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문지나 글.그림 / 북극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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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문지나

 

 

 

  준이와 윤이는 아직 어린 남매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사라지셨습니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아빠는 아주 먼 고요한 나라로 가셨다고 합니다. 둘은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씁니다. 그런데 편지로 접은 종이비행기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준이와 윤이는 혹시 그곳이 아빠가 계신다는 고요한 나라가 아닐까 생각하며, 종이비행기를 따라 그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둘은…….




 

  표지를 보는 순간, ‘와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첫 장을 넘기자, 또 다시 ‘와아!’하는 감탄사가 다시 나왔다. 책장을 넘기면서, 글자보다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이렇게 깔끔하고 차분한 느낌을 줄 수 있을까? 단아하다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그 단어가 떠올랐다. 차분하면서 어떻게 보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러면서 꼼꼼한 그림이었다.

 

  책은 한 장 가득 그림이 있고, 길어봤자 서너 줄밖에 되지 않는 문장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 아빠를 그리워하는 남매의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있었다. 그림과 어우러진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래서일까? 책에 그려진 어린 준이와 윤이의 얼굴을 나도 모르게 쓰다듬어주고 말았다. 나이를 많이 먹은 나도 가끔 아버지가 그리운데, 어린 얘들은 얼마나 아빠가 보고 싶을까? 그 생각을 하니 아주 조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빠를 찾으려는 준이와 윤이의 여행은, 온가족이 갔던 바다에서 끝이 난다. 가족의 추억이 잔뜩 묻은 그곳에서, 둘은 바람이 속삭이는 아빠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달콤한 잠에 빠진다.

 

  작가는 굳이 아빠와의 추억을 되새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빠는 두 사람의 마음속에 살고 있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아빠가 보고 싶다면, 옛날에 같이 지냈던 추억을 생각하라고 방법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림 속에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둘이 들어간 그림 속 길에서 만난 버스도, 소포에 들어있던 소라껍데기도, 아빠와 같이 갔던 바닷가도 다 꼼꼼하게 그려져 있었다. 작가는 그걸 보면서 스스로 깨닫기를 바란 모양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러면서 조금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해지기도 하고 또 촉촉하게 젖어들기도 했다. 한참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는 동화였다.

 

 

 

 

 

 

****

 

 

  막내 조카에게 책을 보여주니, 다 읽더니 이런 말을 꺼냈다.

 

  “할머니는 천국에 갈 거잖아. 교회 다니니까. 그런데 거긴 안 조용할 걸? 할아버지가 있고 다른 사람도 많잖아. 할머니, 200살까지 살다가 나랑 같이 가자.”

 

  아니,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 거니, 조카야? 그게 책을 읽은 감상이니?

 

  “할머니가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만나시는데, 네가 거기 왜 끼냐?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두 분이 오붓하게 데이트 하시라고 해야지. 그리고 사람은 200살까지 못 살아.”

 

  그러자 조카는 고모는 나이가 몇인데 그런 것도 모르냐는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특유의 잘난 척하는 표정과 어투로 대꾸했다.

 

  “난 할아버지 얼굴을 모르잖아! 그리고 성경에 보면 더 오래 산 사람도 있거든? 고모는 성경도 안 읽어봤어? 그리고 저번에 과학 발달로 150살까지 산다고 텔레비전에서 나왔거든?”

 

  내가 읽은 감동을 그런 식으로 바꾸지 말아줘, 조카야! 내 훈훈한 감동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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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네 박물관 - 예술사의 가장 눈부신 인상주의 그림 상상의집 지식마당 9
조현진 글, 김유진 그림 / 상상의집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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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예술사의 가장 눈부신 인상주의 그림

  작가 - 조현진

  그림 - 김유진




  표지를 보면 창이 활짝 열려있고, 그 안에서 고양이를 안은 소녀가 미소를 짓고 있다. 아마 미소가 맞을 것이다. 우는 건 아니니까. 소녀의 옷이나 꽃 그리고 배경이 서양풍이다. 두꺼운 표지를 넘기면, 아까의 소녀 그림이 액자에 넣어져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뜨개질하는 소녀와 실을 갖고 노는 고양이가 그려져 있다.




  앞서 소개한 '고양이네 미술관'과 같은 시리즈이지만, 그린 이와 저자가 다르다. 어쩐지 고양이가 좀 달라졌더니만. 이번 이야기에서는 줄리라는 어린 소녀와 그녀가 기르는 고양이 미미가 등장한다. 줄리는 인상주의 화가와 관련이 깊은 아이다. 마네를 큰아버지로, 역시 화가인 베르트 모리조를 엄마로, 그리고 르느와르를 후견인으로 둔 소녀이다. 그래서 부제가 '예술사의 가장 눈부신 인상주의 그림'인가 보다. 소녀가 살았던 시대가 그 당시니까.


  미미는 빛나는 노란새를 잡고 싶었다. 그래서 줄리 품에서 빠져나온 미미는 새를 따라 다니면서,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닌다. 세잔이 그리던 정물화 배경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기도 하고, 거리를 쏘다니고, 발레 학원에 가서 소녀들을 훔쳐보기도 하고, 배와 기차를 타고 시골로 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길을 잃지만, 개 라에르트의 도움으로 겨우 집에 돌아온다. 책은 그 과정에서 미미가 만난 여러 사람과 본 풍경이 화가들의 그림과 연결이 되어있다.


  고양이가 너무도 푹신푹신 부드럽게 그려져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귀여워'를 연발하면서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미술관의 고양이는 아가였다면, 여기의 고양이는 다 큰 녀석이다. 설마 조선에서 프랑스로 오면서 큰 건가? 하지만 종류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그린 사람이 달라졌으니 같은 고양이지만 다르게 그렸을 수도 있고…….




  미미가 쫓던 새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줄리의 금발위에서 빛나고 있던 노란 새라니……. 혹시 빛의 반짝임이 아닐까?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의 반짝임을 순간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어쩐지 그럴 것 같기도 하다.


  후반부는 화가의 생애와 화풍과 인상주의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고흐, 드가, 르느아르, 피사로까지. 물론 줄리의 엄마인 베르트 모리조나 큰아버지인 모네가 들어있는 것은 기본이다.


  갑자기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졌다. 미미처럼 발레 동작을 시켜보고 싶다. 얼마나 귀여울까? 어머니,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고양이가 싫다고 하셨지…….

  

  아, 까먹을 뻔 했다. 왜 제목이 박물관인지 모르겠다. 그림밖에 없었는데. 미술관이라고 하면 앞서 소개한 미술관과 겹칠까봐 그런 걸까? 그렇다고 '고양이네 서양 미술관'이라고 하면 운율이 안 맞아서일까? 박물관을 기대했는데, 그림만 있어서 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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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갯벌의 비밀을 들려줄게 쉿! 시리즈 1
노경수.남현우 글.사진, 이효실 그림, 최재천 감수 / 청어람주니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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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노경수

  사진 - 남현우

  그림 - 이효실

  감수 - 최재천



  아이들에게 읽힐만한, 갯벌에 관한 간단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갯벌에 사는 동물 약간 나오고, 식물 좀 등장하고, 갯벌이 뭔지 설명하는 게 다일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완벽하게 어긋났다.


  이 책은 단순한 어린이용이 아닌, 한국 갯벌에 대한 생태 조사서였다. 풍부한 사진과 그림,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설명이 어른들이 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왜 내가 어릴 적에는 이런 멋진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요즘 애들은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 좋은 세상이 된 만큼 공부해야할 양은 늘어났지만 말이다.




  책은 우선 갯벌이 무엇인지 얘기한다.


  어떻게 왜 갯벌이 형성되는지 다루면서, 밀물과 썰물 현상까지 나온다. 그리고 자연스레 퇴적 작용이라든지 달과 지구의 관계에까지 범위는 다다른다. 어릴 적에 과학 시간에 어려운 용어라고 생각했던 것들인데, 이 책에서는 그것들을 알기 쉽게 풀이했다.


  세계 5대 갯벌 지역에 우리나라의 서해 갯벌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여기서 처음 알았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단다.




  갯벌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아볼 차례이다. 두 번째 장에서는 갯벌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 대해 배운다.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종류가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조개랑 게랑 지렁이만 산다고 생각했는데, 조개도 종류가 많았고, 게도 지렁이도 바다 식물도 다양했다. 그 뿐이 아니라, 그것들을 먹고 사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새도 많았다. 아, 난 진짜 과학을 싫어했거나 주위 생명체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나보다. 어떻게 된 게 다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건 책을 본 조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게 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단 말이야?”라면서 놀라워했다. 왜 자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냐고, 여름에 꼭 책에 나온 갯벌에 가야한다고 난리를 피웠다.


  갯벌에 대해 알고 거기에 사는 생물에 대해 배웠으면, 이제 갯벌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울 순서이다. 세 번째 장에서는 인간과 갯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어떻게 갯벌을 이용하고 거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등등. 중요한 것은 갯벌을 인간의 편의에 맞춰서 개조해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두면서 필요한 것을 얻는 점이었다. 자연을 인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에 맞추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네 번째 장에서는 한국에 있는 갯벌의 지역별 소개와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각각의 위치와 체험관의 전화번호까지 적어주어, 여름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각 지역 갯벌의 특징도 곁들여있어,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것 같았다.


  다섯 번째 장은 갯벌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갯벌이 우리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몇 년 전에 있었던 기름 유출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때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갯벌의 입을 통해 들어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카도 자기 입에 기름이 덕지덕지 묻는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 뒤를 이은 여섯 번째 장은 갯벌을 살리자는 말을 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맞는 말이다. 갯벌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를 위한 삶의 공간이니 말이다. 남의 주거지를 침범하면 안 되는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예고도 없이 부순다고 하면 얼마나 황당할까? 내 집이 소중하면, 다른 존재의 집도 소중한 법이다. 지구엔 우리만 사는 게 아니니까.


  일곱 번째 장은 모래 언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막에만 있는 줄 알았던 모래 언덕이 한국에도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냥 머드팩축제나 열리고 조개 몇 개, 게 몇 마리만 사는 곳이라 여겼던 갯벌이 보기보다 많은 생명체들의 거주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풍부한 사진과 그림으로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을 보여주어, 글자로만 읽는 것보다 더 와 닿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여름에 놀러가기 전에 읽으면 괜찮겠다던 안일한 생각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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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라 베껴! 글쓰기 왕 - 글 잘 써야 공부도 잘한다! 베껴 쓰는 워크북 시리즈
명로진 지음, 이우일 그림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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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글 잘 써야 공부도 잘한다!

  저자 - 명로진

  그림 - 이우일




  글짓기라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도망가는 조카를 위해 고른 책이다. 이 책은 글짓기하는 것보다는, 글을 쓴 다음 퇴고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거기에 베껴 쓰기에 관해 다루고 있다.


  남의 글을 베껴 쓰는 것, 그러니까 필사라고 하나? 글짓기를 처음 시작할 때 쓰는 방법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뭘 어떻게 써야할지 아무 것도 모르니까, 잘 쓴 글을 옮겨 적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알게 된다고 한다. 글 쓰는 사이트에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유명 문인의 글을 베껴 써보라는 답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나름 근거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목차를 보니, 어린이용이고 그림이 많지만 만만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른들도 흔히 실수하기 쉬운 부분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면 존댓말과 그렇지 않은 말은 섞어 쓰지 않고, 같은 뜻을 나타내는 단어는 반복해서 쓰지 않으며, 주어와 서술어는 서로 어울려야하고, 한 번에 한가지씩만 말을 하며, 접속어를 너무 많이 쓰지 않고 문장을 너무 길게 쓰지 않는다는 사항들을 다루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처음에 소제목에 해당하는, 잘못 쓴 예를 하나 보여준다. 그러면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셋이 어딘지 어색하다고 대화를 나눈다. 그에 따라 문장의 어색한 점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어떻게 고쳐야 한다고 고쳐준다. 그리고 올바르게 고친 글을 보여준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유명 소설의 한 부분을 베껴 쓰는 연습까지 시키고 있다. 소설뿐만이 아니라, 동화나 우화, 설명문 같은 것을 쓰기도 한다. 소제목에 맞는 글을 발췌한 모양이다.


  글씨 쓰는 걸 싫어하는 아이는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겠다. 한꺼번에 몇 장을 다 학습하는 게 아니라, 한 장씩 나눠서 연습을 시켜도 좋을 것 같다. 안 그러면 팔 아프다고, 글짓기 싫다고 징징댈지도 모른다. 내 조카도 이 부분에서 '헐'하고 놀라기에, 하루에 한 장만 쓰는 거라고 달랬다. 가뜩이나 글짓기와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억지로 다 시켰다가는 역효과가 나기 쉬우니까.




  대충 그림과 글만 읽어보고 베껴 쓰기를 끝까지 해보지 않아서,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글을 쓸 때, 여기에 나온 실수들은 하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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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일기 뭐 써! 맛있는 글쓰기 9
정설아 지음, 마정원 그림 / 파란정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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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정설아

  그림 - 마정원



  매일 일기 뭘 써야하는지 일일이 물어보는 막내 조카와 그에 대답하느라 힘들어하는 할머니를 위해 고른 책이다. 그림도 재미있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주자, ‘고모, 내가 일기 못 쓸 거 같아서?’라고 묻는 조카 표정이 좀 웃겼다. 마치 자기를 무시 하냐는 뉘앙스가 역력한 얼굴이었다. 무시는 안 하는데 미덥지가 못하다고 대답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대신 ‘혹시 모르는 애들이 있으면 네가 알려주라고.’라고 말하자 좋아한다. 아, 잘난 척하기는.


  준수는 일기 쓰기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아이다. 그날도 일기장을 펴놓고 인상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펑하고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일기장의 요정 지니! 그날부터 지니는 매일매일 준수에게 일기를 다양하게 적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지니에게서 총 20개나 되는 일기의 종류를 배우며, 준수는 차츰 일기 쓰는 재미를 알아간다. 그리고 혼자서 스스로 생각해서 일기를 쓸 수 있게 된다.


  책은 준수가 일상에서 겪는 짤막한 동화와 뒤이어 지니가 알려주는 일기의 종류, 그리고 준수가 쓴 것과 다른 친구들이 쓴 일기를 차례로 보여준다. 그것을 읽으면서 어린 친구들이 자기도 직접 일기장에 쓰도록 유도를 하는 것이다.




  일기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마인드 맵 일기나 그림일기, 독서 일기, 상상 일기 그리고 편지 일기는 들어봤다. 주장일기나 요리일기는 처음 접해봤다. 조카도 비슷한 생각이었나 보다. 이런 것도 일기로 쓸 수 있어? 이러면서 신기해했다. 그리고 영어일기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지만, 한자일기는 마법 천자문을 읽어서 쓸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한다. 학교에서 배운 영어 단어를 써먹어보라니까 안 외워서 힘들다고……. 아, 그랬니? 외웠어야지. 그러면 한자일기라도 오늘부터 써보라고 격려해줬다.


  그림이 참 귀엽고 색감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지니를 보고 깜짝 놀라 무서워했던 준수를 표현한 장면은 웃음이 나왔다. 상황을 생각하면 놀라는 게 당연하지만, 귀신처럼 보이는 지니의 표정은 너무 귀여웠다. 나중에 동생 준희와 나란히 누워 일기장을 펴놓은 장면에서는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거기에 지니도 동글동글하니 더 귀여워졌고 말이다.


   



  이제 조카가 매일 일기 어떤 걸 쓸지 고민하지 않고, 다양한 형식으로 골라 쓰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나중에 고모에게 좋은 책 줘서 고맙다며 꼬옥하고 안아주면 더 좋고……. 하지만 요즘은 컸다고 안 해주니까 안 되겠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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