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찮은 글이라도 마구 쓸 테야
글을 쓸 때 난 진지해지는 경향이 있다.(평소엔 철없는 아내로, 철없는 엄마로 산다.) 잘 쓰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자신감 부족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글은 모름지기 자신의 영혼을 피로써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건 설마 아니겠지. 이렇게 생각한다면 난 단 한 줄도 쓸 수 없을 테니.

 

 

어쨌든 이 무더운 여름날에 진지해지기 싫어서 그리고 땀이 나는 게 싫어서 글을 쓰지 않고 지냈던 것 같다. 아니다. 글이 써지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오늘 아침 달력을 보고 오늘만 지나면 7월이 끝나 8월이라는 것을 알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달에 글다운 글을 블로그에  못 올렸네, 그런데 뭐 꼭 잘 써야 글인가, 꼭 시간을 많이 들여 써야 좋은 글이 되나, 시간을 많이 들인 글도 별 볼 일 없는 글이 될 텐데, 이러다간 블로거도 못하겠다, 그냥 마구 쓰자, 하찮은 글이라도 마구 쓰자.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글 쓸 용기가 마구마구 생기는 것이었다. 어깨에 힘을 빼고 그냥 헐렁하게 마치 아무 종이에다 낙서를 하듯 그렇게 글을 쓰면 될 일이다. 이렇게 영양가 높은 생각을 오늘 했다.

 

 

사실 글쓰기에 몰입하기엔 요즘 날씨가 너무 덥다. 그래서 난 피서 방법으로 독서를 택했고 그래서 책을 많이 읽은 7월을 보냈다. 확실히 난 독서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떤 잡념이 없이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버린다. 더운 것도 모르겠고 나에게 어떤 걱정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빠져 놀 뿐이다. 이런 게 재능 아닌가.

 

 

 

 

 

 

2. 칼럼

전에 문학상 공모전에 수필을 응모하여 당선된 경험이 있다. 내 기억으로 수십 편의 수필을 썼고 그중 골라낸 글로 2년에 걸쳐 다섯 번 당선되었다. 당선된 어떤 글은 50만원을, 어떤 글은 30만원을, 어떤 글은 20만원을 상금으로 받았다. 하지만 수필가로 등단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섯 번 당선되고 나서 더 이상 수필을 쓸 수 없었다. 나 자신과 나의 삶을 드러내서 솔직히 써야 하는 수필은 부담스러운 장르이기 때문이고, 품격이 높아야 하는 수필은 자신 없는 장르이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문학을 사랑하지만 내가 비문학적 사람임을 정확히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가야 하는 방향 역시 비문학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내 눈에 칼럼이 들어왔을 때, 이거다 싶었다. 무엇에 대해 내 견해만 밝히면 될 것 같아서다. 그래서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은 게 목표가 되어 버렸다. 아마 십 년 전쯤부터였을 것이다.

 

 

최근 한 매체에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을 달고 내 글이 네 편 게재되었다. 그래서 난 기분이 좋았던가.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 뒤로 글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다 썼기 때문인지 슬럼프에 빠졌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날씨는 덥기만 했고 글 쓸 의욕을 잃어버린 채 책만 읽으며 지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이러했다. ‘나도 등단작이 은퇴작이 될 수 있겠어.’ 

 

 

 

 

 

 

3. 발레
주 1회 80분 수업.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지 16개월째다. 무엇이든 시작만 해 놓으면 된다. 시간은 스스로 잘 가기 때문이다. 3년 뒤면 발레 실력이 향상된 표가 날까. 1년이 지났는데도 발레 실력이 늘 제자리걸음이고 늘지 않은 느낌이다. 그래도 매달 들어오는 신입생 한두 명의 동작을 보면 내가 월등히 낫다는 게 위로가 된다.

 

 

아직도 난 왕기초반에서 배운다. ‘왕’자를 떼어 낸 기초반으로 올라가고 싶기도 하지만 난 그냥 이 반에서 꾸준히 배울 생각이다. 왕기초반에서 최고로 발레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멋진 일이라고 보니까. 내가 그러하듯 초보자들은 상당한 실력을 보이는 나를 우러러볼 것이다. 또 내가 그러하듯 “발레를 얼마큼 배워야 그 정도로 할 수 있나요?”라고 물을 것이다. 3년 뒤에 내 발레 동작을 보면 말이다. 이런 기대로 발레 배우기를 멈출 수 없다.

 

 

 

 

 

 

4. 결혼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내가 순한 양인 줄 알았다. 대체로 결혼 전 연애할 때 남자는 여자에게 잘 보여서 결혼을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에 여자가 화를 낼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면 남자는 여자를 ‘이미 잡은 물고기’쯤으로 여기는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걸 보고 여자도 화가 나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서로 자신의 더러운 성질을 알게 된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성질을. 그러므로 자신의 바닥까지 보고 싶은 사람은 결혼을 해 보면 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아마 우리 부부가 싸우는 건 일 년에 한 번쯤 될 테고 아니면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지나가는 해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싸울 일이 없다는 걸 뜻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부부가 어느 정도 싸우고 나면 타협점을 찾게 되어 싸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식이 크고 나면 자식한테 싸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자제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드니 싸울 기운이 없는 것도 한몫한다. 한마디로 싸움도 귀찮다는 상태에 이른다. 못마땅한 게 보여도 웬만한 것은 참고 넘어가게 되는 이유다. 그리하여 자식들의 눈엔 부모가 잉꼬부부로 보인다. 실제로 부부는 함께 살아온 오랜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정이 들어서 또는 연민이 생겨서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된다. 나를 포함해 내 친구들을 보면 그런 것 같다.

 

 

 

 

 

 

5. 행복
독서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이 여름이 더 덥고 더 지루하고 더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책은 나의 고마운 친구다.

 

 

내가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인 ‘행복’에 대해 알고 싶어 최인철, <굿 라이프>를 읽었다. 이 책에 따르면 불행한 사람들과 비교할 때 행복한 사람들은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고,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옷, 자동차, 집과 같은 물건을 소유하는 걸 중요시하기보다 여행, 영화 관람, 스포츠 활동 등을 통해서 얻는 경험을 중요시한다. 걷고 명상하고 여행하길 좋아하는 것도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
작은 것도 귀하게 여기는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을 ‘음미하기(savoring)'라고 한다. 음미하기란 소소한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마음의 습관을 의미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가 유명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자주 인용되기 시작한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단어는 이 음미하기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 소소하게 음미할 것들은 이처럼 우리 일상 곳곳에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소소한 즐거움들을 더 자주 경험하려고 일상을 재구성하는 사람들이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이미 소확행의 삶을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 최인철, <굿 라이프>, 132쪽.
...............

 

 

행복이란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즐길 줄 아는 자세를 가질 때 느끼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인상적으로 읽은 글을 다시 한 번 음미하기 위해 옮겨 본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인상적으로 읽은 또 하나의 글이 있다. 재능과 노력에 대한 글이다.

 

 

...............
재능과 노력의 구분은 그리 간단치 않다. 장시간 노력을 하는 것도 재능의 일부일 수 있고, 노력을 통해 재능이 성장하기도 한다. 이 둘은 역동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노력이 정확히 몇 퍼센트, 재능이 정확히 몇 퍼센트라고 칼로 무 자르듯 결론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 최인철, <굿 라이프>, 249쪽.
...............

 

 

장시간 노력을 하는 것도 재능의 일부일 수 있다니,

 

노력을 통해 재능이 성장하기도 하다니.

 

‘꾸준함’을 무기로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큰 힘을 얻게 해 주는 글이 아닌가.

 

아! 정말 맘에 드는 책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덤으로 보여 주는 이 책은 나처럼 행복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그리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특히 “행복한 사람은 작은 것도 크게 보지만, 행복감이 낮은 사람은 큰 것만 크게 본다는 점.”(132쪽)에 주목했다.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가. 행복에 대한 올바른 생각은 무엇인가. 행복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삶의 기술은 어떤 것일까. 의미 있는 삶과 품격 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이런 것들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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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8-07-31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무더위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지요. 내일이면 8월이 시작되어요 그러면 또 9월 10월이 오겠지요. ^^

페크pek0501 2018-07-31 14:03   좋아요 0 | URL
일주일 뒤인 8월 7일이 입추예요. 입추가 오면 아침저녁으로 덜 더울 것 같아서요.
그날만 기다리며 삽니다. ㅋ
어젯밤엔 잠을 청하다가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어요. 가을이 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어요. 영차영차 하면서 가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프레이야 님도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겠지요. 님과 같은 벗이 있어서 행복한 이 순간을 음미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8-07-31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을 쓸 땐 진지한 cyrus예요. 글 안 쓰면 평범한 ‘일반인 최씨‘예요.. ㅎㅎㅎ 남들의 반응이 어떻든 간에 글을 꾸준히 쓸려고 해요. 예전에는 글을 짧게 쓰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써봤자 오랫동안 제 글을 눈여겨 본 소수의 이웃들만 보는 것 같아서 분량 조절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요.

페크pek0501 2018-08-01 12:09   좋아요 0 | URL
동지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반인 최씨, 라는 말, 재밌습니다.
꾸준히밖에 없더라고요. cyrus 님은 젊은신데다 꾸준히 그리고 발빠르게 글을 쓰셔서 성공하리라 생각합니다. 성공한 뒤에 저한테 모르는 척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ㅋㅋㅋ
정말 소수의 이웃들은 꼼꼼히 볼 것 같습니다. 분량 조절에 신경 쓰지 않기로 하신 것, 잘하신 것 같습니다. 그냥 글에 따라서 분량이 정해지는 게 옳다고 봅니다.
오늘 39도까지 기온이 올라간다는데... 건강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stella.K 2018-07-31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더우니까 아무 것도 못하겠더군요.
놋북도 요즘엔 최소한으로 쓰려고 해요.
쓰다가 열 받아서 작동을 멈추는 건 아닐까 괜히 불안한 마음에...
그도 그렇지만 한낮엔 더우니까 주민센터 도서실을
이용하는게 피서겸 낙이 됐어요.ㅋ

발레가 벌써 1년이 넘었군요.
꾸준하시네요. 부럽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세요.^^

페크pek0501 2018-08-01 12:14   좋아요 1 | URL
노트북을 켜 놓으면 뜨끈합니다. 열을 발생시키죠. 게다가 자판기까지 따듯해서 더 더운 것 같아요. 더운 날엔 그냥 책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더움까지 잊기 해 주니까요.

발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 생각이에요. 혹시 허리가 더 안좋아져서 발레를 그만둬야 하는 상태에 이를까 봐 걱정이죠, 저는 발레가 재밌습니다.

도서관 이용, 괜찮을 듯합니다. 저는 주로 집에서 가까운 카페를 갈 때가 있어요.
글 쓰기에 좋아요. 거기선 딴짓을 못하니까요. 집에 있으면 눕게 됩니다. ㅋ

서니데이 2018-07-31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은, 실은 매일 매일 더 더운 것만 같아요.
더운 하루 잘 보내셨나요.
수필가에서 칼럼니스트로 방향을 바꾸셨군요. 그래도 두 가지 분야 모두에서 좋은 글을 쓰실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이라는 것과 잘쓴 글이라는 것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읽고 기분 좋은 글과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나서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은 좋았던 것 같아요.
페크님, 매일매일 더운 여름이지만, 기분 좋은 일들과 소소한 기쁨이 있는 저녁시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8-01 12:1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매일매일 덥고 기록 갱신을 하는 것 같이 느껴져요.

칼럼은 수필처럼 문학적 향기가 묻어 있을 필요가 없으니 저로선 수필보다 칼럼이 편합니다. 요즘 국내, 외국 칼럼니스트들의 책을 읽고 있는데 재밌어요. 기회가 되면 페이퍼로 올리겠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건강한 여름을, 날은 더워도 마음만은 시원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세실 2018-08-04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벽 네시에 깨서 서평 쓰려다 서재 구경하고 있어요^^
굿 라이프 좋은데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기....아우 오늘 아침 메뉴로 결정했어요.
진한 핸드드립 커피도 한잔!

페크pek0501 2018-08-05 10:35   좋아요 0 | URL
토요일에 그 달콤한 늦잠을 포기하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시다니 저로선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늦잠이 너무 맛있어서. ㅋ

갓 구운 빵, 저는 토스트기에 넣어 바삭하게 구운 식빵을 찢어 먹기 좋아합니다. 커피와 함께. 요즘 덥다는 이유로 그렇게 먹지 않았지만 가을이 오면 또 그렇게 먹으려고요.
세실 님 파이팅!!!!!!!!!!!!!!!

서니데이 2018-08-04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일 매일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요. 이번주의 3일이 올해 제일 더운 날 같았어요.
더운 날들 때문인지 주말은 더 빨리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페크님, 기분 좋은 주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8-05 10:39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 님은 이 폭염을 어떻게 견디시는지요?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에어컨을 자꾸 켜게 되네요. 예전엔 전기세 아끼자는 생각으로 선풍기를 안고 살았는데 이 폭염은 선풍기만으론 안 되더군요. 에어컨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해지더군요. 빨리 폭염으로부터 해방되었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세요. 이 여름도 곧 지나가리라, 를 마음속으로 떠올리면서 말이죠.
서니데이 님 파이팅!!!!!!!!!!!!!!!!

마태우스 2018-08-12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좋은 친구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글구 대중적인 글을 쓸 때 중요한 건 글실력보다 멘탈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견딜 수 있는.....

페크pek0501 2018-08-13 14:34   좋아요 0 | URL
아주 중요한 걸 말씀해 주시는군요.
욕 먹어도 견딜 수 있는 멘탈. 기억해 놓겠습니다. ㅋ
 

 


 

내 나이가 되면 고혈압일 가능성이 있다는데 내 혈압은 정상이다. 건강 검진을 하면 건강한 사람으로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건강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허리 디스크와 테니스엘보 같은 병은 건강 검진에서 제외되기에 건강한 것으로 결과가 나올 뿐이다. 허리에 통증이 생겨 요 며칠 동안 병원에서 물리 치료를 받고 온 신세다. 

 

 

 

팔다리가 가늘어서 여름옷을 입으면 마른 몸이 드러나는 게 싫었다. 그런데 이제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몸이 좀 마르면 어떤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갑자기 병을 얻어 환가가 된 지인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60대 중반의 여성인데 갑자기 길에서 쓰러졌다고 한다. 병원에 실려 갔고 반신불수가 되었으며 화장실을 갈 수 없어서 기저귀를 차고 누워 있다고 한다. 건강해 보였던 사람이 그렇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모른다. 앞으로 재활 치료를 할 것이지만 금방 낫는 병이 아니란다. 지인 소식뿐만 아니라 티브이 뉴스에서는 사고로 인해 생긴 부상자와 사망자에 대한 소식을 거의 매일 보도한다. 방심하고 있으면 친정어머니는 당뇨병에 의한 고혈당증으로 병원 입원을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해서 나를 놀라게 한다. 이럴 때 병원에 입원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해서 나는 초긴장 상태가 되고 만다.

 

 

불행은 예고 없이 느닷없고 어처구니없게 찾아온다. 누구든지 내일이나 오늘 당장 불행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공포가 느껴진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하루야.”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신선한 공기라도 마신 것처럼 기분이 상쾌했다.

 

 

 

 

 

 

 

 

 

 

 

 

 

 

 

 

 

 

 

..........
(…) 돈은 내가 이때껏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가장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헤이, 요!”라고 큰소리로 인사하면서 포옹을 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인다.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하루야.”

 

- 레지나 브렛,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21쪽.
..........

 

 

 

돈은 큰 불행을 겪은 사람이었다. 11살 때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아버지는 여섯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알코올중독자였다. 16살 때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하루야.”라고 밝게 인사를 하다니.

 

 

요즘 기승을 떨치는 무더위로 힘든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뜨거운 태양이 물러난 밤에 샤워를 하고 나면 서늘함이 느껴지는 시간이 있다. 이럴 때 나도 말하리라. “아!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시간이야.”라고.

 

 

잠깐이라도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시간을 느낄 수 있다면 이 길고 지루한 여름을 보내기가 한결 수월할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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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7-21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너무 더워서 건강 조심하셔야 해요.
이렇게 더운 날씨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 무척 뜨겁습니다.
페크님, 더위 잘 피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21 21:48   좋아요 1 | URL
글쎄 말이에요. 아까 낮엔 정말 덥더라고요.
밤이 되니 좀 낫네요.
서니데이 님도 건강하게 여름 잘 보내세요...

카알벨루치 2018-07-21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국에서 떨어져나온 조각같은 하루 잘 마무리하세요! 돈이란 이름이 ‘돈’(money)인줄 알았는데 ㅋㅋ

페크pek0501 2018-07-21 21:50   좋아요 1 | URL
그러셨나요? 저도 처음 읽을 땐 돈이 뭔가?, 그랬답니다.
카알벨루치 님도 좋은 시간 보내시면서 하루 잘 마무리하세요.

2018-07-21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7-22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같은 하루는 행복일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문맥 상 행복이라는 의미라 생각됩니다만. 그냥 하루하루가 천국 같으면 좋겠습니다.ㅋ 페크님 천국같이 행복한 하루,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25 12:18   좋아요 1 | URL
아침에 일어날 때 잠을 못 잤더라도, 잘 잤다, 하고 외치면 몸 컨디션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같은 하루야,라고 말하면 분명히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죠. ㅋ

겨울호랑이 님도 천국같이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덜 더운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8-07-22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하루하루 잘 사는 게 기적이란 말이 있어요.
이게 나이들면 들수록 실감이 나죠.
어제까지 멀쩡하다 갑자기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면
이젠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저도 그런 경험 있긴 하지만...ㅠ

페크pek0501 2018-07-25 12:36   좋아요 1 | URL
행복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없어야 가질 수 있는 반면 불행은 한 순간에 한 가지 일만으로도 불행한 사람이 되고 마니 삶이 쉽지 않지요.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마음이 우울해지니 행복을 유지하기란 어렵단 생각이에요.

하루하루가 모여 일생이 되는 것이니 오늘 하루가 소중한 이유입니다.
무더위 잘 이겨냅시다. 스탠드만 켜도 더 덥고 노트북도 뜨거우니 여름엔 글 쓰기가 어렵네요...ㅋ

서니데이 2018-07-23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정말 더웠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어제는 서울이 무척 더웠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페크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건강하고 좋은 여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25 12:37   좋아요 1 | URL
갈수록 여름이 더워지는 것 같아요. 뜨거워지는 지구를 실감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무더위에 건강 잘 살피시고 잘 지내세요... 고맙습니다.

cyrus 2018-07-23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일 하루 동안 집에 에어컨을 계속 켜놓은 채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순간이야말로 잠깐이라도 누릴 수 있는 일상 속 천국일 거예요. ^^

페크pek0501 2018-07-25 12:4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에어컨을 전기세 걱정 없이 맘대로 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며칠 전, 딸과 함께 카페에 갔어요. 노트북 갖고서요. 거기 시원해서 좋고 냉커피가 맛있어서 좋아요. 이런 시간이라도 있어서 여름을 버팁니다. 고맙습니다.
 

 


(칼럼) 사유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상대가 친구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다. 문제는 도와주려는 자신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기분이 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움이라는 것의 의미는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한쪽에서 생각한 그 ‘도움’이 상대방에겐 ‘도움’이 아닌 경우가 될 수 있다. 또는 상대방이 고맙게 여기면서도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내 친구한테 들은 얘기가 있다. 옷 정리를 하다가 키가 커진 아이들이 입지 못하는 옷들을 모아 이웃집 사람에게 갖다 주었다고 한다. 해진 옷도 아니고 다만 크기가 맞지 않아 버리기 아까운 옷이었으므로 당연히 받는 사람이 고마워할 줄 알았다는 게 그 친구의 말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그 이웃 사람이 그 옷들을 받는 걸 거절하더라는 것이다. “난 우리 애들한테 남이 입던 옷 안 입혀요.”하고 냉정한 말투로 불쾌한 기분을 표출하는 것을 보고는 그 친구는 멍해졌다고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나도 우리 애들이 입지 못하는 옷들을 추려서 이웃에게 갖다 주곤 했기 때문이다. 어디 옷뿐이랴. 우리 애들이 학년이 바뀌어 필요 없게 된 동화책이나 참고서까지 갖다 주곤 하는 나로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혹시 내게서 받았던 그 사람도 어쩌면 언짢은 걸 억지로 참고 받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또 이런 얘기도 들었다. 한 친구가 어느 모임에 갔다가 모임이 파해 귀가할 때였다. 자신만 빼고 모두들 차를 갖고 왔는데, 그중 한 사람이 차가 없는 자신에게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큰소리로 말한 것이다. 자기를 배려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었으나 그 말을 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차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문제였다. 그 친구는 차가 없는 자신의 처지가 자각되면서 자존심이 상하더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배려해 줄 때는 꼭 그 사람의 처지에서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진리이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잘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악’은 ‘사유하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악’은 평범한 것으로 ‘사유하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타인에 대해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린 타인에게 상처를 줌으로써 ‘악’을 저지르게 된다. 너와 내가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성차별을 비롯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 백인과 흑인, 부자와 빈자 등 사람들 사이에 차별이 존재하는데, 그 차별이란 것도 결국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사유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불쾌하거나 상처 받는 일은 대부분 ‘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한다. 무기로 사람을 해치는 것과 달라서 말은 가까이 있지 않아도 전해 듣는 사람에게 독기를 품어낼 수 있다. 가령 자신에 대해 누군가가 험담한 사실을 제삼자의 전화로 전해 받고선 괴로워할 수 있다. 그래서 무기보다 말이 더 무서운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선의로 한 말인데도 마치 험담처럼 상대방에게 마음의 병을 앓게 할 수 있음을 생각할 때 말이 오가는 인간관계가 좋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는 서로 같은 처지에 있어 보지 않은 각각의 타인들이다. 또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열등감을 갖고 있기 쉽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말하는 것에 주의가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 주위엔 결혼하지 않은 것에 열등감이 있는 사람도 있고 학벌 열등감이나 외모 열등감이 있는 사람도 있다. 또 가난함에 열등감이 있는 사람도 있다. 자신에게 열등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선 타인이 무심코 던진 말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학을 가지 못한 사람에게 어느 대학 졸업했냐고 물어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면 그것은 ‘악’이다.

 

 


사물을 보는 시각은 각자 다르므로 사유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사물을 보는 시각은 자신의 삶에 따라 각자 다를 수 있다. 만약 방송을 통해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접한다면, 직장인은 내일 출근할 때 우산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산 장수는 내일 우산이 얼마나 팔릴지를 기대하며, 비가 새는 집에 사는 이는 내일 지붕이 샐 것을 걱정할 것이다. 지붕이 샐 것을 근심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누군가가 비 오는 날의 낭만을 얘기하며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늘어놓는다면 그 말도 ‘악’이 될 수 있다.

 

 


타인을 알려고 노력하고 세상을 알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인간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타인과 세상에 대해 사유를 게을리함으로써 약점 있는 누군가에게 악을 저지른 게 되고 마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다. 열등감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우열을 가리는 우리 사회의 산물이니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우열을 가려야 하는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타인과 세상에 대해 사유하지 않음으로써 누군가에게 치유될 수 없는 응어리가 생기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사유하는 문화가 절실한 이유다.

 

 

만약 타인과 세상에 대해 사유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예전보다 줄어든다면 그것은 좋은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걸 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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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7일에 한국예총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그대로 옮겼습니다.

 

 

무척 덥습니다.

더위를 잘 이겨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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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7-19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로 다른 세상을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순간에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서로 다른 사람이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는 조심스러워질 떄가 있는 것 같아요. 사소한 것들로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조심하고 마음써도 참 어렵습니다.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내 마음도 잘 모른다는 것을 계속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오늘도 많이 더운 오후예요. 더운 여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20 15:24   좋아요 1 | URL
이렇게 정성이 담긴 댓글을 받으니 더위가 싹 가시는 듯합니다.

실제로 같은 사건을 함께 봐도 각자 본 내용의 전개가 다 다르다고 합니다. 무엇에 집중해서 봤는지 무엇을 놓쳤는지가 사람에 따라 다를 테니까요. 또 같은 생각으로 봤더라도 시각 차이라는 게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오해와 왜곡이 일어나고... 말할 때 신중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알아 온 사람들이 편하고 좋더라고요. 새 친구를 사귀는 게 부담스럽고요.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 좋지 제가 먼저 다가가기가 망설여져요. ㅋ

무척 더운 하루예요. 물 충분히 마시며 건강한 여름을 보내야겠습니다.
덥지만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레지나 브렛을 알게 되다

 

 

유익한 책은 재미가 없고 재밌는 책은 유익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최근 딱 맘에 드는 책을 만났다. 유익함과 재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책이다.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이란 책이다.

 

 

 

 

 

 

 

 

 

 

 

 

 

 

 


 

레지나 브렛의 칼럼을 모은 책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이 책은 레지나 브렛이 삶에서 겪은 중요한 경험들을 ‘50가지 인생 수업’이라는 주제로 엮어낸 것으로, 출간 직후 미국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어 24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깊은 공감과 찬사를 받았다. - (알라딘, 추천글)에서.

 

 

저자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 오하이오의 대표 신문사인 <플레인 딜러The Plain Dealer>의 인기 칼럼니스이다. 2003년에 ‘오하이오 최고의 칼럼니스트’로 선정되었으며, (···) 칼럼니스트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에는 클리블랜드 저널리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칼럼니스트 협회장을 역임했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레지나 브렛은 마흔다섯이 되던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삶을 반추하면서 자신이 인생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되돌아보았다고 한다. 그때 갑자기 영감이 샘물처럼 솟아올랐고 아이디어가 마구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것들을 붙잡기 위해 글로 옮기기 시작했고 그것이 ‘삶이 가르쳐 준 45개의 인생 수업’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되었다.

 

 

잡지의 편집자는 그 글을 싫어했다. 편집장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쨌든 실어나 보라고 맞섰다. 편집자나 편집장의 예상과는 달리 클리브랜드의 잡지 <플레인 딜러>의 독자들은 내 글을 좋아했다.(5쪽)

 

 

쉰 살이 되었을 때, 다섯 개의 칼럼을 추가해 신문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칼럼 앞으로 몰려온 것. 성직자들과 간호사들, 그리고 노동자들이 소식지와 회보, 그리고 지역신문에 칼럼을 다시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을 요구해 왔다. 그렇게 주목받기 시작한 그녀의 칼럼은 전 세계 블로그와 웹사이트에도 옮겨졌다.

 

 

칼럼은 내가 저널리스트로서 24년 동안 쓴 글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글이었다.(6쪽)

 

 

삶이 평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국 최고의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스물한 살 때는 미혼모가 되었고, 대학은 서른 살이 되어서야 겨우 졸업할 수 있었다. (···) 나는 18년 동안 싱글맘으로 살았으며 마흔이 되어서야 나를 여왕처럼 받들어주는 남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신은 눈을 감고 있는 듯했다. 결혼한 지 겨우 일 년이 지난 마흔한 살 때 암이 찾아왔다. 한 해 동안 치열하게 암과 싸워야 했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한 해를 보내야 했다.(4쪽)

 

 

 


삶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말을 할 때 기술이 필요한 것은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기분까지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오늘은 하기 싫어도 꼭 대청소를 해야 돼.”라고 말하는 것과 “오늘 대청소를 해치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어.”라고 말하는 것의 차이.

 

 

나갈 일이 있는데 비가 온다.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나가야 하는데 귀찮게 비가 오네.”라고 말하는 것과 “오늘 우산을 쓰고 비 맞으며 외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어.”라고 말하는 것의 차이.

 

 

전자로 말하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고 후자로 말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지 않은가?

 

 

난 이 책에서 아주 좋은 걸 배웠다. 바로 이 글에서다.

 

 

주택에 페인트칠을 하는 직업을 가진 그의 삶은 딱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기회가 왔다.”
사람들은 그를,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는 “오늘도 일하러 가야 돼.”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오늘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 프랭크는 그렇게 말한다. 또 “식료품 사러 가야만 돼.”라고 하지 않고 “식료품을 살 기회가 왔어!”라고 말한다. (···) 그는 그렇게 모든 일을 마지못해 하는 법이 없다. 즐기면서 한다.(29~30쪽)

 

 

다음의 글을 읽고 나서 팬들을 열광시키는 칼럼을 쓰는 일이란 참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칼럼니스트는 엘마 봄벡이다. 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성장했다. 유머가 많았고, 가정주부였으며, 우리 엄마를 소리 내어 웃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작가이기도 했다. 엄마는 엘마의 책을 모두 갖고 있었다.(134~136쪽)

 

 

작가에겐 이런 뻔뻔한 태도와 강한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나는 이미 칼럼니스트다. 아직 한 편의 칼럼도 게재하지 못했지만 나는 칼럼니스트다. 나는 낙천적인 아이처럼 삽을 들고 칼럼을 찾기 시작했다.(133쪽)

 

 

저자는 역경을 역경으로만 끝내지 않고 거기서 소중한 교훈을 뽑아낸다.

 

 

유방암을 통해 깨달았다.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두지 말라는 것을,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바로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 즐겨야 하고 지금 써야 한다.(137쪽)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이 가지지 못한 날이 ‘오늘’이라고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책 제목이 말하고 있다.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이라는 것을.

 

 

맞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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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7-14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습니다. 페크님 덕분에 좋은 책을 읽을 기회가 왔어요!^^

페크pek0501 2018-07-14 13:41   좋아요 0 | URL
저는 문나잇 님에게 답글을 쓸 좋은 기회가 왔어요. - 책에서 배운대로 씀. ㅋ

책이 작아서 실망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재밌어서 그 실망이 다 상쇄되더라고요.

stella.K 2018-07-14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편집자가 문제에요. 자기네들이 뭘 안다고...ㅋㅋㅋ
언니의 선택을 받은 책이라면 분명 좋은 책일 겁니다.
이미 그전에도 책이 있었네요.
저도 기억하겠슴다.^^

페크pek0501 2018-07-14 14:37   좋아요 1 | URL
편집자 자리에서 저도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가 원래 건방을 떨게 되어 있는 자리예요. 심지어 명성 있는 작가에게서 원고를 받을 때도 이건 저렇게 고쳤으면 합니다, 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저는 그때 글 한 편도 완결해 못 쓰는 주제에... ㅋ 교정 교열 능력만 좀 있었던 시절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결론은 편집자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 편집장들이 퇴짜 놓은 원고가 나중에 유명한 고전이 된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서니데이 2018-07-14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장 특별한 순간은 오늘, 지금 이순간.
하지만 지금보다는 지나가고 나서 가치를 알게 되는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더운 여름입니다.
페크님, 건강 조심하시고, 기분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15 23:0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지나가고 나면 그때가 좋았어, 하게 되지요. 그래서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이고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 현재 그리고 지금 여기, 를 중시하는 것 같아요. 각각 다른 책인데 이런 글을 많이 봅니다. 중요한 건 현재다, 그리고 바로 당신이 있는 여기가 중요하다는 글.
그런 책을 읽게 되어 우리가 변화하는 건지 우리가 변화해서 그런 책이 나오는 건지 ... ㅋ 일종의 시대의 흐름 같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매일 행복하십시오. ^^고맙습니다.

2018-07-14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5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이혼하고 독신이 된 남자의 인생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책을 사고 나서 살펴보면 소설은 없고 전부 에세이류다. 예전엔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어느새 내 독서 취향이 에세이 쪽으로 기울어 버렸을까. 앞으로는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해야겠다.


 
오랜만에 소설책을 잡았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이라니. 제목 한번 창의성 있게 지었네. 이혼하고 독신이 된 48세의 남자가 새 인생을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각해 보게 되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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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친척을 두 배로 늘리고, 짐을 두 배로 늘리고, 싸움을 네 배로 늘린다.(26쪽)

 

- 마쓰이에 마사시,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에서.
................

 

 

내가 덧붙인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은 결혼을 해 볼 것. 왜냐하면 자신의 밑바닥까지 훤히 보이게 하는 게 결혼 생활이니까.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자신의 더러운 성질까지 끄집어내게 해 주는 게 결혼 생활이니까. 반대로 결혼 생활은 자신의 인내심을 발휘하게 해 주는 장점도 있다.

 

 

 

 

 

 

2. 글을 씀으로써 삶의 고단함을 잊는 생활

 

 

 

 

 

 

 

 

 

 

 

 

 

 

헝가리에서 태어난 저자는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가서 모국어를 잃고 '문맹'이 되어야 했다. 


 
................
시를 쓰는 데는 공장이 아주 좋다. 작업이 단조롭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기계는 시의 운율에 맞춰 규칙적인 리듬으로 반복된다. 내 서랍에는 종이와 연필이 있다. 시가 형태를 갖추면, 나는 쓴다. 저녁마다 나는 이것들을 노트에 깨끗이 정리한다.(88쪽)

 

-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에서.
................

 

 

이 글을 읽고 나면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없으리라. 핑계를 대지 말지어다.

 

 

 

 

 

 

3. 시인이 산문을 쓰니 시적 분위기를 풍긴다

 

 

 

 

 

 

 

 

 

 

 

 

 

 

 

내가 수필을 쓴다면 이 책에 담겨 있는 수필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수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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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번개가 치더니 비가 시작된다. 오늘 하늘은 물동이를 이고 가는 키 작은 누이 같다. 돌풍이 불고 빗방울이 굵어진다. 넓은 잎을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가 내 귀도 함께 두들긴다. (···)
하늘의 소란이 집으로 들로 내려온다. 비가 오던 과거의 여름날을 나는 떠올린다. 어머니는 마당을 쓸고 계신다. 비가 오는 것조차 하나의 경이로 생각하는 나의 어머니는 마당을 정갈하게 비질해서 손님 맞듯 비를 맞이한다.(235쪽)

 

-문태준, <느림보 마음>에서.
................

 

 

저자는 손님 맞듯 비를 맞이하는 어머니의 아들이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4.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독서광인 저자가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책이다. 인용문이 많아서 여러 글을 맛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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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문이 가능할 것이다. “시적 감수성이 있어서 뭐하나요? 먹고 살기도 바쁜데.”
역시 『문학 콘서트』에 나온, 한용운의 대답을 들려드린다.

 

우리 생활에 있어서 기름이나 고추나 깨는 없어도 생활할 수 있어도 쌀과 불과 나무가 없으면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술이 없어도 최저한의 인간 생활은 이룰 수가 있겠지요. 그러나 좀 더 맛있게 먹자면 고추와 깨와 기름이 필요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어떤 사람은 항의하리다마는 나는 이렇게 예술을 보니까요.(302쪽)

 

- 서민, <서민 독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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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꼭 필요한 양념 같은 게 예술이라는 것. 더 나은 삶을 위해 예술이 필요하다는 뜻이겠다.

 

 

 

 

 

 

5. 고전 입문서 세 권

 

<서민 독서>를 보면 저자가 고전 입문서로 책 세 권을 추천해 놓았다. 고전을 깊이 이해하여 고전의 재미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이 되겠다.

 

 

 

 

 

 

 

 

 

 

 

 

 

 

 

 

 

 

이현우,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김용석,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
잭 머니건, <고전의 유혹>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 봤는데 이런 책은 유익할 뿐만 아니라 책 자체로도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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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현우 님은 알라디너 로쟈 님이시고
저자 서민 님은 알라디너 마태우스 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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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7-06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책 중 한권을 지금 읽고 있어요 ^^ 오늘 안으로 다 읽을 것 같은데 리뷰 올릴께요.

페크pek0501 2018-07-06 14:40   좋아요 0 | URL
하하~~ 어떤 책인지 알 것 같은데요. 올리시면 보러 가겠습니당~~.

2018-07-06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6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7-06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혼에 대한 통찰이 정말 통렬하네요.ㅋ

문태준의 산문집이 있었군요.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페크pek0501 2018-07-08 11:44   좋아요 0 | URL
저렇게 정리한 문장을 만나면 꼭 명언집에 나오는 구절 같지 않습니까?

문태준 산문집은 따뜻하고 공감이 가는 글이 많고 시인이라 그런지 시적인 문장이 많아 저처럼 건조한 사람이 읽으면 촉촉해질 것 같습니다. 애독자입니다.

좋은 휴일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cyrus 2018-07-06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내가 누군가와 교제하고 있거나 결혼 생활을 하게 되면 그동안 혼자 살면서 알지 못했던 나쁜 성질이 나올 거라고요.. ^^;;

페크pek0501 2018-07-08 11:4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을 잘 알게 될 거예요. 만약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 혼자서만 지낸다면 자신을 알 수 없을 거예요. 반대로 봉사하는 일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숭고한 정신이 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몰라요.
자신을 잘 알려면 낯선 환경에 노출시키기, 로 정리할 수 있을 듯.

저는 연애를 할 때 저를 조금 더 알게 되었고 결혼을 하고 나서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요즘도 자신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는 게 있어요. 그러고 보면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죽을 때까지 다 모르고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