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저자가 집필한 산문집 세 권에서 아홉 개의 글을 선별하여 엮은 책이다. 이중 표제작인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1996년 어느 잡지사가 ‘카리브해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써 달라는 의뢰로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여행을 하고 나서 사람들은 이 여행을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이라 생각해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 같다. 고가의 비용을 내고 일주일 동안 마음껏 사치를 누릴 수 있는 크루즈 여행에 대해 저자는 비판의 눈으로 글을 쓴다.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것 중 하나는 인간 심리를 알 수 있는 글로, 승객들이 왜 비용이 많이 드는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 대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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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의 설명적 잡담에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따로 있었다. ‘긴장을 풀다’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가올 한 주를 오래 미루었던 보상으로, 혹은 형언하기 어려운 어떤 압박의 압력솥으로부터 자신을 구출하여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으로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니면 둘 다로, 설명적 사연들은 길고 복잡하며, 어떤 것은 좀 무섭기까지 하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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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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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친지를 간병했는데 환자가 끔찍하게 오래 연명하는 바람에 몇 달이 흐른 지금에야 겨우 땅에 묻고 (크루즈 여행에) 왔다는 얘기를 서로 다른 대화에서 두 번 들었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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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호화 크루즈 여행 계획을 잡아 놓고 그걸로 지옥 같은 현실을 견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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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색 ‘말린스 티셔츠를 입은 화훼 도매상은 완벽한 여유와 재생의 일주일을 당근으로 눈앞에 매달아 놓고서야 크리스마스에서 밸런타인데이까지 지옥 같은 성수기에 지쳐빠진 제 영혼을 건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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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것이니 창피한 일이 아니고 아무도 자신을 흉볼 수 없다는 말로 읽힌다.

 

 

승객들이 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자기 합리화하여 말하는 인간 심리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각주를 붙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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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상에서 드러난 것은 자기 자신에게 허락하는 방종에 따르기 마련인 미묘한 창피함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방종이 사실은 방종이 아니라고 누구에게든 설명하고 싶은 욕구다. 내가 마사지를 받는 건 마사지를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옛날에 무슨 운동을 하다가 다친 허리가 죽을 만큼 아파서 하는 수 없이 받는 거라는 식, 나는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 피우는 게 아니라 담배가 ‘필요해서’ 피우는 거라는 식이다.

 

-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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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본문 하단에 ‘각주’가 백 개가 넘는 데다 꽤 길게 쓴 각주도 많아서 저자의 성실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제멋대로 쓴 듯한 필치는 꼭 수다스러운 사람이 떠들어 대는 모습을 연상케 하여 처음부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 자기만족의 기쁨

 

 

‘포르쉐’라는 자동차를 동경했다는 기타노 다케시는 돈이 생기자 바로 포르쉐를 샀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포르쉐를 타 보고 놀랐다고 한다. 포르쉐에 탔더니 포르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친구를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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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포르쉐의 열쇠를 건네면서 부탁했다.
“이 차로 고속도로를 달려줘.”
나는 택시를 타고 그 뒤를 쫓아가며 내 포르쉐가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택시 조수석에 앉아서 “좋죠? 저 포르쉐, 내 거요”라고 했더니, 기사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왜 직접 안 타십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바보군요, 내가 타면 포르쉐가 안 보이잖아요.”

 

-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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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내가 왜 목걸이와 귀고리보다 반지와 팔찌를 좋아하는지 알았다. 목걸이와 귀고리는 거울을 보지 않고는 볼 수 없으나 반지와 팔찌는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반지와 팔찌를 낀 내 모습에 자기만족의 기쁨을 느꼈던 것. 기타노 다케시가 포르쉐를 보기만 해도 좋은 것도 자기만족의 기쁨일 터.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건 사실이다. 타인이 자신을 유능한 사람으로 봐 주면 좋겠고, 타인이 자신을 부자로 봐 주면 좋겠고, 타인이 자신을 행복한 사람으로 봐 주면 좋겠고. 반면에 타인과 무관하게 자기만족만으로도 행복해지기도 한다.

 

 

여기서 물음 하나. ‘타인이 나를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한가,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한가?’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느끼는 행복이 훨씬 중요해지는 것 같다. 생각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만 지금의 생각으론 타인의 시선 따위가 하찮게 여겨진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3. 손해를 각오하는 것이 우정이고 사랑이다

 

 

자신이 친구에게 이만큼 베풀었으니 그 친구도 자신에게 그만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우정이 아니다. 우정에 계산이 개입하는 순간 그 우정은 진정한 우정이 아니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친구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진정한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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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곤란하면 나는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곤란할 때 나는 절대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다.”
이런 자세가 옳다. 서로에게 그렇게 생각할 때 비로소 우정이 성립한다.
‘옛날에 나는 너를 도와주었는데 너는 지금 왜 날 도와주지 않는 거야’ 하고 생각한다면, 그런 건 처음부터 우정이 아니다. 자신이 정말로 곤란할 때 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우정이다. (...)
애초에 우정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다. 손익으로 따지자면 우정은 손해만 볼 뿐인 것. 

 

-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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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우정’이라는 것.

 

 

친구 간의 우정뿐만 아니라 연인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걸 말리고 싶은 마음이 사랑일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랑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상대를 위해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버릴 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에 가까울 것 같다.

 

 

불륜 관계라면 예를 들면 이런 것.

 

 

“당신이 이혼하고 내게 와 준다면 나로선 정말 좋겠지만 이혼하면서 당신이 치러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말리고 싶소. 차라리 내가 당신을 단념하는 게 낫겠소. 당신에게 마음고생을 시키지 않는 게 내 사랑법이오.”

 

 

이혼하게 되면 자식들에게 시달려야 하고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시달려야 하고 사회적 시선에 시달려야 한다. 게다가 자식을 마음껏 만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될지도 모르는 일. 그걸 사랑하는 사람에게 겪게 하는 것보다 자신이 상대를 포기함으로써 그런 고통을 겪게 하지 않는 게 사랑일 것 같다. 그러니 사랑이란 자신이 이익을 보는 쪽이 아니라 손해를 보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손익으로 따지자면 우정은 손해만 볼 뿐인 것.(127쪽)것처럼.

 

 

 

 

 

 

 

 

4. 사랑에 필요한 건 총명함

 

 

카뮈는 <페스트>라는 소설에서 총명함이 없다면 진정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다고 썼다. 선한 의지를 가진 선량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무지하다면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총명함이라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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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은 대개의 경우 무지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며, 또한 선한 의지도 풍부한 지식 없이는 악의와 거의 같은 정도로 많은 피해를 끼치는 수가 있는 법이다.

가장 구제 받을 수 없는 악덕은 스스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 이런 생각에 입각하여 사람을 죽이는 권리를 스스로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하기 짝이 없는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영혼은 맹목적인 것이며, 가능한 한의 총명을 갖추지 않고서는 진정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 A. 카뮈 저, <페스트>,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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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간이란 총명하기보단 어리석기 일쑤여서 ‘사랑’이 어려운 모양이다.

 

 

 

 

 

 

 

 

 

 

 

 

 

 

 

 

 

 

 

 

 

 

 

5. 갑질 보도로 생각한 것

 

 

ㄷ항공 오너 2세들이 자신이 부리는 사람에게 큰소리로 윽박지르고 위협을 가했다는 갑질 보도를 여러 번 접하고 나서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인간은 권력의 자리에 앉으면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져서 그 충동을 이겨 내지 못한다는 것. 그들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둘째, 그들이 보통 사람이면 참았을 상황에서 크게 화를 낸다는 것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다시 말해 재벌 2세로 가진 게 많다고 해서 그리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라는 것. 왜냐하면 행복한 사람은 웬만한 일에 화를 내지 않을 것이고 남에게 너그러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개인 차’가 있겠지만 이에 대해선 언급을 생략함.) 


 
어쩌면(나의 편견일지 모르겠으나) 재벌가에서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기 어려운 존재들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원하는 것이면 뭐든 살 수 있기 때문에 뭐 하나 사고서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이 그들에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들게 노력해서 돈을 버는 보람을 모를 것 같기 때문이다. 또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경험이 부족해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행복은 금전에 있지 않고 행복은 지위에 있지 않고 행복은 일상의 작은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의 숙명은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남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그 순간에 잠깐 속이 시원할지 모르나 대체로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누군가와 싸우고 나서 기분 좋게 웃는 사람이 드물듯이 말이다. 그러니 화를 내면 낼수록 그 자신은 불행해진다.

 

 

<더 나은 세상>에 따르면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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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많은 관심을 갖고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자녀 양육에 대한 이런 접근은 행복과 깊은 관련이 있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욱 만족스런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많은 증거가 나와 있다. 또한 그러한 삶의 태도는 그 자체로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 피터 싱어, <더 나은 세상>, 3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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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삶을 살면서 걱정이 있고 불쾌한 일을 겪고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고, 자신이 바라는 바가 이뤄지지 않기 십상이다. 완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면 더 불행하거나 덜 불행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최선은 덜 불행해지려고 노력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일인 것 같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겸손해지는 법. 재벌 2세들에게서 알 수 있듯이 오만한 사람일수록 행복은 멀어져 간다.   

 

 

 

 

    

 

 

 

 

 

 

 

 

 

 

 

 

 

 

 

 

 

 

6. 책은 아무 때나 읽기

 

 

책을 읽으면서 안 사실은 독서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젊은 날에는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책을 읽어도 몇 시간만 잠자고 나면 하루를 지내는 데 지장이 없었다. 이제 나이를 먹고 나니 밤새워 책을 읽으면 컨디션이 나빠져서 하루를 지내는 데 지장이 있다. 그래서 잠 잘 시간에 책을 읽는 걸 삼간다.

 

 

예전엔 하루에 책 한 권을 뚝딱 읽기도 했지만 이젠 긴 시간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 때나 시간이 날 때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기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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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을 때는 아무 때나다. 아무 도구도 필요 없고 시간과 장소를 지정할 필요도 없다. 책 읽기는 낮이든 밤이든 어느 시간에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다. 책 읽을 시간이 있고, 책을 읽고 싶을 때가 바로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하지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다. 책 읽기 좋은 때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분명 즐거움을 놓치고 말 것이다.

 

- <천천히, 스미는>, 홀브룩 잭슨이 쓴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 220쪽~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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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재미없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아직 책을 읽는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을 켜는 즐거움을 알려면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듯 독서도 마찬가지다. 많이 읽어 본 사람만이 독서의 즐거움을 안다. 그러니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읽되 지루하게 읽힐 책 말고 자신이 흥미를 느낄 책을 찾아 읽는 게 요령이다.

 

 

늙어서 이제 책을 읽지 못하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명심할 건 이것이다. 앞으로 사는 동안 내가 가장 젊은 게 오늘이라는 것. 

 

 

 

 

 

 

 

 

 

 

 

 

 

 

 

 

 

 

 

 

 

 

 

7. 잘라 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옷 쇼핑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여러 옷 중 맘에 드는 몇 개를 골라 놓고 그중에서 단점이 있는 옷을 마음에서 잘라 내야 한다는 것을. 예를 들면 이러하다. ‘A란 옷은 색상이 맘에 드나 디자인이 맘에 안 들고, B란 옷은 디자인이 맘에 드나 색상이 맘에 들지 않고, C란 옷은 가격이 비싸서 안 되고 그러니 D란 옷으로 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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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흘러가는 시간의 저장고일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것들의 저장고다. 세상 많은 것들 중 한 곳에 초점을 두고 나머지는 잘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포커스! 그 대상만 커지고 또렷해지고 성큼 다가온다. 이것으로 왜곡이 일어난다 해도 사람을 마음에 담는 일은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담는다는 것은 보태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잘라내는 작업이다.

 

- 배혜경, <고마워 영화>,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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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만 잘라 내는 작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인생에서도 잘라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돌아보니 나도 살면서 마음에서 잘라 낸 것들이 많다. 두 가지를 다 하려면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발레를 배우기 위해 (한때 재밌게 배웠던) 현대 무용을 잘라 내고, 글쓰기를 하기 위해 (한때 취미였던) 그림 그리기를 잘라 냈다. 독서에 있어서도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 추리 소설 같은 재밌는 책을 잘라 내고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

 

 

또 글을 쓰면서 잘라 내는 작업이 중요함을 알았다. 전체 사진을 망치는 부분을 잘라 내야 더 나은 사진이 되듯이 전체 글을 망치는 부분을 잘라 내야 더 나은 글이 된다. 이때 잘라 내는 것의 아까움은 응당 치러야 할 대가이다.

 

 

 

 

 

 

 

 

 

 

 

 

 

 

 

 

 

 

 

 

 

 

 

8. 세상에는 확실한 기준도 원칙도 없다

 

 

무엇에 대한 해석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실을 내가 경험한 것 중에서 하나를 소개함으로써 증명해 보고자 한다.

 

 

둘째 아이의 백일잔치를 하는 날이었다. 우리집에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상차림을 하느라 아침부터 무척 바빴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작은 형님(남편의 작은누나)이 새우튀김을 많이 해 와서는 바삭바삭해야 맛있다며 한 번 더 튀겨 내야 한다고 튀김을 튀기기 시작했다.

 

 

그때 난 작은 형님에 대해 하나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잡채, 불고기, 갈비찜 등 음식을 푸짐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새우튀김까지 있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뿐 고마운 줄 몰랐다. 5월에 태어난 아이라 백일인 그날은 여름 더위가 가시지 않은 더운 날이었다.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그걸 왜 해 왔냐고 말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있었다. 작은 형님이 그렇게 새우튀김을 손수 해 온 것은 먼길 오는 나의 친정어머니와 친정아버지에게 대접하고 싶어서였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고마워하지 않았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두고두고 고맙게 생각한다. 이처럼 무엇에 대한 해석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속단은 금물임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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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무엇이 허락되고 무엇이 허락되지 않는지 나는 모른다. 찬사를 보내지도 비난을 퍼붓지도 못한다. 세상에는 확실한 기준도 원칙도 없다.

 

-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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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하나도 고맙지 않은 일이 지금 와서는 두고두고 고마운 일이 되는 걸 경험하고 나니 에밀 시오랑이 말한 ‘세상에는 확실한 기준도 원칙도 없다.’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9.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는 솔직함

 

 

 

 

 

 

 

 

 

 

 

 

 

 

 

 

 

 

 

글쓰기의 가장 어려운 점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갖는 글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보편성이란 글의 내용을 독자가 공감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고, 특수성이란 독자가 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기가 아닌 독특함을 갖고 있는 내용이어야 함을 뜻하겠다. 글을 쓸 적마다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나는 헤맨다.

 

 

그러나 보편성과 특수성과 무관하게 나를 감동시키는 글이 있다. 바로 솔직한 글이다. 솔직함 앞에는 어떤 평가도 부질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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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글 안 쓴다고 군대에 가서는, 한참 뜨고 있는 여류 시인에게 오밤중에 전화를 했다. 그녀가 정중히 전화를 끊었을 때, 그때도 참 부끄러웠다. 그러나 두고두고 창피한 것은 회사에 들어가 처음 만난 여자 앞에서 노동자들이 불쌍하다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 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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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서 사실은 상대가 달이 아닌 자신의 손가락을 봐 주길 바랐던 것. 그것은 상대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는 것.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 같은, 그러나 부끄러운 일이라 글로 쓰기 쉽지 않은 일이다.

 

 

위의 32쪽의 글을 글쓰기에 솔직함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 주는 전범으로 삼으려 한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나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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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4-30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책이 언니의 정신의 배를 부르게 한다고 생각하니
기뻐요.ㅋㅋ

엄마가 이제 연로하시니 등이 아프다고 거의 매일 노래를
부르다시피 합니다.
오늘은 갑자기 책 읽는 것도 한때겠구나 싶어요.
눈 좋을 땐 막 누워서도 책을 읽었는데
지금은 안경 부러질까봐 그렇게도 못하고,
나도 엄마처럼 등이 아프면 앉아 있는 것도 괴롭겠지
생각하니까 그렇더라구요.

잠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잠을 포기할래? 책을 포기할래?하면 전 차라리 책을 포기할 것 같아요.
대신 영화와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가 있으니까.ㅋ

페크pek0501 2018-04-30 22:16   좋아요 1 | URL
하하~~ 사진 속에 님의 책이 있지요? 당근 배부르게 하지요~~.

연출한 사진이 아니라 책상 아래에 쌓여 있는 책을 그냥 찍었답니다. 저 책 뒤에도 책이 많이 쌓여 있어요. 시간이 지난 뒤에 보면, 아 그땐 저런 책들을 가까이 두고 읽었었구나, 하며 보겠지요.

저도 친정어머니가 늙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겠지, 하면서 힘빠지곤 해요.

잠, 중요하죠. 저는 고단하면 무조건 눕는 스타일입니다. 몸이 제일이다 그러면서요.
저는 고단할 땐 누워서 책을 읽어 주는 팟캐스트 듣고 있어요. 그러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와서 끝부분을 못 듣고 자고 말아요. 그러면 다음날 또 켜서 듣는데 역시 도중에 잠이 와서 끝부분을 아직도 못 듣고 있는 게 있답니다. 웃기죠?

서니데이 2018-04-3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4월에는 이렇게 많은 책을 읽으셨군요. 사진 속의 책을 세어보니 20권이나 되는데요.^^
7번을 읽으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것의 어려움을 생각해요.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줄일 수 있다면 다듬고 줄이고 싶어요.
오늘은 4월 마지막날인데,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미리 5월 같아요. 5월 0일 같은 기분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4월, 기분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18-04-30 22:20   좋아요 1 | URL
후훗... 저렇게 많은 책을 한 달에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냥 요즘 옆에 두고 읽고 있는 책이랍니다. 내용을 대충 다 알 정도로 다 들춰 보긴 했는데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이 있어요. 다 읽은 책도 책장에 꽂기 싫고 저렇게 쌓인 채로 둡니다. 이것 역시 게을러서가 이유가 됩니다.

내일까지 미세먼지가 있다가 모레 비가 온다고 하니 제 마음은 빨리 모레가 왔으면 싶네요.
푸른 5월을 맑은 공기와 함께 맞고 싶네요. 님도 기분 좋은 하루가 되시길...
고맙습니다.

라로 2018-05-01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쌓아놓은 책 중에 제게 있는 것은 5권네요!! ㅎㅎㅎㅎ 한권이라도 있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봤는데 5권이나 되어 신났어요. ㅎㅎㅎㅎ
여전히 잠자기 30분은 독서로 보냅니다만 요즘은 영화도 자주 봐요. 그러니까 자꾸 책 읽는 것에 소홀해지네요. 의무로 책을 읽는다고나 할까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대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8-05-03 11:11   좋아요 0 | URL
5권이나 겹친다고 하니 반갑네요. 저도 여러 님들의 서재에서 책 사진을 보곤 하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저의 책과 안 겹치는지...ㅋ 한두 권만 겹치더라고요.

저는 어젯밤 잠자기 전에 한 시간이나 책을 봤어요.
책 읽기에 소홀할 때는 기록이 최고지요. 한 권을 다 읽을 때마다 독서 노트에 책 이름을 기입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속도를 내야겠단 생각이 들거든요. 5월에는 몇 권이나 기록하게 될지 계획도 세우고 말이죠.(기록하는 재미는 해 본 이들만 알 듯..)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좌우한다, 가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8-05-01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5-01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밤 12시에 잠들면 새벽 4,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요. 그럴 때 정신이 맑으면 읽다 만 책을 읽기 시작해요. 아침 일찍 일어날 때 휴대폰부터 먼저 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이제 그 습관을 없애려고 해요. ^^

페크pek0501 2018-05-03 11:15   좋아요 0 | URL
아침형 인간에 속하는 분이시군요. 저는 저녁형인가 봐요. 밤에 책 읽으면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몸 컨디션이 나쁠 때를 빼고는요.

제가 눈 뜨자마자 폰을 보는 건 날씨 때문이에요. 미세먼지가 있나, 비가 오나,를 살피고 일어난답니다. 폰을 많이 보고 나면 시간이 아깝지요. 책을 많이 본 날은 뭔가 하루를 뿌듯하게 보낸 것 같고 말이에요. ㅋ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은 미세먼지 없이 맑아서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18-05-04 13: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상에서 건져올린 소소한 생각들이 결코 작은 게 아니라는 게 페크 님의 독서를 보면 느껴져요. 몸도 마음도 살살 달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월도 행복하게요~~

페크pek0501 2018-05-05 10:57   좋아요 0 | URL
저자께서 방문하셔서 반갑습니다. 님의 글도 인용을 했답니다. 히힛...

일상의 위대함을 조금씩 알아 가고 있습니다. 프레이야 님도 행복한 5월이 되시길...

댓글, 고맙습니다.
 

 

 


나와 어울리지 않게 요즘 시집을 읽고 있다. 흙보다 시멘트에 친숙한 내가 시를 읽는다는 게 (여전히) 어색하긴 하지만 한때 시집만 사서 읽은 적이 있고 시에 흠뻑 빠진 적이 있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들을 부러워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와 다른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태준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요즘 계절과 알맞은 것 같아 ‘다시 봄이 돌아오니’라는 시를 뽑아 올린다.

 

 

 

 

 

 

 

 

 

 

 

 

 

 

 

 

 

..........
다시 봄이 돌아오니

 

누군가 언덕에 올라 트럼펫을 길게 부네
사잇길은 달고 나른한 낮잠의 한군데로 들어갔다 나오네
멀리서 종소리가 바람에 실려오네
산속에서 신록이 수줍어하며 웃는 소리를 듣네
봄이 돌아오니 어디에고 산맥이 일어서네
흰 배의 제비는 처마에 날아들고
이웃의 목소리는 흥이 나고 커지네
사람들은 무엇이든 새로이 하려 하네
심지어 여러 갈래 진 나뭇가지도
양옥집 마당의 묵은 화분도

 

- 문태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61쪽.
..........

 

 

 

 

봄꽃이 활짝 피었다.

 

 

 

봄을 다시 만났다. 아니 겨울과 이별했다. 아니 지난 시간과 이별했다.

 

 

우리는 늘 이별을 한다. 사람하고만 이별하는 게 아니다. 시간과도 이별을 한다. 어제와 이별하고 오늘을 만났다. 한 시간 전과 이별을 했고 일 분 전과도 이별을 했다. 같은 시간이란 건 없다. 같은 순간이란 건 있을 수 없다. 현재 시간이 소중한 이유다.

 

 

어떤 목표를 이루게 되는 미래만 중요한 게 아니기에 그 목표를 위한 과정에 있는 현재 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음을 알았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현재의 소중함을 알겠다.

 

 

내 서재 왼쪽의 책 사진 밑에 이런 문구를 적어 놓은 것도 현재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
유익함과 즐거움을 얻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현재를 즐긴다. - 페크(pek0501)
..........

 

 

 

 

 

이 꽃과도 이별을 해야 한다.

 

 

 

 

이런 풍경과도 이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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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4-25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까지 비가 내렸을 땐 겨울이었는데 오늘 다시 봄, 아니 여름이 돌아왔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8-04-25 14:26   좋아요 0 | URL
저는 시간 흐름이 너무 빠르게 느껴져서 또 봄이야?, 또 여름이야? 이러면서 새 계절을 맞습니다.

좋은 봄이 되시기를...

마립간 2018-04-25 14:38   좋아요 1 | URL
지난 봄에 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 봄에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빨리 주심을 감사 ... 하려 하고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8-04-26 23:57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이 매우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이시군요. 굿 아이디어입니다.

stella.K 2018-04-25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 읽는 언니가 어때서요?ㅎㅎ
그런데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이해는 합니다.
제가 그러거든요.ㅋㅋ
누가 그랬다지요, 시도 읽히는 때가 있다고.
벌써 우리 나이 정도면 잘 안 읽는다고 하더군요.
에세이가 좋긴해요. 그죠?
근데 저는 다시 회춘을 하려나 요즘 부쩍 소설이 읽고 싶어 근질대고 있습니다. 흐흐

아, 근데 봄이 되서 좋긴한데 봄이 되니까 저희는 바퀴벌레에게 전세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아주 미치겠습니다.
저희집이 오래되기도 했지만 2, 3년 전 통장이 바뀌고 나서는
건물에 방역을 안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바닥에 까만 것만 봐도 바퀴벨레는 아닐까?
쓸데없이 놀라는 중이랍니다.ㅠ

페크pek0501 2018-04-25 14:32   좋아요 2 | URL
제가 좀 드라이한 데가 있어서 말이죠. 글도 좀 그렇지 않습니까? ㅋ
제 분석에 따르면 여자 형제가 없어서예요. 큭~~.

바뀌벌레 박멸하는 것 슈퍼에서 팝니다. 싱크대 안쪽에 몇 개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저는 아파트 측에서 소독을 해 주고 그것도 주어서 친정 부엌에 붙여 놨더니 바퀴벌레가 한 마리도 안 나타납니다. 냄새 맡고 피하나 봐요. 죽이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사는 책이 에세이더군요. 문태준 시인의 에세이 - <느림보 마음>도 샀어요. 문체가 메마르지 않고 촉촉한 시인은 어떻게 쓰는지 관찰하기 위해 샀어요.

마립간 2018-04-25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소설과는 안 친해도 시와는 친다는 말씀을 드렸던가요?

친구가 제게 ; 참 행복하게 사는 느낌^^ ‘라고 댓글을 남겨

제가 ; 날 살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행복하게 살아야지. 진심으로 죽을 날을 생각하며 살고 있음. ‘라고 답했습니다. pek0501 님도 행복하시길.

페크pek0501 2018-04-27 00:00   좋아요 0 | URL
흠흠~~ 마립간 님과 수학은 어울려도 시는 생각 못했어요. ㅋ
그러고 보니 어울리시는 것도 같습니다.

저 역시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충실하자, 라는 생각의 밑바탕에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다.‘라는 게 깔려 있는 것이죠. 내일 죽을지라도 후회 없는 오늘을 살자, 라는 것이에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참, 운동은 꾸준히 하시고 계시지요? 저도 발레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ㅋ)

서니데이 2018-04-25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은 목단(모란)인가요. 벌써 꽃이 피었네요.
지난 주말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제가 사는 곳에는 철쭉이 많이 핍니다.
페크님,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18-04-27 00:02   좋아요 1 | URL
목단 맞아요. 예쁘지요? 어쩌다 오는 비만 맞고 살아도 저리 예쁘답니다. 신기해요.
자연의 신비를 느끼죠.

서니데이 님, 오늘도 바쁘셨겠지요? 늘 알차게 사시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게으름을 사랑하는 저 역시 바쁘게 움직일 땐 바쁘답니다.
굿 밤 되시기 바랍니다...
 

 

 

 

 

 

 

 

 

 


1.
그런 책이 좋지. 다음 문장으로 눈이 가지 않고 한동안 시선을 멈추게 하는 글이 있는 책. 그래서 글 읽다가 그것과 관련해 생각에 골몰하게 하는 책. 그런 책이 좋지. 어떤 문장을 읽고 내 기억의 창고에 넣어 두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 그래서 밑줄을 긋고 괄호를 치게 만드는 책. 그런 책이 좋지. 내가 있는 차원에서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나를 이동시키는 책. 다른 말로 바꾸면 나로 하여금 신세계로 들어서게 하는 책.

 

 

 

 

 

 

2.
책이 꼭 큰 감동을 주어야 하나? 꼭 어떤 깨달음을 주어야 하나? 꼭 독자를 위로해 주어야 하나? 독자가 놓쳐서는 안 되는,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히 좋은 책이지 않은가. 

 

 

나 또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을 쓰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이것도 어려운 걸까, 아니면 쉬운 걸까?

 

 

 

 

 

 

3.
소재나 주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니 내가 쓴 글의 소재나 주제를 누군가가 훔쳐 가서 글을 써도 (기분 좋게 웃을 수 없지만) 속상해 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그 글에서 느껴지는 필자의 시각이다. 얼마나 인생을, 인간을, 세상을 깊이 보고 있는지 그 시각이 중요한 것. 다른 말로 통찰력이 중요한 것. 

 

 

 

 

 

 


4.
어느 서재에서 내가 다음과 같이 댓글을 썼다.

 

..........
인간의 이상한,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점을 정확하게 포착해 그것에 대해 깊게 이해하게 되어 소설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안 비밀을 독자들에게 터뜨려 주겠어.‘ 하는 생각으로. ㅋ
..........

 

 

 

그랬더니 서재 주인이 다음과 같이 답글을 쓰셨다.

 

..........
ㅎㅎ 그렇죠. 그런 이유로 소설을 쓰기도 하죠.
그러고 보면 언니도 뭔가 생각해둔 소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터뜨려 주세요!^^
..........

 

 

아! 어쩌나. 난 소설을 쓸 줄 모르는데. 그나마 소설이나 시에 비해서 재능이 덜 중요한 장르가 에세이나 칼럼이라서 난 이쪽을 향할 건데. 이것도 안 써져서 단상이나 쓰고 있는데...

 

 

 

 

 

 

5.
호사다마랄까, 좋은 일이 있고 난 뒤에 나쁜 일이 생기는 경우를 몇 번 경험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은 일이 올 땐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를 달고 오는 법 아닌가, 라고.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나쁜 일엔 위안의 쥐구멍이라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라고.

 

 

그런데 위안의 쥐구멍이 보이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6.
A라는 사람은 행복의 총량보다 불행의 총량이 많은데 B라는 사람은 불행의 총량보다 행복의 총량이 많다면 이건 불공평하다.

 

 

누구나 똑같이 한평생 살면서 경험하는 행복의 총량과 불행의 총량이 같기를...

 

 

(요즘 어느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동안 그들이 권세를 너무 누렸던 것들을 생각해 보며 써 봤다.)

 

 

 

 

 

 

꽃도 예쁘지만 푸름이 예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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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4-21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다가 공감되는 문장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그런 상황이 오면 조금 흥분돼서 책 읽기를 멈춰요. 그 다음에 나를 흥분시킨 문장과 이 감정 상태를 어떻게 글로 표현할 것인지 생각해요. 저는 이 상황을 경험하는 게 너무 좋아서 책을 읽어요. ^^

페크pek0501 2018-04-21 23:4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설레죠.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슷하군요. 그럴 때 저는 책 여백에 내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 두어요. 적어 두면 기억하기가 쉬워지고 또 나중에 한 번 더 들춰 볼 기회가 생기면 내가 무엇을 적어 두었나, 하는 걸 보면 좋거든요. 그래서 책이 깨끗하지 않지요.

책을 좋아하게 되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 ㅡ 마치 수많은 모래알에서 보석이라도 찾는 마음으로 좋은 문장을 찾으며 읽게 되어서 지루하거나 두꺼운 책도 읽을 수 있다는 것. 님도 잘 아실 것 같네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교류할 수 있어 이곳이 좋습니다.

토요일 밤입니다. 토 밤은 꼭 늦게 자게 되더라고요. 굿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stella.K 2018-04-23 1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뭐든지 잘 쓰려고 하면 오히려 더 못 써요.
그래서 <잘 쓰려고 하지 마라>는 책도 있잖아요.
내가 소설 쓴다고 하면 못 쓸 거예요.
그냥 내 얘기,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하면
쓸 수도 있지 않을까요?ㅋ

저는 요즘 김형경의 <세월>이란 소설을 읽고 있는데
참 좋더군요. 전엔 시큰둥했는데 왜 갑자기 꽂혀서는...ㅋㅋ

호사다마의 언니의 해석이 맞을 거예요.
언젠가도 페이퍼에 썼지만 저는 짝수 년이 좀 좋은 편이고,
홀수 년이 대체로 안 좋다고 했는데
올해는 더 살아봐야 알겠지만 아직 좋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답니다.
혹시 올해 좋은 일이 있고 내년에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언니 같이만 생각한다면
내년도 살만할 거예요.ㅋㅋ

페크pek0501 2018-04-21 23:49   좋아요 2 | URL
‘잘 쓰려고 하지 마라.‘ 그래서 어깨에 힘을 빼고 쓰라고 하기도 하죠. 제가 너무 힘을 빼고 급하게 써서 올린 글인데 오늘 방문자 수를 보고 깜놀했어요. 어째서 이런 후진 글로 270명이나 들어오는 건지 궁금... 님은 그 이유를 아시는지요? 책 얘기를 쓴 것도 아닌데 이상해요. 아무래도 페이퍼 제목에 낚여 들어오신 분들 같아요.
이름표를 붙일 수 없을 정도로 시시한 상념들이란 뜻으로 제목을 그렇게 쓴 건데...
이럴 때 민망해집니다. 좋은 책 한 권이라도 소개하는 글을 넣을 걸,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제가 너무 솔직했나요?ㅋ)

스텔라 님은 언젠가 소설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제 감이에요.

김형경 작가의 글은 저도 좋아해서 사람풍경을 읽었고 또 하나 뭐를 읽었는데 생각 안 나고. ㅋ 심리 에세이였던 것만 기억해요.

불행 총량의 법칙을 믿고 살면 불행을 겪을 때 견딜만해져요. 제가 생각한 건데 어쩌면 누구나 겪는 불행의 총량은 비슷할 거라는 것. 늘 행복하기만 한 인생은 없다는 것. 불운이 오고 나면 그다음엔 행운이 온다는 것. 뭐 그런 생각들입니다.

좋은 밤 되시길... 늘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18-04-22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편안한 밤 되세요.^^

2018-04-22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2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2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2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2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2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오늘 비가 오지 않았다면
오늘 책이 배달되지 않았다면
이 시간 한가하지 않았다면
글을 써서 올릴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삼박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2.
요즘 미세먼지에 시달리다가 비가 오는 날을 맞고 보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저녁에 주문한 책 두 권이 하루 만에 배달되어 기분이 고조되었고.

 

 

 

 

 

 

3.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이 책은 신문에서 보고 제목이 길고 흥미로워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인터넷에서 내가 신뢰하는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다음과 같이 쓴 것을 보고 더 관심을 가졌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 이 책이 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어떤 것에 대해 쓰더라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집요한 글쓰기는 다시없을 장관을 펼쳐놓는다.

 

- 알라딘에서.

....................

 

 

 

게다가 저자의 이력이 독특해서 더 관심을 가졌고 소설뿐만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글을 썼다는 것을 읽고 바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 십대 때부터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았고, 스무 살 무렵 첫 자살 충동을 겪은 후 평생 항우울제를 복용했다. (···) 자살 충동을 동반한 우울증 외에도 술, 마리화나, 텔레비전, 섹스, 설탕 중독으로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으며, 병균이나 물, 비행기 등에 대한 공포증이 있었다. (···)

월리스는 소설로만 주목받은 작가는 아니었다. 문학비평, 글쓰기 창작 수업, 에세이로도 이목을 끌었다. 특히 현대적 실존의 단면들을 예민하게 느끼고 그걸 설명하려고 했던 에세이는 그의 문학적 성취를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토대이다.

 

- 알라딘에서.
....................

 

 

 

 

 

 

4.

 

 

 

 

 

 

 

 

 

 

 

 

 

 

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이 책은 내가 저자의 팬이기도 하지만 시를 쓰는 친구가 특별히 권해서 구입했다. 몇 줄의 인용문에 저자가 글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쓴 책이다.

 

 

 

 

 

 

 

 

 

 

 

 

 

 

 

 

 

5.
A 씨와 B 씨의 대화

 

A : B 씨는 왜 발레를 배우러 다니십니까?
B : 몸 운동을 하기 위해서죠.
A : 몸 운동이라면 다른 것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B : 발레만큼 재밌는 걸 못 찾았어요.
A : 아! 그렇군요. 재미 때문이군요.
B : 그럼요. 혹시 제가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발레를 배운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A 씨와 B 씨의 또 다른 대화
 
A : B 씨는 왜 블로그를 운영하십니까? 
B : 취미로 하는 거죠.
A : 취미라면 다른 것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B : 블로그에 글 쓰는 것만큼 재밌는 걸 못 찾았어요.
A : 아! 그렇군요. 재미 때문이군요.
B : 그럼요. 혹시 제가 대작가가 되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B 씨는 몸 건강을 위해 발레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정신 건강을 위해 글을 쓰면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다.
나도 그렇다.
그뿐이다.
어떤 결과를 기대해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저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도 우리가 먼 훗날 이 세상을 떠나는 시간이 임박해지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재미에 빠진 시간 얼마나 많았는가에 따라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어느 책에서 읽은 것 같다.
누군가가 죽기 전에 한 말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한다. 
“많이 웃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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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4-14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시간에 들어오니 페크님의 글을 일빠로 읽게되는 기쁨이 있군요 ~~~^^
저도 재미로 하는데 이게 심해지면 문제더라고요. ㅎㅎㅎㅎ
재미를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 늘 절제가 필요한 인간이라. ㅠㅠ

페크pek0501 2018-04-14 23:19   좋아요 0 | URL
아, 반갑습니다. 일빠, 그 기분 잘 알죠. 저도 그런 걸 느낀 적이 있으니까요.

맞아요. 재미에 심하게 빠지면 곤란한 문제에 부딪히게 되지요. 제가 발레를 얼마나 잘하고 싶었으면 개인 지도를 받으려고 알아봤다는 것 아닙니까?
알아본 결과 학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 와서 개인 지도를 해 주는 강사도 있더라고요.
한때 글쓰기보다 발레를 더 잘하고 싶은 적이 있었답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런지도... 솔직히 지금 글쓰기와 발레 중 뭘 더 잘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그 정도로 발레에 대한 욕심이 있답니다. ㅋ

굿 밤 되세요.

서니데이 2018-04-14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과가 중요한 것도 있지만, 과정이 중요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좋은 것들로 매일 매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채워넣고 싶어요.
밖에 지금 조금씩 비가 오고, 바람 불어요. 꽃잎이 날리는 밤입니다.
pek0501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페크pek0501 2018-04-14 23:22   좋아요 1 | URL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긴 시간의 과정이 필요한 만큼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만 저는 돌아보니 과정을 진짜 즐기고 있더라고요. 결과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서니데이 님은 재주가 많으셔서 충분히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님이 만든 것들을 보고 제가 감탄했잖아요.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AgalmA 2018-04-15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월리스! 좋죠 좋죠!!
이성복 시인의 저런 화두형 글쓰기 좋았는데 자주 보면 또 좀 식상하기도 하더군요^^;

전 블로그 글쓰기 연습으로 쓰는데요. 블로그가 여기저기 많다보니 운영이 넘 바빠져서 주객전도가 되어 문제;;;

페크pek0501 2018-04-15 22:14   좋아요 0 | URL
월리스를 아시는군요? 저는 처음 접합니다.
이성복 시인의 이번 책은 제게는 관찰하고 싶은 책입니다. 인용문을 어떻게 요리하면 되는지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배움은 늘 즐거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주 우연히 리뷰 한 편을 올렸는데 저절로 블로그가 만들어져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것도 상금도 주니 리뷰를 써 보라는 이메일이 하도 많이 와서 ‘그래, 이번엔 써 보자, 하고 올린 글이 이 서재의 첫 글이었어요.

블로그가 많으시군요. 님은 능 력 자 이시군요. 저는 하나 가지고도 쩔쩔매는 형국입니다.
글쓰기 연습, 같이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8-04-15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독서 모임하는 분들 앞에서는 알라딘 블로그 얘기를 안 해요. 그런데 그분들은 제가 블로그를 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계셔요. 그분들이 저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파워 블로거’라고 말해요. 저는 그 말만 들으면 부끄러워요. 알라딘 서재 블로그는 네이버에 비하면 폐쇄적인 온라인 공간이에요. 이곳에서 서로 친한 이웃 블로거들끼리 서로 칭찬하고 ‘인기 알라디너’ 운운하는 건 우스운 일이에요.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로쟈 님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에요. 몇몇 알라디너가 저를 자꾸 띄워주는데 제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저도 ‘취미’로 블로그에 글을 쓸 뿐입니다. ^^

페크pek0501 2018-04-15 22:20   좋아요 0 | URL
님 같은 분을 파워 블로거라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이 폐쇄적인 공간이란 게, 그래서 제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게 오히려 안심이 되어 좋습니다. 네이버처럼 큰 공간에서 글 쓸 그릇이 못 되어서 말이죠. 사실은 알라딘보다 더 작은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취미로 글을 쓰면서 따로 직업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지요. 그리고 나중에 블로그 글을 묶어서 책으로 내는 분들도 많고요. 저는 이곳이 참 좋습니다.

저를 키워 준 게 9할이 바람이 아니라 9할이 알라딘인 셈이에요. 왜냐하면 이곳이 아니었다면 글을 이렇게 꾸준히 쓰지 못했을 거란 생각에서요.

굿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stella.K 2018-04-15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한땐 블로그가 재미있어서 푹 빠져 지낸 적도 있었죠.
그래서 중요한 일과 재미있는 일 어떤 걸 먼저하는 것이 좋은가
고민한 적도 있어요. 당연 중요한 일을 먼저해야겠죠.
재미있는 일은 돈이 생기지 않잖아요.
그런데 재가 책을 낼 수 있는 건 재미있는 일을 하니까 가능했죠.
저자 후기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생짜로 글을 쓰려고 하니까 못 쓰겠더라. 알라딘에서 블로그 활동하고
적립금 준다니까 쓰게 되더라. 뭐 그런 얘기요.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만 있다면 전 하루종일이라도
블로그질을 했을 텐데 지금은 그렇게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죠.ㅠ

페크pek0501 2018-04-15 22:26   좋아요 1 | URL
저도 한때 블로그에 푹 빠져서 매일 아침을 먹고 나면 커피 한 잔 들고 컴퓨터 앞에 앉곤 했지요. 뭐든 초반이 제일 재밌는 시간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재밌습니다. 포기하지 못할 만큼요. 다만 체력이 달려 슬슬 천천히 하자, 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즐기는 차원에 있습니다. 그래야 오래 갈 것 같아서요. 가늘게 길게...

저는 제가 잘하는 일과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일치되지 않아 고민한 적 있어요.

즐기며 일했더니 돈이 따라오더라, 가 아니라 블로그질을 열심히 했더니 책을 내게 되더라, 가 되겠습니다. 책 잘 내셨어요.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재미와 의미 중 저는 재미를 먼저 잡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의미를 찾아볼까 합니다. 우린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거지 성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갖고 있어요. 댓글이 길었네요. (왜 댓글만 쓰면 글이 길어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ㅋㅋ)

스텔라 님, 굿 밤 되세요...

2018-04-16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9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9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9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되새기고 싶은 것.

 

 

..........
자기 자신을 본다는 건 뒤돌지 않고 뒤를 보는 일만큼이나 어렵다.(181쪽)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일기>에서.  
..........

 

 


어느 날 백화점에서 큰소리로 화를 내는 고객과 그 앞에서 당황하며 쩔쩔매는 판매 직원을 본 적이 있다. 그 고객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는 판매 직원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지나치게 화를 냈다. 그 고객은 현재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 고객은 내 눈에 갑질 고객으로 보였다. 그는 그저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을 뿐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다. 자신의 자식이 훗날 어느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될지, 어느 곳의 직원이 될지 모를 일이다. 자신의 자식이 갑질 고객을 만나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상상을 해 본다면 갑질에 대해 의식이 깬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어디선가 갑질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구든 항상 갑의 위치에 있지 않고 을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본다는 건 뒤돌지 않고 뒤를 보는 일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한 소로의 말을 되새겨 본다.

 

 

 

 

 

 

 

 

 

 

 

 

 

 

 

 

 

 

 

 

 

 

 

 

 

...............................<후기>

 

오늘은 만우절.

 

학교 다닐 때 만우절에 “오늘 내 생일이야.”라고 말하면 믿지 않았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친구들은 만우절이라 내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왜 하필 남들이 믿어 주지 않는 만우절에 내가 태어났는지...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믿어 주시길...

 

진심을 담은 유머.

 

생일 선물은 받지 않겠습니다.

 

축하 메시지는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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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4-01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ek님, 생일 축하드려요.
잘 믿고 잘 속는 사람 여기 있어요.
생일을 하루로 하지 마시고 일주일을 그냥 쫙 생일 주간으로 하시는겁니다 축하 많이 받으시게요.

페크pek0501 2018-04-02 12:09   좋아요 0 | URL
오오! 하루로 하지 말고 일주일을 쫙 생일 주간으로 하는 것, 굿 아이디어입니다.
어제 비록 미역국은 제가 끓였지만 남편과 딸이 주는 축하금으로 기분 좋았어요. 요런 돈은 말이죠, 저축할 게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 써야 하는 거죠. 일 년에 한 번인데...ㅋ
일주일 내내 축하금을 받는다면 즐겁겠어요. 하하~~

고맙습니다.

cyrus 2018-04-01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의 ‘생(生)’은 ‘태어나다’뿐만 아니라 ‘살아 있음’도 의미해요. 페크님은 지금까지 잘 살고 계시니 생일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축하받을 수 있습니다. ^^

페크pek0501 2018-04-02 12:12   좋아요 0 | URL
잘 살고 계신다는 뜻이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몸 건강하고 바르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게 아닐까 싶네요. 요즘 떠들썩한 뉴스를 접하면서 좋은 삶을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저는.

고맙습니다.

세실 2018-04-01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믿을게요^^
갑질 싫어하는데 무심코 저도...늘 되돌아 봅니다^^

페크pek0501 2018-04-02 12:18   좋아요 0 | URL
아, 세실 님 오랜만에 댓글을 다셨습니다. 반가워요.
갑질, 저도 싫어하지만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갑질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세실 님. 요즘 글 많이 올리고 있습니까? 저는 이러다간 이번 해에도 서재의 달인 금메달을 놓칠 것 같습니다. 사생활이 바쁘옵니다. 우리 분발하자고요. ㅋ

고맙습니다.


북프리쿠키 2018-04-01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코님 믿어 의심치 않아요.
축하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8-04-02 12: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만우절에 말한다고 해서 믿지 않으시면 섭섭할 뻔했습니다. ㅋ
믿어 주셔서 감사하고 축하까지 해 주셔서 두 배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AgalmA 2018-04-01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인상적인 날이 생일이시네요. 저도 생일이 대단한 이벤트날과 겹치는데, 그래서 제가 이렇게 혼동스러운 인간인 건가 끼워맞추기 생각을 하기도. 재밌자고 하는 생각이지 진짜 그렇겠어요.ㅎㅎ;
생일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18-04-02 12: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님은 언제가 생일이신지 궁금하군요. 대단한 이벤트와 겹치시다니...
혹시 뭐 어버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날이 생일이신 건 아니겠지요?

오랜만에 나들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8-04-02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옛 친구 하나가 만우절이 생일이었어요. 근데 언니도...?!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어제 하루 행복하게 보내셨는지요?
4월이 생일 달이시니 한 달 내내 행복하게 보내시면 좋을 텐데...ㅋㅋ

어젠가 그제 뉴스 앵커가 만우절을 두고 멋진 얘기를 하던데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지라 옮길 수도 없네요.ㅠ
뭐 세상이 하도 거짓말 같은 일이 많이 일어나지만
시청자 여러분의 꿈같은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나 뭐라나...
가끔 뉴스 앵커들 뉴스 마치면서 어록 같은 말 하잖아요.
그게 멋지더라구요. 그런 거 채록해보고 싶더라구요.ㅋ

페크pek0501 2018-04-02 14:40   좋아요 1 | URL
예. 저도 손석희 앵커의 마지막 멘트를 인상적으로 들을 때 있어요. 어록 같지요.

생일 축하, 감사합니다. 어제 친정에 모여 식구들과 저녁을 먹었어요.
카톡방에선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를 받았고요. 만우절이라 기억하기 좋은 날이죠.
예전엔 음력으로 생일 지냈는데 이젠 양력으로 합니다. 기억하기 편한 쪽으로.ㅋ

좋은 봄날 보내시기를...
고맙습니다.

stella.K 2018-04-02 16:20   좋아요 1 | URL
아,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앵커, 시청자 여러분의 꿈은 거짓말 같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나? 그랬던 것 같아요.

저의 꿈은 집 나간 기억력이 거짓말 같이 돌아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언니한테 그 앵커거 그때 무슨 말을 했는데
확실하게 알려드릴 텐데...흐흑~

페크pek0501 2018-04-05 13:03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이젠 저의 기억력을 믿지 못하는 상태에 있어요.
나이 먹을수록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겠죠. 두뇌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걸 해야 하나 봐요. 악기나 외국어를 배우는 게 전두엽을 발달시켜 준다는군요.

집 나간 님의 기억력이 꼭 돌아오길 빌겠습니다. ㅋ

서니데이 2018-04-02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어제 앞부분은 읽었는데, 책 다음의 후기를 읽지 못했나봐요.
하루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건강하고 좋은 일들 가득한 행복한 시간 되세요.
pek0501님, 즐겁고 좋은 월요일 보내세요.^^

위에 hnine님께서 댓글로 쓰신 내용처럼, 생일은 하루가 아니라 생일주간이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저처럼 조금 늦게 알게 된 사람도 축하드리고 싶어서요.^^

페크pek0501 2018-04-05 13:04   좋아요 1 | URL
생일 축하, 감사합니다. 이번 주는 내내 생일 주간입니다. ㅋ
축하 받는 기분이 좋습니다용.
감사합니다. 비가 와서 맑은 공기가 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시길...

라로 2018-04-02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 버스데이 투유~~~~🎂🎊🎉🎈💕🎁❤️
만우절이라 정말 그렇겠네요. ㅎㅎㅎㅎ (웃으면 안 되는데.. 죄송해요. ^^;;)
하지만 가끔 이번처럼 부활절이 겹치는 경우도 있으니 좋은 날 태어나신 것 같아요. ^^
부활절이라 만우절인 것 님의 글 읽고 생각이 났어요.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18-04-05 13:06   좋아요 0 | URL
해피 버스데이 투미~~~ 하겠습니다. 🎂🎊🎉🎈💕🎁❤️
웃어도 됩니다. ㅋ
만우절, 부활절, 내 생일.... 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프레이야 2018-04-07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믿기지 않을 날에 태어나셨군요 ㅎㅎ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늘 행복하고 충만한 나날 엮으시길요 ^^

페크pek0501 2018-04-09 23:53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 늦었지만 댓글 감사드립니다.
님도 행복하고 충만한 날들이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소중한 인연도, 우정도 이어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Iris 2018-04-08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받은함 메일에 꽂힌 알라딘 편지를 확인하다 님의 글을 보고 들어와 읽으면 참 많이 공감하고 글을 처음으로 남깁니다.
저는 만우절인지도 모르고있다가 배프의 카톡 깜작선물 도착을 받고는 고마워하며 열고서야 ... 만우절인걸 알았습니다. ㅋㅋ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18-04-09 23:5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참 많이 공감하신다니 저로선 반갑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처졌던 어깨가 살짝 펴지는 느낌입니다.
베프의 특별 선물이 유쾌하고 고마웠겠습니다.
생일 축하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직도 생일 기분으로 지낸답니다. 어버이날까지 쭉 이어지는 걸로 하려고요. ㅋ

앞으로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8-04-10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0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