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스티븐 킹이 일 년에 책을 몇 권 읽는다고 했더라?’ 나와 비교하고 싶었던 거다.

 


  이미 읽은 그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를 찾아보기로 했다.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책장이 있는 거실과 책이 쌓여 있는 안방을 오가면서 찾으니 안방 침대 옆에 수십 권의 책이 쌓여 있는 곳의 맨 아래에 있었다. 

 


  <유혹하는 글쓰기>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대개 일 년에 책을 70~80권쯤 읽는다. 주로 소설이다. 그러나 공부를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독서가 좋아서 읽는 것이다. 나는 밤마다 내 파란 의자에 기대앉아 책을 읽는다. 소설을 읽는 것도 소설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은 일 년에 70~80권쯤 읽는데 주로 소설이란다. 소설가인 그가 주로 소설만 읽는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다. 그런 대작가가 겨우 소설만 읽다니. 그 정도의 작가라면 철학, 사회학, 심리학, 윤리학, 종교,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해야 되는 것 아닌가.

 


  ‘주로 소설만 읽는다.’ 이 말은 소설만 읽으면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소설엔 심오한 통찰이 들어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신은 심오한 통찰력이 있어서 다른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이 소설만 읽어도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알기론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삶과 세상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선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만.

 


  어쨌든 이야기가 좋아서 소설을 읽는다는 그의 글을 읽으니,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읽는 걸 무지 좋아해야 할 듯싶다. 

 


  난 책을 읽을 때 연필로 인상적인 문장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내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 놓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무릇 사랑이란 이별의 순간이 올 때까지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 칼릴 지브란, <예언자>에서. 

 


  내 느낌이나 생각 :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알았다. 내가 아버지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을. 이상한 일이다. 살아 계셨을 땐 보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만날 수 없는 지금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그리운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이별의 순간이 올 때까지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가 보다. 

 


  「죄책감이란 초대하지 않아도 밤중에 찾아와 사람들을 깨우고 스스로를 들여다보게끔 하기 때문입니다.」 - 칼릴 지브란, <예언자>에서.

 


  내 느낌이나 생각 : 죄책감을 갖고 산다면 행복은 가질 수 없다. 죄책감과 행복은 양립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그러니 죄를 짓고 살지 말 것.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라는 말이 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때리는 쪽이 되기보단 차라리 맞는 쪽이 될 것.

 


  누군가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하면 난 빌려 주기 싫어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완독한 책을 또 들춰 보길 좋아하는데, 누가 빌려 가서 그 책이 집에 없으면 마음이 답답해서다. 과장해서 말하면 신경질이 나기 때문이다. 책을 빌려 간 축들의 공통점은 빨리 되돌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내 책엔 느낌이나 생각을 써 놓은 게 많아서 책을 빌려 간 사람이 내 비밀스런 일기를 보는 것 같아 싫고 나의 유치한 생각을 들킬 것 같아 싫다.

 

 
  책을 빌려 주지 않는 게 미안하긴 하다. 그래서 아예 새 책을 사서 선물한 적이 몇 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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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과 관련한 책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칼릴 지브란, <예언자>

 

 

 

 

 

 

 

 

 

 

 

 

 

 

 

 

 

 

 

 

 

 

 

 

 

 

 

 

 

 

 

 

 

 

5월이 가기 전에 올리고 싶었던 장미꽃 사진입니다.

저 혼자 보기 아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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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5-27 2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미가 예쁘게 피었네요. 사진 찍어오셔서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예쁜 꽃들이 피는 계절이 조금 길었으면 좋겠어요.
페크님,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5-27 23:19   좋아요 2 | URL
제가 서니데이 님에게 댓글로 장미꽃을 찍었다고 했잖아요. 그 사진들이에요.
더 많은데 다 올리면 어수선할 것 같아 몇 개 골라 올렸답니다.
곧 6월이 오고 그러면 장미도 시들겠지요. 하루하루가 가는 게 아쉽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없어 걱정이고... 그러나 꽃은 여전히 예쁘더군요.

편히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0-05-28 0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뿐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은 자기 글 쓰기 바빠서 책 많이 못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일을 하기 전에는 책을 좋아해서 읽었을 텐데, 어떤 소설가도 다른 사람 소설은 안 본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스티븐 킹은 다른 사람 소설 즐겁게 보는군요 그저 즐기려고 보는 책은 저 정도여도 소설 쓰려고 보는 건 책읽기로 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작가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자료는 책에서 찾을 때가 많겠지요

글을 전문으로 쓰기 전에 많은 책을 봐서 자료 찾기도 훨씬 잘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아는 게 없어서, 뭘 보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냥 이런저런 책 봅니다 그렇다 해도 소설이 가장 많군요 다른 데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텐데...

페크 님은 책에 생각을 적으시는군요 그런 책은 빌려주기 싫겠습니다 페크 님이 책을 많이 보시고 책이 많다는 걸 아는 분이 읽을 만한 책을 묻거나 빌려달라고 하겠군요 이제는 도서관도 많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좋을 텐데 싶네요

오월 며칠 남지 않았네요 페크 님 남은 오월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5-28 10:21   좋아요 1 | URL
작가들은 독서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둘 다 좋지만 굳이 구분한다면 전체를 100으로 잡았을 때 독서 51프로, 글쓰기가 49프로 좋은 것 같아요. 독서를 조금 더 좋아한다는 거죠.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글쓰기는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고심하게 되는 반면,
독서는 그런 게 없거든요. 여러 책을 병행해서 읽기 때문에 그날 기분에 따라 책을 골라 읽을 수도 있고요.
글쓰기는 갈수록 어렵기만 합니다. 남은 5월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stella.K 2020-05-28 1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는 소설 보단 다른 쪽의 책 이를테면 언니가 제시하셨던
책들을 더 많이 읽으라고 하는데 소설을 안 읽을 수는 없겠죠?
7,80권이면 잘 읽는 거라고 생각합니다.ㅋ

역시 5월은 장미의 계절이죠.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밝아집니다.^^

페크pek0501 2020-05-28 21:46   좋아요 2 | URL
맞아요. 1년에 칠팔십 권 읽으면 많이 읽는 거예요. 독서만 하는 게 아니라 작가이니 글쓰기에 또 얼마나 시간을 많이 들이겠어요. 그래도 출퇴근을 안 해도 되는 건 작가라는 직업의 장점이죠. 잘 나가는 작가의 경우에 한해서지만.

5월 하면, 장미죠. 탐스럽게 화려하게 피었더라고요. 사진을 찍는 재미가 있었어요.
스텔라 님!! 굿~~ 밤~~.

후애(厚愛) 2020-06-01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 동네에도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어서 한참을 서서 구경하곤 했었어요.^^
올려주신 장미 사진들이 정말 예쁘네요.^^
5월은 가고 6월이 왔습니다.
시간은 잘 가는데 여전히 코로나는 남아 있네요.
항상 조심하시고, 6월에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0-06-03 21:37   좋아요 0 | URL
아, 후애 님. 장미꽃이 정말 예쁘지요? 향도 좋겠지요?
벌써 6월이고요... 정말 시간에 바뀌가 달린 것 같아요.

뉴스를 통해 누군가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을 때 전혀 믿어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혹시 그렇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오늘 미용실 가기 위해 걷는데 마스크까지 해서 벌써 덥더라고요.
마스크 없는 올 여름을 보내는 것, 이게 지금의 소원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곡 2023-09-09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 풍경 사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뒤늦은 댓글을 남기게 됩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책 오랜만에 펼친 김에 이 포스트를 읽었습니다 9월의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09-11 15:32   좋아요 1 | URL
서곡 님, 반갑습니다. 9월도 벌써 중순을 향해 가고 있네요.
저 사진을 어디서 찍었는지 기억납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친정 부근이에요.
장미가 아름답긴 해요. 그래도 저는 장미가 피는 봄보다 가을이 좋습니다.
요즘 늦여름답게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서 가을이 곧 올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찾아보면 거기엔 좋은 점이 한두 가지는 있다고 평소 여겨 왔다. 

 


  코로나19는 우리로 하여금 외출시 마스크를 써야 하고 타자와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살게 만들었다. 그러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도 인간이 뭔가를 반성하거나 터득하게 된다면 이는 불행이 주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찾아낸 게 있다. 

 


  세 사람에 관한 얘기부터 해야겠다. 북한의 김정은, 일본의 아베, 미국의 트럼프.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이들은 자신만만하고 오만하다. 마음속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나타내는 태도가 그렇다. 둘째, 이들은 우리나라를 무시하거나 위협하는 느낌을 우리 국민에게 주었다. 


 

  그런 그들이 이번에 자국의 방역 조치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감염병이 있음을 깨달았으리라. 타국과의 연대 없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앞으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달았으리라. 게다가 대한민국이 감염병에 대처하는 능력이 월등하다는 것도 알았으리라. 그리하여 세 사람이 오만함을 내려 놓고 낮은 자세로 대한민국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미래에 생길 수 있다는 걸 인식하게 만든 게 코로나19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코로나19의 이로운 점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다. 그렇게 인정하기엔 우리의 심신적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기기엔 경제 위기에 처한 우리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일부 품목이 수출의 호조세를 보이고, 일부 상품이 온라인 판매가 증가했다고 해도 국민 대다수의 힘든 처지를 어떻게 상쇄할 수 있겠는가.   

 

 

  코로나19는 승전국 없는 전쟁처럼 전 세계 인류를 큰 불행에 빠뜨린 재앙이다. 이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어떤 이유로도 코로나19의 출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덧붙여두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아는 바와 달리 미국과 일본과 유럽 여러 나라들의 의료 체계가 선진국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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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5-20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세 사람의 공통점은 가난을 모른다는 거죠. 금수저들이라.
그러니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 같습니다.
특히 트럼프는 망언을 넘어 넘 애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ㅠ

페크pek0501 2020-05-20 16:59   좋아요 1 | URL
트럼프가 WHO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도 했잖아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울 때부터 알아봤어요.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말이라도 세계 평화를 지향하겠다고, 세계인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 일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되는 건데 말이죠.

트럼프가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까, 뉴스 볼 때마다 궁금할 정도입니다.

희선 2020-05-22 0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문 닫은 곳도 많고 일자리 잃은 사람도 많네요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다 그렇군요 사람이 사는 데 많은 게 없어도 되기는 하지만, 최소한은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미국은 의료보험이 한국과는 달라서 병원에 쉽게 가기 어렵기도 하죠 한국도 바뀔 뻔했다던데 바뀌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의료를 하는 분들이 힘을 많이 썼군요 자기 몸도 생각하지 않고 일했으니... 한국 사람은 위기가 찾아오면 그걸 함께 이겨내려고 하기도 하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조금 있지만...

감염병은 한 나라만 애쓰면 안 되겠습니다 다른 나라도 괜찮아야 한국도 괜찮죠 세계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좋겠습니다

페크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5-22 15:16   좋아요 1 | URL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의 저력을 봤지요. 의료 체계도 훌륭하고
국민성도 훌륭한 것 같더라고요. 선진국으로 알고 있던 나라들이 오히려 엉망인 걸 보고 놀랐어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모범 국가로서의 위치를 계속 지켜 나가 미래에 모든 면에서도 그러면 좋겠습니다.

희선 님의 댓글로 기분 전환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꾸우벅~~ㅋ

2020-05-23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24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전국이 비상 상태다. 전염을 막기 위해 모두가 되도록 외출을 삼가야 한다. 따라서 각급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었고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생겨났다. 뉴스를 볼 때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새로 생겨나고 있어 심각성을 확인하며 공포를 느낀다. 예방 백신이나 전용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하였다. 현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이탈리아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빠르게 확산하여 세계적인 난제가 되었다. 

 


  그동안 나는 미세먼지가 우리가 공동으로 겪어야 하는 최악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출현으로 미세먼지는 먼지처럼 작은 문제가 되어 버렸다. ‘최악’을 아무 데나 붙여선 안 되는 거였다. 미세먼지는 감염성이 없으니 타인을 경계할 필요가 없고 그저 본인만 마스크를 쓰면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감염성이 높아 타인을 보균자인 양 의심하게 되고 본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 함께 조심해야 한다. 자기 건강이 타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참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하겠다. 게다가 코로나19는 무증상 전파력이 강하다고 하니 지인들과의 만남을 피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집에서조차 가족이 서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코로나19는 내 생활에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그중 두 가지만 말하자면 무용과 책에 대한 것이다. 나는 매주 무용 센터에 가서 35분 동안 발레와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35분 동안 현대 무용을 해 왔다. 발레와 스트레칭은 현대 무용을 하기 위한 기초 운동인 셈이다. 이렇게 총 70분 동안 운동을 하고 나면 숨이 차고 땀이 나고 목이 마르다. 이 느낌이 난 좋았다. 운동다운 운동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지곤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이 모이는 무용 센터에 가지 못하게 됐다. 음악과 율동이 있는 무용은 내게 활력을 주는 운동이었는데 안타깝다.  

 

 
  내 책의 출간일도 변경했다. 원래 계획은 내가 책에 실을 글을 골라서 교정, 수정하여 3월에 원고를 출판사로 넘기면 한두 달 뒤 책이 출간되는 걸로 돼 있었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겨주면 거기서 교정 작업을 해 주고 필요시 나를 호출하면 내가 출판사에 가서 표지, 목차, 사진 등에 대해 의논하고 결정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원고를 넘기는 날을 미뤘다. 자연히 책 출간도 늦어질 것이니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 밖에 장보러 가는 것도, 걷기 운동을 하는 것도, 친정에 가는 것도 큰 부담이 생기니 사는 게 편할 리 없다. 

 

  
  국민 누구나 힘들어하고 있다.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할까 봐 걱정들이고, 문을 닫는 식당이 생기는가 하면 날짜를 잡은 결혼식이 연기되는 등 불편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장례식장에 조문객들이 오지 않아 거북한 입장에 처한 이들도 있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과 전쟁 중이다. 무기 아닌 사람 자체가 폭탄일 수 있는 이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아 모두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 누구보다 한 집에서 사는 가족이 자신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은 현실. 그래서 가족조차 함께 밥을 먹기가 꺼려지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 본다. 이따금씩 아침에 일어나기가 귀찮았고, 출근하는 날엔 잠을 더 자고 싶었고,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을 하기 싫은 때가 있었고, 글쓰기 수준이 향상되지 않아 불만이 가득한 날이 있었으며, 걱정을 달고 사는 삶이 무겁게 느껴진 날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식구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행복한 저녁 시간을 가졌고, 공기 맑은 날에 산책을 즐겼으며, 땀을 흘리면서 운동하는 걸 좋아했다. 돌아보면 평범한 일상이었다. 

 


  안전지대가 없어 긴장되고 두려운 지금, 코로나19가 없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라는 말이 새롭게 느껴진다.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싶지 않고 건강하길 바라는 건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고 싶은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삶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겠다. 

 


  우스갯소리로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게 있다.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말, 상인이 밑지고 판다는 말,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 등이다. 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의 말을 우리가 거짓말로 여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과 반대편에 있는 삶을 사랑한다는 것.

 

 

 

 

 

 

.............................................
제가 지난 3월 1일에 올린 글과 3월 10일에 올린 글이 있습니다.
이 두 편의 글을 합하여 한 편의 칼럼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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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5-20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잘 지내셨나요.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 오후에는 햇볕 환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미세먼지가 많이 찾아오지 않아서 공기도 좋은 편인 것 같고요.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사소한 많은 것들도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비대면과 사회적거리두기라는 이전에 없었던 여러가지가 늘었습니다. 여전히 현장에는 고생하는 분들이 계시고, 그 분들 계셔서 아직은 무사하다, 그런 생각을 오늘은 했었어요.

페크님은 이전에 발레와 무용을 하셨는데, 요즘은 쉬고 계신거군요.
조금 더 좋아지면 다시 시작하실 수 있겠지요.
지금은 아니지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매일 기대합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5-21 13:3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반갑습니당.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쉬면서 정리할 것들은 잘 정리하셨는지요.
저도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에 대해 이번에 특별한 존경심을 갖게 되었어요. 한두 시간만 잠잘 때도 있었다니 참 훌륭하지 않습니까.

오늘도 공기가 맑습니다. 코로나19로 저도 사 보지 않은 것들을 사게 되고
웬만한 건 나가지 않고 전화로 처리하고 그렇게 되네요.
오늘은 나가서 걷기 운동을 할 겁니다. 마침 나갈 일도 있어서요.
마스크만 벗으면 좋겠는데 걷다 보면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고 더워요.

요즘 발레를 쉬었더니 공중으로 다리를 높이 올리는 게 예전만 못하네요.
그래서 아까 커피가 끓을 때까지 공중으로 발차기 연습을 했어요. ㅋ
높이 올라가야 재미가 있거든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늘 고맙습니다.

희선 2020-05-22 0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월이 오고 그 오월도 많이 흘렀습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군요 한국은 확진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마음을 놓으면 안 될 듯합니다 끝날 때까지 조심해야죠 물리 거리는 두어도 마음은 가깝게 하라고 하던데...


희선

페크pek0501 2020-05-22 15:12   좋아요 1 | URL
희선 님.
방송을 통해 코로나19가 있기 전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단 말을 듣고 처음엔 설마, 그랬는데 이젠 믿어집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오늘 기온도 적당하고 공기도 좋고... 코로나19만 없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의료진들에게 뜨거운 박수의 응원을 보내고 싶네요.

희선 님도 파이팅!!!
좋은 하루 보내세요...^^
 

 

 

 

 

1. 특수성과 보편성이 있는 글을 써라 :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우선 좋은 글은 어떤 글인지 알아야 할 것 같다.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엔 칼럼을 쓸 때 새로운 관점으로 쓰기, 를 지향한다. 그래서 당연한 걸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쓰고 보면 당연한 걸 쓴 것 같아서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다.

 

 

남이 생각하지 못한 특수성을 가질 것, 그러나 남이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가질 것. 이런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 중요한 과제.  

 

 

독자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걸 당신이 글로 썼네, 라고 하면 특수성(새로운 관점)을 갖는 글이 되고, 그런데 읽고 보니 당신의 글에 공감이 가, 라고 하면 보편성을 획득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고려한,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2. 매일 쓰고 반복 독서를 해라 :
40년 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하였고 특히 일본 아사히신문 1면에 있는 고정 칼럼을 13년이나 썼다고 하는 다쓰노 가즈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극히 단순합니다.
  “매일, 무엇이든 쓰십시오.” 바로 이겁니다. 매일, 꾸준히 쓰는 사이에 분명 나만의 문장이 형태를 갖춰나갈 것입니다.
  야구 해설서를 아무리 읽은들 매일 배트를 휘두르는 연습 없이는 야구를 잘할 수 없습니다. 일기는 야구 선수가 매일 하는 스윙 연습에 해당할 것입니다.」
- 다쓰노 가즈오, <어느 노老 언론인의 작문노트>에서.

 

 

좋은 글을 쓰려면 ‘매일 쓰기’를 실천하라고 한다. 손가락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연습해야 하는 피아니스트처럼 글 역시 매일 써야 하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듯,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커피를 마시듯, 하루 중 가장 한가할 때를 정해서 그 시간에 습관적으로 매일 글을 쓰면 효과적일 듯.

 

 

매일 잠자기 전 조용한 밤에 일기를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또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노트북을 열어 매일 몇 줄이라도 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마음에 명중하는 문장의 비밀’이란 부제가 말해 주듯이 ‘문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를 빼놓을 수 없으리라. 저자는 독서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오오카 쇼헤이는 스탕달의 <파름의 수도원>을 스무 번도 넘게 읽었다고 합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아마 그 두 배는 읽었다”고 했습니다.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그 책은 읽는 사람의 피와 살이 되었을 것입니다.」
- 다쓰노 가즈오, <어느 노老 언론인의 작문노트>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내가 오래전 종이책으로 읽었고 최근 오디오북으로 반복해 들은 소설이다.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코믹한 부분도 있어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다. 오디오북의 좋은 점은 40분쯤 듣다 보면 잠이 와서 수면제 역할을 해 준다는 점이다. 한 시간을 설정해 놓고 잠들면 편해서 애용한다. 반복 독서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오디오북을 추천한다.

 

 

 

 

 


3. 자기 약점에 대해서도 써라 :
글을 쓸 때 고민하는 게 하나 있다. 나 자신을 어디까지 보여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부끄럽게 여기는 경험 같은 건 쓰기가 꺼려져 독자에게 보여 줘도 되는 것들에 대해서만 쓰게 되는 게 나의 한계다. 이런 한계가 있다는 점은 내가 좋은 글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에 대한 임어당의 조언에 귀 기울여 들어 본다.

 

 

  「친근한 문체의 작가는 너그러운 기분으로 말을 한다. 그는 자기의 약점을 있는 대로 털어놓는다. 그러므로 결코 무장을 하지 않는다. 작가와 독자의 관계는 엄격한 교장 선생님과 학생과 같은 관계여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친구 관계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온정미가 생기게 된다.
  자기 작품에 ‘나’를 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결코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
- 임어당, <생활의 발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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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5-06 1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걸음하셨네요.
하도 안 나타나셔서 코로나 때문에 미뤄 두셨던 책 출판에
몰두하시는 건 아닌가 했습니다.^^
전 요즘 ebs 마스터를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만한 명강사들이 나와서 강연하는 건데
다 보는 건 아니고 강원국 작가는 좀 열심히 챙겨 보고 있는데 좋더군요.
좋긴 좋은데 옛날엔 그런 강연 프로그램 적어도 50분 내지 1시간 정도하는데
30분씩 끊더군요. 우리가 못해도 50분은 집중할 수 있는데 30분은도 집중을 못하나
좀 불만스럽더군요.ㅋ
혹시 시간되시면 챙겨보세요. 이 글도 유익했습니다.^^

페크pek0501 2020-05-06 19:53   좋아요 1 | URL
책은 미뤄서 여름에 나올 것 같습니다. ㅋ
요즘 너무 바쁩니다. 식구들이 약속이나 모임이 없어 일찍 귀가하는지라 제가 할 일이 많아졌거든요. 코로나19의 피해가 고스란히 주부에게... 이런 뉴스가 나와 제가 웃었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요.

저도 명강사 강의를 본 적이 있어요. 강원국 작가는 글쓰기 방법의 천재 같아서 책을 사 두었답니다. 그가 인터넷에 연재한 것을 정리해 놓은 노트도 있는데 여기엔 올리지 않은 것 같군요.(나만 알고 싶었나 봐요. ㅋㅋㅋ)

저는 재밌는 드라마를 딱 하나 찾았어요. <부부의 세계>. 이것만 챙겨 보는데 그것도 너무 늦은 시간에 해서 재방송으로 본답니다. 여러 채널에서 여러 번 재방송 해 주더라고요. JTBC 방송으로 김희애가 출연합니다. 시간 되시면 보세요.

너무 반가운 스텔라 님이셨습니당~~~


희선 2020-05-07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에서 한 말이기는 하지만, 글도 그렇게 애쓰지 않고도 쓰면 잘 쓰는 사람 있죠 어쩌다 한번만 써도 잘 쓰는... 그런 사람 부럽지만 그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자신은 자신대로 하는 게 좋겠지요 아니 보통 사람은 꾸준히 할 수밖에... 뒤로 가는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앞으로 가기도 하겠지요

책도 여러 번 보기도 하는군요 저는 그러지 못하는데... 다른 게 읽고 싶기도 하니, 여러 번 보면 처음 봤을 때 몰랐던 걸 알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책을 하나하나 찾고 나중에는 그것만 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한데, 그렇게 할지 그때도 다른 게 읽고 싶을지도... 다르다 해도 아주 다르지 않기도 하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5-09 12:45   좋아요 1 | URL
저는 꾸준히, 를 저의 장점으로 알고 있죠. 그것밖엔 기대할 게 없네요.ㅋ

저는 반복 독서를 할 때가 있어요. 오래 전 어떤 단편 소설을 일곱 번까지 읽어 봤어요. 그러니까 다음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를 알게 되더군요.
생각나는 걸로, 달과 6펜스를 두 번 읽었어요. 몇 년의 간격을 두고 있으니 새롭더군요.

저도 생각한 것인데 최고로 좋았던 책 50권을 골라 놓는 거예요. 노년에 그것만 줄창 읽고 또 읽는 거죠. 책이 닳을 때까지...

오랜만에 비가 오는 풍경이 좋아 커피가 당기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2020-05-15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20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0-05-20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칼럼 오랜만이네요. 책 출간도 준비중이라니, 멋지십니다. 항상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연구하는 페크님의 자세를 보며 힘을 얻고있어요. 특히 말씀하신 두 마리 토끼는 저도 생각해왔던 거거든요. 저는 필자의 개성과 공감을 강조하는 편이에요. 둘중 하나라도 건지면 성공인데 페크님은 둘다 가졌어요. 부럽습니다ㅎㅎ저도 더욱 분발하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0-05-21 13:40   좋아요 1 | URL
물감 님, 반갑습니당~~
물감 님은 잘하고 계십니다. 꾸준히, 를 이길 자가 없다고 보는 바...

화제 메인에 물감 님의 글이 뜨는 걸 보면 제가 달려가서 읽습니다요.
저에 대한 응원, 참 고맙습니다.
필자의 개성과 공감. 제가 말한 특수성과 보편성, 같은 말이지요. 표현만 다를 뿐.
호호호~~~ 제가 둘 다 가졌다니 좋은 평이십니다. 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성이
있기나 한 건지 말이죠.

아무쪼록 해 오신 것처럼 꾸준히, 를 무기로 잘 살아 내시길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꽃이 푸짐합니다. 어제 찍은 사진입니다.

 

 

 

 

 


오늘 책을 읽다가 여러분에게 소개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을 만났습니다.

 

 

임어당이 최선의 생활에 대해 말한 건데요, 최선의 생활이란, <중용>의 저자인 자사자가 가르치는 바와 같은 조화롭고 오묘한 중용 생활이라고 합니다. 임어당은 중용 생활이란 어떤 생활인가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즉, 반은 쉬고 반은 활동하고, 반은 일하고 반은 쉬는 정도, 집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조금도 일을 할 필요가 없거나 친구들을 돕기 위해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돈을 좀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도 않을 만큼의 부자도 아니고, 피아노는 있으되 그저 절친한 친구에게 들려주거나 주로 자기 혼자서 즐길 정도의 것이고, 수집은 하되 수집품을 난로 선반 위에다 진열해 놓을 정도의 것이고, 독서는 하되 도를 넘지 않고, 학문은 상당하되 전문가는 되지 않고, 글은 쓰되 신문에 보내는 원고가 때로는 떨어지고 때로는 실리게 되는 정도 ― 한마디로 줄이면, 중국인에게 발견된 가장 건조한 생활의 이상이라고 내가 믿는 것은 중산 계급의 생활이상이다.」
- 임어당, <생활의 발견> 171쪽. 

 

 

 

 

 

 

 

 

 

 

 

 

 

 

 

 

 

 
임어당에 따르면 행복한 생활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휴식이 없이 일만 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일 없이 놀기만 해서도 안 되고 일과 휴식이 적절히 섞여 있는 생활.

 

 

집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친구들을 충분히 도울 수 있을 만큼 부자도 아니어야 한다. 부자에겐 욕심과 스트레스가 따르는 법. 

 

 

피아노 연주회가 예정되어 있어 며칠 전부터 긴장하고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지 말고, 그저 친구에게 들려주거나 자기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피아노 실력이면 적당하다. 

 

 

고가의 그림을 수집해 놓은 게 많아 혹시 집에 도둑이 들어올까 봐 깊은 잠을 잘 수 없으면 안 되고, 난로 선반 위에다 진열해 놓을, 귀하지 않은 물건을 수집하는 취미 생활이면 좋다.

 

 

독서는 하되 지나치게 하지 말고, 학문에 열중하되 세인들로부터 지탄을 받거나 혹평을 받을 때가 있으니 전문가가 되지 말고, 글을 투고하면 가끔 신문에 실릴 때가 있어 기뻐하는 정도면 된다.

 

 

 

 

.......................

최선의 생활이란 중용 생활이니 최고의 행복은 한쪽으로 치우친 곳에 있지 않고 ‘중용’에 있다는 것 같습니다.

 

 

중용적 태도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게 문제이긴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각자 생각이 다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한 가지를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최고가 되려고 용을 쓰지 말 것. 그것은 오히려 행복과 멀어질 수 있다.’라고.

 

 

 

 

 

오늘은 공기가 맑은 5월 6일입니다.

 

 

좋은 하루를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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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5-07 0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히 최고가 되겠다 생각하지 않고 해도 최고가 되는 사람도 있군요 보통 사람은 그런 거 보면서 부러워하고 자신은 어떻게 해야 저렇게 될까 하기도 하겠습니다 최고가 된 사람은 그걸 지키려고 애써야겠군요 꼭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군요 그건 둘레에서 바라는 거네요 자신은 그저 즐길 뿐일 텐데...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즐겁게 하는 게 좋을 듯해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5-09 12:50   좋아요 1 | URL
천재나 난 사람이 있긴 하죠. 문제는 정상에 올라가면 언젠가는 내려오게 되는 건데
그 후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하는 거예요. 정상에 올랐던 연예인이 인기를 잃었다고 우울증 걸리는 사례가 있었어요.
최고가 되려고 용을 쓰기보다 즐겼더니 어느 날 정상에 올라가는 날도 있더라, 하는 마음가짐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쓰기를 함께 즐기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