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문화를 진심으로 바로잡고 싶다면 질이 좋은 콘텐츠를 그것도 대량으로 제공하는 길밖에 다른 방책이 없다. 물론 비용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아리송한 저 거창한 토목 공사에 비하면 사실 과자값에 불과하다. 높은 자리에 있는 한 사람이 그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보니 역시 어려운 일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 (2013. 3. 9.)

 

- 황현산,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18~19쪽.
...............

 

 


...............

나는 분명하게 “이 문화와 역사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썼는데, 어떤 희망을 표현한다기보다는 예언을 한다는 것이 당시 내 속마음이었다. 이제 그 예언은 헛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문화는 거기서 더 성숙하지 못한 것 같고 역사는 거꾸로 되돌아간 것 같다. (...)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사는 세계를 지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옥은 진정한 토론이 없기에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곳이다. ‘아 대한민국’과 ‘헬조선’ 사이에서 사라진 것은 토론과 그에 따른 희망이다. 지옥에 대한 자각만이 그 지옥에서 벗어나게 한다. ‘헬조선’은 적어도 이 지옥이 자각된 곳이다. 그래서 나는 내 예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 (2015. 10. 15.)

 

- 황현산,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153~156쪽.
...............

 

 

 


몇 년 전에 읽은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이 좋았으므로
지난 7월 26일에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이란 책도 구입했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저자의 타계 소식을 접했다.
안타까웠다.
이런 글을 앞으로 어디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저자의 출생과 사망 : 1945년 ~ 2018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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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8-13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들어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사상 유래가 없는 더위가 더 야속할 뿐입니다.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페크pek0501 2018-08-13 17:25   좋아요 1 | URL
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글을 많이 쓰실 분인데 안타깝습니다.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 관리에 관심을 많이 가지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스텔라 님도 몸 잘 챙기시며 글 쓰세요...
 

 



 

1. 여름의 좋은 점
남편이 반찬을 여러 가지로 사 왔다. 부엌 가스 불을 켜면 실내 온도가 올라가니 당분간 반찬을 만들지 말란다. 애들이 좋아하는 김치찜도 사 와서 나로선 일이 줄어들어 좋았다.

 

 

게다가 난 더워서 청소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어제 대청소를 해 주었다. 반찬이 풍년인데다 집까지 깨끗해지니 시간을 많이 벌었다고 느꼈다.    
 


여름의 좋은 점은 이런 것. 덥다는 핑계로 반찬과 청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한마디로 대충 살아도 된다는 것. 더워서 못하겠다는데 식구들이 어쩔 것인가. 

 

 

 

 

 

 

2. <굿 라이프>가 알려 주는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
행복한 사람들은 잘하는 일을 할까, 좋아하는 일을 할까. 어떤 경우가 더 많을까. 예를 들면 유능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강사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본인은 재능이 없는데 글을 쓰고 싶어 한다고 치자. 이런 사람은 강의와 글쓰기 중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할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분석 결과, 어떤 경험(예를 들어 회의, 대화, 운동 등)을 하고 있는 순간순간의 즐거움과 의미는 그 일을 잘한다고 느끼는 정도보다는 그 일을 좋아한다고 느끼는 정도에 의해서 훨씬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하는지 여부가 행복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느끼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98쪽)

 

- 최인철, <굿 라이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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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 고민했었다. 잘하지만 재미없는 일과 재능은 없지만 하고 싶은 일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되나 하고. 결국 두 가지를 다 하고 살았다. 두 가지를 다 하느라 시간 부족과 체력 부족으로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3. 최고 칼럼니스트들의 책을 읽으며 폭염을 견뎠다
칼럼니스트들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책을 내는지 궁금했다. 요즘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게 칼럼이라서다.

 

 

글 잘 쓰는 칼럼니스트들의 책을 소개한다. 

 

 

 

 

 

 

 

 

 

 

 

 

 

 

올리버 버크먼, <행복중독자>

 

 

저자는 약 6년 동안 ‘이 칼럼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 줄 것이다(This Column Will Change Your Life)라는 칼럼을 연재하며 인기 칼럼니스트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그 칼럼들을 포함한 책이다.

 

 

왜 헬스클럽에서 보는 거의 모든 사람은 나보다 몸매가 더 좋은 것일까? 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 우울해지는 걸까? 이에 대해 칼럼니스트는 뭐라고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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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헬스클럽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당신보다 몸매가 좋을 확률이 더 크다. 그 이유는 헬스클럽에서는 그런 곳에 다니지 않아 몸매가 엉망인 사람과 마주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121쪽)

 

비교 대상을 잘못 찾았기 때문에 우울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가장 행복하고, 가장 부유하고, 가장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보다 자신이 얼마나 더 괜찮은 사람인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122쪽)

 

- 올리버 버크먼, <행복중독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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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브렛,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저자는 삶에서 겪은 중요한 경험들을 ‘50가지 인생 수업’이라는 주제로 엮어 냈다. 2003년에 ‘오하이오 최고의 칼럼니스트’로 선정된 바 있다.

 

 

우리는 사소한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칼럼니스트는 뭐라고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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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이런 걱정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걸음마가 늦지 않을까 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첫걸음을 떼는 시기가 생후 9개월이든 14개월이든 그것 때문에 5년 안에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시기가 어찌 되었든 아이가 유치원을 기어서 가지는 않는다. 배변 훈련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은 한 살 반이 되도록 기저귀를 차고 있으면 기겁을 하고 두 살이 되도록 기저귀를 하고 있으면 공포에 사로잡힌다. 걱정하지 말자. 기저귀를 찬 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없다.(156~157쪽)

 

- 레지나 브렛,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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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 <교양 노트>

 

 

저자는 안타깝게도 2006년 56세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내가 배우고 싶을 만큼 참 잘 쓰는 칼럼니스트다. 이 책은 저자의 책 중에서 내가 세 번째로 읽은 책으로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80가지 생각 코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우리는 말할 때 서로 다르게 의미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칼럼니스트는 뭐라고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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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일본인은 돈이나 어떤 물건을 함부로 쓸 때 물 쓰듯이라고 표현하지만, 사막에 사는 베두인 족에게 이 관용구를 말 그대로 통역해서 들려준다면 소중하게 아끼고 아껴서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들은 물 쓰듯이라는 의미로 ‘모래처럼’이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113쪽)

 

- 요네하라 마리, <교양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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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8-08-05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페크님은 복도 많으셔라~
남편분이 반찬 사오시고, 대청소까지 해주시다니요^^
우리는 나가서 사먹고, 청소는 함께 해요. 제가 더 많이 해요.

페크pek0501 2018-08-05 13:30   좋아요 0 | URL
하하~~ 요즘 일이 년 동거해 보면 상대 배우자를 알게 되니까 동거를 해 본 후에 결혼하는 게 좋다고 하던데 이 생각은 제가 볼 때 틀렸어요.
우리 남편은 결혼한 지 7년쯤 되니까 꽤 가정적인 사람으로 변하더라고요. 게다가 요즘은 여성 호르몬이 나와서인지 저보다 더 꼼꼼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딸들이 아빠 최고를 외친답니다. 저보다 더 인기가 많아요. 일이 년만 동거하고 판단했으면 실수할 뻔한 거죠.

좋은 휴일 보내세요 세실 님...

라로 2018-08-05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절한 작가의 글을 인용해 주셔서 그런지 페크님의 글은 늘 객관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요. 저처럼 늘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이 배워야 하는 덕목이죠. ^^

페크pek0501 2018-08-07 13:05   좋아요 0 | URL
저는 반대로 제 얘기를 하고 싶은데 쓸 게 없어요. 댓글을 쓰다가 글감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지죠. 책 이야기만으로 글을 쓰고 싶진 않아요. 남이 쓴 책으로만 글을 쓰고 싶진 않다는 뜻이에요.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려면 그 방법 중 하나는 자기의 삶에서 글감을 찾아야 한다고 봐요. 이게 어렵습니다.

제가 칼럼 쓰면서 인용문을 넣은 경우가 있는데 내 생각에 확신이 없을 때 그렇게 해요.ㅋ 봐라, 이 유명한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잖은가. 그러니 내 생각이 맞다, 뭐 이런 뜻이 담겨 있는 거죠. ㅋ

댓글, 고맙습니다.

감은빛 2018-08-05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울 때는 좀 게으르게 살아야죠. 우리나라도 이제 아열대 기후가 되었는데, 동남아시아 국가처럼 낮에 낮잠도 자고, 빈둥대며 살아야 이 더위를 버틸수 있어요.

페크pek0501 2018-08-07 13:07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게을 수 있는 유일한 때가 더울 때에요. 덥다는 핑계로 다 통하죠. ㅋ
오늘은 입추라 그런지 덜 덥습니다.
늘 바쁘신 것 같은데... 이렇게 댓글을 달아 주시니 고맙습니다.
빈둥대며 살겠습니다. 가을이 올 때까지...

좋은 하루 되세요...

서니데이 2018-08-05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도 오늘 아침에 너무 더워서 엄마가 아침에 사오신 빵을 먹었어요.
주방에서 간단한 음식만 데워도 기온이 올라가서 너무 덥습니다.
날씨가 더우면 청소도 조금 더 자주 해야할 것 같은데, 더워서 하기 싫어서 방안이 엉망이예요.
그래도 여름은 여름의 좋은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주말, 기분 좋은 일요일 오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8-07 13:10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여름의 좋은 점도 분명히 있어요. 어젯밤 발레하러 갈 때 비가 오더군요. 땀을 흘리며 발레를 하고 돌아올 때 땀을 식히며 걸어 왔습니다. 집에 와선 밤비가 내려 참 좋구나, 그랬어요. 여름은 여름대로 괜찮은 계절인데 무더워로 인해 좋은 점들을 놓치고 사는 것 같아요. 늦여름을 즐기자고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고맙습니다.

2018-08-05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7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8-06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도 요즘 불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어요.
거의 하루에 한끼는 냉면 아니면 콩국수로 하고
밥은 맛있어 먹기보다 연명 차원에서 먹죠.ㅋ

오늘은 아침에 소나기가 와서 그런지 훨씬 덜 더운 것 같습니다.
명렬한 더위도 이럭저럭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만 버티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페크pek0501 2018-08-07 13:15   좋아요 1 | URL
냉면이 맛있겠군요. 오늘 아침은 정말 먹기 싫어서 물에 밥을 말아 먹었네요.
여름이라선지 입맛이 없네요. 저녁 한 끼만 맛있게 먹는 것 같아요. 곧 2박 3일로 가족 여행, 피서를 가는데 맛집을 다닐 예정입니다. 그러면 입맛이 되살아날 것 같아요.

조금 남은 더위를 마지막까지 잘 견디어야겠지요. 곧 가을이 온다는 예고편을 귀뚜라미가 하더군요. 우는 소리인지 웃음 소리인지 모르겠지만...ㅋ

늦여름을 만끽합시다. 고맙습니다.

마태우스 2018-08-12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언니 안녕하세요. 전 뭐 잘 지냅니다.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하고픈 일만 하고 살기가 차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 삶을 옥죄는지라 ㅜㅜ 암튼 남은 여름도 잘 보내시길. 참, 저 체중이 더 불었어요 저 만나는 사람마다 어쩜 그렇게 살쪘다고 얘기해 주는지, 그 관심이 부담스럽습니다 ㅜㅜ

페크pek0501 2018-08-13 14:33   좋아요 0 | URL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반갑습니다.
하고픈 일만 하며 사는 사람은 드물겠지요. 저만 해도 하기 싫지만 그리고 시간이 아깝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요.

오호~~ 마태우스 님은 여름에도 식욕이 좋으신가 보네요.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가을부터는 체중 관리에 들어가실 것 같은데요...
방송에서 본 님의 모습은 그리 살쪄 보이지 않던데... 최근의 모습을 제가 못 봐서인지...
아무쪼록 남은 여름을 건강하게 지내시길...
댓글, 고맙습니다.

마태우스 2018-08-15 15:17   좋아요 0 | URL
식탐을 줄이지 않으면 어떤 노력도 다 필요없는 듯요. 아직도 세상엔 먹을 게 많아서, 체중관리는 어려울 듯요 ㅠㅠ

페크pek0501 2018-08-15 23:47   좋아요 0 | URL
식탐 있는 사람을 저는 부러워하는 쪽입니다. 그건 행복이거든요. 먹으면서 즐겁잖아요. 저는 체질적으로 많이 먹지도 못하고 식탐이 없는 편입니다. 살이 쪄 본 적이 없어요. ㅋ 다 장단점이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나이 들면서는 마른 것보다 살이 찌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1. 하찮은 글이라도 마구 쓸 테야
글을 쓸 때 난 진지해지는 경향이 있다.(평소엔 철없는 아내로, 철없는 엄마로 산다.) 잘 쓰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자신감 부족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글은 모름지기 자신의 영혼을 피로써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건 설마 아니겠지. 이렇게 생각한다면 난 단 한 줄도 쓸 수 없을 테니.

 

 

어쨌든 이 무더운 여름날에 진지해지기 싫어서 그리고 땀이 나는 게 싫어서 글을 쓰지 않고 지냈던 것 같다. 아니다. 글이 써지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오늘 아침 달력을 보고 오늘만 지나면 7월이 끝나 8월이라는 것을 알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달에 글다운 글을 블로그에  못 올렸네, 그런데 뭐 꼭 잘 써야 글인가, 꼭 시간을 많이 들여 써야 좋은 글이 되나, 시간을 많이 들인 글도 별 볼 일 없는 글이 될 텐데, 이러다간 블로거도 못하겠다, 그냥 마구 쓰자, 하찮은 글이라도 마구 쓰자.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글 쓸 용기가 마구마구 생기는 것이었다. 어깨에 힘을 빼고 그냥 헐렁하게 마치 아무 종이에다 낙서를 하듯 그렇게 글을 쓰면 될 일이다. 이렇게 영양가 높은 생각을 오늘 했다.

 

 

사실 글쓰기에 몰입하기엔 요즘 날씨가 너무 덥다. 그래서 난 피서 방법으로 독서를 택했고 그래서 책을 많이 읽은 7월을 보냈다. 확실히 난 독서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떤 잡념이 없이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버린다. 더운 것도 모르겠고 나에게 어떤 걱정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빠져 놀 뿐이다. 이런 게 재능 아닌가.

 

 

 

 

 

 

2. 칼럼

전에 문학상 공모전에 수필을 응모하여 당선된 경험이 있다. 내 기억으로 수십 편의 수필을 썼고 그중 골라낸 글로 2년에 걸쳐 다섯 번 당선되었다. 당선된 어떤 글은 50만원을, 어떤 글은 30만원을, 어떤 글은 20만원을 상금으로 받았다. 하지만 수필가로 등단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섯 번 당선되고 나서 더 이상 수필을 쓸 수 없었다. 나 자신과 나의 삶을 드러내서 솔직히 써야 하는 수필은 부담스러운 장르이기 때문이고, 품격이 높아야 하는 수필은 자신 없는 장르이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문학을 사랑하지만 내가 비문학적 사람임을 정확히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가야 하는 방향 역시 비문학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내 눈에 칼럼이 들어왔을 때, 이거다 싶었다. 무엇에 대해 내 견해만 밝히면 될 것 같아서다. 그래서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은 게 목표가 되어 버렸다. 아마 십 년 전쯤부터였을 것이다.

 

 

최근 한 매체에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을 달고 내 글이 네 편 게재되었다. 그래서 난 기분이 좋았던가.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 뒤로 글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다 썼기 때문인지 슬럼프에 빠졌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날씨는 덥기만 했고 글 쓸 의욕을 잃어버린 채 책만 읽으며 지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이러했다. ‘나도 등단작이 은퇴작이 될 수 있겠어.’ 

 

 

 

 

 

 

3. 발레
주 1회 80분 수업.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지 16개월째다. 무엇이든 시작만 해 놓으면 된다. 시간은 스스로 잘 가기 때문이다. 3년 뒤면 발레 실력이 향상된 표가 날까. 1년이 지났는데도 발레 실력이 늘 제자리걸음이고 늘지 않은 느낌이다. 그래도 매달 들어오는 신입생 한두 명의 동작을 보면 내가 월등히 낫다는 게 위로가 된다.

 

 

아직도 난 왕기초반에서 배운다. ‘왕’자를 떼어 낸 기초반으로 올라가고 싶기도 하지만 난 그냥 이 반에서 꾸준히 배울 생각이다. 왕기초반에서 최고로 발레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멋진 일이라고 보니까. 내가 그러하듯 초보자들은 상당한 실력을 보이는 나를 우러러볼 것이다. 또 내가 그러하듯 “발레를 얼마큼 배워야 그 정도로 할 수 있나요?”라고 물을 것이다. 3년 뒤에 내 발레 동작을 보면 말이다. 이런 기대로 발레 배우기를 멈출 수 없다.

 

 

 

 

 

 

4. 결혼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내가 순한 양인 줄 알았다. 대체로 결혼 전 연애할 때 남자는 여자에게 잘 보여서 결혼을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에 여자가 화를 낼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면 남자는 여자를 ‘이미 잡은 물고기’쯤으로 여기는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걸 보고 여자도 화가 나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서로 자신의 더러운 성질을 알게 된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성질을. 그러므로 자신의 바닥까지 보고 싶은 사람은 결혼을 해 보면 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아마 우리 부부가 싸우는 건 일 년에 한 번쯤 될 테고 아니면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지나가는 해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싸울 일이 없다는 걸 뜻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부부가 어느 정도 싸우고 나면 타협점을 찾게 되어 싸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식이 크고 나면 자식한테 싸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자제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드니 싸울 기운이 없는 것도 한몫한다. 한마디로 싸움도 귀찮다는 상태에 이른다. 못마땅한 게 보여도 웬만한 것은 참고 넘어가게 되는 이유다. 그리하여 자식들의 눈엔 부모가 잉꼬부부로 보인다. 실제로 부부는 함께 살아온 오랜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정이 들어서 또는 연민이 생겨서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된다. 나를 포함해 내 친구들을 보면 그런 것 같다.

 

 

 

 

 

 

5. 행복
독서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이 여름이 더 덥고 더 지루하고 더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책은 나의 고마운 친구다.

 

 

내가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인 ‘행복’에 대해 알고 싶어 최인철, <굿 라이프>를 읽었다. 이 책에 따르면 불행한 사람들과 비교할 때 행복한 사람들은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고,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옷, 자동차, 집과 같은 물건을 소유하는 걸 중요시하기보다 여행, 영화 관람, 스포츠 활동 등을 통해서 얻는 경험을 중요시한다. 걷고 명상하고 여행하길 좋아하는 것도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
작은 것도 귀하게 여기는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을 ‘음미하기(savoring)'라고 한다. 음미하기란 소소한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마음의 습관을 의미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가 유명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자주 인용되기 시작한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단어는 이 음미하기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 소소하게 음미할 것들은 이처럼 우리 일상 곳곳에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소소한 즐거움들을 더 자주 경험하려고 일상을 재구성하는 사람들이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이미 소확행의 삶을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 최인철, <굿 라이프>, 132쪽.
...............

 

 

행복이란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즐길 줄 아는 자세를 가질 때 느끼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인상적으로 읽은 글을 다시 한 번 음미하기 위해 옮겨 본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인상적으로 읽은 또 하나의 글이 있다. 재능과 노력에 대한 글이다.

 

 

...............
재능과 노력의 구분은 그리 간단치 않다. 장시간 노력을 하는 것도 재능의 일부일 수 있고, 노력을 통해 재능이 성장하기도 한다. 이 둘은 역동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노력이 정확히 몇 퍼센트, 재능이 정확히 몇 퍼센트라고 칼로 무 자르듯 결론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 최인철, <굿 라이프>, 249쪽.
...............

 

 

장시간 노력을 하는 것도 재능의 일부일 수 있다니,

 

노력을 통해 재능이 성장하기도 하다니.

 

‘꾸준함’을 무기로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큰 힘을 얻게 해 주는 글이 아닌가.

 

아! 정말 맘에 드는 책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덤으로 보여 주는 이 책은 나처럼 행복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그리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특히 “행복한 사람은 작은 것도 크게 보지만, 행복감이 낮은 사람은 큰 것만 크게 본다는 점.”(132쪽)에 주목했다.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가. 행복에 대한 올바른 생각은 무엇인가. 행복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삶의 기술은 어떤 것일까. 의미 있는 삶과 품격 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이런 것들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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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8-07-31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 무더위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지요. 내일이면 8월이 시작되어요 그러면 또 9월 10월이 오겠지요. ^^

페크pek0501 2018-07-31 14:03   좋아요 0 | URL
일주일 뒤인 8월 7일이 입추예요. 입추가 오면 아침저녁으로 덜 더울 것 같아서요.
그날만 기다리며 삽니다. ㅋ
어젯밤엔 잠을 청하다가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어요. 가을이 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어요. 영차영차 하면서 가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프레이야 님도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겠지요. 님과 같은 벗이 있어서 행복한 이 순간을 음미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8-07-31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을 쓸 땐 진지한 cyrus예요. 글 안 쓰면 평범한 ‘일반인 최씨‘예요.. ㅎㅎㅎ 남들의 반응이 어떻든 간에 글을 꾸준히 쓸려고 해요. 예전에는 글을 짧게 쓰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써봤자 오랫동안 제 글을 눈여겨 본 소수의 이웃들만 보는 것 같아서 분량 조절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요.

페크pek0501 2018-08-01 12:09   좋아요 0 | URL
동지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반인 최씨, 라는 말, 재밌습니다.
꾸준히밖에 없더라고요. cyrus 님은 젊은신데다 꾸준히 그리고 발빠르게 글을 쓰셔서 성공하리라 생각합니다. 성공한 뒤에 저한테 모르는 척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ㅋㅋㅋ
정말 소수의 이웃들은 꼼꼼히 볼 것 같습니다. 분량 조절에 신경 쓰지 않기로 하신 것, 잘하신 것 같습니다. 그냥 글에 따라서 분량이 정해지는 게 옳다고 봅니다.
오늘 39도까지 기온이 올라간다는데... 건강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stella.K 2018-07-31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더우니까 아무 것도 못하겠더군요.
놋북도 요즘엔 최소한으로 쓰려고 해요.
쓰다가 열 받아서 작동을 멈추는 건 아닐까 괜히 불안한 마음에...
그도 그렇지만 한낮엔 더우니까 주민센터 도서실을
이용하는게 피서겸 낙이 됐어요.ㅋ

발레가 벌써 1년이 넘었군요.
꾸준하시네요. 부럽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세요.^^

페크pek0501 2018-08-01 12:14   좋아요 1 | URL
노트북을 켜 놓으면 뜨끈합니다. 열을 발생시키죠. 게다가 자판기까지 따듯해서 더 더운 것 같아요. 더운 날엔 그냥 책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더움까지 잊기 해 주니까요.

발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 생각이에요. 혹시 허리가 더 안좋아져서 발레를 그만둬야 하는 상태에 이를까 봐 걱정이죠, 저는 발레가 재밌습니다.

도서관 이용, 괜찮을 듯합니다. 저는 주로 집에서 가까운 카페를 갈 때가 있어요.
글 쓰기에 좋아요. 거기선 딴짓을 못하니까요. 집에 있으면 눕게 됩니다. ㅋ

서니데이 2018-07-31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은, 실은 매일 매일 더 더운 것만 같아요.
더운 하루 잘 보내셨나요.
수필가에서 칼럼니스트로 방향을 바꾸셨군요. 그래도 두 가지 분야 모두에서 좋은 글을 쓰실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이라는 것과 잘쓴 글이라는 것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읽고 기분 좋은 글과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나서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은 좋았던 것 같아요.
페크님, 매일매일 더운 여름이지만, 기분 좋은 일들과 소소한 기쁨이 있는 저녁시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8-01 12:1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매일매일 덥고 기록 갱신을 하는 것 같이 느껴져요.

칼럼은 수필처럼 문학적 향기가 묻어 있을 필요가 없으니 저로선 수필보다 칼럼이 편합니다. 요즘 국내, 외국 칼럼니스트들의 책을 읽고 있는데 재밌어요. 기회가 되면 페이퍼로 올리겠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건강한 여름을, 날은 더워도 마음만은 시원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세실 2018-08-04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벽 네시에 깨서 서평 쓰려다 서재 구경하고 있어요^^
굿 라이프 좋은데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기....아우 오늘 아침 메뉴로 결정했어요.
진한 핸드드립 커피도 한잔!

페크pek0501 2018-08-05 10:35   좋아요 0 | URL
토요일에 그 달콤한 늦잠을 포기하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시다니 저로선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늦잠이 너무 맛있어서. ㅋ

갓 구운 빵, 저는 토스트기에 넣어 바삭하게 구운 식빵을 찢어 먹기 좋아합니다. 커피와 함께. 요즘 덥다는 이유로 그렇게 먹지 않았지만 가을이 오면 또 그렇게 먹으려고요.
세실 님 파이팅!!!!!!!!!!!!!!!

서니데이 2018-08-04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일 매일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요. 이번주의 3일이 올해 제일 더운 날 같았어요.
더운 날들 때문인지 주말은 더 빨리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페크님, 기분 좋은 주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8-05 10:39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 님은 이 폭염을 어떻게 견디시는지요?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에어컨을 자꾸 켜게 되네요. 예전엔 전기세 아끼자는 생각으로 선풍기를 안고 살았는데 이 폭염은 선풍기만으론 안 되더군요. 에어컨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미안해지더군요. 빨리 폭염으로부터 해방되었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세요. 이 여름도 곧 지나가리라, 를 마음속으로 떠올리면서 말이죠.
서니데이 님 파이팅!!!!!!!!!!!!!!!!

마태우스 2018-08-12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좋은 친구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글구 대중적인 글을 쓸 때 중요한 건 글실력보다 멘탈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견딜 수 있는.....

페크pek0501 2018-08-13 14:34   좋아요 0 | URL
아주 중요한 걸 말씀해 주시는군요.
욕 먹어도 견딜 수 있는 멘탈. 기억해 놓겠습니다. ㅋ
 

 


 

내 나이가 되면 고혈압일 가능성이 있다는데 내 혈압은 정상이다. 건강 검진을 하면 건강한 사람으로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건강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허리 디스크와 테니스엘보 같은 병은 건강 검진에서 제외되기에 건강한 것으로 결과가 나올 뿐이다. 허리에 통증이 생겨 요 며칠 동안 병원에서 물리 치료를 받고 온 신세다. 

 

 

 

팔다리가 가늘어서 여름옷을 입으면 마른 몸이 드러나는 게 싫었다. 그런데 이제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몸이 좀 마르면 어떤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갑자기 병을 얻어 환가가 된 지인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60대 중반의 여성인데 갑자기 길에서 쓰러졌다고 한다. 병원에 실려 갔고 반신불수가 되었으며 화장실을 갈 수 없어서 기저귀를 차고 누워 있다고 한다. 건강해 보였던 사람이 그렇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모른다. 앞으로 재활 치료를 할 것이지만 금방 낫는 병이 아니란다. 지인 소식뿐만 아니라 티브이 뉴스에서는 사고로 인해 생긴 부상자와 사망자에 대한 소식을 거의 매일 보도한다. 방심하고 있으면 친정어머니는 당뇨병에 의한 고혈당증으로 병원 입원을 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해서 나를 놀라게 한다. 이럴 때 병원에 입원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해서 나는 초긴장 상태가 되고 만다.

 

 

불행은 예고 없이 느닷없고 어처구니없게 찾아온다. 누구든지 내일이나 오늘 당장 불행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공포가 느껴진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하루야.”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신선한 공기라도 마신 것처럼 기분이 상쾌했다.

 

 

 

 

 

 

 

 

 

 

 

 

 

 

 

 

 

 

 

..........
(…) 돈은 내가 이때껏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가장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헤이, 요!”라고 큰소리로 인사하면서 포옹을 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인다.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하루야.”

 

- 레지나 브렛,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21쪽.
..........

 

 

 

돈은 큰 불행을 겪은 사람이었다. 11살 때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아버지는 여섯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알코올중독자였다. 16살 때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하루야.”라고 밝게 인사를 하다니.

 

 

요즘 기승을 떨치는 무더위로 힘든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뜨거운 태양이 물러난 밤에 샤워를 하고 나면 서늘함이 느껴지는 시간이 있다. 이럴 때 나도 말하리라. “아!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같은 시간이야.”라고.

 

 

잠깐이라도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시간을 느낄 수 있다면 이 길고 지루한 여름을 보내기가 한결 수월할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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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7-21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너무 더워서 건강 조심하셔야 해요.
이렇게 더운 날씨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 무척 뜨겁습니다.
페크님, 더위 잘 피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21 21:48   좋아요 1 | URL
글쎄 말이에요. 아까 낮엔 정말 덥더라고요.
밤이 되니 좀 낫네요.
서니데이 님도 건강하게 여름 잘 보내세요...

카알벨루치 2018-07-21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국에서 떨어져나온 조각같은 하루 잘 마무리하세요! 돈이란 이름이 ‘돈’(money)인줄 알았는데 ㅋㅋ

페크pek0501 2018-07-21 21:50   좋아요 1 | URL
그러셨나요? 저도 처음 읽을 땐 돈이 뭔가?, 그랬답니다.
카알벨루치 님도 좋은 시간 보내시면서 하루 잘 마무리하세요.

2018-07-21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7-22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같은 하루는 행복일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문맥 상 행복이라는 의미라 생각됩니다만. 그냥 하루하루가 천국 같으면 좋겠습니다.ㅋ 페크님 천국같이 행복한 하루,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25 12:18   좋아요 1 | URL
아침에 일어날 때 잠을 못 잤더라도, 잘 잤다, 하고 외치면 몸 컨디션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천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같은 하루야,라고 말하면 분명히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죠. ㅋ

겨울호랑이 님도 천국같이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덜 더운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8-07-22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하루하루 잘 사는 게 기적이란 말이 있어요.
이게 나이들면 들수록 실감이 나죠.
어제까지 멀쩡하다 갑자기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면
이젠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저도 그런 경험 있긴 하지만...ㅠ

페크pek0501 2018-07-25 12:36   좋아요 1 | URL
행복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없어야 가질 수 있는 반면 불행은 한 순간에 한 가지 일만으로도 불행한 사람이 되고 마니 삶이 쉽지 않지요.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마음이 우울해지니 행복을 유지하기란 어렵단 생각이에요.

하루하루가 모여 일생이 되는 것이니 오늘 하루가 소중한 이유입니다.
무더위 잘 이겨냅시다. 스탠드만 켜도 더 덥고 노트북도 뜨거우니 여름엔 글 쓰기가 어렵네요...ㅋ

서니데이 2018-07-23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정말 더웠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어제는 서울이 무척 더웠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페크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건강하고 좋은 여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25 12:37   좋아요 1 | URL
갈수록 여름이 더워지는 것 같아요. 뜨거워지는 지구를 실감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무더위에 건강 잘 살피시고 잘 지내세요... 고맙습니다.

cyrus 2018-07-23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일 하루 동안 집에 에어컨을 계속 켜놓은 채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순간이야말로 잠깐이라도 누릴 수 있는 일상 속 천국일 거예요. ^^

페크pek0501 2018-07-25 12:4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에어컨을 전기세 걱정 없이 맘대로 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며칠 전, 딸과 함께 카페에 갔어요. 노트북 갖고서요. 거기 시원해서 좋고 냉커피가 맛있어서 좋아요. 이런 시간이라도 있어서 여름을 버팁니다. 고맙습니다.
 

 


(칼럼) 사유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상대가 친구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다. 문제는 도와주려는 자신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기분이 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움이라는 것의 의미는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한쪽에서 생각한 그 ‘도움’이 상대방에겐 ‘도움’이 아닌 경우가 될 수 있다. 또는 상대방이 고맙게 여기면서도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내 친구한테 들은 얘기가 있다. 옷 정리를 하다가 키가 커진 아이들이 입지 못하는 옷들을 모아 이웃집 사람에게 갖다 주었다고 한다. 해진 옷도 아니고 다만 크기가 맞지 않아 버리기 아까운 옷이었으므로 당연히 받는 사람이 고마워할 줄 알았다는 게 그 친구의 말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그 이웃 사람이 그 옷들을 받는 걸 거절하더라는 것이다. “난 우리 애들한테 남이 입던 옷 안 입혀요.”하고 냉정한 말투로 불쾌한 기분을 표출하는 것을 보고는 그 친구는 멍해졌다고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나도 우리 애들이 입지 못하는 옷들을 추려서 이웃에게 갖다 주곤 했기 때문이다. 어디 옷뿐이랴. 우리 애들이 학년이 바뀌어 필요 없게 된 동화책이나 참고서까지 갖다 주곤 하는 나로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혹시 내게서 받았던 그 사람도 어쩌면 언짢은 걸 억지로 참고 받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또 이런 얘기도 들었다. 한 친구가 어느 모임에 갔다가 모임이 파해 귀가할 때였다. 자신만 빼고 모두들 차를 갖고 왔는데, 그중 한 사람이 차가 없는 자신에게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큰소리로 말한 것이다. 자기를 배려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었으나 그 말을 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차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문제였다. 그 친구는 차가 없는 자신의 처지가 자각되면서 자존심이 상하더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배려해 줄 때는 꼭 그 사람의 처지에서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진리이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잘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악’은 ‘사유하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악’은 평범한 것으로 ‘사유하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타인에 대해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린 타인에게 상처를 줌으로써 ‘악’을 저지르게 된다. 너와 내가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성차별을 비롯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 백인과 흑인, 부자와 빈자 등 사람들 사이에 차별이 존재하는데, 그 차별이란 것도 결국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사유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불쾌하거나 상처 받는 일은 대부분 ‘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한다. 무기로 사람을 해치는 것과 달라서 말은 가까이 있지 않아도 전해 듣는 사람에게 독기를 품어낼 수 있다. 가령 자신에 대해 누군가가 험담한 사실을 제삼자의 전화로 전해 받고선 괴로워할 수 있다. 그래서 무기보다 말이 더 무서운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선의로 한 말인데도 마치 험담처럼 상대방에게 마음의 병을 앓게 할 수 있음을 생각할 때 말이 오가는 인간관계가 좋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는 서로 같은 처지에 있어 보지 않은 각각의 타인들이다. 또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열등감을 갖고 있기 쉽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말하는 것에 주의가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 주위엔 결혼하지 않은 것에 열등감이 있는 사람도 있고 학벌 열등감이나 외모 열등감이 있는 사람도 있다. 또 가난함에 열등감이 있는 사람도 있다. 자신에게 열등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선 타인이 무심코 던진 말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학을 가지 못한 사람에게 어느 대학 졸업했냐고 물어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면 그것은 ‘악’이다.

 

 


사물을 보는 시각은 각자 다르므로 사유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사물을 보는 시각은 자신의 삶에 따라 각자 다를 수 있다. 만약 방송을 통해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접한다면, 직장인은 내일 출근할 때 우산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산 장수는 내일 우산이 얼마나 팔릴지를 기대하며, 비가 새는 집에 사는 이는 내일 지붕이 샐 것을 걱정할 것이다. 지붕이 샐 것을 근심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누군가가 비 오는 날의 낭만을 얘기하며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늘어놓는다면 그 말도 ‘악’이 될 수 있다.

 

 


타인을 알려고 노력하고 세상을 알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인간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타인과 세상에 대해 사유를 게을리함으로써 약점 있는 누군가에게 악을 저지른 게 되고 마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다. 열등감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우열을 가리는 우리 사회의 산물이니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우열을 가려야 하는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타인과 세상에 대해 사유하지 않음으로써 누군가에게 치유될 수 없는 응어리가 생기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사유하는 문화가 절실한 이유다.

 

 

만약 타인과 세상에 대해 사유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예전보다 줄어든다면 그것은 좋은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걸 의미할 것이다.

 

 

 

 

 


........................................................

2018년 7월 17일에 한국예총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그대로 옮겼습니다.

 

 

무척 덥습니다.

더위를 잘 이겨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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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7-19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로 다른 세상을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순간에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서로 다른 사람이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는 조심스러워질 떄가 있는 것 같아요. 사소한 것들로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조심하고 마음써도 참 어렵습니다.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내 마음도 잘 모른다는 것을 계속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오늘도 많이 더운 오후예요. 더운 여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20 15:24   좋아요 1 | URL
이렇게 정성이 담긴 댓글을 받으니 더위가 싹 가시는 듯합니다.

실제로 같은 사건을 함께 봐도 각자 본 내용의 전개가 다 다르다고 합니다. 무엇에 집중해서 봤는지 무엇을 놓쳤는지가 사람에 따라 다를 테니까요. 또 같은 생각으로 봤더라도 시각 차이라는 게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오해와 왜곡이 일어나고... 말할 때 신중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알아 온 사람들이 편하고 좋더라고요. 새 친구를 사귀는 게 부담스럽고요.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 좋지 제가 먼저 다가가기가 망설여져요. ㅋ

무척 더운 하루예요. 물 충분히 마시며 건강한 여름을 보내야겠습니다.
덥지만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