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식당 2 수학식당 2
김희남 지음, 김진화 그림 / 명왕성은자유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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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희남

  그림 - 김진화



  드디어 나왔다!


  작년 1권이 나왔을 때, 막내 조카가 너무너무 좋아하던 책! 크리스마스 선물로 2권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고, 크리스마스가 지나가자 설날 선물로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고, 그것도 또 지나가자 화를 내면서 내 생일엔 꼭 받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결국 생일이 한 달이나 지난 다음에야 2권이 나온 바로 그 책! 수학식당 2권이다! 특히 이번에는 귀여운 어린이용 앞치마까지 들어있었다. 아, 내가 하고 싶은데 사이즈가 안 맞아서…….




  학교 수련회를 갖다온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 밤중에 억수로 퍼붓는 비를 뚫고 온다고 해서 겨우 뜯어 말렸다. (이 부분을 작성한 시간은 비가 퍼붓던 금요일 저녁 10시) 아마 내일 학교 토요 특기 적성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올 것 같다.


  1권은 학수식당의 몰라몰라 주스를 먹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면서 끝이 났다. 심지어 수학식당의 후계자인 당케까지 주스를 마시는 바람에 난리도 아니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2권을 펼쳤다.


  2권의 메뉴는 다음과 같다. 하아, 맛있겠다.




  이번에도 학수식당의 봉팔 셰프와 봉쑤아는 어떻게 하면 수학식당 문을 닫게 하고, 비수레를 가로채며, 이 세상의 수학 법칙을 자기 멋대로 바꿀 수 있을까 애쓰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조상님들이 체계적으로 만들어 놓은 법칙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려고 하다니, 진짜 나쁜 놈들이다. 이왕이면 바꾸지 말고 아예 없애버리면 더 좋……흠흠.


  그리고 당케는 수학식당의 후계자로 수적 감각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데, 너무 어수룩해서 그들의 함정에 계속해서 걸려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수학의 법칙을 깨달아가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시련을 겪으면서 강해진다고 할 수 있다. 역시 쉽고 편하게 얻는 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많이 맹하고 잘 속아 넘어가지만, 나날이 수학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하긴 매번 당하다가 반격을 하면서 성장하는 게 소년 만화의 단골 설정이긴 하다.


  이번 책에서는 ‘받아 내림이 있는 뺄셈’, ‘곱셈구구’, ‘시계보기’, ‘수 배열에서 규칙 찾기’, ‘달력 속 규칙 찾기’, 그리고 ‘표와 그래프’에 대해서 배운다. 특히 뺄셈은 다양한 방법으로 푸는 예까지 보여주면서, 수의 계산 세계에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요즘 아이들이 배우는 수학은 여러 각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그냥 계산만 빨리 하는 걸로는 안 된다. 가끔 조카가 문제를 물어보는데, 막힐 때가 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람? 분명 까만 것은 글자고 하얀 것은 종이고, 색색으로 그려진 것은 도형인데! 내 머리가 이제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걸까? 계산은 빠르지만 응용력은 별로인 막내 조카가 때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여러 방법 중에서 한 가지만 택해서 풀면 왜 안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가장 잘하는 걸로 푸는 걸로는 안 되나보다.


  (이 부분은 토요일 오후 3시에 작성)

  책을 다 읽은 막내 조카가 말한다. “고모, 이 책 1권이 언제 나왔었지?” 검색을 해보니 작년 9월이다. 그러자 뭔가 계산을 하더니, “그럼 3권은 내년 5월에 나오겠네.”라고 한다. 세상 모든 일은 수학 계산처럼 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어린 마음에 스크래치를 박박 낼 거 같아서 그냥 웃어주었다. 고모 맘 같아서는 크리스마스 때 3권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선물 고르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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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잡아먹는 게 아니야! - 어쩌다 진짜 친구가 되어 버린 뱀과 도마뱀 이야기
조이 카울리 글, 개빈 비숍 그림, 홍한별 옮김 / 고래이야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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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Snake and Lizard (2007년)

  부제 - 어쩌다 진짜 친구가 되어 버린 뱀과 도마뱀 이야기

  작가 - 조이 카울리

  그림 - 개빈 비숍



  친구는 먹는 게 아니라니, 도대체 어떤 아이들이기에 이런 제목이 나왔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뱀과 도마뱀의 이야기라는 설명을 읽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뱀과 도마뱀이 서로 잡아먹지 않던가? 아니면 뱀만 다 잡아먹고 도마뱀은 아니던가? 헷갈렸다. 하지만 검색은 패스.


  책의 겉장을 넘기면, 양쪽 면 가득히 온갖 곤충과 새나 쥐 같은 작은 동물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두 친구의 먹이가 그려진 것 같다. 음, 난 별로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 페이지를 넘기자.


  이야기는 뱀과 도마뱀 둘이 어떻게 만났고, 왜 언쟁을 벌였으면 그러다가 화해를 하고 같이 지내기로 했는지 보여준다. 처음에는 일광욕할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웠지만, 나중에는 자기들에게 없는 상대의 꼬리나 다리를 칭찬하면서 화해를 한다. 이후 같이 살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개는 이야기 하나로 짧게 끝나는 구성이다.


  뱀이 좋아하겠다고 길에 떨어진 알을 하나 주워온 도마뱀. 하지만 그건 방울뱀의 알이었기에, 핀잔만 듣는다. 결국 마음이 상한 도마뱀은 뱀과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방울뱀이 떠난 뒤에야 집에 돌아온 둘은, 청소를 하면서 화해한다.


  “우린 왜 만날 말다툼을 하는지 모르겠어.”

  뱀이 말했다.

  “우리가 서로 다르니까 그렇지. 하지만 뱀아, 그래도 넌 내 가장 친한 친구야.”

  도마뱀이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야, 도마뱀아. 하지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이제 깜짝 선물은 그만!”-p.49


  다르니까 친구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다. 대개 비슷한 성격이나 취향, 그리고 비슷한 수준의 가정환경이어야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요즘 세태와는 정반대의 얘기이다.


  나와는 다르니까 그 아이와 노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 겪어보지 못한 것, 알지 못한 것을 그 아이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싸울 때도 있지만, 그것도 나와 그 아이의 다름 때문이지 누구 한 사람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두 친구가 사업을 시작하는 이야기의 결말 역시 인상적이었다. 도우미 사업을 시작하는데, 작은 도움이면 벌레, 큰 도움이면 알을 받기로 했다. 그 때 메추라기 한 마리가 누군가 자기 알들을 훔쳐간다고 도움을 청한다. 그 때 도마뱀이 말한다.


  “미안해. 진짜, 정말 미안한데, 오늘은 업무가 끝났어.”-p.86


  처음에 둘이 알아가는 단계일 때, 알을 통째로 삼기는 것이 보기 흉하다고 뱀에게 뭐라고 했던 도마뱀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는 대사였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상대를 억지로 바꾸려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단점으로 보였던 것이 상대를 알게 되면 아무렇지 않아지거나 장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도 하니까 말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처음에 가졌던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리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나에게 억지로 맞추려고 하거나 무조건 상대를 따르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로 등을 돌리고 밥을 먹기로 한 두 친구처럼 말이다. 나에게 맞추지 않는다고 나쁘다고 비난하며 관계를 끊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책은 그런 점들을 도마뱀과 뱀의 일상생활을 통해, 둘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다. 도마뱀이나 뱀만도 못한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편견을 버려야겠다.




책 앞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라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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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닝 X파일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9
크리스틴 부처 지음, 김영아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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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eat (2010년)

  작가 - 크리스틴 부처



  제목에 ‘X 파일’이 붙었다 해서, 컨닝에 대한 방법이나 비기 같은 것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결말을 읽고 ‘이게 뭐야?’라고 중얼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로렐은 학교 신문사의 기자이다. 어느 날 학교 시험 시간에 컨닝을 하는 두 친구를 보고, 그에 대해 기사를 쓴다. 그리고 그녀는 학교의 왕따가 된다. 노숙자 실태를 적었던 기사로 학교의 찬사를 받았던 영웅이 한순간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대규모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은 로렐. 상급생인 자매가 있는 친구를 통해 답안지 유출 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잠입으로 밝혀낸 범인은 뜻밖에도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 거기에 오빠까지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로렐은 고민에 빠진다.


  부정행위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옛 속담처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허용해서는 안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놈의 정이 뭔지, 정 때문에 사람들은 사사로이 선을 넘는다. 친구 따라 강남도 가는 것이고, 친구 따라 탱크를 몰고 사람들을 죽이고 대통령에까지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친구니까. 내 가족이니까, 내 지인의 지인이니까 조금만 봐주자. 이런 생각으로 사람들의 도덕적인 잣대는 마구 흔들린다.


  이 책에서도 그랬다. 로렐은 답안지 유출 사건에 오빠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서야, 왜 자신이 왕따를 당하는지 어렴풋이 깨닫는다.


  처음 컨닝에 대한 기사를 쓴 뒤에 모두가 엄청나게 나를 미워했다. 그때 나는 사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걸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나한테 화가 난 아이들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사실만 보았지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제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것을 범죄가 아니라 우정 어린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p.107


  그 애들이 왜 컨닝을 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시험을 못 보면 외출 금지를 당하거나 용돈이 끊기거나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로렐은 생각한다. 정 때문에 사사로이 넘길 수 있는 것을 자신의 공명심 때문에 크게 일을 만든 것이라고. 그녀의 오빠도 그렇게 말한다. ‘너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지.’ 라고.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답안지를 사지 않은, 혼자 힘으로 정정당당하게 공부한 아이들의 성적은 누가 책임을 지는 걸까? 정당하게 사는 것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누가 바르게 살려고 할까? 부당한 것이 일상이 되는 세상이라면, 그건 이미 부당한 것이 아니게 될 수 있다. 그 부당함이 정당함이 되는 것이다.


  소설은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끝이 난다. 아마 답안지를 사지 않은, 그래서 불이익을 받은 누군가일 것이라 짐작만 한다. 로렐은 여전히 왕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농구 선수로 몇몇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은 오빠의 장래도 불확실해졌다. 오빠 친구는 강제 전학을 가야했고 말이다.


  이 책은 권선징악을 내세운다거나 억지 감동을 주지도 않았고 주인공은 무조건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끝맺음을 내지 않았다. 초등학생용이었다면 분명히 주인공이 행복하게 되는 걸로 끝나겠지만, 중고등학생용은 좀 다르다. 현실은 동화처럼 꼭 주인공이 잘 먹고 잘 사는 걸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냥 보여줄 뿐이었다. 이러이러한 일이 일상생활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고, 네가 어떠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단다. 그런데 A처럼 하면 이런 반응이 오고, B처럼 하면 저런 반응이 올 수 있어. 그러니 어떻게 하겠니? 이런 식으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 끝이 난다.


  진실도 때로는 우리를 다치게 할 때가 있다. 진실이란 이토록 무겁고 버거운 것이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든 일이 좋아지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오빠가 말한 것처럼, 두고 볼 수밖에. -p. 114


  로렐이 이 대사로 책은 끝이 난다. 선택은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이다. 부당하지만 내가 편하고 또 내 가족과 친구가 하니까 정 때문에 눈감아주고 편하게 살 것인지, 아니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그것을 밝히는 삶을 살 것인지는.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당함에 가담해서 편하게 잘 먹고 잘 사는 어른들이 너무 많잖아? 그러니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안 될 거야, 이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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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는 해적이 되고 싶어 - 제2회 말라가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 스콜라 어린이문고 5
파블로 아란다 글, 에스더 고메스 마드리드 그림, 성초림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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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ede Quiere Ser Pirata (2012년)

  작가 - 파블로 아란다

  그림 - 에스더 고메스 마드리드



  책을 다 읽은 느낌은 ‘귀여워!’였다. 사차원적인 주인공 페데는 앙증맞았고, 그의 친구인 마르가와 세르히오는 귀여웠고, 그의 누나인 이사벨 역시 깜찍했으며 심지어 둘의 아빠까지도 행동과 대사에서 웃음을 자아냈다. 어떻게 나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다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울 수가 있는지!


  그림은 다소 낯설었지만, 어느 사이 글의 내용과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페데는 제목 그대로 해적이 꿈인 여섯 살에서 일곱 살로 넘어가는 나이의 소년이다. 그에게 이 세상 모든 것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해적과 관련이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 오죽했으면 해적은 팔이나 다리 하나가 없어야 한다고, 교통사고를 당해 의족을 찬 세르히오를 부러워하겠는가? 세르히오가 처음 전학을 온 날, 그를 너무 부러워한 페데는 톱으로 자기 다리를 자르려고까지 했다. 그런 그에게 해적을 좋아하는 마르가와 세르히오는 너무나도 좋은 친구들이다. 언제나 그가 꿈꾸는 해적선에는 세 친구가 나란히 등장한다.


  이 책은 딱히 기승전결의 구성이 없다. 그냥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페데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가족들은 해적을 꿈꾸는 그를 이상하다고 여기며 정상적인 꿈을 가지라고 다그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다.


  누나인 이사벨은 왜 배는 쇠인데 물에 뜨냐는 동생의 질문에 뉴튼의 법칙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여느 누나처럼 어린 동생을 ‘올챙이’나 ‘염소’라는 별명으로 부르면서 놀리기는 한다. 그리고 페데가 무슨 질문만 하면 아프다는 핑계로 엄마에게 떠넘기는 아빠지만, 무조건 윽박지르지 않는다. 물론 페데가 톱으로 다리를 자르려고 할 때는 소리를 지르지만.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를 좋아하는 엄마 역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 무조건 엄마 말 들으라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이런 가정환경이니 기발하고 창의력 대장인 페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의 상상력을 비현실적이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여준다. 자유롭지만 기본 원칙은 꼭 지키도록 하고, 아이의 무한한 상상력을 지켜주는 태도를 보인다.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페데의 일상은 웃음의 연속이다. 처음에 ‘식인종 물컵’이라는 말을 읽고는, 이게 뭘까 한참 고민했다. 컵에 식인종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까? 그런데 알고 보니 할아버지의 틀니가 담겨있는 컵을 지칭하는 거였다. 아, 어떻게 그런 상상을!


  거기에 온갖 말장난이 나오는데, 번역가가 고심을 했을 것 같다. 아이스크림에는 비타민 아이가 들어있고 갈비뼈에는 비타민 갈이 없다고 하거나, ‘수영장’이나 ‘테니스장’에는 ‘장난’할 때의 ‘장’이 들어있다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원작에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해졌다.


  작가도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번역가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활기차고 재미있는 게 아닐까? 오랜만에 웃을 수 있는 어린이 책을 읽었다.


  조카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깔깔거리면서 ‘고모, 얘 너무 웃겨.’를 연발했다. 상상력이 많이 사라진 조카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유치원 다닐 때는 참으로 기발하고 황당한 아이였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직되어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나라도 어린 조카의 상상력을 지켜주는 고모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해본다.


  버스에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어버려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대목을 옮기면서 감상을 마친다.


  페데는 팔을 내밀어 세르히오의 종아리와 무릎 또 왼쪽 다리의 근육을 만져 보았습니다.

  “꼭 진짜 다리 만지는 거 같아.”

  “의족은 다른 쪽 다리니까 그렇지.”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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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과학을 들어 올리다 즐거운 과학 탐험 16
정창훈 지음, 민은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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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정창훈

  그림 - 민은정

 

 

  이건 내가 흥미가 있어서 고른 책이다. 조카는 조금 어려웠던 모양이다. 어린이용 과학책은 간혹 용어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우선은 그냥 읽어보라고 했다. 아직은 한자에 약하기에, 한자어로 된 용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출몰성’, ‘주극성’ 이런 것들이다.

 

  이런 과학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면, 잘 모르는 아이들은 ‘이건 뭐지?’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용어를 다 풀어쓸 수는 없을 테고……. 그래서 과학이 어려운 것 같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일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것은 그럴듯하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것은 너무 억지스럽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면 강의 신인 아켈로스가 헤라클레스와 싸울 때 모습을 뱀처럼 바꾸다가 황소로 변했다가 하는데, 그 와중에 뿔이 하나 부러진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강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그리스 사람들이 신화적으로 얘기한 것이라 한다. 그러니까 강이 흐를 때 구불구불한 것이 아켈로스가 뱀으로 변한 것이고, 우각호가 생기는 것을 그의 뿔이 부러져 떨어져나간 것에 빗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와 계절의 변화, 나르키소스와 반사에 대해서 언급한다. 또한 독수리에게 끊임없이 쪼임을 당하면서도 재생하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에 대해 얘기하면서, 간의 재생성에 대해 말한다.

 

  제일 재미있던 것은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에 관한 부분이었다. 페르세우스가 방패에 메두사의 얼굴을 비춰봤다는 얘기에서, 방패를 잘 닦아 사물을 반사시키면 원래 모습보다 작에 나오니 메두사가 별로 안 무서웠을 거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아, 이런 놀라운 비밀이!

 

  책은 우선 신화를 얘기하고, 그 다음에 과학을 말한다. 중간에 삽화가 들어가고 신화에 얽힌 조각이나 미술 작품이 곁들여있다. 그림은 무난했고, 적절하게 들어있었다. 거기에 재미있는 개그 대사도 들어있고.

 

  나중에 조카가 나이가 들면, 그래봤자 5학년쯤 되었을 때 한 번 더 읽어보라고 해봐야겠다.

 

  아, 신화를 과학적으로 풀이해놓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얘기하고 있지는 않다. 가능한 것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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