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봄 여름 가을 겨울 - 김종만 사계절 동화, 문화나눔 2011 우수문학도서 ㅣ 살아 있는 글읽기 1
김종만 지음, 이병원 그림 / 고인돌 / 2011년 3월
평점 :
봄여름가을겨울
위로 두어 살, 아래로 두어 살. 그렇게 차이 나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문 밖만 나서면 아이들이 모여들고 함께 놀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단다. 특별히 비싼 레고 장난감이 없어도 몇 단계 변신 로봇이 없어도 그 시절 아이들은 산으로 들로 강으로 다니며 뛰어놀았고 길가 풀이며 돌이며 꽃, 나무가 온통 멋진 장난감이었다. 이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놀이터에 나가서야 겨우 만날까, 그것도 학원 시간이 엇갈리면 마주치기 어렵고 그렇다고 층간 소음 걱정에 아파트에서 뛰어놀 수도 없고 형제가 많아 어울려 크면서 놀이를 배우는 것도 아니다. 오죽하면 아이 친구를 만들러 일부러 나들이를 다녀야 할까. 거기다 무얼 하고 놀아야 할지 몰라 늘 심심하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봄이 늦게 찾아오는 성골 마을에서는 겨울이면 썰매를 놓고 고무다리를 신나게 탄다는데 썰매가 지나가고나면 뿌지직 얼음이 깨진다는 이야기에 혹시 아이들이 빠지지나 않을까 절로 걱정이 되었는데 빠지고도 옷만 젖었을 뿐 금방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읽고 얕은 강이었나보다 짐작을 했다.
까딱하면 산불로 번질 뻔했던 아이들의 불장난 쥐불놀이, 함부로 나무를 베었다고 아버지들이 감옥에 갇힐 뻔했던 사건, 냉이, 달래, 벌금자리, 뽀리뱅이, 지칭개, 담배나물, 질경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봄나물들을 무쳐먹고 된장에 국 끓여 먹는 이야기. 배가 고파 물배를 채우고 진달래와 아카시아, 매자나무 잎 등을 따먹으며 컸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지금은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아련한 옛이야기가 되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어른들의 하소연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외서리 가고, 저수지 둑에서 그령이나 삐비를 빼어먹고 삼태기, 깡통으로 고기를 줍고 민물 새우를 건지며, 벌을 볶아 먹고 토끼를 키우고,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고, 고무신을 잃어버렸다고 한여름 불볕더위에 고추를 따고, 똥통에 빠지기도 하고 가을 걷이 때 술 심부름을 하러 갔다 몇 모금씩 돌려 마셨다가 등짝을 얻어 맞기도 하고, 품앗이 김장철에 속대 노란 배춧잎에 벌건 양념을 묻혀 먹으며 꼭소리지르기 하던 그 시절 아이들이 부럽다.
시골 농촌 마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대로 펼쳐지며 못 살고 힘들었지만 서로 돕고 함께 어울려 웃음꽃을 피워냈던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이 참 예쁘게 펼쳐진다.
수채 일러스트 또한 이야기를 더 실감나게 만들어주고 이들 이야기와 잘 어울려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고픈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버린 그리운 시절의 이야기.
재미난 이야기라서만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고 알싸한 추억이며 고귀한 역사적 기록이어서 더 귀하고 소중한 이야기.
잊혀지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