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아침을 먹으면서 둘째 아이가 하는 말이 웃겨서 막 웃었다. 내가 닮았다며 어떤 여자 연예인을 말했는데 그녀는 주책맞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연예인이었다. 나 같은 지성인을 왜 그런 사람과 닮았다고 하느냐고 물으니까 둘째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머릿속엔 지성이 있는지 몰라도 요즘 보면 하는 게 비슷해.”

 

 

“까르르~~~” 웃으면서 내가 말했다.

 

 

“나, 밖에 나가면 안 그래. 너희와 재밌게 말하려고 그러는 거지, 밖에 나가면 얼마나 깐깐하게 보이는 타입인데.”

 

 

(여기서 여자 연예인이 누구인지는 비밀이다. 그 사람이 알면 명예 훼손 혐의로 나를 고소할지 모를 테니. 그리고 나를 스스로 지성인이라고 말한 부분은 집에서 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니 읽는 분들이 이해해 주시길. ㅋ)

 

 

둘째 아이가 한 말로 두 가지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하나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말을 하느냐 하는 것은 상대에 따라 다르다는 것. 또 하나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내가 좀 변한 것 같다는 것. 

 

 

예전에 한 남자 후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한테 말 한 번 잘못하다가는 뺨을 맞을 것 같다는 말. 내가 그렇게 깐깐해 보였다는 것이겠다. 언제부턴가 느끼는 건데 이젠 나를 깐깐하게 보는 사람이 적어진 것 같다. 이것 좋은 현상이겠지?  

 

 

 

 

 

2.
요즘 부쩍 느끼는 건데 예전엔 내가 아이들한테 지적을 하는 쪽이었는데 이젠 아이들이 나한테 지적을 한다.

 

 

“엄마, 그렇게 입고 나가면 추워. 따뜻하게 입고 나가.”

 

 

“엄마, 빗길에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다녀.”

 

 

“엄마, 혼잣말 하지마. 늙은 티 나.”

 

 

어쩌다가 내가 자식들한테 잔소리를 듣는 쪽이 되었을까. 이젠 내가 자식들한테 조언을 구해야 하는 쪽이 된 게 흐뭇한 일인지 서글픈 일인지 모르겠다. 

 

 

 

 

 

3.
이른 아침에 (남편이 신문을 집어 올 때가 더 많지만) 현관문 밖에 있는 신문을 내가 집어 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난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만약 이 신문에 누군가가 똥을 묻혀 놨으면 어쩌지? 난 이 신문을 침대에 가져가서 보느라 신문이 이불에 닿기도 해서 이불에 똥이 묻을 텐데. 만약 나한테 어떤 복수를 계획하는 이가 있다면 이건 확실한 복수가 될 거야. 난 똥이라면 질색이니까.’라고.

 

 

상상력이 주는 공포.

 

 

만약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일 년 중 어느 날 당신이 신문을 보려고 펼쳐 드는 순간 경악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 년 중 어느 날에 제가 당신 집 현관문 밖에 있는 신문 속에 똥을 크게 묻혀 놓을 것이니까요.”

 

 

이 말을 듣고 어떤 이는 공포에 떨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는 공포에 떨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뭐, 똥이 별거야? 실내에서 개를 키우며 사는 사람들은 수시로 개똥을 치우며 사는데.’ 이렇게 생각한다면 별일 아닌 게 되어 버린다.

 

 

난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었다. 상상력이 주는 공포의 강력한 힘에 대해서. 그리고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에 대해서.

 

 

 

 

 

4.
친구가 물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나의 대답 : 건강, 돈, 좋아서 하는 일. 그 다음으로 사랑과 우정을 꼽겠어.

 

 

 

 

 

 

5.
친구가 물었다. 나중에 죽는 날을 위해 스스로 묘비명을 짓는다면 뭐라고 지을 거냐고.

 

 

나의 대답 : 묘비명 - 깝죽대다가 어느 날 자빠졌다.

 

 

부연하여 설명하면 이러하다. 깝죽대기만 하다가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생을 마감했다는 것.(예를 들면 책을 낼 계획이었는데 책을 내 보지도 못하고 삶의 시간이 끝나 버렸다는 것.)

 

 

그래도 난 깝죽대는 삶이 깝죽대지 않은 삶보다 좋다고 생각하겠어. 그래서 후회하지 않겠어.  

 

 

 

 

 

 

 

 

12월에 찍은 감나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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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2-14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언니도 한 유머 하시네요.
오늘 페이퍼 재밌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옛날엔 엄마가 한 잔소리했는데
지금은 제가 대가 세졌는지 아니면 엄마가 허술해진 건지
제가 더 잔소리가 많아졌어요.흐흐

페크pek0501 2017-12-14 22:02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 주셨다니 좋네요.

저의 친정어머니는 시시콜콜 저에게 묻습니다. 뭘 살 게 있을 땐 어떤 걸 사는 게 좋으냐, 누구 결혼식이 있는데 축의금을 얼마를 내는 게 좋으냐 등. 이런 일조차 저에게 의지하셔서 거꾸로 되었단 생각을 하게 되지요. 어머니가 늙어 가시는 걸 보면 제 앞날을 보는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는 자식에게 의견을 물으며 살겠지요.ㅋ

마립간 2017-12-15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 들어 필요한 것 5가지, ‘건강, 돈 & 일, 친구 & 취미‘라고 합니다.

제가 고친 pek0501 님의 묘비명 ; ‘노력하다가 여운을 남겼다‘

페크pek0501 2017-12-17 13:34   좋아요 0 | URL
오우, 마립간 님. 그럼 제가 거의 정답을 말한 건가요?
저는 건강과 돈을 제일로 꼽았어요. 아플 때 병원에 갈 돈이 있어야 하고, 운동을 하려고 해도 돈이 있어야 하고 보약을 먹으려 해도 돈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한 것은 취미를 말함이어요. 친구라는 말 대신 저는 우정이라고 쓴 거고요.

고치신 묘비명. 맘에 듭니다. 어떤 여운을 남길지가 문제지만요....ㅋ

마녀고양이 2017-12-15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의 묘비명, 저 속상해요. ㅠㅠ

그리고 잔소리를 들을 나이가 되신게 아니라, 언니가 자녀들을 챙기느라 하셨던 말들이 자녀들의 마음에 내재되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 같네요. 자녀들을 살뜰하게 챙기며 키우셨군요? ^^

페크pek0501 2017-12-17 13:40   좋아요 0 | URL
마고 님. 오랜만이십니다. 요즘 서재 활동이 뜸하신 것 같아 섭섭했는데 이렇게 댓글을 남기시니 반갑습니다.

묘비명이 속상한 건 저의 대한 애정 때문이겠지요?
저는 슬픈 죽음이 아니라 남겨진 자들이 웃으며 제 얘기를 할 수 있길 바라는 거예요. 묘비명이 참 재밌군, 이런 반응을 기대합니다.

으음~~ 마고 님의 시각은 남다르군요. 상담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ㅋ 제가 아이들을 챙겼던 그 마음이 부메랑이 되어 저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옴이었군요. 잘 알겠어요.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힘이 솟는군요. 후후~~ 또 봐요.
고맙습니다.

세실 2017-12-17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깜쭉대다가는 님이랑 안어울리는데요^^ 네버!!
호호호 저랑 비슷하다니깐요.
우리는 애들은 제 우아함(?)을 인정하는데, 신랑이 인정을 안해요.
제가 시도때도 없이 방구를 뿡뿡 꾼다며....ㅎㅎ

페크pek0501 2017-12-17 22:16   좋아요 0 | URL
ㅋㅋ
아, 그거 우리 남편 때문이에요. 제가 발레 하러 간다고 하면 꼭 남편이 하는 말이
‘자빠지지 말고‘, 이러잖아요. 그래서 제 머릿속에 자빠지다가 입력이 되어 버려서 묘비명도 그렇게 된 거예요.(생각해 보니 그래요.)
우아한 세실 님이 가까이 살아야 롤 모델 삼아 저도 덩달아 우아해지는 건데... 힝힝...

앞으로 우아하게 살겠다, 생각하고 살겠어요. 우아한 페크가 되기를 소망하며... ㅋ

AgalmA 2017-12-18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웃겨ㅋㅋ 똥 상상은 왜 하시는 건데요ㅎㅎ 전 상상 안 하고 그냥 맞을 랍니다. 상상보다 직접 겪고 말지ㅋㅋ

페크pek0501 2017-12-18 12:18   좋아요 1 | URL
정말 그래요. 상상하면 공포스러워요. 매는 먼저 맞는 게 좋다는 게 바로 그 무서운 상상력 때문이에요. 흐흐~~

좋은 하루 되세요.

 

 


1. 피터 싱어 저, <더 나은 세상>

 

피터 싱어 저, <더 나은 세상>은 ‘우리 미래를 가치 있게 만드는 83가지 질문’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저자가 83가지 질문에 대해 쓴 것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이 책은 제1장부터 제11장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과 제2장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제1장_인간과 도덕
01_인간의 삶은 어디에서 오는가
02_절대적인 진리란 존재하는가
03_도덕은 진화하고 있는가
04_고통은 신이 준 것인가
05_도덕은 종교를 필요로 하는가
06_범죄를 약물로 예방할 수 있다면
07_범죄자에게 관용은 어디까지인가
08_행복한 삶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09_우리가 인류의 마지막 세대라면
10_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제2장_동물과 윤리
11_동물에게도 복지가 필요한가
12_만약 물고기가 비명을 지른다면
13_고래잡이도 문화인가
14_인간의 이익이 동물보다 우선인가
15_칠면조는 왜 짝짓기도 할 수 없는가
16_시험관 고기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
17_동물도 인격체인가
18_동물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

 

 

 

 

 

 

 

 

 

 

 

 

 

 

 

 

 

 

며칠 전, 신문의 신간 안내 면에서 이 책을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하니 목차를 볼 수 있었다. 83가지 물음들에 대해 저자가 어떤 대답을 했을지 궁금해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입했다. 답하기 쉽지 않은 물음이기에 뛰어난 지성인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줄 것 같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는데 57쪽에 있는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 같다. 이 물음을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가?’라고. 이것에 대한 답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물음 :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
읽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논의하는 것’을 의미하는 ‘철학’이라는 행위는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향상시키고, 급변하는 세상으로부터 비롯되는 수많은 도전 과제에 대비할 수 있는 도움을 준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 많은 기업이 철학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졸업생들을 채용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보편적인 사고 향상이라는 혜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학을 배움으로써 개인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학생들이 철학을 수강한 뒤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수입의 절반을 효율적인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는 사실을 직접적인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다. 철학 말고 어떤 학문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 피터 싱어, <더 나은 세상>, 60쪽.
..........

 

 

 

 

 

 

 

2. 때로 게으름은 행복의 적


때로 게으름은 행복의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게으름을 사랑하다 보니 행복한 시간을 놓칠 때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운동하고 땀을 빼고 나면 기분이 좋은데 게으름에 치우치다 보면 기분 좋은 시간을 놓치는 것이죠.

 

 

사실 오늘 아침엔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더라고요. 겨울이 되니 나가기가 싫은 거예요. 그래도 꾹 참고 일어나 발레 학원에 갔어요. 막상 음악에 맞춰 동작을 따라하니 재밌고 또 돌아올 땐 거리에 있는 눈 구경을 하며 오니 좋더군요. 오늘 발레를 배웠고 운동했다는 뿌듯함도 있고요.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인가?

 

 

바로 ‘노력‘입니다. 그러므로 게으름은 행복의 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오늘 제가 어느 서재에 쓴 댓글을 조금 수정하여 올림.)

 

 

 

 

 

 

 

 

 

밤새 눈이 왔나 봅니다. 오늘 아침에 발레를 하러 가는 길에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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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재능일까, 노력일까?

 

 

재능을 타고 나지 못했고 에세이에 관심 있는 나로선 시나 소설에 비해서 에세이가 재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게 다행한 일이다. 에세이를 얼마나 잘 쓰느냐 하는 것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들였고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 하는 것에 달렸다고 새삼 확인하는 요즘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려고 할 땐 우선 자신에게 글쓰기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어서 자기가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이기도 한다. 글쓰기라는 게 자기가 좋아해서만 되는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시시한 글을 많이 쓰고 나야 어쩌다 한 번 마음에 드는 글을 쓰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런 일을 반복하는 긴 시간을 거쳐서 어느 정도 글을 써 봤다고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재능에 대한 의문보다 노력에 대한 의문을 강하게 갖게 된다. 나처럼 말이다. ‘나는 얼마나 재능을 갖고 있는가?’보다 ‘나는 얼마나 노력할 수 있는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재능이란 건 있든지 없든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고 결국 글쓰기란 시간과 노동의 결과물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
하루키는 하루를 규칙적으로 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전 4시 전후로 일어나 신선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 후 곧바로 책상 앞에 앉아 원고를 쓴다. 오전 10시에는 10킬로미터를 달리고(그가 마라톤 마니아라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 번역 작업을 취미 삼아 하고, 중고 음반 가게를 돌아다니며, 장을 봐서 요리를 하고, 저녁을 먹은 뒤 책을 읽다 밤 10시경 잠자리에 든다. 하루키는 문체가 곧 삶의 방식과 직결된다고 믿고, 생활의 단순화를 통해 일상의 잡다한 요소들을 지우고 대신 소설가로서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한다.

 

- 김지안, <네 멋대로 읽어라>, 98쪽.
..........

 

 

 

매일 규칙적으로 오전 4시쯤 일어나 글을 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이 글을 읽고 나니 그가 얻은 명성이 ‘꾸준함’이 없이는 불가능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하루키를 보면 창의력과 상상력은 자유와 일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매일 규칙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반복하는 꾸준함과 그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태도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 김지안, <네 멋대로 읽어라>, 98~99쪽.
..........

 

 

 

<네 멋대로 읽어라>를 읽으며 내가 주목한 것도 김지안 저자의 ‘꾸준함’이다. 박범신, 김홍신, 김훈, 은희경, 강신주, 성석제, 조경란, 문학수, 김탁환 등 아홉 명 작가들의 강연회에 일일이 참석하여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하여 쓴 글들을 보고 그 열정과 성의에 놀랐고 무엇보다도 그 꾸준함에 놀랐다. 각기 다른 날, 다른 장소에서 하는 강연회를 직접 발품을 팔아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강연 내용을 항상 기록으로 남겨 두어 책에 싣다니. 그것은 꾸준함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터였다.

 

 

 

 

 

 

 

 

 

 

 

 

 

 

 

김지안 저자는 알라디너 stella.K 님이다.

 

 

 

 

 

 

 


2.
나도 꾸준함을 실현하고자 계획을 하나 세웠다. 매일 밤잠을 자기 전 30분 동안 책을 읽는 것이 계획이다. 이미 그렇게 하는 날이 많았으므로 아예 계획을 세우기로 한 것. 어제도 밤 10시부터 30분 동안 책을 읽고 잤다. 앞으로 잠을 잘 준비를 끝내고 10시부터 11시 사이에 무조건 30분 동안 책을 읽기로 하겠다.

 

 

일이 있어 외출한 날에도 밤잠을 자기 전에 책을 30분 읽고

글을 쓴 날에도 밤잠을 자기 전에 책을 30분 읽고

책을 읽은 날에도 밤잠을 자기 전에 책을 30분 읽고...

 

 

매일 30분씩 책을 읽으면 한 달이면 900분을 읽는 것이고 일 년이면 10,800분을 읽는 것이다. 이것을 시간으로 계산하면 일 년에 180시간 동안 책을 읽는 것이다. 180시간이라니, 아주 긴 시간이 아닌가. 

 

 

‘독서는 나의 힘!’이라고 일기장에 쓴 적이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내가 노력할 수 있는 게 독서밖에 없는 것 같아서다. 앞으로는 ‘꾸준함은 나의 힘!’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겠다. 

 

 

밤잠을 자기 전에 매일 30분씩 책을 읽기. ‘꾸준함’에 끌린 오늘부터다.

 

 

 

(저랑 같이 이 계획을 실천하실 분이 계시는지요?)

 

 

(‘질투는 나의 힘’이 아니라 ‘꾸준함은 나의 힘’이 되는 일을 함께하실 분이 계시는지요?)

 

 

 

‘꾸준함’이란 계단처럼 위를 향해 하나씩 하나씩 오르는 일이다.

 

 

 

 

 

 

 

3.

참고 사항 :

오바마 대통령도, 빌 게이츠도 취침 전에 한 시간 동안 독서를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취침 전에 하는 독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첫째, 잠자는 동안엔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지 않기에 기억이 충돌되지 않아 기상 후에 책의 내용을 떠올리기 쉽다는 것.
둘째,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것. 

 

 

잘 기억되고 숙면에도 좋다니 ‘취침 전 독서’를 여러분께 강추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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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09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일 30분씩, 책읽기가 아니라 페이퍼로 잡담쓰기도 된다고 하시면, 저도 해보고 싶습니다.^^
pek0501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7-12-10 14:22   좋아요 0 | URL
하하~~ 이미 서니데이 님은 꾸준함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매일 글을 올리고 계시니까요. 님의 글에서 위로과 힘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좋은 일요일을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2017-12-09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0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7-12-10 0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꾸준함이 제 닉네임이 되도록 해볼게요~~~.
사실 저는 꾸준함이 가장 부족한 사람이거든요.
그래도 알라딘에는 이렇게 오랜 시간 있었네요,,
물론 꾸준히 서니데이 님처럼 매일 알라딘에 오지 않고
못 온 적이 더 많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알라딘에 있으니 꾸준함이 아니라 좋아서;;;ㅎㅎ
일단 꾸준하려면 저 같은 사람은 먼저 좋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드려요.

페크pek0501 2017-12-10 14:29   좋아요 0 | URL
라로 님, 안녕하세요? 우리 초면이 아닌 거죠? 닉네임을 바꾸신 듯...ㅋ
저는 닉네임을 바꾸지 못합니다. 워낙 인지도가 없는데다가 닉네임까지 바꾸면 방문자가 없을 것 같아서요. 히히~~

님의 동참을 환영합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7-12-10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언니, 근데 그 취재라는 걸 지금은 거의 못하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전엔 알라딘이 강연회 후기 잘 쓰면 적립금도 주고
그런 재미가 있어 썼는데 지금은 그런 동기를 주지도 않고,
저 자신 이젠 어디 멀리 나가는 게 자신이 없어졌어요.
이것도 더 나이 먹으면 못하는 건데 왜 이렇게 게을러지나 모르겠어요.ㅠ

저도 언니 글을 통해 꾸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아, 근데 잠자리에 들기 전 1시간에서 30분씩 책 읽는 습관은
뇌건강에도 좋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언니 책 읽는 시간에 tv 켜놓고 졸고 있을 거예요.
옛날에 방에 tv가 없을 땐 저도 책 읽다 잠을 잤는데
읽다보면 잠들고 잠들다 깨서 불끄는 게 싫어
아예 불 끄고 tv 보다 잠드는 게 일상화가 됐어요.
그래도 뭐 전 아참나절과 초저녁에 읽으니까...ㅋㅋ

페크pek0501 2017-12-10 14:35   좋아요 1 | URL
아, 저자께서 친히 납시셨네요. 하하~~ 님의 닉네임을 빠뜨린 게 생각나서 조금 전 책 밑에 닉네임을 박아 놨습니다. 가끔 제가 쓴 오래된 글에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알라디너 분이 계셔서 혹시 이 페이퍼도 누군가가 몇 년 뒤에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닉네임을 박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지금이야 님의 책이라는 걸 다 아시겠지만... ㅋ

너무하는 알라딘이군요.
게으름을 저처럼 사랑하시는군요.

저는 그래서 침대 옆에 책상을 사 놓고 책상 위에 형광등의 스탠드를 두고 책을 읽다가 잠이 오면 스탠드를 바로 끄고 눕습니다. 일어날 필요가 없어요. 책상 위에는 읽을 책들, 노트와 연필, 어떤 때는 신문이나 커피 잔 등이 있어요... 이 책상이 없다면 침대를 애용하는 저로선 어디에다 물건을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님의 책을 홍보하는 글을 쓸 수 있어 기쁩니다. 페이퍼의 좋은 소재도 얻었고요.
고맙습니다.

cyrus 2017-12-10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기 전에 책을 읽어요. 아침 일찍 눈이 떠지면 책을 읽어보고 싶지만, 출근 준비에 지장될까 봐 못하고 있어요. 주말에는 아침 독서 가능해요. ^^

페크pek0501 2017-12-10 14:37   좋아요 0 | URL
저는 예전엔 눈을 뜨자마자 책을 봤어요. 출근하는 날에는 저절로 일찍 눈이 떠져서요. 뇌는 자는 동안에도 활동을 하는지 늦잠 자도 되는 날과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을 구분해서 눈을 뜨게 하더라고요.

요즘은 잠자기 전에 책을 보게 돼서 아예 계획을 세웠어요. 밤에 저는 30분쯤 읽으면 그만 눈을 감고 싶어지더라고요. 책만 보면 졸립다가, 되겠습니다. ㅋㅋ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누군가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아 그 책의 내용을 말하라고 하면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책의 핵심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고 줄거리를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단지 어떤 책은 생각나는 문장이 있을 뿐인데 그것도 옛 추억처럼 희미하게 생각날 뿐이다. 어떤 책은 다 읽지 않은 줄 알고 펼쳤다가 끝 페이지까지 밑줄이 쳐져 있어서 ‘다 읽은 책인가?’ 하고 완독한 책들을 기록한 독서노트를 보고서야 ‘아! 다 읽은 책이네.’ 하면서 내 기억의 불완전함을 확인할 때가 있다. 읽었다고 해서 내 두뇌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은 ‘그렇다면 책을 읽어서 뭐하나?’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그럴 때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내가 읽은 글에 대해 그것과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을 쓴다면, 내가 읽은 글 중에서 뽑아 인용문으로 사용해 글을 쓴다면 내 기억의 불완전함이 완전함 쪽을 향해 몇 걸음 다가갈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쓴다.

 

 

 


1. 작가가 쓴 최고의 작품은 그 인격의 최상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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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문장은 어쩌다 우연히 쓰이지 않는다. 글에는 어떤 속임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작가가 쓴 최고의 작품은 그 인격의 최상을 나타낸다. 모든 문장은 오랜 시련의 결과다. 속표지에서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는 저자의 인품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 이는 그 글을 쓴 이라도 교정볼 수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일기>,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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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노력만으로 글을 잘 쓸 수 없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재능과 노력 이외에 필요한 것은 성숙한 안목, 그리고 또 하나는 글쓴이의 높은 인격일 것이다. 내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이다.  

 

 

 

 

 

 
2. 어떤 사람을 알고 싶거든 그의 이상을 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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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비교하려거든 각자의 이상을 비교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실제 인간은 너무 복잡해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을 알고 싶거든 그를 이상화해보라. 그러면 즉시 생각이 분명해질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일기>,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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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그에게 딱 한 가지만 물을 수 있다는 조건 아래 우리는 무엇을 물을 것인가?

 

 

나는 그에게 자신이 행복으로 여기는 게 무엇인지를 물어보겠다. 권력과 재물을 행복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지, 그것과 무관한 행복을 아는지 살펴보리라. 소박한 행복을 아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3.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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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서 가장 분명한 사건은 우리 생각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우리가 여기 머무는 동안 불어오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의 일기>,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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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가 말한 것과 관련해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올바르다고 생각한 것을 실천하며 사는 일이다. 나머지 것들은 그것의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특히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소로는 에머슨의 조언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쩌면 소로는 에머슨의 조언으로 쓰기 시작한 일기로 인해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여러 개의 생각으로 연결되는 ‘생각의 기술’과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쓰기의 기술’을 발전시켰는지 모른다.

 

 

 

 

 

 

4. 위인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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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 년 혹은 더 이전에 생각의 원리를 깨달은 사람들이 존재했고 우리는 그들을 현인이나 위인이라 부른다. 그들에겐 일상생활 속에서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일기 쓰기다.
날마다 자신이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을 사실대로 적은 기록이 일기이지만 일기가 가진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기를 꾸준히 쓰면 자기 생각을 보다 잘 정리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글쓰기 능력이 향상된다. 또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이는 다시금 자신의 내면을 성숙시킬 기회로 연결된다.
 
- 김경일, <지혜의 심리학>,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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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일기를 썼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일기 쓰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겠다.

 

 

 

 

 

 

5. 일기는 인생의 방향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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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에 지난 일과 그 일을 완성하기 위한 계획을 소상히 적다보면 불현듯 ‘이 일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란 의문이 드는 순간이 온다. 일상 속에서는 갖기 힘든 의문이다. (…)

심리치료 전문가들이 일기를 쓰는 것이 곧 인생의 방향을 찾는 데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연구자들은 이것이 인간의 동기와 인지를 아우르는 일기의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든지 이유를 제대로 알고 나면 실행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 개인에게는 일기라면 조직에게는 일지가 되고 국가에게는 기록물이 된다. 이런 측면에 힘을 쓸 줄 아는 개인과 집단이 현명하지 못한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 김경일, <지혜의 심리학>, 184~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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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며칠에 한 번씩 일기를 쓰는데 주로 한가한 시간에 쓴다. 내가 생각하는 일기의 장점은 한가함이 주는 여유로 인해 무엇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이것저것 따져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러나 일기를 쓰는 한가한 시간에는 마치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물음을 던지고 그것에 답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계획을 세우게 되는 것 같다.

 

 

 

 

 

 

6. 고령화 사회는 위험하다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환자가 나오는 게 TV드라마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병원에서 의식이 없이 10년 가까이 누워 있는 어떤 노인에 대해 귀동냥으로 들은 적이 있다. 이런 경우 노인도 노인의 가족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최근 TV를 통해 존엄사법(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택한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나니 이것이 좋은 현상으로 생각된다.

 

 

내 주위에 올해 96세에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던 친구가 있고 90세인 친정아버지를 현재 모시고 사는 친구가 있다. 그들은 하루 세 끼의 밥상을 차리는 일로 인해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고, 또 노인을 모시고 자주 병원에 갔다. 그들을 생각하면 과연 장수가 축복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 내가 훗날 스스로 생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자식에게 의지해야만 살 수 있는 노인이 된다면 난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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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계속 연장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그럴듯한 시나리오 하나. 200살이 된 한 여성이 임종의 순간을 맞아 슬픔에 찬 가족들이 그녀 곁을 지키고 있다. 180세의 아들과 딸, 거기에 그들이 낳은 150세에서 160세가량 되는 세 명의 손자 · 손녀, 다시 그들이 낳은 120세에서 130세 된 증손자 · 증손녀 등등.
감동적인 그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치르게 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 존 브록만 엮음, <위험한 생각들>, 361~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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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시대로 치르게 되는 비용만 생각할 게 아닌 것 같다. 앞으로 80대 자식이 100살이 넘은 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다시 말해 80대 노인이 100살이 넘은 노인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7. 남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영화배우, 영화감독, 방송인, 작가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은 즐겁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함과 유머로 버무려서 깨달음을 주는 글을 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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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남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만약 내가 전혀 팔리지 않는 연예인인데도 아야노코지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한 사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내가 뜨지 않았다면 만나서 입으로는 “잘 됐다” 정도의 말은 하겠지만, 내심 ‘웃기고 있네. 어째서 나는 못 뜨고 네가 뜨는 거야’ 하고 생각했을 게 뻔하다.
우리는 같은 시기에 이 세계에 들어와서 같이 고생을 했다. 하지만 나는 25년 전에 이미 잘 팔리는 사람이 됐다는 여유가 내 머릿속 어딘가에 있기 때문에 기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다지 멋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떠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성공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 것 같다.

 

-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99~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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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만약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셋 중 하나일 것 같다. 자신이 바라는 만큼 성공한 사람이거나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거나 남의 성공 따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거나. 

 

 

 

 

 

 

 

8. 칭찬하는 질책이 있는가 하면 비방하는 칭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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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칭찬하는 질책이 있는가 하면 비방하는 칭찬도 있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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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런 게 아닐까. ‘그녀는 멋부리기에 관심이 많은 멋쟁이다.’라는 말은 듣기에 따라서 멋쟁이라는 말로 그녀의 장점을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그녀가 멋부릴 줄만 아는 한심한 사람임을 말함이니 칭찬하는 질책이 된다. ‘그는 쓸데없이 부지런하다.’라는 말은 듣기에 따라서 쓸데없다는 말로 그의 단점을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그가 부지런한 사람임을 말함이니 비방하는 칭찬이 된다.

 

 

 

 

 

 

9. 겸손은 거짓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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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은 우리가 남들이 자기에게 복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수단, 즉 복종하는 척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자신을 높이기 위해서 스스로 낮추는 오만의 술책이다. 오만은 비록 수천 가지로 변신한다고 해도, 겸손의 가면으로 자신을 숨길 때보다 더 잘 위장하고 더 잘 속이는 경우는 결코 없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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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대중 앞에서 겸손한 자세를 보일 때 그것은 대부분 실제로 겸손한 게 아니라 겸손하고 싶은 마음이나 겸손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나타낼 뿐이다. 만약 자존심이 상하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나면 그는 바로 겸손의 가면을 벗고 그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로 오만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위치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10. 베푸는 것도 이기심 때문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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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게 베푸는 듯이 보이는 것은 더 큰 이익을 얻으려고 사소한 이익은 경멸하는, 위장된 야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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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여러 번 내어 신문에 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가 나중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의 얄팍한 계산을 읽은 것만 같아 실망스러웠던 적이 있다. 라 로슈푸코의 말처럼 그에게서 위장된 야심을 읽었던 것.  

 

 

남에게 후하게 베푸는 것에 이런 심리도 있겠다. 남을 돕고 살면 자신이 복을 받아 큰 불행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심리. 내가 연말에 자선냄비를 보면 꼭 돈을 넣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심리가 작용해서일 듯.

 

 

이런 심리에 대한 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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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그들에게 베푸는 혜택은 자기 자신에게 미리 베푸는 혜택인 것이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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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둘 사이에서 사랑을 하는 쪽이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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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즐거움은 사랑하는 데 있다. 우리는 남이 자기에게 쏟는 열정보다는 자신이 품고 있는 열정으로 더 행복해진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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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즐거움은 사랑을 받기보다 사랑하는 데 있다는 것.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란 시에도 이런 글귀가 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런 글에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결혼하기 전, 남편과 연애할 때 선물로 핸드백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몇 배 더 즐거웠던 건 내가 남편에게 줄 선물로 백화점에서 스웨터를 고를 때였다. 선물로 무엇을 살까 하고 고민하는 시간, 백화점에서 선물을 고르는 시간, 그에게 주기 전까지의 시간, 그에게 주었을 때 그의 표정을 보는 시간 모두 행복했던 시간으로 아직도 기억한다.

 

 

 

 

 

 

12. 완벽하게 나쁜 사람은 없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펼쳐 보니 밑줄을 친 글이 많다. 아무 데나 펼쳐서 밑줄을 친 글을 읽으니 이런 글에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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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완벽하게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 달라이 라마 | 하워드 커틀러,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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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는 완벽하게 나쁜 사람도 없고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없다.

 

 

나이를 먹으니 좋은 사람의 기준이 바뀌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볼 때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나에게 잘해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더라는 얘기다. 친구로 예를 들면, 내 얘기를 잘 들어 주고 내가 전화를 하면 반기고 내가 도움을 청하면 언제나 도와 줄 것 같은 친구. 다시 말하면 나를 편애하는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여기게 되더라는 것. 나만 그런 게 아닐 터. 그러니 정치계에서도 철학과 가치관이 달라도 같은 당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일 듯. ‘나와 생각이 다르지만 뭐 나를 좋아하는 사람 같으니 우리 당원으로 받아 주겠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 

 

 

 

 

 

 

 

13. 글쓰기란 사람의 마음을 북돋는 것

 

 

 

 

 

 

 

 

 

 

 

 

 

 

 

 

윌리엄 포크너가 쓴 ‘서문’이란 에세이에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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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사람의 마음을 북돋는 것. 글 쓰는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예술가가 되려고 애를 쓰는 사람도, 가벼운 오락거리를 쓰는 사람도, 충격을 주기 위해 쓰는 사람도,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쓰는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글을 쓰는 까닭임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알지만 부정하려는 사람도 있다. (···) 하지만 우리 모두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쓴다. (···)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는 희망과 욕망을 끝까지 분석해보면 전적으로 이기적이며, 완전히 개인적이다. 글 쓰는 사람은 바로 자신을 위해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 한다. 그렇게 해야 죽음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북돋우려는 마음들로 죽음을 물리치고 있다.

 

- <천천히, 스미는>, 184~185쪽, 윌리엄 포크너가 쓴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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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따르면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북돋기 위해서 쓰는 것이란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북돋우려는 마음들로 죽음을 물리치는 것이란다. 여기서 ‘죽음’을 ‘근심’이나 ‘불행’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리라. 또는 ‘잡념’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리라. 나의 경우 글쓰기를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잡념도 끼어들 여지가 없이 글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아서이다. 다시 말해 글을 씀으로써 근심을 물리치는 것이다. ‘봉사 활동’이라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남을 위해 애씀으로써 자신의 근심을 물리칠 힘을 얻는 것이다. 윌리엄 포크너의 표현을 빌리면, 남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물리치는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돌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선이란 것도 남에게 베풀었다는 흐뭇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니까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14. 유전자의 힘은 세다

 

 

 

 

 

 

 

 

 

 

 

 

 

 

 

 

<천천히, 스미는>이란 책에 따르면 버지니아 울프는 “정식 교육은 받지 않았고 아버지 서재의 책을 두루 읽으며 독서와 글쓰기를 익혔다.(22쪽)”고 한다. 정식 교육 없이도 500편이 넘는 방대하고 다양한 에세이와 비평을 남겼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 시절엔 컴퓨터가 없었으니 모르는 것을 검색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때도 아니었다. 유전자의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글이 떠올라 찾아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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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원리는 대개 비슷한데, 어떤 일의 성취에 있어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노력의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숨겨진 의도가 없다고 할 수 없는 일반적인 주장과는 달리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슬픈 일이지만, 노력 없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노력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유전자는 꽤 힘이 세다.

 

- 이승우, <사랑의 생애>,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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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면서 일찍이 나는 알았다. 유전자의 힘이 세다는 사실을 말이다. 큰아이는 내가 공부 뒷바라지를 특별히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스스로 공부를 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반면, 작은애는 독선생을 붙였는데도 공부하기 싫다며 하지 않았다. 결국 작은애는 자기가 어떤 것에 재능이 있는지 찾아내어 우리 부부를 설득하더니 예능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 같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는데 유전자의 힘은 그렇게 셌다. 한 아이는 남편을 닮아 무슨 소리가 나도 잠을 잘 자고, 한 아이는 나를 닮아 무슨 소리가 나면 잠을 깬다. 유전자의 힘은 그렇게 셌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작을 통해서 인간은 유전자의 힘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유전자의 힘이 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15. 질투는 사랑 때문일까, 약점 때문일까

 

 

질투심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사랑의 생애>에 따르면 그것은 질투하는 자의 ‘약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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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다. 맹렬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열등감을 느껴서 맹렬하게 질투하는 것이다.

 

- 이승우, <사랑의 생애>,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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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라는 작품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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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에게 어필할 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언제든 질투에 빠질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편파적이지 않다. 나이, 용모, 경제력, 건강, 사회적 위치와 평판 같은 조건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을 의식할 때 이런 사람을 질투 속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먹이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사실을 ‘오셀로’는 알려준다.

 

- 이승우, <사랑의 생애>,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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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람에 따라 다를 듯하다. 어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사랑을 더 많이 하는 쪽이 질투가 심할 수 있고, 또 어떤 다른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약점이 더 많은 쪽이 질투가 심할 수 있겠다.

 

 

나는 질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자신의 사랑의 크기와 자신의 약점의 크기 이외에 두 가지가 더 있다고 본다. ‘자신에 대한 상대의 사랑의 크기’, 그리고 ‘상대에 대한 자신의 믿음의 크기’. 다시 말하여 자신은 상대를 사랑하는데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을 주지 않을 경우에 질투가 심할 수 있고,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은 주었지만 상대가 바람둥이라서 믿지 못해 질투가 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16. 상대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통찰력이 없다

 

 

 

 

 

 

 

 

 

 

 

 

 

 

 

만약 연애를 하고 있는 한 친구가 “도대체 그 남자의 마음을 모르겠어.”라고 말하며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이 말 하나로 몇 가지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 첫째, 이 친구가 그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 둘째, 그 남자는 이 친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거나 태도가 애매했다는 것. 셋째, 둘의 관계는 앞으로 깨질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많다는 것.

 

 

둘의 연인 관계에서 원래 상대보다 더 자신이 상대를 사랑할 때 상대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지는 법이다. 헤어져 집에 돌아오면 상대의 얼굴이 뚜렷이 생각나지 않고, 상대의 아까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고, 상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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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얼굴을 기억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남자나 여자를 바라볼 뿐인데도, 그 남자나 여자를 묘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형편없는 예술가이고,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화가이며, 표현할 수 없음에 두 손을 들고 항복한 시인이다. (···) 지나친 주목은 사랑에 빠진 시선을 혼란시킨다.

 

- 알랭 핑켈크로트, <사랑의 지혜>, 50~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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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는 자는 상대에게 집중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니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자가 된다. 그에겐 통찰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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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사람의 얼굴에 어리는 모든 것은 그의 주의를 불러일으킨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슬픈 표정과 움찔한 경련, 어렴풋한 기미와 몸 떨림, 미소와 분노. 사랑받는 얼굴은 기호(記號)의 더미이다.

 

- 알랭 핑켈크로트, <사랑의 지혜>, 5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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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둘 사이에서 더 사랑하는 자는 상대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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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사랑을 바치는 대상보다 우위에 서는 일이 없다.

 

- 알랭 핑켈크로트, <사랑의 지혜>,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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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누구나 고독하게 죽는 순간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쓴 에세이를 읽으며 ‘나방’이라는 한 마리의 곤충으로도 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구나, 글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하고 끝은 저렇게 끝낼 수 있구나, 하고 살펴보았다. 관찰력의 힘이렷다. 나방에 대한 관찰력이 없다면 쓸 수 없는 글이렷다.

 

 

끝 문장을 옮기면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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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 몸을 뒤집은 나방은 이제 무척 우아하게, 아무런 불평 없이 평온하게 누워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래요. 죽음이 저보다 강합니다.

 

- <천천히, 스미는>, 21쪽, 버지니아 울프가 쓴 ‘나방의 죽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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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맞서 투쟁을 벌이다가 마지막 저항을 하다가 마침내 죽음에 굴복하고야 마는 한 마리의 나방. 우리 인간도 언젠가는 나방과 똑같은 신세에 처하게 되리라. 가족이 지켜본다고 할지라도 기진맥진하여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순간은 홀로 고독하게 감당해야 하리라.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들도.

 

우리 모두 그런 존재들이다. 가엾게도...

 

 

 

 

 

 

 

 

 

 

 

 

 

 

 

예전에 독서광이었다면 지금은 책광이다.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그저 책을 좋아한다는 뜻에서 책광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사진이다.

책장에 책이 넘쳐 침실로까지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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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2-01 0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기를 쓰든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든 책을 읽든 무엇이든 어떤 일을 매일 하는 건 훌륭한 수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둑질이나 악평을 매일 한다면-_-....

질투와 사랑을 너무 스트레이트로 등치시킨 거 같은데요. 질투 자체는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들도 쉽게 나타내니까요. 라이벌에 대한 질투 때문에 패가망신하거나(안...누구) 더나은 자기발전을 이루는 경우도 있죠. 사랑에 있어서도 비슷할 텐데 질투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쓸 땐 소유욕, 집착, 관계 파괴 등으로 나타날 테고, 긍정적으로 쓸 땐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등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겠죠.
글이 엄청 많아 중간중간 쓸 댓글을 잊어 요 정도만^^;

페크pek0501 2017-12-01 13:12   좋아요 2 | URL
카캬...ㅋ 도둑질이나 악평을 매일 하는 건 수양이 된다고 볼 수 없으니 예외라는 게 있다고 해야겠죠.

안 그래도 질투에 대해 쓴 글이 미흡한 것 같았으나 어제 글을 올리면서 내일 수정해야지,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수정을 했답니다. 질투의 요인으로 두 가지를 더 보충해 썼어요. 고치고 보니 고친 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역쉬~ 글이란 자꾸 고쳐야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요. 한 방에 잘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요. ㅋ

벌써 오늘부터 12월이 시작되네요. 한 해 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그저 가는 시간이 아깝게 여겨지기만 합니다. 남은 한 달 동안 파이팅 합시다.

2017-12-01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1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2-01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 사진 언니 거실이예요?
깔끔쟁이신데요?ㅎㅎ

유전자에 대해 하신 말씀 공감해요.
저는 제 바로 위 오빠는 몰라도 언니를 보면
뭘해도 어려움없이 턱턱 잘 해내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전 좀 비실거리는 게 많았죠.오래 못 버티고.
모든 걸 잘할 수 없으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뭐든
그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늦둥이가 좋다고 하는데 저 아는 사람은 그 아이가 지금도
병치레를 한다고 늦게 애 낳을 것 아니라고 그러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사람은 결혼할 것 같으면 한 살이라고 더 젊을 때 하라고.
근거 있는 말 같기도 해요.^^

페크pek0501 2017-12-01 13:38   좋아요 1 | URL
거실 맞고요, 사진발입니다. ㅋ

유전자 내지 타고난 기질의 힘이 세다는 걸 살면서 느낍니다. 생긴 대로 산다고나 할까요... ㅋ 노력해서 되는 게 있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고 그래요.
좋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게 일단 유리하겠지요.

결혼식에 가면 누가 누구의 자식이고 형제인지 알 정도로 어쩌면 그렇게 가족이 닮았는지 유전자의 힘을 느낍니다. ㅋ

cyrus 2017-12-01 1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에 꽂을 수 없는 책들을 일단 탑으로 쌓아 놓았습니다. 안 그래도 방이 좁은 펀인데 책탑을 쌓을 공간도 부족합니다. ^^;;

페크pek0501 2017-12-02 11:57   좋아요 1 | URL
하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군요. 위의 두 번째 사진은 사실 일부만 찍었고 전제를 찍으면 책이 많아 지저분하답니다. 오른쪽 벽까지 책이 쌓여 있어요.

그래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저는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거실이나 방에 뭐 늘어놓는 것을 싫어하는데 책만큼은 예외입니다. 쌓아진 탑을 보는 건 좋거든요.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를...

서니데이 2017-12-02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기는 한데, 전에는 읽는 것을, 한 때는 사는 것을, 한 때는 모으는 것을, 이렇게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책읽는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면 좋겠는데, 점점 느려지는 것 같아서, 조금씩 아쉬워요. 어쩌면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더 많이 읽을텐데, 하는 마음도 들 때가 있어요.
거실에 책장이 있어도 깨끗하고 공간이 넓게 보여서, 부럽습니다. 그리고 침실에 예쁘게 쌓인 책들도요.^^

pek0501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7-12-02 17:1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요즘은 책을 읽기보다 모으는 재미로 사나 봐요. 탐나는 책이 있으면 우선 사고 보거든요. 읽을 책이 밀려 있으면서도 말이죠.
제가 경험한 일. - 어떤 책을 뒤늦게 사려 하니 품절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꼭 사고 싶은 책은 사고 보자, 가 되어요. 밀렸어도 언젠가 읽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다른 분들에 비하면 저는 적게 사는 편일 듯해요.

처음엔 책장을 방에 두고 서재를 꾸몄는데 책장이 늘어나니까 방에 다 넣을 수 없어 거실로 나왔답니다.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오른 쪽으로도 책장이 쭉 있답니다. 기역 자로 책장이 있어요. ㅋ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세실 2017-12-09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로의 일기랑 천천히 스미는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어쩜 이 책을 언제 다 읽으셨을까요.

제 친구는 95세 거동 불편한 시아버지 모시고 사는데...
어제 친정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시아버지 돌아가시면 친정부모님 챙겨야지 했는데 이럴수 있냐며 엉엉 우네요. ㅜㅜ
뭐라 할말이 없더라구요.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17-12-09 22:03   좋아요 0 | URL
아, 세실 님. 반갑습니다.
소로의 일기, 는 다 읽지 못했어요. 요즘 읽는 중인 책 중 하나입니다. 이런 책은 소설 읽듯이 빠르게 읽기보다 가끔씩 들춰보는 맛이 좋습니다.
천천히 스미는, 은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이것도 야금야금 읽었는데 어느 새 다 읽게 되더라고요.

친구 분, 참 안 됐어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사는 일이란 자기만의 슬픔을 간직하고 사는 일 같습니다.

세실 님도 굿 밤 되세요.


 



1. 사랑에 빠진 자는 모르는 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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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얼굴을 기억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남자나 여자를 바라볼 뿐인데도, 그 남자나 여자를 묘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형편없는 예술가이고,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화가이며, 표현할 수 없음에 두 손을 들고 항복한 시인이다. (···) 지나친 주목은 사랑에 빠진 시선을 혼란시킨다.

 

- 알랭 핑켈크로트, <사랑의 지혜>, 50~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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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약점의 크기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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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다. 맹렬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열등감을 느껴서 맹렬하게 질투하는 것이다.

 

- 이승우, <사랑의 생애>,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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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완벽하게 나쁜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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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완벽하게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 달라이 라마 | 하워드 커틀러,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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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가라고 해서 자기 작품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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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보르헤스, 우리는 당신의 작품에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든 걸 당신에게 물어볼 생각이었어요.

 

보르헤스    내가 그걸 다 이해하고 있을지 나 자신도 의문이네요.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에 돈을 걸겠어요.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윌리스 반스톤, <보르헤스의 말>,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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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쓰기란 사람의 마음을 북돋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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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사람의 마음을 북돋는 것. 글 쓰는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예술가가 되려고 애를 쓰는 사람도, 가벼운 오락거리를 쓰는 사람도, 충격을 주기 위해 쓰는 사람도,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쓰는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글을 쓰는 까닭임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알지만 부정하려는 사람도 있다. (···) 하지만 우리 모두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쓴다. (···)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는 희망과 욕망을 끝까지 분석해보면 전적으로 이기적이며, 완전히 개인적이다. 글 쓰는 사람은 바로 자신을 위해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 한다. 그렇게 해야 죽음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북돋우려는 마음들로 죽음을 물리치고 있다.

 

- <천천히, 스미는>, 184~185쪽, 윌리엄 포크너가 쓴 ‘서문’에서. 
..........

 

 

 

 

 

 

 

 


......................

위의 글과 관련한 단상은 다음의 글에서 쓰겠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주말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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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2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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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2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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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5 07: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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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6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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