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삶을 좀 가벼이 여기며 살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어제 어떤 주말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한 것을 끼적거려 본다.

 

 

결혼을 앞둔 자식의 부모로서 고급 식당에서 만나는 상견례 자리는 사돈끼리 예의를 갖추어 대면해야 하니까 편한 자리는 아닐 터. 나갈 땐 옷을 잘 골라 입고 나가야 하며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옷을 초라하게 입고 나가서도 안 되지만 너무 고급스런 옷을 입고 나가서 상대에게 위화감을 주어서도 안 된다. 교양 있게 음식을 먹어야 하고 그 자리에 딱 알맞은 말만 해야 한다. 유머 있게 말을 한답시고 정도를 지나쳐서 결례를 범하면 안 된다.

 

 

아! 부모 역할, 어려워라. 훗날의 일이지만 수준을 따지는 집안과는 사돈을 맺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우리 집과 비슷하다고 할 만한 집과 사돈을 맺고 싶네. 조심스러움, 체면, 교양, 품위. 이런 것들이 부담스럽다. 그 이유는 그것들이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삶을 가벼이 여기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상견례 자리? 그게 뭐 별건가! 까짓것 나가지 뭐.’ 이런 자세를 내가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삶을 가벼이 여기며 살 수 있지 않을까?

 

 

..........
쓸데없는 말이지만, 바람을 피우는 상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애인을 한 명만 만드니까 삼각관계가 되어 모가 난다. 둘이라면 사각 관계, 셋이라면 오각 관계······,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에 가까워져서 모가 없어진다. 그러면 풍파도 일지 않게 될 거라고 했더니 나더러 역시 미친놈이라고 화를 냈다.

그 무렵의 이야기인데, 어떤 여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왜 만나자는 얘길 안 해요? 다른 애인이라도 생긴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네가 그 다른 애인이잖아. 그러니까 넌 그런 말은 하면 안 되지."
그렇게 말했다가 또 된통 욕먹고 말았다.(113~114쪽)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에서.
..........

 

 

유머는 확실히 삶을 가벼이 만들어 주는 마력이 있어 좋다. 삶을 가벼이 여긴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산다는 뜻은 아니다. 사각 관계, 오각 관계를 언급한 저자라고 해서 저자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걸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음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
돈을 갖고 싶다느니 하는 당연한 말은, 똥 싸는 걸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인간이란 아무리 폼을 잡아도 한 꺼풀 벗기면 욕망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 한 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문화'라는 것이다.(125쪽)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에서.
..........

 

 

삶을 무겁지 않게 느끼며 살되, 한 꺼풀의 자존심은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기를...

 

 

나는 이렇게 해서 삶의 균형을 잡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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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6-05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깃한 글인 듯합니다^^ 감히

페크pek0501 2017-06-05 22:47   좋아요 0 | URL
감히, 라니요.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첫 댓글을 써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굿밤 되세요...

마립간 2017-06-05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이들어 좋아진 점의 하나가 삶의 무게를 덜었다는 것입니다.

자녀의 배우자는 모르겠고, 나의 배우자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맞이하길 바랐습니다. 그 바람을 이뤘습니다.^^

페크pek0501 2017-06-05 22:50   좋아요 1 | URL
저는 나이가 들어도 삶의 무게를 덜었다는 느낌이 안듭니다.
친정어머니께 자식 노릇하는 것도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고
자식에게 부모 노릇하는 것도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솜털처럼 가볍게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배우자는 다행히도 저와 아주 비슷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친구들이 남편을 인사시키는 자리에서 그랬답니다.
너와 똑같은 사람을 만났구나, 라고.ㅋ

stella.K 2017-06-05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저의 싸부가 어떤 책에서
그런 말을 하더군요. 애인은 가급적 많이 만들라고.
그렇게 삼각관계면 질투하지만 많으면 자기네들끼리
동류의식이 생겨서 자기네들끼리 적당히 견제하면서
잘 지낸다니 뭐라나.
일리가 있는 말 같더군요.ㅎㅎ


페크pek0501 2017-06-05 22:53   좋아요 1 | URL
예. 일리 있어요. 저는 딸들에게 이왕이면 남자친구 한 명에게 올인하지 말고
여럿을 사귀어서 장단점을 비교하고 누가 자신과 잘 맞는지 생각하라고 해요.
싱글들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이 사람이다, 할 때가 오겠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 사람과 연애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 만나자마자 운명이니, 뭐니 해 가면서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건 경솔한 것 같거든요. ㅋ

stella.K 2017-06-06 15:26   좋아요 1 | URL
ㅎㅎ 맞아요.
우리 땐 안 그럴 것 같은데도 꼭 그런 사람 있어요.
뭐 사랑이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도 없으란 법은 없겠죠.

말씀하신 드라마 저도 지난 주말 잠깐 봤는데
김밥집 딸 보통 여물지가 않더군요.
맞아. 모름지기 여자는 저래야 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7-06-08 12:23   좋아요 1 | URL
예. 우리 딸이 저렇게 똑똑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저도 했어요.
제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아무 생각 없이 산 듯해요. 똑똑하질 못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똑똑하질 못해서 뭔가 판단할 일이 생기면 여기저기 물어보고
인터넷 검색하고 헤맨답니다. ㅋㅋ



신지 2017-06-09 0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인용문이 참 좋네요.
왠지 나이 들어갈수록 자연스러운 모습에 점점 더 마음이 가는 것이 사실인데
˝ 한 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문화‘˝ 라는 것에 끄덕끄덕

오랜만이죠, 페크님^^ (발레도 사진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이제 자주 놀러 올께요~ ^^

페크pek0501 2017-06-08 12: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독서하는 목적 중의 하나가 좋은 문장을 발견하는 재미입니다. 그래서 완독을 지향하죠. 혹시 놓치는 문장이 있을까 봐 샅샅이 뒤지듯 책 읽어요. 다독보단 정독에 더 가치를 두어요. 좋은 문장을 보면 이렇게 제 글에 인용할 수도 있고 공부도 되고 좋아요.ㅋ 신지 님처럼 인용문이 좋다는 말을 해 주시는 분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타인의 욕망 말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라, 아무리 그래도 결국 타자로부터 인정받는 행복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터, 라고 봅니다.
그래도 요즘 자기계발서 덕분인지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이 많아진 듯합니다.

앞으로 님의 서재 활동을 기대해도 되나요?
 

 


정희진 작가가 책을 낼 때마다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살펴보게 된다.
<낯선 시선>이란 책을 검색해 보자마자 이건 무조건 사야 돼, 하면서
장바구니에 담아 놨다가 구입하게 됐다.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009년이었다.
그때 읽은 것은 <페미니즘의 도전>이었다.
이 책을 사고의 뒤집힘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책으로 읽었다.
<낯선 시선>, 이 책 또한 그런 기대로 읽고 있다.
머릿속에서 잊고 있던 것들을 상기시키고, 고정되어 버린 것들을 깨고 싶은

나에게

이런 책은 언제나 스승이다.

 

 

 


..........
모든 사회적 관계는 언어에서 시작한다. 다음 사례를 보자. 맘대로 해고를 ‘노동 시장 유연성’이라고 한다. 제주는 육지의 시각에서 보면 ‘변방’이지만, 태평양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해남 주민들은 해남을 ‘땅끝 마을’이 아니라 땅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말한다. 장보기 같은 가사 노동은 노동인가, 소비인가? 서구인이 말하는 지리상의 발견은 발견‘당한’ 현지인에겐 대량 학살이었다. 강자의 언설은 보편성으로 인식되지만 약자의 주장은 ‘불평불만’으로 간주된다. 언어의 세계에 중립은 없다.(106~107쪽)

 

 

내가 생각하는 평화로운 사회는 ‘만주어’가 소멸되지 않는, 다양한 시각의 언어가 검열 없이 들리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의 언어는 드러나기가 쉽지 않아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폭력으로 가정이 깨져서 문제가 아니라 웬만한 폭력으로도 가정이 안 깨지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이렇게 반문하면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기존의 사고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어렵게 들리는 것이다.(107쪽)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쉬운 글은 내용이 쉬워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여서 쉬운 것이다. 쉬운 글은 지구를 망가뜨리고(종이 낭비), 약자의 목소리를 억압하며, 새로운 사유의 등장을 가로막아 사이비 지식을 양산한다. 쉬운 글이 두려운 이유다.(108쪽)

 


- 정희진 저, <낯선 시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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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인데 늦잠을 포기해야만 했다. 오전 10시까지 발레 학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선크림을 바르고 바삐 집을 나섰다. 겨우 5분 늦었는데 14명의 수강생이 모두 모여 벌써 발레 수업을 받고 있었다. 예전에 헬스클럽에 다닐 때에는 60분이 꽤 더디게 간다고 느꼈었는데 발레 수업 80분은 금방 가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스트레칭을 하기 때문일까. 단순한 스트레칭 동작을 하는 것마저 재밌다.

 

 

내가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은 ‘일자로 다리 찢기’이다. 왜 나는 일자가 안 되는 거냐고요?

 

 

 

 

그래도 이 동작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기로 한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계속 도전!
될 때까지 계속 도전!

 

 

 

 

 

 

컴퓨터 사용이 많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스트레칭이다.
허리가 유연해지고 굽은 어깨가 되는 것을 막아 준다.

 

 

 

 

 

발레로 땀을 흘렸으니 집에 와서 바로 샤워를 해야 했는데 어찌나 고단했는지 손 씻고 옷만 갈아입고는 침대에 누웠고 금방 잠이 들어 버렸다. 한 시간 넘게 잔 것 같다. 잠은 달콤했다. 아침에 못 잔 늦잠을 낮잠으로 대신한 셈이다. 잠자고 났더니 개운하다. 이 개운함은 발레로 운동한 효과라고 생각.

 

 

오늘 아침, 늦잠을 자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일어나기 싫은 걸 억지로 참고 발레 수업을 받고 왔더니 마음이 뿌듯하다.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쓰며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자세 교정에 좋을 뿐만 아니라 건강해지리라 믿는다.

 

 

 

 

 

 

 

 

 

 

 

 

 

 

열심히 배우려고 이 책을 샀다.
발레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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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28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리가 찢어지는 기분은 어떤 걸까요? 몸이 뻣뻣한 1인의 생각입니다. ㅎㅎㅎ

페크pek0501 2017-05-28 12:50   좋아요 0 | URL
처음엔 아프죠. 그런데 반복해 하다 보면 어느새 몸을 찢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죠. 이것도 일종의 중독 같은 거겠지요. 저는 요즘 TV를 보면서도
팔과 다리를 찢는 동작을 한답니다. 생활화이죠.ㅋ

몸이란 건 신기합니다. 노력한 만큼 효과가 있거든요. 노래는 아무리 많이 부른다고 해서 노래 실력이 월등히 좋아지기 어려운데 몸 동작 기술은 할수록 늘어납니다.
연예인들 세계에서도 음치는 극복되지 않지만 몸치는 극복된다고 하더군요.
좋은 휴일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7-05-2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봐도 어렵습니다.^^;
그래도 연습하면 할 수 있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pek0501님 좋은하루되세요.^^

페크pek0501 2017-05-28 12:51   좋아요 0 | URL
저도 어려운 동작은 아직 수준급이 못 됩니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처음보단 많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고요...

오늘은 미세먼지 없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것 같아 기분 좋은 휴일이 될 것 같네요.
좋은 하루 되시길...

2017-05-28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8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5-2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리 찢는 걸 보니 상상만으로도 근육통이 옵니다ㅎ;
뒤로 넘어가는 자세가 잘 안 되어서 볼을 샀는데 이방저방 볼을 굴리고만 있는 1인-,.-;

페크pek0501 2017-05-29 20:19   좋아요 0 | URL
하하~~ , 볼 잘 사셨습니다. 그것도 쉽지 않아서 처음엔 누가 붙잡아 줘야 누울 수 있어요.
제가 배우는 곳에선 요즘 엎드려 몸을 쭉 뻗게 하여 손을 뒤로 해서 깍지를 끼고 버티게 한답니다.
다리 찢기의 쉬운 방법은 바닥에 누워 벽에 다리를 올리고 다리를 최대한 벌려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옆 사람과 얘기하면서 하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갑니다.
현대무용과 발레를 계속 배울 생각입니다. 헬스클럽에 다니는 셈치고 말이죠.
확실히 운동이 되더라고요.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이웃 사람이 있었다. 우리 집에 가끔 놀러 와 차를 마시곤 하던 사람인데 어느 날 내게 전화해서 속상한 일을 털어놓았다. 동창생에게 돈을 빌려 줬는데 그 동창생이 돈을 갚지 않을뿐더러 앞으로 돈 받기는 틀렸다는 것이다. 빌려 준 돈의 액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천만 원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동창생이 여러 사람에게 빚이 있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줄행랑을 쳤고 수소문 끝에 둘이 간신히 만나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 이웃 사람이 그 동창생에게 툭하면 전화하여 빨리 빚을 갚으라며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웃 사람은 그 동창생이 그 당시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는 터였고 만약 훗날 갚을 능력이 되면 갚을 친구라고 믿고 있었다. 다만 속상한 마음에 자꾸 전화해서 그 친구를 괴롭히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절에 가서 기도하고 나면 속상했던 마음이 좀 나아진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듣고 나서 내가 말을 했다.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 보면 이런 말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그 친구를 괴롭혀 봤자 돈이 나올 것도 아닌데 갚을 날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어떻겠어요.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 괴로움을 주는 말을 퍼붓는 것도 죄를 짓는 일이 아닐까요? 죄를 짓고 나서 절에 가서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기도를 한다면 그 기도가 효과가 있을까요?” 이런 나의 말에 그 이웃 사람은 고맙게도 공감을 표하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가 그때 했던 말은 이런 뜻을 담고 있기도 한 것 같다. ‘죄를 짓는 자는 기도를 올릴 자격이 없다.’

 

 

오래전 그 이웃 사람에게 내가 했던 말이 오늘 떠올랐고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도 모르게 짓는 죄’가 있기 때문에 남을 위해 착한 일을 하고 살아야 그나마 선과 악의 균형을 유지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그리고 당신은
집에서 파리채로 파리 한 마리를 때려죽이고
길을 가면서 개미 몇 마리를 밟아 죽이고
운전을 하면서 길 가는 사람에게 흙탕물을 튀기게 하여 불쾌감을 주고
무심코 한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잘난 척하는 누군가에게 꼴보기 싫다며 마음속으로 미움의 화살을 던지고

그러고 나서

절에서 또는 교회에서 또는 성당에서 기도를 올린다.

자신이 지은 죄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자신과 가족이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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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2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3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7-05-22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성합니다.
왕파리 제가 잡지는 않았지만 직원 시켜서 잡게 한것도 나쁜 일이죠?ㅎ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 느긋하게 기다리겠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페크pek0501 2017-05-23 20:03   좋아요 0 | URL
제가 반성하면서 쓴 글입니다. ㅋ
왕파리가 있으면 저도 무조건 잡게 될 것 같아요. 밥 먹을 때 음식에 앉을까 봐 말이죠.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 맞습니다. 돈이 급한 사람에겐 더 화가 날 일이죠.
세실 님, 굿밤 되시길...

2017-05-23 0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3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3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죄를 모르고, 착한 일 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착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잘못된 행동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죄를 모르는 척하는 사람이 더 나쁩니다.

페크pek0501 2017-05-23 20:09   좋아요 0 | URL
하하하~~~ 혹시 님은 별명이 교 과 서 ?
님은 글도 삶도 교과서적일 것 같습니다. 물론 좋은 뜻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런 분을 알고 지내게 되어 아주 좋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밖에 비가 오네요. 굿밤 되세요.


stella.K 2017-05-23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성경에도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려다가
이웃과 불화한 것이 있으면 화해하고 제사를 드리라잖아요.
근데 이게 또 좀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은 것 같아요.
돈은 돈대로 빌려주고 죄는 죄대로 짓고.
돈 꿔 쓴 사람은 죄인일뿐이고.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금전관계가 없는 게 좋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상한선을 둔다고 하더군요.
어느 금액 한도내에서 떼어 먹힐 각오하고 빌려주고 그 이상은
있는 티도 안 낸다고. 그것도 나름 지혜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 분도 참 마음이 편치 않겠어요.

페크pek0501 2017-05-23 20:15   좋아요 1 | URL
기도할 땐 이기심이 심하다싶어 감사의 기도를 한 줄 넣습니다. ㅋ

저도 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돈 꿔달라는 말을 듣고 아무래도 떼일 돈 같아서 그 액수의 반만 줄 수 있으니 그 반은 다른 데서 구해 보라고 했는데 그러길 잘했지요. 떼였어요. 그런데 저는 지인이 형편이 되면 반드시 갚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독촉 전화 같은 것 안 합니다. 큰 액수가 아니어서 타격도 없었고...

스텔라 님. 굿밤 되세요. 늘 감사합니다.

AgalmA 2017-05-24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인간 삶을 보면... 용역이라는 직업도 있듯이 겁을 주고 괴롭히면 뭔가 얻을 수도 있다는 걸 아는 터라.
상호주관이 조화로운 관계란 참 어렵죠.

페크pek0501 2017-05-25 22:32   좋아요 0 | URL
그 이웃 사람은 이자를 받는 재미로 돈을 빌려 주었다가 그런 일이 생긴 거예요.
되도록 친구 간 돈 거래가 없는 게 좋겠지만 어렵다고 사정하면 안 빌려 줄 수도 없고 참 처신하기 어려운 일 같아요.
조화로운 관계, 어렵죠.

고맙습니다. 굿밤 되시길...
 

 


1. 옮긴 글 두 개

 

치숙은 비가 오는 것도 잊고 글을 쓰느라 바빴다. 나는 슬그머니 다가가선 골방 앉은뱅이책상이 아니라 이곳에서 글을 쓰는 이유를 물었다.
“오만해지지 않으려고 그런다.”
“오만해지다뇨?”
“자, 봐라. 저 산과 나무와 풀들! 참으로 아름답지 않니? 골방에서 벽만 보고 글을 쓰면 내 문장이 최고란 착각이 들어. 하지만 여기 이렇게 앉으면 주위를 돌아보기만 해도 내 글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지. 너도 골방 구석에 처박혀 글 쓸 생각 말고, 조물주의 솜씨가 훤하게 보이는 밖으로 나와.”(김탁환, ‘앵두의 시간’에서)
<천국의 문> - 2016년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163쪽.

 

나의 코멘트 :

그런 거였구나. 나도 글을 쓰는 장소를 바꿔 볼까? 내가 아는 바로는 자기 글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사람일수록 발전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 책을 통해서 위대한 작품을 남긴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에 대한 불만족을 토로하는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누군가를 안다는 건 그 사람의 외로움을 안다는 것이야. 그리고 그 외로움을 어디로 옮겼는지 안다는 것이고.(김탁환, ‘앵두의 시간’에서)
<천국의 문> - 2016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175쪽.

 

나의 코멘트 :

내가 아는 바로는 누군가를 안다는 건 그 사람의 이면을 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이면’이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잘 관찰해야만 알 수 있는 어떤 것. 말하자면 그 사람의 알맹이에 속하는 어떤 것이다. ‘그 사람의 비밀’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그 사람의 비밀에 대해서 모른다면 그 사람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고 본다.

 

 

 

 

 


 

 

 

 

 

 

 

 

 

 

 

 

이 책을 186페이지까지 읽었다. 내가 산 책이 아니라 남편이 사서 먼저 읽고 내게 준 책이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읽고 있다.(다 읽고 나서 혹시 내가 이 책의 리뷰를 쓰게 되면 위의 글을 넣어 써야겠다.)

 

 

 

 

 

 

 


2. 단상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관대해지는 줄 알았다. 내가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관대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속이 좁아진다는 것을. 내 또래의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도 알게 되고 나 자신을 통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친구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전엔 내가 상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게 아닐까 걱정될 때, 모든 인간관계엔 노력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여기고 노력하곤 했는데 이젠 그렇게 하지 않는다. 노력이 필요한 관계라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노력 없이도 잘 유지되는 관계의 수가 아홉인데 굳이 하나가 노력 없이는 좋은 관계가 되지 않는다면 끊어내고 싶은 것이다. ‘내가 맘에 안 들면 나를 자르시오. 그 정도의 일로 삐져서 연락을 끊겠다면 나를 자르시오. 그래도 내겐 좋은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아홉이나 된단 말이오. 당신 하나 빼도 내 삶에 불편함이 전혀 없소.’ 이렇게 생각하고 어떠한 노력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버티게 된다. 그러다가 막상 저편에서 아무렇지 않게 먼저 연락을 해 오면 그렇게 고맙고 반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내가 연락을 자주 하게 된다.

 

 

상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게 아닐까 걱정되면서도 나는 왜 노력을 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이 나왔다. 나이가 들면 기운이 없어진다. 기운이 펄펄 나던 젊은 때와 다르다. 그런데 ‘노력’이란 것엔 기운을 써야 한다. 그러니까 불편한 인간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하기 싫다는 것은 그럴 기운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 ‘이 갱년기에 안 그래도 기운 없어 죽겠는데 그 따위 노력으로 몸 축나기 싫어.’ 이런 고요한 외침이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을 타고 늙을수록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니 노력이 하기 싫더라도 훗날을 위해 노력을 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지혜라는 사실. 이런 생각으로 삶의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  

 

 

 

 

 

연둣빛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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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5-12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고민을 안겨주고 노력을 해야 하는(건강 이나 관심 거리)중요한 시기 같네요
깨달음을 얻기 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 할것 같다 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17-05-12 20:51   좋아요 1 | URL
깨달음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맞는 것 같아요. 경험해 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내일의 미세먼지를 확 날려 줄 비가 오늘밤에 좀 왔으면 좋겠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stella.K 2017-05-12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읽으셨군요. 전 아직...
김탁환의 작품이 인상에 남으셨나 봅니다.
그렇죠. 장소를 옮기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저도 지난 초겨울 집앞 주민센터 도서관이나
가까운 조용한 카페에서 글을 써 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는데
아직도 실천을 못하고 있어요.
작가들 노트와 펜만 가지고도 어디든 나가 글을 썼다고 하던데
그것도 독한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가 봅니다.ㅠ

페크pek0501 2017-05-12 20:58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으려고 읽은 게 아니라 어쩌다 갖게 되어 잠깐 들춰 보려고 했는데
그냥 읽게 되더라고요. 표제작인 ‘천국의 문‘이란 소설도 괜찮고 ‘빈집‘도 좋았어요.
오랜만에 우리나라의 좋은 단편소설을 읽은 듯해요.

저도 카페에 가서 글을 써 보자, 그랬는데 실천하지 못하다가 최근 큰애가 같이 가자고 해서 집 부근 카페에서 글을 써 봤어요. 기분 괜찮더라고요. 요즘은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카페가 많잖아요. 여름 되면 에어컨 빵빵한 카페에서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전기세 내지 않고. ㅋㅋ
스텔라 님도 한 번 해 보세요. 실제로 그렇게 글 쓰는 작가가 있더라고요. 집에서보다 잘 써진다고 하던데...

고맙습니다.

oren 2017-05-13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 1학년때 만나 삽십여 년을 가까이 지내온 ‘친구들 모임‘에서 기어이 한 녀석이 지난 달에 ‘모임‘에서 빠져나갔답니다. 그 녀석과 친구들 사이에 ‘사소한 갈등‘이 시작된 건 대략 3년쯤 된 듯한데, 수많은 ‘봉합‘ 노력도 결국 물거품이 되더군요. 어느덧 ‘나이‘ 때문에 ‘남은 세월‘이 빤히 보이기 시작하고, ‘너희들 없어도‘ 그 세월 충분히 즐겁게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려니... 생각했답니다. 친구를 늘리기 보다는 줄이는 것도 ‘나이에 어울리는 당연한 삶의 한 방식‘이라고도 생각했고요. 한꺼번에 잃는 것보다는 차츰 잃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했고요.

페크pek0501 2017-05-13 16:09   좋아요 0 | URL
오렌 님, 잘 지내시지요?
으음~ 저도 대학 1학년 때 만난 친구들을 아직 만나고 있어요. 저까지 포함해 네 명인데 단톡을 하고 지내고 자주 보진 못하지만 모임은 쭉 이어지고 있어요.

원래 떠나려는 사람은 잡지 않는다, 가 제 생각인데 그 이유는 떠날 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거지요. 또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겠지 하고 보는 거예요.

제가 아는 선배님의 조언에 따르면 살면서 많은 수의 친구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맘에 맞는 서너 명만 있으면 좋다고 해요. 일리 있는 말씀 같았죠. 많이 사귀기보다 깊게 사귈 수 있는 소수의 친구가 있는 게 좋은 것 같거든요.
책도 요즘 저는 다독보다는 정독으로 배우는 게 많다고 여겨져요.

앞으로 왕래가 자주 있길 바랍니다. 반가웠습니다.

한수철 2017-05-13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각나서 들렀습니다. 잘 지내시죠?^^

글만 살짝 읽고 나가려다가 공명이 되는 바가 있어, 짧게 댓글 남깁니다.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란- 부모자식 사이 말고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이후로는
오는 사람에게 잘하고 가는 사람은 붙잡지 않는 식으로 살아왔는데

가끔은 오늘처럼, 이러고 사는 게 맞는 건가 싶을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날이 갑자기 끄무레하고 심지어 우레도 치고... 어휴 참, 죽겠네요. ㅎㅎ

흠흠.




페크pek0501 2017-05-13 16:13   좋아요 1 | URL
한수철 님, 너무 오랜만이죠? 요즘 서재 활동을 안 하시는 줄 알았어요. 북플에 안 떠서 그런가 싶어 친구 신청을 해 놓겠습니다. ㅋ

저의 집은 고층 아파트라서 바람이 세게 느껴져 아까는 좀 무서웠답니다. 유리창이 깨지는 건 아니겠지, 이러면서.
미세먼지를 청소해 주는 고마운 비인데 천둥도 치고 어두워서 그 분위기에 취해 괜히 커피만 한 잔 반을 마셨네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원수처럼 헤어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러니 부모 자식 사이만 믿을 수 있음은 맞는 말 같아요.

오늘은 날씨만큼이나 감정이 요동치는 날 같군요.

반가웠고요, 앞으로 님의 서재 활동을 기대하며 지켜보겠습니다. 저도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