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포터의 글은 여러 번 읽고 싶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의 문체를 좋아한다.
리듬이 느껴지는 문체다.

 

 

 


그가 빙그레 웃었다. “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 그는 스토브에서 주전자를 들어 도자기 포트에다 뜨거운 물을 옮겨 부으며 말했다.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94~95쪽) 
....................

 

 

 

 


이제 로버트와 나는 더 이상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들 삶의 내밀한 사정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 우리를 배신한 스러진 사랑들, 우리가 배신한 스러진 사랑들, 추억하기조차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유년의 순간들. 우리가 나누는 이런 대화에는 자유가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하는 얘기는 절대 그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108쪽)
....................

 

 

 

 


요사이는 문득 로버트를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나는 간신히 그에 대한 기억을, 나의 가장 고통스럽고 내밀한 상실들이 저장되어 있는 마음 한쪽에 놓아둘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금도 그를, 우리가 함께한 짧았던 시간을 회상하노라면, 나는 우리 사이가 끝나기 직전의 어느 날 저녁으로 돌아간다.(129쪽)
....................

 

 

 


앤드루 포터 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열 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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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2016-08-1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올려 놓았습니다.
팩님의 안목은 제게 그냥 < 통과 >입니다.ㅎㅎ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6-08-11 11: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성에 님.

제 안목은 저도 믿을 수가 없지만... 그렇지만... 정말 이 책은 좋았어요.
대체로 단편집은 몇 편만 괜찮고 나머지는 별로 재미없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단편집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의 단편은 다 괜찮았어요.
못 쓴 게 없다고나 할까요? 단점은 수준이 비슷비슷하다는 것. 그래서 가장 좋은 단편을 고르라면 어렵다는 것. 작품마다 똑같은 수준으로 글을 쓰는 게 작가의 역량으로 느껴지더군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일독할 만합니다. 문체가 좋거든요.
아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옮은 표현이겠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꾸우벅^^^

yamoo 2016-08-2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구매했습니다. 제목이 매우 학술적이라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요~ 페크 님의 페이퍼에서 저 책을 보니 반갑네요..ㅎ

하지만 전 언제 읽을 지 몰라요..^^;;

페크pek0501 2016-08-22 21:00   좋아요 0 | URL
제목만 학술적이랍니다. 남자 교수와 여자 제자가 만나 연인이 되지요 강의실에서 시험을 치는 장면 때문에 제목이 그런 것 같아요. 열 개의 단편 중 하나입니다.
열 개의 단편이 담겨 있는 소설집이에요. 문체가 좋습니다.
 


 


지난달, 사촌 언니의 남편, 그러니까 내게 형부가 되는 분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고인은 63세밖에 안 됐으니 죽기엔 아까운 나이다. ‘간경화’라는 병이 있음에도 술을 마셔대는 환자였고, 자신의 병이 고칠 수 없는 병임을 알고 비관하는 환자였고, 우울증까지 있는 환자였기에 사촌 언니도 조카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가출하여 연락이 끊긴 채 사흘이 지나 귀가한 적도 있다니 가족으로서 그런 환자를 보며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장례식장에서 사촌 언니와 조카를 보자 안쓰러운 마음부터 들었다. 그리고 불행한 삶을 잘 견디어 낸 그들에게 축하라도 해 주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죽음은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분명 슬픈 일이지만 고통을 받으며 살았던 환자도, 환자의 고통을 지켜보며 살았던 그들도 불행한 삶으로부터 해방된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불치병 앞에서 우리는 삶을 변화시킬 힘 같은 건 없다. 이럴 때 삶이란 그저 견디며 사는 것. 견디다 보면 끝은 있는 것. 병이 낫든지 병으로 죽든지 그 끝이 올 때까지 우리는 죄를 짓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야 할 뿐이다. 묵묵히 시간을 흘려보내야 할 뿐이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
우리의 일상은 얼다가 녹다가 하는 일의 반복이에요. 이 지루한 아름다움! 우리가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오직 견디는 것뿐. 위로 안 받기 위해, 좀더 강해지기 위해 우리는 시를 쓰는 거예요.

 

이성복, <무한화서>, 109쪽.
....................

 

 

 

....................
-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 내 자신을 견딥니다.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53쪽. 
....................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견디기만 해야 하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의 시간들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의 시간들. 2013년 8월의 시간들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부터 잠이 드는 밤까지 그저 견디기만 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가고 싶은 평범한 일상은 아름다웠고 너무 멀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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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6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6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08-0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님, 더위에 어떻게 지내세요.
견디며 사는 걸 ˝시기˝라고 생각되던 때, 이제 그것도 과거형이 되려고 해요. 지금은요, 그건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사는게 다 견디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에밀 시오랑의 말처럼 견디는건 다름아닌, 이런 생각들을 하는 내 자신이고요.
하지만 에밀 시오랑의 말보다 사실 pek님의 마지막 네줄이 제 가슴에 와서 팍 하고 꽂히네요. 이렇게 공감이 될 수가 있나요.

페크pek0501 2016-08-08 21:1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가슴에 와서 팍... ㅋ
귀한 댓글이십니다.

우리가 같은 경험을... 그래서 공유하는 뭔가가 있다는 걸 잘 알지요.
반갑습니다.

stella.K 2016-08-0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어쩐지 요즘 뜸하시다 했어요.

근데 전 왠지 견디는 것 보단 곁에서 살아주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비록 우리가 정해진 시간을 사는 거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같이 살아주는 거죠.
그게 얼마가 됐던지간에.
견디는 거라면 얼마나 처절하겠어요.
형부께서도 그걸 아셨다면 살아 있는 동안 가족들과 의미 있는 삶을 살다
돌아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저도 이번 달이 오빠가 떠난지 3년째 되네요.
전 비록 오빠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참 고맙더라구요.
그렇게 끝까지 잘 견디다 돌아가 줘서.
미리 포기했으면 살아있는 가족들이 더 많이 힘들어 했을텐데 말입니다.
끝까지 함께 잘 있어주는 게 우리의 임무인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6-08-08 21:18   좋아요 0 | URL
오잉?
스텔라 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시다니...
- ˝곁에서 살아주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꼭 기억해 놓고 싶은 문구올시다. 고맙습니다.

cyrus 2016-08-0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로움 그리고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서 책을 읽어요. 그 시간들이 단순하고, 더 지루하지만 아무 것도 안하면서 회의감에 빠지면서 지내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페크pek0501 2016-08-08 21:19   좋아요 0 | URL
백 배 낫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 걸요.
책 읽는 것밖엔 할 일이 없는 노년의 삶을 은근 기대합니다.

세실 2016-08-0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자신을 견딘다는 말이 마음 아프지만,
올해 제 나이가 유난히 힘듭니다.
그저 하루 하루 견딘다는 기분 알듯 말듯 합니다.
더위도 사람을 지치게 하네요.

페크pek0501 2016-08-08 21:21   좋아요 0 | URL
세실 님이 이제 제 마음 상태를 아시려나요? ㅋ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습죠. 저는 그래요.

더위가 지치게 하지만 책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랍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

2016-08-07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8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에 2016-08-0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며 너무 뻐근해서 숨이 막힙니다.
< 사는 것은 오직 견디는 것뿐, 돌아가고 싶은 평범한 일상은 아름다웠고
너무 멀리 있었다.>
팩님은 감성을 걷어올려 언어로 낚아채는 연금술사처럼 경이로와요.
배우고 싶어요.

저는 미국서 한국에 잠시 다니러 와 한국의 삼복더위를 심층 체험하고 있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16-08-08 21:25   좋아요 0 | URL
경이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ㅋ

요즘은 날씨가 경이롭습니다. 입추가 지났고 밤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데
여름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네요.

고맙습니다. 자주 들러 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2016년 7월 X일

 


‘동생을 잘 챙기는 언니’를 둔 친구를 보면 부럽다. 그런 친구에게 “넌 그런 형제가 있어서 좋겠다.”라고 말했더니 다른 친구가 “오히려 형제가 없는 게 좋을 수도 있어.”라고 응수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형제간에 의가 상해서 서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이 대목에서 큰아버지가 생각났다. 큰아버지가 생전에 내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사촌들과 잘 지내라. 사촌이라도 가깝게 지내면 사는 데 의지가 된다.” 사촌들이란 당신의 딸들을 말함이다. 그때 난 “예.”라고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론 딴생각을 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아버지를 생각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큰아버지 때문에 속상한 적이 많으셨다. 큰아버지가 사업을 했는데 잘되지 않아 아버지에게 수차례 돈을 얻어 쓰셨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어머니와 싸우신 적도 있다. 큰아버지 말고도 아버지에게 돈을 가져가는 형제가 많았다. 아버지가 그 속상함에 대해 내게 토로한 적이 있으셨다. 큰아버지에겐 ‘형제란 사는 데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지만 아버지에겐 ‘형제란 걱정을 끼치고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다 고인이 되신 큰아버지와 아버지. 두 분의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TV로 어떤 드라마를 보게 됐다. 한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가 있고, 그 남자를 사랑하는 다른 여자가 있다. 삼각관계다. 그 남자가 자기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고 딴 여자와의 결혼만을 추진하려고 하자 그 여자가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 여자가 아니라 저라고요.” 이 말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결혼을 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나를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누구를 사랑하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상대편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는 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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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27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 간에도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좋게 대하면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되고,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게 되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친척이 많으면 좋은 줄만 알았는데, 어른이 되니까 부모님이 친척에 실망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페크pek0501 2016-07-27 19:04   좋아요 0 | URL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가족, 친척도 예외가 아니지요.
상대편에서 생각하기, 가 답일 것 같은데 이것 쉽지 않은 일이죠.
왕래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도 아니라서 자주 보는 게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더라고요.
요즘엔 모르는 것 투성이예요. ㅋ

2016-07-27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7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7-2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상의 해석이란 각자 다를 수 밖에 없어서, 인간은 참으로 복잡해요.
그래서 흥미롭기도 하구요. ^^

저는 사람들이 제대로 자기중심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타인중심적이면서 그걸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 자기중심적으로 나를 챙기고 나를 아껴주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래야 타인의 시야도 보인다고 하니까요.

페크 언니의 글 참 좋아요.

페크pek0501 2016-07-28 14:37   좋아요 0 | URL
아, 마고님 잘 지내죠?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을 챙긴다는 것, 저 세뇌되었어요. 혜민 스님의 저작 내용이 그렇거든요.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할 말 하고 자신을 많이 사랑하래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님의 마지막 댓글이 저에게 위로가 되네요. 점점 제 자신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 쌩유♡♡



성에 2016-08-0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찾아 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으로 뿌듯합니다.
사실 난 이웃 마실을 잘 다니지 않거던요.

오랜만에 한국 와서 한국 하늘을 보니 참 좋습니다.

이 더운 여름 , 모기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페크pek0501 2016-08-06 11:06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뵙니다. 안녕하세요.

외국에서 사시나 봅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도 이 여름, 건강하게 지내세요...
 


 


1. ‘테니스엘보’라는 병으로 팔에 주사를 맞으러 다닌다. 오른팔이 다 나으니깐 왼팔이 아프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 내가 취하는 태도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주사가 아프면 어떡하지? 아플까 봐 두려워.’라고 생각하는 태도. 또 하나는 ‘주사가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어? 그래 막 찔러라. 막 아파라.’라고 생각하는 태도. 이상하게도 전자의 태도를 취할 땐 주사가 아프다고 느끼고 후자의 태도를 취할 땐 주사가 아프지 않다고 느낀다. 후자의 태도를 선호하게 된 이유다. 후자의 태도를 이젠 모든 일에 적용하기를 좋아한다. 

 

 

 

 

2. 내가 어떤 일을 바라다가 실망하게 되었을 때나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아!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반면에 ‘그래, 막 그래라.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3. 깊은 밤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걷게 되어 나쁜 사람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공포를 느낄 때 또는 깊은 밤 한적한 숲속을 걷게 되어 귀신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공포를 느낄 때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 가지다. ‘제발 아무것도 나타나지 마라. 무서워 죽겠다.’라고 생각하며 겁먹는 태도. ‘뭐든 나타나려면 나타나라. 나보고 뭐 어쩌라고?’라고 생각하며 배짱이 두둑한 태도. 

 

 

 

 

4. 후자의 태도가 당연히 무섭지 않게 되어 마음이 편해진다. 이렇게 나처럼 생각하는 이의 글을 읽고 반가웠다.

 

 

우리에겐 배짱의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내가 느끼는 열등한 부분에 대고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한번 외쳐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시험만 보면 긴장하고 떠는 나에게 “그래 나 좀 긴장한다.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하는 것입니다. “내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키가 좀 작다.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 집 좀 가난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렇게 인정해버리고 나면 살짝 분한 마음이 올라오면서 그 열등한 요소를 치고 올라가려는 용기가 나오게 됩니다. 열등한 부분을 숨기고 부끄러워하면 문제가 되지만, 그것을 인정해버리고 “그래서 어쩌라고?” 해버리면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나도 모르는 내면의 힘이 나옵니다.
- 혜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159쪽.

 

 

 

 

5. 어떤 평가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위권에 들면 어때서?’라고 생각하며 마음이 편해진 경험이 있다. 모기가 방 안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잠자는 동안 모기에 물리면 어떡하지?’라고 불안해 하면 잠이 안 온다. 하지만 ‘어디선가 배부르게 피를 먹고 온 모기일지도 몰라. 소화불량에 걸려 식욕이 없을 수도 있잖아. 설사 내 피를 빨아먹는다고 해도 그 작은 모기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잠이 온다.

 

 

 

 

6. 모기가 방 안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또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 방문을 잠깐 열어 놓았다가 닫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방문을 잠깐 열어 놓은 동안 분명히 모기가 나갔을 거야.’라고. 이때 내가 잠이 들 때까지 모기가 앵~ 하고 소리만 내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속이는 것, 성공이다.

 

 

 

7.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생각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런 속임의 지혜가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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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1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니스엘보’라는 병을 처음 들어 봅니다. 일상 생활하는 데 팔이 엄청 아플 것 같습니다. 통풍 환자라서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알겠습니다. 저는 통풍이 발생한 무릎 부위에 남아있는 물을 빼려고 주사를 맞았어요. 처음이라서 아플 줄 알았는데, 맞아보니까 크게 따끔거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물을 빼고 나니까 통풍 통증이 사라져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

페크pek0501 2016-07-16 19:54   좋아요 0 | URL
통풍이 있으신 줄 몰랐어요. 심한 사람은 꽤 고통스럽다고 얘기는 들었어요.
어쨌든 완쾌를 축하드립니다. 정말 다행이군요.

테니스엘보, 라는 병은 테니스 선수들처럼 팔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잘 걸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골프 선수들이 잘 걸리는 병은 골프엘보라고 한대요.

제가 팔을 많이 사용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몸이 약해지니까 별 병이 다 생기는구나, 생각하죠. 무거운 것을 들어서는 안 되고 청소할 때처럼 팔을 많이 사용하면 안 되는 병이니 귀족처럼 살아야 하는 병인가 봅니다.
저는 머슴처럼 일하며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말이죠...ㅋ


stella.K 2016-07-16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벌레들을 좋아하지 않아 전에 같으면 밤에 잘 때 모기가 앵 나르면 꼭
문제를 해결하고 잤어요. 물론 잠을 설쳐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지는 않죠.
지금은 덤비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맘으로 계속 자요.
일어나서 불켜고 모기가 어디있나 찾는 것도 귀찮고.
다음엔 언니가 가르쳐 주신 방법을 써 봐야겠어요.

그렇죠. 우리는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받고 살까를
끊임없이 찾아야해요. 그러다 그것 조차 스트레스가 되면 어쩌죠?ㅋㅋ

더우니까 자다가도 몇번씩 깨고, 일찍 일어나게 되더군요.
앞으로 한달 정도만 더 버티면 늦여름이 되겠죠?^^

페크pek0501 2016-07-16 19:57   좋아요 0 | URL
이번 여름은 공짜인 것 같아요. 별로 덥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7월 중순을 넘어섰으니 말이죠. 덥다고 해도 물놀이를 갈 정도는 아닌 것 같았어요.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잠시 덥다가 여름이 끝날 것 같은 쉬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모르겠어요. 8월 7일이 입추인 것 같더라고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지금 생각난 건데 라면을 먹고 싶군요. 괜히 배부르게 밥을 먹었어요. ㅋ

덥다가 비가 오니 시원하고 참 좋죠?

clavis 2016-07-17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그래라,통쾌합니다^^

페크pek0501 2016-07-19 00:0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님의 댓글을 보니 제가 통쾌한 기분이 됩니다.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막 그래라, 될 대로 돼 버려라, 하는 자세가...

님 덕분에 <침묵의 기술>이란 책을 알게 되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꾸우벅^^
 

 

 

 

헬조선에서 불황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희망 등등 진화적 과거에 번식으로 연결되었을 자원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 질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짧은 생애를 마감할 일만 남는다. 자연선택은 이렇게 앞날이 암울한 젊은이들이 범죄, 사고, 도박, 약물 남용 등 사회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위험한 행동을 감수하게끔 설계했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으니, 혹시나 성공하면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는 일에 뛰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 복지를 확충하는 국가 정책은, 보수주의자들이 종종 생각하는 바와 달리, 게으른 사람들에게 혈세를 낭비하는 헛짓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여는 주춧돌이다.(98쪽)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진화 심리학은 보수 또는 진보 어느 한쪽을 편드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진화 심리학은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이다. 범죄가 만연하고 질병과 스트레스가 넘치는 현실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바꿀지는 결국엔 정치적인 결정이다. 만일 범죄를 줄이고 기대 수명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모두가 합의했다면, 진화 심리학은 우선 무엇보다도 계층 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데 노력을 집중하라고 조언한다.(98~99쪽.)

 

 

- 전중환, <본성이 답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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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6-2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화 심리학`은 차치하더라도 `과학`을 보수-진보의 이데올로기로 파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6-06-29 14: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어떤 면에서는 보수 쪽이고 어떤 면에서는 진보 쪽인 경우도 있어요.
일관성 없음을 경험할 때마다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답은... 잘 모르겠어요, 입니다. ㅋ

마녀고양이 2016-06-2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화심리학은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더라구요. ㅠ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요. 비가 올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6-06-29 14:49   좋아요 0 | URL
아, 마고 님 안녕?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책을 읽지 않으면 단순해질까 봐 말이죠.

오늘 덥긴 하지만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