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재능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고마울 때가 있다. 음악을 만드는 재능과 음악을 연주하는 재능이 존재해서 나를 즐겁게 해 줄 때 그렇다. 요즘 조지 윈스턴의 <December>를 들으면서 음악가의 재능에 감사했다. 음악가의 예술적 재능이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해 주는가. 서머싯 몸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작가의 예술적 재능이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해 주는가. 그러니 내게 예술적 재능이 없음에 서운해 할 일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이 있음에 감사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서머싯 몸의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 1>과 <인간의 굴레에서 2>.

 

 

 

 

두 권을 합해 천 쪽이 넘는 분량의 글을 다 읽었다. 어떤 날은 십 쪽 이하의 분량을 읽었고 어떤 날은 백 쪽 이상의 분량을 읽었다. 적게 읽은 날도, 많이 읽은 날도 좋았다. 이런 소설이라면 아무리 두꺼워도 지루해 하지 않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재밌고 유익한 독서였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필립은 불구의 다리를 가진 몸이어서 자신은 청년이 되어서도 어떤 여자와도 연애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절망한다. 그러다가 한 여자와 연애를 하게 되고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며 행복해 하다가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또 다른 여자와의 만남에선 상처를 받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는 자신이 그림에 재능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정한다. 그림 그리기를 공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렜다. 그리하여 그림을 배우러 파리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예술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즐거워한다. 그러다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자 자신은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우울해 한다. 그리고 마침내 진로를 바꾸기로 하고, 화가가 되는 길을 포기하며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의 길로 들어선다. 그것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의사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결정 같았다. 하지만 의사가 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는 의사가 되기까지 어려운 시련을 겪으며 인생에 대해, 인간에 대해 깊이 깨달아 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줄거리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으니, 그것은 작가의 사색을 감상할 수 있는 문장들이었다. 그 문장들은 내게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그래서 그 문장들을 옮겨 적고 그것과 관련하여 나의 단상을 풀어놓는 방식으로 글을 써 봤다. 글의 제목으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이게 사랑이란 말인가?’로 정했다.

 

 

 

 

제목 : 이게 사랑이란 말인가?

 

 

 

그는 (그녀에게) 정열적으로 키스를 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침에는 전혀 끌리지 않던 그녀가 오후에는 좀 괜찮게 느껴지고, 밤이 되니 이처럼 슬쩍 손이 닿기만 해도 짜릿짜릿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자기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말들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대낮이라면 도저히 그런 말은 입에 담지 못하였으리라. 필립은 자신이 쏟아내는 말들이 놀랍고 대견스럽기만 했다.

“사랑의 고백이 너무 근사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생각해도 그랬다.

“아니, 다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에요. 뜨겁게 타는 내 마음을 말이에요.” 그는 열정적으로 속삭였다.

너무 근사했다. 사람을 이렇게 흥분시키는 놀이는 처음이었다. 놀라운 일은 자기가 속삭인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대로 감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말보다는 감정이 조금 과장되어 있을 뿐이었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243~244쪽. ----------

 

 

 

필립은 연상인 그녀를 사랑하는 감정에 빠진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그는 그녀를 만나는 게 싫어진다. 결국 필립은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그녀를 버리고 만다.

 

 

 

어떻게 해서 그리된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가장 추한 모습을 보고 만 것이다. 그녀가 몸을 돌렸을 때의 그 모습, 캐미솔과 짧은 속치마 차림의 모습을 보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잊혀지지 않았다. 거칠거칠한 피부, 목의 옆쪽에 길게 패인 주름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승리감은 곧 사라져버렸다. 나이를 다시 따져보니, 도저히 마흔 아래로 잡을 수가 없다.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어버렸다. 상대는 못생기고 늙은 여자. 필립의 머릿속에는 퍼뜩, 신분으로 봐서는 지나치게 야하고, 나이로 보아서는 지나치게 젊은 사람의 옷차림을 한, 주름지고 초췌하고 화장을 짙게 한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름이 끼쳤다. 갑자기 다시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스를 했다는 생각을 하니 견딜 수 없다. 제 자신이 끔찍스럽게만 느껴진다. 이게 사랑이란 말인가?

그녀를 대면하는 시간을 늦추려고 필립은 되도록 느릿느릿 옷을 입었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248~249쪽. ----------

 

 

 

어느 날엔 슬쩍 손이 닿기만 해도 짜릿짜릿한 느낌을 주던 상대가 어느 날엔 소름이 끼칠 만큼 보기 싫은 것, ‘이게 사랑이란 말인가?’ 하고 필립은 의아해한다. 필립의 시각에서 보자면 사랑이란 감정은 무가치하다. (만약 이것이 사랑의 본모습이라면 상대로부터 달콤한 사랑의 고백을 받았다고 해서 그 ‘사랑’을 믿고 인생을 거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 된다.)

 

 

그러나 필립의 시각을 뒤집어 보면 어떻게 될까? 나는 뒤집어 해석해 보았다. 필립이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대는 못생기고 늙은 여자"임에도 다음과 같이 고백하게 만들었던 사랑의 힘은 경이롭지 않은가. 

 

 

 

“사랑의 고백이 너무 근사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생각해도 그랬다.

“아니, 다 표현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에요. 뜨겁게 타는 내 마음을 말이에요.” 그는 열정적으로 속삭였다.

너무 근사했다. 사람을 이렇게 흥분시키는 놀이는 처음이었다. (243~244쪽)

 

 

 

자신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에너지의 감정을 분출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사랑이란 감정은 위대하다.

 

 

결과적으로 ‘사랑이란 감정은 변한다.’라는 전제 하에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필립의 시각에서 보면 사랑이란 감정은 무가치한 것, 필립의 시각을 뒤집어 보면 사랑이란 감정은 위대한 것. 

 

 

여기서 문제 제기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진실하며 자신보다 상대를 더 아끼는 사랑, 이런 ‘완전한 사랑’이라는 게 있을까.

 

 

어쩌면 ‘완전한 사랑’이란 건 우리의 환상에 불과한 것이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인데 어떻게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건 ‘진짜 사랑’을 흉내 내고 있는 ‘가짜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닐까.

 

 

문제 제기 또 하나. 상대가 자신이 아닌 다른 데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질투를 하는 게 ‘사랑’인가.

 

 

어째서 상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상대가 친구를 만나서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즐거워하면 질투를 하고, 상대가 등산이나 낚시에 즐거워하면 질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상대가 행복한 걸 싫어하는 게 사랑인가. 오히려 ‘당신이 즐거워하는 걸 보니 나도 즐겁다.’라고 해야 ’사랑’이 아닌가. 또 어째서 상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둘이 다툰 뒤에 상대가 괴로워하면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가. 상대가 불행한 걸 좋아하는 게 ‘사랑’인가. 오히려 ‘당신이 괴로워하는 걸 보니 나도 괴롭다.’라고 해야 ‘사랑’이 아닌가.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사랑’의 뜻을 알아보았다.

 

 

(1)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2)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

(3)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이 세 가지 중에서 우리는 사랑의 뜻을 무엇으로 알고 있어야 할까? 나는 사랑을 이 세 가지의 뜻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고 문제 제기를 했다. (참고로, 소설 속 필립의 사랑은 (1)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가 사랑이란 말을 쓸 땐 (1)번의 뜻으로 ‘사랑’을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3)번의 뜻으로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자신은 (1)번의 뜻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상대는 (3)번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서로 오해하고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

오늘은 내 생일이다.

오늘이 만우절이라고 하던가.

태어나고 보니 만우절이었다는...

웃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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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04-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십니까? 저의 옛 친구가 오늘이 생일이라고 해서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생일 축하드려요.^^ 그런 의미에서 공감 한 방 쏘겠습니다.ㅋ

생각해 보니 이 나이 먹도록 내가 정말 사랑해 본적이 있었나 싶어요.
늘 머뭇거리기만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게 짝사랑 겸 첫사랑에 실패해선가 봐요.ㅠ
누군가를 보고 가슴 설레었던 기억조차 이젠 가물가물해요.ㅠㅠ


페크pek0501 2014-04-02 16:39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학교에 다닐 때, 생일이라고 하면 친구들이 믿지 않았답니다.

첫사랑... 그 설렘이라는 것도 오래가지 않아 문제지요. 그런데 또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죠. 매일 설렌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하고요. 피곤하지 않겠습니까?
설렘이란 일종의 긴장감인데... 늘 긴장하며 살 순 없잖아요.
제 나이가 되고 보면 편안한 게 최고, 입니다. ㅋ

잘잘라 2014-04-0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페크님 생일 축하합니다~! 짝짝짝~
(이 노래를 진짜로 한 번 불렀습니다. 귓속말 하듯 아주 작게요~)

페크pek0501 2014-04-02 16:3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님을 보면 흥겨운~ 경쾌한 음악이 생각납니다.

마립간 2014-04-0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일 축하드립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단일 정체성을 갖는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pek0501님의 글을 일고 제가 사랑을 다시 정의한다면 ; 네이버 사랑의 정의 1)~3)까지의 정의에 상충, 모순이 없는 상황으로 정의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4-04-02 16:41   좋아요 0 | URL
예, 사랑이란 게 미묘 복잡하지요.
아직도 저는 사랑에 대해 다 파악하지 못했어요.
더 알게 되면 좋은 페이퍼를 올릴 수 있을 듯요...^^

비로그인 2014-04-0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계절에 태어나셨네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페크님..~~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 바람도 너무나 좋습니다.. ~~^^

페크pek0501 2014-04-02 16:4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요즘 날씨가 얼마나 죽이는지, 어젠 두 시간을 걸었답니다.
봄 풍경을 만끽하세요. 비가 오면 벚꽃이 질 거예요.

비로그인 2014-04-0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정말로 페크님 생일이라는데, 몰빵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페크님은 절대 이런 걸로 만우절 장난 안치실 분 같아서요..ㅎㅎ 그런 의미에서 저도 스텔라님처럼 공감 쏘고 갑니다~^^

...

사랑이 뭔가, 뭐긴 뭐냐고 쉽게 살고 있고 이젠 생각하는 것 자체도 귀찮을만큼 게을러져버렸는데 정말 생각해보게 하시네요. 언제나 그러시지만..

페크pek0501 2014-04-02 16:43   좋아요 0 | URL
몰빵, 좋은 선택이십니다. 진짜 생일입니다.

동의해요. 제 나이가 되면 사랑을 받는 것도 귀찮다, 가 될지 모릅니다.

생일로 인해 공감이 홍수네요. ^^

다락방 2014-04-0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인간의 굴레에서>를 사야겠다, 생각했는데 결국 생일 축하를 해야겠다는 결과가 나오네요. 페크님, 생일 축하합니다!! :)

페크pek0501 2014-04-02 16: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마 다락방 님이 읽으신다면 재밌게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설입니다. 강추!!!

blanca 2014-04-0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댓글 단 것 같은데 저는 이 작품을 어렸을 때 축약본으로 읽은 비극이 있답니다. 그런 면에서 원작 그래도 접한 페크님이 부럽습니다. 서머싯 몸! 정말 그렇죠. 저는 톨스토이도 그래요. 진짜 그런 작가들이 있어요.

생일이셨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좋은 날 태어나셨네요.

페크pek0501 2014-04-02 16:46   좋아요 0 | URL
비극이라니요. 그건 그것대로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읽으신다면 어렸을 때 보는 책과 느낌은 다를 것이고요...그 차이를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저는 맘에 드는 소설은 두 번 이상 읽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일 축하... 고맙습니다. 어제였지만...요.

세실 2014-04-0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카스에서 본 법륜스님의 글 '한눈에 반했다는 것은 욕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말입니다.' 랑 통하는 글이네요. 사랑,사랑~~~~
지났지만, 페크님 생일 하늘 땅만큼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14-04-03 14:56   좋아요 0 | URL
법륜 스님의 글이 좋은 게 많은가 봐요.

"한눈에 반했다는 것은 욕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말입니다." - 어떻게 이렇게 사고할 수 있는 건가요... 감탄 감탄!!!!!!!!!!!!!
 

 

 

 

1. 최근 댓글이 0(영)을 기록한 날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푸하하하~~~. (나중엔 댓글이 달렸지만.) 설마 나를 골탕먹일 속셈으로 모든 알라디너들이 어떤 모의를 한 건 아닌지를 의심했다. 나만 빼고 모두가 짜고 하는 게임에 끼어 있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그런 모의를 할 만큼 내가 비중 있는 사람은 아니잖아, 라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그렇게 비중 있는 사람이라면 걱정할 게 뭐란 말인가, 하는 생각도 스쳤다. 영광인 거지. 그러다가, 내가 비중 있는 사람이 못됨을 다행으로 여겼다. 내가 다수의 표적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므로. 

 

 

공감도 영이고 댓글도 영이면 어떠랴. 공감 수도 적고 댓글 수도 적으면 어떠랴.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묵묵히 가겠다.

 

 

나아가, ‘영’을 즐기겠다. 둘째 아이가 어릴 적에 학교에서 치는 받아쓰기 시험을 빵 점 받아온 어느 날처럼 재밌다고 웃겠다.

 

 

그리고 생각했다. 공감 수와 댓글 수가 적은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끼게 하고 위로가 된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좋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거다. 인생은 그렇게도 살아야 하는 거다. 승자가 아닌 패자가 되는 느낌을 맛보며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괜   찮   다.

 

 

 

 

 

 

2. 무슨 이유 때문일까? 구***님, 프***님, 팜***님, 마***님, 말***님 등 다섯 분이 요즘 글을 올리지 않는다. 내 서재에 흔적을 남기지도 않는다. 서재 활동을 중단한 모양이다. “왜 나타나시지 않는 건가요?”라고 물어 보려다가, 아마 자기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있고 싶어서일 거야, 아니면 휴식 시간이 필요해서일 거야, 라고 생각했다. 요즘 김이 빠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들의 서재에 들러 여전히 새 글이 없는 것을 볼 때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 제목을 이렇게 변형해 쓴다. ‘나만 새 글을 올리면 무슨 재민겨?’ 

 

 

나도 쉴까, 잠시 생각했다. 인생이 좀 피곤하긴 해서 나도 휴식이란 놈을 갖고 싶긴 하다. 열렬한 휴식을. 소극적인 휴식이 아닌 적극적인 휴식을.

 

 

 

 

 

 

3. 날씨가 좋구나. 나가도 되겠다. 안심이다. 기분이 좋다. 이젠 매일 아침에 창밖을 보며 날씨를 살피게 된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해졌다. 오늘처럼 창밖에 있는 먼 곳의 건물들이 선명하게 보이면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날이다. 이런 날이면 굳이 오늘의 날씨가 어떤지를 네이버 양에게 알아볼 필요가 없다. 결과적으로 미세먼지의 존재가 내게 기분 좋은 날을 선사한 셈이다. 미세먼지가 아예 없었다면 오늘이 기분 좋은 날이 아니었을 테니까. 만약 ‘불행’이 아예 없다면 ‘행복’도 없는 것과 같다.

 

 

 

 

 

 

4. 어느 분이 내 닉네임이 쓰기 불편하다고 하셨다. 사실 나도 불편하다. pek0501, 이라고 쓰면 영어로 쓴 부분이 한글로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고 길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어느 서재에서 댓글로 ‘pek0501이 다녀갑니다.’라고 쓰는 것보단 ‘페크가 다녀갑니다.’라고 쓰는 게 편할 것 같아서 ‘pek’를 소리 나는 대로 쓴다고 생각하여 ‘페크’라고 쓰기 시작했다. 여러분도 그렇게 써 주시길.

 

 

저는 페크입니다.

 

 

 

 

 

 

5.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1>과 <인간의 굴레에서 2>를 다 읽었다. 두 권을 합해 천 쪽이 넘는 분량이라서 다 읽고 나서 뿌듯했다. <인간의 굴레에서 1>은 이미 읽어 놨고 <인간의 굴레에서 2>를 이번 3월에 읽었다. 다른 책들을 읽느라고 이제야 읽기를 끝냈다. (조만간 이 두 권의 책에 대해 나의 감상을 써서 올리려고 한다.) 같은 작가의 작품 <달과 6펜스>만큼 재밌다. 역시 그의 작품 <인생의 베일>도 재밌다.

 

 

<달과 6펜스>를 두 번 읽었는데, <인간의 굴레에서 1>과 <인간의 굴레에서 2>, 그리고 <인생의 베일>도 나중에 한 번 더 읽고 싶은 소설로 꼽는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첫 번째 읽을 때 놓친 좋은 문장을 읽게 되리라. 작품을 더 이해하게 되리라. 

 

 

서머싯 몸의 작품은 다 읽으려고 계획했는데 차질이 생겼다. <서밍업>이란 책은 ‘품절’이라 구할 수가 없고, <과자와 맥주>는 동서문화사에서 ‘달과 6펜스’와 함께 묶어 나온 게 있을 뿐이다. 그런데 ‘달과 6펜스’는 두 권 가지고 있어서 이 책을 또 구입하기가 망설여진다. 어서 새로 출간하는 출판사가 생기면 좋겠다.

 

 

<서밍업>은 77개의 철학적인 짧은 글로 되어 있고 문학적 회상록의 성격을 띤 책. 

<과자와 맥주>는 토마스 하디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고 해서 구설수에 올랐던 책. 

.......... 전자는 서머싯 몸만이 알고 있는, 문학에 관한 비밀들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고, 후자는 <테스>라는 소설을 쓴 작가의 이야기로 알려졌다니, 게다가 문단의 내막을 그린 것이라니 기대된다. (나는 이 두 권의 책이 궁금해 죽는다. 무지 매우 퍽 몹시 굉장히 읽고 싶다.)

 

 

이 두 권이 새로 출간되기를 기다린다.

 

 

(에고... 출판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여... 유명한 작가의 구할 수 없는 작품을 알아보시고, 저 같은 독자를 위해서 발 빠르게 움직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6. 도정일 저자의 산문을 읽고 기죽었다. 하지만 나를 기죽게 만드는 글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몇 개 뽑아 옮긴다.

 

 

나자렛 예수가 태어난 곳은 여관방도, 호텔도, 산실도 아닌 말구유다. 그의 탄생은 가장 지고한 존재가 가장 미천한 곳에 내려온 사건, 말하자면 가장 높은 것과 가장 낮은 것, 가장 부유한 것과 가장 빈한한 것의 결합이고 만남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홈리스’이다. 그는 집이 아닌 곳에서 집 없이 태어난 존재다. 이상하지 않은가, 집 없이 홈리스로 태어난 자에게서 사람들이 되레 ‘집’을 발견하고 집을 구한다는 것은?

- 도정일 저,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52쪽

 

 

나자렛 예수가 ‘홈리스’였다고 말하다니. 멋지다.

 

 

다음의 글은 나도 궁금해 하던 내용이어서 흥미로웠다. 문학을 읽는 사람들과 읽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어느 쪽이 자원봉사 활동을 더 할까?

 

 

문학 독자한테서는 비독자와는 다른 어떤 행동상의 특징이 발견되는가? (…) 가장 두드러진 발견은 문학 독자가 비독자에 비해 자선활동이나 자원활동 같은 사회적 참여행위의 빈도가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문학 독자들이 사회적 자선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43%임에 비해 비독자의 참여율은 17%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 차이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 도정일 저,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83쪽.

 

 

시는?

 

 

사람들은 왜 시를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시가 그들의 삶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중요성의 핵심은, 내 생각에, 시가 ‘연결의 다리’라는 데 있다. 시는 사람들이 가슴과 가슴을 연결하고 나를 나 아닌 모든 다른 것들과 연결시키고 나를 나 자신에게 연결한다. 사람과 사람들을 이어붙이고 인간과 별과 바람, 나무와 구름, 지렁이와 개구리까지도 한데 이어붙인다는 점에서 시는 인간이 가진 최선의 선린 외교정책이다. (…) 나보다 더 작고 약하고 미천한 것, 그래서 내가 노상 업신여기고 깔아뭉개고 구둣발로 걷어찼던 것들도 사실은 내가 그 존재의 귀함을 몰라보았던 ‘더 큰 어떤 것’이다. 그 모든 작은 것들을 어느 순간 나에게로 이어붙여 그 존재의 고귀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시다. 사람들이 시로부터 멀리멀리 떠나 있는 삶을 강요당하면서도 시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시가 가진 이런 느낌과 연결의 마술 때문이다. 시가, 문학이, 사람들을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의 원천도 거기 있다.

- 도정일 저,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82~83쪽.

 

 

이렇게 정리하는 글도 좋았다.

 

 

인간이 부단히 어떤 가치들을 추구하고 탐색해왔다는 것은 인간이 가치의 탐색자를 부단히 발명해온 존재라는 것을 웅변한다. ‘참’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다가 인간은 과학자를 발명했고 ‘선’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다가 철학자를 발명했으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다가 시인을 발명하고 예술가를 발명했다. ‘생명‘이라는 가치를 위해 인간은 의사를 발명했고 지금도 발명하고 있다. 인간은 사랑과 우정이라는 가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기도 하는 인간을, 자유, 정의, 평등 같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목숨도 내던지는 인간을 발명했다. 그리고 지금도 발명하고 있다.

- 도정일 저,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203~204쪽.

 

 

 

 

 

 

7. 에세이를 읽고 싶은 분들을 위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세 권의 에세이를 뽑는다.

 

 

왜?

 

 

이곳은 책 정보를 주고받는 곳이므로. 나도 책 정보를 많이 얻고 있으므로.

 

 

 

 

 

 

 

 

 

 

 

 

 

 

 

 

 

 

도정일 저,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도정일 저,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이명원 저,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세 권 모두 제목이 줵인다. 표지도 줵인다.

내용도 줵이겠지.

 

 

 

 

 

 

세트로도 있구나. 

 

 

 

 

 

 

세 권을 다 읽지 못했다. 다 읽고 나서 다음에 좋은 글을 더 뽑아 소개하겠다. 

 

 

 

 

 

 

8. 누군가가 비밀 댓글로 내 글에 대한 느낌을 알려 주셨다.

 

 

“저 근데 사실은요.. 처음 한동안은 pek님이 남자분이신 줄 알았어요. 여성적 감각을 겸비한 20, 30대 청년 같았거든요. 단호함.. 의지..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느껴졌었어요.”

 

 

“문학쪽 혹은 국어쪽 분야에서 일하실 수도 (있겠구나) 했었어요. 글이 절도가 있다고 할까요. 차렷 경례..~~^^ 똑 부러지고 단단한 느낌.. 그랬거든요 페크님.”

 

 

하하하~~~.

 

 

내가 그런 줄 몰랐는데, 생각 못했는데, 그의 댓글을 읽고 보니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다. 웃음이 나왔다. 나를 들킨 것 같았다. ‘단호함’, ‘의지’와 같은 말은 나와 친숙한 말 같아서. 그리고 ‘똑 부러지고 단단한 느낌’도 맞는 말 같아서. 내 글에 대해 ‘차렷 경례’라고 표현한 것은 탁월하기까지 하다. (이건 내가 몰랐던 거다.) 게다가 문학 쪽 혹은 국어 쪽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측했다니... 직업까지 맞추는구나. 글의 정직함에 새삼 놀랐다. 나는 내가 부드러운 여자의 모습으로 보이길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 모습으로 글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  니  었   다.

 

 

앞으로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글을 써야겠다.

 

 

(님! 고맙습니다. 제가 균형을 잡고 글을 쓸 수 있게 해 줘서 말이에요. 단단한 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겠습니다.)

 

 

아, 그런데 나의 어떤 글이 그런 걸 느끼게 했을까? 이상하다, 이상해...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니 좋았다. 그의 댓글은 줄곧 내 글에 대해 호의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왔기 때문이다. 그 댓글도 호의적인 관심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부드러운 여성적인 문체와 단단한 남성적인 문체 중 어떤 것이 좋은가? 여자의 문체는 여성스러워야 하고 남자의 문체는 남성스러워야 하는가?

 

 

노노노노노... 둘 다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서 적합한 문체를 쓸 줄 알아야 한다. 문체를 골라 쓰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어떤 글엔 여성적인 문체가 필요하고, 어떤 글엔 남성적인 문체가 필요할 테니까. 

 

 

어쨌든 그 비밀 댓글은...

 

 

“문체는 곧 그 사람이다.”라는 뷔퐁의 말이 내 머리를 세게 후려치게 만든 댓글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문체는 곧 나다.

 

 

(아이, 무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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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3-2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무서워라.를 괄호 안에 넣으신 페크님! 온종일 굳어있던 제 얼굴이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녹습니다. 녹아요. 흐흐흐흘~러내리는 표정 닦으러 저 지금 화장실 가요. ㅋㅋ

페크pek0501 2014-03-27 14:09   좋아요 0 | URL

ㅋㅋ 늘 재밌는 메리포핀스 님...
진짜 이곳은 무서운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강심장이 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못 버팁니다. 호호~~


2014-03-26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7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4-03-26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0이면 얼마나 민망하던지요.
나름 진지한 글에 그러면 그래요. 반대로 별거 아닌 글에 추천이 돼 있으면 뜨아하구요. 더 괴로운 건 남과 비교될 때가 젤 괴롭더군요.
어떤 분은 쓰기만 해도 공감에 댓글에 화려한데 난 왜 이러지?하는 자괴감이란...ㅠㅠ
물론 지금은 열심히 안 하니까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글쓰기란 역시 어려운 것 같아요.ㅠ

근데 언니 글이 그렇다는 게 좀 이해가 안 가는데요?

소개하신 저 3권의 책은 저도 읽고 싶은 책 0순위랍니다.^^


페크pek0501 2014-03-27 14:15   좋아요 0 | URL
민망해 않기로 하기 위해서 제가 이 글을 썼다는 것이죠. ㅋ
우리는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환자들 같아요.
‘어쩔 수 없음’인 거죠.

님은 예전에 명성 있는 알라디너였죠. 하루의 방문자가 수백 명이었죠. 제가 햇병아리 시절에요.
그때와 비교하지 마시고,
한때 나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서 여유를 찾으시길...
잘 나가던 시절이 없는 사람도 많답니다.

제 글... 20대부터 글이 건조하다는 평을 들었어요. 드라이하다는 거죠.
고쳐진 줄 알았지 뭐에요. 그러다가 끽~~~
그분 말씀이 그게 제 자질이래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지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는 균형을 잡고 싶어요.

님처럼 제 글에 대한 느낌이 다른 분들도 있으리라 믿어요. 똑같은 것을 봐도 받아들이기는 각자 다른 법이니까요. 저의 다른 면에 치중해 볼 수 있으니까요.

책 세 권을 한꺼번에 구입하지 마시고 <쓰잘데없이~ >이란 책부터 먼저 구입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게 맘에 드시면 또 구입하시라고...

책을 살 땐 책 욕심을 잘 통제하기... ㅋㅋ

착한시경 2014-03-26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해주신 책... 저도 모두 가지고 있는데~소금밭만 다 읽었고~도정일 산문집은 서점에서 읽다가 너무 좋아서 바로 사가지고 왔어요~ ^^ 페크님 글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고, 저두 서머싯 몸 책들 꼬옥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저도 어떤 일 하시나 궁금했어요~

페크pek0501 2014-03-27 14:18   좋아요 0 | URL
페크님 글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고... 이것만 눈에 쏘옥 들어와요. 호호~~ 고맙습니다.

서머싯 몸의 책은 <달과 6펜스>부터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화가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이라서 한 화가의 생애를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는 소설이죠. 저는 작가의 사색적인 글을 좋아해서 팬이 되었지만요. 어디를 펼쳐 놓고 봐도 맘에 드는 이런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


2014-03-26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7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4-03-26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여자였어요?ㅋㅋ 전 댓글0 공감0 은 늘 있는 일인지라 아닐때 반가울뿐인 1인임돠ㅎㅎ

도정일 산문집, 페크님이 추천하시니 더 땡기네요^^

페크pek0501 2014-03-27 14:21   좋아요 0 | URL

저, 남자 아니고 여자예요. ㅋ
그러니까 우린 추락도 해 봐야 해요. 그래야 추천 1에도 감지덕지하지 않겠습니까.
댓글 0이었다가 누군가가 하나 남기면 눈물이 나올지 몰라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것을 믿고 싶은 1인이에요
.
<쓰잘데없이 ~>란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맘에 드는 에세이를 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로만 내가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뭐 이런 생각을 했네요.
또 봐요!!!!!!!!!!

아무개 2014-03-2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읽고 완전히 빠져서 인간의 굴레에서, 인생의 베일까지 찾아 읽고
다른 책들 찾아보니 페크님과 같은 상황이 되더군요. =..=


페크pek0501 2014-03-27 14:22   좋아요 0 | URL
아, 님도 저와 같은 상황에 당도했군요.
새로 출간되길 기다릴 수밖에요.
그 기대되는, 아끼게 될 책을 중고서점에서 헌 책으로 사고 싶진 않잖아요.
같은 작가의 팬으로서 반가워요.

그런데 님의 닉네임이 참 좋군요...아무개 님...

세실 2014-03-2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귀여우신 페크님~~ 공감 다 눌러 드릴게요^^

페크pek0501 2014-03-27 14:33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귀여웠나요? 외로워서 엄살 좀 피워 봤어요.
세실 님이 다녀간 흔적을 남겨 주시면 제 외로움은 바람과 함께 사라진답니다.

어느새 세실 님이 새 친구가 아니라 이젠 옛 친구가 된 느낌입니다. 이 느낌 좋아요.
이 느낌 아시죠?



세실 2014-03-27 15:28   좋아요 0 | URL
느낌 아니까~~~~
저도 자주 외로워요 ㅜㅜ

페크pek0501 2014-03-28 13:47   좋아요 0 | URL
호호~~ 원래 외로운 사람은 외롭다는 말을 안 하는 법입니다만,
님의 명랑한 목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것 같습니다만,
믿을게요.ㅋ

마립간 2014-03-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댓글 0개인 것뿐만 아니라 댓글 브리핑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쩌면 동시대가 아닐지라도), 아마 맞을 것입니다.

제가 평균에서 조금 멀리 있기 때문이지만, 그만큼의 대가도 있습니다. 음, 그리고 저는 공감할 때 공감 아이콘을 누릅니다.^^

페크pek0501 2014-03-27 14:25   좋아요 0 | URL
누군가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 굉장히 중요한 생각이에요.
서머싯 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자신만 특이한 생각을 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 지구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이 존재하지요. 신기해요.

댓글이 많이 달리기 위해선 자신이 먼저 여기저기 발로 뛰어야 하는 건데, 사실 저도 수줍음이 많은지라 새로운 만남을 개척하지 못하는 쪽입니다.
님도 그런 것 같아요. ^^
이제 제 서재엔 아무런 불편한 마음 없이 오실 수 있는 거죠? ㅋ

노이에자이트 2014-03-2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모옴 작품은 절판된 게 많죠.30여년전 모옴 전집이 나왔는데 요즘은 헌책방에서도 구하기 힘들어요.<크리스마스 휴일><그늘진 인생><크래도크 부인><람베드의 라이자>등의 장편도 절판되었고, 중단편도 절판된 게 많죠.

물론 저는 단편 몇 편 빼놓고는 모옴의 소설은 다 구했답니다.

페크pek0501 2014-03-29 11:16   좋아요 0 | URL
님은 대단하시군요.
그러고 보니 30여년 전이라면 저도 몸의 전집을 가지고 있었겠다 싶어요.
친정에 각종 전집이 많았거든요. 유명한 외국 작가의 전집은 거의 있었어요.
그런데... 세로줄로 된데다가 글자가 작아서 다 버렸답니다.
제가 도서관에 기증하려고 전화해 봤는데, 그런 책은 이제 받지 않는다고 해서요...
지금 만약 세로줄이라도 <서밍업>이 있다면 가져 와서 읽고 제가 워드 작성하여 베껴 놓고 읽을 뻔했어요. 아 쉬 워 라...
하지만 뭐, 좋은 책은 넘쳐나 있으니까요.
괜히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큰 거죠.
좋은 하루 되세요...^^
 

 

 

1. 괴로울 땐 봉사를 해라

 

 

 

 

 

 

 

 

 

 

 

 

 

 

 

 

 

 

 

 

 

 

책을 읽다 보면 형식만 다를 뿐, 글의 의미가 어떤 책에 있는 글의 의미와 똑같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다. 이렇게 중복되는 글을 읽으면서 ‘역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구나.’ 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이라는 책을 읽다가도 다른 책에서 봤던 글의 의미와 같은 글을 발견했다. <인생의 베일>이라는 책에서 봤던 것과 의미가 같았던 것. 그러나 전자는 도정일 저자의 산문집이고, 후자는 서머싯 몸의 소설이니 글의 형식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글을 쓴 시대도 달랐다.

 

 

 

먼저 도정일 저,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에 있는 글을 소개한다.

 

 

 

긍정심리학 분야를 개척한 셀리그먼은 작년에 낸 책 『번성하라Flourish』에서 어떤 동료 교수의 소년 시절 추억담 하나를 소개하고 있다. 소년이 무슨 일인가로 잔뜩 기분이 상하고 풀이 죽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면 엄마가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얘야, 너 오늘 영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구나. 그럴 땐 어떻게 하는지 알지? 얼른 나가서 누구든 다른 사람을 좀 도와줘보렴.” (…) 한 엄마의 소박한 지혜가 긍정심리학이라는 새 학문 분야를 개척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가를 보여주자는 것이 이 일화의 골자다.

소박한 지혜는 평범해 보이지만 위대한 데가 있다. 그것은 공부를 많이 해서 쌓은 지식도, 자랑할 만한 최첨단 정보도 아니다. 인생의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두루 지내온 사람들이 경험으로 알고 느낌으로 아는 직관적 진실, 그것이 지혜다. 이 지혜의 가장 값진 부분은 ‘인간의 진실에 대한 겸허한 이해’다. 위 일화에 나오는 엄마는 사람들이 어느 때 힘을 얻고 행복해지는가를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는 그 경험에서 터득한 행복의 비결 하나를 아들에게 말해준 것이다. 엄마가 한 말은 “우리 아들 기분이 영 말이 아니구나. 어디 가서 맛좋은 것 사줄까?”도 아니고 “우리 구경 갈까?”도 아니다. “나가서 누구든 다른 사람을 좀 도와주고 와보렴”이다. 타인에게 베푸는 도움과 친절은, 그게 아무리 작은 도움이고 친절이라 할지라도 도와주는 사람 그 자신을 들어올려 존재의 상승을 경험하게 한다.

- 도정일 저,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39~40쪽.

 

 

 

이 글은 남을 도움으로써 오히려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진실을 산문으로 전하고 있다. 이런 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소설이 있으니, 그게 바로 서머싯 몸 저, <인생의 베일>이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유부녀와 유부남이 연애를 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두 사람은 불륜의 사랑을 하며 매우 행복해 한다. 그러나 이 일이 남편 월터에게 발각되자 그녀는 처음엔 걱정하다가 시간이 흐르자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남편 월터와 이혼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찰스와 결혼해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찰스도 당연히 자신의 아내와 이혼하고 자기와 결혼할 수 있게 된 사실에 기뻐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찰스는 자신의 아내와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이 문제가 자신의 직장 생활에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지 않고 조용히 해결되기만을 바랐던 것.

 

 

 

그의 태도에 그녀는 몹시 슬퍼하며 죽고 싶을 정도로 절망한다. 게다가 그녀의 남편 월터는 그녀가 바람을 피운 증거를 모두 갖고 있다며 그녀에게 중국인 오지인 메이탄푸에 함께 가서 살자고 협박한다. 그곳은 세균학자인 그가 근무지로 지원한 곳으로 ‘콜레라’라는 전염병이 창궐하여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고 있는 위험한 지역이었다.

 

 

 

“난 안 가요, 월터. 나한테 그런 걸 요구하다니 끔찍해요.”

“그럼 나도 안 가겠소. 즉시 고소장을 제출해야겠군.”

- 서머싯 몸 저, <인생의 베일>, 93쪽.

 

 

 

위험한 지역에 따라가든지, 자신으로 하여금 아내의 간통 고소장을 제출하게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남편 월터. 그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바람피운 아내를 용서할 수 없어서 그런 제안을 한 것.

 

 

 

그녀는 남편 월터가 고소장을 제출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으므로 결국 남편을 따라 위험한 지역을 가는 쪽을 선택한다. 그곳은 콜레라 때문에 생과일이나 샐러드 같이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위험한 곳이라 항상 긴장하며 살아야 했다. 미처 치우지 못한 시체를 거리에서 보기도 했다. 그녀는 남편 월터가 자신에 대한 복수심으로, 죽을지도 모를 위험한 지역으로 자신을 데려왔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녀는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의 생각이 바뀐다. 어느 날 원장 수녀의 초대로 수녀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키티는 봉사하는 일에서 영혼을 재충전하는 길을 발견했다.”

- 서머싯 몸 저, <인생의 베일>, 190쪽.

 

 

 

그녀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소녀들의 밝고 영리한 웃음과 그녀가 던지는 칭찬 한마디에 그들이 느끼는 기쁨이 그녀를 감동시켰다. 그들이 그녀를 좋아하고 찬미하고 자랑스러워한다는 걸 느끼면서 그녀도 보답으로 그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 서머싯 몸 저, <인생의 베일>, 192쪽.

 

 

 

그녀는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어느 날 문득, 그녀는 일주일 동안 한번도 찰스 타운센드에 대한 생각을 하거나 꿈을 꾸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그녀의 심장이 쿵쿵 두방망이질했다. 그녀가 치료된 것이다. 이젠 찰스를 생각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아. 아, 이 평안과 자유스러움이여! 돌이켜 보니 이상했다. 그토록 열정적으로 그를 열망했다니. 그가 그녀를 버리면 죽어 버리겠다고 생각했는데. 그후의 삶은 절망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지금 그녀가 웃고 있다. (…) 자유, 자유, 마침내 자유였다!

- 서머싯 몸 저, <인생의 베일>, 201쪽.

 

 

 

그녀는 남편에게 이젠 더 이상 찰스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쨌든 그들이 그 모든 일을 극복하고 공포와 절망의 무대 한복판에서 살아 있는 마당에 간통 같은 어리석은 짓거리에 연연해한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어 보였다. 모퉁이 하나만 돌면 죽음이란 놈이 감자를 땅에서 캐내듯 인명을 앗아 가며 활개를 치는 이때에 누가 몸뚱이를 더럽혔네 어쩌네 하는 것에 신경을 쓰다니 바보 같은 짓이었다. 찰스가 그녀에게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그래서 그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일조차 얼마나 힘겨운지, 그에 대한 사랑이 그녀의 가슴에서 완전히 빠져나가 말라 버렸다는 걸 그에게 납득시킬 수만 있다면!

- 서머싯 몸 저, <인생의 베일>, 225쪽.

 

 

 

그녀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봉사함으로써 자신의 모든 괴로움을 말끔히 지워 버렸을 뿐만 아니라 행복하기까지 했다.

 

 

 

“지금처럼 행복한 적은 내 생애에 없었어요.“

- 서머싯 몸 저, <인생의 베일>, 225쪽.

 

 

 

내가 여기까지 길게 쓴 것을 압축하면 다음의 두 개의 인용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소년이 무슨 일인가로 잔뜩 기분이 상하고 풀이 죽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면 엄마가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얘야, 너 오늘 영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구나. 그럴 땐 어떻게 하는지 알지? 얼른 나가서 누구든 다른 사람을 좀 도와줘보렴.

- 도정일 저,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39쪽.

 

 

키티는(그녀는) 봉사하는 일에서 영혼을 재충전하는 길을 발견했다.”

- 서머싯 몸 저, <인생의 베일>, 190쪽.

 

 

 

 

 

또 두 개의 인용문을 더 압축하면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괴로울 땐 봉사를 해라.’

 

 

 

나는 이 말이 괴로운 것에 대한 생각에서 봉사에 대한 생각으로 전환하라, 라는 말로 읽힌다. A라는 생각에서 (엉뚱하게도) B라는 생각으로 이동하면 좋은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2. 부자 친구가 돈을 꿔 달라는 가난한 친구보다 낫다고 생각해라

 

 

 

 

 

 

 

 

 

 

 

 

 

 

 

 

 

 

 

 

‘왜 부자 친구를 두면 불행해질까?’

 

 

 

이 물음은 친구가 부자라는 이유로 한 번쯤 기분이 상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물음이리라. 이에 대해 ‘이웃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강준만 저, <감정독재>에 ‘이웃 효과’에 대한 글이 있다.

 

 

(이웃 효과는) 그 어떤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이웃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함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다.

- 강준만 저, <감정독재>, 142쪽.

 

 

마르크스가 말했다.

 

 

 

마르크스는 “집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주변의 집들이 똑같이 작다면 그것은 거주에 대한 모든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킨다. 만약 작은 집 옆에 궁전이 솟아오르면 그 작은 집은 오두막으로 위축된다”고 했다.

- 강준만 저, <감정독재>, 141~142쪽.

 

 

 

아무리 궁전 같은 집에서 살더라도 그 옆에 더 큰 궁전이 지어진다면 그 집에 대한 만족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웃 효과’다. 인간은 혼자서 사는 게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사는 존재라서 ‘이웃 효과’가 발생한다.

 

 

행복은 이웃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이웃은 물리적 이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친척과 친구 등 늘 이웃처럼 소통하는 사람들도 포함한다. 그래서 이웃이 성공하면 “나는 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 강준만 저, <감정독재>, 144쪽.

 

 

 

‘이웃 효과’에 관한 명언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리는 우리보다 뒤처져 있는 사람들을 보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불행해진다.” 프랑스 사상가 미셸 몽테뉴의 말이다.

“현실보다는 비교가 사람을 행복하거나 비참하게 만든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풀러의 말이다.

“행복한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프랑스 작가 쥘 르나르의 말이다.

“거지는 자신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 다른 거지들을 시기할망정 백만장자를 시기하진 않는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

- 강준만 저, <감정독재>, 142~143쪽. 

 

 

 

어머니가 친구에게 돈을 꿔 주었다가 떼인 적이 있다. 친구가 남편의 사업이 망해서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처지가 딱해져서 꿔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그 돈을 받지 못해 포기해야 했다. 어머니의 친구가 빚쟁이들한테 몰려서 잠적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어머니에게만 돈을 빌린 것이 아니었던 것. 돈도 떼이고 친구도 잃어서 어머니는 많이 속상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내 친구도 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삼천만 원을 빌려간 자기 친구가 빚쟁이들의 독촉으로 괴로워하다가 몇 년 전에 잠적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친구가 최근에 나타나 자기의 돈을 매월 조금씩 할부로 갚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친구의 마음고생이 그 동안 얼마나 심했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게 바로 ‘가난한 친구로 인한 마음고생’이라는 것이다. 이런 걸 보면 부자 친구로 인해 배가 좀 아픈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자 친구가 돈을 꿔 달라는 가난한 친구보다 낫다는 결론을 낸다.

 

 

 

이렇게 결론을 낼 수 있다면 부자 친구로 인해 불행해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런 것도 A라는 생각에서 (엉뚱하게도) B라는 생각으로 이동하면 좋은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이라고 본다.

 

 

 

 

 

 

 

 

3. 내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문제라고 생각해라

 

 

 

 

 

 

 

 

 

 

 

 

 

 

 

 

 

 

 

 

다음의 글을 읽고 멋진 생각이라고 여겼다.

 

 

 

얼마 전 나는 수영장에 갔다가 한 여자가 다른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 수영장에 입장권을 사지 않고 뒷문으로 몰래 들어온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는 곁눈으로 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가 나를 지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상한 나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따질지, 아니면 수영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갈지 고민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췄다. 나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이어가지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나는 풀 안으로 들어가서 수영을 했고 건너편에서 그 여자가 헤엄을 치며 내 쪽으로 다가오자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결코 친구가 될 수는 없었지만, 서로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나는 마음이 상한 원인을 그녀의 잘못으로 돌려주었다. 근거도 없이 함부로 남을 의심하는 것은 그녀의 잘못이지 내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 배르벨 바르데츠키 저,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230쪽.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갖는다면 아무도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없겠다.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할 필요도 없겠다. 원망도 없겠다.

 

 

 

자신이 받을 스트레스를 상대가 받아야 할 스트레스로 전가하는 것. A라는 생각에서 B라는 생각으로의 전환! 자신의 행복을 위한 현명한 비결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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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3-24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남 두명을 거치며 30 대를 다 보내버린 지인이 있었어요 ..
처녀였고 예뻤고 모자를것 하나 없는 ..

전 개인적으로 단단한 편견(?!)이 하나 있는데
유부남과 로멘스를 꿈꾸는건 여자들의 순진무구한 착각이라는 것

결국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 언니가 그남자가 본부인과 이혼을 하고도 자기에게 오지 않았다고 투덜거리는걸 보고 한심했던 적이 있어요..유부남이 사랑해서 나와 사귈거라고 믿다니..


세가지 글이 그 주제는 아닌데 제가 최근에 읽은 책과 겹쳐서 인생의 베일 글에 울컥하네요.페크님 ..
정말 저 유부남 자식 ..ㅠ

글 전체를 정말 동감하며 읽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4-03-25 14:2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ㅋㅋ 저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남자를 미워했어요.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그러면서요. 그런데 말이죠...
"유부남이 사랑해서 나와 사귈거라고 믿다니.." - 이 부분에 대해 코멘트 할게요.
유부남이 짜 사랑해서 사귈 수도 있고 그랬는데 변심하게 되는 수도 있고 처음부터 즐기기 위해서 사귈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 어떤 경우에든 인간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서머싯 몸이 소설에서 강조하듯, 어쩔 수 없음, 이라는 거죠.
인간이 원래 그런 존재라서 말이죠. 즐기고 싶은 걸 어쩌겠어요. 그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으로 태어난 걸 어쩌겠어요.


또 제가 알기론
'변심은 무죄'입니다.

자신이 변하고 싶어서 변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이란 영역의 일이거든요.
설령 돈이 좋다는 이유로, 사귀던 여자를 버리고 돈 많은 집의 딸과 결혼하는 남자도 저는 이해하는 쪽이에요. 나쁜 남자인 건 맞지만....
어쩌겠어요. 사귀던 여자보다 돈이 더 좋은 것을요...
명품 백을 좋아하는 여자의 심리와 비슷한 거죠. 좋은 걸 어쩌겠어요.
사귀던 여자보다 부자인 여자에게 더 끌리면서 사귀던 여자와 억지로 결혼할 순 없잖아요.
제 생각은 그래요. (억지인가요?)ㅋ

물론 저도 그런 남자를 보면 확~ 욕해 주고 싶지요. 하지만 이 생각의 길에서 모퉁이를 돌면 그런 생각이 든답니다.
어쨌든 사랑으로 인해 아픈 여성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도 아파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비로그인 2014-03-25 18:59   좋아요 0 | URL
pek님 긴 답글을 주셔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마도 말씀 하신 것처럼 어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보편의 문제일 것 같아요.

또 단어 하나 하나에 정의에 따라 모두 다른 생각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편견이라는 단어까지 쓰면서>유부남이 사랑해서 날 사귈꺼라고 생각하다니 라고 썼던 부분은 이런 거였어요.


제게 사랑은 단순히 좋아서 죽는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감정을 일으키는 새로운 대상이 나타났다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랑에 대한 책임조차 쉽게 저버리는 사람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솔직히 저는 믿기어려웠습니다.~~^^


지난달 모 방송에 남자들이 대놓고 이 여자 저여자 혼외정사를 즐겼던 남자에게 부럽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남자들 사이에서는 그 분이 영웅으로 통한다고 치켜세우면서. 그러면서도 남자들끼리도 바람 (?) 때문에 제 가정을 버리는 놈은 미친놈이라고 하더라구요. <일종의 보험. 요즘엔 그것도 중도 해약추세지만은요 ^^>

그 상대 여자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면 그런 말을 나올 수가 없지요.
그런데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나 묻고 싶었어요.
그들의 놀이에 사랑이라 믿으며 상처받았던 여자들은 애당초 보이지 않는거죠.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아닌 사람도 있죠. 그리고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내 상대는 그 아닌 사람에게 속한다고 믿고 싶지요.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싶어요
주신 말씀처럼 놀고 싶다는데 어쩌겠어요..
맞습니다..그게 인간인 것을요.. ㅠㅠ


제가 이래서 결혼을 못하나봐요.. ㅠㅠ
제 동갑인 남자 사촌이 제 나이에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운운하는건 덜떨어지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ㅠㅠ
제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ㅠㅠ



pek님^^ ..다시한번 진심어린 답글 감사드립니다. ^^
오늘도 여전히 밖에서 두꺼운 옷 입고는 못다니겠더라구요..
봄이 오기도 전에 초여름이 오려나봐요~~ ^^

페크pek0501 2014-03-25 19:55   좋아요 0 | URL
아, 주신 말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썰렁했던 제 서재가 님 덕분에 꽉 찬 느낌이 드네요.

"그 상대 여자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면 그런 말을 나올 수가 없지요.
그런데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나 묻고 싶었어요. "
- 바로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동의해요. 그러니까 제 생각엔 제대로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대부분 가짜 사랑을 한다는 거죠.
이 소설 속의 남자도 그래요.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한다면 일단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부터 갖게 되지요.
내가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그런 생각부터 하게 되겠죠.
그리고 님의 말씀처럼 책임이 뒤따르겠지요. 책임 없는 사랑은 한낱 유희일 뿐 사랑이 아닌 것, 맞습니다. 신뢰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사랑은 인격과 관련이 깊다고 봅니다. 인격 없는 사람은 사랑도 할 줄 모른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그런 남자들을 순수하게 사랑을 했던 여자분들에 대해선 안타까워요.

그래도 님은 덜떨어지는 거란 소리를 듣더라도 사랑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ㅋ
분명히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인격이 훌륭한 사람은 있거든요...

님 덕분에 생각할 거리를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날씨가 더워서 집 오는 길에 스카프를 풀렀답니다. 변덕스런 봄 날씨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군요. 얇게 입으면 봄바람이 차고 말이죠.

또 봐요. 저보다 훨씬 젊으신 것 같은데, 얘기가 통해서 좋았습니다. 반가웠습니다. ^^


비로그인 2014-03-26 11:04   좋아요 0 | URL
잠깐의 답글이지만 배움이 많았습니다.

꼭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

오늘은 정말 따뜻하네요. pek님.. ^^

페크pek0501 2014-03-26 15:39   좋아요 0 | URL
오히려 제가 감사... ㅋ

blanca 2014-03-2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러셀이 생각만큼 남들은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얘기한 것은 우리나라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가 아닐런지요. 잘 읽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14-03-25 14:31   좋아요 0 | URL
반가운 블랑카 님...
제가 아는 알라디너들 중에서 서재 활동을 중단한 분들이 다섯 분이나 되어서 제 서재가 썰렁한 것 같아요. (아, 핑계인가요? 글 탓을 하지 않고 말이죠... ㅋ)
그런데 이렇게 님이 댓글을 남겨 주시면 어떡합니까?

매우 반갑잖아요. ㅋㅋ
님의 말씀이 맞아요.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엄친아 현상 같은 건 우리 나라 특유의 문화라고 하더군요.
땅은 좁고 인구는 많다 보니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오밀조밀 붙어 살아서 그럴까요?

2014-03-30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30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30 23: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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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31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30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31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현관문을 열고 밖에 나간다. 걷는다.

 

 

낯선 봄바람에 옷자락이 살랑거리고

마음도 살랑거리는 봄날의 오후.

 

 

뭔가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이

공중의 풍선처럼 두둥실 떠다니는 봄날의 오후.

 

 

그 허전함엔 달콤함이 녹아 있어 설렌다.

 

 

이제 달콤한 허전함을

끈이 잘린 풍선으로 날려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닫는다. 찰칵.

 

 

그것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시간으로부터

익숙한 시간으로 돌아옴을 알리는 소리이다.

 

 

일상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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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4 1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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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4 15: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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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3-2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 설레이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그러네요~친구에게 작은 꽃화분을 선물받아서 창가에 두고 보니~참 앙증 맞고 귀엽네요~ ^^

페크pek0501 2014-03-25 14:06   좋아요 0 | URL
착한시경 님, 반갑습니다.

설레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이것을 저는 달콤한 허전함이라고 표현한 거죠.
봄이 그래요.
아, 또 봄이 왔구나... 그랬어요.
작은 꽃화분이 귀엽고 예쁘죠. 저도 몇 개 가지고 있답니다.^^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은 헤세는 다르게 보고 생각하는 것, 뒤집어보는 것을 중시한다. 이른바 가치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작가의 임무는 단순한 것을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심장한 것을 단순하게 말하는 것이다.”라는 빌헬름 셰퍼의 문장에 감명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참되고 올바른 진리라면 뒤집어 놓더라도 끄떡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인 것은 그 역도 참일 수 있어야 하니까. 셰퍼의 명제를 뒤집으면 이런 문장이 된다. “작가의 임무는 의미심장한 것을 단순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것을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저, <헤세의 문장론>, 머리말.

 

 

 

 

 

내가 알기론, 좋은 글이란 하찮은 것을 대단한 것으로 끌어올리고, 대단한 것을 하찮은 것으로 끌어내리는 글이다. 이를 다르게 바꾸어 말하면, 단순한 것을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의미심장한 것을 단순하게 말하는 글이 되겠다.

 

 

그래서 나는 독자인 나의 고정관념을 비웃으며 나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드는 글을 좋아한다.

 

 

 

 

...........................................

위의 인용문에서 잘못 표기된 것이 있어서 문장의 뜻이 통하도록 제가 고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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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3 01: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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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4 14: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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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5 0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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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5 14: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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