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19 :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전국이 비상 상태다. 전염을 막기 위해 모두가 되도록 외출을 삼가야 한다.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난 미세먼지가 우리가 공동으로 겪어야 하는 최악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출현으로 미세먼지는 먼지처럼 아주 작은 문제가 되어 버렸다. ‘최악’을 아무 데나 붙여선 안 되는 거였다.

 

미세먼지는 전염성이 없으니 타인을 불신하는 일은 없으며, 본인만 마스크를 끼고 조심하면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염성이 있어서 타인을 전염병 보균자인 양 불신하게 되고, 본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되니 참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하겠다.

 

 

 

 

 

 

2. 코로나19로 무용도 스톱 :
매주 무용을 하러 가면 35분 동안 발레와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 또 35분 동안 현대 무용을 배운다. 발레와 스트레칭은 현대 무용을 하기 위한 기초 운동인 셈이다. 이렇게 총 70분 동안 운동을 하고 나면 숨이 차고 땀이 나고 목이 마르다. 이 느낌이 나는 좋다. 운동다운 운동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진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무용센터 원장이 지난주부터 휴강을 결정했다.

 

뉴스를 지켜볼 때마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확인한다. 공포스럽다. 
 

 

 

 

 

 


3. 코로나19로 출판 작업도 스톱 :
내 책의 출간일을 변경했다. 원래 계획은 내가 책에 실을 글을 골라서 교정, 수정하여 3월에 원고를 출판사로 넘기면 한두 달 뒤 책이 출간되는 걸로 돼 있었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겨주면 거기서 교정 작업을 해 주고 필요시 나를 호출하면 내가 출판사에 가서 표지, 목차, 사진 등에 대해 의논하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삼가야 해서 원고를 넘기는 날을 미루기로 했다. 그러니 책 출간도 늦어질 것이다. 봄 출간 계획이 여름 출간 계획으로 변경된 것인데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또 변경해야 할 것이다.  

 

 

 

 

 

 

4. 우리는 총 없는 전쟁을 치르는 중 :
우리는 전쟁 중이다. 총이 없는 대신 사람 자체가 폭탄일 수 있는 이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아 모두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고, 문을 닫는 식당이 생기고, 결혼식은 연기되는 등 불편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장례식장에 조문객들이 오지 않아 난처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있다.

 

그 누구보다 한 집에서 사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 자신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은 현실. 그래서 가족조차 함께 밥을 먹기가 꺼려지는 비극적인 현실. 이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모두가 안전해지는 날이 빨리 오길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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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3-01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쉽게 됐네요. 그래도 책 출판은 이메일로 이루어지는 작업들이 많아
사람과의 접촉이 그리 많지 않으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내요.
하긴 지금은 때가 때이니만큼 모든 게 다 멈춘 느낌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무탈하게 보내는 것 밖엔 바라는 게 없어졌어요.
모쪼록 빨리 안정되서 책이 잘 나오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0-03-01 16:35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연기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되더군요. 이메일이나 폰의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물은 다를 것 같아서요. 책이야 나중에 내도 되니 난처한 일은 아니고...
다만 언제까지 조심하며 공포 속에 살아야 하나 걱정입니다.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것도 답답하더군요.

책에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고요,
모두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cyrus 2020-03-01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집안에서만 생활하면 불편한 점이 많지만, 그중 제일 불편한 점은 도서관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

페크pek0501 2020-03-02 11:51   좋아요 1 | URL
그렇겠군요. 일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피해야 하니까요. 폐쇄 조치가 된 곳도 많더라고요.
이스라엘 연구소가 몇 주 뒤면 백신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희망을 갖고 있어요. 실현되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0-03-10 13:10   좋아요 1 | URL
저는 도서관에서 최대 권수 꽉꽉 채워 빌려왔다가 2번 연장하고도 다 못읽고 반납하는 경우도 많았던지라
도서관 못 다니면서 오히려 빈수레 요란 제 독서법을 깨닫게 되더라고요....흑흑

페크pek0501 2020-03-11 10:02   좋아요 0 | URL
코로나19로 다 나름대로 고충이 있네요. cyrus 님과 얄라알라북사랑 님은 도서관에 못 가는 게 불편하겠군요. 저는 무용 센터에 못 가는 게 불편하답니다. 운동 부족이에요. 발레와 스트레칭으로 찌뿌둥한 몸을 쫙쫙 찢어 줘야 시원하거든요.
그래서 어젠 한 시간 이상을 걸었어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2020-03-04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5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0-03-09 0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교도 개학 개강을 더 미룬 듯하더군요 어린아이는 유치원이나 학교에 못 가서 집에서 뛰기도 한답니다 그것 때문에 층간소음 문제가 생겼다더군요 요즘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으니... 가까운 곳에는 잠깐 나가고 걸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마스크보다 손을 잘 씻으라고 하더군요

책 계획한 것보다 나중에 나오게 됐군요 여름에는 나오기를 바랍니다 여름에는 지난 봄에 그랬지, 한다면 좋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손은 잘 씻어야겠습니다

페크 님 어딘가에 나가거나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다 해도,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3-10 12:03   좋아요 1 | URL
밖에서보다 실내 안에서 더 마스크를 껴야 한다고 하네요. 밀폐된 공간이 아닌 한 밖이 더 안전하다는 말이지요.

모두가 답답하게 사는데 책 출간 늦어지는 게 문제겠습니까. 어서 코로나19가 종결되어야 할 텐데요...

손 너무 자주 씻어서 거칠어질 지경입니다.ㅋ

희선 님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머리를 자르고 싶은데 단골 미용실이 쉬는 날이라서 다른 미용실에 들어갔다. 그곳 원장은 머리를 자르기 전에 거울로 내 단발머리를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머리 어디서 자르셨어요? 오른쪽과 왼쪽의 머리 길이가 다르잖아요. 잘못 자른 거예요.”라고.

 


  나는 “아, 그래요.”라고만 답했다. 그 원장은 내 머리를 잘랐던 미용사의 기술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미용 실력을 돋보이게 하려고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나를 그 미용실에 다니게 만들려고 그렇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정약용의 <정선 목민심서>에 이런 글이 있다. 「‘전임자와 후임자의 교대’에는 동료로서의 우의가 있어야 하니, 내가 내 후임자에게 당하기 싫은 일은 나도 나의 전임자에게 하지 않아야 원망이 적을 것이다. 전임자의 흠이 있으면 덮어주어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또 죄가 있으면 도와주어 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선 매달 ‘반상회’라는 게 있었다. 반상회가 열린 그 집에 들어서니 거실에 운동 기구가 있었다. 러닝머신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새것으로 보였다. 모여든 이웃들은 그걸 보며 집주인에게 한마디씩 했다. 가격이 얼마인지, 매일 운동하는지, 이걸로 운동하면 과연 살이 빠지는지 등등. 한데 갑자기 누군가 그 운동 기구의 단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무릎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면서 바꿀 수 있으면 다른 상품으로 바꾸라고 말한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집주인은 기분이 나빴는지 표정이 좋질 않았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내가 안구 건조증이 있어서 컴퓨터 화면을 많이 보면 눈의 피로를 느끼는데 안구 건조증 예방에 블루베리가 좋다는 걸 알고 블루베리 과즙 한 박스를 구입한 날이었다. 그것을 들고 오다가 집 부근에서 이웃을 만났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렇게 말했다. “블루베리를 사셨군요. 요즘 가짜가 많다는데.”

 

 

  나는 미소만 짓고는 그냥 돌아섰지만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요, 이미 샀는데 나더러 어쩌라고요. 가짜일까 하고 의심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블루베리를 먹으란 말인가요? 설마 그게 당신이 바라는 건 아니겠지요?’

 

 

  <탈무드>에 따르면 다음 두 가지 경우에는 거짓말을 해도 된다. 첫째, 어떤 사람이 이미 사 놓은 물건이 어떻냐고 물을 때다. 설령 물건이 나쁘더라도 좋다고 말해도 된다고 한다. 둘째, 갓 결혼한 부부를 만났을 때다. 이때도 “부인이 아주 미인이십니다. 두 분이 아주 잘 어울리는군요.”라고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선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오히려 거짓말을 해서라도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해 주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겠다. 
 

 

  ‘배워서 남 주나.’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무엇이든 배우고 나면 바로 자신에게 유리하니 열심히 배워 두라는 말이다.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배우면 남도 이롭게 하고, 배우지 않으면 남을 해롭게 한다고. 예컨대 배려를 배우면 타인을 이롭게 하고, 배려를 배우지 않으면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  
 

 

  나도 ‘해서는 안 될 말’을 할 때가 있었으리라.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 ‘해서는 안 될 말’이 있음을 꼭 기억해 놓고 말할 때 신중하기로 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숱한 잘못과 실수를 범하며 산다. 오늘 나만 해도 그렇다. 샤워하면서 물을 많이 썼으니 지구의 소중한 자원을 소비했다. 쓰레기를 많이 버렸으니 지구를 더럽혔다. 산책하면서 땅바닥의 개미를 밟았으니 귀한 생명을 죽였다.

 

 

  누구나 살면서 물을 쓰지 않을 수 없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수 없고, 개미를 밟지 않을 수도 없으니 이것들은 피치 못할 일들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삼가는 것은 노력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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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0-02-27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0-02-27 16:51   좋아요 0 | URL
저도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겠지만
노력은 해 봐야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2020-02-27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7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0-02-27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글로 저를 돌아보게 하네요~~
매번 저지르는 말실수를 어떡하면 좋을까요, ㅠㅠ
말을 하고 나면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조심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또 실수를 해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반복되네요^^
항상 조심할것을 또 다짐해봅니다**

페크pek0501 2020-02-27 18:4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말 실수를 안 하면 페크가 아니랍니다. ㅋㅋ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실수였단 걸 안다는 게 저를 미치게 만듭니다.
차라리 실수했음을 모르고 살면 좋겠어요. 마음이나 편하게... 하하~~
댓글, 감사합니다.

2020-02-29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9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03-01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인은 ‘사실‘을 알린다는 사명감을 가질지 모르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무례나 오만이 되기 십상이죠.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고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세태에서 정도를 넘어서는 일이 너무 많은 거 같습니다.
가짜뉴스가 떳떳이 활개치고 기레기 소리 들으면서도 언론도 그러고 있고 공인마저 그러고 있으니 참...

페크pek0501 2020-03-01 14:12   좋아요 1 | URL
저도 갈등할 때가 있어요. 이거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대부분 말을 하지 않는 걸로 정하죠. 왜냐하면 유익한 조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상대측이니까요. 이 부분이 판단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말조심. 강조할 만하다고 봅니다. 말로 상처를 받는 일이 흔한 지라...

댓글, 감사합니다.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입니다.

 

 

 

 

 

실수를 자꾸 저지르는 앤은 아주머니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어머, 아주머니, 정말 모르세요?
한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예요.
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요.」
- 백영옥,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148쪽.

 

 

 

 

 

 

 

 

 

 

 

 

 

 

 

 

 

 

 

 


글을 쓰다 보면 슬럼프가 찾아올 때가 있다. 나에게도 몇 번이나 슬럼프가 왔다 갔다.

 

 

학창 시절에 어느 계곡에서 놀다가 깊은 물속에 빠져 버린 적이 있다. 물속에서 어쩔 수 없이 물을 먹으며 발버둥치는 내 몸이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계속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내 발이 땅바닥에 닿았다. 이때다 싶어 난 발로 땅바닥을 뻥 차고 올라와서 물 위로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만약 물속의 땅바닥이 발에 닿지 않았다면 그때의 내 수영 실력으론 물속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었으리라.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본다. ‘내 몸이 물속으로 점점 가라앉을 때마다 내 마음은 점점 더 깊은 절망 속으로 가라앉았다.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아 무서웠다. 그런데 내 발이 땅바닥에 닿는 순간 절망은 희망으로 변했다. 그 땅바닥이 절망의 한계점이었다. 절망이란 것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라고 앤이 말한 것처럼, 곰곰이 따져 보면 무엇인들 한계가 없겠는가. 절망에도 한계가 있고 슬픔에도 한계가 있고 슬럼프에도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슬럼프에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합시다. 슬럼프의 한계점에서 새 각오로 다시 시작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에요.’ 슬럼프에 빠졌다는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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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6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6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2-16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영옥 작가의 책이군요. 백영옥 작가 매주 <동네책방>에 나오는데
작가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더군요.
작가로 등단하기 전 패션잡지 기자였다고 해서 그런지 옷도 잘 입고.
말도 잘하고. 아직 책을 읽어 본 적은 없는데 책을 어떻게 쓰나 읽어 보고 싶긴 하더군요.

오늘은 정말 날씨가 미친하루 같더군요.
그래도 오늘 하루는 눈이 주인공 맞는 것 같습니다.
점점 눈 보기가 귀해졌는데 나 아직 안 죽었어 하는 것 같아
눈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더군요. 사실 눈은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 눈을 보니 괜히 짠해지더군요. 괜히 미워했다 싶어요.ㅠ

페크pek0501 2020-02-16 20:12   좋아요 1 | URL
백영옥 작가가 글을 톡톡 튀게 쓰는 재주가 있더군요.
앤의 멘트를 좋아하는데 이 책의 에세이도 괜찮답니다.
예를 들면, 애플이 사과, 라는 뜻만 있던 때가 좋았다, 같은 표현이요.

빨강머리앤을 사면서 이 책도 함께 샀답니다.

오늘 눈이 오는 바람에 눈 사진을 올리고 싶어졌고
그러다가 짧은 글이라도 써서 올려야겠다 싶어 올리게 되었다는...ㅋ

반가운 스텔라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20-02-17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너무 추워서 외출을 못 하겠어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2-17 13:44   좋아요 0 | URL
그렇죠? 갑자기 추워지니 정말 겨울 같습니다. 어느새 봄이 오는 건 아닌가 싶게
따뜻했다가 말이죠.
감기 조심, 코로나 조심, 게다가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도 있어서 넘어지지 않게 조심... 조심할 게 너무 많네요.
후애 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0-02-18 0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동안 안 좋기도 해요 그게 주기로 찾아온다고 할까 그래선지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거기까지인지도 모르겠네요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왔다 갔다 합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닐 것 같네요 예전에 물속에 빠졌을 때 많이 무서웠겠습니다 그래도 땅바닥 차고 올라와서 다행이네요

눈 내리는 모습 위에서 바라보는 거 멋지네요 겨울이 가기 전에 눈다운 눈이 왔어요 18일, 오늘 아침에는 더 춥다고 합니다 오늘 지나면 풀리겠지만, 페크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2-18 10:59   좋아요 0 | URL
바닥까지 치지 않는 슬럼프라면 다행입니다. 최악이 바닥을 치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자주 슬럼프가 온다는 건 자주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시간‘이 있다는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생각의 전환... 겨울을 춥다고만 하지 말고 덥지 않아서 좋다, 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ㅋ

사진은 우리 집 12층에서 찍은 거랍니다. 눈이 오면 내려다보는 재미가 있어요.

희선 님, 오늘도 꾸준함을 잃지 않고 지내 봅시다. 요즘 가장 좋은 무기는 꾸준함이라고 생각하는 바...
추운 대신 요즘 미세먼지가 없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크고 아름다운 벽”을 쌓아서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막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상은 너무 극단적이어서 예외적일 것 같지만, 아쉽게도 이 세상에는 그러한 트럼프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기적인 속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많은 나라들의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공유하는 속성이다. 그들은 늘 벽을 쌓고 싶어 하지만, 그 벽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환대와는 거리가 먼 분리와 적대의 벽이기 때문이다.」
- 왕은철, <환대예찬>에서.

 

 


누구에게는 죽음의 벽이 될 그것에 대해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트럼프에 대해 놀랍다. 그가 미국 대통령인 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는 인생을 살면서 약자의 입장에 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단 말인가. 어려운 이웃에 대한 공감 능력이 그렇게 없다니 정서 지능이 낮은 건가. 오갈 데 없는 이민자들에 대한 결정에서 최소한 심리적 갈등이라도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지구 전체는 한 마을이라는 뜻의 ‘지구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한 도시의 불행은 그 나라의 불행으로 이어지고, 한 나라의 불행은 다른 나라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세계는 하나인 게 좋은 점도 있지만 이번엔 나쁜 경우다.

 

 

이민자들에 대해 “크고 아름다운 벽”을 쌓겠다는 트럼프의 결정은, 세계는 하나가 아님을 증명한다. 

 

 

타자에게 이해와 포용을 필요로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있다면 슬픈 일이다. 

 

 

 


 

 

 

 

 

 

 

 

 

 

 

 

 

 

 

 

 

 

..........................
사족 :
문학을 하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글을 쓰는 이들이라면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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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1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1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0-02-11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정말 지구가 다 이어졌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군요 좋은 걸로 그런 걸 느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좋지 않은 거여서 아쉽습니다 중국 우한시에서 사람이 나오지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했다는 말을 봤을 때는 소설에서 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생각했어요 날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함께 살려고 해야 할 텐데...

다른 나라 사람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벽을 아름답다고 말하다니...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 처지를 생각해야겠지요

페크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2-12 12:30   좋아요 1 | URL
저도 코로나 때문에 비상이에요. 서점 가서 책 구경을 하고 싶은데도 자제하고 있답니다. 친구 모임도 안 갖게 되고 그러네요. 서로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의견 통일이 되더라고요.

만약 우리가 오갈 데 없는 민족으로 태어났다고 가정한다면 트럼프가 증오스럽겠죠.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만 잘 살면 되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하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긴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0-02-15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6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6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6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03-01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해외 인터뷰 들으니 국가의 강경한 차단책은 국민에게 정부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일종의 치장용이라는 데 저도 공감이 갔어요. 문재인 정부는 왜 그러지 않는가 같은 비난 보면 바로 그렇죠.

페크pek0501 2020-03-01 14:15   좋아요 1 | URL
표가 나게 일한다는 게 쉽지 않죠. 성과나 결과만 중요시하면 다른 문제에 봉착할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서 말이죠.

누가 정치를 잘했느냐 하는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역사가 되었을 때 비로소 진실에 가까운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에 수록되어 있는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를 읽고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1. 즐거운 나들이에 대해서
‘나’(여자)와 ‘제희’(남자)는 연인 관계에 있다. 「제희와 같이 다니다보면 남자친구라기보다는 자매나 친한 남매 같을 때가 많았고 나는 그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좀 즐거웠다.」(140쪽) ‘나’는 제희의 가족 네 명과 함께 수목원에 나들이를 간다. 수목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부터 제희네 가족은 의견 차이를 보인다. 소음이 신경 쓰이니 에어컨디셔너를 끄자는 제희의 아버지와 더워서 끌 수 없다는 나머지 사람들의 의견 차이였다.

 

 

즐거운 소풍 같았던 ‘수목원 나들이’는 결국 즐거운 나들이가 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선 날씨가 더웠고, 제희의 어머니는 제희의 아버지에 대해 원망을 가지고 있었고, 게다가 수목원은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없었고, 식구들의 의견은 통일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으며, 제희가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소설은 즐거운 가족 나들이가 되기 위해서는 즐거운 나들이를 하겠다는 마음가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이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한다.

첫째,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씨여야 한다.
둘째, 식구들 사이에 원망이나 미움이 없어야 한다.
셋째, 나들이하기에 손색이 없는 목적지여야 한다.
넷째, 식구들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누군가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가족 소풍만 해도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즐거운 소풍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헤아려 보게 된다.

 

 

 

 

 

 

2. 생각해 볼 만한 점
「제희네 부모님은 주변 상인들하고 계를 들어서 크게 현금을 돌리곤 했는데 어느 해, 제희네 어머니의 소개로 계원이 된 여자가 곗돈을 가지고 달아났다. 제희네 어머니와는 자매처럼 지내던 사이로 일이 벌어지고 보니 시장 안에서 신용이 있었던 재희네 이름으로 여러 상인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돈을 빌리기까지 했던 모양이었다. 모두 합치자 큰돈이 되었다.」(142쪽)

 

 

그리하여 재희네 어머니에게 그 책임이 전가되어 큰 빚을 지게 되었다. 물론 재희네는 그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처지였다.

 

 

이때 다음의 1)과 2) 중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 그 빚이 어머니 자신이 쓴 돈이 아니니까 주변 사람들 몰래 식구들과 도주해 버린다.

 


2) 어머니 자신이 쓴 돈은 아니지만 다섯 명의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 빚을 끝까지 갚아 나간다.

 

 

 

제희네는 빚을 갚기로 결정한다.

 

 

「그들은 아이들을 기르며 빚을 갚겠다고 결심했다.」(143쪽)


 
제희의 부모인 두 사람은 빚을 전부 갚기도 전에 늙어 버렸고 그래서 제희네 누나들과 제희가 그 빚을 갚으며 살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형편이었으므로 제희네 누나들 가운데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제희네 부모님은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 왜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지 않았을까.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의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았을까. 빚을 떠안으면서 딸들에게 짐을 지운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을까. 자신들의 양심과 도덕에 따랐지만 딸들의 인생을 놓고 봤을 때는 부도덕한 선택이 아니었을까.」(144쪽)

 

 

생각 1) 만약 제희네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도망갔다면 빚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큰 타격을 받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 2) 빚을 떠안으면서 부모들 자신의 양심은 지켰지만 자식들에게 짐을 지게 함으로써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생각 3) ‘나와 나의 가족에게 유리한 길’과 ‘인간으로서의 옳은 길’ 중에서 어느 길을 가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3. 인상적인 문장에 대하여 느낀 점
1) 「카트에 실린 짐이 자꾸 아래쪽으로 쏟아졌다. 제희는 비탈에 무릎을 꿇고 짐을 다시 쌓은 뒤 고무줄을 더 팽팽하게 조였다.」(157쪽)
→ 여러 명의 짐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제희의 모습에서 한 사람의 희생이 있어야만 가족 공동체가 유지됨을 느끼게 한다.

 

 

2) 「위쪽에 맹금류 축사가 있더라고 나는 말했다. 똥물이에요.

저 물이 다, 짐승들 똥물이라고요.」(161쪽)
→ 남들이 음식을 먹고 남은 찌꺼기(똥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수목원이 아니라 쾌적한 호텔로 나들이를 했더라면 짐승들의 똥물을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돈 없이는 즐거운 나들이가 불가능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하필 나들이의 목적지에서 짐승들 똥물을 보게 된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운이 나빴을 뿐인지 모른다.

 

 

3)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162쪽) (‘나’와 결혼한 사람이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 라는 말 같다.)

→ 의미심장한 말로 읽힌다. 내 생각엔 자신의 의지대로 살기도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의 상황에 따라 살기도 하는 게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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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엔 맹금류’는 다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은 단편 소설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글은 소설의 주제와 무관할 수 있는, 그저 나의 감상임을 밝혀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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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2-11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어서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수목원에 갔을 때 안 좋았다 해도 ‘나’는 제희와 식구가 되지 못한 걸 아쉬워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식구라 해도 여럿이 함께 어딘가에 가면 삐걱거리기도 하는 듯해요 그런 것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이 될지...


희선

페크pek0501 2020-02-12 12:33   좋아요 1 | URL
‘나‘는 여행 가 보고 나서 제희네 가족에게 실망해서 돌아섰는지도 모르죠.
명확히 쓰지 않은 걸로 봐서, 작가는 독자의 상상에 맡깁니다,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땅이 젖어 있더라고요. 밤에 비가 왔나 봅니다. 미세먼지가 씻겨 나가면 좋겠네요.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