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클래식 보물창고 18
알베르 카뮈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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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문학고전에 맛을 들였던 지난 겨울부터 읽기 시작했던 책 중에 마침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가 있었다. 사실 언젠가부터 문학에 흥미를 잃은 후로 그냥 작가 이름과 제목만 들어봤을 뿐 읽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책을 고른 기준이 '유명한 작가의 책'이었더랬다. 누가 보면 참 무식해 보일지 모르는 방식이지만 그렇게라도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게 어디냐고 위안을 해본다. 그래서 까뮈의 <페스트>를 읽으면서도 그를 유명하게 해준 <이방인>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지금까지도 그 많은 사람들이 까뮈하면 이방인을 자동으로 떠올리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읽은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어땠느냐고 묻는다면, 참 이상하다고,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낯설기도 하고 겉도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고 싶다. '이 소설은 작품 자체가 이방인이다'라고 한 사르트르의 말이 어렴풋이 이해된다고나 할까. 흔히 소설을 읽으면 등장인물 중 하나에게 나를 대입해서 나도 모르게 일희일비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끝까지 인물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만든다. 특히 주인공은 그 어떤 독자도 자신에게 동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듯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자신조차도. 자신의 일을,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면서도 마치 다른 사람의 것인 양 말하는 방식이 정말 낯설다고나 할까.

 

  1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만 하고 있는데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무미건조한 주인공의 삶을 나열하고 있어서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셨고, 장례식에 가서도 의례적인 일을 기계적으로 하고 돌아온 주인공을 보면 감정이 없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비인간적인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언론을 장식하는 사이코패스랑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게다가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고도 변명하려 하지 않는다거나 마치 남의 재판 구경하듯 하는 행동은 상식적으로 낯선 사람의 모습이다. 즉, 이방인의 모습인 셈이다. 어디에도 적극적으로 속하지 않는, 속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주인공 뫼르소가 결국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죄가 아니라 사회적 관습법을 무시한 다른 죄목으로 사형당하는 모습 또한 이방인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뫼르소의 친구들이 모두 그를 변호하기 위해 애쓰는 걸 보니 뫼르소가 잘못 살지는 않은 듯하다. 곳곳에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품고 있어서 여전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분석된다는 까뮈의 <이방인>. 사르트르는 뫼르소에게서 까뮈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뫼르소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거창하게 해석했던데, 문학에 문외한인 나는 그저 참 낯설고 독특한 주인공을 만난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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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천국, 쿠바를 가다 - 세계적 교육모범국 쿠바 현지 리포트
요시다 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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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원어민 교사가 캐나다인이었다. 학교측의 배려로 학부모들도 원어민과 영어공부를 할 수 있었는데 그때 원어민이 한국의 어린이들이 각자의 교실을 스스로 청소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단다.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생활했던 것을 그들이 보기에는 독특한 교육으로 보였나 보다. 그 이야기를 큰아이에게 했더니 대뜸 이런다. "직접 해보라고 그래!" 내 딴에는 우리 교육 방식이 서구의 개인주의적인 것보다 훨씬 낫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던 건데 완전 빗나갔다. 남이 보기에 교육적이고 획기적인 일도 당사자가 느끼기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날이었다. 오죽하면 5년이 지났는데도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날까.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높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교육수준이 높고 성취수준도 높지만 만족감은 낮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꼭 따라붙는 이야기가 있다. 교육은 백년을 바라보고 계획해야 하는데 책임자(장관이 됐든 교육감이 됐든)가 임기 안에 성과를 내고 싶어하기 때문에 졸속으로 진행해서 그렇다는 비판 말이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왜곡하는 열혈 학부모가 있는 한 변하기는 힘들다는 소리도 들린다. 모두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쿠바의 교육을 높이 평가하는 이 책이 무척 궁금했다.

 

  쿠바하면 체 게바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핵 위기도 떠오르고, 관타나모 기지며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구책으로 실시한 정책들이 오히려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도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저자도 지적했듯이 혁명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루어냈다고는 해도 어쨌든 독재를 했고 지금은 정권을 동생에게 물려주는, 상식적으로 보기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나라라는 점에서 과연 벤치마킹할 것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그 안에 있는 '교육'을 따로 떼어내 보자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찌보면 지금 우리가 가장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지나친 경쟁과 모든 것을 돈으로 가치를 매기려고 하는 모습을 슬기롭게 헤쳐나갔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점점 연대니 조합이니 하며 서로 모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던데 쿠바의 경우는 그것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 사실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쿠바처럼 급여가 그대로 나오고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시켜준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 얼마나 환상적인 정책인가 말이다. 그러나 어떤 논문에서 지적했다고 하듯이 아주 일부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밖에서 보기엔 이상적인 정책으로 보여도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헛점이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큰아이가 화내며 이야기했듯이. 오바마가 한국의 교육정책을 여러 번 언급하했던 사실도 그렇고. 원래 사람이란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법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교육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다른 나라의 정책에 대해 환상을 갖진 말아야 한다는 것 뿐이다.

 

  큰아이가 이 책을 보더니-비록 책을 읽진 않았지만-쿠바로 유학가고 싶단다.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쿠바는 못 사는 나라가 아니냐고 의구심을 갖길래 자초지종을 설명해줬더니 한 말이다. 우리는 어느새 의료나 문화, 복지와 같은 수준을 외부에 보여지는 그 나라의 경제력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 또한 자본주의의 폐해가 아닐런지. 실은 나도 쿠바가 의료천국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교육수준까지 높을 줄은 몰랐다. 그러나 생경한 지명과 연결되지 않는 이름들, 그리고 예를 든 것들이 일목요연하지 않은데다 숫자가 너무 많이 나열되어 집중하기 어려웠다. 인터뷰를 정리해서 시스템을 설명하는데 이용했더라면 이해가 쉬웠을 텐데 그냥 장황한 설명이 계속되어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야심차게 읽기 시작했다가 끝까지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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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해리는 아무도 못 말려 동화는 내 친구 5
수지 클라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프랭크 렘키에비치 그림 / 논장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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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차분한 아들을 키워서인지 유난히 극성맞고 분주한 아이들을 보면 적응이 안 된다. 그나마 이제는 그런 아이들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토록 극성맞고 말도 안 듣고 천방지축인 아이가 예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선생님들이 공부 잘하고 모범생인 아이보다 말썽부리고 힘들게 했던 아이들이 기억에 더 남는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사실 해리 같은 아이가 반에 있다면 그 반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것이다. 툭하면 여자 아이들을 놀리고 남자 아이들과 싸우니 말이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해리가 못된 마음을 갖고 먼저 시비를 거는 일은 거의 없다. 시드니와 싸우거나 복수하는 경우도 시드니가 먼저 놀렸기 때문일 뿐이다. 사실 공개적으로 놀리는데 그냥 넘어갈 아이가 얼마나 될까.

 

   먼저 해리의 장난을 나열하자면, 얼룩뱀으로 여자 아이들 놀래키기, 놀이할 때 진짜로 알밤 먹이기, 간지럽혀서 복수하기, 선생님께 드릴 컵케이크 몰래 먹기, 몽당 괴물 만들어 놀래키기(그런데 이건 전혀 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모두들 해리의 몽당괴물을 귀여워했으니까) 등등. 그런데 해리의 장난을 보면 모두 귀여운 것들이다. 몽당 괴물을 만들기 위해 교실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기도 하니까. 핼러윈 축제 때 변신한 모습은 또 어떻고. 추수감사절 연극에서 자기가 하기로 한 역할이 마음에 안들자 그걸 해결하는 방법도 기발하다. 정말 못된 아이라면 다른 역을 하겠다고 우기거나 아니면 아예 소극적으로 임해서 연극을 엉망으로 만들텐데 해리는 슬기롭게 해결한다. 좋아하는 여자 친구 때문에 친한 친구를 배신했다가 다시 화해하는 모습은 참 귀엽다. 이런 해리를 가끔 장난친다고 해서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도 해리를 좋아하는 것일 게다.

 

  이 책은 논장의 '동화는 내 친구'시리즈 5권이다. 그 시리즈를 예전부터 봐왔기 때문에 이제 나온 시리즈 번호일 리가 없을 듯하여 찾아보니 표지를 새로 바꾸고 다시 낸 것이다. 사실 재미있고 좋은 책인데 표지가 오래 되었거나 낡아서 아이들이 찾지 않는 책들을 보면 무척 안타깝다. 그런 책은 추천하면서도 자신이 없다. 분명 아이들이 옛날 책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처럼 새로 탄생하는 책을 환영한다. 독자에게 읽히기 위한 기회비용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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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명탐정 1 - 도깨비방망이를 찾아라!, 제2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성완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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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탐정은 수선스럽지 않으며 아주 작은 단서로 사건을 해결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니까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현장에 가서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는 것까지는 비슷하지만 명탐정이라면 대충 사람을 만나고 용의자와 실랑이를 벌이지도 않으며 싸움 같은 것은 더더욱 안한다. 다락방에 명탐정 사무소를 차린 건이처럼 말이다.

 

  첫 번째 손님인 도깨비 꺽다리와 함께 거울 속 도깨비나라로 들어간 건이가 알리바이도 모두 확실하고 작은 단서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는 도깨비 방망이 도난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모습이 명탐정으로서 손색 없어 보인다. 더우기 건이는 다른 사람에게 단서를 흘리지도 않아서(물론 작가의 솜씨지만) 독자는 건이가 사건을 해결한 후 설명해줄 때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도 못한다. 이런 방법은 셜록 홈즈가 잘 썼지, 아마.

 

  도깨비를 믿는 사람들 수만큼 도깨비들이 존재한다는 말이 왜 그리 가슴에 콕 박히는지 모르겠다. 도깨비들도 죽냐는 건이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나도 도깨비를 믿지 않는데, 그럼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도깨비들이 점점 적어진다는 얘기 아닌가. 갑자기 도깨비를 살리기 위해 나도 도깨비를 믿어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흔히 알고 있는 울퉁불퉁한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에 알맞도록 개성있는 도깨비 방망이도 좋았다. 처음에 건이가 도깨비 나라로 갔을 때 뿔 이야기 나오고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가 나오길래 일본 도깨비 오니를 그리는 게 아닌가 걱정하던 차였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또한 범인 도깨비를 용서해준다고 하자 규칙은 지켜야한다며 스스로 벌 받기를 자처하는 모습은 어린이들에게 좋은 모범이 된다. 물론 법치주의를 들고 나와서 자신은 안 지켜도 되지만 일반 시민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권력자들이 들먹이는 논리라면 사양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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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목탁 소리 보림 시그림책
한승원 글, 김성희 그림 / 보림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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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믿는 종교가 없지만 절에 자주 가게 된다. 아무래도 역사, 문화를 주제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많이 찾게 되는 곳이 절이니까. 불교에 대해 많이 알면 훨씬 재미있겠지만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지식으로 지루함을 면할 정도의 식견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목어에 대한 그림책을 만났을 때도 아는 것에 조금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되어 좋았는데 이번에는 목탁소리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절에서 나는 소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목탁소리일 테지만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풍경소리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며 나는 그 소리가 어찌나 맑고 청아하던지. 대신 목탁소리는 귀 기울여 듣지 않아서 좋은 소리와 그저 그런 소리를 구별하지 못하겠다. 이 이야기로 보건대 분명 목탁소리도 좋은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큰 절에서 스님 같지 않아 보이는 늙은 스님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목탁을 만드는데 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라는 이야기를 운치 있는 판화로 보여준다. 그런데 글을 따라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문득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든다. 곳곳에서 목탁을 사러 오기 때문에 신이 난 재무 스님이 한 달에 세 개를 만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다음에 그 문제를 풀거나 헤쳐나가는 어떤 과정이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니 말이다. 이야기에서 꼭 갈등이 고조되는 절정 부분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막상 그런 구성이 펼쳐지니 뭔가 맥이 빠진다. 앞부분의 이야기로 보건대 늙은 스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달에 한 개 이상의 목탁을 만들지 않을 거란 사실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지만 잔뜩 긴장을 시켜놓고 갑자기 늙은 스님은 자신의 나이도 생일도 모르고, 목탁을 깎을 때 관세음보살의 얼굴이라는 말이 나오니 좀 생뚱맞아 보인다. 분명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알겠는데 뭔가가 매끄럽지 않은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 이럴 때 사람들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며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거나 설명하지 못하는 이것이 조금은 해소될 텐데, 아쉽다. 당분간 참았다가 모임에 나가면 꼭 함께 읽어봐야겠다. 그림은 멋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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