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벼룩을 찾아라 이야기 보물창고 6
얀빌럼 판 더 베이떠링 지음, 이옥용 옮김, 자비네 빌하름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다닐 때 추리소설을 엄청 좋아했었다. 탐정이라는 직업이 멋있게 보이기도 했었다.(하긴 책대로만 된다면 진짜 멋있을 것이다.) 이 책 표지를 본 순간 탐정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했다. 우선 돋보기로 무언가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 증거요, 강아지가 파이프 담배를 물고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있다는 것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하는 탐정의 행동이라는 것이 두 번째 증거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내심 기대를 하며 읽어 내려갔다. 

오위겐 오윌레는 탐정이다. 표도르는 오위겐의 친구고... 그런데 지금까지 보아왔던 영미권 이름과는 어딘지 다르다. 알고 보니 작가는 네덜란드 인이란다. 그래도 아무튼 생소한 이름이긴 하다. 어쨌든 오위겐은 항상 표도르를 데리고 다닌다. 그런데 표도르는 언제나 뒤를 돌아본단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려고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손을 멈추고 그림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표도르는 오위겐이 끄는 트랙터에 고리를 걸어 끌고 다니게 만든 작은 상자에 들어 있다. 즉 어쩔 수 없이 뒤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시작부터 이러니 작가의 능청을 각오해야겠다. 

오위겐과 표도르는 트랙터를 타고 다니며 사건을 찾는다. 그러나 사건이라는 것이 쉽게 찾아지지 않는 법. 그럴 때는 주스도 마시고 파이도 먹는다. 밖에서 먹는 간식이라...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 같다. 드디어 사건 의뢰자가 나타났다. 코끼리를 탄 아하루다. 아하루는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스타 벼룩을 찾아야 한단다. 좀 있으면 공연이 시작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단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들의 대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아하루의 아빠는 임금님이란다. 그러나 오위겐은 전혀 거기에 토를 달지 않는다. 지금까지 어려운 사건을 몇 건이나 해결했느냐는 아하루의 질문에 오위겐은 어려운 것도 없었고 쉬운 것도 없었고,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고 대답한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사건을 해결한 적이 한 건도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하루 역시 오위겐의 말에 토 달지 않는다. 

이렇게 오위겐의 첫 번째 임무는 시작되었다. 오위겐과 아하루의 대화를 읽고 있노라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서로 엇나가는 이야기만 하고... 게다가 오위겐은 표도르의 멍멍 소리까지 통역을 해 가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셋의 이야기는 각자 반 박자씩 엇나가기만 한다. 그래도 셋은, 아니 둘은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탐문 수사부터 시작해서 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사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아하루의 말처럼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나중에는 표도르까지 없어져서 찾아야 하는 것이 둘로 늘어난다. 어디 그 뿐인가. 표도르 몸에 있던 벼룩까지 가세를 해서 일은 점점 꼬인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어른의 기준으로 보아서 사건이 꼬인 것이고, 오위겐은 그렇게 멍청한 탐정이 아닌가 보다. 결국은 아하루에게 벼룩을... 그러니까 서커스에서 공연할 수 있는 벼룩을 구해준 것이다. 물론 진짜 스타 벼룩과 이야기가 다 된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잠시 멍한 기분이 든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사건을 해결하긴 했는데 그게 맞나... 독자는 바쁘기만 하다. 글도 읽어야 하고 그림도 봐야 한다. 글에는 없는 이야기들이 그림에 훨씬 많이 있으니까. 아이들의 재치 있는 대화가 마치 생략과 은유가 많이 들어간 만화를 보는 느낌이다. 항상 아이들의 대화는 상대방의 질문 보다 반 발짝씩 앞서 있다. 그래서 반응이 더딘 어른들은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처음에 읽을 때는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별 재미를 못 느꼈는데 다시 한 번 읽어 보니 이게 굉장히 재미있고 언어유희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느낌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항상 시간적 순서에 따르고 공간적 이동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만을 보다가 이런 책을 보니 정신 없기는 해도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허, 이것이 읽을수록 재미있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기가 된 할아버지 책읽는 가족 52
문영숙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 중에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 특히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이나 시골 이야기, 그리고 이제는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치매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영원한 이별인 죽음을 다룰 때도 조부모가 많이 등장한다. 생명체라는 것은 모두 죽음을 종착지로 하고 있지만 되도록이면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죽음이다. 그러나 죽음을 인정한다면...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건강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큰 행운일 것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제목과 표지 그림만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간다. 저자의 경험이 녹아 든 이야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과장하거나 미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찬우네 가족은 그야말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옛 말에도 긴 병에는 효자 없다고 한다. 치매라는 것이 낫는 병도 아니고 단기간에 고칠 수 있는 병도 아닌 고약한 병이다. 당사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 주위 가족을 모두 힘들게 하는 것이 치매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 요즘에는 전문 요양 병원이 있어서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사회라는 것이... 

책에서도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찬우 엄마가 그런 병원으로 보내자고 하지만 찬우 아빠는 자기 아버지를 그런 곳에 보낼 수 없다고 강력히 반대한다. 물론 그럴 형편도 안 되지만 설령 형편이 된다해도 그건 아버지를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휴, 얄미워라. 남자들은 자신이 하는 것 아니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냥 이야기일 뿐인데도 내가 왜 열받는지 모르겠다. 결국은 엄마가 가출을 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아빠와 찬우가 하루를 경험해 보고서야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었나를 안다. 

결국은 고향 근처에 있는 요양원으로 가기로 하고 먼저 고향에 들른다. 고향이라고 해 봐야 지금은 물에 잠겨서 없어졌지만 말이다. 댐을 건설하느라 물에 잠긴 곳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여기저기 이사를 자주 다니는 도시민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 고향이지만 한 곳에서 사오십 년을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렇게 간단히 치부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거기서 찬우 가족은 잠깐 정신이 돌아온 할아버지로부터 징에 대한 이야기와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 울고 만다. 물론 나도 울었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게 된 식구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같이 지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1 라운드가 끝나고 잠잠하게 지내지만 치매라는 것이 어디 그처럼 만만한 것이던가. 나중에는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결국은 한 줌 재로 변해서 고향마을을 덮고 있는 물위에 뿌려진다. 가족들은 그동안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지만 잘 이겨냈고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찬우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서 천사가 아니라 인간임을 말한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찬우 엄마도 그랬고... 만약 찬우나 찬우 엄마가 할아버지를 다 이해하고 모든 것을 받아주는 효부 효자였다면 이처럼 공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암울했던 역사를 만날 수 있었고, 찬우 엄마 아빠를 보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딜레마를 읽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도 찬우 엄마와 같은 사람이 꾸며진 이야기 속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읽으면서 '나라면...' 하고 많이 대입해 보았다. 그래서 작가가 실로 대단해 보인다. 긴 세월 동안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모셨다는 것이. 지금은 나를 찬우 엄마에 대입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나이가 들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입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은 건강한 모습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따, 남의 일이 아니야 -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지침서 인성교육 보물창고 2
베키 레이 맥케인 지음, 토드 레오나르도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부모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이 왕따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무엇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신경쓰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친구 사귀었냐는 것이다. 따돌림이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더 무서운 어감인 왕따라는 말로 치환되었다. 사실 예전에도 따돌림이라는 것은 있어 왔는데 유독 요즘에 문제시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름 곰곰 생각해 보았는데 지금은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보고 듣는 것이 더 많아지는 반면 사회는 점점 개인주의로 흐르기 때문이 아닐런지... 내가 어릴 때는 우리 동네 뿐 아니라 이웃 동네, 심지어 사방 몇 킬로미터 이내의 어른들은 대부분이 알고 지내니 나쁜 짓을 해도 금방 부모님 귀에 들어가지만 지금은 이웃도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니 자기 아이에 대해서 그리고 남의 아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다. 실제로 집에서의 모습과 밖에서의 모습이 정반대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내 아이라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처음에는 너무나 직설적인 제목에 당황했다. 판형은 그림책인데... 그렇다면 대부분 은근슬쩍 화제를 던져 준다거나 여운을 남기며 끝내는 것이 보통인데 뭔가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목 아래를 보니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지침서'라고 되어 있다. 음... 목적이 확실히 드러나는구나. 그러면서 한 장 한 장 읽었다. 처음에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왜 지침서라는 말이 들어갔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감동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읽고 나면 마음이 환해진다. 또한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듯한 홀가분한 마음도 든다.

선생님이 안 보는 동안 몇 명의 아이들이 레이를 괴롭힌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모두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모른 척 하거나 여럿이 뭉쳐 있으면서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을 뿐이다. 화자인 나는 그 아이들을 말리려고 하지만 아니 말리고 싶지만 그런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말리러 가는데 여자 아이가 소매를 잡아 끄는 그림은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솔직히 말해서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상황이면 대부분이 그럴 테니까. 그러나 화자인 나는 결국 선생님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먼저 레이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못된 아이들이 괴롭히려고 하는 순간에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이 나타나서 현장을 목격한다. 여기서 그림이 재미있다. 한 아이는 레이의 공을 뺏으려고 하고 선생님을 발견한 아이는 차려 자세로 있으며 다른 아이는 선생님이 온 줄도 모르고 공을 뺏으려고 하는 아이의 등을 쿡쿡 찌른다. '야, 선생님 오셨어.'라고 하듯이. 그 후로 아이들 부모님이 학교에 와서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모든 일은 잘 마무리 된다. 

현실에서도 이런 풀이법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로 가해 학생의 부모가 더 큰소리 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만약 아이 반에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가 있다면 내 아이에게 그 친구에게 네가 친구가 되어주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왕따 문제를 최소화시키려면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학교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야만 한다고 본다.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노력해서 해결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이런 문제들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이 말을 생각하면 어떨까. 역지사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암리를 아십니까 책읽는 가족 53
장경선 지음, 류충렬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운명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나는 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것은 결정론적 관점에서 보는 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론적 관점에서 본 운명이든 처음부터 결정지어진 운명이든 이게 혹시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있었다.(뭐... 운명이라고까지 거창하게 이름붙일 필요는 없는 일이다. 다만 워낙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암리라는 곳은 그저 지역 이름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난 삼일절날 갔다 왔다는 말을 듣는 정도라고나 할까. 헌데 며칠 전에 집으로 오는 중에 이정표를 보면서 오느라 유심히 살폈더니 제암리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거리도 14킬로라니 멀지도 않았다. 이곳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주변 도로를 모르는지라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제암리가 비로소 가깝게 다가왔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지나서 이 책을 보게 된 것이다. 혹 이런 것이 운명 아닐까...

그리고 책을 읽기 전에 휴일이 끼어서 제암리를 갔다 왔다. 제암리 유적지라는 표지를 보고 따라가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궁금할 만하면 다시 이정표가 나오곤 했다. 마지막에 잠깐 헤매긴 했어도 유턴하는 일 없이 찾아갔다. 제암리로 들어가는 길은 지금까지 달려 왔던 길과는 달리 아주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비록 지금은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큰 도로가 났지만 1919년 당시는 정말 시골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찾아간 제암리에서 영상물과 자료들을 보면서 삼일 운동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이 얼마나 부분적이고 얕은 것이었나를 느꼈다.

제암리는 전체 33가구 중 2집만 빼고 모두 안씨 성을 가진 전형적인 씨족 마을이었다고 한다. 책에서 연화네가 안씨인 것이 바로 그런 이유다. 비록 못 먹고 힘겹게 살지만 서로를 위할 줄 알고 또 옳은 행동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민초들이 일으킨 작은 몸부림이 바로 삼일 운동의 기본인 것이다. 알려진 몇몇 사람만이 일으킨 운동이 아니었던 것이다. 제암리 주변에서는 주로 장날에 시위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인들도 장날이면 특히 경계를 했던 것이다. 

책에서는 연화와 사사끼의 아들인 나까무라의 눈을 통해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 눈으로 볼 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막상 상대방을 만나서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니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혼란을 나까무라의 입과 마음을 통해 이야기한다. 비록 아버지는 일본의 충견이 될지언정 자신은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용국이의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비록 어른들은 잘못을 할지언정 다음 세대를 책임질 아이들이 제대로 산다면 상처는 더 이상 곪지 않고 흉터로 남겠지.

셀제로 제암리에는 일본인들이 모금해서 교회를 지어주었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곳에 기념관을 지은 것이고... 나까무라와 같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사죄하는 뜻으로 그런 것이리라. 전시관을 나오는 곳에 어느 할머니의 사진과 그 위에 써 있던 말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과거에 집착해서 무조건 배격하거나 날선 눈으로만 보면 안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의 일본 태도를 그냥 묵과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록이나 이야기로만 전해 들어서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잊혀진다면 그것은 또 다른 역사를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모두 역사로 받아들이고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역사가 여기서 끝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책으로라도 남겨서 아이들이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출렁출렁 기쁨과 슬픔 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1
허은실 지음, 홍기한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키우면서 동일한 잣대, 틀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키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교적 자유롭게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성향이 그래서일까. 여하튼 '여자가...' 또는 '남자가...'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되도록이면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것도 아니니 그런 말을 아예 안 듣고 키울 수는 없다. 

둘째는 남자 아이인데도 유난히 눈물이 많다. 많이 혼내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혼이라도 내면 금방 눈물을 글썽인다. 워낙 어려서부터 그래왔기에 나는 별 반응없이 그러려니 하는데 남편은 그게 너무 싫은가 보다. 며칠 전에도 아이가 조금 눈물을 보이자 굉장히 화를 내며 나무란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내가 남편에게 뭐라고 하면 괜히 감정 싸움만 될 것 같아 참았다. 마침 이 책을 보고 며칠 전의 일이 생각나서 퇴근한 남편에게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읽어 보세요' 코너를... 겉으로는 그런 적 없다고 말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느낀 바가 있겠지. 

감정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이나 다스리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감정은 어렸을 때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어렸을 때부터 그것에 대해 바로 알고 알맞게 대처해야만 커서도 자신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것은 지금의 어른도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엄두를 못낸다. 그런 면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단순히 기쁨과 슬픔이 어떤 것이라는 서술 형식을 취하지 않고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림도 경직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재주 많은 손> 시리즈와 구성이나 그림이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 문구가 마음에 든다. '어떤 감정을 갖느냐는 네가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넌 그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니까!' 이 말 한 마디에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아이에 대한 믿음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모두 꼭 필요한 감정이며 그것을 감추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 책은 시종일관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기쁠 때는 몸이 더 좋은 반응을 하지만 그렇다고 슬픔을 회피하거나 숨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슬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덮고 나니 아이를 어른이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보려 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마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따뜻하고 뿌듯했나 보다. 

그리고 뒷부분에 나오는 '배꼽쏙 눈물쏙 웃음보따리'에 있는 이야기는 얼마나 웃기던지... 아이가 웃기다며 읽어주는데 얼마나 웃긴지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모처럼 배꼽 빠지게 웃었다. 이 글을 읽어준 댓가로 나도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해야겠다.

[금붕어의 불만]

당신들 말이야! 수족관에서 나를 키우는 건 좋다 이거야.

근데, 달랑 두 마리 집어넣고 물레방아 하나 설치하는 건 좀 심하잖아?

그리고 말이야.

당신들은 내 기억력이 3초라고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 봤어?

에... 또, 그리고 말이야.

당신들은 내 기억력이 3초라고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 봤어? 재 봤냐고?

음, 또 뭐였더라, 아! 그리고 말이야.

당신들은 내 기억력이 3초라고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 봤어?

음, 할 얘기가 또 있었는데. 음... 맞다!

당신들은 내 기억력이 3초라고 말하는데, 당신들이 시간 재 봤어? 재 봤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