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크리스마스 장식 - 종이로 간단하게 만드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1
캐럴라인 조핸슨 그림, 해나 아메드 디자인 / 웅진주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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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Christmas Decorations To Cut, Fold And Stick (2012년)

  저자 - 캐롤라인 조핸슨




  가위질을 할 줄 알고 풀이나 테이프를 붙일 줄 아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번 크리스마스 때 이 책은 무조건 사야한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


  막내 조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중의 하나로 어제 미리 주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냐고 시큰둥하게 보던 녀석이 나중에는 아주 신이 나서 자야할 시간까지 만들고 있을 정도였다.


  책은 천사 접기, 모빌 만들기, 별 만들기, 하트 만들기, 고리 만들기, 눈 결정 오리기 총 6종류의 크리스마스 장식 만들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류가 6개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갯수는 더 많았다. 인쇄된 종이의 문양이나 색감이 너무 예뻐서 이것저것 골라서 자르는 재미가 있었다.


  책을 펼치면, 만드는 법까지 자세히 나와있다. 먼저 어른이 시범을 보여줘도 좋고, 손재주가 있는 아이는 혼자서 척척 만들어 낼 것이다. 조카는 모빌 만드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내가 먼저 한 번 만들면서 방법을 보여줬더니 척척 접어냈다. 고모는 옆에서 스카치테이프 떼어주는 조수였다.




  그러면서 할머니와 나눈 대화


  "예쁘게 만들어서 할머니 방에 다 걸어둬야지."

  "할머니는 괜찮으니까, 네 방에 해. 다 늙은이 방에 무슨..."

  "아니지요. 이번엔 할머니 방 꾸며야지요. 난 자동차 사고만 안 나면 할머니보다 살 날이 많으니까, 예쁘고 좋은 건 할머니가 먼저 해야지요." (이럴 때만 존댓말 쓴다.)"


  그래서 결국 할머니 방에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좋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만들 수 있는 페이지가 많이 남아서, 집에 가서 자기 방 꾸미겠다고 가져갔다. 크리스마스때까지 꾸며놓을 테니, 와서 구경하라는데 기대가 된다. 초등학교 1학년과 세 살짜리 아이가 있는 친구에게도 선물로 보내웠는데, 잘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주의점 - 천사 만들기와 눈 결정은 가위질하기가 조금 어렵다. 유치원생이 있는 집이라면 어른이 오려줘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두 개에서 종이조각이 제일 많이 나온다. 이번 기회에 깔끔한 뒷정리를 알려주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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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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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桐島, 部活やめるってよ, 2010

  작가 - 아사이 료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연결되어 있기도 한다.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예상을 했건 안했건, 바라건 바라지 않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위가 확장된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까지 나왔을까. 사람 사이의 일은 진짜 모르는 것이다. 왜 갑자기 저런 얘기를 했냐면, 책을 읽으면서 저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섯 명의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기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 둔 직후와 맞물렸다. 그 중에는 기리시마와 친한 아이도 있고, 이름만 아는 경우도 있고, 또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배구부를 그만두면서, 연쇄작용처럼 아이들의 생활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예를 들면 매일같이 기리시마를 기다리던 여자 친구와 그녀의 친구가 있다. 하지만 기리시마가 배구를 그만두자, 여자 친구는 더 이상 방과 후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와 같이 있던 여학생은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아지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다.


  이런 식으로 기존의 생활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레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면 그 옆에 있던 사람 역시 자기 주위의 누군가에게 또 변화의 바람을 불어 일으킨다.


  이렇게 처음에는 그냥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변화는 점점 회오리바람처럼 학교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큰 흔적을 남긴다. 이 책은 그 흔적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 기리시마의 속사정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대충 짐작만 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언급만 될 뿐이다.


  바람이 남기고 간 흔적 속에는 아이들의 고민과 사랑, 우정, 자기 자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 가족과의 서툰 관계 등등이 들어있다. 어떤 아이에게는 자기 자신을 되찾고 싶은 눈물과 체념 그리고 다짐이었고, 또 다른 아이에게는 고뇌와 불안 그리고 확인이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앞만 바라보고 가는 시선이기도 하고,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짓눌린 아이의 아주 약간 벌어진 숨통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제 겨우 열일곱,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진학이냐 취업이냐 고민을 해야 하는,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책에서는 그러했다. 새하얀 도화지라고 학생들을 지칭하지만, 정작 무슨 색이 어울릴 지 말해주는 어른은 없었다. 어떤 그림이나 어떤 색이 아이들에게 맞을지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나름 선을 그어가면서 생활을 했다. 눈에 띄는 아이, 그렇지 않은 아이. 위 또는 아래. 서로를 곁눈질하고 관심 없는 척하지만, 상대방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각자 길을 걸었다.


  하지만 기리시마의 배구부 탈퇴는 그런 조용한 학교에 불어 닥친 한줄기 바람이었다. 그것은 광풍이 되어 아이들의 가슴에 남았다. 누구의 마음에 얼마 정도 깊이의 흔적을 남겼는지는 알 수가 없다. 누구에게는 봄날의 미풍일 수도 있고, 또 누구에게는 카트리나 급의 대형 태풍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은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지 아닌지는 아이들의 마음에 달려있다. 그런데 부정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은 각자 아픈 진실을 마주하면서 깊은 생각을 해서 결론을 내렸으니까.


  어른들은 그냥 지켜봐주는 것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말처럼.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말을 넣자면, 아이들이 여자 친구와 관계를 가질 때 콘돔을 떠올리는 부분은 대견스러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동급생'에 나오는 아이들은 콘돔을 쓰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었다. 짜식들, 앞으로도 콘돔은 꼭 써야한다.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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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네 미술관 - 아름다운 우리 그림 우리 문화 상상의집 지식마당 6
강효미 글, 강화경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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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아름다운 우리 그림 우리 문화

  작가 - 강효미

  그림 - 강화경




  '와아-' 표지를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한옥지붕위로 꽃이 가득 피어난 나뭇가지가 뻗어있고, 나무로 된 창문이 활짝 열려있다. 그 너머로 고양이와 나비 한 마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지붕 위에서는 역시 고양이와 나비가 창 너머의 광경을 보고 있다. 약간 두꺼운 느낌의 표지를 넘기면 아까 창 너머로 보였던 고양이와 나비 그림이 액자에 넣어져있다.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기 고양이가 우연히 만난 나비를 따라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어 나비가 사라지자 그리워하다가, 다시 봄이 되면서 새로운 나비 친구를 만나는 내용이다.


  두 친구가 동네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여러 민속 행사 구경을 하는데, 그 장면들이 우리 조상님이 그린 그림과 맞아떨어진다.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옛 선조들이 그린 그림에 고양이를 한 마리 넣었다. 그리고 고양이 입장에서,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 대사를 넣고 상황을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장면과 장면에 딱히 연결점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중간에 딱딱 끊기는 것이,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이야기를 무리하게 연결시켰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글이 너무 어색한 건 아니었다. 게다가 고양이와 나비의 귀여운 움직임이나 색감 등이 그런 점을 다 상쇄시킬 정도로 귀여웠다. 책에서 소개할 옛 그림들과 비슷하게 그렸는데, 화려하면서도 너무 요란스럽지도 않고 튀지 않았다.




  고양이 이야기가 끝이 나면, 앞에 나왔던 옛 화가들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나온다. 앞에서 나온 그림 말고 화가의 다른 그림까지 곁들여서, 그의 고유한 화풍이라든지 살았던 시대 그리고 그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안견, 사임당, 변상벽, 신윤복, 김홍도 그리고 김득신까지. 대개 조선 시대의 분들이다. 음, 이 부분은 글씨가 좀 많았다. 엄마들이 미리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얘기를 해주는 형식으로 넘겨도 좋을 것 같다.


  요새 아이들 책을 보면 샘이 난다. 어쩌면 이렇게 귀엽고 예쁘고 다양한 책들이 많은지. 다시 어린애가 되고 싶을 정도이다. 그러면 조카 책꽂이가 아닌, 내 책꽂이에 꽂아두고 읽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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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 다루 사거리의 거북이 12
김성종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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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성종



  제목만 보고는 소설 ‘정글북’에 나오는 모글리와 같은 아이의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도 생각나고 그랬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오는 대목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나 혼자 착각한 게 아니어서.


  다루는 두 살 위인 누나,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함께 캠핑카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소년은 버려진 강아지를 하나 발견한다. 병약하고 눈이 한쪽이 없는 강아지를 보면서, 그는 역시 한쪽 눈을 사고로 잃었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름을 케르베로스, 줄여서 케르라고 짓고 정성을 다해 돌본다.


  다루는 남들과 다른 아이였다. 비록 나이는 초등학생이지만, 생각하는 깊이나 지식의 범위가 어른을 웃돌았다. 담임이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며 아버지를 찾아와 외국 유학을 알아봐주겠다고 할 정도였다.


  책은 다루와 케르가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지갑과 쪽지를 물고 동네 슈퍼에 가서 장을 보고 오는 케르는 동네의 명물이었고, 아기 토끼에게 젖을 물리고 보호하는 모습은 방송국의 취재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한 영특한 다루는 주변에서 생긴 일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혈액형 때문에 불화가 생긴 가정에 해법을 제시하기도 하고, 자폐에 걸린 아이에게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온가족이 지리산 종주를 하러 떠났던 여름 방학, 다루와 케르는 산에서 버려진 백골을 발견한다. 6.25때 희생당한 군인들의 유골이었다. 소년은 사진과 유품을 수습해 국방부로 보낸다. 이후 일어난 사건들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데…….


  다루를 둘러싼 거의 모든 사건들은 상당히 시사적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일 뿐만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계기를 던져주고 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혈액형을 잘못 알았기에 부인의 불륜을 의심했던 사건이라든지, 무조건 아이들에게 외우기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 등은 아직도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다루는 주입식이 아닌, 독서와 스스로 생각하는 학습법을 어머니에게서 배웠기에 다른 아이들과 많이 달랐다. 책에서는 그런 부분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다루의 박학다식함을 접한 어른들의 대사, 그러니까 우리 애도 책을 읽어야 하는데 같은 말들이 가끔 나온다.


  하지만 다루 엄마는 책을 읽어주면서 언제나 같이 모든 것을 해왔다. 우리 애가 책을 안 읽는 건, 애가 책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러 것이다. 엄마도 아빠도 책을 안 읽으면서 애한테만 읽으라고 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작가는 그런 사실을 직접적이 아닌, 은근히 말하고 있다.


  다루 가족이 지리산을 올라가면서 본 전쟁의 흔적이라든지 일제 식민 시대의 자취는 아픈 현대사의 일부분이었다. 작가는 다루의 입을 통해 과거 조상들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이런 시각으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빨치산을 너무 감정적으로 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끄럽게도 다루만큼 그 당시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너무 불쌍하게 보는 건 아닐까? 물론 아무 것도 모르고 휩쓸린 사람이라면 그렇게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그런 시선 자체가 실례가 아닐까? 물론 그들을 불쌍하게 여겼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 수도 있다. 작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흐음, 나중에 한번 찬찬히 그들에 대한 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다니, 단순한 청소년 대상 소설이 아니라는 느낌이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오지만, 사건과 사건의 연결이 너무 억지스럽다거나 무리수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다루에게 일어나는 일이 거의 다 해피엔딩이어서, ‘이게 뭐야’라고 할 수도 있다. ‘어떻게 얘가 손대는 일은 다 좋아?’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루의 가족, 특히 엄마아빠의 과거가 너무 힘겨웠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어려움을 겪었으니까 이제 좋은 일만 생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현실을 다루면서도 희망을 주는 것이 아동이나 청소년 대상 소설의 의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적당히 시사적이고 적절한 해피엔딩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덧붙여서 눈에 뻔히 보이는 과한 교훈 주입식이 아니라는 점도 좋았다.


  “병들고 약하다고 해서 동물을 버리면 안 되지. 그럴수록 돌봐야 해. 그건 곧 인류애와 통하는 거야.”-.p46


  동물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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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쌓는 아이 숨 쉬는 역사 1
안선모 지음, 최정인 그림, 한양도성연구소 감수 / 청어람주니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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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안선모

  그림 - 최정인

  감수 - 한양도성연구소




  안녕? 나는 물미. 올해 열네 살 된 여자아이야.


  난 두만강 근처 마을에서 살아. 두만강 알지? 모른다고? 야, 지도 좀 봐라. 그럼 너 여진족은 알아? 몰라? 헐, 너 바보야? 자, 잘 들어. 여진족은 두만강 건너에 사는 활을 잘 쏘는 사람들이야. 가끔 우리 조선에 쳐들어와서 먹을 걸 빼앗아 가기도 해. 그런데 여진족이라고 다 나쁜 사람은 아니고, 어떤 사람은 우리랑 같은 조선 사람이 되겠다고 하기도 해. 티무르도 그런 애야. 가끔 우리 집에 와서 먹을 걸 얻어 가는데, 사냥을 엄청 잘 해. 손재주도 좋아서 저번에는 나한테 가죽신발도 만들어줬다. 부럽지? 후훗.


  그런데 말이야, 문제가 생겼어. 한양이라고 임금님이 사시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성을 쌓아야한대. 그래서 일을 시킨다고 마을 남자들을 다 데리고 가버렸지 뭐야.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우리 할아버지도 거기 끌려갔다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를 또 데리고 간 거야. 거기다가 나쁜 여진족이 쳐들어왔어! 난 숨어있어서 잡혀가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끌려가셨어. 티무르가 잘 보호해드린다고 했지만, 걱정이야.





  결국 난 아버지를 찾으러 한양으로 가기로 했어. 먼 곳이지만 아버지를 찾아서 같이 어머니를 되찾으러 가야지. 그래서 난 남자아이로 변장을 했어. 아무래도 여자아이는 위험하잖아? 다행히 좋은 분들의 도움으로 겨우 도착할 수 있었어. 그런데 너무 힘이 들어서 그냥 쓰러져버렸지 뭐야. 정신을 잃은 날, 높은 벼슬을 하는 양반 댁에서 거둬주셔서 살 수 있었어. 김종서 장군이라고, 얼핏 보면 무섭지만 좋은 분이야. 그 분의 따님인 해원 아기씨가 이것저것 날 챙겨주셨어. 우선 거기서 심부름을 하면서, 아버지를 찾아보기로 했어.





  아, 겨우 만난 아버지는 많이 몸이 상하셨더라고. 난 하루라도 빨리 아버지랑 같이 돌아가려고 성 쌓는 일을 도와드리기로 했어, 인규 도련님이 알려주신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서 큰 돌도 금방 옮기고 그랬지.


  우와! 우와! 큰일이야! 나라님께서 날 보시겠다는 거야! 우왕! 떨려! 어떡하지? 내가 여자라는 걸 들키면 쫓겨날까?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평소에 생각했던 걸 말씀드리는 것도 좋을 거 같아. 할아버지처럼 성을 다 쌓고 집에 오다 돌아가시는 일이 없어야 하고, 우리 같은 사람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라도 있으면 좋겠고. 아, 여진족에게서 우리를 좀 안전하게 보호해달라고 부탁도 드리고.




  하아, 너무 인자하셨어, 우리 임금님은. 평민 주제에 임금님에게 할 말 다하고 살아난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드디어 성을 다 쌓았어. 해원 아가씨의 도움으로 난 내 이름만 겨우 배워서, 돌에 새겼지. 궁금하면 찾아봐. 임금님이 나한테 선물을 주셨어! 뭐지? 예쁜 치마저고리잖아? 뭐야, 임금님을 알고 계셨다는 거야? 어떻게? 대단해!




  이제 아버지랑 고향으로 돌아갈 거야. 빨리 어머니를 찾아야지. 그럼 안녕.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응? 아쉽다고? 그럼 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성을 쌓는 아이’를 읽어봐. 내가 까먹고 잊은 이야기도 많이 들어있을 거야. 그럼 난 이만 간다. 지도 좀 보고, 역사 공부하는 거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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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이 책을 읽다가, 물미가 만난 임금이 누굴까 생각해봤다. 설마?


  조선의↗궁궐에↘당도한 것을→환영하오↘낯↘선↗이여↘

  나는↘나의↗ 훌↗륭한↘백성들을↗ 굽↗어↘살피는↘

  깨우↗친↘ 임금↗ 세↘종↗이오↘ ……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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