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 전원교향곡 / 배덕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6
앙드레 지드 지음, 동성식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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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에겐 아내와 다섯 명의 자녀가 있다. 그런 목사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눈이 먼 소녀를 자기 집에 데려와서 키우게 된다.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소녀는 목사의 집에서 교육을 받으며 하나씩 배워 나간다. 목사와 목사의 아들은 소녀를 사랑하게 되어 삼각관계로 얽힌다. 소녀는 성장하게 되고 개안 수술을 받아 세상을 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목사가 일기 형식으로 쓴 것이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곡>이다.

 

 

과연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목사일까, 목사의 아들일까? 시력을 되찾은 그녀가 가장 놀라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세상을 보게 되어 이전보다 행복해질까? 행복해진다면 명작이 아닐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궁금해 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전원교향곡>을 읽는 동안 자주 밑줄을 그었고 그 내용에 푹 빠져들곤 했다. 나를 열독하게 만드는, 이렇게 마음에 스며드는 소설을 만난 게 반가웠다. 예전에도 읽은 적 있는데 그때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제야 이 작품이 불후의 명작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재독의 가치를 느끼며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놀라고 감탄했다. 

 

 

내가 밑줄을 그은 문장 중 몇 개 골라 옮기고 그것과 관련한 내 생각을 달아 보는 것으로 리뷰를 쓰고자 한다. 

 

 

『“(중략) 나는 베르길리우스의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시구 다음에, 우리가 배운 ‘자신의 행복을 안다면’보다도, 차라리 ‘그들의 불행을 모른다면’이라는 구절을 붙였으면 해. 불행을 모를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232쪽)

- 앙드레 지드, <좁은 문 · 전원교향곡 · 배덕자> 중 ‘전원교향곡’에서.

 

→ 만약 우리 모두가 장애인이라면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불행한 점을 모른다면 불행한 사람으로 살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남과 비교하여 자기가 남보다 못한 그 차이로 인해 불행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정말로 땅은 새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름다운가요? 사람들은 왜 그걸 더 말해 주지 않을까요? 목사님은 왜 제게 이야기해 주지 않으세요? 제가 그걸 보지 못한다는 걸 생각하고 저를 괴롭히게 될까 봐 그러세요? 잘못 생각하시는 거예요. 제가 새들의 노래를 얼마나 잘 알아듣는다고요. 새들이 말하는 걸 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르트뤼드, 눈이 보이는 사람들은 너만큼 새들의 노래를 잘 듣지 못한단다.”』(238쪽)
- 앙드레 지드, <좁은 문 · 전원교향곡 · 배덕자> 중 ‘전원교향곡’에서.

 

→ 맹인이 아닌 우리는 새소리가 들려 와도 그것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서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맹인은 눈에 보이는 게 없어 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새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눈 뜬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모른단다.” 하고 나는 마침내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곧 부르짖었다.
“그렇지만 보지 못하는 저는 듣는 행복을 알아요.”
그녀는 내게 바짝 다가와서 어린 아이들처럼 내 팔에 꼭 매달려 걷고 있었다.
“목사님, 제가 얼마나 행복한 줄 아세요? 목사님을 즐겁게 해 드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절대 아니에요. 절 좀 보세요. 거짓말을 할 때는 얼굴에 나타나지 않아요? 저는 목소리만 듣고서도 그런 걸 아주 잘 알아요.』(244~245쪽)
- 앙드레 지드, <좁은 문 · 전원교향곡 · 배덕자> 중 ‘전원교향곡’에서.

 

→ 비장애인은 장애인에 비해 들을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할 줄 모른다. 귀로 들을 수 있음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에 하나 이상의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가 없는 신체 기관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듣는 행복을 아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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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1-18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앙드레지드의 전원교향곡 책 이야기를 읽다가, 어? 우리 나라 오래전에 나온 영화 중에 그런 내용 있었던 것 같은데? 하고 검색해보았는데, 1974년에 나온 <청녀>라는 작품이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곡을 원작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해요. 그 영화 오래되어서 제목도 잘 모르고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은 첫번째 문단의 내용 보고 생각났습니다.

페크pek0501 2021-01-19 12:44   좋아요 1 | URL
원작으로 재구성할 만한 작품 같아요. 일단 재미가 있거든요. 고전 중에 재미없는 건 정말 재미없잖아요. 이건 흥미롭게 전개된답니다.
개안 수술로 눈이 뜬 그녀가 목사의 외모를 보고 실망했나 봐요. 이런 얘기는 나오지 않지만 제 추측이에요.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자기가 사랑한 사람은 딴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요. 목사는 늙었거든요. 이에 반해 목사의 아들은 멋진 청년으로 자랐거든요. 안 그래도 목사는 그녀가 수술로 눈을 뜨게 된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낀답니다. 늙은 자기를 보고 실망할까 봐요.
멋진 하루 보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21-01-19 0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도 딱히 자신이 소리를 듣지 못해서 힘든 게 없었는데, 부모가 그걸 못 봐서 인공와우 수술을 시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것 때문에 아이는 이런저런 시끄러운 소리를 듣게 돼요 인공와우는 실제 귀로 듣는 것과는 다른 듯해요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되면 그걸 아주 힘들어하지만,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사람은 그걸 힘들어하지 않는 듯합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모르는 걸 알기도 해요 그런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보이지 않아서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들리지 않아서 듣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닌 듯합니다 비장애인 눈으로만 보면 안 될 텐데 그럴 때가 더 많겠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1-19 12:48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이라면 생활에 익숙해져서 불편을 모르는 것 같아요. 성장해서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불행을 느끼는데 이것도 잘 극복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책에서 보니깐 장애인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불행하게 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장애가 없으면서도 불행을 느끼는 사람도 많은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죠.
좋은 하루가 되시길...댓글, 감사합니다.


2021-01-22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1-02-02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좁은 문]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전원교향곡]은 읽은 적이 없네요.
이 책을 사서 [좁은 문]도 다시 읽고, [전원교향곡]도 읽어봐야겠어요.
언제나 시간과 우선순위가 문제군요.
소개글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1-02-03 09:49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두 작품을 재독할 생각으로 구매한 책이었는데 좁은 문보다 전원교향곡이 더 마음에 닿았어요. 예전에 읽었을 땐 잘 몰랐는데 마치 처음 읽는 것 같더라고요. 일기체 형식이라 친근하게 읽혀요. 재독을 강추합니다.
언제나 필요한 건 시간이지요. ㅋㅋ
댓글, 고맙습니다.
 

 

이번 겨울에 눈이 몇 번 왔습니다. 

 

오늘도 눈이 왔어요.

 

눈이 올 때마다 눈이 녹기 전에 사진을 찍어 두었습니다.
 
겨울에만, 그것도 눈이 오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서 사진을 올립니다.

 

 

 

 

 

1) 부엌 창문으로 보이는, 눈 내리는 풍경.

 

 

 

 

 

2)

 

 

 

 

 

3)

 

 

 

 

 

4) 베란다 창문으로 보이는, 눈 쌓인 풍경.

 

 

 

 

 

5)

 

 

 

 

 

6) 동네 근처의 눈 쌓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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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18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두번째 사진 눈을 품고 있는 雪山이 한폭에 수묵화네요 페크님에 글쓰기 영감은 주방에서 ^ㅎ^ 피어남

페크pek0501 2021-01-18 14:46   좋아요 2 | URL
2)번은 눈 내리고 있는 사진입니다. 공중에 떠 있는 눈, 보이시죠? 눈이 내릴 땐 안개에 젖은 것처럼 뿌옇답니다.
제 글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주방이 글쓰기 영감을 주는 걸로... ㅋ ^()^

stella.K 2021-01-18 15: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행히도 이번엔 눈이 쌓아지 않고 녹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저는 추운 것도 그렇긴 하지만 눈 쌓이면
심난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이번 주 수요일이 한 해 마지막 절기인
대한이어요. 대한 지나고 나면 입춘이죠. 봄이 머지 않았어요.
그럼 좀 살 것 같아요. 다행히 이번 추위도 길지 않을 거라고 하고.^^

페크pek0501 2021-01-18 16:01   좋아요 2 | URL
우리에게 눈 구경을 시켜 주고 나면 눈이 녹아야 해요. 미끄러질까 봐 나갈 수가 있어야죠. 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이번 겨울엔 눈 구경을 실컷 했어요.

아, 벌써 봄 운운하십니까. 곧 꽃샘 추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접할 것 같긴 하군요.
2월만 되어도 겨울이 가고 있단 느낌이 들긴 하죠. 2월 마지막 주에 봄방학이라는 게 있기도 하고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cyrus 2021-01-18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도 눈이 내렸는데, 바닥이 얼 정도로 눈이 쌓이지 않았어요. 지금은 오전부터 내린 눈은 다 녹았어요. ^^

페크pek0501 2021-01-18 17:09   좋아요 0 | URL
서울도 눈이 녹았지만 일부의 땅엔 눈이 남아 있어요. 특히 지붕 위에는 그대로 눈이 있어서 겨울 풍경이 느껴집니다. 서울은 눈만 왔다하면 교통 혼잡이 일어나서 반갑기만한 눈은 아니에요. 눈 내릴 땐 보는 게 좋지만요. ㅋ

서니데이 2021-01-18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 겨울엔 눈이 많이 내리는 것 같아요. 어느 날 밤에 눈 때문에 하얗게 된 풍경을 보면 낯설기도 한데, 금방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사진이 좋은 것 같아요.
페크님 댁에서 보는 풍경은 눈이 내려도 참 예쁘네요.^^

페크pek0501 2021-01-19 12:37   좋아요 2 | URL
맞아요, 사진을 찍어 놓지 않으면 남는 게 없어요. 눈을 보니 겨울이 낭만적으로 느껴지지요? 그런데 현실은 미끄럽고 춥다는...살기 불편하다는... ㅋ

추운 날, 그저께인가 봐요. 걷기 운동하러 나가서 한 시간 이상을 걸었는데 얼마나 춥던지 겨울나무를 여러 장 찍었는데 장갑을 벗고 찍으니깐 손이 얼더라고요. 이러다간 감기 걸리겠다 싶어 얼른 왔지요. 날씨가 우리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게 되네요. 좋은하루되세요.

희선 2021-01-19 0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눈 많이 왔군요 날씨에서 말한 것만큼 눈이 아주 많이 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건 다행이네요 좀 추워진다고 합니다 그 추위가 오래 가지 않아야 할 텐데... 눈이 올 때 눈이 쌓인 걸 사진으로 담아서 좋았겠습니다 그런 풍경 언제 볼지 모르기도 하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1-19 12:39   좋아요 2 | URL
올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렸어요. 언제부턴가 서울도 눈이 귀해졌는데...
겨울엔 추워진다는 말이 무섭고, 여름엔 더워진다는 말이 무섭지요.
막상 눈을 보려면 귀한 게 눈이랍니다. 그러니 눈 많이 올 때 찍어 둬야 해요.
좋은하루보내세요.

후애(厚愛) 2021-01-20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저께 대구는 눈이 아닌 눈이 내렸어요. ㅎ
함박눈이구나 했는데 눈가루 정도(?)였어요.
부엌 창문으로 찍으신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정말 잘 찍으셨어요.
액자에 넣어두고 싶네요. ㅎ

페크pek0501 2021-01-21 14:08   좋아요 0 | URL
스마트폰의 편리성 때문에 제가 덕을 봅니다. 안 그러면 사진 찍기 어려웠을 텐데 말이에요.
눈 내릴 때면 마치 안개비가 내리는 것 같아 보인답니다.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운치죠.
좋은 하루 보내세요.^^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1-01-21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독의 가치! <전원 교향곡>, 페크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아련하게 기억 나는 걸 보니 꽤꽤 오래 전에 읽었나봅니다. 여러 번 다시 읽으시는 마음의 여유 덕분에 더 많이 보시는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1-01-23 12:14   좋아요 0 | URL
이젠 다독보다 정독이 좋더라고요. 예전엔 독서 목록에 적고 싶어서 다독을 즐겼지요. ㅋㅋ 어느 정도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다독보단 정독이 더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깊이 읽기가 되거든요. 책 내용을 통찰하는 것 같은... 좀 과장해서요.
좋은 책만 골라 목록을 따로 적어 두고 약 50권쯤?... 노년에는 그 50권만 반복해 읽는 걸 해 복고 싶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새로운 해가 뜨는 내일이 매일 있다.

 

 

 



새해 들어 여러 일간지에 발표된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약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소설, 시, 시조, 희곡, 동화, 평론 등 각 분야별 당선자 중에는 젊은이가 많았지만 50대와 60대도 있었습니다. 해마다 발견하는 건 당선자 중에는 나이가 적지 않은 이가 반드시 있다는 점입니다. 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번에 당선되지 못한 이들은 낙담했겠지요. 그런 낙선자들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제 이야기부터 해야겠군요. 저에게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살아 온 긴 세월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여름에 저의 첫 책인 생활칼럼집이 출간되었을 때 기뻤습니다. 책이 많이 팔리느냐 적게 팔리느냐 하는 건 그다음 일이고 제 글을 담은 책이 세상에 나왔고 그 책이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책 한 권의 저자가 되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고 보람이었습니다.

 

 

사실 제 책을 출간하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했고 결혼한 뒤에 글을 쓰고 싶었지만 글쓰기에 몰두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10년을 보내야 했고, 14년 동안은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요. 아이들이 다 성인이 되고서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어 제 책이 완성된 것입니다. 뒤늦게 출간하게 된 책이어서 기쁨이 배가되었습니다. 앞으로 제 생활에 활력을 줄 글쓰기를 하며 조금씩 나아가고자 합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옷 적시는 가랑비의 힘을 믿으려 합니다.

 

   

아쉽게도 저는 글쓰기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함도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 재능은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꾸준히 쓰며 살아갈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제가 오르고 싶은 곳에 도달할 수 없더라도 지금보다는 목표점 가까이 가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태양을 향해 쏜 화살은 태양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손에 쥔 화살보다는 멀리 간다는 건 확실할 테니 말입니다. 이는 낙선자 여러분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인생 전체를 오전과 오후로 나눈다면 저는 제 인생의 오전을 다 살았고 현재 인생의 오후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노후를 편안히 보내기 위해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게 생겼습니다. 다음과 같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몸과 마음이 건강할 것. 둘째, 돈 걱정이 없을 것. 셋째,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가질 것 등입니다. 이 글에서 저는 세 번째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신춘문예 낙선자들은 글쓰기 취미를 이미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완결해서 투고할 정도의 실력까지 갖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들입니까. 글쓰기의 매력을 알고 있는 이들은 큰 복을 하나 가진 셈입니다. 왜냐하면 마음이 허전하거나 근심 걱정이 있거나 또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때 글쓰기가 그것들을 견디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사례로 10대 소녀가 전쟁의 공포를 느끼며 좁은 은신처에서 글을 써서 <안네의 일기>라는 유명한 작품으로 탄생한 경우를 들겠습니다. 그 당시 그녀는 글을 쓰면서 그 어두운 시간들을 견디는 힘을 얻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모 일간지의 신춘문예 시상식이 어제 있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낙선자 여러분이 떠올라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고 지금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는 건 아니겠지요. 오히려 재도전의 기회를 얻었다고,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또 한 번 얻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목표를 두고 노력하며 산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열심히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 능력이 더욱 향상되어 꼭 신춘문예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찾게 될 것으로 압니다.

 

 

여러분에겐 새로운 해가 뜨는 내일이 매일 있습니다. 미래의 꿈을 안고 재도전을 준비하는 여러분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

글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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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1-15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취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 있는 같은 나이의 친구나 한두 살 어린 동생들은 취미가 없어서 그런지 가끔 저 보고 심심하다, 지루하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저보다 교우 관계가 원만해서 연락하고 만나는 지인들이 더 있는데도 말이죠. 나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없으면 공허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면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들어요.

페크pek0501 2021-01-16 12:37   좋아요 1 | URL
벌써 그걸 아시다니요. 빠르십니다. 저는 취미의 중요성을 몇 년 전부터 절실히 느꼈답니다. 글쓰기 취미가 없다면 살면서 허전할 것 같아요.
제 친정어머니를 보니깐 특히 나이들어서는 더욱 필요한 것 같아요. 혼자 사는 한 지인은 70대인데도 왕성한 필력으로 여기저기 원고 청탁을 받아 집필하고 책을 내는 등 심심해 할 틈 없이 잘 지낸답니다.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생각도 젊고요.
우리 복 하나 가졌다고 생각하도록 합시당~~^^

stella.K 2021-01-15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주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정세랑 작가가 나오더군요.
30대 초반으로 보이던데 여기저기 문학상에 응모했다 실패를 많이
했데요. 근데 그게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그만큼 자신의 작품이 쌓이는 것이고 나중에 다 써 먹게 되더라고.
그러고 보면 꾸준하기만 하면 작가는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5, 60대도 응모를 많이 하는군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나이들어서도 긴장하며 희망을 가지고 할 일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직장은 정년이니 명퇴니 하지만 작가는 그런 것 상관없이 내가 마음만 먹으면
죽는 날까지 할 수 있잖아요.
언니도 계속 희망을 가지고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1-01-16 12:41   좋아요 2 | URL
유퀴즈, 본 적 있어요. 작가가 나왔군요.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하다 보면 글쓰기 실력이 꽤 늘어날 것 같아요.
저도 정진!!! ㅋㅋ 같이 정진하자고요.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꾸준히 쓰는 사람이 이긴다.˝ - 페크의 말.
전 꾸준히 써서 남도록 하겠습니다. 글 쓰는 세계에서. 호홋

scott 2021-01-15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 제목만 보고 페크님 신춘문예 당선된줄 알고 냉큼 들어왔어요 ㅋㅋ요즘 문창과 학생들 웹소설 플랫폼을 선호한다고 하네요 글을쓰고 응모 할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져서 포기하지 않는한 기회는 화알짝 ! 꿈이 있는 한 영원한 청춘 ღ‘ᴗ‘ღ

페크pek0501 2021-01-16 12:44   좋아요 1 | URL
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하~~
웹소설, 저도 가끔 봅니다. 다른 장르도 그렇지만 신선한 감각이 있어야 할 장르 같더군요.
응모할 곳도 많고 글을 투고할 수 있는 곳도 참 많아요. 예전엔 사보에 독자투고 하는 정도가 있었다면 요즘은 인터넷 발달로 독자 투고를 받는 지면이 많더라고요.
나, 영원한 청춘 될래요. 우리 파이팅!!! 하자고요.

희선 2021-01-16 0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 일월에는 신춘문예 발표가 나는 때기도 하네요 기대하고 원고를 보냈을 사람 많았을 것 같습니다 기쁜 소식을 들은 사람도 있고 아무 소식도 못 들은 사람도 있겠네요 떨어지면 아쉽겠지만 다음에 또 하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게 쉬운 게 아니겠지만...

자신이 즐겁게 할 게 하나라도 있다면 사는 게 아주 힘들지 않겠지요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 걸 어떻게 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꼭 안 좋은 것도 생각하는군요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 듯해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그걸 찾으려고 하는 것도 즐겁겠습니다

페크 님 주말 춥다고 하니 따듯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1-16 12:49   좋아요 2 | URL
신춘문예가 나와 상관 없는 것인데도 매년 1월 1일엔 꼭 당선작을 챙겨 보게 되어요. 문학 평론과 영화 평론은 참 어려워서 한참 들여다보게 만들더군요. 무슨 수준이 그리 높은지... ㅋ 시와 시조는 짧아 좋아요. 늙어서 기운이 부족하면 시를 쓰며 지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요.
분야별로 당선되는 건 한 명이고 다수의 사람들이 다 떨어지는 거지요.
투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고 실력을 쌓은 시간으로 여기면 좋을 것 같아요.

한 시간 걷기, 가 오늘 스케줄인데 공기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21-01-16 0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가 되면 첫날에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었는데 올해는 잠시 종이신문을 쉬어서 그런 것들도 잊고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응모한다니 각 신문사별 아주 소수의 인원이 당선되는 경쟁률이 여전히 치열한 것 같아요. 누군가는 그렇게 시작하고 더 많은 누군가는 다시 내년을 기다려야할거예요. 세상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많으니 더 많은 글쓰는 공간과 책이 될 수 있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페크님 좋은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1-16 12:53   좋아요 2 | URL
아직도 종이신문을 보고 있는 1인이에요. 오늘은 신간 안내가 있는 토요일인데
관심 가는 신간이 없네요.
세상이 변해도 종이 신문과 종이책이 저는 좋네요.
글이 뽑힌다는 건 실력도 있어야지만 운도 적지 않게 작용할 듯해요.
벌써 1월의 반이 갔네요. 값진 하루를 보내야겠다, 하고 일어났는데 막상 일어나면 게으름을 너무 사랑해요. 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1-01-16 0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6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1-01-21 0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전히 글쓰기보다 읽기가 훨씬 재밌긴 하지만,
쓰는 행위를 통해서 얻는 유익이 많다고 생각하는 요즘이에요 ^^

페크pek0501 2021-01-21 14:12   좋아요 1 | URL
저도 둘 중 하나만 골라라, 하면 독서죠. 독서는 스트레스가 없잖아요.
글은 잘 안 풀릴 때, 쓰다가 막힐 때 막막하죠.
하지만 독서보단 글쓰기에서 얻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도요.
책은 읽고 나서 내용을 잊어버리기 일쑤여서 뭐하러 책을 읽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반해, 글을 쓰면서 든 생각 또는 글로 쓴 것은 독서보다 안 잊혀져요. 깨닫게 되는 것들도 있고요. 이것도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거지 그 전엔 몰랐어요.

동지를 만나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얄라알라 2021-01-21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춤, 현대무용에 대한 오랜 사랑도
책을 출간하셨듯, 그것이 무대에서건 글로써건 빛을 드러내길 응원합니다.

예전에 뵈었던 선생님들께서 왕성히 현역 무대 위, 또 무대 지휘자로서 활동하시는 것을 보면서 부럽고 또 부러우면서 가능성을 봅니다. 좋아하고, 꾸준히 하면 안 되는 일이 없겠구나^^

페크pek0501 2021-01-23 12:10   좋아요 1 | URL
그 응원을 감사히 접수합니다. 오늘도 커피 마시기 전에 다리 스트레칭을 했어요.
발을 허리까지 올려 일자로 쭉 뻗고 오래 있는 겁니다. 양쪽 다. 그리고 앞으로도, 뒤로도 쭉 뻗는 거예요. 잘 아시죠? 코로나로 무용을 안 다니니깐 몸이 굳을까 봐 걱정이 돼서요. 그러면 못 쫒아가거든요. 또 이렇게 해 두면 아마도 나이 70세 80세가 되어도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매일 하니까요.

저, 안 그래도 작품반이 있어서 언젠가는 그 반에 들어가서 무대에 설 작품을 배울 계획을 세워 놓고 있는데... 히히~~ 만약 공연하게 되면 북사랑 님께만 살짝 비댓으로 남길게요. ^^

2021-01-23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입장 차이
형제가 있으면 사는 데 얼마나 의지가 되는데, 라고 큰아버지가 생전에 내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게 사촌 형제가 되는 당신의 자식들과 내가 친하게 지내길 바라면서 하셨던 말씀이었다. 그때 난 아버지를 떠올렸다. 큰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아버지에게 돈을 꾸었던 게 몇 번이었던가. 그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투었던 게 몇 번이었던가. 물론 갚지 못할 돈이라는 걸 아버지는 알고 계시면서도 큰아버지에게 계속 꾸어 주셨다. 아버지에겐 형제가 부부 싸움을 하게 만드는 원인 제공자였는데, 큰아버지에겐 형제가 의지가 되는 존재였던 것이다. 

 

 

 

 

 


2. 성공
에밀 시오랑(프랑스 산문가)은 “모든 성공은 치욕스러운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 본다. 직장에서 승진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경쟁자를 짓밟았다는 걸 의미한다. 경쟁자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걸 의미한다. 성공이란 이렇게 영광스럽기보다 치사하고 치욕스러운 것이다. 성공의 자리는 누군가를 밟아야만 올라갈 수 있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3. 불행의 총량
같은 일에 대해서 느끼는 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 실연을 당한 뒤 꿋꿋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일로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로 편하게 살던 사람이 아주 작은 폭탄의 불행에도 마음의 병을 크게 앓는다. 반대로 온갖 고난을 겪은 사람은 웬만한 일에는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사람이 한평생 마음으로 느끼는 불행의 총량은 누구나 같지 않을까.

 

 

 

 

 


4. 시간적인 거리
무엇에 대한 해석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내가 경험한 것 중에서 하나를 소개함으로써 증명해 보고자 한다.

 

오래전 일이다. 그날은 둘째 아이의 백일잔치를 하는 날이어서 우리 집에 시집 식구들과 친정 식구들이 다 오기에 나는 점심상을 차리느라 아침부터 무척 바빴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작은시누이가 새우튀김을 많이 해 와서는 뜨거워야 맛있다며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고 한 번 더 튀기기 시작했다.

 

그때 난 그런 작은시누이에 대해 맘속으로 고맙게 여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잡채, 불고기, 갈비찜 등 음식을 푸짐하게 만들어 놓아서 새우튀김까지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의 백일인 그날은 꽤 무더운 날이었는데 튀김을 해서 부엌은 더 더워졌다. 안 그래도 더운데 작은시누이 때문에 더 더워져서 그걸 왜 해 왔냐고 말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작은시누이가 새우튀김을 손수 해 온 것은 먼 길을 오는 나의 부모님에게 대접하고 싶어서였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고마워하지 않았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우리 부모님을 잘 대접하고 싶었던 작은시누이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고,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처럼 무엇에 대한 해석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최종 판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적인 거리가 필요한 이유다.

 

 

 

인천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7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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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12 0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난 후에 비로소 깨닫고 알게 되는 것들이 있나봐요. 시간이라는 것. 참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1-01-12 16:17   좋아요 0 | URL
시간이 가진 대단한 힘. 표현이 좋습니다.
그래서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고,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이곳 서울은 눈이 엄청 내립니다. 펄펄 내리는 눈입니다. 그래서 바깥이 안개가 끼인 것처럼 뿌옇답니다. han22598 님이 사시는 곳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서니데이 2021-01-13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처럼 무엇에 대한 해석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최종 판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적인 거리가 필요한 이유다.
- 오늘은 이 부분이 주제문 같은데요.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그 때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좋은 일들도 많지만, 아쉬운 일들도 같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조금 더 오늘 잘 해야겠다고도 생각해요.

페크님, 어제는 눈이 많이 내렸고, 오늘은 눈이 많이 녹았어요.
따뜻하지만 공기가 좋지 않은 하루입니다.
이번주에 며칠 더 따뜻하고 미세먼지 많은 날이 이어질 거래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1-14 14:12   좋아요 1 | URL
지나고 나면 아쉬운 일들, 후회되는 일들이 있죠. 저도 그래요.
눈이 펑펑 내린 날, 사진을 찍어 두었어요. 그렇게 많이 내리는 눈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어요.
요 며칠 동안 책에 빠져 지냈네요. 책이라도 있어서 지루한 코로나 시대를 견디네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시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1-01-14 0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잘되면 누군가는 잘 안 됐다는 것과 마찬가지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한테 미안할 듯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어떤 일을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때 안 좋다고 해서 안 좋게 여기기보다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면 좀 나을까요 안 좋은 건 덜 생각하기...

어제부터는 날이 풀렸어요 한동안 아주 추웠는데, 따듯해지니 공기가 안 좋다고 하더군요 그런 날도 있고 다른 날도 있지 해야겠습니다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1-14 14:15   좋아요 1 | URL
성공과 실패도, 행복과 불행도 자본주의 사회 구조를 닮은 것 같아요. 가진 자가 있으면 없는 자가 있는...ㅋ

날씨가 풀려 좋아했더니만 미세먼지가 있다네요. 날씨도 풀리고 공기도 좋고 코로나19도 끝나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희선 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단편집에서 한 작품씩 골라 읽는 재미에 빠지곤 한다. 장편에 비해 짧게 매듭짓는 단편이라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처음 읽었을 때와 두 번째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른 건 소설의 매력인 듯. 

 

 

주제와 상관없이 내가 주목해 읽은 부분을 소개한다.

 


1.

 

 

 

 

 

 

 

 

 

 

 

 

 

 

자기 인생에서 진실한 사랑은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논쟁이 벌어진다. 

 

 

『(...) 현실에 대한 관찰보다는 시적인 것에 기울어지는 부인들은 사랑, 참된 사랑, 위대한 사랑이라면 인간에게는 단 한 번밖에 주어질 수 없으며, 그것은 벼락과도 같아서 이 사랑의 벼락을 맞은 마음은 타버리고 황폐하게 되어 어떻게나 공허해지는지 그 후로는 어떤 감정도 솟아날 수 없게 되고, 어떤 꿈마저도 다시 싹틀 수 없다고 단정했다.』
- <모파상 단편선> 중 ‘의자 고치는 여인’, 158~159쪽.

 


『사랑을 여러 번 해본 후작은 이런 신념을 맹렬히 공박했다.
“사랑은 있는 기력과 심혼을 다해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말씀드리는 바요. 두 번 다시 사랑할 수 없다는 증거로 사랑 때문에 자살한 사람들을 들지만, 바보같이 자살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회복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대답하겠소. 자살을 했기 때문에 정열이 재발할 기회를 빼앗겨버렸던 거요. 그들은 다시 시작하여 죽을 때까지 사랑했을 거요. 사랑하는 인간이란 주정뱅이와 같소. 술도 마셔본 자가 마실 수 있고 사랑도 해본 자가 할 수 있소. 그것은 기질 문제죠.”』
- <모파상 단편선> 중 ‘의자 고치는 여인’, 159쪽.

 

 

내 생각엔 기회만 온다면 사랑은 몇 번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랑을 할 때마다 이번이 가장 소중하고 마지막 사랑이라고 여길 것 같다.

 

 

‘의자 고치는 여인’은 상대방에게 무시당한다고 할지라도 사랑하는 것은 행복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2.

 

 

 

 

 

 

 

 

 

 

 

 

 

 

아내의 오랜 친구가 ‘나’의 집에 방문한다. 방문자는 맹인이었고 게다가 아내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다. 방문자가 집에 도착하자 아내는 방문자와 ‘나’를 인사 시켰고 두 사람은 악수를 한다. 『“어쩐지 전에 이미 본 사람 같구먼.”』 하며 방문자는 ‘나’에게 쩌렁쩌렁하게 말한다.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이니 유머를 구사한 말이겠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란 소설집에 담긴 ‘대성당’. 이 소설을 읽으며 맹인인 데다 상처했음에도 천연덕스럽고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음이 존경스러웠다. 그에게는 자신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직업도 있다. 그런 이는 불운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는 정신을 가진 자이다. 그래서 불행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없을 듯하다.

 

 

그런 사람이 소설 속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인간은 같은 처지에 있더라도 각기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법이므로. 

 

 

이 소설을 읽고 내가 생각한 것. ‘언행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어떠할지 헤아릴 수 있다.’

 

 

 

 

 

 

3.

 

 

 

 

 

 

 

 

 

 

 

 

 

 

 

이 소설에서 내가 애절하게 느끼며 읽은 것은 다음 글이다.

 

 

『ㅡ엄마 있잖아,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입을 뗐는데, 다음 말을 차마 내뱉을 수가 없었다. 할말이 너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엄마 있잖아,
단 한 번이라도 내게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때 내 마음을 짓밟은 것에 대해서. 나를 이런 형태로 낳아놓고, 이런 방식으로 길러놓고, 그런 나를 밀어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에, 무지의 세계에 놔두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제발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엄마의 본심이 아니었다는 것도,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알지만, 나는 엄마를, 당신을,』
-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9년 제10회>,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89쪽.

 

 

누구에겐 중요한 것이 누구에겐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면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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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1-08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게 소중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나쳐 갈 일일 때가 너무도 많지요... 그러기에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할 일인 듯 합니다...^^:)

페크pek0501 2021-01-09 12:22   좋아요 1 | URL
서로 다른 곳을 볼 때가 많지요. 나는 춤을 추고 싶은데 당신은 낮잠을 자려고 한다, 뭐 이런 글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건 같은데 사람들의 관계를 압축해 표현한 것 같더군요.
내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줄 때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0^

scott 2021-01-08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이런 글 자주 올려주세요 모래알속에 빛나는 진주를 잡아내는

페크pek0501 2021-01-09 12:24   좋아요 1 | URL
정말입니까? 후후~~ 올릴 글이 없어서 막간을 이용해서 써 올렸네요.
앞으로 요런 글을 올리겠습니다.
모래알 속에 빛나는 진주 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 표현, 참 좋으십니다.
님에게 좋은 하루를 선사합니다. ^^ㅋ

파이버 2021-01-08 2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소설처럼,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무시당한다면 저는 정말 슬플 것 같습니다. 한순간 사랑할 순 있겠지만 가지고 있는 사랑이 금세 소진되어 밑바닥이 드러나버릴거에요…

페크pek0501 2021-01-09 12:28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사랑은 짝사랑보단 서로 사랑해야 행복하죠.
소설에 상대방이 무시하는 데도 짝사랑을 하는 여인이 나오거든요. 그 여인이 죽었는데도 관심도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여인이 재산을 남기고 죽었다니깐 그 재산만 갖기 위해 애쓰더군요. 결국 재산을 차지하게 됩니다. 아주 얇팍한 인간이 나옵니다.
그 여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포요. ㅋㅋ
좋은 하루 되십시오.

서니데이 2021-01-09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성당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1-09 12:3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나 웃겨요. ㅋㅋㅋ
어제 서니데이 님의 서재에 들어가려 했는데 무슨 댓글 쓰다가 그 옆에 보이는 다른 닉네임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또 그 옆에 있는 다른 님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결국 깜빡하고 로그아웃 한 뒤에 서니데이 님이 생각났다는...ㅋㅋ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꼭 방문의 흔적을 남길게요.

바람돌이 2021-01-09 0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랑은 몇번이라도 다시 할 수 있다에 한표! ㅎㅎ
<대성당>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이에요. 맹인의 손을 잡고 대성당을 같이 그려보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요.

페크pek0501 2021-01-09 12:34   좋아요 1 | URL
몇 번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안톤 체호프의 귀여운 여인, 인가 하는 단편 소설이 증명하고 있어요. 여성이 이성을 사랑하다가 이별 후 다른 이를 사랑하다가 맨 나중엔 자식벌 되는 소년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이야기인데... 처음 그 소설을 읽을 땐 뭐 이런 가 소설이, 그랬는데 거기에 심오한 인간 심리가 있었던 거예요. 체호프가 인간을 통찰한 거죠. 아마 거기서 그랬을 거예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사랑이다, 라고. 매번 진행 중인 사랑이 중요한 거죠.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1-01-14 0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달라서 다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도 하겠지요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걸 아예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듯해요 알아도 그걸 잘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그건 더 안 좋을까요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 상처주려고 하지 않겠지요

부모라고 해도 자식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렵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01-14 14:21   좋아요 1 | URL
부모라도 자식 마음을 몰라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크고 나니 더 모르겠더라고요. 애들한테 각자 알아서 지혜롭게 잘 살자, 라고 말한답니다.ㅋ
이젠 부모인 내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가족이 함께 모여 맛있는 거 먹으면서 떠들 때가 좋답니다.

미세먼지 없는,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싶네요. 따뜻한 겨울 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