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밥 먹으러 어느 한식 음식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나서 밥을 먹으려고 하니 김치를 담은 보시기의 가장자리에 머리카락이 하나 붙어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그 김치를 먹지 않기로 하고 다른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먹으면서 머리카락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나는 다 먹고 나서 음식값을 낼 때 음식점 주인에게 머리카락이 발견된 사실을 알려 줘야 한다고 남편에게 말한다. 그래야 종업원들이 그런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우리처럼 똑같은 일을 겪는 손님이 없어야 한다고. 남편의 생각은 다르다. 남편은 음식점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말을 해선 안 된다고 내게 말한다. 어차피 사람은 실수를 하는 거라면서.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의견이 옳다고 내세우며 밥을 먹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이 몇 번 있는데 어떤 때는 음식점 주인에게 알려 주고 어떤 때는 알려 주지 않는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일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영업을 하는 사람에게 개선할 점을 알려 주려고 할 때 내가 마지막에 꼭 하는 말이 있다. “제가 드린 말씀이 영업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이다. 언제나 끝마무리를 잘해야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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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중학생이었던 딸아이의 목에 혹이 생겨 점점 커져서 무슨 병인가 싶어 큰 병원을 몇 번 찾았는데 어느 날 의사가 진찰하더니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암센터에 가서 다음에 병원에 올 날을 예약하란다. 딸아이와 나는 암센터에 가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것은 암이 의심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녀는 그 병원 암센터로 향하면서 걱정과 두려움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예약한 날에 딸아이가 조직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검사 결과를 이 주일 뒤에나 알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우리는 아연실색했다. 그건 우리한테 이 주일 동안이나 두려움에 떨며 지내라는 말에 다름 아니었으니.

 

 

그 이 주일 동안 딸아이와 난 입맛을 잃었으며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을 것이다. 단 하루도 ‘암일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걸 마음이 지옥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주일 뒤에 검사 결과를 보러 병원에 갔다. 다행히 암이 아니었다. 대수롭지 않은 병이라는 걸 확인하고 우리는 안도했다. 이때 난 지옥에서 빠져 나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제 딸아이는 성인이 되었다. 며칠 전 사랑니 때문에 아파하더니 사랑니를 뽑기 위해 치과 예약을 해 놓았다고 말한다. 사랑니를 뽑기 전에 맞는 마취 주사가 되게 아프다고 친구한테 들었다는 말도 늘어놓았다. 아플 게 걱정되냐고 내가 묻자 딸아이가 답했다. “아니, 옛날에 암센터도 갔다 왔는데 뭐.”

 

 

암센터 일로 딸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졌구나 싶었다.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남은 게 그때의 고통스런 느낌밖에 없다면 참 아쉬운 일이다. ‘마음이 힘든 시간’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앞으로 걸을 인생길에서 무슨 일을 겪든 잘 버티게 해 준다면 ‘마음이 힘든 시간’은 헛된 시간이 아니다.

 

 

나에게도 그런 경우가 있다. 감기로 인해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가 있는데 아픈 주사라고 할지라도 나는 겁이 나지 않는다. 애를 낳아 본 경험도 있는데 주사 따위는 출산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나 또한 살아오면서 ‘마음이 힘든 시간’을 여러 번 가졌다. 앞으로도 그런 시간을 가질 때가 있으리라.

 

 

나는 바란다. ‘마음이 힘든 시간’을 가질 때마다 그 시간이 그저 마음이 힘든 시간인 것만 아니고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 
‘그런 일도 있었는데’와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 중에서
어떤 제목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으로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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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7-19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이 더 좋은데요.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많이 힘들지요. 많이 상상하게 되니까요.
큰일 없으셔서 다행이네요.^^
잘읽었습니다.
오늘은 태풍 때문에 많이 덥고, 습도가 높습니다.
페크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7-20 17:43   좋아요 1 | URL
긴장되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건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검사를 하면 결과가 바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날씨가 덥지만 하루하루 여름이 흘러 가고 있다, 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8월 8일이 입추던데요, 그날만 와도 폭염이 없지 않을까 예상하며 기다립니다.
늦여름을 좋아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9-07-21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태풍은 소멸했다고 하지만, 남쪽은 피해가 크다고 하고,
주말 내내 습도 높고 흐리고 날씨가 좋지 않았어요.
다음주는 많이 더울 것 같아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7-24 22:46   좋아요 1 | URL
서울은 그동안 비가 얼마 오지 않았는데 오늘밤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비가 많이 온다고 합니다. 이번 장맛비가 끝나면 폭염이 오겠지요. 그래도 다른 여름에 비해 이번 여름은 덜 더운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요.
가뭄이 있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한곳에 폭우가 쏟아져서 비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골고루 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라도 시원한 여름을 보내시길...

cyrus 2019-07-22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각한 병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이 엄청 느리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꼈겠어요. 오히려 느리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들이 더 오래 기억됩니다. 저는 군인으로 살아왔던 기간이 살면서 가장 느리게 느낀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가끔 악몽이 되어 나타날 정도로 과거를 못 잊고 있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9-07-24 22:4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잘 모르지만 얼마나 고생이 될지 짐작은 합니다. 들은 얘기가 많아서요.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껴지죠. 지루하거나 힘든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 같고 컴퓨터를 하면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말이죠. ㅋ
주위를 살펴보면 힘든 일 없이 사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저마다 자기 몫의 힘듦을 견디며 사는 거죠.
어디에 집중하느냐의 문제라면 좋은 쪽에 집중하는 게 좋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19-07-23 0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검사 결과가 나오는 건 오래도 걸리는군요 아니 그냥 보내는 두 주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두 주는 다르겠습니다 큰 병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어떤 일을 겪고 나중에 그런 일도 있었는데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떤 일은 또 일어날까봐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건 마음이 단단해지는 일과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일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 생각하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19-07-24 22:53   좋아요 1 | URL
그렇죠 트라우마로 작용해서 역효과가 날 수 있지요.
저도 힘든 일을 끝내고 나면(예를 들면 친정어머니가 입원해 계시다가 퇴원하는 경우.) 하나 해 냈다는 생각에 안도하게 되더군요. 대체로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불행의 총량이 모두 비슷할 것이라는 저의 편견 때문이죠. 늘 행복하지도 않고 늘 불행하지도 않다고 보는 거죠.
맨끝에 쓰신 닉네임 두 자가 멋지게 보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폴리쿠시카는 『레프 톨스토이, <무도회가 끝난 뒤>, 펭귄클래식 출판』에 수록되어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 참고 사항 : 옮긴이 주(367쪽)에 따르면 ‘강제 징집’은 제정러시아의 주요 징병 제도로서, 영지 주인에게는 아무나 징집에서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그 대신 대리병을 찾거나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했다고 한다. 군에 징집되면 20년 또는 그 이상 복무해야 했는데 살아 돌아오는 자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1. 줄거리

 

‘포크롭스코예’라는 마을에서는 세 명의 남자가 강제 징집 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셋 중 두 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한 명을 누구로 정할 것인가로 의견이 분분했다. 영지 관리인은 집안 농노인 폴리쿠시카(폴리케이)를 보내고 싶어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폴리쿠시카는 평판이 좋지 않은 데다 곡물 같은 것을 훔치다 들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제 징집의 대상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여주인(주인마님)은 그를 신병으로 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여주인은 폴리쿠시카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귀여워했고 더구나 폴리쿠시카의 나쁜 행실을 성경의 가르침으로 바로잡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폴리쿠시카는 대다수 사람들이 훌륭한 장인이라고 인정하는, 말을 돌보는 수의사다. 그는 다른 마을의 종마 사육장에서 자랐는데 그 일대에서 제일가는 도둑인 말 사육사 밑에서 자라며 도둑질을 배웠다. 원래 선량한 사람인데 어느새 훔치는 일에 익숙한 젊은이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도둑질에서 그만 손을 떼고 싶었지만 술을 좋아하고 의지가 약해서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도둑놈 보듯 했고 강제 징집 시기가 돌아오자 일제히 그를 지목했다. 


  
이런 폴리쿠시카에게 여주인은 심부름을 시킨다. 먼 길을 떠나 상인(정원사)에게 가서 큰돈을 받아 오라는 심부름이었다. 폴리쿠시카는 매우 가난했지만 심부름으로 받아 올 큰돈에 욕심을 갖지 않았고 심부름을 맡게 되어 행복한 마음이 되었다. 큰돈을 받아 술을 마시지 않고 무사히 와서 주인마님에게 전해 주면 주인마님의 신뢰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자기에 대한 사람들의 나쁜 평판이 달라지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폴리쿠시카는 주인마님이 직접 타고 다니기도 하는 바라반(말)이 끄는 짐마차를 타고 심부름을 하러 떠났다. 마침내 그는 정원사로부터 거금이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아 안전하게 품에 넣고는 선술집도 술 판매점의 유혹도 모두 이겨 내고, 자신의 손에 들어온 돈이 거금이라는 사실에 어린애 같은 만족감을 느꼈다. 이제 거금을 주인마님에게 전해 주는 일만 남았다. 거금을 주인마님에게 전해 주고 나서 주인마님에게 받을 치하의 말과 심부름 값 5루블과 기뻐하는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껏 꿈에 부풀었다.

 

 

폴리쿠시카는 모자 안으로 돈 봉투를 넣어 모자를 쓰고 짐마차를 몰며 집으로 향했다. 모자 안에 넣은 돈 봉투를 잃어버릴까 봐 모자를 벗어 돈을 만져 보기도 했다. 어서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서서히 날이 밝아 왔고 밤새 한숨도 이루지 못한 폴리쿠시카는 졸기 시작했다. 졸면서 짐마차의 횡목에 머리를 부딪치기 시작했다. 그는 집에 다 와서야 잠이 깼다. 잠이 깨자마자 얼른 모자를 움켜쥐었다. 그는 돈 봉투가 모자 안에 있으리라 굳게 믿으며 모자를 벗지 않았다. 그런데 집까지 100걸음 정도 남겨 두었을 즈음 폴리쿠시카는 느긋하게 모자 안감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돈 봉투가 없었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점점 사라졌다. 그는 말을 세워놓고 돈 봉투를 찾아보았다. 돈은 어디에도 없었다. “세상에!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지? 아, 이제 이 일을 어째!”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그러는 동안 주인마님은 폴리쿠시카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나 폴리쿠시카는 돌아오지 않았다. 심부름으로 받은 돈을 잃어 버린 폴리쿠시카는 스스로 목매달아 죽는다.(평판이 나쁜 폴리쿠시카였기에 돈을 잃어 버렸다고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아 절망감에 빠져 자살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의 시신은 다락방에서 발견되었다. 폴리쿠시카의 아내는 아기를 씻기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손에서 아기를 떨어뜨리고 남편의 시신이 있는 그곳으로 달려 나간다. 그때 아기의 머리가 물속에 빠져 죽게 된다. 그리하여 폴리쿠시카의 아내는 남편과 아기를 같은 날에 잃게 되었다.

 

 

한편 강제 징집 대상이 된 일리야(일류시카)는 큰아버지 두틀로프가 돈을 내고 자신이 강제 징집 당하는 걸 막을 수 있는데도 돈이 아까워 그렇게 해 주지 않는 거라고 원망한다. 두틀로프는 그런 조카에게 연민을 느낀다.

 

 

두틀로프는 폴리쿠시카가 잃어버린 돈을 가지고 주인마님을 찾아온다. 두틀로프는 조카 녀석을 신병으로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그 돈을 발견한 것이라며 폴리쿠시카가 모르고 떨어뜨린 게 틀림없다고 말한다. 주인마님은 그 돈 때문에 폴리쿠시카가 죽었으므로 불길한 돈으로 여겨 돈도 반갑지 않고 두틀로프의 방문도 반갑지 않다. 주인마님은 두틀로프에게 그 돈을 가져도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인마님의 허락 하에 그 거액의 돈은 두틀로프가 갖게 된다. 결국 이 돈으로 조카 일류시카가 강제 징집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니 조카인 일류시카와 그의 가족과 두틀로프는 그 돈 덕분에 불행을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이 불행을 피하게 되어 기쁨에 들떠 있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욕을 퍼부으며 얼굴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두틀로프가 조카인 일류시카 대신 신병으로 보내기 위해 거금을 지불하고 산 지원병인 알료하였다.

 

 

이 소설의 결말은 다음과 같다.

 

 

폴리쿠시카는 죽었고, 징병을 피하게 된 일류시카와 그의 가족은 기쁨에 들떠 노래를 불렀으며, 징병 대상자가 된 알료하는 불행한 사람이 되어 분노하였다. 

 

 

 

2. 인상적인 문장

 

“많은 문제가 돈에서 생겨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133쪽)

 

 

“누구한테는 (돈이) 재앙인데 누구한테는 복이라니, 원.”(160쪽) 


 
“죄 짓지 마시오.” 주인 손에 선금을 쥐어 주며 두틀로프가 말했다. “결국 사람은 모두 죽는단 말이오.”(176쪽)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네 편의 소설 모두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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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그럼 우리는 이 영화들을 보면서 무엇을 발견하게 되는가? (...) <꿈속에서 만나요>에 묘사되는 세계는 따분한 곳이고 심지어 불쾌하기까지 하다. 그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따분하긴 마찬가지다. 그들은 기생충 같은 존재다.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머릿속으로 ‘기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 영화에 나오는 독신 여성인 대너와 그 여자 친구들인 레아 펄먼과 준 스큅은 아무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내용 있는 대화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브리지 게임을 하고 남자를 만나러 나가는 것뿐이다. 진지한 취미를 가진 사람도 없다. 정치, 문화, 넓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 두지 않는다. 이타적인 정신이나 어떤 꿈을 가진 사람도 없다. 역겨운 시가를 피우면서 자기 요트 자랑이나 늘어놓는 샘 엘리엇도 마찬가지다. 대너와 샘은 잘 어울리는 짝이다. 둘 다 깊은 감정도 없고 내면세계도 없는 사람이니까. (...) 이 불행하고 불쾌한 영화의 교훈은 인간의 복잡성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복잡성은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이런 분석의 필연적인 귀결은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우리에게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삶에 무관심해지고 무기력한 상태가 되기 쉽기 때문에 진실한 사랑을 하는 데 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 마사 누스바움, 솔 레브모어,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326~328쪽.
............... 

 

 


이 글을 독자에게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걸로 읽을 수 있다. 밑줄 친 문장을 내 식대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내용 있는 대화를 나누며 살아라.
진지한 취미를 가져라.
정치, 문화, 넓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두어라.
이타적인 정신이나 어떤 꿈을 가진 사람이 되어라.
깊은 감정과 내면세계를 가져라.

 

 

이런 사람이 되어야 좋은 인생을 살 수 있고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동의한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인생길을 가면서 만나는 일들에 대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유쾌하게 살자.

 

 

 

 

 

 

 

 

 

 

2.
무용을 배우러 다녔고, 문학 토론 강의를 들으러 다녔고, 친정어머니가 사시는 집을 자주 방문하였고, 자주 걸었으며, 집안 살림을 했고, 책을 읽고 글을 썼으며, 두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한마디로 내 몸 에너지를 다 쓰며 지냈다. 그러던 중 외출할 일이 삼일 내내 생겼다. 그러고 나서 병이 났다. 다행히 잔병이었다. 손등에 습진이 생겼고, 눈에서는 실핏줄이 터져 빨갛게 되었고, 이 눈이 나을 즈음 이번엔 다른 한쪽 눈에서 결막염이 생겼으며, 목의 임파선이 부었다. 한마디로 고단한 몸으로 살다 보니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져서 최근 몇 주를 잔병에 시달리며 병원을 다니며 쉬었다. 몸이 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칼럼 연재를 중지하고 쉬었다. 큰 병이 나지 않기 위해 잔병치레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잔병으로 인해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뭐든지 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건 나의 장점이다.

 


참고 사항 :
몸이 피곤하면 눈의 실핏줄이 터지는 모양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예문이 나와 있는 걸 봤다. 

 

예문) 얼마나 피곤했는지 그의 눈의 실핏줄이 터져서 벌겋게 되었다. 
 

 

어떤 기사에서 봤는데 중장년층은 자기 운동 능력의 70프로 미만으로 운동하는 게 좋다고 한다.

 

 

이번에 깨달은 것 : 일상생활에서 몸 에너지를 70프로 미만으로 쓰는 게 좋겠다. 왜냐하면 에너지 100프로를 다 쓰고 고단함을 느껴 이제 쉬려는데 갑자기 외출할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 예를 들면 친척 초상집에 갈 일이 생겨 갈 수 있다. 이렇게 쉬지 않고 몸을 무리하게 움직이게 되면 병이 난다. 그러니 에너지를 70프로만 쓰고 30프로는 늘 몸에 비축해 두는 게 좋겠다는 것.

 

 

(이것을 여러분도 염두에 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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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1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7-11 1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궁금했던 참이어요. 70%만 사용하기. 명심할께요. 남은 30%는 없어지는거라 아까워말고 내일을 위해 저축해둔다 생각해야겠지요.
휴식기 가지시길 잘 하셨습니다.

페크pek0501 2019-07-11 14:01   좋아요 1 | URL
예. 잔병치레가 없었다면 계속 go go 했겠지요. 그러다가 큰 병에 걸릴 수 있고요.
몸의 신호를 잘 알아차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체력이 약해서 그런지 조금만 무리하면 목 임파선이 잘 부어요. 그럼 스톱, 한답니다.
나인 님도 건강 관리 잘 하시면서 글 쓰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9-07-11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한동안 많이 바쁘셨군요. 건강은 조금 어떠신가요.
2번에 있는 내용을 읽으면서 그동안 있었던 페크님의 일들을 생각해봅니다.

오늘 페이퍼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70퍼센트만 쓰고 30퍼센트는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내일 또 쓰고, 남겨서 그 다음날 또 쓰고요. 하루에 많이 쓰면 그 날은 다 썼다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빨리 좋아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7-12 11:36   좋아요 1 | URL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운동도 피곤을 느낄 정도로 하지 말고 그 전에 멈추는 게 좋다고 하네요.
예. 여름을 시원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그러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9-07-11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에 자주 실핏줄이 터지는 횟수가 많아지면 그냥 놔두지 말고 병원에 가보셔야 해요. 고혈압의 전조일 수 있어요. 저희 어머니가 고혈압 증세가 있는데, 이게 눈에도 영향을 줬어요. 그래서 지금도 어머니는 안과를 계속 다니면서 안약을 투여하고 있어요.

페크pek0501 2019-07-12 11:4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그래서 병은 비밀로 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하는군요. 알리고 나니깐 의사도 가르쳐 주지 않는 고급 정보를 주시네요. 명심하겠습니다.
다행히 실핏줄이 터진 건 처음입니다. 처음이라 많이 놀랐습니다.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자신의 가장 약한 부위에서 병이 난다고 해요. 저는 눈이 약한 편이라고 봐야겠지요. 아무래도 독서와 노트북 사용으로 남들보다 눈을 혹사하는 경향이 있으니 그런가 보다 했어요.
이삼십 대엔 괜찮으나 사오십대가 되면 몸을 많이 쓰면 병이 난다고 합니다. 많이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축구 선수들이 나중엔 무릎을 많이 써서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쟁이들은 책과 컴퓨터로 눈을 피로하게 하니 주의가 필요한 것 같아요.

다행히 혈압은 정상입니다. 무용, 걷기 등으로 혈압은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또 모르는 일이 자주 체크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얻었습니다.

scott 2019-07-11 2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잔병이 아닌것 같습니다. cyrus님 조언처럼 병원에 꼭가셔서 정밀검사 받아보세요.
칼럼 연재까지 중지 하실 정도로 몸상태가 안좋으신데 하루 빨리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9-07-12 11:47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합니다. 실핏줄 터진 환자에겐 정밀 검사를 해 준답니다. 어제 안약이 떨어져서 병원에 갔더니 이젠 안약을 끊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일단 다 나았다고 보아지는데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습니다.
scott 님도 건강 관리 잘 하셔서 오래 오래 알라딘에 남아 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번에 너무 겁이 나서 절필을 해야 되나, 심각했답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한수철 2019-07-11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얼마 전에 안과에 어떤 결론을 들으러 가신다는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잘.. 그.... 음.... 파이팅하십시오!!!

그나저나 ˝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건 나의 장점이다.˝라는 문장이 좋네요. ;)

예컨대 배우 한석규가 어떤 영화에서- 어떤 영화인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어떤 이유로 울던 중에 어떤 이유로 또 잠깐 웃는 그런 느낌이 드는, 좋은 문장 같아요.

저는 이 문장이 이 글의 전체를 지탱케 하는 유의미한 유머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어요.

뭐 그렇다구요, 좋은 밤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7-12 11:5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제가 그렇게 댓글을 썼었지요. 어제 님의 답글을 봤습니다. 그동안 알라딘에 로그인을 하지 않고 살아 늦게 답글을 봤어요.
이젠 안약을 끊어도 된다고 검사를 맡았으니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러나 건강은 늘 살펴야 하는 일이겠지요.

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를 그렇게 보셨군요. 역시 남다른 시각을 가진 분이라 남다른 댓글을 쓰시네요. 긍정적으로 해석하자, 뭐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는 꼭 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버릇이 있더라고요. 저도 신기한 일입니다.

반가운, 오랜만의 나들이십니다. 칩거하지 마시고 앞으로 댓글 마실도 다니고 그러시길 바랍니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사람들 사이를 다니며 살아야 한다고 봐요. 때론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건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제가 잔병에 대해 썼더니 여러 알라디너 분들이 걱정과 조언을 해 주시어
황송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굿 데이~~~
 

 

 

 

 

 

제목 : 애인, 친구, 책을 비교한다면

 

 

예전에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여러 연령층의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맞히는 퀴즈가 있었다. 그중 재밌는 퀴즈가 있었는데 ‘평생 애인 없이 살기’와 ‘평생 친구 없이 살기’ 중에서 어떤 것이 낫다고 사람들이 선택하는지를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답은 ‘평생 애인 없이 살기’였다. 조사한 사람들 중 70% 이상의 사람들이 애인보다 친구를 더 중요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애인에 비해서 친구가 더 자신에게 잘해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 같다. 애인과 싸우거나 결별할 때 위로해 주는 것은 친구인 경우가 많고 또 외로울 때도 위로를 해 주는 것은 친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애인은 가끔씩 적대적 관계에 있게 된다고. 그래서 애인은 늘 내 편일 수 없다고.

 

 

만약 사람들에게 애인, 친구, 그리고 여기에 책을 넣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면 어떻게 될까. 이번에는 ‘평생 애인 없이 살기’, ‘평생 친구 없이 살기’, ‘평생 책 없이 살기’ 중에서 가장 끔찍한 삶을 고르라면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이 중에서 ‘평생 책 없이 살기’가 가장 끔찍할 것 같다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 나도 여기에 속한다. 내게 책이 없는 세상은 살맛 없는 세상이다.

 

 

애인은?

 

 

애인이 있어서 좋은 점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쁨과 달콤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쁜 점은 상대에 대한 의무가 따른다는 점이다. 연애를 하면 언제든 상대가 불러내면 아무리 외출이 귀찮은 날에도 만나러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나가지 않는다면 상대는 섭섭해 하거나 화를 낼 것이다. 또 생일같이 특별한 날은 꼭 챙겨 줘야 하고 아플 땐 더 마음을 써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물론 사랑에 빠지면 그런 의무를 다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여러 통계에 따르면 오래 사귈수록 달콤한 설렘도 점점 퇴색한다고 하니 오래 사귀면 애인으로 인해 귀찮게 여겨지는 일이 생길 듯하다. 결국 두 사람 중 더 좋아하는 쪽이 있기 마련이고, 더 성의 없는 쪽이 있기 마련이어서, 한쪽은 화를 내고 다른 한쪽은 화를 풀어 줘야 하는 관계가 되기 쉽다. 혹자는 ‘연애’하면 떠오르는 게 ‘스트레스’라고 했다. 연인 관계에서는 싸움이 많아지기 때문이란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주는 게 애인이란 존재가 아닐까 한다.

 

 

친구는?

 

 

친구는 애인에 비해 기쁨을 덜 주지만 스트레스도 덜 준다. 애인에 비해 서로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관심이 많지 않으니 싸울 일도 많지 않다. 친구의 좋은 점은 늘 그 자리에 있어 준다는 점이다. 애인은 한동안 만나지 않으면 이별할 확률이 크지만 친구는 소원하게 지내다가도 언제든 만나면 예전의 친숙했던 친구 관계로 돌아가게 된다. 단점은 무관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구보다는 애인이나 가족을 더 챙기기 때문에 섭섭할 때가 생길 수 있다.

 

 

책은?

 

 

그러면 책은 어떠한가. 애인이나 친구를 만나는 일과 비교하면 책을 만나는 일엔 의무도 없고 섭섭함도 없다. 그저 흥미로운 책을 대할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이 생길 뿐이다. 싫증이 날 새가 없이 새 책은 매일 쏟아져 나와 설렘이 이어진다. 한번 책의 달콤한 열매를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자연히 책의 세계로 빠져 들게 된다. 독서만큼 값이 싸면서도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없으며(몽테뉴), 독서하는 사람은 참된 벗, 친절한 충고자, 유쾌한 반려자, 충실한 위안자가 없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M. T. 바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질

 

 

나에게 재능이 있다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질이다. 나에게 그 자질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책을 읽으면 어떠한 잡념도 사라지고 책 내용에 곧장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는 한 나는 행복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길 것이다. 행복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타인에 대해 시기하지 않고 너그러워진다는 점이다. 시기심이란 자기보다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공연히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므로,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공연히 시기심을 갖지 않는다.

 

 

행복한 독서광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돈 많은 친구를 만나면, “넌 부자가 되거라, 난 책으로 행복할 테니.”라고. 옷을 멋지게 입는 친구를 만나면, “넌 멋쟁이가 되거라, 난 책으로 행복할 테니.”라고. 나에게 만약 ‘부자인 것’과 ‘책이 주는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책이 주는 행복’을 택하리라. ‘멋쟁이인 것’과 ‘책이 주는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책이 주는 행복’을 택하리라.

 

 

 

책이 넘쳐서 책장에 못 들어가고 있는 책들

 

 


책을 보면 참 잘생겼다고 느낀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볼 때면 또는 책이 방바닥에 쌓여 있는 것을 볼 때면 나는 그것의 잘생긴 외양에 감탄하곤 한다. 이보다 더 잘생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전자책의 출현으로 인해 종이책의 종말을 논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한 장 한 장 넘기는 종이의 질감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에 의하면 독서의 두 가지 동기는 독서를 즐기려는 것과 읽은 책에 관해 자랑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책에 매료된 적이 있는 사람은 즐거움을 얻으면서 동시에 자랑거리를 갖게 하는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겠다.

 

 

책과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책과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 서점에서 사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 새 책의 첫 장을 펼치는 것/ 새 책의 빳빳한 질감을 느끼는 것/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책을 읽는 것/ 책에서 외우고 싶을 만큼 좋은 구절을 발견하여 연필로 밑줄을 긋는 것/ 책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드는 것/ 독서광인 친구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책과 관련하여 내가 싫어하는 것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책이 구겨지는 것/ 내가 아끼는 책을 누군가가 빌려 달라고 하는 것/ 책을 재밌게 읽고 있는데 갑자기 외출할 일이 생기는 것/ 아끼던 책이 오래되어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는 것/ 책 읽으며 안구건조증이 느껴지는 것/ 전자책의 편리성 때문에 종이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신문 기사를 보는 것.

 

 

 

* 어느 플랫폼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 26번째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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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6-19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에 꽂지 못한 책들은 저렇게 탑으로 만들어놨어요. 저러면 책 한 권 빼기가 귀찮아요. 특히 책탑 제일 아래에 있는 책을 꺼낼 때가 난감해요. 그리고 책탑 사이사이에 먼지가 쌓여 있어요. 가끔은 책탑 전부를 해체하고 바닥을 청소해줘야 해요. ^^;;

페크pek0501 2019-06-21 21:4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렇게 탑으로 쌓아 놓는 이유는 먼지가 덜 앉기 때문이에요. 보기에 맨 위의 책만 먼지가 앉을 것 같잖아요. 하지만 님이 말씀하신 대로 책 사이사이에 먼지가 많아요. 자주 닦아야 합니다. 예전엔 유리로 된 문을 닫는 책장을 썼어요. 다시 책장을 산다면 유리 문이 있는 책장을 사야 할까요. 그런데 책을 꺼낼 때마다 문을 열고 닫아야 하는 게 불편하지요.

다시 보지 않을 책은 버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책 사랑... 뭐든 사랑이 지나치면 난감한 일이 생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moonnight 2019-06-19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인 친구 모두보다 책입니다 ㅎㅎ;; 와인 한 잔 따라놓고 책 읽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페크pek0501 2019-06-21 21:49   좋아요 0 | URL
사랑이 뭔지 알게 되면 애인이란 존재도 시시해지지요. 이혼한 사람들도 대부분 한때 사랑해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생각하면 사랑이니 애인이니 하는 게 참 시시해집니다.

책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책에 한번 빠져 버린 사람은 영원할 것 같습니다.
와인 한 잔 따라놓고 책... 멋지십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한 독서 시간이 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문나잇 님.

2019-06-19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21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9-06-19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방도 페크님처럼 책으로 둘러쌓여 있어 잠잘곳도 마땅치 않아요ㅜ.ㅜ

페크pek0501 2019-06-21 21:54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 오랜만입니다. 건강 괜찮으시지요?

잠잘 곳이 마땅치 않을 정도라니 상상이 갑니다. 책을 위한 방인지 사람을 위한 방니지 모를 지경이겠습니다. 그래도 행복하게 느껴지는 걸요.
감사합니다.

맑은 생각 2019-06-22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없다면 마음까지 없다.ㅎㅎ

페크pek0501 2019-06-25 11:5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이 글의 좋아요 수가 높은 것은 이곳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알라딘이어서일 거예요.
댓글,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9-06-22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책장이 멋지네요. 책탑의 책도 적절한 크기로 잘 정돈된 느낌도 들구요. 제 책탑은 곳곳에 쌓여있다보니 서재의 멋을 찾아보기 힘이 듭니다.ㅜㅜ

페크pek0501 2019-06-25 11:58   좋아요 1 | URL
책장이 오래되었는데 싫증이 나지 않네요. ㅋ 똑같은 책장 세 개를 붙여 놓은 것입니다. 구석에 다른 책장이 하나 더 있어서 기억 자로 책장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건 찍히지 않았어요. 그건 다음 기회에 공개하기로 하죠.
책탑이란 말이 멋지군요. 그냥 그렇게 쌓인 것이지 따로 연출하진 않았어요.
사진이 잘 나온 것이지 실제로 보면 깔끔하지 않습니다. ㅋ
사진의 효과가 성공인 셈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9-06-25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도 책상위에 책이 많이 있는데, 갈 곳이 없어요. 그렇다고 이전에 산 책을 버릴 수도 없고요. 그 책도 안 읽은 책이 거의 많거든요. 책은 좋은데, 계속 신간이 많이 나오니 사게 되네요.^^;
페크님, 오늘 서울은 32도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더운 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오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7-01 13:45   좋아요 1 | URL
아직 견딜 만한 더위입니다. 곧 폭염이 시작되겠죠. 눈에 문제가 생겨서- 결막염 등 - 안과에 다니고 있고 그래서 책을 끊고 오디오북을 즐겨 들었어요. 오늘 안과에 가서 다 나았는지 확인하고 올 생각입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삶을 사는 것에 - 평범한 삶에 - 감사하고 싶은 날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성에 2019-06-28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사랑, 하면 저도 할 말 많습니다.
먼 대학시절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샀던 책을 지금 까지도 끌어 안고, 벽 한면을 가득 채운 한글 책들을 어떻게
대물림하나 하는 것이 장차 난감한 이국 생활입니다.
글을 쓰려면 여러 자료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도와주는 내 자식같이 사랑스러운 책들,
저의 자랑은 내 인생 성장과 고락을 함께 묵묵히 지켜주는 나와 함께 묵어가는 책들입니다.

페크pek0501 2019-07-01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이국 생활에는 그런 고민이 있겠군요.
저는 자식들에게 제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깨끗한 책은 도서관에 기증하고 나머지 책은
고물상에 그냥 넘겨 주라고 할 참입니다. 이미 말한 바 있어요.

그러니까 살면서 버리기, 가 중요할 듯해요. 버릴 줄 아는 것도 실천하면서 배워 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얼마전, 삼사십 권을 버렸는데 더 버려야 할 책이 있는데 쉽지 않네요. 말씀하신대로 정말 자식 같은 사랑스러운 책들이라서...

하루하루 즐거운 시간으로 채워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