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자의 불행과 빈자의 행복

 

 

 
며칠 전 MBC에서 방송한 ‘실화탐사대’를 통해 놀라운 장면을 시청하게 되었다. 조선일보 사장의 손녀인 초등학생이 사택기사에게 폭언을 퍼부은 것이 그대로 공개된 것이다. 갑질 사건은 매번 터질 때마다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어른에게 갑질을 한 것이어서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아이는 어떻게 갑질을 하게 되었을까. 아이의 어머니가 사택기사에게 폭언 갑질을 한 걸 보고 똑같이 따라한 것이라고 한다.

 

 

갑질 사건의 중심에 선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걸 가졌다고 행복한 건 아닌가 보다. 행복한 사람은 남에게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화를 내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행복하면 남에게 너그러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 추락할 게 없는 사람은 오히려 행복할 수 있다

 

 


연암 박지원 저, <예덕선생전>이란 작품에 매력적인 인물 두 사람이 나온다. 한 사람은 엄행수라고 불리는 사람인데, 그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똥을 져 나르는 일에 종사한다. 그는 남이 그에게 고기 먹기를 권하면 “허허, 목구멍을 지난 다음에야 나물이나 고기나 마찬가지로 배부르면 그만이지, 하필 값비싸고 맛 좋은 것만을 먹을 것이 무어냔 말이오.” 하고 사양하며, 또 새 옷 입기를 권하면 그는 “저 넓디넓은 소매돋이를 입는다면 몸에 만만치 않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면 다시금 길가에 똥을 지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 아니오.” 하고 사양한다. 그는 더럽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자기 삶에 불만이 없고 분수를 지키며 평화롭게 산다.

 

 

또 한 사람은 선귤자인데, 그는 남들이 모두 무시하는 엄행수를 존중한다. 그에 의하면, 엄행수는 하는 일이 더럽고 신분은 미천하지만 마음이나 행동은 의롭기 때문에 존경할 만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엄행수를 ‘예덕 선생’이라고 부른다.

 

 

선귤자는 말한다. “나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 차린 음식이 너무나도 먹을 것이 없을 땐, 반드시 이 세상에 나보다도 못한 가난뱅이가 있음을 생각했네. 그러나 이제 저 엄행수의 경지에 이른다면 무엇이라도 견디지 못할 것이 없겠지.”

 

 

엄행수는 더 이상 추락할 게 없는 사람이기에 오히려 행복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는 챙겨야 할 가족이 없으니 가족으로 인한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권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명예도 없다. 그러므로 근심도 없다. 그저 배고플 때 먹는 한 끼의 식사와 달콤한 밤잠이면 충분한, 그런 삶을 산다.

 

 


중요한 건 삶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엄행수의 삶을 통해서 보면 행복의 조건이란 게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어둠 속에서 빛이 더 밝듯이, 불행 속에서 더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는 게 행복이라는 역설도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삶 자체가 아니라 그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일 것이다. 이것이 행복의 인생길과 불행의 인생길로 갈라놓으므로.

 

 

엄행수는 행복의 조건 따윈 갖추고 있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불평 없이 사는, 아름다운 덕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존경스럽고 본받고 싶어진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부자의 불행과 빈자의 행복’에 대해서.

 

 

 

 

 

 

 

 



.......................................................

지난주에 어느 플랫폼에 올린 글을 퍼온 것이다.

저작권은 내게 있으므로 퍼와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곳에도 책 이야기를 쓰는 코너가 따로 있지만
책과 관련한 글은 이곳 알라딘 서재에 올리려고 한다.


왜냐하면 알라딘께서
나를 ‘2018년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해 주었기 때문이다.(후훗..................)

 

난 받은 만큼 보답할 줄 아는, 의리가 있는 사람이다.

 

(참고로, 페크가 2016년과 2017년에는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지 못해 선정된 그들의 축제를 구경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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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2-19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페크님이 지난 이 년 동안이나 서재의 달인이 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서재의 달인을 선정하는 기준이 애매해요. ^^;;

페크pek0501 2018-12-19 18:42   좋아요 0 | URL
생각이 납니다. cyrus 님이 제가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워하셨죠. 그래서 제가 다음 년도엔 글을 많이 올려서 꼭 서재의 달인에 들게 하겠다고 했죠. 정말 그렇게 실천했어요. 아마도 올해가 저의 9년 동안의 블로거 활동 중 가장 글을 많이 올린 해로 기록될 듯합니다. 시시한 글이 많았지만요...

앞으로도 시시한 글은 계속됩니다. 글의 질이 아니라 양을 중요시하기로 했거든요.
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요. 히힛~~

좋은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8-12-19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9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현대 무용’ 공연을 보았고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았다. 이번 주에는 극장에 가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국가부도의 날’을 관람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나의 기대를 충족시켰고 ‘국가부도의 날’은 나의 기대 이하였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나서 ‘퀸’의 음악에 빠져 유튜브를 통해 프레디 머큐리의 노래를 여러 번 들었다. 내가 어떤 노래에 한번 빠지면 그 노래를 계속 듣는 경향이 있다. 지금껏 수십 번 들었는데 아마 앞으로 백 번은 더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이주일 동안 지내다 보니 차분히 앉아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내가 산 책 <서밍 업>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이 있어 정리해 보았다.

 

 

...............
내가 인간성에서 주목한 부분은 도대체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는 한평생 일관성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한 사람 안에 평소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특성이 존재하면서도 그것이 또 그런대로 그럴듯한 조화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늘 나를 놀라게 했다.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특성들이 어떻게 같은 사람 안에서 존재할 수 있는지 늘 의문이었다. 나는 사기꾼이 자기희생을 하는 것을 보았고, 좀도둑이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발견했으며, 창녀가 화대만큼의 돈값을 해주는 걸 명예로 여기는 것도 보았다.(77쪽)

 

- 서머싯 몸, <서밍 업>에서.
...............

 

 

인간에게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인간은 착하기만 한 사람이 없고 악하기만 한 사람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악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나쁘게 보기보다 그가 처한 상황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늘 누구에게나 같은 표정과 같은 태도로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난 그를 의심할 것이다. 그건 가면에 불과함을 알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맘에 드는 사람이 있고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상대에 따라서 잘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고 잘해 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친절하다는 것은 자신의 본심을 싣지 않은 거짓 얼굴일 때가 있다는 걸 뜻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마음이 편할 삶의 방식을 택했을 뿐일 테니까.

 

 

 

 

 

 

 

 

 

 

 

 

 

 

 

 

 

...............
나는 착한 사람들의 선량함은 당연하게 여겼고 오히려 그들에게서 결함이나 악덕을 발견하면 흥미를 느꼈다. 나는 사악한 사람들의 선량함을 발견하면 감동을 받았고 그들의 사악함에 어깨를 들썩이며 양해해줄 용의가 있었다. (...) 나는 그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런 관찰의 결과, 나는 이런 믿음을 갖게 됐다. 도덕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선과 악의 확연한 구분은 없고, 그래서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79쪽)

 

- 서머싯 몸, <서밍 업>에서.
...............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지는 않으나 이런 차이를 발견하곤 한다. 남이 잘되는 것을 유독 싫어한 나머지 잘된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잘해 주면 그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가면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남이 잘되는 것을 축하해 주고 싶지 않아도 축하해 주는 가면 말이다. 누군가가 미워도 미워하지 않는 가면 말이다. 이럴 때의 가면은 비록 거짓일지라도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난 이 가면을 ‘선의의 가면’이라고 부르겠다.

 

 

나에게도 ‘선의의 가면’이 필요할 때가 있다.

 

 

 

 

 

 

 

 

 

 

 

 


...........................................
서머싯 몸의 팬으로서 그의 저작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 1>, <인간의 굴레에서 2>, <면도날>, <인생의 베일>을 읽었다. 이번에 <서밍 업>과 <서머셋 몸 작품집>을 구입했다. 일곱 권 모두 추천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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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14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어제 서울도 눈이 많이 내렸다고 들었어요.
페크님, 오늘도 날씨가 많이 차갑습니다.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12-14 13:12   좋아요 1 | URL
어제 서울에 눈이 펑펑 내렸어요. 길에 쌓일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많이 녹더라고요. 아직도 눈이 쌓인 곳이 곳곳에 있긴 합니다만 보행에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서니데이 님도 따뜻한 시간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stella.K 2018-12-14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바쁘게 지내셨네요.
요즘 <보헤미안 랩소디>가 하나의 문화 현상이라
이번 주에 보러갈까 하다가 어영부영 놓쳤어요.
다음 주에 보러갈 생각인데 될지 모르겠습니다. 워낙에 집귀신이라.ㅋ

서머싯 몸은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서밍업>저도 읽고 싶긴한데 앞으론 가급적 책 안 사고 버텨보는 중입니다.
사 놓은 책을 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갈거라서요.
읽으려면 빨라야 2, 3년 후에나 읽지 않을까 싶어요.ㅠㅠ
음..‘선의의 가면‘ 적법한 말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18-12-14 19:40   좋아요 1 | URL
누구나 다 바쁘게 살지요. 그냥 바쁜 티를 내 봤습니다. ㅋ

음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헤미안~은 볼 만한 영화입니다. 음악도 듣기 좋지만 스토리도 괜찮아요. 특히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의 역에 잘 생긴 사람으로 하지 않고 왜소하고 보잘것없는 신분의 사람으로 등장시켜서 음악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그의 모든 열등감을 사라지게 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건 저의 해석에 불과하지만요,,. 그게 꼭 이 영화의 메시지같더군요. 열등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마음먹기에 따라서 열등감 요소가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 때 실제 인물보다 잘생긴 배우를 쓰잖아요. 이 영화는 반대입니다. 실제보다 더 못난 사람이 그 역을 해 냅니다. 그래도 잘 살려 놨어요.
보시길 권합니다. 댓글, 고맙고요...

카알벨루치 2018-12-14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필이 맘에 들어요 페크님! 스탈이 간지가 펄펄 납니다 ~ 페크님 스탈 멋져요! 서머싯 몸 언제 읽죠? ㅜㅜ

페크pek0501 2018-12-14 19:46   좋아요 1 | URL
하하~~ 간지가 펄펄 나는 책상에서 이 댓글을 쓰고 있사옵니다. 책상이 지저분하게 이런저런 것들이 있어서 잘라 찍었어요.ㅋ
연필은 제가 아주 아끼는 거예요. 샤프연필이어서 심을 넣어 쓰는데 꼭 엷은 색의 심을 사용합니다. 그래야 책에 뭘 끼적거려도 지저분하지 않거든요. 저 연필이 맘에 들어 똑같은 걸 더 사 놓으려고 교보문고에 갔을 때 찾아 보았으나 없더라고요. 요즘은 나오지 않나 봐요. 저 연필이 없이는 독서를 못합니다.

서머싯 몸은 묘사에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봅니다. 인간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사유 깊은 글을 쓰는 게 그의 강점이라고 봐요. 제가 태그를 서머싯 몸이라고 써 놓고 클릭해 보니 서머싯 몸의 작품을 넣어 쓴 글이 30편이 넘더라고요. 이 정도면 광팬 많죠?

cyrus 2018-12-14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에 저를 친절하게 대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잘 대해주지 않는 사람을 보면 의심을 합니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의심하는 순간 그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생각해요.

페크pek0501 2018-12-14 19:4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사람을 의심합니다. 의심하면 자연히 멀어지겠죠.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나한테만은 늘 똑같이 대해 주는 사람을 아무래도 신뢰하게 되지요.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요.ㅋㅋ)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저녁이 되시길...
 

 

 

 

 

 

 

1.
이 세상엔 자연의 질서, 어떤 법칙, 어찌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이런 것들에 지배를 받으면서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습관의 노예로 사는 것 같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어떤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듯한 강한 의지를 갖고 사는 것 같다. 후자를 스포츠나 예술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오늘보다 더 나은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서 또는 오늘보다 더 나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 분투하는 사람들이 이 경우에 속한다.

 

 

나도 알고 보면 어떤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글쓰기에 있어서 더 나은 역량을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사회적으로 출세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만약 내가 빼어나게 글을 잘 써서 언론 지면 여기저기에 연재를 하게 되어 유명해져서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온다면 나는 응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 앞에 서는 게 두렵기 때문이고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유명해지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안심됨.)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으나 조용히 살고 싶다. 내 글을 좋아하는 소수의 독자들이 있기를 바라는 정도다. 길에서 누군가가 나를 알아본다든지 유명세를 치른다든지 하는 건 내가 바라는 삶이 아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치는 좀머 씨는 나의 동족인 셈이다. (좀머 씨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좀머 씨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람을 말함.)
 

 

 

 

 

 


2.
요즘 나는 세 군데에 글을 올리고 있다. 그중 한 군데는 이메일로 글을 제출하면 게재 여부를 그곳에서 결정한다. 그곳에 그동안 여섯 편의 글이 게재되었는데 며칠 전 제출한 일곱 번째의 글이 게재될 예정이라고 통보를 받아 놓은 상태다. 일곱 편의 글 중에서 세 편은 서평이고 네 편은 칼럼이다.

 

 

또 한 군데는 내 맘대로 글을 올릴 수 있는 블로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다른 점은 글을 하나 올릴 적마다 토큰을 숫자로 받는다는 점이다. 쌓인 토큰은 나중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하니 글을 많이 올릴수록 돈이 쌓이는 셈이다. 댓글을 하나만 받아도 토큰이 지불된다. 나처럼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올리는 사람은 소액이겠지만 아마 많은 글을 올리는 사람은 큰 액수가 될 것 같다. 잘 모르지만 누적된 점수가 화폐의 기능을 하는 마일리지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마지막 한 군데가 이곳 알라딘 서재이다. 사실 여기에 글을 올리는 게 제일 부담이 없다. 나에게 가장 익숙한 곳이기도 하고 시시한 글을 올려도 추천 수가 높게 나오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 아마도 나를 아는 알라디너들이 우정으로 또는 의리로 또는 습관으로 추천을 눌러 주기 때문일 듯하다. (다른 곳에서는 추천 수가 낮다. 아마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이 정도의 글은 추천을 눌러 줄 수 없어. 더 잘 써 보란 말이야." 하는 생각을 하는 모양임.) 가장 내가 아끼는 곳이 이곳 알라딘 서재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나로 하여금 꾸준히 글을 쓰게 만든 곳이어서 애착이 간다.

 

 

 

 

 

 

 

3.
일주일에 세 꼭지의 글을 써서 각각 한 편씩 글을 올리는 걸로 계획했었다. 잘 될 때가 있지만 글을 쓰지 못해 계획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글은 중복으로 두 군데에 올린 경우도 있다. 세 군데 중에 하나는 정리를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세 군데에 글을 쓴다는 게 나로선 벅차서다. 역량도 체력도 부족하다. 그런데 어느 곳을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리할 곳이 알라딘 서재는 아닐 것이다. 아니겠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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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2-08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개도 많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어느 인터넷 서점이 리뷰를 몇 개를 올리면
적립금 얼마를 준다고 해서 해 보려고 했는데
힘들어 그만 뒀습니다. 전 알라딘과 예스24면 족한 것 같아요.ㅠ
그래도 토큰을 현금처럼 쓸 수 있다니 어딘지 살짝 궁금하네요.ㅋ

페크pek0501 2018-12-08 15:36   좋아요 1 | URL
많아 죽겠어요.ㅋㅋㅋ
스텔라 님은 리뷰를 많이 쓰시니 여러 군데 글 올려도 될 것 같아요. 저는 리뷰 한 편 쓰기가 어렵습니다. 오늘 올린 글 같은 건 뚝딱 쓰겠는데 말이죠. 저는 이런 잡문이나 쓰면 살아야 하는 타입인가 봐요.
거긴 인터넷 서점 블로그가 아니랍니다. 그러니 꼭 책과 관련한 글을 올리는 데가 아니에요. 열 몇 개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그중 하나가 책 얘기 하는 파트일 뿐.

정확한 정보 알아서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실은 저도 잘 몰라서...
댓글 고맙고요, 좋은 주말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굿 데이^^

페크pek0501 2018-12-09 11:26   좋아요 1 | URL
스텔라 님.
스텔라 님이 살짝 궁금하시다고 한 곳은 메이벅스, 라는 곳이에요. 인터넷 검색 창에서 검색해 보시면 될 거예요. 저도 11월부터 시작해서 그곳에선 신참이라 잘 모릅니다. 더 알아 보고 정보를 드리려 했는데 전화번호가 나와 있지 않아 모르겠어요.

날씨는 춥지만 미세먼지가 없고 햇볕 들어오는 집에 있으려니 오늘이 좋네요.
하루하루 행복하시길...^^

서니데이 2018-12-08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의 사진을 보면서, 얼마전까지 저런 날씨였는데, 하는 생각과, 그 때도 많이 춥다고 생각했는데, 그 떄는 그래도 가을이었네요. 같은 마음이 들었어요.
서울도 많이 추울 것 같은데요.
오늘이 어제보다 더 추운 것 같아요. 바람도 더 많이 불고요.
페크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12-08 18:41   좋아요 1 | URL
글쎄 말이에요. 고운 빛깔의 가을 나무를 사진 많이 찍어 놓았는데 다 올리기도 전에 겨울이 와 버렸어요. 그래도 아까운 마음에 하나씩 올리기로 했어요. 지난 시간을 추억한다는 의미로...

어제는 얼마나 춥던지 찬 겨울이었어요. 찬 바람이 불어 머리가 시려서 모자를 쓰고 나올 걸 잘못했다고 생각했을 정도예요. 여름으로 고생하더니 겨울로 우린 또 고생을 해야 하네요. 그래도 따뜻한 주말을 보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모든 이들이 따뜻함을 누리면 좋겠네요.
좋은 날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같은 시간, 다른 빛깔.

 

 

 

 

1. 기분이 나빴다 :
월요일 아침. 그녀는 출근 준비를 하다가 창밖을 내다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기분이 나빴다. 어제 휴일에 비가 올 일이지 왜 오늘 비가 온담. 우산을 갖고 나가는 게 귀찮고 비가 옷에 튀는 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옅은 색 바지를 입으려다가 빗물이 튀는 걸 생각하고 짙은 색 바지를 입었다. 비가 오니 지하철이 붐비겠지.

 

 

지하철을 타자 앉을 자리가 없었다. 그럴 줄 알았어. 비가 오는 날에는 사람들이 많아 빈자리가 없다니까. 아무튼 비가 오면 여러 가지로 나쁘다니깐. 지하철에서 가방을 매고 우산을 들고 서 있으려니 앉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곧 내릴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앞에 가 있으려 했다. 그런데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으나 졸고 있는 사람들과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뿐이어서 도무지 곧 내릴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도 스마트폰을 보고 싶었으나 한 손은 우산을 들고 있어야 했고 한 손은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비가 와서 아침부터 30분 동안이나 서 있는 고생을 해야 하다니 운수가 나쁜 날인 것만 같았다. 마치 어떤 뽑기에서 자기 혼자만 꽝이 나온 기분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비가 오는 날이라 오늘 근무 시간의 내 기분도 꽝일 것이라고. 

 

 

 

 

    

 


2. 기분이 좋았다 :
월요일 아침. 그녀는 출근 준비를 하다가 창밖을 내다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비가 오는 날은 미세먼지가 없다는 걸 뜻한다. 기분이 좋은 것은 맑은 공기 때문만은 아니다. 온 세상이 비에 젖을 때 그녀는 낭만에 젖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우산을 쓰고 걸어갈 때 들려오는 빗소리, 비가 만들어 내는 공기 냄새, 비 오는 풍경. 이것들이 주는 느낌을 음미하는 즐거움을 그녀는 안다. 그리고 비가 고맙기 그지없다. 먼지로 덮인 세상을 비가 청소해 주기 때문이다. 비 덕분에 돈 들이지 않고 인력이 동원되지 않고 세상이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자 앉을 자리가 없었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서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차창 밖으로 비 오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지루하지 않았으니까.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앉아 근무할 테니 이렇게 서 있는 게 오히려 낫지 싶었다. 

 

 

비가 와서 아침부터 운수가 좋은 날인 것만 같았다. 마치 어떤 뽑기에서 뜻하지 않은 행운을 거머쥔 기분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비가 오는 날이라 오늘 근무 시간은 낭만적인 기분일 것이라고.

 

 

 

 

 

 

 

 

 

 

 

 

 

 

 

 

 

 

 

 

...............
하찮은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하찮은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56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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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12-01 14: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분도 상대적인 거라 하루에 총량은 불변 아닐까 하는데요..ㅎㅎㅎ 페크님이 좋아하시는 팡세를 인용하면서 하루를 소감하셨네요. 문장과 소감이 잘 어울립니다..^^;

페크pek0501 2018-12-02 11:22   좋아요 2 | URL
잘 어울린다는 말씀, 기분 좋군요.
요즘 팡세를 읽느라 이번 해에 다 읽어야 할 책이 늦어지고 있어요. 팡세는 빨리 읽을 수 없고 마치 시를 읽듯 그 뜻을 헤아리며 읽어야 하는 책이라서, 게다가 두껍기까지 한 책이라서 이것 한 번 잡으면 시간이 팍팍 가네요. 다른 책들 빨리 읽어야 하는데 말이죠.
팡세를 오래전에 읽었으니 이번에 재독인 셈인데 낯선 문장을 읽다가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 부분을 만나면 반갑고 그래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댓글, 고맙습니다.

cyrus 2018-12-01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우산을 챙겼는데, 비가 한 방울도 안 오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땐 괜찮아요. 그런데 분명 그 날에 비 온다는 예보를 듣지 못했는데, 비가 오면 짜증이 나요. ^^;;

페크pek0501 2018-12-02 11:25   좋아요 1 | URL
비 맞는 것 정말 싫죠? 그래서 저는 가벼운 우산을 사서 늘 가방에 들고 다니곤 해요. 날이 화창한 날은 빼고 나머지는 넣어 다닐 때가 많아요.
일기예보가 틀릴 때가 가끔 있더라고요.
좋은 휴일 보내세요. 하찮은 일이 우리를 행복하게도 한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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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모든 사람이 자기들에 대해 서로 말하는 것을 안다면 이 세상에는 거의 친구가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사실이라고 믿는다.(90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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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로 자기 흉을 볼까 봐 화장실에 못 가겠다고 말해서 웃은 적이 있다. 흉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이 있는 법. 남들 말에 세세히 신경 쓰고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근심만 쌓일 뿐이다. 중요한 건 자기에 대한 남들의 평가가 아니라 자기에 대한 자신의 평가일 것이다. ‘나는 현재 잘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자신에게 해야 한다. ‘나는 세상에서 이로운 사람인가 해로운 사람인가?’라는 물음도 함께.

 

 

흉을 좀 보면 어떤가. ‘그래, 너희들이 내 흉을 보며 즐거울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지 뭐.’하는 태도가 좋지 않겠는가. 과연 내가 이런 태도를 가질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태도가 좋다고 여긴다. 이런 태도가 좋다고 여길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이런 태도에서 '넉넉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마음의 여유' 하나 갖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 이것이 없어서 불행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타인과의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목표를 이룰 수 없어서 속상해 하는 일도 없으리라. '마음의 여유'가 앞으로 기회가 또 있으리라는 것에 희망을 품게 해 줄 것이므로.

 

 

우리에겐 그게 필요하다. 마음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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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8-12-01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체적으로 자신은 남에게 피해를 준걸 기억 못하고, 남이 자신에게 피해 받은건 너무 억울해하는 경우에 그렇습니다....내로남불형....대체적으로 도움 많이 주고 베풀고 산 사람치고 흉보는 사람이 없죠...이기적으로 싸기지 없이 산 사람들이 흉보기의 대상이될 뿐이거든요...동기들 모임 한번도 나오지도 않고 회비도 안내고 하다가 어른 돌아가시면 연락해서 초상집 오라는 싸가지들이 얼마나 많은지요..상부상조는 서로가 서로를 도우라는 의미였는데..장사속으로 받아 먹기만 하겠다면 당연히 흉의 대상이 되는거죠...예를들자면 그렇습니다...인간관계가 어렵다지만 쉬운 길 있죠..내가 나를 내려 놓고 버리면 됩니다...좋은건 너가 다해라..그런 마음이면 ...되죠..그런데 이게 참 어렵긴하죠..수양이 덜되면 ..모릅니다.

페크pek0501 2018-12-01 10:20   좋아요 2 | URL
한 번도 나오지 않다가 초상집 오라는 분, 얄밉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ㅋ

내가 나를 내려 놓고 버리기, 이거 어려운 일이네요.

남에게 받은 건 적게 생각하거나 아예 잊어버리고, 자기가 남에게 어쩌다 베푼 것은 크게 생각하는 것, 정말 답답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 줄 수도 없고...

제가 사돈 남 말하는 건지 모르지만... ㅋ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cyrus 2018-12-01 1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어요.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나의 단점에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기우가 심해지면 내가 없는 단점도 만들 수 있어요.

페크pek0501 2018-12-02 11:36   좋아요 0 | URL
남들이 다 장점으로 봐 줘도 자신이 단점이라고 여긴다면 단점이 되겠지요.
저는 양면성을 생각합니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대상이 달라져 보이는 경험을 하죠.
일단 자신을 잘 챙겨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이 몸과 마음이 다 편해야 남들에게도 관대해질 수 있으니까요.
서울은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네요. 어제도 친구와 한 시간 이상 걸었는데 오늘도 많이 걸어야겠어요. 다리가 튼튼해지게.
좋은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