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겪어 봐야 안다 :
예전, 어떻게 지냈냐고 친구가 물으면, 그냥 그날이 그날이지 뭐, 하고 시들하게 대답을 했다. 그땐 삶에 변화가 없고 그날이 그날인 게 감사할 일인 걸 몰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병이 나서 입원을 하시고, 둘째 아이가 목에 뭐가 난 것이 암일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병원 암 센터에서 암 검사 예약을 하고(다행히도 검사 결과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다.), 어머니가 넘어져서 다치는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고 응급실로 달려가고 등등...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말이 가슴에 절실하게 와닿았다. 인간은 겪어 봐야 아는 모양이다. 요즘 내 바람은 ’아무 일 없이 그날이 그날인 삶을 사는 것.‘이다.

 

 

 

 

 

 

2. 우리가 끝까지 모르는 것도 있으리라 :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니까 잘못한 쪽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걸 알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모를 무엇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함부로 확신하지 말고 오만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3. 사랑이란 상대방이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것 :
남녀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발전하도록 돕는다고 한다. 깊은 사랑이겠다. 보통 사람은 상대방이 회사일이나 취미에 빠져 살면 자기에게 집중하지 않는다고 싫어할 것 같은데 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자식이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부모의 사랑과 비슷해야 하니.

 

 

 

 

 

 

4.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하였나 :
A 씨는 죽어서 저승에 갔다. 그곳에는 저승을 관리하는 왕이 있었다. 왕이 A 씨에게 물었다. “너는 이승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았느냐?” 이에 A 씨는 신중하게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쁜 사람으로 살았다고 하면 지옥으로 보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A 씨가 대답했다. “저는 좋은 남편으로 좋은 아버지로 살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았어요. 믿어 주십시오.” 왕이 말했다.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자신을 위해 살고 자기 가족을 위해서 살다가 이곳에 온다. 너는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서 한 것 말고 타인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이 있느냐?”

 

 

뜻밖의 물음에 A씨는 할 말을 잃었다. 한참 생각에 잠겼던 A 씨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제가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가서 자원봉사 활동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랬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당신 가족이나 잘 챙겨라.‘라는 댓글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인을 위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할 계획을 접었습니다.” 왕은 화가 나서 큰소리를 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느냐? 너는 가족 이기주의에 빠져서만 살다가 왔는데 내가 너를 천국에 보내 줄 것 같으냐?” A 씨는 멍하니 왕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5. 일기의 장점 :
매일 일기를 쓰지 않고 며칠에 한 번씩 쓴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것을 몇 줄 쓰고 한 칸 띄우고 오늘의 기분에 대해서 몇 줄 쓰고 한 칸 띄운다. 미세먼지에 대해서 또는 내가 본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도 쓰는데 한 칸 띄우는 것은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는 뜻이니 한꺼번에 여러 날의 일기를 쓰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기록하는 일은 신기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일기를 쓰면서 머릿속에 뒤죽박죽이었던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고 앞으로 할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특히 기분이 안 좋을 땐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다. 이런 게 일기의 장점이다. 블로그에 쓰는 글과 달리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일기의 장점이다.

 

 

그러니 어찌 일기를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6.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글쓰기 :

 

 

 

 

 

 

 

 

 

 

 

 

 

 

 

 

가끔 생각날 때마다 들춰 보는 책 중 하나가 이 책이다.

 

 

...............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 나의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성을, 곧 불의를 감지하는 데서부터다. 나는 앉아서 책을 쓸 때 스스로에게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겠다‘ 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건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이나 주목을 끌어내고 싶은 어떤 사실이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나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남들이 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미학적인 경험과 무관한 글쓰기라면, 책을 쓰는 작업도 잡지에 긴 글을 쓰는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297쪽)

 

-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에서. 
...............

 

 

조지 오웰은 자기 혼자 글을 쓰고 만족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자기 글을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하고 있다. 불의를 폭로하고 싶어서 글을 쓰며, 사람들을 집중하게 해야 할 중요한 무엇이 있어서 글을 쓴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미학적인 측면에서 괜찮을 글을 쓰고 싶은 점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글쓰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7. 글의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 :

 

 

 

 

 

 

 

 

 

 

 

 

 

 

 


...............
글쓰기 책을 볼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나는 ’질‘보다는 ’양‘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게 적절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59쪽)

 

-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에서.
...............

 

 

글의 양보다 글의 질이 중요하다고 하면 겁먹고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고 하면 겁먹지 않고 부담없이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글을 쓰려는 초보자는 글의 질보다 양을 중요시하는 게 좋겠다.

 

 

나 역시 글을 많이 쓰면 글의 질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므로 이런 단상 조각이라도 쓰려고 한다. ’하루에 한 문단을 쓰기‘를 실천하려고 마음먹은 적도 있다. 글을 많이 쓰기 위해서다. 

 

 

 

 

 

 

8. 칼럼과 수필에 대하여 :

 

 

 

 

 

 

 

 

 

 

 

 

 

 

 

 


...............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칼럼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읽어주셔서 놀랐습니다. 세상에, 9시 뉴스 앵커가 제 칼럼을 인용하더군요.(239쪽)

 

-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라는 칼럼 한 편으로 유명해진 저자가 책을 낸 것이 이 책이다. 


 
............... 
상상 밖의 내용이라도, 혹은 내용이 거슬리더라도 글을 읽어나가게 하는 힘은 많습니다. 사실 리듬감만 잘 유지되어도, 사람들은 글을 읽어나갑니다. 어려운 목표이기는 하지만, 읽는 과정이 곧 변화의 과정이 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요. 그러려면 글이 맹목적인 정보 전달 이상의 내러티브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238쪽)

 

-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 

 

 

칼럼을 쓸 때 내가 바라는 글의 방향은 남들도 나처럼 똑같이 생각하는 당연한 답을 내놓는 쪽이 아니고 그 반대편 글을 써서 설득력을 얻는 쪽이다. 다시 말해 독자들이 ’페크는 당연한 걸 썼군.‘ 하는 칼럼이 아니라 ’여태껏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페크의 글을 읽고 나니 페크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아.‘ 하는 칼럼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이것이 나의 고민이다. 내 칼럼으로 인해 독자들의 생각을 확 바꾸어 놓을 수 있다면 나의 칼럼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칼럼과 수필을 비교해서 어떤 수필가가 쓴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수필 한 편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칼럼 한 편은 없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러니까 칼럼보다 수필이 우위를 차지한다는 말이겠다. 그런 말에 동의하지 않는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수필 한 편을 읽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어도 칼럼 한 편을 읽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는 없다고. 신문을 펴 보라. (나는 신문을 뒤에서부터 읽는 습관이 있다.) 사설부터 시작해서 오피니언이라고 쓴 글이 모두 칼럼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읽지 않고 살 수 있는가. 신문을 보며 사는 한, 우리는 수필보다 칼럼을 더 가까이하며 산다고 볼 수 있다.

 

 

칼럼과 수필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자기주장이 있으면 칼럼이고 없으면 수필이라고. 예를 들면 뭐뭐 하자, 이렇게 살자, 우리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으면 칼럼이다. 자기주장이 없이 계절에 대해서 쓰든지 어릴 적 추억에 대해서 쓰면 수필이다. 

 

 

’칼럼 읽기‘는 남의 견해를 들어 보는 일이다. 우리 삶에서 칼럼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9-01-27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종이신문의 뒷쪽부터 읽어요. 사설은 안 읽고 오피니언은 읽을 때가 있습니다.
사설도 칼럼이라는 건 생각을 못했어요.^^;
수필과 칼럼의 차이는 설명을 들어도 금방 아, 이거다! 하는 진짜 차이를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느쪽이든 좋은 글은 읽고 나서도 조금 더 생각하게 됩니다.
페크님, 주말 즐겁게 보내셨나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19-01-27 23:13   좋아요 1 | URL
사설은 그 신문이 주장하는 대표 글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언론사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한쪽 방향을 향하고 있지요. 예를 들면 여당을 옹호하는 글을 쓴든지 비판하는 글을 쓰든지 한쪽 방향으로 치우쳐 있어요.
오피니언은 필자에 따라 다른 견해라서 다양합니다. 필자 마음대로입니다. 칼럼인 거죠.

서니데이 님의 댓글을 읽고 칼럼과 수필의 차이를 추가해 썼습니다. 제가 이해한 차이입니다.

님도 주말 즐겁게 보내시고 편안히 주무세요.

카알벨루치 2019-01-28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페크님 글냄새가 깔끔하고 여운이 있습니다 그럼 제 글은 칼럼쪽인가요? ㅋㅋ

페크pek0501 2019-01-28 12:40   좋아요 1 | URL
하하~~ 깔끔하고 여운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거네요.

요즘은 칼럼을 포괄적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꼭 설득의 글이 아니더라도 지식이나 정보를 주는 글도 칼럼이라고 하고 서평도 칼럼이라고 하더라고요. 독서칼럼이란 말이 그래서 생겨난 듯해요. 어느 책에서 보니 칼럼은 사설과 에세이의 중간쯤이라고 하더라고요. 에세이와 칼럼을 동일한 의미로 쓰기도 합니다. 위의 김영민 저자의 책을 인터넷 어디에선 에세이이라고 하고 어디에선 칼럼이라고 소개하더라고요.

님의 글은 칼럼일 때도 있고 에세이일 때도 있겠죠?
저의 이번 글 1번에서 5번까지를 보면 칼럼이 아니라 에세이예요. 저의 주장을 썼다기보다 나는 이렇게 느낀다, 라는 글이니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moonnight 2019-01-28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문을 끝페이지부터 읽어요. 괜히 반갑네요^^(공통점을 찾고 싶은 팬심ㅎㅎ;) 페크님 글을 읽으며 여러모로 생각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9-01-28 12:42   좋아요 0 | URL
오호! 의외로 신문을 뒤에서부터 보신다는 분들이 계시네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요. 사설과 오피니언만 잘 읽어 놓으면 신문 90프로는 읽은 거나 다름 없지요. 중요한 이슈는 다 들어 있으니까 말이죠.

팬심... 그거 서로 갖도록 합시다... ㅋ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하루되시길바랍니다.

stella.K 2019-01-28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광고, 방송 프로, 살림 정보 이런 것만 봤었는데...
그나저나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그 진단 결과 확인할 때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이셨겠습니까?
저도 어디만 쑤시고 아파도 이거 혹시 암 아냐 할 때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우린 정말 하루하루 죽음을 유예 받고 사는 것 같아요.
그리고 별 일없이 하루를 마감하면 어찌나 안도하게 되는지...ㅠ

페크pek0501 2019-01-30 10:14   좋아요 1 | URL
각자 다르군요. 저는 신문을 맨뒤에서부터 보기 시작해서 잘 쓴 칼럼은 오려서 모아 놓는 게 취미예요.(나중에 다시 봐야지, 하다가 안 보게 되지만...) 그리고 스포츠는 제목만 보고 관심 있는 기사를 읽고 문화 면은 꼭 보죠. 가끔 작가 인터뷰나 책 소개가 나와요. 뮤지컬 같은 공연 기사도 나오고...

스텔라 님이 살림 정보를 보신다니... 깜놀~~~ 살림꾼이신가 보네요. 그러신 줄 몰랐어요.ㅋ

아, 그때 암 센터에서 예약했는데 예약이 밀려 있다고 2주 뒤에나 예약이 됐어요. 제가 2주 동안 얼마나 신경을 썼겠습니까? 아이도 그렇고. 스트레스 만당이었죠.

어디가 아프면 그건 암이 아닐 확률이 높아요. 차라리 아프면 낫죠. 아무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암 선고 받는 일이 주위에 많잖아요. 그야말로, 오늘도 무사히... 입니다.
그러니 매일 감사하며 살자고요. 굿 데이~~~ 랄랄랄

cyrus 2019-01-28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즐겨 쓰는 사람들마다 ‘글의 질’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글을 처음 써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글의 질’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혼란스럽게 느껴질 것 같아요. ‘글이 질’이라는 게 뭘까요? 생각해 보니 저 이 단어를 많이 썼는데 구체적으로 ‘글의 질’이 무엇인지 밝힌 적이 없어요. ^^;;

페크pek0501 2019-01-30 10:22   좋아요 0 | URL
글의 질이란 글쎄요, (저도 잘 모르지만...) 질 높은 글이 좋은 글이고 질 낮은 글이 좋지 않은 글이 아닐까요? 음식도 질과 양을 따지잖아요. 난 질보다 양이야. 그러면서 많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ㅋ

질 높은 글은 좋은 글을 말함인데 저의 경우에 칼럼을 쓸 때 새로운 관점으로 쓰기, 를 지향합니다. 당연한 걸 쓰지 않기, 를 생각하지만 쓰고 보면 당연한 걸 쓴 것 같아서 늘 만족하기 어렵죠. 아마 좋은 글이란 남이 생각하지 못한 특수성을 가질 것, 그러나 남이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가질 것, 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게 과제 같고 어려운 일이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걸 당신이 글로 썼네, 라고 하면 특수성(개성)을 갖고
그런데 읽고 보니 당신의 글에 공감이 가, 라고 하면 보편성을 획득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에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이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좋은하루보내십시오...


서니데이 2019-02-01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오늘부터 설연휴가 시작인 것 같아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2-03 13:16   좋아요 1 | URL
옙. 저는 지방에 2박 3일 갑니다. 며느리 역할 해야죠.

서니네이 님도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인사해 줘서 고맙습니다. 진심~ 진심~

카알벨루치 2019-02-01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명절연휴 행복한 시간되소서👏👏👏

페크pek0501 2019-02-03 13:17   좋아요 1 | URL
예. 행복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카알 님도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

댓글, 감사합니다.

AgalmA 2019-02-04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이비드 실즈는 존 치버의 일기가 소설보다 더 엄정하고 훌륭하다고 말하더군요. 존 치버는 자신의 일기가 읽힐 걸 감안해 썼기에 더 그러했을 거라고.

아무 일도 없는 날이었다 생각해도 막상 일기를 쓰다보면 그 날의 있었던 일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때 많아요. 올해는 일기를 더 열심히 쓰자 했는데 띄엄띄엄 작년보다는 열심히 쓰고 있어요;

연휴 평온하고 즐거운 시간되시길. 작년 추석에 어머니 때문에 응급실 간 거 생각하면 무탈도 복이지요.

페크pek0501 2019-02-07 14:15   좋아요 1 | URL
작가는 일기를 쓸 때에도 혹시 훗날 독자들에게 읽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군요.

띄엄띄엄 일기를 쓰는 것이 전혀 쓰지 않는 것보다 좋지요. 저는 생각해 보니 문맥 공부를 일기로 한 것 같아요. 문맥 공부를 따로 한 적이 없는데로 어떤 문장이 문맥이 잘 맞지 않는지 알고 있더라고요. 일기를 쓰면서 터득했나 봐요. 그런데 문장력이 좋아지진 않더라고요. ㅋ

그럼요, 무탈이 복입니다요.
님도 평온하고 즐거운 시간이 쭉~ 이어지길 바랍니다. 무탈이 짱! 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예전에 비해 과학과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오늘날 우리의 생활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산다. 풍요로운데 풍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을 한다.

 

 

20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30평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30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40평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또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자동차가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자동차가 있는 사람은 고급 자동차가 있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만족’이 부재하고 상대적 빈곤감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마샬 살린스(사회학자)에 의하면 오스트레일리아나 칼라하리 사막에 살고 있는 원시 유목 민족은 ‘절대적 빈곤’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풍요로움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느긋하게 수렵하고 채집하며 개인이 소유하게 되는 모든 것을 서로 나누어 가진다. 이들에겐 개인 소유물이란 없으며 아무것도 저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빈곤한 생활을 하면서도 그 속에서 풍요를 느낀다. 그들처럼 빈곤함에도 불구하고 풍요를 느끼며 사는 이들이 진정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풍요로운 삶을 살려면 그들처럼 ‘나누는 삶’을 실천해야 가능하다. 나눔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알고 많이 소유하려는 욕심이 없는 세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게 가능할까?

 

 

확실한 건 함께 나눌 줄 모르고 오로지 남의 나라에 비해 잘 사는 경제 대국이 되는 것만이, 또 남보다 많이 가진 부자가 되는 것만이 삶의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면 우린 행복에서 멀어져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부유한 나라가 되는 것보다 아름다운 나라가, 부유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는 마음의 자세가 우리에게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내게는 다음의 글이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로 읽힌다.

 

 

 

...............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김구 저, <백범일지>에서.
...............

 

 

요즘 우리는 체육계에서 일어난 성추행 · 성폭력 사건 그리고 끊임없이 폭로되는 갑질 행태의 보도를 접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강조하고자 했던 ‘높은 문화의 힘’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때다. 

 

 

 

 

원문은 여기로 ⇨ http://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666

 

 

 

 

 

 

 

 


......................................................
정보 :
저는 메이벅스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글도 메이벅스에 올린 글인데 파이낸스투데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메이벅스에 올린 글 중에서 글을 뽑아 파이낸스투데이에도
게재되는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호랑이 2019-01-27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글을 읽다보니, 현대 문명은 마실 수록 갈증이 더 나는 바닷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가치있게 여기는 삶의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니다.^^:)

페크pek0501 2019-01-27 22:35   좋아요 1 | URL
마실수록 갈증이 더 나는 바닷물, 표현 참 좋군요. ㅋ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행복을 안다면 물욕이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도를 닦겠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2019-01-27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7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평범이 왕이다 :

 

며칠 전, 오랜만에 얼굴 마사지를 받는 곳을 들렀다. ‘할인 이벤트’를 할 때 딸이 등록해 준 곳인데 쿠폰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마사지가 끝날 무렵 원장이 내 어머니의 안부를 물었다. 어머니가 몇 번 입원한 적이 있음을 알기 때문에 물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괜찮으시다고 답했다. 원장은 그동안 왜 그렇게 안 왔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일이 많았다고.

 

 

이어서 말했다. 내 소원이 무엇인지 아냐고, 내 소원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내 일상의 평화가 깨지지 않는 거라고. 원장이 재밌다는 듯 하하 웃었다. 웃고 나더니 내 말에 공감을 표했다. 만약 원장이 이삼십 대였다면 내 말에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장은 갱년기를 앓고 있는, 인생을 조금은 알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내 말 뜻을 잘 알아들었다. 원장은 자신이 병이 생겨 병원에서 큰 수술을 했고 그로 인해 조기 폐경이 된 일과 그 일로 우울증을 겪은 일에 대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내가 “평범이 왕이에요.”라고 하자 원장은 웃으며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평범하게 살기도 쉽지 않다고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평범이 왕이라는 말은 그날 처음으로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내 속생각이 그랬던 모양이다. 내가 내 속생각을 읽은 날이다, 그날은.

 

 

내가 글을 쓰고 책에 열광하는 걸 보는 사람들 중 일부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페크는 팔자 늘어졌네, 라고.

 

 

내가 팔자 늘어져서 친정어머니 집에 가서 쓰레기 버려 주고, 냉장고 살펴서 관리해 주고, 반찬은 얼마 남았는지 마음 쓰고, 당뇨병을 비롯해 몇 가지 병이 있으신 어머니 모시고 병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타 오고, 입원하라는 의사의 명령 한마디에 마음을 졸이며 어머니를 입원시키고 뒷바라지를 한 게 몇 번. 이렇게 산다. 기억력이 갑자기 떨어진 어머니가 치매 증상은 아닐까 싶어 병원에서 검사 받게 하고 이렇게 산다. 이번엔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어머니의 간 수치가 높아졌으니 검사를 받기 위한 예약을 해 놓고 가란다. 내가 팔자 늘어져서.

 

 

내가 팔자 늘어져서 ‘평범이 왕이다.’라는 말을 하고 산다.

 

 

(반어법을 써서 웃자고 한 얘기이지만 다 사실입니당~~)

 

 

 

 

 

 

 

 

팔자가 늘어져서 내가 요즘 열독하는 책들

 


1.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

 

...............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말이다.(47쪽)

 

“글쓰기의 최상은 잘 베끼는 것이다”라는 주장은 남정욱의 것인데, 나 역시 이 주장에 전폭적으로 동의한다.(48쪽)

 

남정욱은 오로지 자신의 통찰만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은 ‘무식한 생각’이라고 단언한다. 나는 동시에 ‘유치한 생각’이거나 ‘위선적인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48쪽)

 

-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에서.
...............

 

 

어떻게 글을 써야 좋은지에 대해 설득당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다.

 

 

 

 

 

 


2.

 

 

 

 

 

 

 

 

 

 

 

 

 

서민, <서민 독서>

 

 

...............
(...) 평생을 베스트셀러만 읽는 건 좋은 습관은 아니다. 식당에 갈 때마다 “여기서 뭐가 제일 많이 팔려요?”라고 물어 봤자 도움이 된 적은 드물지 않은가?(372쪽)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고르고, 다른 이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짬뽕을 먹고 눈물을 흘려 봐야 자신이 매운 것을 못 먹는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실패가 쌓이고 쌓여 자신만의 미각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책에 관한 자신만의 심미안이 생긴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무조건 읽으시라고. (...) 처음에는 괜히 읽었다고 후회하는 책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실패율이 점점 떨어지게 마련이다.(373쪽)

 

- 서민, <서민 독서>에서.
...............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당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다.

 

 

 

 

 

 


3.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설거지의 윤리학. 설거지는 밥을 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게 대체로 합리적입니다. 취식은 공동의 프로젝트입니다. 배우자가 요리를 만들었는데, 설거지는 하지 않고 엎드려서 팔만대장경을 필사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귀여운 미남도 그런 일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혹자의 삶이 지나치게 고생스럽다면, 누군가 설거지를 안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현대사는 19세기 유한계급 양반들이 게걸스럽게 먹고 남긴 설거지를 하느라 이토록 분주한 것이 아닐까요? 후대의 사람들이 자칫 설거지만 하며 인생을 보내지 않으려면, 각 세대는 자신의 설거지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세대 간의 정의justice입니다.(40쪽)

 

-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

 


재미있게 잘 쓴 글의 본보기를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다.

 

 

 

 

 

 

 

4.

 

 

 

 

 

 

 

 

 

 

 

 

 

 

 

블레즈 파스칼, <팡세>

 

 

...............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진실을 찾는 데 유용하지 않다면 적어도 자신의 삶을 규제하는 데는 유용하다. 이보다 더 옳은 일은 없다.(80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에서.  
...............

 


깊은 사유가 담겨 있는 글을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ren 2019-01-19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의 이 글을 읽으니 쇼펜하우어가 말했던 ‘초인종 소리‘ 생각이 다시 나네요.^^
* * *
˝나도 젊었을 때는 대문에서 초인종이 울리면 ˝야, 무슨 일이 있으려나 보다˝하고 기대했지만, 나이가 들어 인생의 참모습을 알게 된 뒤로는 똑같은 초인종 소리가 두려움을 느끼게 하여 ˝아, 무슨 골칫거리라도 생겼나?˝하고 혼잣말을 하게 되었다.˝ - 쇼펜하우어

페크pek0501 2019-01-19 21:21   좋아요 0 | URL
아, 오렌 님의 좋은 구절 뽑기는 거의 천재에 가깝네요. 글을 보면 탁 하고 스치는 책 구절이 있으시나 봅니다. 얼마나 독서를 많이 하시면 그럴까 헤아려 봅니다.
한때 쇼펜하우어 책을 정독한 저로서도 공감 가는 구절이 많았는데 여기 소개해 주신 글도 참 좋네요.
어릴 때 초인종 소리가 나면 반가운 손님이 오는 줄 알고 뛰어나갔던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초인종 소리가 나면 귀찮다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그래서 책 구입을 할 때도 늦더라도 한꺼번에 받기를 선택한답니다. ㅋㅋ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19-01-19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진짜 아무일도 없는 날, 평범하고 좋은 날 같아요.
그렇지만 가끔은 조금 더 행운이 가득한 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여러 가지 일로 요즘 많이 바쁘시군요. 어머님이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페크님, 오늘은 따뜻한 토요일이예요.
기분 좋은 일들 가득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1-19 21:26   좋아요 1 | URL
어머! 서니데이 님이 그런 걸 벌써 아시면 아니 되옵니다. ㅋ
저는 행운까지 바라지 않고 정말 평화로움을 바랍니다. 식구 중 누가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는 것, 식구 중 누가 아프지 않는 것, 무슨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이런 걸 바라고 살고 있네요. 사건이 없는 평범한 일상을 원해요.
예전에, 제가 너무 평범해서요, 이런 말을 하곤 했는데 얼마나 오만했던가를 깨닫고 있습니다. 평범이야말로 행복임을 알게 되었거든요.

내일 낮 3시 이후로 미세먼지가 다 날아간다고 합니다. 내일 친정에도 가고 많이 걸어야겠어요.
님도 기분 좋은 일들 가득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9-01-21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 장영희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지요.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서.
암에 걸려 고생하다 고비를 한 번 넘기고 나자
기적을 체험하는 것도 좋지만 평범하게 아무 일 없이 사는 게
더 좋은 일이라는 뜻으로 쓴 글을 읽으면서
매일 그날이 그날 같다는 말은 할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페크pek0501 2019-01-22 13:13   좋아요 1 | URL
정말 그렇네요. 예전, 어떻게 지내냐고 친구가 물으면, 그냥 그날이 그날이지 뭐, 라고 시들한 대답을 했는데, 그땐 그게 감사할 일인 걸 몰랐던 거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입원을 하고 또 갑자기 넘어지는 사고가 나서 긴장하고 응급실로 달려가고... 등등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게 되었죠.
인생은 길게 살아 봐야 뭔가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모를 무엇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댓글, 고맙습니다. 굿 데이~~.
 

 

 

 

 

 

 

 

 

 

 

 

 

 

 

 

 

최민자, <손바닥 수필>

 

 

 

 


나처럼 시적인 문장을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 같아서

 

밑줄을 그으며 읽고 있다.

 

이런 글을 좋아한다.

 

 

 

 

어디에 숨어 있다 나타나는 걸까.
가끔 나는 그가 궁금했다. 몸 안에 유숙하는지 몸 밖에 서식하는지 그조차 도시 알 수가 없었다. (...)
엊저녁, 욕실에서 비누칠을 하다가 우연찮게 그의 은신처를 알아냈다. 무심코 돌아본 벽거울 속, 뭉게구름 화창한 등판 한가운데에 어스름한 그의 그림자가 보였다. 아무리 애를 써도 만져지지 않는 견갑골 등성이 아래 후미진 골짜기, 허리를 구부려도 어깨를 젖혀 봐도 내 손이 닿지 않는 비탈진 벼랑 외진 그늘막에, 출구를 찾지 못한 한 마리 짐승처럼 그곳에 내 외로움이 산다. 나 아닌 타자만이, 오직 그대만이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한 조각 쓸쓸한 가려움이 산다.(30~31쪽, ‘외로움이 사는 곳’ 중에서)

삶은 농담 같은 진담, 목숨은 예외 없는 필패必敗. 그보다 더 쓸쓸한 일은 무심한 척, 쾌활한 척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속으로만 진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는 일의 시름과 덧없음마저 춤으로 환치할 줄 아는 저 가을 억새들처럼.(39쪽, ‘진땀’ 중에서)

시간이다.
시간은 고요를 가만두지 못한다. 사막의 바람이 모래알을 훔치듯 시간은 은밀히 고요를 부식시킨다. 시간이라는 괴물은 정적을 파먹고 온갖 부산스러운 것들을 흐름 위에 쏟아놓는다. 날이 밝으면 숭숭한 구덩이마다 숨겨놓은 시간의 알들이 왁자하게 부화할 것이다. 밤의 휘장을 찢어 햇덩이를 꺼내고 침묵을 휘저어 소음을 흩뿌리는 시간의 영묘한 연금술에 고요는 난폭하게 유린될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제 꼬리를 물고 맴을 도는 태극처럼 제자리에서 순환할 뿐, 시간은 어디로도 흐르지 않는다.(88~89쪽, ‘시간의 환생’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미터 길이의 직선에 손을 대지 않고 그 직선을 짧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의 답은, 그 직선보다 긴 직선을 위나 아래에 그어 놓는 것이란다. 그렇게 하면 원래 있었던 직선이 짧은 직선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짧다’라는 개념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어떤 불행한 일을 겪을 때 더 큰 불행을 생각해 내면 그 불행한 일이 작은 불행이 된다는 뜻의 구절이 <탈무드>에 나온다. “이보다 더한 불행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라”라는 구절이다.

 

 

이것의 예를 이렇게 들 수 있겠다. 십만 원을 잃어버리면 이십만 원을 잃어버린 더 큰 불행을 생각해 내서 그것보다 다행스런 일이라고 여기고, 화재가 나서 집이 타 버리면 인명 피해가 있는 더 큰 불행을 생각해 내서 그것보다 다행스런 일이라고 여기며 위안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가정보다 차라리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사는 남을 보고 위안을 받을 때가 더 많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전셋집에서 사는 사람이 월세를 내며 사는 친구를 보고 위안을 받는 경우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불행은 그리 대수로운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로 권여선 작, ‘사랑을 믿다’라는 단편 소설이 있다. 남자와 이별하고 실연의 고통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한 젊은 여성이 어머니 심부름으로 큰고모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거기서 우연히 불행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그 여성의 큰고모님 집을 철학관으로 잘못 알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누구는 친지의 희귀병 때문에, 누구는 유괴된 손자 때문에, 누구는 바람난 남편 때문에 절실한 마음으로 점을 보러 철학관을 찾아왔던 것.

 

 

그들의 기구한 사연을 듣게 된 그녀는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건만 그들의 딱한 사정에 마음이 강하게 끌리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큰고모님 집의 계단을 내려오면서 타인을 위해 빌었다. “희귀병을 앓는 친지의 완쾌를, 유괴된 손자의 생사를, 바람난 남편의 귀가를, 자식을 앞세운 뒤 늙어가는 부부의 평안과 명랑을 빌었다. 그녀가 타인을 위해 뭔가를 이토록 절박하게 빌어본 적은 없었다.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그녀는 스스로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꼈다.”(권여선 작, ‘사랑을 믿다’ 중에서)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꼈다는 것은 이제 남자와의 이별로 신음하던 그녀가 아님을 의미한다. 그 집을 방문하기 전과 방문한 후의 그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자신의 지독한 아픔도 싹 잊은 채 오직 남을 위해 마음속으로 절실히 빈다는 것은 자신의 아픔 따위는 거의 치유되었다는 걸 뜻하리라. 그런 불운한 일들을 겪으며 사는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고통은 별것 아니라는 깨달음이 그녀를 변화시켰으리라.

 

 

이 이야기를 통해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다. 첫째, 세상 어딘가에는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므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엄살떨어서는 안 된다는 것. 둘째, 사람은 타인의 불행을 보고 위안을 받는 잔인한 구석이 있다는 것. 셋째, 자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비교가 필수라는 것.

 

 

타인과 늘 비교하는 인간 심리로 인해 자신의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지 않아도 부자를 보고 나면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고, 그리 뚱뚱하지 않아도 자신보다 더 날씬한 사람을 보면 자신은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보다 열위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는 게 좋다는 결론에 이른다.

 

 

행복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뜻으로 솔제니친*은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사람은 행복해지기로 결심하고 있는 한 행복하다. 아무것도 그를 막지 못한다.”

 


   * 솔제니친 : 197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원문은 여기로 ⇨ http://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449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은빛 2019-01-16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불행을 보고 위안을 삼다니 정말 잔인하네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불행한 사람을 봐도 그건 그의 사정일 뿐, 제 처지는 변하지 않으므로 위안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지금껏 그런 생각을 해본적도 거의 없는 듯 해요.

사진 참 좋아요! ^^

페크pek0501 2019-01-16 15:02   좋아요 0 | URL
저도 잔인한 사람 중 하나예요. ㅋㅋ 타인의 불행을 보고 위로가 될 때가 있으니까요.
사진, 제가 찍었습니다. 사진을 잘 찍었다기보다 아이디어가 굿인 것 같지 않습니까. 지상만 찍지 말고 카메라를 공중으로 향해 찍어 보자, 했답니다.

가수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남이 하지 않은 것을 하자, 고 팔찌를 팔 윗부분에 끼고, 상의로 흰 러닝셔츠만 입고 무대에 서기도 하고, 상의를 반만 입고 어깨에 걸치고 나와 노래를 부르기도 하더군요. 유튜브 보면서 참 창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사진에 적용해 보려고 해요. 앞으로 별짓 다하며 사진을 찍어 보겠습니당~~
댓글, 고맙습니다.

2019-01-16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6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1-16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도 아니고 바로 며칠전 1월 10일 제 일기장에 끄적거려 놓았어요. ˝나는 오늘부터 행복하기로 했다˝
책을 읽던 중도 아니었고 그냥 갑자기,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행복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냥 그렇게 마음먹기 (결심)에 달린 것 아닌가 해서요.

페크pek0501 2019-01-16 15:04   좋아요 0 | URL
오오! 나인 님이 토지를 비롯해서 너무 열독하셔서 높은 경지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도를 터득하신 것 같네요. 저도 님을 뒤따라 가겠습니다. 속도는 천천히요.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