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니스엘보’라는 병으로 팔에 주사를 맞으러 다닌다. 오른팔이 다 나으니깐 왼팔이 아프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 내가 취하는 태도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주사가 아프면 어떡하지? 아플까 봐 두려워.’라고 생각하는 태도. 또 하나는 ‘주사가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어? 그래 막 찔러라. 막 아파라.’라고 생각하는 태도. 이상하게도 전자의 태도를 취할 땐 주사가 아프다고 느끼고 후자의 태도를 취할 땐 주사가 아프지 않다고 느낀다. 후자의 태도를 선호하게 된 이유다. 후자의 태도를 이젠 모든 일에 적용하기를 좋아한다. 

 

 

 

 

2. 내가 어떤 일을 바라다가 실망하게 되었을 때나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아!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반면에 ‘그래, 막 그래라.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3. 깊은 밤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걷게 되어 나쁜 사람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공포를 느낄 때 또는 깊은 밤 한적한 숲속을 걷게 되어 귀신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공포를 느낄 때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 가지다. ‘제발 아무것도 나타나지 마라. 무서워 죽겠다.’라고 생각하며 겁먹는 태도. ‘뭐든 나타나려면 나타나라. 나보고 뭐 어쩌라고?’라고 생각하며 배짱이 두둑한 태도. 

 

 

 

 

4. 후자의 태도가 당연히 무섭지 않게 되어 마음이 편해진다. 이렇게 나처럼 생각하는 이의 글을 읽고 반가웠다.

 

 

우리에겐 배짱의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내가 느끼는 열등한 부분에 대고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한번 외쳐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시험만 보면 긴장하고 떠는 나에게 “그래 나 좀 긴장한다.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하는 것입니다. “내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키가 좀 작다.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 집 좀 가난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렇게 인정해버리고 나면 살짝 분한 마음이 올라오면서 그 열등한 요소를 치고 올라가려는 용기가 나오게 됩니다. 열등한 부분을 숨기고 부끄러워하면 문제가 되지만, 그것을 인정해버리고 “그래서 어쩌라고?” 해버리면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나도 모르는 내면의 힘이 나옵니다.
- 혜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159쪽.

 

 

 

 

5. 어떤 평가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위권에 들면 어때서?’라고 생각하며 마음이 편해진 경험이 있다. 모기가 방 안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잠자는 동안 모기에 물리면 어떡하지?’라고 불안해 하면 잠이 안 온다. 하지만 ‘어디선가 배부르게 피를 먹고 온 모기일지도 몰라. 소화불량에 걸려 식욕이 없을 수도 있잖아. 설사 내 피를 빨아먹는다고 해도 그 작은 모기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잠이 온다.

 

 

 

 

6. 모기가 방 안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또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 방문을 잠깐 열어 놓았다가 닫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방문을 잠깐 열어 놓은 동안 분명히 모기가 나갔을 거야.’라고. 이때 내가 잠이 들 때까지 모기가 앵~ 하고 소리만 내지 않는다면 내가 나를 속이는 것, 성공이다.

 

 

 

7.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생각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런 속임의 지혜가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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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1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니스엘보’라는 병을 처음 들어 봅니다. 일상 생활하는 데 팔이 엄청 아플 것 같습니다. 통풍 환자라서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알겠습니다. 저는 통풍이 발생한 무릎 부위에 남아있는 물을 빼려고 주사를 맞았어요. 처음이라서 아플 줄 알았는데, 맞아보니까 크게 따끔거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물을 빼고 나니까 통풍 통증이 사라져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

페크pek0501 2016-07-16 19:54   좋아요 0 | URL
통풍이 있으신 줄 몰랐어요. 심한 사람은 꽤 고통스럽다고 얘기는 들었어요.
어쨌든 완쾌를 축하드립니다. 정말 다행이군요.

테니스엘보, 라는 병은 테니스 선수들처럼 팔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잘 걸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골프 선수들이 잘 걸리는 병은 골프엘보라고 한대요.

제가 팔을 많이 사용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몸이 약해지니까 별 병이 다 생기는구나, 생각하죠. 무거운 것을 들어서는 안 되고 청소할 때처럼 팔을 많이 사용하면 안 되는 병이니 귀족처럼 살아야 하는 병인가 봅니다.
저는 머슴처럼 일하며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말이죠...ㅋ


stella.K 2016-07-16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벌레들을 좋아하지 않아 전에 같으면 밤에 잘 때 모기가 앵 나르면 꼭
문제를 해결하고 잤어요. 물론 잠을 설쳐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지는 않죠.
지금은 덤비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맘으로 계속 자요.
일어나서 불켜고 모기가 어디있나 찾는 것도 귀찮고.
다음엔 언니가 가르쳐 주신 방법을 써 봐야겠어요.

그렇죠. 우리는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받고 살까를
끊임없이 찾아야해요. 그러다 그것 조차 스트레스가 되면 어쩌죠?ㅋㅋ

더우니까 자다가도 몇번씩 깨고, 일찍 일어나게 되더군요.
앞으로 한달 정도만 더 버티면 늦여름이 되겠죠?^^

페크pek0501 2016-07-16 19:57   좋아요 0 | URL
이번 여름은 공짜인 것 같아요. 별로 덥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7월 중순을 넘어섰으니 말이죠. 덥다고 해도 물놀이를 갈 정도는 아닌 것 같았어요.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잠시 덥다가 여름이 끝날 것 같은 쉬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모르겠어요. 8월 7일이 입추인 것 같더라고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지금 생각난 건데 라면을 먹고 싶군요. 괜히 배부르게 밥을 먹었어요. ㅋ

덥다가 비가 오니 시원하고 참 좋죠?

clavis 2016-07-17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그래라,통쾌합니다^^

페크pek0501 2016-07-19 00:0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님의 댓글을 보니 제가 통쾌한 기분이 됩니다.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막 그래라, 될 대로 돼 버려라, 하는 자세가...

님 덕분에 <침묵의 기술>이란 책을 알게 되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꾸우벅^^
 

 

 

 

헬조선에서 불황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희망 등등 진화적 과거에 번식으로 연결되었을 자원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 질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짧은 생애를 마감할 일만 남는다. 자연선택은 이렇게 앞날이 암울한 젊은이들이 범죄, 사고, 도박, 약물 남용 등 사회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위험한 행동을 감수하게끔 설계했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으니, 혹시나 성공하면 인생 역전을 꿈꿀 수 있는 일에 뛰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 복지를 확충하는 국가 정책은, 보수주의자들이 종종 생각하는 바와 달리, 게으른 사람들에게 혈세를 낭비하는 헛짓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여는 주춧돌이다.(98쪽)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진화 심리학은 보수 또는 진보 어느 한쪽을 편드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진화 심리학은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이다. 범죄가 만연하고 질병과 스트레스가 넘치는 현실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바꿀지는 결국엔 정치적인 결정이다. 만일 범죄를 줄이고 기대 수명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모두가 합의했다면, 진화 심리학은 우선 무엇보다도 계층 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데 노력을 집중하라고 조언한다.(98~99쪽.)

 

 

- 전중환, <본성이 답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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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6-2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화 심리학`은 차치하더라도 `과학`을 보수-진보의 이데올로기로 파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6-06-29 14: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어떤 면에서는 보수 쪽이고 어떤 면에서는 진보 쪽인 경우도 있어요.
일관성 없음을 경험할 때마다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답은... 잘 모르겠어요, 입니다. ㅋ

마녀고양이 2016-06-2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화심리학은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더라구요. ㅠ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요. 비가 올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6-06-29 14:49   좋아요 0 | URL
아, 마고 님 안녕?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책을 읽지 않으면 단순해질까 봐 말이죠.

오늘 덥긴 하지만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아요.
 

 


내가 인상적으로 본 장면이 있어서 KBS 2TV 주말연속극 <아이가 다섯>이라는 드라마로 이 글을 시작한다.

 

 

혼전에 임신하게 된 순영이는 고민 끝에 상대 남자의 부모 집에 찾아가기로 결정한다. 찾아가기 전에 자기가 일하는 식당의 주인 미숙에게 물어 본다. “아줌마하고 아저씨 같으면 저 같은 며느리 괜찮겠어요? 기댈 부모님도 없구요, 배운 것 도 없고 거기다 혼전 임신까지 하고 이런 여자가 떡하고 나타났는데 좋아하시겠어요? 아줌마 같으면 어떠실 거 같으세요?”라고.

 

 

이 물음에 미숙은 “순영아 우리 같으면 그렇다, 솔직히 ‘오냐, 며늘아’ 그렇게 반기지는 못하겠지만 반대는 안 해.” “우리 자손까지 가졌는데.”라고 대답하며 순영이를 응원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순영이가 찾아가려던 그 부모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알고 미숙은 경악한다. 순영이가 자기 아들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그러자 미숙의 태도는 돌변한다. 더 이상 순영이를 위로하고 응원했던 미숙이 아닌 것이다. 미숙은 말한다. 순영이가 자기 며느릿감으로 싫다고.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인간을 제대로 보여 주네, 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그렇지 않은가. 남의 일로 볼 때는 심성이 착한 순영이가 며느릿감으로 좋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일이 되고 나면 배움이 없고 가난하고 고아나 다름없는 순영이가 며느릿감으로 싫은 것이다. 순영이를 가엾게 여길 만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도 자기 며느릿감을 고를 땐 욕심이 앞서는 것. 이런 이중성을 가진 게 인간인 것이다.

 

 

이 드라마처럼 인간을 보여 주는 소설이 나는 좋다.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그것은 내가 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재미 중 가장 큰 재미다.

 

 

어느 작가에 따르면 소설을 읽는 것은 바로 헤매기 위해서다. 

 

 

그러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주제나 교훈을 얻기 위함도 아니고, ‘감춰진 중심부’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도 아닙니다. (...) 그렇다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헤매기 위해서일 겁니다. 분명한 목표라는 게 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이상한 세계에서 어슬렁거리기 위해서입니다. (...)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를 곰곰이 짚어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서점 서가에 꽂힌 그 수많은 책들 중에서 우리가 굳이 소설을 집어드는 이유는, 고속도로로 달리는 것에 싫증이 난 운전자가 일부러 작은 지방도로로 접어드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 김영하, <읽다>, 101~102쪽.

 

 

이 글에 내가 동의한다면 이렇게 덧붙이겠다. ‘소설 읽기’란 인간에 대해 몰랐던 점을 알게 되면서 ‘이런 게 인간이었어?’ 하면서 헤매는 것. 헤매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 쓴다면 이렇게 정리하리라.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인간의 베일을 한 장 벗겼을 때 느껴지는 재미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수많은 베일에 싸여 있어 잘 모를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에 베일 하나를 벗길 때마다 드러나는 인간의 존재를 민낯으로 보는 재미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설을 많이 읽을수록 우리는 인간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그리고 덧붙여, 가장 모르는 게 ‘인간’이고, 가장 알아야 하는 게 ‘인간’이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겠다. 

 

 

 


1.
호시 신이치 저, <도련님과 악몽>이란 소설집에 담겨 있는 <의자>라는 소설이 있다. 특별히 친하게 지낸 대학 동창생 둘은 어머니를 일찍 여읜 공통점이 있다. ‘그’는 성공한 듯했으나 갑자기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혀 지내기만 한다. ‘그’는 ‘나’에게 얼마 전에 한 번 찾아와서 돈을 빌려간 적이 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게다가 돈을 빌리러 온 주제에, 망했다는 표정이 아니라 싱글벙글 웃는 게 명랑”했다.

 

 

어느 날 ‘나’는 마음에 걸려 ‘그’를 찾아간다. ‘그’는 쓰러져 가는 싸구려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서 “실의에 빠진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밝고 천진난만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은 이 방에 어울리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 것은 그의 표정 외에도 하나 더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의자.”였다. ‘나’는 ‘그’를 보자 화가 치밀어서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된 거야? 자네는 인간쓰레기로 전락하고 말았군. 어쨌든 절교하기 전에 일전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겠네. 자네와는 대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라,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게 받아낼 생각은 없었네. 하지만 멍하니 의자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고 싶다면, 빚을 갚고 나서 하도록 해.” 그러자 ‘그’는 돈이 없다고 말한다. ‘나’는 “돈이 없다면 그 의자를 가져가겠네.”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그’는 비로소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기, 기다려줘. 이 의자만은 봐 주게나.”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그가 타락한 원인은 그 의자에 있는 듯하다.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하기 위해서는 이 의자를 빼앗아야 한다.”라고 생각한 ‘나’는 “우정을 위해 다소 거칠게 굴었다.” ‘나’는 함께 간 운전수의 도움을 받아 그 의자를 빼앗아 돌아온다. ‘나’는 “사장실로 옮겨온 문제의 의자를 혼자서 가만히 바라본다. 부드러운, 흐르는 듯한 곡선을 가진 그 늙은 의자는 걸터앉도록 나를 유혹했다. 나는 거기에 졌다.”

 

 

“부드럽고 풍성한, 어딘가 모르게 온기를 품은 감촉이 전해져 왔다. 지금까지 쭉 추구해 온, 무언가를 닮은 감촉.” “그것을 생각해내려고 노력한 끝에 겨우 알아냈다. 그가 그렇게 된 원인은 역시 이 의자에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무릎에 앉아 있는 감촉이었다. 먼 기억의 구름에 싸여 있긴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어릴 적의, 모든 불쾌한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또 모든 것을 잊게 하는 어머니의 무릎 위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그것을 음미했다.”

 

 

“사장님, 왠지 즐거워 보이시네요. 그나저나 회의 시간이 다 되었는데요.”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더 이상 회의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이 의자에서 떨어지는 일 따위가 가능하겠는가.”(여기서 소설은 끝남.)

 

 

‘그’가 사회적인 성공이나 돈에 관심 없고 오로지 그 의자에 앉아 행복함을 느꼈듯이 ‘나’도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의자>를 읽고 생각한 것들 :
1) 남들에겐 평범한 의자지만 누군가에겐 특별한 의자일 수 있다는 것.
2) 인간은 의자 같은 물건 하나에서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3) 남들이 보기에 하찮은 물건이라도 의미를 부여하여 특별한 물건으로 여기는 게 인간이라는 것.
4) 만약 새엄마가 들어와 전처의 자식이 자기 엄마의 물건을 소중히 가지고 있는 걸 보고 전처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것을 빼앗는다면 그것은 아이의 안정감을 빼앗는 행위가 된다는 것.
5) 인간에겐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것.
6)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구석이 있는 게 인간이라는 것. 그러므로 우리가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7)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을 싸고 있는 베일 하나를 벗김으로써 달라진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봄. 

 

 

큰아이가 돌이 지났을 때였는지 그 전이었는지 모르겠다. 엄마를 찾으며 울 만큼 어린아이였을 때에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콘도에 묵으면서 부모님에게 큰아이를 맡기고 우리 부부는 밖에 바람 쐬러 나갔던 것 같다. 어려서 말도 잘하지 못하던 아이가 나를 찾으며 울더란다. 아이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이 울기만 하더란다. 그런데 그렇게 울던 아이가 어느 순간 울음을 뚝 그치더란다. 어디서 찾았는지 내 옷을 자기 손에 쥔 다음부터 울지 않더란다. 밥을 먹여도 내 옷을 손에 꼭 쥐고 먹고 텔레비전을 봐도 내 옷을 손에 꼭 쥐고 보더라는 것. 내 옷이 아이에게 안정을 찾게 해 주었던 것. 내 옷이 아이에겐 곧 엄마였던 것이다. ‘의자’가 어머니의 무릎 위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소설 속의 사람처럼 아이도 그랬던 것이다. 

 

 

이 소설을 김영하 저, <읽다>의 시각으로 읽는다면 독자는 이런 생각을 하며 헤매게 되리라. ‘사람으로부터 받은 위안도 아니고 단지 물건 하나로 큰 위안을 받다니 이해가 안 되네. 인간에 대해 모르겠단 말이야.’

 

 

 

 

 


2.
다니자키 준이치로 저, <만(卍) ·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라는 책에서 읽은 <만(卍)>은 야한 소설이다. 그런데 사실 야한 장면은 없는 그러나 야한 소설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소설이다. 부부 사이에 여자가 끼인 삼각관계이다. 아니다. 두 여자의 연인 사이에 한 남자가 끼인 삼각관계이다. 아니다. 또 한 남자가 있으니 사각 관계라고 해야 하겠다. 어쨌든 사랑에 깊이 빠져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흡인력이 있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역시 사랑은 병이다. 정신병이다. 읽으면서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의 말로가 궁금했는데 그들 삶의 끝엔 예상한 대로 ‘파멸’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와 여자’의 사랑이 있고 ‘여자와 남자’의 사랑이 있는 이야기다. 괴로워하던, 삼각관계에 있는 세 사람은 결국 자살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셋 중 한 사람만 살아남는다. 남편을 둔 여자였다. 그 여자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이 소설은 진행된다.

 

 

저세상에 가면 더는 질투 같은 건 하지 말고 부처님 양쪽에 서 있는 보살들처럼 사이좋게 같이 있자고 남편이 말했어요. 그런 다음 남편과 제가 미쓰코 씨를 가운데 두고 베개를 나란히 한 채 같이 약을 먹고 누웠던 거예요. ......네? 그야 그렇죠. 어떻게 그때 저만 혼자 남겨질 거라고 생각했겠어요.
- 다니자키 준이치로, <만(卍) ·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181~182쪽.

 

 

사랑에 깊이 빠져 버린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에 주목해 읽을 만하지만, 인간의 특징을 잘 관찰한 소설로도 읽을 만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중심의 소설일 뿐 사색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흡인력이 있어서 시간 보내기에 좋은 소설임에 틀림없다. 인간에 대해, 사랑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에겐 유익한 소설이겠다.

 

 

 

 

 

 

 

 

 

 

 

 

 

 

 

 

 

 

<만(卍)>을 읽고 생각한 것들 :
1) 세 사람의 머릿속엔 온통 사랑만 들어 있다. 하루 종일 사랑하는 사람만 생각한다. 나중엔 하루라도 상대를 만나지 못하면 불안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인간은 사랑에 깊이 빠지면 그렇게 되는구나. 사랑에 깊이 빠진 사람의 맨얼굴을 들여다본 것 같다.  
2) ‘집착과 질투’라는 감옥에 한번 갇히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것이 사랑의 본질이라면 조심해도 소용없다는 것. 사랑에 빠지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지니까.
3) 사랑에 대한 열정이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는 것. 사랑은 적당히 해야 한다는 것. ‘적당히’라는 표현은 옳지 않은 것 같아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사랑을 할 땐 중심을 잃지 않고 할 것.’ 그런데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어디 그게 사랑인가 하는 생각.

4) 인간에겐 그런 특성이 있다. 사랑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것. 그런데 뜨거운 사랑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인간에게 그런 특성이 있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 뜨거운 사랑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쓴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인간을 통찰했다는 점에서 빼어난 소설이고.

5) 사랑을 할 땐 상대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태도를 겸비해야 할 것 같다. 이러려면 성숙한 정신을 밑바탕으로 해야겠고. 그렇다면 좋은 사랑의 조건은 성숙일 터.
6) 미성숙한 사람이 사랑에 빠져 감정 조절을 못하면 큰일 나는 건 치정 사건에서 잘 알 수 있다.
7)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을 싸고 있는 베일 하나를 벗김으로써 달라진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봄. 

 

 

 

 

 

 
3.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있는 유명한 소설이다. 개츠비는 옛 연인이었던 데이지와의 재회만을 목표로 삼아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매일 파티를 여는 목적은 바로 데이지와 우연히 마주치기 위해서다. 그가 집을 산 목적도 건너편에 있는 데이지의 집을 보기 위해서다. 개츠비는 오로지 데이지를 되찾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하지만 이미 남의 아내가 되어 버린 데이지와의 재회는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군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그건 우연이 아니었어요.”
“아니라니요?”
“개츠비가 그 집을 산 것은, 데이지가 바로 그 만 건너편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 6월의 밤에 그가 그토록 애타게 바라보던 것은 밤하늘의 별만이 아니었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116쪽.

 

 

이렇게 데이지만을 그리워하는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무엇으로 보답했을까? 물질을 숭배하고 양심도 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없고 성숙하지 못한 데이지는 결국 개츠비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개츠비가 데이지와 재회하지 못했다면 개츠비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독자에 따라서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비판하는 소설로도 읽을 수 있고, 개츠비와 데이지의 사랑 이야기인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생각한 것들 :
1) 상대에 대해 배려할 줄 모르고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데이지는 과연 한 남자의 사랑을 받을 만한 여자였는가? 그런 여자에게 인생을 바칠 만큼 집착하는 개츠비는 가치 있는 사랑을 한 것인가? 자기 인생의 목표를 사랑에 둘 만큼 맹렬하게 사랑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인가? 이런 의문들을 품게 되는 소설이다.
2) 혹자는 개츠비와 같이 뜨거운 사랑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뜨거운 사랑을 하였으되 사랑에 성공하지 못하고 어이없게 죽게 된 개츠비는 가여운 사람일까 아니면 행복한 사람일까?
3) 작가가 개츠비 앞에 ‘위대한’이라는 낱말을 붙인 걸 보면 개츠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 것 같다. 사랑에 대한 열정과 순수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일까?
4) 실제로 개츠비와 같은 남자가 데이지와 같은 여자와 결혼한다면 어떻게 될까? 둘 다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서로 많이 다른 두 사람은 자주 다툴 것이고 나중엔 서로 싫증이 날 것 같다.
5) 작가가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위대한 개츠비>는 우리가 성취하고 싶은 것들을 향한 열망의 어리석음, 부질없음, 허망함을 보여 주는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6) 인간은 무엇에 끌리면 정신을 못 차리고 오로지 그것에만 열중한다는 것.
7)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을 싸고 있는 베일 하나를 벗김으로써 달라진 인간의 새로운 모습을 봄.  

 

 

 

 

 


* 맺는말

 

1)

<의자>는 의자에만 정신을 쏟는 사람을, <만(卍)>과 <위대한 개츠비>는 연인에게만 정신을 쏟는 사람을 그린다. 이 세 소설의 공통점은 무엇이 마음에 꽂히면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 게 인간임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2)
내가 경험하지 못해 몰랐던 ‘인간의 어떤 점’을 보여 주는 소설이 나는 좋다. 인간을 싸고 있는 베일 하나를 벗겨 인간의 낯선 모습을 보여 주는 소설이 나는 좋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게 인간이었어?’ 하고 헤매는 시간이 나는 좋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
물음 : 당신은 소설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나의 대답 : 인간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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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6-2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헤메기 위해서.
점점 나이들어가면서 소설 읽기가 쉽지 않더군요.
내가 올바로 이해한 거야? 자꾸 의심하게되고 읽었던데를 다시 읽어야하나 갈등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그래도 점점 굳어져 가는 제 머리를 생각하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느 소설가가 그랬다는군요. 소설도 40 이전에나 읽을 수 있는 거라고.
동감이긴 한데 나이들어도 계속 혹 가다 한 두 권씩을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죠?^^

페크pek0501 2016-06-29 14:53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들수록 책 읽는 속도가 느려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말이죠. 70이 넘어서도 책을 쓰는 작가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꽤 젊은 축에 든다는, 그러니 엄살은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용기가 생깁니다.

해석이 다양한 건 문학을 포함한 예술의 특징이자 장점이니 자기 멋대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니 우리 편히 생각합시다.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우리가 느끼는 바가 다 다르잖아요. 소설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니 작가의 의도 따윈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지요.

덥지요? 앞으로 6주만 참으면 늦여름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버티기로 했어요.

북깨비 2016-06-2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 더 해주세요~~~ 하고 아이처럼 보채고 싶을 정도로 리뷰 재밌게 읽었습니다. `읽다`와 `의자`를 읽어보고 싶어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을 읽고 반해서 만, 열쇠, 미친 사랑 등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펙님 리뷰 읽고 나니 아주 손꼽아 기다려 지네요. ;-)

페크pek0501 2016-06-29 14:5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재밌었다니 다행힙니다. 이 글을 올리고 나서, 내가 참 시시한 글을 올렸구나, 생각했어요. 사실은 언젠가 쓴, 저장된 글을 올린 것입니다.

위의 네 권의 책은 다 괜찮은 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손꼽아 기다리실 만해요. ㅋ

좋은 독서가 되시길 바랍니다.

북깨비 2016-06-2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깜빡 잊고 못 물어봤는데 도련님과 악몽에 수록된 다른 단편들 혹시 무섭나요? ㅡㅡ;; 제가 겁이 많아서 왠지 악몽 그러니까 무서운 이야기가 나오나 걱정되서요.

페크pek0501 2016-06-29 14:59   좋아요 0 | URL
도련님과 악몽, 이란 제목이 있어서 그런 제목으로 단편이 들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별로 무서운 게 없습니다. 글로 읽는 건데 무서워봤자지요. 영화라면 몰라도 말이죠.

저도 겁이 많아서 무서운 영화를 싫어합니다. 왜 돈을 내고 굳이 공포에 떨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런 영화를 보지 않게 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북깨비 2016-06-29 15:49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곡성을 보고 와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이동진님 평론을 두시간 감상한 후론 영화장면 떠오를때 이동진님 차분한 목소리도 같이 오버랩 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요.

페크pek0501 2016-07-03 14:23   좋아요 0 | URL
이동진 님처럼 말 잘하는 사람을 처음 봅니다. 아주 날아다니는 차원입니다. 말을 그렇게 맛있게 하다니...

아직 본격적인 더위는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덥군요.
그래도 마음만은 시원하게 갖고 지내야겠지요...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cyrus 2016-06-2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마지막 결론이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정확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페크pek0501 2016-06-29 15:01   좋아요 0 | URL
독서의 재미는 역시 알아가는, 깨닫게 되는 재미일 듯해요.
의무로 소설을 읽는다면 고역일 테지만 저절로 손이 가게 되는 흥미로운 소설은 우리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사합니다.

자신이 재밌어야 할 소설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님은 지금 도서관에 계실 것 같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1.
책을 여러 권 돌려 가며 읽어서 그렇겠다. 반 이상 읽었으되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 열 권이 넘는다. 한 권을 완전히 읽고 나서 다른 책을 읽는 습관이 내겐 없기 때문이다. 왜 한 권을 끝까지 읽지 않은 채 다른 책을 읽느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내 대답은 이렇게 되겠다. “어떻게 책 한 권에만 집중해 읽을 수가 있나요? 매력적인 책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라고. 이것은 마치 바람둥이가 “어떻게 연인으로 한 사람에게만 집중해 만날 수가 있나요? 매력적인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라고 말하는 것과 같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반 이상 읽은 책을 언제까지나 마저 읽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그럴 리가 있겠나. 마저 읽고 나서 독서 노트에 그 책의 제목과 간략한 내용을 기록해야 되는데 말이다. 이 독서 노트에 책 한 권을 추가할 때마다 느껴지는 달콤한 뿌듯함이 있는데 말이다. 만약 내게 독서 노트가 없었다면 미완성의 독서에 그칠 책이 많았으리라. 내게 독서 노트가 필요한 이유다. 때로는 내용만큼이나 형식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겠다.

 

 

지난 3월부터 새로운 형식을 추가했다. 내 책상 위에는 탁상 달력이 세 개 있는데 그중 하나에 책을 읽은 분량을 적어 넣는 일이다. 각각의 날짜에 그날 내가 읽은 책의 분량을 적어 놓고 한 달에 몇 쪽이나 읽었는지 합산해 놓는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 형식을 추가한 다음부터 독서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역시 내용만큼이나 형식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겠다.

 

 

 

 

 

 

 

2.
언제부턴가 사진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생각만 할 뿐 실천하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사진을 잘 찍는 법을 가르치는 강의가 있긴 했다. 강사 님과 수강생들이 오전에 야외에서 만나 각자 사진을 찍고 나서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헤어진다고 한다. 물론 함께 있는 시간에 강사가 사진을 잘 찍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수강생이 궁금한 것을 강사에게 질문하기도 하겠지.

 

 

문제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루를 빼내느냐 하는 것이다. 하루를 빼기가 어려워서 사진 배우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글쓰기만으로도 바쁜데 사진에까지 신경 쓰면 안 될 거야, 라고. 사진에까지 시간을 빼앗기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횟수가 줄어들 거야, 라고.

 

 

그런데 반전! 오히려 글을 짧게 쓰고 사진으로 채우면 되니 페이퍼를 글로 다 채울 필요가 없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4월에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나서 알았다.

 

 

예상은 원래 빗나갈 때가 많은 법이지.
그러니 실제로 해 보기 전에 속단하지 말 것.
일단 부딪혀 볼 것.
경험은 생각을 바꿔 주기도 하므로. 

 

 

(사진에 대한 강의를 수강하는 대신에 <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구도>를 구입해 공부하고 있다.)

 

 

 

 

 

 

 

 

 

 

 

 

 

 

 

 

 

 

 

 

 

3.
어느 날 이메일함에 들어갔더니 알라딘에서 이메일 한 통을 보내온 게 있었다. 열어 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

 

고객님!
아래 추첨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아래 당첨 정보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경품 수령은 아래 발송 예정일로 부터 5일 이내입니다.(단, 평일 기준)
당첨 이벤트명 책의 날 10개의 질문 
이벤트 페이지 바로가기 ▶ 
당첨 경품명 알라딘적립금 5만원 
발송예정일 06월 16일 
경품발송처 알라딘직배송 

 
......................................

 

 

 

이 이메일을 보자 미소가 지어졌다. 천 원의 적립금을 준다고 해서 또 흥미를 느껴서 ‘책의 날 10개의 질문’에 답을 써서 페이퍼로 올렸던 것인데 5만 원어치 책을 살 수 있는 적립금을 준다니... 내가 2016-04-23에 올린 <책에 대한 10개의 질문과 답>이라는 페이퍼로 5만 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이 이벤트의 당첨자 발표일이 언제인지 알지도 못했고 어디서 발표하는지도 몰랐다. 이메일을 보지 못했다면 내가 그 이벤트에서 5위 안에 뽑혔음을 몰랐을 뻔했다.

 

 

찰나적으로 스치는 생각 하나가 있다. 내가 얼마 전 4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손해 본,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이 5만 원으로 퉁치라는 하늘의 뜻인가 하는 생각이. 위로금이라는 생각이.

 

 

그러니까 5만 원어치 책을 사고 40만 원을 잊으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하늘의 뜻을 받들어 어떤 책을 5만 원어치 살 것인지 즐거운 고민에 들어가야겠지?

 

 

 

 

 

 

 

 

 

 

 

 

 

 

 

 

 

 

사고 싶은 책은 늘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은 꼭 사려고 한다. 열 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앤드루 포터 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란 소설집이다. 이 책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이란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된 것인데, 김영하 작가가 읽어 준 것은 열 편의 단편 중 표제로 사용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다. 고매한 인품을 가진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 이야기를 열 번도 더 들은 것 같다.

 

 

그래서 내용은 잘 알지만 이 이야기를 종이 책으로 읽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잘 쓴 작가의 나머지 아홉 편의 단편이 궁금하기 때문에,
앤드루 포터의 좋은 문체를 감상하는 재미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구입하고 싶은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은 품절되어 구입할 수 없어서 알라딘에 알림 메일을 신청해 두었는데 며칠 전에 알라딘에서 이런 제목으로 이메일이 왔던 것이다.

 

 

......................................
 

알림 신청하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가) 재출간/입고되었습니다.


......................................

 

 

 

품절되어 구입할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제 구입할 수 있다니 어찌 기쁘지 않으리오.

 

 

‘40만 원어치 책을 산다면 더 좋았겠지만 5만 원에 만족해야겠지?’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책 주문을 앞두고 있는
이 시간에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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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6-1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드려요. 안 그래도 오만원의 주인공이 누구실지 궁금하던참이었어요

무슨일인지 모르지만 40만원
넘 아깝네요 ^^;

페크pek0501 2016-06-10 16:01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 님. 감사합니다.

40만원의 일은... 그런 손해를 본 게 두 건이나 된답니다. 이건 시간이 많이 지나야 글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ㅋ

좋은 하루 되세요.^^

시이소오 2016-06-1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두건이나요? 속상하셨겠어요
앞으로 손해본거 부디 회복하시길 ~
pek0501님도 좋은하루 되세요 ^^

페크pek0501 2016-06-10 18: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이런 경우 마냥 억울해하기보다 그냥 운이 없었다고, 누구나 운이 없는 경험을 하며 사느 거라고 생각해야겠지요? 이보다 더한 불행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라, 라는 탈무드 구절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고맙습니다.
꾸우벅^^

서니데이 2016-06-1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당첨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6-06-10 18: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기네요...

stella.K 2016-06-1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축하드려요. 그렇지 않아도 행운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궁금했는데...
근데 전 5만원은 고사하고 당선작이나 돼 봤으면 좋겠습니다.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쁜 일 끝에 좋은 일이니 위로 받으시길.

언니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었네요. 더구나 재입고라니...!

저도 제가 하루에 책을 몇 페이지나 읽을까 체크해 보고 싶었는데 하다 포기할 것 같아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언니를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16-06-10 18:26   좋아요 0 | URL
후후~~
스텔라 님도 달력에 체크를 해 보시면 어떤 재미를 느끼실 거예요. 며칠 동안 책을 읽지 않아 체크하지 않은 깨끗한 공간을 보면 빨리 책을 읽어서 30쪽이라도 읽었다고 써 넣고 싶어질 거예요. 저는 운동한 날과 운동하지 않은 날도 오 엑스로 표시해 둡니다.

cyrus 2016-06-1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시한 이야기가 아닌데요. 응모자가 많았던 이벤트에 1등으로 당첨되어서 축하드립니다. ^^

페크pek0501 2016-06-10 18:28   좋아요 0 | URL
그 많은 응모자들 중에서 겨우 5명만 뽑아 5만원을 준 것은 좀 짜게 느껴지지요?
사람들이 응모한 성의를 봐서라도 30명쯤은 줘야 하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yureka01 2016-06-10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구도...사진의 구성 풀룻이자 프레임인데요..정말 구도는 실전에 써먹을려면 사진 많이 찍어야 됩니다. 늘 이론이야 안다치더라도 실제 사진찍을때는 세까맣게 다 까먹고 셔터 누르죠..구도연습은 정말 손에 익어야 하더군요. 사진은 무수한 패배속에서 피는 꽃같은 것인가 봐요 ..ㄷㄷㄷ어렵 ㅠ.ㅠ

페크pek0501 2016-06-10 18:34   좋아요 0 | URL
˝사진은 무수한 패배속에서 피는 꽃같은 것인가 봐요˝
- 역쉬~~ 사진 전문가는 표현도 다르군요. 저는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것은 아예 꿈도 안 꾸고 창피만 면하자, 라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고요.

유레카 님은 잘 아시리라...싶어서 부탁드려요. 혹시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좋은 구도를 잡는데 도움이 되는 사진 책을 알고 계시면 추천 좀 해 주세요. 제가 갖고 있는 책은 인물이나 정물도 있어서 풍경에 할애한 페이지가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저는 꽃이나 나무들이 있는 풍경 사진에 가장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만 연구해 보려고요.

고맙습니다.

세실 2016-06-1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원! 축하드립니다~~~~~~
저도 사진 배우고 싶었는데 카메라가 좋아야 하더라구요. 당분간 멈춤!ㅎ

페크pek0501 2016-06-12 22:08   좋아요 0 | URL
오우! 세실 님, 오랜만이십니다. 반갑습니다.
님도 사진 배우고 싶었군요. 흐흐~~
카메라가 좋아야 하는거군요. 저의 집 것은 구닥다리이니 최신 것으로 장만부터 해야 하는거군요.
일 벌리는 건 질색이니 대충 찍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yureka01 2016-06-1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왕도는 없어요.
교과서도 없고 정석도 없습니다.

사진 책이란 것은 그저 참고서 일뿐이죠.
많이 찍고 많이 읽고,,,,

사진에 정도가 없습니다.

자신의 사진길은 오로지 자신만이 개척하며 가야하는 길일 뿐이거든요....

모쪼록 자신의 사진 길 찾으시길^^..

페크pek0501 2016-06-12 22:12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어느 책에서 본 글이 생각나네요. 사진을 잘 찍기 위한 원칙 같은 것이 있기도 하고 그러나 없기도 하다는 것.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요, 잘 찍은 사진과 못 찍은 사진을 비교해서 설명해 놓았답니다. 그런 것도 제겐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워낙 기초 지식이 필요한 사람이라서 말이죠. 어느 수준에 오르게 되면 아마 님처럼 사진에 정도가 없다, 많이 찍고 많이 연구하는 길밖에 없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군요. 아직 그 수준에 오르기 못했어염... ㅋ

친절한 설명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시면 사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여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yamoo 2016-06-1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전 맨날그래요..ㅎㅎ

2. 저도 사진을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만은 항상 있어요..ㅎ

저두 이벤트 당첨 됐어요..ㅎㅎ 알라딘 궂즈가 와서, 이게 뭐지?? 하고 있었는데, 이벤트 당첨이라는 걸 뒤늦게야 아는..ㅎㅎ

페크pek0501 2016-06-12 22:16   좋아요 0 | URL
1번은 야무 님도 똑같으시군요. 님도 독서 노트가 있나요? 여러 권을 돌려 가며 읽는 건 책 욕심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 같아요. 하나를 읽고 있으면 쌓여 있는 책이 궁금해지잖아요.

2. 사진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군요. 혹시 인터넷 강의가 있나 알아봐야겠어요.
시간을 덜 빼앗기기 위해서 말이죠.

3. 워 예~~~ 님도 이벤트 당첨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알라딘 굿즈로 무엇을 받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예쁜 게 참 많던데요. 다시 한 번 추카추카추카...

굿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2016-06-23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7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6-06-2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시생인 저에겐 오만원은 그야말로 황금같은 금액이죠 ㅋ 늦었지만 왕 축하드려요.

저랑 독서 스타일이 비슷하신 것 같아요. 저도 한권 쭉 읽기 보다는 돌려 읽는 스타일이라 ㅋ 책에 책갈피가 표창처럼 수두룩하게 꽃혀 있어요 ㅋ 근데 달력에 다가 체크까지 하시다니!!! 프로에요!

사진이라 너무 멋져요. 전 그림을 그려 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게 좀처럼 안 돼요. ㅋ 페크님은 사진 배우셔서 멋진 사진 팍팍 올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사진은 관심은 있거든요 ㅎ 하여간 전 참 관심은 많고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서 ㅋㅋㅋ 장마 조심하세요 ㅎ

페크pek0501 2016-06-27 12: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저에게도 5만원은 크답니다. ㅋ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돌려 읽기인 것 같아요.

달력 체크는 잊고 안 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그 달력을 보면 시간 나는 대로 읽으려는 마음이 쑥 하고 올라오거든요.

사진은... 모르겠어요. 사진 기술을 배울 생각은 하지 않고 제 마음대로 찍으니까요. 찍다 보면 좀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찍어라.
일단 글 써라.
하는 게 제 마음가짐입니다.

루쉰 님도 장마 조심하시고 자주 봬요. 반가웠습니다.~~~
 

 


1. 말할 때 체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잘 안다. 특히 몸에 기운이 없다고 느낄 때 말을 많이 하면 내 몸속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기운이 없는 날에 누군가를 만날 때면 내가 말을 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쪽에 있게 된다. 반대로 기운이 있는 날에 누군가를 만날 때면 내가 상대방의 말을 듣기보다 말을 하는 쪽에 있게 된다.

 

 

 

2. 나를 포함해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대체로 사람들은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하는 내용을 대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말의 3분의 1은 자기 자랑을 하는 것, 3분의 1은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 이야기를 하는 것. 그런데 웃음을 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자신이 유머가 있음을 자랑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보면 말하기는 결국 반 이상이 자기 자랑인 셈이다.

 

 

 

3.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말을 많이 하는 자는 자기 자랑을 하는 가벼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을 줄여야겠다는 것. 다시 말해 내가 말하는 시간을 줄이고 남의 말을 들어주는 시간을 늘려야겠다는 것.

 

 

 

4. 말수를 줄이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면 가벼운 사람이 되는 걸 피하는 이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몇 가지 이점이 더 있다.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어 인간관계가 좋아지며,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5. 탈무드의 어떤 구절을 떠올리면 듣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다.”라는 구절을.

 

 

 

 

 

.........................................

짧은 칼럼을 써 봤다.

쓰고 보니 주관적인 글인 것 같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칼럼은 편견이 담긴 글이라고 생각한다.  

 

 

 

 

 

 

 

 

 

 

 

 

 

 

 

 

 

 

 

 


 

 

 

 

5월이 가기 전에 올리려 했던 장미꽃 사진을 이제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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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8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9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6-06-0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의 일상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고, 우스개 소리도 거의 하지 않으니, ...

제 말하기(와 글쓰기)의 절반은 제 자랑, 나머지 절반은 나의 경제적 유익을 위해서 ...

남의 이야기도 거의 듣지 않으나, 책을 읽는 것을 듣는 것에 포함시킨다면 2:1의 비율을 맞추면서 제 자랑을 늘리기 위해 독서를 더 많이 해야겠군요.

페크pek0501 2016-06-09 11:47   좋아요 0 | URL
말을 하는 게 고단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날 때 그래요. 몸이 고단하니 말수가 적어지고 그 대신 친구들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을 글로 써 봤어요. 집에 와서 생각하니 저도 말할 때 자기 자랑을 하고 있더라고요. ㅋ

말을 많이 하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딱 아는 만큼 글을 쓰듯이, 딱 아는 만큼 말을 하게 된다고 믿으니까요.
누구든 만나서 잠깐 얘기를 나누면 그의 지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잖아요. 상대가 사용하는 어휘만 봐도 짐작이 되잖아요. 그래서 글 올리는 게 가끔 두렵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cyrus 2016-06-08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상대방의 말을 들어줬는데 정작 상대방은 제 말을 안 듣습니다. 상대방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습니다. 너무 들어주는 자세도 좋다고 보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호구짓을 실제로, SNS에서 몇 번 겪은 적 있습니다. ^^;;

페크pek0501 2016-06-09 11:50   좋아요 0 | URL
꺄르르~~~ 님은 잘 살고 계신 걸로 접수합니다. 남에게 손해를 보기도 하며 사는 게 좋은 삶이라고 봐요. 저도 바보짓으로 손해를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하죠. 살면서 나도 모르게 지은 죄가 있을 터이니 그걸로 상쇄하자, 뭐 이런 생각으로 계산하고 나면 편해집니다.

잘 살고 계신 겁니다. 그러니까 알라딘에서도 님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잖아욧... ㅋㅋ

반갑고 고맙습니다.

cyrus 2016-06-09 20:39   좋아요 0 | URL
제 블로그가 인기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기`는 마태우스님, 로쟈님, 다락방님, 하이드님 같은 오랫동안 알라딘에 활동하신 분들에게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

페크pek0501 2016-06-10 15:42   좋아요 0 | URL
학창 시절에 말이죠, 전교에서 10등 안에 드는 학생은 똑같이 우등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이죠. 이곳 알라딘은 학교보다 규모가 크니 알라디너 중 30위 안에 들면 저는 다 인기블로거, 유명블로거로 안답니다.

님이 제 서재에 댓글을 남기시기 전부터 저는 이미 님을 인기블로거, 유명블로거로 알고 있었답니다. 키득...


루쉰P 2016-06-0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셨죠? ㅋ 전 듣기도 말하기도 안 할 수 있는 홀로 선 고시원에 있어서 훗 근데 진짜 들어주는 게 어렵더라구요 그럴람 질문을 잘해야 할 것 같아요 ㅋ 아 누구라도 좋으니 말할 사람 있으면 백년동안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처지라면 말이죠 ㅋ

페크pek0501 2016-06-09 11:53   좋아요 0 | URL
이게 누구십니까? 그동안 활동하고 계셨던 겁니까? 아주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백 년 동안이나 들을 수 있는 마음자세라니... 으음... 꽤 바람직한 자세 같습니다. 그런 자세라면 친구에게도 애인에게도 인기가 있겠는걸요.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잘 들어주면 존중받는 느낌도 들고 호감의 표시인 것도 같거든요.


아무쪼록 그 자세를 견지하며 사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본받겠습니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반가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루쉰P 2016-06-09 13:56   좋아요 0 | URL
ㅋㅋㅋ 활동이라뇨 ㅋ 전혀 안 하고 있다가 들어온 지 며칠되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말아먹고 좀 여유 있는 시간이라 딴 걸로 정신 소비하는 것보다 여기 들어와서 글 읽는게 좋을 것 같아 조금씩 들어와서 읽고 있어요. ㅋ

사실 백년은 농담이고, 사람을 못 만나니 그런 것 같아요 ㅋ 글은 모두 편견(?)이라기 보다는 쓰는 사람의 독자적인 사상 있지 않을까요? ㅎ 페크님의 사상이 담긴 글이니 편견이락고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ㅋ

알라딘 자주 올께염 ㅋ

페크pek0501 2016-06-10 15:44   좋아요 0 | URL
글을 쓰는 사람의 독자적인 사상이라... 참 좋은 표현입니다.
저의 사상을, 저의 개성을 보여 주는 글로 생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6-06-0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당하신 말씀인데 그렇게 되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너무 말을 안하면 소외되는 것 같고, 바보가 되는 것 같고.
주거니 받거니가 잘되는 인간관계가 좋은 것 같아요.
언니와 저처럼요.ㅋㅋㅋ

6월은 릴케와 장미의 계절이어요.^^

페크pek0501 2016-06-10 15:4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해야죠. 아무도 말을 안 하고 들으려고만 하면 그것도 큰일이지요... 사실 친구들을 만나면 말을 많이 하는 친구가 저는 좋답니다. 활력이 느껴지고 재밌어요. 다만 저에 대한 반성과 다짐의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