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티브이 드라마를 보면서 정신의 위대함을 느낀 적이 있다. 어떤 화재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남자에게 면회를 온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그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돌아가자 그 남자는 면회를 왔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행복해 하며 싱글벙글 웃었다. 유치장 안에서였다. 바로 그 장면에서 정신의 위대함을 느꼈다. 그 남자는 웃는 동안 그곳이 유치장이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년의 유산’이란 드라마에서 민효동(정보석 분)과 양춘희(전인화 분)가 경찰서에서 만나는 장면을 말한다.>

 

 

유치장 안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몸이 밟고 있는 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밟고 있는 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신의 힘은 위대하니까.

 

 

 

 

 

2.

신문에서 본 게 생각난다. ‘쉰 살 이후의 행복은 친구가 관건’이라는 글이다. 평생 같이 어울리고 놀 수 있는 사람을 갖는 것만큼 중요한 노후 준비는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경제적 문제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에 못지않게 친구 문제가 중요한가 보다.

 

 

친구란 정신적인 즐거움을 얻게 하는 존재이니, 결과적으로 정신적인 즐거움이 행복의 관건인 셈이다. 정신의 힘은 위대하니까.

 

 

 

 

 

3.

나는 아침을 먹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하며 먹는다. ‘아침을 먹고 나서 커피를 마셔야지’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아침이 먹을 만하다. 점심을 먹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하며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먹어야지’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점심이 먹을 만하다.

 

 

하기 싫은 일도 ‘마음먹기’에 따라 할 만한 일이 된다. 그러니 행복하기 위해선 정신을 이용할 만하다. 정신의 힘은 위대하니까.

 

 

 

 

 

4.

롤프 도벨리 저, <스마트한 선택들>에 따르면 정신의 영향만으로도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대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들의 성적은 높아질 수 있다. (305쪽)

 

 

 

 

부모가 기대하고 있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기대에 대해선 어떻게 반응할까?

 

 

 

 

아무런 치료 효과를 낼 수 없는 가짜 약을 환자에게 진짜 약으로 속여 복용하게 하면 실제로 병세가 호전되는 경향을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입증된 바에 의하면 플라시보 효과는 전체 환자들의 3분의 1 정도에게는 효력을 발휘한다. (306쪽)

 

 

 

 

그러니까 300명 중 100명에겐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는 것.

 

 

 

 

기대라는 것은 뜬구름을 잡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미치는 효과는 매우 현실적이다. 기대는 현실을 변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

 

당신 자신에 대한 기대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높여라.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그들의 동기를 높여 줄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결과도 좋을 수 있다. (306쪽)

 

 

 

 

나도 나에 대한 기대를 높여 볼까? 그렇게 해 볼까? 정신의 힘은 위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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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는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가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음에도, 그녀와의 사랑에 대해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개츠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 ‘희망을 잃지 않음’이 개츠비의 위대한 점이 아닐까. (‘위대한’에 대한 해석은 독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글로 시작된다.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15쪽.

 

 

 

 

 

‘다 자신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은 누군가를 비판할 때뿐만 아니라 평소 친구 사이에서도 필요하겠다. 누구에게든 한 가지쯤은 유리한 입장이란 게 있지 않겠는가. 자신의 그 유리한 입장에 못 미치는 친구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 중요하겠다. 그런데 이런 걸 잊는 경우가 많겠다.

 

 

 

예를 들면 이렇게 되려나. (친구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

 

 

 

- 피부가 좋지 못한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사람은 일단 피부가 좋아야 인상이 깨끗해 보이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

- 가난한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이 핸드백 세일해서 싸게 샀어. 50만 원밖에 안 해.”라고 말하는 것.

- 에어컨 없이 사는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더우면 집에 에어컨을 켜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것.

- 운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요즘 운전 못하는 사람이 어딨니?”라고 말하는 것.

- 몸이 마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몸이 마른 사람은 성깔 있어 보이더라.”라고 말하는 것.

- 배가 나온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배가 나온 사람은 게을러 보이더라.”라고 말하는 것.

 

 

 

친구가 무심코 한 말을 듣고, ‘저거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불쾌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사람은 아주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을 수가 있다. 그러므로 ‘다 자신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

*참고 사항*

 

<위대한 개츠비>를 오래전에 책으로 봤고 최근엔 극장에서 영화로도 봤는데 다시 읽고 싶어서 이번에 민음사 출판사의 것으로 구입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 없어졌기 때문에 새로 구입했다.) 영화로 본 것을 책으로 읽을 때의 좋은 점은 읽으면서 영화 속 그 영상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용을 모르는 책을 읽을 때보다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구입하면 증정품을 많이 준다. [벤저민 버튼 영한 대역판 + 페이크 노트 + 영어 원서 eBook 증정] 그리고 세일해서 책값이 싸다. 이 모든 것을 3,920원에 샀다. 아직 이 책을 갖고 있지 않은 분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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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7-0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 언니 안녕?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씰데없는(?) 피해의식이 더 안 좋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저부터 남들이 뭐라 하면 저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하는 생각을 하는 걸요.
상처 주지 않을 말과 행동이 당근 우선이지만 주변에 피해의식 쩌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것도 몹시 피곤하답니다.
각설하고 개츠비 저 첫 말은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보다 더 좋다고 생각해요.^^*

페크pek0501 2013-07-04 14:11   좋아요 0 | URL
아, 팜므 님... 오랜만... 반갑습니다.

ㅋㅋ 저도 열등감이 있어서 그런 것 잘 알지요.
그런 사람 보면 피곤한 것, 맞아요. 그래서 전 열등감 심한 사람보다 차라리 잘난 척하는 사람이 편할 때가 있어요. 이런 경우 그냥 잘난 척을 봐 주기만 하면 되지만
자기의 열등감을 건드렸다는 이상한 피해의식으로 반응하는 사람을 대하기란 어려워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워낙 유명한 문장이지요.
위대한 개츠비는 이미 내용은 알고 있고 문장 감상을 위해 다시 읽고 있어요.
사유 깊은 문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몇 개 더 찾아 놨는데, 언제 소개하기로 하지요.

세실 2013-07-08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개츠비 많이 좋아했지요....
이렇게 저렴하게 구입하면 횡재한 느낌^^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9월에 우리도서관에서 '김영하와 위대한 개츠비 함께 읽기' 강연회 한답니다.

페크pek0501 2013-07-09 12:20   좋아요 0 | URL
님이 쓰신 개츠비 글, 봤습니다. ^^

개츠비, 읽어서 안 사려고 했는데 결국 사고 말았어요.
영화를 보니깐 사고 싶더라고요. 소설 읽는 재미는 줄거리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또 읽는 것도 좋잖아요.ㅋ
 

 

 

 

<자유론>을 읽다가 책 뒤쪽에 있는 ‘옮긴이의 주’에서 이런 글을 봤다.

 

 

 

 

 

밀은 <자서전>에서 글 쓰는 사람이 명심해야 할 말을 남긴 바 있다.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써서 생활하는 것은 문학이나 사상 방면에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부적합하다. 생활 방도가 불확실할 때는 양심을 가지고 글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생활 수단으로 쓰는 글은 생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필자 또한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괜찮은 사상을 담은 글은 쓰는 데 너무 오래 걸리고, 또 쓴다 해도 세상에 너무 늦게 알려지기 때문에 생활 수단으로서는 도움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써서 생활을 도모하는 사람은 부득불 시시하거나 대중 영합적인 글을 만들어내기가 쉽다.”

 

- 존 스튜어트 밀 저, <자유론>, 251쪽.

 

 

 

 

이 글을 읽으니 무엇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걸 알겠다.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읽는 이들을 의식하며 글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읽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깊이’와 ‘재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지적인 성찰’(깊이)을 ‘유쾌하게’(재미) 풀어낸 글이 될 것 같다. 물론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려워서 노력해 볼 만한 일이다. 노력할 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을 갖게 된다. 이 도전 정신이 나의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도전 정신을 사랑한다.

 

 

 

그래도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기억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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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6-26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또 딜레마이긴 하지만, 새겨둘 말입니다. 좋은 인용글 고마워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13-06-26 15:13   좋아요 0 | URL
책에서 좋은 글을 보면 남들에게도 보이고 싶은 심리가 있어요.
좋은 영화 보면 친구에게 보라고 권하고 싶듯이 말이죠.

인생 자체가 딜레마의 연속인 거죠.
지금 걸레질을 할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이것도 딜레마예요. 내 몸이 피곤하지만 실내 청결, 내 몸이 편하지만 실내 청결하지 않음...
어느 쪽을 택해도 만족스럽지 않군요. 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세실 2013-06-3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쓰는 철학이 담겨 있네요.
하루키 보면 깊이와 재미 두가지를 넘나 들던데~~ 하긴 하루키의 글은 소설과 수필이라 밀이 보기엔 가벼워 보일수도 있겠어요.

페크pek0501 2013-07-02 13:35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안녕하세요?
전 하루키 책을 네 권 읽었는데, 썩 마음에 든 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신작은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열기 때문에
기대가 되네요.

가벼워 보이는 글이 사실은 우리 인생을 말하는 글 같아요.
우리의 인생이란 게 얼마나 가볍게 생각되는지요.ㅋㅋ
또 봐요. 반가웠어요. ^^
 

 

 

 

 

 

나와는 무관한 이유로 해서 그 사람이 그토록 괴로워한다면, 그건 내가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 롤랑 바르트 저, <사랑의 단상>, 91쪽.

 

 

 

 

이것을 변형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나와는 무관한 이유로 해서 그 사람이 그토록 즐거워한다면, 그건 내가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내가 중요하다면 내가 없는 자리에서 그가 즐거울 수 없다, 라는 뜻.

 

 

 

 

 

 

나 자신을 당신의 힘과 맞선 또 하나의 힘으로 설정하려 한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내게 주는 고통이나 즐거움에 의해서만 정의될 것이다.

 

- 롤랑 바르트 저, <사랑의 단상>, 197쪽.

 

 

 

 

연인이란 고통이나 즐거움의 상징이 아닐까. 왜냐하면 연인으로 인해 고통스럽거나 즐거울 수 있으니까.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어떤 것은 가장 큰 고통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연인의 경우에만 해도 그렇다. 연인은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존재이지만 반대로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존재다. 서로 사랑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만, 이별로 인해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천국에도 갈 수 있고 지옥에도 갈 수 있게 해 주는 게 연인이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예를 들면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 가장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사람은 식욕이 전혀 없어 ‘음식을 먹는 일’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나도 경험한 게 있다. 아이를 낳은 뒤에 미역국과 밥을 먹어야 할 때 느꼈던 것. 산모로서 내 몸을 생각해서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먹기 싫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먹는 게 아주 고통스러웠다. 이것을 ‘성행위’로 예를 들 수도 있다.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성행위’는 어떤 경우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강간의 경우가 그럴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두 가지 욕구인 식욕과 성욕은 때로는 큰 행복과, 때로는 큰 불행과 연관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행복을 주는 어떤 것은 불행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내게 주는 고통이나 즐거움에 의해서만 정의될 것이다.’라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연인이란 극과 극을 오가게 만드는 존재이다.’라고 해석해 보았다. 극과 극은 하나의 길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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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6-2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눈물 흘리게 한다고 하지요.

페크pek0501 2013-06-26 15:09   좋아요 0 | URL
그렇죠. 모르는 사람 때문에 눈물 흘릴 일은 없겠죠.
감사합니다... ^^
 

 

 

 

1. 꿈의 내용과 꿈의 만족 중 중요한 것은 

 

 

 

신경숙 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그는 매일 커피집에 커피를 마시러 간다. 그의 아내가 항상 따라나선다. “그 커피집은 예전에 그가 살던 집이다. 그가 대표로 있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그가 가진 재산 중에서 맨 먼저 경매에 부쳐졌던 게 그 집이다.”(144쪽) 그 집이 커피집이 되었다. “커피집 주인은 젊은 날부터 이런 커피집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커피 곁에 있었고 커피 공부를 해왔다고 했다. 꿈이 이루어진 지금 더 바랄 것이 없을 만큼 행복하다고 했다.”(145쪽)

 

 

 

“젊은 날 그는 회사 일로 일 년의 반은 집을 비웠다. (…) 그때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자동차 안에서 샌드위치로 때우는 일이 허다했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밤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일이 숱했다.”(149쪽) “그때의 그는 지금은 군의관인 아들이 한때 시디가게를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자 아들에게 실망해 한동안 아들을 보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젊은 놈의 꿈이 고작 그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굴을 마주보고 화를 낼 가치도 없이 느껴져 아예 얼굴을 보지 않았다”(150쪽)

 

 

 

그러던 그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으면서 왜 여길 하루도 빼놓지 않고 와요?, 하는 아내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저 사람(커피집 주인)을 보고 있으니 이런 커피집을 하면서 살았어도 좋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151쪽)

 

 

 

시디가게를 하면서 살고 싶다던 아들의 작은 꿈에 실망해 화가 났던 그가 커피집을 하면서 살았어도 좋았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나이가 들자 자신이 즐겁다고 느끼는 삶을 사는 게 최상의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나이가 들어서 깨닫지 말고 미리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시디가게를 하면서 살고 싶다던 아들의 작은 꿈을 지지해 줄 수 있었을 텐데.

 

 

 

나이가 들면 거창한 꿈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나 보다. 중요한 것은 꿈의 ‘내용’이 아니라 꿈의 ‘만족’임을 알게 되나 보다.

 

 

 

나는 현명한 삶과 즐거운 삶 중에서 어떤 게 중요한가를 생각하다가 현명하기보단 즐거운 게 낫지, 하고 판단한 적이 있다. 즐거운 삶과 비교할 때 현명한 삶에 후회가 따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현명한 삶이 나중에 보면 현명하지 않은 것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러므로 우리가 현명하다고 여기는 삶을 선택할 경우, 그것이 정말 현명한 삶인지를 의심하고 따져 봐야 한다.

 

 

 

웃고 떠든다고 해서 즐거운 삶이 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고 신나게 논다고 해서 즐거운 삶이 되는 건 아니며, 직장인이 근무를 하지 않고 신나게 논다고 해서 즐거운 삶이 되는 건 아니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즐거운 삶이란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고 자책하지 않고 ‘만족’할 수 있는 삶이리라.

 

 

 

 

 

 

 

 

 

 

 

 

 

 

 

 

 

 

 

 

 

 

 

 

 

2. 이미 경험한 맨 밑바닥이 있다는 것은

 

 

 

신경숙 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N은 세계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구성작가 자격으로 며칠째 음식의 천국이란 나라에 왔다. “어제 저녁식사는 이 여행의 마지막 식사였다. 자연히 회식 분위기가 되었다.”(118쪽) “식당의 종업원이 마지막 요리라고 하면서 튀김요리를 내왔다. 막 튀겨 내온 듯 훈기 어린 튀김을 너도나도 하나씩 집어들었다. (…) N이 집기를 망설이고 있는데 정피디가 냅킨에 튀김 한 개를 싸서 N에게 내밀었다. 닭 목뼈처럼 뼈가 둥글고 긴 걸 보니 어쨌든 이상한 벌레는 아니겠지. 싶긴 했다. (…) N이 튀김 한 개를 거의 다 먹어갈 때였다. 누군가, 근데 이건 뭘 튀긴 거길래 이렇게 바삭하냐고 물었다. 아는 이가 없는 듯했다. 모두들 그제야 정말 이게 뭐냐고 물으며 다시 튀김을 한 개씩 집어들었다. 통역자가 종업원에게 이 나라 말로 튀김의 정체를 묻는 듯했다. 종업원에게 무슨 대답을 들었는지 통역자가 얼른 N을 바라보았다.”(120쪽~121쪽)

 

 

 

“-뭐래요?

-……

-뭐라고 하냐니까요?

-저 그게…… 그러니까…… 뱀이라고 하네요.”(121쪽)

 

 

 

그 다음날 뱀을 먹인 죄로 N에게 미안한 정피디가 말했다.

“-어젯밤엔 진짜 미안했어. 나도 (그게 뱀인 줄) 몰랐어. 알았다면 그랬겠어.

N은 다른 사람들을 찾는 듯 정피디를 외면했다. (자신에게 뱀을 먹인 일로 화가 나서)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N…… 어젯밤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어쩌면 큰 힘이 되어줄지도 몰라. 이제 겨우 우리가 서른인데 말이야.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이 세상일이 힘겨울 때면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뱀도 먹은 년이다.

정피디는 아주 진지했다, 어제 밤새도록 생각해낸 말인 모양이었다.

-뱀도 먹은 년인데 …… 내가 뭘 못 하겠냐, 이렇게 생각하면 N은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야. 안 그래?”(121쪽~122쪽)

 

 

 

‘나는 뱀도 먹은 년이다!’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을 것이란 얘기다.

 

 

 

큰 슬픔을 겪어 본 사람은 웬만한 슬픔 따위엔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법이니, ‘이미 경험한 맨 밑바닥’이 있다는 것은 좋을 수 있다. 어떤 불행이 닥쳤을 때 지금의 불행이 예전의 그 불행보다 견디기 낫다는 생각이 위안을 줄 것이다. 오히려 늘 높은 곳을 향해서만 올라갈 뿐, 한 번도 낮은 곳으로 내려간 적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위태로워 보이는 게 아닐까.

 

 

 

우리의 삶이 보다 나은 삶을 향해 올라가는 쪽으로만 생각해선 안 될 것 같다. 올라가는 삶만 있는 게 아니라 내려가는 삶도 있는 것이니까. 현재의 삶이 가장 만족스런 상태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월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고, 직장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고, 건강에 이상이 생겨 환자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내려가지만 않게 된다면, 현재의 삶이 자신의 인생에서 최상의 행복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

 

 

 

내가 수영을 할 줄 알게 되었을 때 물에 대해 겁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깊은 곳에서 수영하게 되었는데, 수영을 멈추려고 할 때 밑바닥에 내 발이 닿지 않아 당황하며 겁이 난 적이 있다. 물을 먹으면서 발버둥을 치다가 어느 순간 내 발이 밑바닥에 닿았을 때 그제야 발로 밑바닥을 뻥 차고 헤엄을 쳐서 간신히 몸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있었다. 맨 밑바닥을 경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생도 이와 같으면 좋겠다. 인생의 맨 밑바닥을 경험한 자는 위를 향해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점점 나아지는 삶을 살아서 맨 밑바닥을 경험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뱀을 먹은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듯이 말이다.

 

 

 

 

 

.............................

 

<이 글을 쓰고 나서>

 

이런 단상을 쓰게 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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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6-19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소설.... 오늘 밤 꿈에 뱀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꿈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http://blog.aladin.co.kr/maripkahn/1882047

페크pek0501 2013-06-19 14:05   좋아요 0 | URL
“양력과 음력이 있어 좋은 점은 신정에 세웠던 계획을 설 명절에 점검을 할 수 있다는 것...” - 재밌고 그럴 듯하네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랬을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심리학과 에세이 위주로 읽고 있어서 오랜만에 소설을 읽은 거랍니다.
예전엔 소설만 줄곧 읽던 시간들이 있었지요. 심리학 서적을 싫증날 때까지 보고 나면 다시 소설로 돌아갈 거예요.ㅋ

2013-06-19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9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6-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이런 단상이 참 좋아요. 늘 그렇듯이요.
선물 받고 아직 펼치지 않은 책인데 지금 생각은 다음 녹음도서로 읽을까 합니다.
함께하면 좋을 책 같아요. 그분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장마가 시작되었는데 이슬비 내리다 잠시 그치네요.
눅눅한 마음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3-06-19 14:09   좋아요 0 | URL
단상이란 게 생각나는 대로 적는 생각들이어서 부담 없어 좋아요.
사유나 사색이란 말에 바해 깊이가 없어도 되니까요.
녹음도서로 괜찮을 것 같아요.

어제처럼 비가 오는 날은 먼지가 없어 좋더라고요. 세상이 청소하는 것 같아서요.
또 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