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남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만약 어떤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상대에게 선물 공세로 환심을 사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것은 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상대가 선물을 준 ‘사람’이 아닌 ‘선물’만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돈이 들지 않고 효과도 만점인 것.

 

 

버트런드 러셀의 《런던통신 1931-1935》에서 답을 구해 본다. “특별히 예쁘거나 뛰어나지 않더라도 사랑 받는 방법은 만나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의식적인 아부는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최선의 방법은 그들과 어울리는 순간을 즐기고, 무엇보다 그들이 과시하는 능력을 즐기는 것이다.”

 

 

러셀에 따르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상대가 과시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가 자기 스스로를 꽤 괜찮은 사람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과거 연인에게 열광했던, 또는 현재 열광하는, 또는 미래에 열광할 이유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우리가 친구보다 연인에게 열광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연인이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멋지게 봐 줌으로써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니까.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화자는 연인인 상대의 두 앞니 사이가 벌어진 것을 장점으로 발견하고 그것을 다음과 같이 예쁘다고 느낀다. “나는 그녀의 두 앞니 사이의 틈을 이상적인 배열로부터의 불쾌한 일탈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치아의 완벽성을 독창적으로 그리고 사랑할 가치가 있는 방식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보았다. 나는 그녀의 치아 사이의 틈에 그냥 무심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것을 예뻐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눈엔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두 앞니 사이의 틈’에서도 독창성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게 바로 연인의 눈이다. 그래서 자신을 최대한으로 아름답게 보는 ‘연인’이 그렇지 않은 무심한 ‘친구’보다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TV 드라마에서 딴 여자와 바람피우는 남편의 단골 대사로 등장하는 말이 있다. “그 여자는 나를 남자로 느끼게 해 줘.”라는 말이다. 이 말은, ‘그 여자는 남자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던 나를 남자로 느끼게 해 줘. 그것도 아주 매력적인 남자로 말이야.’라는 말과 같다. 그러니 아내와 함께 있는 것보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게 행복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을 잘 봐 주는 사람이 좋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무조건 그 사람이 자신을 잘 봐 주기 때문인 것은 물론 아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매력 때문이리라. 여기서 중요한 점은 똑같은 조건이라면 자신에 대해 호감을 나타내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똑같은 정도로 매력적인 두 사람이 있다면 그중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끌린다는 것이다. 우월감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니까.

 

 

이런 예를 들어 본다. 만약 자신이 중학교 때의 성적은 상위권에 속하고 고등학교 때의 성적은 하위권에 속한다면 중학교 동창회와 고등학교 동창회 중 어디를 가고 싶어 할까. 두 동창회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있다면 어디로 발길을 돌릴까.

 

 

답은 뻔하다. 중학교 동창회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열등하게 보이는 자리보다 우월하게 보이는 자리를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우월감을 가질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 즐겁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을 인정해 주지 않는 친구보다 인정해 주는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상대가 ‘당신을 만나면 내가 꽤 괜찮은 사람 같아.’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면 된다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 누구나 자신을 초라하게 보는 사람을 싫어하고 자신을 멋있게 보는 사람을 좋아하는 법이다.

 

 

 


* 어느 플랫폼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 21번째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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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넣은 인용문)

 

 

 

 

 

 

 

 

 

 

 

 

 

 

 

 


버트런드 러셀의 《런던통신 1931-1935》
“특별히 예쁘거나 뛰어나지 않더라도 사랑 받는 방법은 만나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의식적인 아부는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최선의 방법은 그들과 어울리는 순간을 즐기고, 무엇보다 그들이 과시하는 능력을 즐기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나는 그녀의 두 앞니 사이의 틈을 이상적인 배열로부터의 불쾌한 일탈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치아의 완벽성을 독창적으로 그리고 사랑할 가치가 있는 방식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보았다. 나는 그녀의 치아 사이의 틈에 그냥 무심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것을 예뻐했다.”

 

 

 


두 권 모두 내가 아끼는 책이다.


특히 《런던통신 1931-1935》는 요즘 재독하고 있을 만큼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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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잠에서 깨어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피부에 닿으면,

아직 손상되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청소를 끝낸 후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친구에게 생일카드를 보냈는데 그의 답장에서 고마워하는 친구의

마음이 느껴질 때, 그것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예상치 못했던 친구의 안부전화가, 이웃집에서 보내온 먹음직스런

떡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나서 누군가를 돕고 싶은 따뜻한 인정이

내 가슴속에 있다는 확인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웃에 사는 친구가 손님을 치른다면서 내게서 그릇들을 고마운

얼굴로 빌려갈 때, 누군가를 도왔다는 흐뭇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오고 가는 거리에서 마주친 이웃 사람들과 미소 띤 눈인사를 나눌 때면,

각박한 동네 인심이 아닌 훈훈한 인정 속에서 살고 있다는 위안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감미로운 선율로 들으며 감상할 수

있는 날은, 내 마음 속에 평화로움이 깃들인 것만 같아 나를

행복하게 한다.

베란다에서 태양이 내리는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잘 자라는 화초들을

바라볼때, 그동안 내가 화초에게 준 것이 그저 물이 아닌 '정성이 담긴 물'

이었다는 느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읽고 싶었던 책을 서점에서 구입하여 집에 돌아와 찻잔을 앞에 두고

첫장을 여는 설렘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여행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특히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전날밤, 엄마를 돕겠노라며 여행가방을 챙기면서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이가 재밌는 표정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는 일은, 아이가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것 같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이가 어쩌다 한 번 100점 맞은 시험지를 보이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주었다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을 때, 시험지보다 그 얼굴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간식시간에 아이들에게서 엿보이는 동심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저녁식탁이 풍성하게 느껴지는 날, 식탁에 둘러 앉은 가족들의 밝은

모습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퇴근 후 귀가하는 남편의 손이 과일봉지를 들고 있을 때, 가게에서 가족들을

위해 과일을 골랐을 남편의 마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훗날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는 노년에 나로 하여금 주름진 얼굴로 미소지을 수

있는 추억이 많이 있다면, 행복하게 늙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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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느 일간지 ‘주간문예’에 실렸던 글입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제가 쓴 글이고 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2000년대에 쓴 것 같습니다. 
제가 잊고 있던 글이었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찾았습니다.
어느 블로그에 제 이름과 함께 있었습니다.

 

 

옛 사진이 촌스럽게 느껴지듯 이 글 또한 그런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런 글을 쓸 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확인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요즘 속상한 일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찾은 건 어느 블로거 분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하나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올립니다.)

 

 


 

 

 

요즘 예쁜 꽃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올릴 글이 없어서 사진을 못 올리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찾았기에 마침 잘 됐다 싶어 사진 세 장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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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30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2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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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는 전쟁을 인생의 외부에서 닥쳐온 사건으로 여기는 것을 잘못이라 보았다. 전쟁은 ‘나의’ 전쟁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반전 운동에 몸을 던지거나 병역을 거부하고 도망칠 수도 있었고, 아니면 자살함으로써 전쟁에 항의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의 이목을 생각하거나 단지 겁이 많아서, 혹은 가족과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주체적인 의지로 이 전쟁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른 선택도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받아들인 이상,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실로 냉정한 지적이지만 이것이 바로 사르트르가 강조한 ‘자유의 형벌’에 처해 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다.(95~96쪽)
 
- 야마구치 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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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목차를 보면 이 책을 사고 싶을 분들이 많으리라. 인간 심리를 꿰뚫어 놓은 듯한 이 책은 저자가 이런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썼을 것 같다. ‘어려운 철학 책을 읽지 않고도 이 책만 읽으면 인간에 대해 알게 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철학 지식을 총동원해 쓴 책이니까 말이죠.’라고. 또 이런 생각도 했을 것 같다. ‘내가 독자들에게 밥을 떠서 입에 넣어 줄 터이니 독자들은 씹기만 하십시오.’라고.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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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체를 깊이 생각하면서 그것을 좋게 하려고 무척 애썼다. 나는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페이지를 써본 적이 거의 없으며 불만족스러워서 그냥 내팽개친 페이지가 훨씬 많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문장을 더 좋게 만들 수가 없었다. (...) 그리하여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쓰지 않는다. 대신 내가 쓸 수 있는 대로 쓴다.(58쪽)

 

좋은 문장은 노력의 흔적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종이에 써놓은 것은 그냥 자연스럽게 써진 것처럼 보여야 한다. 나는 프랑스의 현대 작가 중에서 콜레트(Sidonie-Gabrielle Colette)가 이렇게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너무나 손쉽게 술술 표현하여 그런 문장들을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서 쓴 것 같아 보인다. (...) 나는 과연 그런지 그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가 모든 문장을 고쳐 쓰고 또 고쳐 쓴다는 말을 듣고서 크게 놀랐다. 그녀는 단 한 페이지를 쓰는 데도 오전 한나절이 다 지나가기가 보통이라고 말했다.(60~61쪽)

 

- 서머싯 몸, <서밍 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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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솔직한 글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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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사랑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 망상 속에도 언제나 약간의 이성이 들어 있다.(65쪽)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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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같은 글이 많은 책이다.

 

 

 

 

 

 

 

 

 

어제 길을 지나가다가 꽃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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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4-20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꽃이 철쭉으로 보이네요. 철쭉이 활짝 핀 것을 보니 이제는 꽃의 계절을 넘어 푸르름의 계절로 넘어감을 느끼게 됩니다.^^:)

페크pek0501 2019-04-21 11:31   좋아요 1 | URL
그렇게 시간은 빨리 가고 있는 것이죠. 그래도 서울은 아직 벚꽃을 볼 수 있는데
부산에서 사는 친구가 그러는데 거긴 이미 벚꽃이 다 져서 볼 수 없다더군요.
철쭉이 화려하게 피어 봄이 여왕 대접을 받을 만한 것 같습니다. 저는 푸른 나무도
좋아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나비종 2019-04-21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가 글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댓글을 남깁니다.(나비종은 따라쟁이..^^;) 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신 페크님의 마음을 상상하니 덩달아 제 마음도 꽃잎처럼 부들부들해집니다.
언급하신 세 권 다 호기심이 이는 책이네요. 인간 심리를 꿰뚫는 사유도 궁금하고, 명언 같은 글들도요. 특히, <서밍 업>에 시선이 갑니다. 문장과 문체에 대한 고민을 매번 글을 쓸 때마다 하거든요. 최초의 발상과는 전혀 다른, 다소 불만족스러운 시를 업로드한 경험들을 더듬어보며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서머싯 몸과 글을 통해 많이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문해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9-04-23 13:44   좋아요 1 | URL
나비종 님, 반갑습니다.
서밍 업은 글쟁이라면 누구나 관심 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니체의 차라투스~는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저처럼 ‘전체를 읽고 좋은 문장을 골라 내어 밑줄을 긋겠어‘. 하는 각오로 읽는다면 괜찮지만 ‘너무 많은 분량인데다 시답지 않은 글이 많아 시간 낭비야‘, 하고 생각할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그런데 나비종 님은 으음... 시를 쓰시니까 아마 도움이 될 듯합니다. 니체가 시적인 문장도 많이 썼거든요. 읽다가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겠어요. 단 10분의 1정도의 글만 괜찮아도 돼, 하는 생각이어야 제가 추천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저도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1.
라면을 먹는 남자에 대한 단상 :
요즘 유일하게 즐겨 보는 드라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다. (주인공 이름을 몰라서 탤런트 이름으로 쓴다.) 아내 박정수 님은 시를 배우러 외출하고 (퇴직한) 남편 주현 님은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이것을 본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내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시를 배우러 다닐 시간에 남편이 먹을 밥이나 챙겨 주지, 하고 생각한 시청자가 있을 것이다. 이것을 느끼게 하는 게 작가의 의도일지 모르겠다.

 

 

반면에 여태껏 아내가 출근하는 남편에게 밥을 챙겨 주었고 이젠 퇴직했으니 남편이 아내가 먹을 밥까지 해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 시청자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기자 출신의 주현 님이 컴퓨터 사용을 못할 리 없겠고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 음식을 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보았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이 오히려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자식을 다 키워 놓았고 결혼까지 시켜 놨으면 박정수 님도 자유를 누릴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가. 주현 님은 집에서 노는데 박정수 님은 여자라는 이유로 매 끼니마다 챙겨야 한다면 이건 불공평하다. 한 주는 주현 님이 식사 당번을 하고, 한 주는 박정수 님이 식사 당번을 한다면 좋을 것 같다.   

 

 

 

 

 

 

2.
무의식적인 성차별주의자 :
대체로 남편들은 ‘지금 청소해 줄게.’라고 말한다. 마치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인심을 써서 해 주는 것처럼. 아내들은 ‘지금 청소할게.’라고 말한다. 누구를 위해 해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마땅히 할 일이라서 하는 것처럼.  

 

 

 

 

 

 

3.
인간이란 :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이고 어리석고 자기 자랑하기를 좋아하고 기억력은 엉터리이고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다. 

 

 

 

 

 

 

4.
산책 :
‘빨리빨리’를 외치는 세상이다. 음식점에 가면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빨리 나와야 하고, 나온 음식을 빨리 먹어야 하고, 먹었으면 다음 일정을 위해 빨리 이동해야 하고... 이런 세상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같아서 산책이 좋다. 천천히 걸으면서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좋다. 세상의 파도에 휩쓸려 가지 않고 나만의 길을 택한 것 같아 좋다.

 

 

 

 

 

 

5.
오디오북 :
무료 팟캐스트를 몇 년 들었더니 듣고 싶은 건 거의 다 들어서 폰으로 요금을 결제하는 오디오북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구매한 오디오북을 폰에 저장해 놓으니 아무 때나 들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요약본보다 전문이 담긴 것을 선호하는데 이것 의외로 재밌다. 책 전체를 듣고 나서 인상적인 부분은 반복해 듣길 좋아한다. 재독인 셈이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 귀로 듣는 오디오북이 덜 피로하다는 건 장점이다. 그런데 오디오북으로 듣고 좋았던 것은 결국 종이책으로 사게 되어 이중으로 돈이 드는 건 단점이다. 그래도 앞으로 오디오북을 애용하게 될 것 같다.

 

 

 

 

 

 

 

미세먼지에 시달린 날들이 많았기 때문에

요즘 공기가 맑아 봄날을 기분 좋게 누릴 수 있음이 기쁘다.
활짝 만개한 꽃도 예쁘지만 봉오리가 핀 꽃도 예쁘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며칠 전에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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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왜 한쪽에서만 보시나요?

 

 


우리는 흔히 ‘자연 보호’라는 말을 사용한다. 인간에 의해 자연이 훼손되는 일이 많아 생겨난 말이다. 자연의 소중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은 잘못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다.

 

 

<젊음의 탄생>에서 이어령 저자는 ‘자연 보호’라는 말은 잘못된 말임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자연이 인간을 보호해 왔지 언제 인간이 자연을 보호해 왔느냐고 말하며, ‘자연 보호’라는 말 속에 이미 자연을 파괴하는 원인인 인간의 오만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 사실 ‘자연 보호’란 말은 인간 중심주의에서 생긴 말이다.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며 궁극의 목적이라고 여겨서 인간을 주체로 보고 자연을 객체화시킨 결과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고에 익숙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장애가 없는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놓고 말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몇 년 전만 해도 정상인과 비정상인으로 나누어 장애인에 대해 비정상인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눌 수 있다. 또 백인 중심의 사고가 ‘유색 인종’이란 말을 만들어 냈다. 이 역시 흑인 중심에서 보면 백인은 ‘무색 인종’이 되는 것이다. 타인보다 자기 자신을 더 중요시하는 뜻을 은연중 나타내고 있는 말들에서 강자와 약자의 관계가 드러난다. 즉 강자가 되는 쪽의 말이 널리 사용된다. 이렇게 양쪽에서 보지 않고 한쪽에서만 보는 시각은 한쪽을 유리하게 만들고 다른 한쪽을 불리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자연의 일부인 곤충에 대해서도 매미 쪽에서 보지 않고 인간 쪽에서만 보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매미의 삶에 대한 시각이 그렇다. 매미는 보통 유충으로 6~7년 동안 땅속에서 지낸 뒤에 지상으로 올라와 성충이 되어 1~3주 만에 죽는다. 즉 유충으로 길게 살다가 성충이 되어서는 짧게 살다가 죽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상에서의 짧은 생을 살기 위해 긴 시간을 지루하게 땅속에서 살았다는 것으로 해석해 놓은 여러 사람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것은 매미의 중요한 삶을 땅 위의 삶으로 보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매미에게 있어서 중요한 삶은 유충으로 사는 땅속에서의 삶이라고 말이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사는 게 그들의 운명이듯이 매미는 땅속에서 사는 게 그들의 운명이라고 볼 수 있다. 개체 변이를 염두에 둔다면 매미가 지하에서 살기엔 성충보다는 유충으로 사는 게 환경에 적응하기 편리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매미가 지상의 짧은 삶을 위해 지하에서 긴 시간을 지루하게 보냈다는 것은 인간의 난센스일 수 있다. 매미의 전성기는 유충으로서의 삶일 수 있으니까. 어쩌면 우리 인간도 전성기는 장년기가 되기 전의 아동기와 청년기가 아닐는지.

 

 

한쪽에서만 보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가족이든 친구든 타인에 대해 배려가 없는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서로 자기 입장에서만 보는 시각 때문일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친구 관계에 있는 갑이란 사람과 을이란 사람이 동업하여 회사를 차렸다. 그런데 서로 자신이 회사를 위해 한 일만 생각하고 상대방이 한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갑은 내 자본금이 을의 것보다 더 많이 들어간 회사이니 자기의 덕이 크다고 생각하고, 을은 이 회사를 차리자고 아이디어를 맨 처음 낸 것은 자신이라며 자기의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갑은 자신이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니 자기가 을보다 더 많이 일한다고 생각하고, 을은 회사에 큰 수익을 올린 계약을 자신이 해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기 쪽에서만 보니 동업을 하면 깨진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현상은 두 사람이 만나는 친구 관계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자동차를 타고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함께 먹고 헤어졌는데, 한쪽에서는 자신이 점심을 샀으니 다음에 만나면 상대방이 점심을 사야 한다고 여기고, 다른 한쪽에서는 점심값보다 자신의 자동차 기름값이 더 들었다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자신은 상대방에게 많이 베푼 것 같은데 돌아오는 것은 적게 여겨져서 손해를 본 느낌을 갖는다.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람은 그 누구나 하나의 진리만을 따르면 따를수록 그만큼 더 위험한 잘못을 저지른다. 그들의 잘못은 어떤 허위를 따른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다른 진리를 따르지 않은 데 있다.” 이 글을 한쪽에서만 보면 안 된다는 말로 읽었다.

 

 

 

 


* 어느 플랫폼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 20번째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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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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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그 누구나 하나의 진리만을 따르면 따를수록 그만큼 더 위험한 잘못을 저지른다. 그들의 잘못은 어떤 허위를 따른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다른 진리를 따르지 않은 데 있다.(239쪽) 


사람을 유익하게 꾸짖고 그의 잘못을 깨우쳐주려고 할 때는 그가 어떤 방향에서 사물을 보는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방향에서 보면 대체로 옳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 옳은 점은 인정하되 그것이 어떤 면에서 틀렸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는 이에 만족을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모든 면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든 것을 보지 못하는 것에는 화내지 않지만 틀렸다는 말은 듣기 싫어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본래 사람은 모든 것을 볼 수 없고 또 그가 사물을 바라보는 그 방향에서는 본래 틀리는 법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감각이 인지하는 것들은 항상 진실된 것이므로.(15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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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에 따르면,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만 당신이 한쪽만 봤다고 말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걸 알아 두면 남에게 조언을 할 때 편리하겠다.

 

한쪽에서만 보면 한쪽만 보인다. 참고로 나도 한쪽만 보기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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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4-11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보호, 인간보호...생각이 많아지는 글입니다 ^^오늘도 홧팅 페크님~

페크pek0501 2019-04-11 23:15   좋아요 0 | URL
히히~~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뒤집어 생각해 보라는 어느 책 구절에서 힌트를 받아 써 본 글입니다요. 카알 님도 파이팅!!! 댓글 감사하고요...

cyrus 2019-04-11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 인구조사국에서는 유색인을 ‘non-white’라고 써요. 이렇게 보니 백인 중심 사고방식이 반영되었다는 걸 알 수 있네요.

페크pek0501 2019-04-11 23: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님 덕분에 한 가지 배웠네요.
예전에 영어 배울 때 men이 남자의 복수를 뜻하면서 인류, 라고 해석하여 이건 남성우월주의가 만들어 낸 영어야,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여자의 복수로 인류를 뜻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사람의 대표는 남자라는 의미가 담긴 듯했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oren 2019-04-11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파스칼의 <팡세>를 읽으면서 페크 님이 인용해 주신 바로 저 대목(15쪽)에서 크게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 어떤 방향에서 사물을 보느냐에 따라 ‘천양지차‘가 나니까 말이지요.

페크pek0501 2019-04-11 23:0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예전에 고부갈등을 겪고 있는 고모와 그 며느리 사이에서 제가 각각 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어요. 고모 말을 들으면 그 말이 맞고 며느리(저한테는 사촌 새언니가 됨.)한테 말을 들으면 또 그 말이 맞고 해서 내가 간신인가,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팡세의 저 구절을 보았다면 저까지 포함해 세 사람을 이해했을 텐데 말이죠.

오렌 님처럼 고전을 정독하시는 분이 결국 높은 곳에 다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칼럼에지혜를 담으려면 제 두뇌로는 안 되고 팡세 같은 고전을 읽어서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 놔야 그나마 가능성이 생길 것 같습니다. 좋은 봄날 보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9-04-11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 것 있는 것 같아요. 누가 조금 더 이익이 되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조금 더 잘해주고 싶을 때에는 의좋은 형제가 되지만, 내가 손해보는 것에 민감해지면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다 이해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가끔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읽으면서 다음엔 조금 더 잘해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페크님, 요즘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어요. 내일은 미세먼지 많은 날이 될 거라고 뉴스에 나옵니다. 마스크 챙기세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4-11 23:25   좋아요 2 | URL
저도 글을 이렇게 쓰면서 좀 넓은 마음을 가지고 살고 손해를 봐도 그냥 통과하자, 그러는데 막상 당하고 보면 달라질 때가 있어요... 크크~~

아, 오늘까지 며칠 동안 날씨가 정말 좋아서 행복했답니다. 많이 걸었고 꽃 구경하며 꽃 사진을 많이 찍었고요. 저 위의 사진도 그저께 찍은 사진입니다. 찻길 중앙에 있더군요.
내일은 마스크를 챙겨야 하다니 맥빠져요. 저는 날씨가 제 인생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줄 몰랐어요. 미세먼지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용.
서니데이 님도 마스크 챙기시고... 편안한 삶이 지속되시길 빌어요.

서곡 2024-08-22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빨간 튤립이 너무 이뻐요! 올해 팔월도 얼마 안 남았네요 더위에 지치지 말고 잘 지내시길요~~

페크pek0501 2024-08-25 15:44   좋아요 1 | URL
저의 5년 전의 글에 댓글을 남기셨네요. 이 글을 쓴 지가 벌써 5년이 넘었다니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집니다.
서곡 님도 더위에 지치지 말고 잘 지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