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야, 내가 안 그랬어 국민서관 그림동화 72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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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이에게 인심을 쓰며 이 책을 집어 들고 침대로 갔다. 요즘 좀 컸다는 이유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읽어주질 못했기에 생색을 내려고 했다. 근데 아이가 이 책을 보자마자 이걸 봤단다. 분명 우리집에는 이 책이 없었는데... 그리고 요 근래 도서관이나 서점을 간 적도 없는데... 어디서 봤냐니까 텔레비전에서 봤단다. 아, 그랬구나. 책 표지 오른쪽 구석에 있는 'TV 방송'이라는 문구가 괜한 장식은 아니었구나싶었다. 뭐 알고 있든 어쨌든 아이는 재미있게 눈을 반짝이며 들었다.

로렌 차일들의 책은 매스컴에서 주목을 하기 전에, 그러니까 처음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가 나왔을 때부터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도서관에서도 로렌 차일드의 책을 줄곧 빌려다 보곤 했다. 처음에 찰리의 능청에 얼마나 웃었던지, 여우 같으면서도 오빠를 따르는 롤라를 보고는 어찌나 귀엽던지. 보통 오빠와 여동생이 있으면 잘 돌보지도 않고 때리기만 한다는데 이 오누이는 무척 사이가 좋다. 은근슬쩍 동생을 놀리는 듯하면서도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싶은 오빠를 보며 혹 오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부러워하지 않을까.

찰리와 롤라 시리즈는 색상이 선명하고 꼴라쥬를 이용한 데다가 주인공의 모습이 독특하다. 눈은 째지고 머리카락은 옆으로 흩어진 모습이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다. 롤라가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일로 오빠인 찰리를 애먹일까. 찰리가 학교에서 일등 상을 탄 멋진 공작물을 집으로 가져온 순간부터 일은 시작된다. 당연히 롤라는 그것을 만져보고 싶어하고 오빠는 힘들게 만든 것이니만큼 절대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손가락 걸고 도장 찍고 복사까지 했건만 분위기로 보아 그냥 있을 롤라가 아니다. 상상의 친구 소찰퐁이의 꾐에 넘어가 급기야 오빠가 만든 로켓을 망가뜨린다.

그러나 영리한(실은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롤라가 그냥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리가 없다. 온갖 핑계를 대기도 하고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기도 한다. 자신이 불리해진다 싶으면 소찰퐁이와 이야기한다며 꾀를 생각해 내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 찰리가 그리 호락호락 넘어가나. 롤라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강도를 높여가며 엄마한테 이르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다 결국은 소찰퐁이가 좋은 길로 인도를 한다. 솔직히 얘기하고 사과하면 괜찮을 거라고... 그러나 여기서 롤라는 다시 한번 핑계를 댄다. 이번에는 소찰퐁이를 팔면서. 오빠가 더 화를 내자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자 그것을 받아들이는 오빠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그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그렇다고 받아줄 수도 없다. 그럴 때 찰리처럼 대응하면 어떨까. 이 책은 브리짓 허스트와 캐럴 노블이 쓴 극본을 바탕으로 쓴 것이란다. 아이들에게 일종의 교훈을 주면서도 재미있고 유쾌하게 표현한 그림을 보면 이런 게 바로 책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헌데... 이렇게 계속 찰리롤라 시리즈가 쏟아져 나오면 어쩌나. 처음에야 재미있으니까 사 준다지만 계속 나오면... 사 달라고 조를 텐데, 그렇다고 계속 사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것이 여타 시리즈를 반기면서도 두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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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은 왜 밤에만 필까 - 이야기에 숨겨진 식물의 비밀 이야기 과학도감 1
김은하 지음, 황정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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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다닐 때 분명 외떡잎 식물과 쌍떡잎 식물의 특징을 배웠을 것이다. 그러니 대충 그들의 특징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 그런데 외떡잎 식물은 주로 수염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딸의 과학책에서 보고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분명 배운 것이겠지만 그 부분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뭐, 기억이 나지 않는 걸 이야기 하는 것보다 기억이 나는 걸 이야기하는 게 빠르겠지만...

식물을 많이 접하며 살았지만 관심이 없었던 탓에 제대로 이름을 아는 것이 없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괜히 주변에서 야생화나 나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보면서 덩달아 주의깊게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게 관심을 갖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책에서 설명을 보고 실물을 찾아도 어렵거니와 책에 있는 설명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주 기본적인 나란히맥과 그물맥까지는 쉽다. 그러다가 잎이 나는 모양에 따라 마주나기, 어긋나기, 돌려나기, 뿌리나기가 있다는 부분에 오면 음~ 말 뜻으로 대충 짐작이 간다. 이 정도면 괜찮네...라고 생각하고 다음을 보면 총상꽃차례, 두상꽃차례, 산형꽃차례, 단정꽃차례, 이삭꽃차례 등이 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그냥 대충 글자만 읽으며 꽃구경만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봐도봐도 모르고 꽃이 없으면 도저히 종잡을 수 없어 답답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조금은 알 것같다. 여기에 모든 설명이 전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지식은 쌓을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다 똑같은 꽃이라도 꽃잎이 어떤 모양으로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열매를 맺는지에 따라 분류를 하고 이름을 달리하는 걸 보면서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일주일 정도 지나서 산이나 들에 나가 꽃을 보면 다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느끼는 것이 어딘가 싶다. 식물을 볼 때는 꽃의 모양을 보고 잎의 모양과 나는 모습을 보고... 그런 식으로 본다는 말은 듣긴 했다. 조금 있으면 주위에 꽃이 많이 필텐데 자세히 살펴 보아야겠다. 우선 책에 나온 개나리부터 살펴봐야겠다. 흔하게 보던 개나리지만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개나리는 수꽃만 피는 수그루와 암꽃만 피는 암그루가 따로 있단다. 그냥 다 똑같이 꽃이 피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 그리고 새로 안 사실이 또하나 있다. 식물이 빛을 향해 굽는 것이 햇빛을 좋아해서 그쪽으로 향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식물에는 옥신이라는 생장호르몬이 빛 반대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쪽이 빨리 자라서 상대적으로 덜 자라는 빛 쪽으로 굽게 되는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 이처럼 내가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거나 당연하다고 받아들인 것들이 실은 과학에 근거한 합리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성상으로 보자면 먼저 꽃에 얽힌 이야기가 나오고 다음에는 그 꽃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나온 다음 식물의 특성에 대한 진짜 중요한 정보가 나오게 되어 있다. 사실 꽃에 얽힌 이야기는 비슷비슷해서 식상하기도 하고 그림도 내용과 잘 안 맞기도 한다. 아이들이라면 그 이야기에 더 흥미를 갖겠지만 이미 동심을 잃은 나는 그보다는 뒤에 나오는 정보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물론 얻은 것도 많았고... 특히 도감을 보기 위해 필요한 기본 지식들을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좋았다.

초등4학년 과학과목에 식물에 대한 것이 많이 나온다. 그때 아이가 무척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무작정 외우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단어를 이해하고 원리를 이해하라고 해도 머나먼 이야기로만 인식되는지 그러질 못했었다. 그때 좀더 잘 알려줄걸 하는 후회도 든다. 실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어찌 설명을 해 줄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이제서야 이 책을 읽은 것이 더없이 안타깝다. 진작 읽을 걸... 그러면서 절실히 깨닫는 것 하나. 식물도 그렇게 생기고 자라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바라보면 더 쉽게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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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국어 교과서 1 - 맞춤법 되기 전에 시리즈 4
고흥준 지음, 마정원 그림, 정호성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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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을 읽을 때는, 비록 안 좋은 습관인 것을 알지만 빨리 책장을 넘긴다. 아무래도 내용이 쉽고 자간 간격이나 줄 간격도 넓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독을 했다. 아니 해야했다. 만화로 되어 있다지만 내용이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니었기에 찬찬히 읽고 아리송하면 다시 넘겨서 읽고... 그러다보니 다른 책보다 오래 걸렸다. 그래도 읽고 나니 뿌듯하다.

사실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이 생소한 것은 아니다. 작년에 논술지도 수업을 들으면서 한 번씩 보았던 것들이고, 회보를 만든답시고 띄어쓰기 편람을 들고 다니며 찾아보았는데도 왜 기억에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고 다시 보니 새로운 것들일까. 그때 헷갈리고 어려워했던 부분은 역시나 이 책을 보면서도 헷갈렸다. 특히 사이시옷 관련 부분... 가장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부분이 아닐까싶다. 그리고 다른 법칙들도 이해하려고 애쓰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외우려고 하면 예외로 인정되는 부분이 나타나서 포기했다. 그냥 필요할 때 찾아보는 것이 더 현명하고 시간도 절약되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예외 없는 규칙이 없다지만 그 예외가 너무 많아서 어렵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관련 책을 읽고 글을 쓰려니 무척 조심스럽다. 혹시 잘못 쓰고 있는 것은 아닐지, 띄어쓰기가 틀린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전에는 그냥 모르는 척하고 썼지만 그에 관한 책까지 읽고 전처럼 쓰자니 낯이 화끈거린다. 그러나 책 한 번 읽었다고 모든 것을 익힐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저 다시 보고 또 보고 해서 완전히 자기 것이 되어야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그냥 눈으로 보면 익혀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접 써 보아야지만 확실하게 다가온다. 따라서 아이들이든 어른이든 직접 자신의 글을 쓰면서 아리송한 부분은 책에서 찾아보며 익혀야 조금이라도 머릿속에 남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은 아이들이 두고두고 보아야 할 책이다.

앞으로는 초등학교 교과서도 [표준국어대사전]의 맞춤법을 따르기로 했단다. 둘이 서로 달라서 헤매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언어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그리고 의외로 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협소함을 느꼈다. 모르는 단어(특히 형용사)가 왜 이리 많은 건지... 아름다운 우리 말이 이렇게 많은데도 그저 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말로 남아있다니 안타깝다. 그리고 지금까지 날씨가 흐린 날은 '꾸물꾸물'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앞으로는 '끄물끄물'이라고 써야겠다. 원래 사용하지 않던 것은 처음에 어색하지만 자꾸자꾸 쓰다 보면 익숙해지는 법이니까. 그러나 간혹 제대로 된 말을 사용함에도 다른 사람이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원래 왼손잡이 나라에서는 오른손잡이가 이상해 보이는 법이지.

여하튼 이번처럼 리뷰 쓰기 조심스러웠던 적은 일찌기('일찍이'가 아니라고 한다.)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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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랑 친구가 됐어요! 아이즐 그림책방 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잉그리드 나이만 그림, 김서정 옮김 / 아이즐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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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의 한 획을 긋는 작가 중 한 명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비록 이름은 잘 몰라도 삐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어린이책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들어보았을 것이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죽~~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삐삐는 이제 책에서만이 아니라 텔레비젼에서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직도 어렸을 때 보았던 주근깨가 많고 못 생긴 여자아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삐삐 역의 성우는 주희였지 아마...

솔직히 아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 롱스타킹>을 읽어보진 못했다. 워낙 유명해서였을까. 그냥 알고 있을 것 같은 익숙함에 지나쳤나보다. 그런데 이번에 그림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것이 처음 삐삐의 모습이란다. 이 책의 그림 작가인 잉그리드 나이만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삐삐의 모습을 그렸지만 나이만이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단다. 게다가 이 책이 1947년에 씌어진 것이란다. 와우... 굉장하다. 그 시기에 우리나라는 무엇을 했더라. 이런 것을 생각할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우리 그림책 세계가 불과 십여 년 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했으니 미래가 밝다고 평해도 되겠지... 그렇게 위안을 해 본다.

표지에는 노란 바탕에 말을 들고 있는 진짜 주근깨가 많은 여자 아이 삐삐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삐삐의 트레이드 마크인 땋아서 옆으로 뻗은 머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삐삐의 원래 이름은 엄청 길다. 도저히 외우지 못할 정도로. 이 책의 그림만 보더라도 대충 시대를 짐작하겠다. 그 당시는 이런 풍의 그림이 많았으니까. 본문에 있는 그림은 또 어떤가. 대부분이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 원색을 주로 썼다. 또 아이들 볼은 모두 발그레하게 그려져있다. 그림책이지만 글이 결코 적지 않아서 만만하게 보았다가 읽어줄 때 고생했다. 하지만 읽어주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통쾌해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어른은 조금 켕기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힘이 무지 센 삐삐가 뒤죽박죽 별장으로 이사를 오던 날, 말을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번쩍 들고 온다. 게다가 삐삐에게는 잔소리 할 어른도 없다. 모두 자기가 해결하고 마음대로 한다. 돈도 충분히 있다. 아이들이 바라는 요소는 고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엄마나 아빠가 없어서 안됐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것은 잠깐일 뿐. 삐삐가 생활하는 것을 보면 어른이 없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식사도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로만 만들어도 되고 양치를 안 해도 되고 씻지 않아도 되고 늦게 자고 잔소리 하는 어른이 없으니 아이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다.

작가는 끝까지 아이들 편이다. 어른이 생각하기로 끝에는 보살펴 줄 어른이 와서 (어른의 잣대로 본)정상적인 생활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끝내 삐삐는 혼자서 집을 지키며 재미있게 살 것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친구들도 매일 놀러와서 재미있게 놀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삐삐는 천방지축에 글도 모르고 배우지도 못했으며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 하는 아이지만 절대 기죽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중간중간 어른을 비꼬는 말들도 슬쩍 집어 넣으며 아이들을 즐겁게 만든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생각하겠지. 맞아 맞아라고... 그리고 자기도 삐삐처럼 생활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겠지. 매일은 아니고(사실 아이들은 결국에는 편안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원한다. 그러기에 환상 그림책에서 결말은 모두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다.) 딱 하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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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은 나와 조금 달라요 공감하는 어린이 책 1
캐시 후프먼 지음, 신혜경 옮김, 최정인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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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장애 비장애를 아우르는 개념에서 학급에서도 같이 생활하고 있다. 어찌보면 그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마치 큰 선심을 쓰는 양 내세우곤 한다. 자폐나 ADHD처럼 정서적으로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가 산업화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전에는 숨기다가 이제는 드러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어쨌든 흔히 볼 수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비장애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반에 정서 장애 아이가 한 명 있음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못마땅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일이란 내가 바라는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자신을 타이른다. 그러나 그 아이의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글쎄...

초등 3학년인 벤은 독특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한다는 정도... 이런 아이들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에 벤이 조금 심하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독자들은 벤이 조금 지나치다는 것을 안다. 왜냐... 바로 제목에서 그것을 암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 이런 아이가 있다면 금방 알아챌 수 있을까. 아마도 특이하고 성격이 이상하며 남을 배려하지 않는, 그야말로 자기 아이가 친구로 삼지 말았으면 하는 아이 정도로만 생각할 것이다. 그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한번 더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을 가지고 평가하겠지. 벤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벤에게는 친구가 딱 한 명 밖에 없다. 그나마도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기에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지 새로 사귄 친구는 아닌 것이다.

벤에게는 엄마가 없다. 한부모 가정에 아스페르거 증후군 아이라... 우리 나라에서 문제아로 찍히기 딱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배경이 호주다. 그래서일까. 시작은 우리의 상황과 비슷하게 가지만 해결하는 방법은 사뭇 다르다. 선생님께 이유도 모르고 혼난데다가 선생님이 아끼는 자까지 부러뜨려서 이성을 잃은 벤이 일으킨 소동 때문에 운동장 휴지 줍는 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조금 있다가 선생님이 벤에게 사과하고 자까지 새로 사다 준다. 처음 선생님의 태도를 보면서 참 이상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참 이상적인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벤은 선생님이 화낸 이유도 모르고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오로지 선생님의 현재 모습을 보고 거기에만 신경쓸 뿐이다. 이것이 바로 아스페르거 증후군의 특징이란다. 사회성 부족...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읽을 줄 모르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대개는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할 때-에 일으키는 소동 때문에 결국 벤의 아빠는 병원에 가기로 하고 거기서 아스페르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어떻게 아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행동양상을 보였는데도 모를 수가 있을까.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로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유치원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조언을 듣고 병원에 간다고 한다. 그러니 벤의 아빠가 무디다고 핀잔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 알고 나서 보이는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만약 항상 아이를 이해하고 문제가 하나도 없이 지냈다면 소설이니까라며 거리감이 느껴졌을텐데 벤의 아빠는 벤을 이해했다가도 화를 참지 못하고 다시 야단치고... 그러다가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극히 평범한 부모의 모습이다. 그에 반해 할머니는 병명을 알았을 때나 몰랐을 때나 벤에게 온화하다.(이건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개의 할머니 모습이 그렇듯이... 아마도 벤은 할머니가 아니었으면 문제아로 낙인 찍히지 않았을까.

이야기는 줄곧 벤과 유일한 친구인 앤디가 발견한 파란 유리병을 매개로 이어지지만 그것은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진정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벤의 아빠가 벤과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진정으로 아이를 이해하고자 했기에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도 벤을 설득하기 위해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여주는 행동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나중에는 모두 행복해질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이 재미있다. 또한 벤에게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이유를 설명해 주고 받아들이도록 한 것을 보며 아이를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아무 문제가 없는 앤디가 벤의 수학과 과학 실력을 부러워하며 자기도 그런 두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을 보며 역시 아이답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났다. 남이 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자신을 이해하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벤도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였기에 당당하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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