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무의식 - 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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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할 때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감정이 생기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우리는 알고 있을까? 그 해답을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있다.

 

 

 

어떤 일에 대한 판단과 인식에 관여하는 우리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두 층위에서 작동한다. 의식이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의식은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는, 의식 아래의 숨겨진 마음이다.

 

 

 

이 책의 제목 ‘새로운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연구했던 무의식과 구별된다. 프로이트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환자들의 행동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적 과정에 지배될 때가 많다는 옳은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그것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기술적 도구가 없었다. 오늘날에는 fMRI 등이 등장함으로써 과학자들은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무의식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데, 이런 연구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새로운 무의식>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는 여러 실험이 소개되는데, 각 실험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뿐만 아니라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각 장마다 그 주제에 맞는 금언을 넣어 읽는 재미를 더하게 만든 점이다.

 

 

 

 

밑줄긋기

 

....................

 

우리는 없던 일을 지어내서 기억한다 : 거짓 기억과 거짓 정보를 심는 것은 워낙 쉬운 일이라, 생후 3개월 된 영아, 고릴라, 심지어 비둘기와 쥐에게도 성공적으로 시도되었다. 특히 인간은 거짓 기억에 취약하다.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짐짓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거짓 기억을 유도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그는 그 사건은 “기억하되” 기억의 원천은 잊는다. 그래서 상상의 사건을 실제 과거로 혼동한다.(105쪽)

 

무의식은 감각이 제공하는 불완전한 데이터를 받아서 빈틈을 메우고, 그 인식을 의식으로 전달한다. 우리는 어떤 장면을 볼 때 사진처럼 선명하고 윤곽이 뚜렷한 그림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림의 작은 일부만 또렷할 뿐이고 나머지는 의식 아래의 뇌가 마음대로 그려낸 것이다. 뇌는 기억에도 그런 기교를 쓴다.(108쪽)

 

 

 

 

평가엔 무의식이 영향을 미친다 : 우리는 타인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합리적이고 의식적이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과정들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212쪽)

 

이 발견 - 우리가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더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 - 에서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결론이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 사업적 거래에서 내집단 구성원을 더 선호하고, 그의 작업과 결과물을 외집단 구성원의 것에 비해서 더 우호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비록 자신은 모두를 동등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더라도 말이다.(228쪽)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 진화는 인간이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뇌를 설계하지 않았다. 인간의 생존을 돕도록 설계했을 뿐이다. 우리는 자신과 세상을 관찰한 뒤,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만 그것을 이해한다.(264쪽~265쪽)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 고등학교 최고학년 약 100만 명을 대상으로 했던 조사를 보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을 스스로 평가해보라고 했을 때, 100퍼센트(모두)가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평가했고, 60퍼센트가 상위 10퍼센트로 평가했고, 25퍼센트가 상위 1퍼센트로 여겼다. 지도력에 대해서 묻자, 2퍼센트만이 자신을 평균 아래로 평가했다. 교사들이라고 더 현실적인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수의 94퍼센트가 자신은 평균 이상으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자기 평가가 부풀려지는 경향성을 가리켜 “평균 이상 효과(above-average effect)"라고 부르며, 운전 실력에서 관리 능력까지 다양한 맥락에서 그 영향을 확인했다.(269쪽~270쪽)

 

이런 과대망상은 기업계에서도 법칙이나 만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자신의 회사가 동종업계의 다른 전형적인 회사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회사이니까.(270쪽)

 

 

 

 

우리는 과학자가 되기도 하고 변호사가 되기도 한다 :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진실에 이르는 길이 두 가지라고 말했다. 과학자의 길과 변호사의 길이다. 과학자는 증거를 모으고, 규칙성을 찾고, 관찰을 설명하는 이론을 구축하고, 그것을 시험한다. 변호사는 거꾸로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고 싶은 결론에서 시작하여 그것을 지지하는 증거를 찾아보고, 지지하지 않는 증거는 깎아내리려고 한다. 가끔은 객관적 진실을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 가끔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무의식적으로 열렬히 변호하는 사람이 된다. 두 접근법은 늘 겨루면서 우리의 세계관을 만든다.(273쪽)

....................

 

 

 

 

이 글의 마지막은 이 책의 표지에 있는 말로 마무리한다.

 

 

“자신이 하는 선택의 이유와 방식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가? 믈로디노프를 따라서 이 근사한 여행을 마치고 나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인코그니토>의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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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5-0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능력을 잘 모를 경우엔 과대평가하는 게 자신에겐 나은 것 같아요.
과소 평가해서 우울해하는 것 보단 과대평가해서 자신만만하다 보면 뭔가 진척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언제나 주춤하다 보면 길은 저만치 멀어져 있더라구요.
괜한 넋두리 페크 언냐께 하고 휘리릭~~

페크pek0501 2013-05-08 12:02   좋아요 0 | URL
최근 기죽었다가 괜찮아졌어요. 기죽지 않으려면 마음을 비우기, 가 답이더라고요. 마음을 비우면 비교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마음 비우기 연습 중...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은 자신감인 듯해요.
과대평가할 수 있다면 본인에겐 좋은 것, 맞아요. 남들이 볼 땐 속터지려나요? ㅋㅋ
그래도 저도 저를 과대평가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우리에겐 착각이 필요한 듯...

저는 팜 님, 할 일이 쌓여 있는데, 진도가 느려서 늘 몇 박자 뒤처져 살고 있는 느낌이에요. 게획을 세우지만 실천은 반밖에 못해요.
영차, 영차!!! 팜 님이 좀 끌어 주시길...^^

수이 2013-05-0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음 역시 보통 사람들이 대개 갖고 있는 거였군요.
하지만 저는 살림에 있어서만은 역시 작아질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해도 늘지를 않네요. 후훗.
시엄마는 역시 이런 말씀을 하셨지만요.
"책 읽는 거 즐기는 것 절반이라도 보태서 살림을 즐긴다면
그런 소리는 못할텐데 -_-;;;;;"

애교에 있어서만은 역시 자신 있는지라 번번이 애교로 넘어가지만
역시 살림을 잘하시는 분들 보면 부러워져요 한없이 ^^;;

페크pek0501 2013-05-08 13: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람들은 자신을 과대평가해요... 저는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저만은 살아남을 것 같단 생각을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과대평가예요. 나만은 운이 좋을 거야, 하는...

살림... 앤 님도 저와 같은 과의 분이시군요.ㅋ 저도 주부 경력이 몇 년인데 아직도 부엌에서 유능한 주부생활을 못해요. 반찬 만큼은 친정 엄마를 닮아서 곧잘 맛을 내지만 유능하게 척척 하는 게 아니라 끙끙 대며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짧은 시간에 몇 가지의 반찬을 척척 해 내는 우리 시누이 형님 같은 분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감탄을 하지요.

애교... 저는 애교도 없어요. 후후~~

노이에자이트 2013-05-0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읽으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인간의 기억은 일종의 가공을 거쳐 형성되니까요.이것이 집단적인 기억이 될 때 무의식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 하는 것도 학자들 간에 큰 쟁점이고요.

페크pek0501 2013-05-08 13:29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입니다.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으면 이해가 되지요.

저도 제 기억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기장을 보고 알았어요.
일기장에 써 있는 것과 제 기억이 정반대여서요.ㅋ


프레이야 2013-05-0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끌리네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을 아는데
결국 마음에 품은 건 다 해내더라구요. 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성향이나 폭력성이
나타나는 경우를 봤어요. 놀랍더라구요. 모든 면에는 중도가 필요한 것도 같고요^^

페크pek0501 2013-05-11 14:07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네요, 프레이야 님!
왜 이리 바쁜지 모르겠어요. 이번 달엔 행사가 많은데다 오늘은 친척 칠순잔치에
가야 하고 다음 주엔 절에 가야 하고...

중도, 중용의 자세가 제일 좋겠죠.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성공한 삶을 살 수 있겠고,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남들에겐
거부감을 갖게 할 수 있겠죠.
우리 둘째 애의 말에 따르면, 공부 잘하는 애들이 싸가지가 없대요. ㅋ
아마 성공한 사람들이 싸가지가 없을 걸요?ㅋ

자신을 과대평가하되, 남들 앞에선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할 듯해요. 그러니까 남들에겐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객관적 시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좋은 봄날 보내시고 있겠죠?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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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낱말을 중심으로 리뷰를 써 보았다.

 

 

 

1. 오해 : 말은 오해를 낳는다. 행동도 오해를 낳는다. 그래서 세상은 수많은 오해로 만들어진 각각의 세계를 구성한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머릿속에서 각본을 미리 짜 놓고 그것을 상대에게 꿰맞추기 일쑤다. 그래서 진실은 굴절된다. 종종 억울한 일이 생기곤 하는 이유다.

 

 

소년은 일주일에 한 번씩, 수요일마다 자전거를 타고 피아노를 배우러 다닌다. 피아노를 가르치는 미스 풍켈 선생님은 매우 엄격하고 신경질적으로 화를 잘 내는 사람이다. 어느 날 소년은 10분 지각을 하여 피아노 선생님을 화나게 만든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하르트라웁 박사님 댁 오소리개가 소년을 한참 동안이나 울타리 곁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도중에 자동차를 두 대 만났으며, 네 명의 행인을 앞질러야만 했기 때문에 지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소년에게 늦은 이유에 대해 변명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제멋대로 이렇게 말한다.

 

 

“그럼 그렇지, 개하고 놀았겠지! 얼음과자도 하나 사 먹었을 테고! 너 같은 애들은 내가 잘 알고 있어. 히르트 아줌마네 구멍가게를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면서 얼음과자나 사 먹을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소년은 이런 오해를 받는 게 분했다. 너무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혀 버렸고 눈물만 뚝뚝 흘렸다.

 

 

“가방이나 열고 악보나 꺼내서 뭘 배웠는지나 해 봐! 보나마나 연습도 안 했겠지!”라고 피아노 선생님은 소리를 꽥 질렀다.

 

 

소년은 피아노 선생님이 숙제로 내 주었던 연습곡이 굉장히 어려운 것이라서 거의 연습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오소리개의 공격을 비롯하여 흥분되는 일들을 겪었고 지각했다는 이유로 선생님의 혹독한 꾸지람을 들어서 소년의 마음은 흙탕물이 튄 옷처럼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으므로 그 곡을 잘 칠 수가 없었다.

 

 

소년이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하자, “내가 그럴 줄 알았지!”하면서 피아노 선생님은 어금니 사이로 뱉어 내는 듯한 말로 화를 냈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네 녀석이 암만 그래도 네까짓 녀석이 나를 갖고 놀게는 안 해, 알았어? 내가 이렇게 화만 내고 말리라고는 꿈도 꾸지 말아라! 네 엄마한테 전화할 거야. 네 아빠한테도 전화할 거야. 네 녀석이 일주일은 제대로 앉지도 못할 정도로 흠씬 두들겨 패 주라고 할 거야! 앞으로 3주일 동안은 집 밖으로도 내보내지 말고, 하루에 세 시간씩 앉아서 사 장조를 연습시키라고 하고, (…) 내 맛 좀 보라구, 이 말썽꾸러기 같은 녀석 같으니라구! (…) ”

 

 

소년이 피아노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마지막 말은 이렇다.

 

 

“네 물건 싸 가지고 꺼져 버려!”

 

 

 

 

 

2. 자각 : 우리에게는 각자의 삶이 있고 그 삶 속의 저마다의 경험에서 각자 특유의 자각을 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어떤 것에 대해 처음 갖는 깨달음일 수 있다. 소년은 무엇을 자각했을까.

 

 

“나는 온몸으로 떨었다. 무릎이 너무나 떨려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고사하고 거의 걷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 나를 그렇게 혼란스럽게 만들고, 오한이 날 정도로 몹시 흥분하게 만들었던 것은 미스 풍켈 선생님의 난리법석이 아니었다. 매 맞을 것과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감금이 무서워서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뭔가를 두려워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 것들보다는 이 세상 전체가 불공정하고 포악스럽고 비열한 덩어리일 뿐 다른 아무것도 아니라는 분노에 찬 자각 때문이었다.”

 

 

 

 

 

3. 결심 : 누구나 참담한 감정이란 수렁에 빠져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 수렁에 빠지면 혼자서는 빠져 나오기 힘들다. 정신이 극단적인 생각으로 향하게 만들며 비이성적인 최악의 상태에 이르게 만들기도 한다. 소년이 그랬다. 피아노 선생님의 꾸지람으로 인해 참담한 감정에 사로잡힌 소년은 자살을 결심한다.

 

 

“나는 앞으로는 결코 그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지 않으리라!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하리라!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고 말겠다! 그것도 지금 당장!”

 

 

죽는 방법으로 소년이 택한 것은 덩치가 커다란 가문비나무에 올라가서 나무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떨어지는 것이 무섭지 않았다. 그것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소년은 자신이 죽은 다음에 일어날 아주 멋진 장례식을 상상했다.

 

 

 

 

 

4. 상상 : “아주 멋진 장례식이 되겠지! 교회 종이 울릴 테고,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지고, 윗마을에 있는 공동묘지는 수많은 조객들로 미어터지겠지. 나는 유리 관 속에 누워서 수많은 꽃 속에 파묻혀 있을 테고, 까만색 조랑말이 날 끌고 가면 사방에서 사람들의 통곡 소리가 요란하겠지. 부모님이 우실 테고, 누나와 형들도 울 테고, 우리 반 아이들도 울 테고, 하르트라웁 박사 부인과 미스 풍켈 선생님도 울 테고, 멀리서 찾아 온 친척들과 친구들도 엉엉 울면서 그들 모두 손으로 가슴을 치며 소리지르겠지. ‘엉 엉! 그토록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은 우리 잘못이야! 만약에 우리가 좀 더 잘해 줬더라면, 너무 못되게 굴지도 않고, 잘못을 저지르지만 않았더라면, 그 착하고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상냥했던 아이가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 있으련만!’”

 

 

이것은 매우 황홀한 상상이었다. 이 상상이 소년을 아주 행복하게 하였다.

 

 

 

 

 

5. 사소함 : 사소한 일로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가 많은 게 우리의 삶이다. 사소한 일로 국가 간의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 부부 싸움을 하다가 이혼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소함은 사소하다고만 볼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소년은 죽기 위해 가문비나무에 올라갔다. 가문비나무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높이가 30미터쯤 된다는 것을 알았다. 소년은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감은 채 숫자를 세다가 ‘셋’하는 순간에 눈을 그대로 감은 채 허공으로 몸을 날린 다음 떨어지는 순간에는 다시 눈을 뜨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소년이 떨어지기 직전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탁-탁-탁-탁’하는 소리였다.

 

 

“그러고는 갑자기 좀머 아저씨의 모습이 30미터 밑에, 그것도 내가 뛰어내린다면 나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저씨도 넘어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수직적인 위치에 나타났다. 난 나뭇가지를 손으로 꽉 부여잡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소년은 좀머 아저씨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소년은 좀머 아저씨가 자신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죽기로 한 것을 그만두고 나무에서 내려와 집으로 간다. 소년은 피아노 선생님의 꾸지람이라는 사소한 일로 자살을 결심했듯이 역시 사소한 일로 자살을 포기하고 만 것이다.

 

 

 

 

 

6. 좀머 씨 :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치는 좀머 씨. 소년의 어머니는 그를 밀폐 공포증 환자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밀폐 공포증이 아주 심하단다. 그 병은 사람을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만들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좀머 씨가 누구인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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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멀리 사라지는 기차의 뒷모습과도 같은 유년기의 흐릿한 추억이 되돌아오는 기차처럼 또렷이 보이는 듯했다. 소년을 통해서 유년기의 나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이 주는 멋진 선물이었다.

 

 

좀머 씨는 베일에 싸인 존재로,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동네에서 떠도는 소문뿐이다. 소년이 고통(또는 참담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좀머 씨에게서 자신보다 더 큰 고통(또는 참담함)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자신만이 느낀다고 생각한 어떤 감정을 남도 똑같이 느낀다는 것을 알고 공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릴 때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누구나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때에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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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5-08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보면 사랑을 느끼며 배우고
슬픔을 보면 슬픔을 느끼며 배우지요.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면
우리를 둘러싼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갈
좋은 꿈 꾸리라 생각해요.

페크pek0501 2013-05-08 12:04   좋아요 0 | URL
그런데 우리 인간은 빛만 보는 게 아니라 그림자도 함께 봐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존재들이라서 말이죠. 빛과 그림자를 함께 끌어안아야 하려나요.

봄날이에요 함께살기 님. 좋은 봄날 보내세요. ^^

 

 

 

 

- 신경숙 작가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짧은 소설 26편이 담겨 있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작가 지망생이라면 아마, 나도 이런 소설이라면 쓸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구성이 단순하고 작품의 길이가 짧아 ‘간단한 소설’로 읽히기 때문이다.

 

 

 

 

 

 

 

 

 

 

 

 

 

 

 

 

 

 

 

 

 

 

- 작가가 ‘패러독스나 농담이 던져주는 명랑함의 소중한 영향력은 나에게도 날이 갈수록 매혹적으로 다가온다’라고 후기에 밝혔듯이, 이 책의 소설들 중에는 명랑함이 느껴지는 것들이 있어서 내가 읽었던 그의 작품들(아픔, 고통, 서글픔 등이 느껴지는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면(밝음, 유머 등)을 볼 수 있다.

 

 

 

 

 

- 누구든지 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모든 것이 부질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특히 죽는 순간에 그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될 터이다.

 

그러나 단 하나, 부질없지 않고 무의미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고흐의 답변에서 찾는다. 바로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

고흐의 친구가 고흐에게 삶의 신조가 무엇이냐? 묻는다. 친구의 질문에 고흐의 답변은 이와 같았단다.

“침묵하고 싶지만 꼭 말을 해야 한다면 이런 걸세.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산다는 것. 곧 생명을 주고 새롭게 하고 회복하고 보존하는 것. 불꽃처럼 일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하게. 쓸모 있게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예컨대 불을 피우거나, 아이에게 빵 한 조각과 버터를 주거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는 것이라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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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다 보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써 줄 여유가 없는 걸까.

 

....................

오늘 아침에 나는 이런 시를 읽었습니다.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브레히트라는 시인의 ‘나의 어머니’라는 시입니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97쪽~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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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누군가의 고통을 뻔히 알면서도 그 마음속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은. 뒤늦게 헤아리게 된다는 것은.

 

 

 

 

 

- 하하하~ 웃게 만든 이야기로 이것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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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1 : 야야! 근데 예수가 죽었다 카대.

할머니2 : 와?

할머니1 : 못에 찔려 죽었다 카네.

할머니3 : 낸 그리될 줄 알았고마. 머리를 그리 산발하고 허구헌 날 맨발 벗고 길거리를 그리 싸돌아댕기싸니 못에 안 찔리고 배기겠나.

할머니4 : 근데 예수가 누구꼬?

할머니5 : 글쎄…… 모르긴 해도 우리 며늘애가 자꼬 아부지, 아부지, 해쌌는 거 보이 우리 사돈영감 아닌가 싶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04쪽~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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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로 이것을 뽑는다.

 

소설 속 ‘나’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찬장에서 접시 세 개를 꺼내 두 개의 접시엔 사료를 나눠서 붓고 다른 한 접시엔 물을 담아서 고양이가 지나다니던 곳에 내다 놓았다. 며칠 뒤 사료가 반쯤 비어 있음을 알았다. 아, 드디어 고양이가 먹이를 발견했군, 싶었다. 그다음 날은 고양이들이 접시의 사료를 다 먹은 것 같았다. 잘 먹네, 하면서 접시에 좀 더 많이 사료를 부어 놓았다. 그다음 날은 조금 더더 많이 부어 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맘에 들었다. 텅 빈 접시에 사료를 부어 놓을 때의 자신의 모습이 맘에 들었던 것이다. 타자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은 뜻밖에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는 것이므로.

 

그런데 ‘나’는 뜻밖의 결과를 발견하게 된다. 접시에 있는 사료를 먹은 것은 고양이가 아니었던 것. 까치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어 접시의 사료를 정신없이 쪼아 먹고 있었던 것. 한두 마리가 아니라 한 떼가 몰려들어 먹고 있었다. 그제야 그동안 저 까치들이 고양이 밥을 다 빼앗아 먹었다는 것을 알았다. 까치들이 등장하면서 고양이들이 마당 근처에 얼씬도 않는 것 같았다. 아, 고양이들은 어디서 물을 마시나, 싶었지만 까치도 살아야 할 것 같아서 그 다음부턴 까치를 위해 고양이 사료를 접시에 계속 부어 놓았다.

 

그런데 오늘 해 저물녘에 ‘나’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까치들이 난리가 난 것이다. 분위기로 보아 까치들이 패를 갈라 싸우는 듯했다. 사납게 서로를 향해 날아들고 도망치고 쪼아댔다. 처음 고양이 먹으라고 내놓은 것을 까치들이 차지하더니 어쩌면 다른 영역에 살던 까치들까지 그 사료를 차지하려고 몰려들어 생긴 일일까? ‘나’는 한참 지켜보다가 그 싸움이 무서워서 얼른 현관문을 닫고 들어왔다. 한 떼의 까치들이 다른 곳으로 날아갈 때까지 그 치열한 소란은 계속되었다.

 

‘나’는 다음 날 세 개의 접시를 조용히 집 안으로 들여놨다. 그들의 세계에 내가 개입하면서 생긴 이 싸움을 그치게 하는 길은 내놓았던 세 개의 접시를 들여놓는 일밖에는 없었으므로.(19쪽~23쪽을 요약함.)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라고 여길 수는 있어도 확신할 수는 없다. 그 결과는 두고 봐야 아는 것이니까. 어떤 일의 의도가 좋았다고 해서 그 결과까지 좋다는 법은 없는 것이니까. 그런데 우리 인생이란 게 예상했던 대로 결과가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가 많은 것 아닌가. 이 소설에서 우리의 인생을 본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가슴에 꽂힌 글귀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라는 글귀다.

 

어느 날 내가 본 거리의 풍경이 있다. 자전거를 탄 젊은 남자가 뭔가를 땅에 떨어뜨리고 지나가더니 자신도 떨어뜨린 것을 알았는지 자전거를 멈췄다. 땅에 떨어진 것은 작은 수첩인 것 같았다. 그것을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부부인 듯한 사람들이 보았다. 그중 남편인 듯한 사람이 그 수첩을 주워 자전거를 탔던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탔던 남자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인사도 없이 그냥 수첩을 건네받더니 자전거를 타고 휑 가 버렸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예의가 없잖아,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런 생각도 했다. 수첩을 주워 준 그 사람은 무안하지 않았을까. 좋은 일을 했건만 상대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했으니 아내 앞에서 체면이 구겨진 건 아니었을까.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 버린 사람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도대체 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를 묻고 싶었다. 아무리 작은 일일지라도 남에게 섭섭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사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몇 번이나 봤다.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자리를 양보해 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좌석에 앉아 버리는 사람도 봤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올바르게 처신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도 그런 사람일 때가 있겠지.) 상황에 맞게 처신하기 위해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17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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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5-0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레히트의 '나의 어머니'는 되낼수록 맘에 들지요.
신경숙의 달에게~,는 글쎄, 후한 점수 주기가...
작가를 떠나 출판사는 책 파는 일이 본업이지요.
페크 언니 잘 살고 있는 거 맞지요? 크~

페크pek0501 2013-05-02 09:44   좋아요 0 | URL
예, 잘 있습니다. 저도 님처럼 쉬고 있었어요.
물론 서재만 쉴 뿐 삶은 계속되는 것이어서 다른 일로 바쁘게 지내게 되지만요.
<달에게~>는 수작들이라기보단 그저 소품 같은 작품들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적은 분량으로 그만큼 써 낸 작가의 역량은 과소평가하지 못할 것
같아요. ^^
하지만 신경숙의 작품을 처음 읽는 사람에겐 이것보단 다른 작품을 읽는 게 낫다는 조언을 해 주고 싶긴 해요. ㅋ

프레이야 2013-05-0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오월의 첫인사 드려요^^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는 신에게 맡겨야 될 일이란걸 며칠 전 실감했지뭐에요. ㅎㅎ 그러고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제 마음 속에 뭔가 기대했던, 바랐던 게 조금이나마 있어서 그리된 게 아니었나 싶더라구요. 신경숙의 저 책은 편안하게 읽어볼 책 같아 나쁘지않네요. 할머니들의 유머 ㅎㅎ 두번째 보는대도 웃겨요. 써먹어야겠어요. ㅎㅎ 화사한 오월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3-05-03 08:3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요즘 서재 쉬고 계시나 봐요.
으음~~우리에게 휴식이 필요하긴 해요.

짧은 소설로 되어 있고 책도 두껍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님도 화사한 오월, 마음까지 푸른 오월을 보내세요. ^()^

노이에자이트 2013-05-0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많지만 나이값을 못하는 사람들도 어른 대접 받기를 바라는 욕심은 강하니 그런 사람을 대하면 참 곤란합니다.

페크pek0501 2013-05-04 13:38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런 경우가 있겠군요.

저는 자기 자신을 높은 위치에 설정해 놓고 말하는 것 같은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확 누르고 싶은데, 참지요.
"야, 너 어깨에 힘 좀 빼라. 못 봐주겠다."라고 하고 싶은 걸 참아요.
그리고 '저러는 건 열등감 때문일거야.'라고 생각하며 미워하는 대신 연민을 가지러 노력해요.
알고 보면 우리 인간들, 불쌍하잖아요.

님이 오랜만에 방문해 주시니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하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반 가 웠 어 요.) ^()^

세실 2013-05-0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죠~~ 할머니들의 대화에 빵 터졌습니다. 어쩜 이리 기발할 수가. 직원들에게 카피해서 나눠줬어요^^
신경숙씨가 이런 책을 쓴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페크pek0501 2013-05-07 15:20   좋아요 0 | URL
세실 님도 읽으셨군요. 같은 책을 읽다니 반갑습니다.ㅋ
작가의 새로운 면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에요. ^^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밖나가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얼굴에 와 닿는 공기의 감촉에서 봄기운이 느껴져서다. 아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추웠는데 내 허락도 없이 이렇게 봄이 와 버리다니.

 

 

밖에만 봄기운이 있는 게 아니다. 요즘 집에서도 느낀 게 있다.

 

 

겨울엔 난방을 켜지 않으면 차가워서 양말을 신고 실내화까지 신어야 했던 거실 바닥이었다. 그런데 난방을 켜지 않았는데도 아침에 맨발로 나간 거실 바닥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 봄이구나.

 

 

세수를 할 때 따뜻한 물로 씻고 맨 나중에 찬물로 헹구는 습관이 있다. 겨울엔 그 찬물이 꽤 차갑게 느껴져서 불편했는데 이젠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 봄이구나.

 

 

머리를 감고 나서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지 않아도 춥지 않았다. 아, 봄이구나.

 

 

밤에 잠을 자다가 더운 것 같아 침대에 깔려 있는 전기장판의 스위치를 껐다. 아, 봄이구나.

 

 

현관문도 잠그고 여러 창문도 닫아 놓은 집인데 봄은 어디서 들어왔을까.

 

 

초대하지 않았는데 몰래 온 손님이었다, 봄은.

 

 

 

 

- 이런 봄날엔 책을 읽고 있으면 아깝다.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깝다. 밖에 나가 봄을 만나야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된다. 따듯한 봄 햇살과 따듯한 봄바람을 맞으며 봄 세상을 만끽해야 한다. 봄은 짧아서 놓칠 수 있으므로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 살다 보면 누군가로 인해 화가 나서 분노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두 가지 태도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는 참고 분노를 삭이는 태도이고, 또 하나는 참지 않고 그 상대방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태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마음이 시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분노를 삭이면 화병이라는 마음의 병이 생길 수 있고, 분노를 터뜨리면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정이 떨어지거나 자신을 나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겨져 그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까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스트레스가 따른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쪽의 태도가 스트레스가 적은지를 판단해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을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화병에 치중할 것인가, 이미지 관리에 치중할 것인가.’ 화병에 치중하면 분노를 터뜨리게 되고, 이미지 관리에 치중하면 분노를 삭이게 된다.

 

 

화를 다스리기 위해 마음의 균형을 잘 잡으려면 우선 ‘시간을 보내 놓기’가 필요한 것 같다. 시간의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 며칠 보내고 나면 화가 많이 풀리기도 하고, 화나게 만든 일에 대해 새롭게 해석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게 하나 있는데, 시간을 보내 놓고 뒤늦게 화를 내면 상대는 그동안 참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화를 낸다는 것은 경솔하게 화를 내지 않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화를 분석한 책이 있다. 세네카 저, <화에 대하여>이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읽으면 화를 다스리는 데에 도움이 될 책이다.

 

 

 

 

 

-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가 과제로 제출하는 단편 소설을 써서 교수님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시로 여러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더니 이젠 소설에까지 능력을 뻗치고 있다. 자랑스러운 친구다. 그 친구가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었다며 깊은 사유의 글이 많은 소설이니 꼭 읽으라고 한다. 별로 야하지 않다는 말을 덧붙인다. 나는 이 책을 사 놓은 지 오래되었는데 읽지 않았다. 난 왜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구입할 땐 분명히 읽을 생각으로 구입했는데.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알고 싶어서 구입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도 읽어야지.

 

 

 

 

 

-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이런 대사가 있다고 한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나도 당신을 원하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당신의 일부분이 되고 싶어요.”

 

 

시골 주부 프란체스카에게 사진작가 로버트가 고백한 말이다. 나는 이 작품을 오래전에 소설로 읽었는데, 이 대사를 신문에서 보고 이렇게 고쳐야 맞다고 생각했다.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이 우주에서 이런 애매한 감정은 여러 번 오는 거요. 지금은 나도 당신을 원하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당신의 일부분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이 감정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른다오.”

 

 

만약 사랑이란 감정이 애매하지 않고 확실한 감정이라면 이별하는 연인들과 이혼하는 부부들이 왜 많겠는가. 이런 생각을 해 봤다.

 

 

 

 

 

-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읽자마자 내 가슴에 콱 박혀 버렸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대처가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라고 한다. 이 말에 동의할 만큼 내가 경험해서 알아낸 것들이 이 말에 녹아 있어서 감탄했다. 생각이 말이 된 적이 있고, 말이 행동이 된 적이 있고, 행동이 습관이 된 적이 있고, 습관이 성격이 된 적이 있다. 그리고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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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4-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가치관에 의한 패러디 ; 확실하다고 착각되는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단 한번뿐이며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착각되는 이런 감정은 여러 번 오는 거요. 지금은 나도 당신을 원하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당신의 일부분이 되고 싶소. 하지만 이 감정은 확신을 가장한 애매한 감정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른다오.

착각을 하지 않았다면 연애나 결혼을 시작하지 않았겠죠.

페크pek0501 2013-04-20 15:15   좋아요 0 | URL
오오... 마립간 님 아니었으면 무플일 뻔했잖아요. 이렇게 감사할 수가...요.

님의 패러디, 완벽하네요. 제가 쓴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이 우주에서'라는 말은
우리가 그렇게 느낄 뿐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어요.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오늘 비가 오는 토요일, 신선하게 느껴지는 날이네요. 이런 날은 운동을 해야 할까요, 생략해야 할까요. 이런 날은 배 부르게 먹고 낮잠을 자고 싶어지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


벗바리 2013-04-2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새로운 무의식"을 장바구니에 담아놓았었는데,
오늘 그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들을 주문해볼까 싶어 다시 살펴보았어요.
새로운 무의식이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해서 클릭하여 소개를 읽어보다가
pek0501님의 글을 보게 되었고, 여기, 님의 방까지 들어오게 되었네요.

님의 글은-결국은 생각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고 공감도 잘 되네요.
그리고 그 끝맛은 깔끔하여 마치 정갈한 한식 같아요.
비싸고 부담스러운 한식이란 느낌 말고,
다시 와서 먹고 싶은 한식이란 느낌요.
요즘은 그다지 여유 없이 살고 있어서(오늘은 쪼금 여유있어서 책보러 알라딘에 왔지만)
식사 시간에 햇볕을 받으며 벚꽃을 쳐다본 잠깐의 시간 동안에도 위안을 받는다 생각했는데,
오래간만에 글 속에서도 그런 따사로운 '느낌'을 받았네요.
님 덕분에요^^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한 글자 남기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13-04-26 14:41   좋아요 0 | URL
새 손님이 오셨군요.
정갈한 한식 같은 글이라... 과찬이십니다.^^

요즘 제 글쓰기에 대해서 스스로 하는 '쪽팔림'의 행위라고 생각하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것은 글쓰기를 빼고 나면 삶이 아주 시시해져 버리는 것
같아서예요. 더 좋은 취미를 찾기 전엔 멈출 수 없을 것 같군요.

어쨌든 고무적인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님 덕분에 힘을 얻습니다.
(참고로, 새로운 무의식이란 책은 읽을 만합니다.ㅋ)

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5-14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확실하고 애매한 감정을 책을 읽고나니 이해할수가 있을것 같네요
프란체스카와 사랑에서 확실함을 찿고 그녀를 지켜주기위해 애매함을 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감정들을 돌이켜보니 그녀의 감정을 느꼈던 기억의 편린들이 언제였을까 생각 하면서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는 좋은 기분이 들었던것 같네요

페크pek0501 2017-05-17 18:54   좋아요 1 | URL
이제야 답글을 씁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4년 전에 쓴 글이군요. 오래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책으로 읽었죠. 그 뒤에 영화로도 본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남편을 배신한 아내의 사랑을 아름다운 걸로 감상하기 어려웠어요. 지금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인간의 감정이란 게 또 생각이란 게 시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거라서요.
˝이 감정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른다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침에혹은저녁에 님,
좋은 저녁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5-17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안 하기는요 별 말씀을
좋은 저녁 감사합니다
 

 

 

 

1.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책을 몇 권 뽑아 달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권한 것 중 하나가 배상복 저, <문장기술>이란 책이다. 내가 예전에 공부했던 책이고, 또 학생들에게 문장을 고치는 요령에 대해 수업할 때 사용하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뽑아 정리를 해 보았다.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위함이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을 위함이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구판이라서 이 책에서 뽑았고, 현재 개정증보판이 나와 있음을 밝힌다.)

 

 

 

 

군더더기 없애기

 

 

글에서 군더더기란 없어도 되는 쓸데없는 표현을 말한다. 뱀을 다 그리고 나서 있지도 않은 발을 덧붙여 그려 넣는 것을 뜻하는 사족(蛇足)과 같은 것이다. ‘~이다’를 ‘~라 하지 않을 수 없다’로 하거나 ‘~하는 과정을 통해’라고 하는 등 아무 의미 없이 글을 늘어지게 함으로써 볼품없이 만들고 긴장감을 떨어뜨린다.(20쪽)

 

 

군더더기가 있느냐 없느냐는 글 쓰는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좋은 문장일수록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특징이 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항상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21쪽)

 

 

 

 

모의고사를 통해 나타난 약점을 파악해 보강하는 과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다시 공부하면 성적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 - 고칠 문장.

 

모의고사에서 나타난 약점을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면 성적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 - 고친 문장.

 

- <문장기술>, 22쪽~23쪽.

 

 

 

 

 

수식어 절제하기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아주’ ‘상당히’ ‘많은’ 등 수식어를 마구 덧붙이는 경향이 있으나 수식어가 많으면 문장이 늘어지고 읽기가 불편해진다. 수식어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글이 어설퍼 보기기도 한다. 문맥이나 글의 전체적 내용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해야지 수식어를 많이 붙인다고 의미가 뚜렷해지는 것은 아니다.(26~27쪽)

 

 

꼭 필요한 수식어만 남기고 나머지는 빼야 깔끔하고 부드러운 문장이 된다. 여러 개의 수식어가 한꺼번에 나열되거나 긴 수식어가 올 때는 따로 떼어 내 별도의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27쪽)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의 연인이 세상의 다른 어느 누구보다 멋있어 보이고 그가 하는 행동 ‧ 말 등 모든 것이 정말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 고칠 문장.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의 연인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멋있어 보이고 그가 하는 행동 ‧ 말 등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 고친 문장.

 

- <문장기술>, 27쪽.

 

 

 

 

 

단어 중복 피하기

 

 

글쓰기 훈련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사람의 글일수록 단어의 중복이 눈에 많이 띈다. “~어떤 경우에는 ~한 경우가 있으며, 이 경우 ~한다”는 식으로 같은 단어를 반복 사용함으로써 문장을 볼품없이 만든다. 요령을 부려 “어떤 경우에는 ~한 예가 있으며 이때는 ~한다”로 적당히 바꾸면 부드러운 문장이 된다.(37쪽)

 

 

이처럼 반복되는 단어를 의미상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다른 낱말로 바꾸어 주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생략하면 어느 정도 중복을 피할 수 있다. 무심코 글을 쓰다 보면 같은 단어가 겹쳐 나오기 쉬우므로 다 쓰고 난 다음에는 불필요하게 중복된 것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37쪽)

 

 

 

 

아직은 고객이 많지 않지만 문의가 많아지고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지고 있어 전망이 밝다. - 고칠 문장.

 

아직은 고객이 많지 않지만 문의가 늘어나고 찾아오는 손님도 증가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 고친 문장.

 

- <문장기술>, 39쪽.

 

 

 

 

 

 

 

 

 

 

이 책은 재미를 추구하시는 분은 사 보지 마시길... 뭔가 공부가 되는 책을 읽고 싶은 분만 사 보시길... 글을 문법에 맞게 쓰고 싶은 욕구가 강한 분은 꼭 사 보시길...

 

 

         

 

          <개정증보판>                        <구판>

 

 

 

 

저자의 다른 책들도 있다. 배상복 저자는 신뢰할 만한 저자라서 다음의 책들도 함께 넣는다.

 

 

 

 

 

 

 

 

 

 

 

 

 

 

 

2.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넌, 글을 아주 쉽게 쓰는 것 같아. 너의 장점이야.”

 

 

내 글을 보면 내가 아주 쉽게 쓰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내 대답은 이랬다.

 

 

“그건 니가 잘못 안 거야. 나, 글 되게 어렵게 써. 얼마나 고치는데. 그래서 글 한 편 쓰고 나면 탈진해.”

 

 

나도 내가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쉽게 쓰는 능력이 내겐 없다.

 

 

지난 4월 9일에 올린 단상(58)의 글은 간단한 글이다. 글이 길지 않고 구성도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고치고 또 고쳤다. 비교적 짧은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고쳤는지를 보여 준다면, 비교적 긴 글은 말할 것도 없겠다.

 

 

그러면 내가 고친 부분이 있는 문장들을 공개한다. (괄호 안의 것이 고친 것을 뜻함.)

 

 

1) 얼마 전에 대학 동창인 친구가 불러내어 나간 자리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 나와 있었다.

 

 

- ‘그’가 부자연스러웠다. ‘그’는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대상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어서 첫 문장에 ‘그’를 넣는 것은 틀렸다고 본다. 그래서 ‘그’를 뺐다.

 

 

 

2) 그 두 명 중 한 사람이 고등학생 시절에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애로) 유명했다고 한다.

 

 

- 고등학생 시절이므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잘 쓰는 애’가 맞다. 그리고 친구가 한 말을 떠올려 보니 ‘글을 잘 쓰는 애’라고 했던 게 기억나서 ‘사람으로’를 ‘애로’로 고쳤다.

 

 

 

3) 친구가 내게 “네(니) 블로그 얘한테 말해 줘. 얘가 글을 잘 쓰는 애거든.”이라고 말했다.

 

 

- 처음엔 ‘네’라고 썼는데, 친구가 한 말을 현장감이 느껴지게 그대로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네’를 ‘니’로 고쳤다.

 

 

 

4) 얼마 전에 대학 동창인 친구가 불러내어 나간 자리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 나와 있었다. (…) 지금은 직장에 다니느라 글 쓸 여유가 없을뿐더러 아예 글쓰기를 잊고 산다고 한다. 나는 그런 그에게 내 블로그의 주소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때 나는 왜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 밑줄을 친 부분을 둘째 문단의 첫 문장으로 썼다가 그것보다는 첫 문단의 마지막 문장으로 쓰는 게 낫다 싶어서 위처럼 위치를 옮겼다. 그 이유는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 보게 하기 위해선 문단을 띄우는 게 좋을 것 같아서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나오지 않게 여백을 두고 싶었던 것이다.

 

 

 

5) 괜히 실속 없는 글쓰기에 기웃거리지 말고.’하는 생각으로(마음으로) 내 블로그에 들어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나중에 생각했다.(깨달았다.) ‘아, 나는 글쓰기를 실속 없이 에너지만 소모하는 일로 알고 있구나.’라고.

 

 

- 처음엔 ‘생각으로’와 ‘생각했다’로 썼는데, ‘생각’이란 낱말이 중복 사용되어 거슬렸다. 그래서 ‘생각으로’를 ‘마음으로’로 고쳤고, ‘생각했다’를 ‘깨달았다’로 고쳤다. 고치고 보니 더 적합한 것 같았다. ‘생각’이란 말이 다른 문단에서도 나오므로 이렇게 고치는 게 좋을 것 같다.

 

 

 

6) 작가가 되기보단 지금처럼 작가를 흠모하 글 쓰는 취미를 즐기 돈벌이 직업을 따로 갖고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 이번엔 고친 문장만 옮겼다. 문장을 이처럼 열거할 땐 고 - 며 - 다 의 순서로 쓰는 게 좋다.

 

 

 

7) 테니스 선수보다 테니스를 취미로 가진 사람이 낫고 골프 선수보다 골프를 취미로 가진 사람이 나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이유가 두 가지 있다.)

 

 

- ‘두 가지 이유가 있다.’보다 ‘이유가 두 가지 있다.’가 더 나은 것 같아 고쳤다.

 

 

 

8) 그것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만 두고 싶을 땐(싫증이 나면) 언제든지 부담 없이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만 두고 싶을 땐’보다 ‘싫증이 나면’이 더 구체적이라서 좋은 것 같아 고쳤다.

 

 

 

9) 이런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공부의 결과를 떠나서 그 자체로도 기분 좋고 의미 있는 일이다.(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의미 있는 일이다’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로 고쳤다. 의미 있는 일이라고 단정하기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을 쓰는 듯한 표현이 더 알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10) 요즘도 신문에서 좋은 칼럼을 발견하면 가위로 오려서 여러 번 읽어 보는 버릇(습관)이 있다.

 

 

- ‘버릇’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일 때가 있어 거슬려서 ‘버릇’을 ‘습관’으로 고쳤다.

 

 

 

 

 

이상이 ‘단상(58) 글쓰기는 직업보다 취미로 좋아’에서 내가 고친 것들이다. 남들은 글을 어떻게 고쳐서 완성하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많은 이들이 초고를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함으로써 한 편의 글을 완성할 것이다. 나도 그렇다. 한 번에 짠~하고 쉽게 써서 완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마지막으로 나를 포함하여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 대해 혹독한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글에서 장점을 찾기보다 결점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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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4-1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언냐, 저 책 보니 넘흐 반갑네요.
저도 요즘 모 고등학교 글쓰기 특강 나가는 중인데 저 책 일부를 교재로 삼고 있거든요.
글쓰기 기법 교재들이 엇비슷한데 하나만 집중 파고 들어도 기본은 먹고 들어가요.
근데 사람들은 잘 쓰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저런 교재를 안 파고 들어요.
제가 볼 땐 글 쓸 욕심이 있는 분들은 한 번씩 본인에게 맞는 교재를 탐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속시원한 글쓰기 - 오도엽 것도 아해들한테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어요.

저는 그래요. 제가 스스로 글쓰기에 좌절하는 건 제 글 자체라기 보다
언제나 잘쓴 사람들이 주변(알라딘 포함)에 넘쳐나기 때문이랍니다.
비교우위의 잘 된 글들이 저를 절망의 나락으로 끌어당깁니다. 그걸 극복하려면 역시 피나는 연습 밖에 없겠지요. 언니는 분명 제가 부러워하는 잘 쓰는 부류면서
그런 고민을 하니 더 존경스럽지 뭡니까!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앞서가는 페크님과 뒤따르는 저를 위해~~

페크pek0501 2013-04-15 17:33   좋아요 0 | URL
아, 누가 앞서간다고 그러세요??? 고무적인 댓글이에요, 감사하게도...
저도 님을 위해 파이팅을 외칩니다. 순전히 님을 위해서!!!!!
정말 주변에 글 잘 쓰는 분들이 넘쳐나서 기죽어요. 공감합니다. ^^

아, 피나는 연습... 또 연습.... 또 연습... 또 연습... 또 연습... 할꼬예요.
연습만이 제가 살 길 같아요. ^^ 물론 연습도 즐겨야지요.

테레사 2013-04-1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펙님, 정말 좋은 글입니다. 저 역시 항상 문장을 잘 쓰고 싶고,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인데, 늘 절망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 책,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글잘쓰는, 문장력 좋은 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많이 도와 주세요.

페크pek0501 2013-04-19 14:57   좋아요 0 | URL
아, 오렌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리 초면이 아니지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그런데 도와 달라니요. 저도 힘이 없답니다. ㅋㅋ
글 쓰는 취미가 특기가 된다면 정말 좋겠죠?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자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좋은 봄날을 보내세요. ^()^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