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철학을 한다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키케로는 말한다. 연구와 사색은 우리 영혼을 어느 정도 우리 자신에게서 떼어 내 육체에서 벗어난 것에 몰두하게 하는데, 그것은 죽음과 유사한, 이를테면 죽음의 실습이기 때문이다. 또는 세상 모든 지혜와 논설이 결국 한 가지, 즉 죽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에서 일치하기 때문이다.(160쪽)


⇨ 흘러가는 시간은 우리를 인생의 최종 목적지인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죽음은 어떤 고민도 어떤 고통도 끝나게 한다. 그러므로 사는 동안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그 끝은 휴식처라는 것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너를 비추는 마지막 날이라고 상상하라, 그러면 네가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을 감사히 받으리라.

호라티우스(171쪽)


생각해 보라. 실로 영원한 삶이란 것이 내가 준 삶보다 얼마나 더 힘겹고 고생스러울지를. 만일 너희에게 죽음이 없다면, 아마도 너희는 죽음을 주지 않았다고 쉬지 않고 나를 저주할 것이다. 죽음의 편익을 보고 너희가 너무 탐욕스럽고 무분별하게 덥석 끌어안지 못하게 하려고 나는 일부러 죽음에 약간의 쓰라림을 섞어 놓았다. 삶을 피하지도 않고, 죽음 앞에서 겁먹고 물러서지도 않는, 내가 너희에게 요구하는 그 중용에 마무르게 하려고, 삶과 죽음 둘 다 달콤함과 쓰라림 사이에 조절해 놓았다. 

나는 너희 현자들 중 맏이인 탈레스에게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가르쳤다. 그래서 누가 그에게 “그렇다면 왜 죽지 않느냐.”라고 묻자 그는 “아무래도 좋으니까.”라고 아주 현명하게 답했던 것이다.(187쪽)


⇨ 만약 내가 백 년 이상을 산다면 지루해서 못 견딜 것 같다. 왜 죽음이 빨리 오지 않느냐며 기다릴 것 같다.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삶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꽃이 늘 피어 있다면 우리는 꽃이 아름답다고 예찬하지 않을 것이다. 끝이 있어서 어떤 것은 소중한 것이 되고 어떤 것은 아름다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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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3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니까요. 꽃이 한철만 피니까 아, 좋다하지 항상 피어있으면
그게 어디 꽃인가요? 조화지. 그래서 전 조화 별로 안 좋아해요.
쓰레기처리도 어렵다던데...ㅋㅋ
근데 어떤 사람 사는 게 넘 지루해서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했다는데
그 맘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잘 죽기를 바라고 기도해야할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4-13 22:39   좋아요 2 | URL
항상 꽃이 피어 있다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겠지요. 여기저기 꽃이 흔하게 있어 지겹다고 할지도 몰라요.
외국 과학자 얘기군요.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로 가서 안락사를 택한 것, 저도 알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안락사가 허용되면 좋겠어요. 살 만큼 살고 고통 없이 죽는 것 괜찮은 것 같아요.
좋은 봄날 보내세요...

stella.K 2023-04-14 09:49   좋아요 2 | URL
아, 제가 끝마무리를 잘 못 쓴거 같아요. 안락사가 아니라 그냥 사는 동안 잘 살고 잘 죽기를 바라며 살아야한다는 그런 뜻이었습니다.
그 과학자는 아는게 많으니 사람이 아는 것이 많으면 허무주의에 빠진다잖아요. 적당히 알고 앎을 추구하며 사는게 좋은 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4-15 10:17   좋아요 2 | URL
아, 다시 님의 댓글을 읽어 보니 제가 오독했어요. 스텔라 님이 잘못 쓰신 게 아니고요.
안락사, 라는 단어가 반갑다 보니 제가 문맥을 잘 살피지 못했네요. 죄송... 히히~~

세실 2023-04-15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전 주말에도 일찍 일어납니다. 죽음뒤엔 영원한 휴식일테니... 그리고 더 나이 들면 하루종일 누워 있을수도...시아버님 노환으로 요양원 계실때 하루종일 누워 있는 모습 보며 먹먹했지요. 저도 안락사 찬성입니다.
건강할때 더 많이 움직일래요.

페크pek0501 2023-04-15 10:15   좋아요 1 | URL
반가운 세실 님!
저도 오늘 일찍 일어났어요. 아침에 눈이 떠지면 그냥 일어납니다.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게 느껴지거든요.
시계를 보고 아직 이 시간밖에 안 됐네, 하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도 살 만큼 살다가 더 이상 사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면 안락사가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많이 움직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3-04-16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찍으신 사진은 미세먼지 수치 낮았던 청정하늘 아래서 찍으신 건가봐요
그래서 더 선명하고 꽃은 더 탐스럽네요^^

에쎄를 천천히, 엿 녹이듯 음미하며 천천히 읽으시는가봐요^^ 좋은 문장들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04-17 12:35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 님, 사진을 찍을 땐 서울 공기가 좋았답니다. 이달이었는데 말이죠. 정말 탐스러워요.
에세는 빨리 읽으면 안 되는 책 같아요. 커피 맛을 음미하듯 글을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에요, 저에게는.
앞으로도 좋은 문장을 만나면 올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



나의 영원한 동지이자 연인, 규에게


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니. 무슨 지력으로 사랑할 수 있니. 나를 보는 너의 눈을 경유해 나를 보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뿐이잖니. 그러므로 네가 나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면, 네 눈이 나를 초점화하지 않는다면, 네 눈이 동태눈깔이면 나는 나를 무어로 상상하고, 내가 무어로 존재할 수 있겠니. 네 시선, 기대, 실망 속에서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돼. 아니 그러려고 노력해. 네 바라봄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살 수조차 없어. 지금 나는 생존에 대해 말하고 있어. 네 눈이라는 내 생존의 조건에 대해.(325~326쪽)-이미상의 ‘하긴’에서.


⇨ 소설 내용과 무관하게 읽는다면 이 글은 한 편의 시 같다. 



아내는 늘 자신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나를 봐주었다. 그랬던 아내인데 언제부터 변한 걸까. 왜 잊어버린 걸까. 남자들이 실은 약하다는 것. 목숨을 여자에게 완전히 의지하고 있다는 것. 여자가 던지는 시선, 대상화의 프레임 속에서만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어쩌자고 잊은 걸까. 내가 잠시 바람을 피웠던 것도 결국에는 존재의 근거가 채워지지 않아서였다. 고작 젖과 좆과 질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 아내는 정말 둔하다. 어쩜 그렇게 둔할까.(326~327쪽)-이미상의 ‘하긴’에서.


⇨ 인간은 대체로 자신의 변심은 안중에 없고 상대의 변심은 눈에 잘 띈다. 그런데 놓치지 말자. 많은 경우 상대가 변한 이유는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본인이 상대에게 무관심했는지 신경질을 냈는지 싫증나게 만들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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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4-12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인을 통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기는 어렵겠죠? ㅋ 네탓보다는 내탓을 먼저 해야 하는데 잘되지는 않더라구요 ㅎㅎ

이 작품 재미있을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4-12 16:11   좋아요 2 | URL
이미상 작가가 남자인 줄 알았어요. 너무 시원하게 쏴 주는 글을 써서요. 거릴낄 게 없음, 이 부럽더군요.
소심 소심하지 않고 조심 조심하지 않고 마구 쓰는 느낌이랄까요... 추천하고 싶은 작가입니다...^^

기억의집 2023-04-12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문에서.. 남자새끼 개새끼네 라는말이 절로 나오네요..

페크pek0501 2023-04-13 22:4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시원하게 쏴 주시는군요. 저도 소설을 읽으면서 무슨 개소리인가, 그랬어요.ㅋㅋ
그런 남자 얘기는 싹 잊으시고 좋은 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나희덕, <저 불빛들을 기억해>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124~128쪽)에서 발췌



멕시코시티의 시장 구석에 나이든 인디언이 양파 스무 줄을 매달아놓고 앉아 있었다. 시카고에서 온 미국인이 그에게 양파 한 줄에 얼마냐고 묻자, 그는 십 센트라고 대답했다. 그럼 양파 스물 줄을 전부 사면 얼마나 싸게 줄 수 있느냐고 흥정을 붙였다. 하지만 인디언 노인은 그에게 스무 줄 전부를 팔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인이 물건을 손쉽게 팔 수 있는 기회를 굳이 마다하는 이유를 묻자, 인디언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내 삶을 살려고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붉은 서라피를 좋아합니다. 나는 햇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는 페드로와 루이스가 와서 ‘부에노스 디아스’라고 인사하며 함께 담배를 태우고, 아이들과 곡물에 관해 얘기 나누는 일을 좋아합니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것들이 내 삶입니다. 그것을 위해 나는 종일 여기 앉아서 스무 줄의 양파를 팝니다. 그러나 내가 내 모든 양파를 한 손님에게 다 팔아버린다면, 내 하루는 끝이 납니다. 그럼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다 잃게 되지요. 그러니 그런 일은 안 할 것입니다.(124~125쪽)



시튼이 편집한 《인디언의 복음》에서 읽은 양파장수 이야기다. 만일 요즘 이렇게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떻게 될까. 아마 굶어 죽기 십상일 것이다. 시간조차 돈으로 환산되는 오늘의 시장 원리에 비추어보면 단번에 떨이할 기회를 놓친 인디언 노인은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노인에게 양파를 파는 일이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시장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매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나누는 인간적 교감이야말로 그가 종일 시장에 앉아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윤이다.(125~126쪽)


⇨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이야기다. 인디언 노인이 삶을 향유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도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작고 소박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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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07 1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저 첫 문단의 이야기 전에 한 번 들어 본 것 같아요.
맞아요. 사람은 지금을 즐길 줄 알아야 해요.
봄은 지금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계절이죠.
새로 피어나는 꽃이나 나무의 잎사귀를 보면 얼마나 반갑던지.
영낙없는 양파장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런데 저 사진 왼쪽이 언닌가요? ㅎ

페크pek0501 2023-04-07 11:32   좋아요 3 | URL
와우!!! 우리가 텔레파시...
저도 지금 님의 서재에 댓글 달고 왔는데...ㅋㅋ

서니데이 2023-04-07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마음도 조금 이해가 갈 것 같긴 한데.
수작업으로 만드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는 그런 마음이 조금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시간 지나면 많이 판매되는 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건 또 다른 어려움이거든요.^^;
페크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4-10 16:20   좋아요 1 | URL
댓글을 이제야 씁니다. 잘 지내시죠?
삶의 여유는 필요한 것 같고,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없어 산책하기 좋은 날이에요. 저는 어제 그제 밖에 나갔으므로
오늘은 쉬려 합니다. 좋은 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3-04-08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사람한테 다 팔면 거기에 있기 어렵겠습니다 양파 파는 사람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을 좋아하는군요 그렇게 사는 것도 즐겁겠습니다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4-10 16:22   좋아요 0 | URL
시장 사람들이라면 이 글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물건을 많이 파는 것도 좋지만 손님과 나누는
이야기로 즐거울 수도 있을 듯싶어요.
하루하루가 편안하다면 행복한 거겠지요? 좋은 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시어머님이 올해 구순이 되셨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댁 식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갔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두 열네 명이었습니다. 


시댁 식구들은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고, 


우리 가족은 이틀 더 머물러서 4박 5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어젯밤 집에 돌아왔습니다. 


즐겁고 뜻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아직 사진이 정리되지 않았고 여독도 풀리지 않아 사진만 올립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함. 차들의 차량 번호가 보이지 않게 찍음.  

  























모두 모여 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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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3-29 17: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부럽습니다.
어쩐지 요즘 조용하시다 했더니. 시어머니 참 다복하시네요. 저의 엄니도 구순이 코앞이어요. 요즘은 확실히 장수시대란게 느껴집니다. 우리 땐 얼마나 더 장수하게될까요? ㅋ

페크pek0501 2023-03-29 18:11   좋아요 2 | URL
우리 시어머님이 복이 많으세요. 딸 둘, 아들 둘 두셨는데 모두 효자 효녀랍니다. 게다가 사위들이 참 잘해요.
며느리들도 잘한다고 하면 웃기려나요?(제가 포함돼서...ㅋ)
스텔라 어머님도 구순이 다가오는군요. 맞아요, 장수시대.
우리 자식들 세대는 150세까지 산다고 한 걸 어디서 읽었어요. 좀 길지 않나요?
결혼도 몇 번씩 한다고 하더군요. 한 사람과 살기엔 인생이 너무 길기 때문에. 미래학자의 말입니다.ㅋㅋ

서니데이 2023-03-29 1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여행간 가족이 열네 명이면 인원이 적지 않네요.
가족분들이 함께 여행가시는 걸 보면 화목한 집안 같습니다.
제주 바다와 하늘이 참 예뻐요. 모래도 하얗고 고운 느낌이고요.
사진 속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3-29 18:14   좋아요 2 | URL
그나마 임산부 질부들이 있어서 빠져서 그렇지 더 많을 뻔했어요.ㅋ
예전엔 다 모이면 17명이었는데 이젠 조카들이 결혼을 해서 더 많아졌어요.
제주도는 언제 가도 아름다운 것 같아요. 작년에도 갔었는데 이번에도 좋더라고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3-30 0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식구가 많이 모여서 제주도에 가셨군요 그게 쉽지 않을 텐데, 다들 친하게 지내시는가 봅니다 어머님 뒷모습이지만 건강해 보이시네요 앞으로도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바다와 하늘 다 좋네요 좋은 시간 보내셨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03-30 11:59   좋아요 2 | URL
시누이들이 그러는데 올케도 다같이 여행 간다고 하면 주위에서 놀란다고 합니다.
형제간에 화합이 잘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가는 곳마다 바다 빛깔이 달라서 신기했어요. 바다만큼 제 마음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어머님을 보면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게 느껴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3-03-31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어쩐지 처음보다 사진이 더 많아진 것 같은 기분인데요.
가족사진의 개인정보 보호 목적 스티커가 재미있게 생겼어요.
오늘까지 3월, 내일부터는 4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3월 보내셨나요.
4월에도 좋은 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4-01 12:48   좋아요 2 | URL
사진 2장을 추가했어요. 가족 여행을 갔다고 써 놓고 증거를 남기지 않은 것 같아서요. 뒤늦게 생각났어요.ㅋㅋ
자기 얼굴이 나오는 걸 싫어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안전하게? 스티커를 붙여 봤어요. 저도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서니데이 님에게도 좋은 일들, 웃을 일들이 가득한 4월이 되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2023-04-01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2 0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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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1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2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날은 언어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날이었다. 지하철 안에서였다. 내 옆 좌석에 앉은 대여섯의 여성들이 수다를 떨었다. 그들은 한 동네에 사는 것 같았고 오십 대로 보였다. 그중 한 명이 "강북 사람들은 왜 강남 사람들을 미워하는 거야?"라고 묻자 다른 이가 "강남 집값이 비싸니까 그렇지"라고 받아쳤다. 처음에 물은 이가 "그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 억울하면 강남으로 이사 오라고 해"라는 말을 던지자 모두 까르르 웃었다.



그들이 그런 얘기를 꺼낼 만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얘기에서 서울 강남 지역에 사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억울하면 강남으로 이사 오라고 해'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지난해부터 집값 하락이 지속되었으나 비강남 지역에서 강남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억울하면 강남으로 이사 오라고 해'라는 말이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로 들렸다. 이 말은 출세할 능력을 가진 자에게는 격려로 들리지만 출세할 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조롱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면 분위기가 한껏 들떠 있어 누구나 말실수를 하기 쉽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친구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하철 타고 왔니? 웬만하면 차 좀 사라." "아직도 청바지 입니? 난 너 정장 입은 걸 못 봤어." "양주를 마셔 봐. 그다음부턴 소주를 못 마실 걸." 이런 말들은 악의 없는 농담이라 할지라도 듣는 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특히 경제 사정이 어려운 이에게는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번에는 친구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책 좀 읽어라. 그래야 대화가 통하지." "그것도 몰라? 얘는 뉴스도 안 보나 봐." 이런 말들은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점을 지적함으로써 듣는 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특히 학력이 낮은 이에게는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사안인 만큼, 올바르지 못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차별을 낳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그런 측면에 주목하여 우리가 삼가야 할 말들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이러하다. 자기가 얘기를 하는 도중 누군가 끼어들 때 제지하기 위해 쓰는 '지방방송 꺼'라는 말은 삼가야 한다. 지방에 사는 이들을 무시하는 뜻이 담겨 있어서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지칭하기 위해 쓰는 '정상인'이라는 말도 삼가야 한다. 장애인이 비정상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반대 의미로 '비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 '결손 가정'이란 말도 삼가야 한다. '결손'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부분이 없거나 잘못되어서 불완전하다는 뜻이므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손 가정은 '한부모 가정' 또는 '조부모 가정'으로 바꿔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결례를 저지르곤 한다. 가령 차를 갖고 있지 않은 이에게 차를 어디에 주차했냐고 묻거나, 대학을 가지 못한 이에게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냐고 묻는 것은 결례다. 골프에 무지한 지인에게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클래식에 무지한 지인에게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아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것도 결례가 된다.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첫 장에 이러한 내용의 글이 실려 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비판할 때만 그렇겠는가. 평상시 대화할 때도 세상 사람이 다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음을 기억해 두어야 하리라.



상대방에게 악의적 비난이나 욕설을 퍼붓는 것만이 불쾌감을 주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말을 하는 것도 불쾌감을 준다. 따라서 말을 할 때에는 청자의 입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나무의 됨됨이는 열매를 보면 알고, 사람 됨됨이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로 안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0323010004426

 



.......................................


(후기)


한차례 몸살을 앓았습니다. 

앓느라 이번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 글쓰기의 어려움!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시어머님이 올해 구순이 되셨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댁 식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갑니다. 

여행 갔다 와서 여행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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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9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3-24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얘기하는 것!
본인들은 정작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모르지요 ㅠㅠ

페크pek0501 2023-03-29 16:33   좋아요 2 | URL
자기 생각만 하기 쉽지요. 자기중심적 사고에 익숙하니까요.
저부터 조심해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3-03-24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참 공감하는데 쉽지는 않은 일이지요. 그렇더라도 노력해야겠습니다.
심하게 몸살을 앓으셨군요. 지금은 좀 괜찮아지셨을까요? 요즘 독감이다 감기다 환자가 많은가보더라구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시어머님 구순도 축하드리고 여행도 즐겁게 다녀오시길^^

페크pek0501 2023-03-29 16:36   좋아요 1 | URL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올바른 생각을 갖고서도 언행일치가 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여행은 즐겁게 무사히 마쳤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엔 무슨 숙제라도 가지고 있는 듯했는데 갔다 오니 시원합니다...

희선 2023-03-25 0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안 좋은 말은 안 하려고 해야 할 텐데... 다른 사람 처지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저도 뉴스 안 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네요 그나마 다른 사람 처지를 조금이라도 알 만한 게 바로 책이 아닌가 싶어요 다 알지는 못해도... 책과 현실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시어머님 구순이군요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면 좋겠네요 페크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3-29 16:37   좋아요 2 | URL
상대의 입장을 깜빡 잊을 때가 있어 실언할 때가 있어요.
일부러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작가도 있더군요.
건강이 제일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피로만 느낄 뿐 병이 나지
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