싫어할 수 없다. 파블로가 읍내로 가게 된 이유가 글을 배워서 편지를 읽기 위한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편지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오로지 파블로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만 남았다. 중간중간 실반 할아버지가 속임수를 쓰거나 계략을 꾸밀 때도 파블로가 모두 알면서도 그걸 따지지 않고 현명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사람의 모습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잘못을 당장 따지거나 바른 말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모른 척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그것을 어린 파블로는 스스로 터득하고 혼자 결정한다. 비록 글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삶의 지혜를 배운 것이다. 듬성듬성 사건을 이어가는 것 같지만 그런 것들이 내용을, 독자의 마음을 풍부하게 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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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에 햇살 냄새 난 책읽기가 좋아
유은실 지음, 이현주 그림 / 비룡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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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식사 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한 분이 '~라도 잘 하니 다행'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 이 책의 지수가 생각났다. '도'라는 글자 하나에 따라 어감이 이처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물론 지수가 말하는 '도'와 위에서 이야기한 '도'는 다르지만 매번 '도'를 남발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걸 듣는 것도 괴롭긴 하겠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지나가다가 어김없이 만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하는 사람들이다. 그럴 땐 바쁜 척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치는 게 상책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에서 도를 찾는 아이가 있다니 도대체 어떤 아이일까.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도'가 아니다. 역시, 유은실 작가는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독자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이 작가는 너무 평범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문제라'도' 재미있는 소재로 승화시킨다고나 할까. 게다가 현실을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비관하지도 않는다. 보통 같으면 지수가 변한다거나 현우가 마음을 바꿔서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다음 날을 맞을 테지만 얘네들의 상황에서는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아니다. 상황은 안 바뀌었어도 마음은 바뀌었다. 지수랑 짝하기 싫어서 짝 바꿔 달라고 말하고 싶다던 현우가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마음이 바뀌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그걸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때로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감수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대단한 발전이다.

 

  '어린이는 역시 어린이다'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웃지 않을 수 없다. 동생이 태어난 걸 시샘해서 미워하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동생을 걱정하는 모습의 <백일 떡>, 햇볕이 잘 안드는 집에 살지만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밝은 햇살을 쬐는 표제작, 그리고 가장 웃기면서도 아이다움이 잘 드러난 <기도하는 시간>은 모두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 그대로다. 나를 비롯한 어른들은, 흔히 반지하에 살고 가정환경이 썩 좋지 않아 보이는 아이는 마음도 어둡고 삐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림이가 마음 다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며 읽는다. 그러나 예림이는 참 잘 크고 있다. 계속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실 저학년 동화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곤 한다. 그러다 《멀쩡한 이유정》 같은 책을 읽으면 무척 뿌듯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역시 뿌듯한 책 읽기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기도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별로라고 생각되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읽을수록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그 후로 싹 잊어버리는 것보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게 여겨지는 작품이 진짜가 아닐까 싶다. 여하튼 유은실 작가의 책을 만나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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