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탈고 :
코로나19로 연기했던 칼럼집 출간을 무한정 미룰 수가 없었다. 탈고를 하고 출판사에 넘겼더니 속이 시원했다. 책에 실을 글을 뽑고 교정을 보고 수정을 하느라 긴 시간 동안 글자들을 보며 지냈더니, 누구 말대로 머리털이 다 뽑히는 것 같았다. 이제 책 출간은 출판사의 작업 속도에 달렸다. 출판사에 따르면 오는 8월 중순쯤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2. 책 사랑 :

지금까지 28년 동안 책을 사랑하며 살아왔다. 남들이 지루해 할 책이거나 두꺼운 책이라도 읽어 낼 자신이 있었고 독서가 나의 유일한 재능 같았다. 설령 감옥에 갇히게 되더라도 내가 읽고 싶은 책만 그 안에 제공된다면 그곳에서 몇 년은 지낼 수 있다고 여길 정도로 책을 사랑했다. 한 달에 열 권을 읽어 봤고 하루에 한 권을 완독해 봤다. 나의 신기록이었다. 

 

 

 

 

 
3. 글쓰기로 배우다 :
글을 쓰는 시간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다. 쓰고자 하는 무엇에 대해 모든 정신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글이 한 편 완성될 때 내가 안 것들을 쓴 게 아니라 쓰면서 알게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느 책에서 읽은 대로,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결국 글쓰기를 통해 배우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4. 블로그 :
내가 글쟁이로 사는 데 큰 몫을 한 것은 알라딘의 블로그다. 2009년 1월부터 ‘페크(pek0501)의 서재’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11년째 글을 올리고 있다. 만약 블로그가 없었다면 600편이 넘는 글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시한 글이 많긴 하지만.

 

 

 

 

 

5. 내용과 형식 :
내용만 중요한 게 아니라 때로는 형식도 중요하다. 그 이유는 내용이 형식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형식이 내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는 내게 ‘형식’에 해당하고 600편이 넘는 글을 쓴 것은 ‘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6. 생각하기 나름 :
곡식이 누렇게 익은 들판 위에 푸른 하늘이 있고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이런 그림을 보고 어떤 이는 들판이 누렇게 익어 평화로워 보인다고 하고, 어떤 이는 새 한 마리가 짝이 없어 고독해 보인다고 한다. 같은 그림에 대해서 평화를 보는 이가 있고 고독을 보는 이가 있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각자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다.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나는 믿는 사람이다.  

 

 

 

 

 

7. 가장 쓰고 싶은 글 :

요즘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글은 문학적인 문장이 돋보이는 글이 아니다. 정보와 지식이 빛나는 글도 아니다. 대단한 주제를 다루는 글도 아니다. 깊은 사유로 깨달음을 주는 글을 읽고 싶다. 나 또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8. 독학 :
좋은 칼럼을 읽으며 ‘칼럼 쓰는 방법’을 독학으로 배웠다. 정치나 경제보다는 사회, 문화, 생활과 관련한 글을 선호한다. 이를테면 연애, 결혼, 인간관계, 인간 심리, 삶, 문화 등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한다.

 

 

 

 

 

9. 칼럼에 희망을 : 
칼럼 한 편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나에게 어떤 희망을 선사한다. 이 같은 칼럼을 좋아한다. 이를 좋아하는 한, 앞으로도 글을 꾸준히 쓸 것이다.

 

 

 

 

 

 

 

 

* 밑줄을 그은 글 *

 

 

 

 

 

 

 

 

 

 

 

 

 

 

 

 

 

 

 


「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의 시선이 자신 안의 불행을 보지 못하게 하고 그의 모든 생각을 춤을 잘 추려는 관심으로 채우면 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 블레즈 파스칼, <팡세>, 144쪽.

 

→ 잡념을 없애는 데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게 최고다. 춤이든 글쓰기든.

 

 

 

 

 

 

 

 

 

 

 

 

 

 

 

 

 

 

 

 


「현사회의 지배적이고 유용한 가치가 정말 옳은 것인지를 질문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책임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에 관해,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정말 알고 있으면서 믿는 것인지, 왜 믿는지를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성 도덕과 기성 가치관에 추종하며 스스로 ‘점잖은 교사’를 가장하는 것은 작가로서 가장 자질이 나쁜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문학은 무식한 백성들을 훈도(訓導)하여 순치(馴致)시키는 도덕 교과서가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 마광수, <자유에의 용기>, 56쪽.

 

→ 문학은 저항 정신이 그 뿌리라고 생각한다. 저항할 것에 대하여, 분노할 것에 대하여 침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언제나 불의는 홀로 완성되지 않았다. 하나의 사건은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었고,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구성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각자의 자기 정당화, 각자의 피치 못할 사정, 각자의 선의에 입각한 타협이 각자의 침묵을 만들었다. 이것들이 결합하고 서로 도와야 불의가 비로소 완성되었다. 그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인 나는 결코 아니었다고 단언하기에는 내가 속한 준거집단에 나는 긴밀하게 연결된 채 살아왔다.」
- 김소연, <나를 뺀 세상의 전부>, 81쪽.

 

→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자신이 다수 집단에 속하면 안도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 6월 중순이 지날 무렵 오후에 글을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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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6-20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누가 그런 심한 말을...!ㅋㅋㅋ
그럼 책 몇 권씩 내는 사람은 머리털이 남아있지 않겠죠.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턴 좀 쉬울 텐데 말이죠.ㅠ
언니 마음이 지금 어떨지 알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0-06-20 18:47   좋아요 1 | URL
하하하~~~ 누구겠습니까? 다 아시면서...
과장이 좀 심했나요? 머리털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정을 보면서 내 글을 그만 보고 싶단 생각은 했지요. 왜 그리 고칠 데가 많은지 말이죠. 더 적합한 낱말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중복 낱말이 많거나 해서 손질을 많이 했어요. 그 작업을 하기 전엔 내 글엔 고칠 데가 별로 없는 줄 알았어요. 역쉬~~ 주제 파악을 하는 데엔 책을 내는 게 그만인 것 같습니다.
첫 책이라 힘든 건가요? 점점 쉬어질까요? ㅋㅋ

희선 2020-06-21 0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이어서 더 힘들고 요새 코로나19 때문에 힘들기도 하군요 올해 책이 나오면 나중에 그때 코로나19 때문에 책을 늦게 냈지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다니...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책 잘 나오기를 바랍니다

페크 님 더위 조심하시고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6-21 19:33   좋아요 1 | URL
책 출간도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겠죠. ㅋ
책에 오타나 실수가 없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희선 님도 더위 조심하시고 좋은 저녁을 보내세요.
늘 감사하고요...

서니데이 2020-06-21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탈고가 되었으니, 책이 나오는 날짜가 가까워지겠네요.
올해 여름에는 소식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운 느낌이예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6-21 19:36   좋아요 1 | URL
주말인 건 좋은데 너무 덥군요. 내일은 더 더울거라고 하니 겁이 나네요.
이젠 더위를 견디는 게 힘드네요. 여름은 분명 여름대로 장점이 있는 건데 말이죠.

책 기대는 하지 말아 주세요. 초라합니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대충 끝냈답니다. 예전엔 꼼꼼한 편이었는데 성격도 변하나 봅니다. 대충 대충 살고 싶네요.

서니데이 님도 남은 휴일 시간 잘 보내세요. 고맙고요...^^

후애(厚愛) 2020-06-22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수고하셨습니다.^^
책이 출간하면 페이퍼에 올려 주실거죠?ㅋ
어떤 책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6-22 14:07   좋아요 0 | URL
후애 님, 이 더위에 잘 지내시나요?

으음... 책이 나오면, 나왔다고 소식을 전하는 페이퍼는 올릴 것 같습니다.ㅋ
또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군요. 후애 님도 즐거운 한 주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후애(厚愛) 2020-06-24 10:34   좋아요 1 | URL
대학병원가는 날만 빼고는 거의 집에만 있어요.
너무 더워서 외출하기도 그렇고 또 마스크 하기가 너무 불편하네요.ㅠㅠ
그래도 오늘부터 비가 온다해서 습기는 있어도 덜 더운 것 같습니다.^^

더위 조심하시고요, 항상 건강하세요.^^


페크pek0501 2020-06-24 11:56   좋아요 0 | URL
예,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사시길 빌겠습니다.
비가 와서 시원한 날입니다.
감사합니다.
 

 

 

 

 

 

 

1. 그런 게 행복이었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올봄에는 꽃놀이를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해서 답답하여 내가 좋아하는 걷기도 즐겁지만은 않았다. 한마디로 올해엔 봄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채 여름이 와 버렸다.

 

 

계절을 만끽하는 것. 그런 게 행복이었네. 

 

 

 

 

 

 

2. 날씨
6월인데 벌써 덥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에 비가 온다고 한다. 산불 조심을 해야 할 정도로 너무 건조했는데 비 소식을 접하니 반갑다. 꽃들과 나무들이 목마를 것 같았는데 비가 내려 물을 실컷 먹을 수 있기를, 그리고 비가 세상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 내기를 바라게 되네.

 

 

날씨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가 된 지 오래다. 미세먼지가 없던 시절엔 날씨가 중요한지 몰랐더랬다.

 

 

 

 

 

 

3. 글에 관하여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자신에 관하여 글을 쓰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따지고 보면 무엇에 대해 쓰든 자기와 관련 없는 글이 있던가. 어떤 문화에 대해 칼럼을 썼다면 그것은 그 문화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썼을 테니 결국 자신과 관련한 글을 쓴 것이다. 어떤 주제로 소설을 썼다면 본인이 강조하고 싶은 주제로 썼을 것이니 역시 자신과 관련한 글을 쓴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자기 경험을 글로 쓰더라도 글과 필자와의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4. 오디오북
한때 팟캐스트를 즐겨 들었다. 무료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이동진의 빨간책방‘, ’EBS 오디오북‘, ’EBS 낭독 a’, ‘고막친구 팟빵’ 등을 들었다.

 

 

그러다가 더 이상 새로운 게 없어 오디오북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안톤 체호프의 <사랑에 관하여>는 7시간 16분 동안 듣는 것으로 6,300원,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은 3시간 36분 동안 듣는 것으로 7,020원, 니콜라이 고골의 <광인일기>는 단편 소설이라 1시간 9분으로 900원에 구매했다. 

 

 

오디오북 중 어떤 것은 책 전체를, 어떤 것은 요약본을, 어떤 것은 단편소설 하나를 낭독하는 걸로 구매할 수 있다. 나는 요약본 낭독보다 전체 낭독을 선호하는 편인데 특히 소설은 무조건 전체 낭독을 하는 걸로 구매한다. 에세이는 요약본도 괜찮은데 그 이유는 만약 50편의 에세이가 실린 책이라면 그중 좋은 걸 골라 20편쯤을 낭독해 주어서다.

 

 

오디오북으로 듣고 종이책을 사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오래전 종이책으로 읽은 책을 오디오북으로 구입해 듣기도 하는데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이 그런 예다. 탤런트 조여정이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 줘서 귀에 쏙쏙 들어온다.

 

 

 

 

 

 

 

 

 

 

 

 

 

 

 

 

 

 

 

 

 

 

 

 

 

 

 

 

 

 

 

 

 

5. 독서의 가치
독서를 하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 실생활에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그 정보와 지식은 값지다. 그것들이 인식의 지평을 넓혀 주고 균형 잡힌 사고력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 또 독서는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든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은 타인을 배려하기가 어렵다. 남을 위해서도 상상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6. 글쓰기와 독서는 49 대 51
작가들은 대체로 독서보다 글쓰기를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둘 다 좋지만 굳이 구분한다면 전체를 100으로 잡았을 때 독서를 51프로, 글쓰기를 49프로 좋아한다. 독서를 조금 더 좋아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따져 보니 글쓰기는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고심하게 되는 반면, 독서는 그런 게 없기 때문인 듯싶다. 여러 책을 병행해서 읽고 있어서 그날그날 마음이 가는 대로 책을 골라 읽는 즐거움을 누린다. 

 

 

 

 

 

  

7. 필사의 이점
필사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필사를 하면 이로운 점이 무엇인지를 잘 정리한 글로 다음의 글을 뽑겠다.

 

 

「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옮겨 쓰는 일은 곧 문장을 갈고닦는 수련으로 이어집니다. 옮겨 쓰기의 이점을 정리하겠습니다.
  하나. 옮겨 쓰면서 글쓴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 내 문장에서 부족한 점(예 : 진부한 표현 사용 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셋. 자신이 어떤 문장을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하는지 분석할 수 있고 나중에 내 마음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 다쓰노 가즈오, <어느 노老 언론인의 작문노트>에서.

 

 

 

 

 

 

 

 

 

 

 

 

 

 

 

 

 

 

 

 

 

 

 

8. 중복 없애기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보며 공부하고 있다. 특히 중복되는 단어를 없애는 방법을 눈여겨 봤다. 

 

 

다음의 글은 ‘있다’라는 낱말이 많이 중복되어 있음을 지적하기 위한 예문이다.

 

 

「  청년은 벽에 붙은 지명 수배자 포스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참이다. 포스터엔 스무 명 남짓,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한국 사람들의 얼굴이 적혀 있고 그 밑에 성명, 나이, 범행 내용, 인상 착의 따위가 기록되어 있다. 그중 몇은 '검거'라고 쓰인 붉은 도장이 쿵쿵 박혀져 있다. 수배자들의 사진 가운데엔 대학생인 아는 얼굴도 하나 끼여 있다. 그는 청년의 선배이다. 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선배는 몇 달 전부터 수배되어 있는 중이다. 청년은 지금 그 선배의 사진과 무슨 얘기라도 나누는 양 골똘히 마주 대하고 있다. 바로 그때 역장이 청년을 불렀으므로 청년은 적이 놀란 모양이다.」
- 안정효,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27~28쪽.

 

 

한 문단에 ‘있다’라는 낱말을 일곱 번 사용했다. 몇 개는 없애야 좋은 글이 될 듯하다. 


 

 

 

 

 

 

 

 

 

 

 

 

 

 

 

 

 


「  글쓰기에서는 모든 중복이 낭비다. 단어와 말을 낭비하면 작품 전체가 해퍼지고, 늘어지고, 탄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낱낱이 단어를 하나씩 짚어가며 때빼기를 해주면 누더기 문장이 생기를 되찾는다. 」
- 안정효,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362쪽.

 

 

글을 쓰고 나서 나도 중복된 것을 빼내는 작업을 꼭 한다. 내가 잘 쓰는 것은 ‘생각’, ‘자신’, ‘때문’, ‘것이다’, ‘경우’, ‘의’, ‘적’ 등등 이다.

 

 

‘적’을 빼내는 작업은 이렇게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는 ‘결론을 말해’로, ‘인상적이었다’는 ‘인상 깊었다’로 고친다.

 

 

 

 

 

 

 

9. 촉촉함이 느껴지는 글
서평도 아니고 독후감도 아니고 그저 소설을 소개하는 글인 것 같은데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나의 소설을 소개하면서 어떤 내용인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내며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곁들이는 저자의 솜씨에 감탄하며 읽게 된다. 흡인력 있는 문체는 저자의 강점이라 할 만하다.

 

 

 

 

 

 

 

 

 

 

 

 

 

 

 

 

 

예를 들면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소개하면서 쓴 다음과 같은 글.

 

 

「  세상에는 슬픔이 한가득입니다. 그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누가 더 슬픈지 경쟁이라도 하듯 슬픔의 절정을 향해 내달립니다. 상대도 슬프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내 슬픔의 레인에서 달리기에만 골몰합니다. 그러나 문득 옆을 돌아보고서 또 다른 슬픔의 주자를 발견할 때, 비로소 슬픔의 달리기는 끝이 납니다. “당신도 그랬구나!” 하는 진한 파동이 느껴질 때 슬픔의 세상에는 빛이 비칩니다. 희미한 불빛이 비치는 빵집처럼 말이지요.」
- 이미령,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41쪽.

 

 

이렇게 부드럽고 매끈한 글을 쓸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 열독하려 한다. 이 글에서 촉촉함이 느껴진다면, 내 글에선 건조함이 느껴진다. 문장을 쓸 때마다 물을 뿌려야 되려나. 

 

 

 

 

 

 

10. 훈련할 무엇이 있음에 관하여
요즘 친정어머니가 좋아하여 친정에 가면 함께 시청하는 게 있다. ‘미스터 트롯’의 출신 가수들이 출연하는 티브이 프로그램들이다. 이들이 나오면 어느 프로그램이든 시청률이 높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스터 트롯’의 인기가 대단하다.

 

 

탁월한 노래 실력을 보여 주는 그들에게서 가수로서의 프로 정신이 느껴진다. 무대에 서기 위해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또 부르고 또 불렀을 그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오는 듯하다.

 

 

그 가수들이 부러운 건 실력 향상을 위해 스스로 훈련하며 성장할 수 있는 ‘노래’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스스로 훈련하며 성장할 수 있는 게 있네. 바로 ‘글쓰기’다. 재작년보다 작년이 낫고, 작년보다 올해가 나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산다. 또는 착각을 하며 산다. 

 

 

아무려면 어떤가. 훈련할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라고 생각한다.

 

 

‘미스터 트롯’의 가수들이 노래와 더불어 인생을 살며 즐거워하듯이, 나는 글쓰기와 더불어 인생을 살며 즐거워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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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6-09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올해엔 코로나 덕분에(?) 미세먼지 피해가 예년보다 적었던 것 같아요. 페크님 무더운 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06-09 18:13   좋아요 1 | URL
맞아요. 공장 가동을 하지 않는 곳이 많아서일까요? 미세먼지는 나아졌어요.
겨울호랑이 님도 여름철 건강하게 보내세요. 지금 생각난 건데 삼계탕을 해 먹어야 되겠군요. 이게 여름엔 보약이죠. 건강하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stella.K 2020-06-09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글은 파면 팔수록 어려운 것 같습니다.ㅠ
그러고 보니 저의 댓글에 것이 들어가는데
이걸 안 쓰려면 어렵네요. 이렇게 해야하는 거죠?ㅋㅠㅠ

페크pek0501 2020-06-09 18:11   좋아요 2 | URL
팔수록 어려워서 우리가 꾸준히 글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터했다면 글쓰기가 시시해졌을 듯해요.
저도 이 글을 읽어 보니 ~하는 것 같다, 가 많아서 두 개는 다른 걸로 대체했답니다.
만약 어려운 것 같다, 에서 ‘것‘을 빼고 싶다면 ~ 어려운 듯하다, ~ 어려운 듯싶다, 어렵게 느껴진다, 어려워진다 등등 여러 형태로 바꿉니다. 낱말 가지고 노는 거죠. ㅋ
오늘 날씨가 덥네요. 해 질 무렵이 다가오니 다행스럽습니다. 저녁이 되면 낫겠죠.
좋은 저녁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0-06-09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근 몇 년은 일년중 공기가 좋은 날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래도 미세먼지 나쁨인 날이 적었어요. 날씨가 더워지면서 창문 열고 지낼 날이 많은데, 앞으로도 공기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폭염주의보였다고 해요.
페크님, 더운 하루 잘 보내셨나요.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6-10 13:26   좋아요 2 | URL
저도 그래요. 공기라도 좋아야 창문을 열고 살지요. 앞으로 꽤 더워질 텐데 말이죠.
폭염주의보가 앞으로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더워서 집콕, 이에요. 마트에 가는 걸 5시로 미뤘어요. 해가 덜 뜨거울 때 가려고요.
간 김에 왕창 사서 배달시키고 오려고요. ㅋ

서니데이 님도 영양가 많은 음식 드시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희선 2020-06-10 0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봄에는 걸어다니기 괜찮았는데, 지금은 조금만 걸어도 땀이 많이 나요 유월이 되고 얼마 안 됐는데 그렇다니, 장마도 일찍 시작한다더군요 제주도에는 벌써 장마전선이 가까이 왔답니다 지난해에는 꽤 늦게 시작했는데, 올해는 빨리 시작하고 빨리 끝나고 무더워지겠습니다 여름 잘 나야 할 텐데요

저도 생각이라는 말 많이 써요 여러 가지로 쓰면 더 좋을 텐데, 쓰는 말만 씁니다 얼마 안 되는 말로도 잘 쓰는 사람 있겠지요 그렇게 쓴다면 좋을 텐데, 그게 쉬운 게 아니겠습니다

페크 님 더위 조심하시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6-10 13:29   좋아요 1 | URL
마스크 때문에 더 덥죠. 장마 끝나면 무척 긴 여름이 되겠어요. 어디 자유롭게 여행을 갈 상황도 아니고 큰일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장마가 시작되면 좀 시원하려나요? 폭우가 와서 비 피해 입는 사람들이 생길까 봐 그것도 걱정이네요.

문장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다 했다 싶으면 또 새로운 걸 배우게 된답니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입니다.

희선 님도 더위에 조심하시고 마음만이라도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아침에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스티븐 킹이 일 년에 책을 몇 권 읽는다고 했더라?’ 나와 비교하고 싶었던 거다.

 


  이미 읽은 그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를 찾아보기로 했다.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책장이 있는 거실과 책이 쌓여 있는 안방을 오가면서 찾으니 안방 침대 옆에 수십 권의 책이 쌓여 있는 곳의 맨 아래에 있었다. 

 


  <유혹하는 글쓰기>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대개 일 년에 책을 70~80권쯤 읽는다. 주로 소설이다. 그러나 공부를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독서가 좋아서 읽는 것이다. 나는 밤마다 내 파란 의자에 기대앉아 책을 읽는다. 소설을 읽는 것도 소설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은 일 년에 70~80권쯤 읽는데 주로 소설이란다. 소설가인 그가 주로 소설만 읽는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다. 그런 대작가가 겨우 소설만 읽다니. 그 정도의 작가라면 철학, 사회학, 심리학, 윤리학, 종교,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해야 되는 것 아닌가.

 


  ‘주로 소설만 읽는다.’ 이 말은 소설만 읽으면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소설엔 심오한 통찰이 들어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신은 심오한 통찰력이 있어서 다른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이 소설만 읽어도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알기론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삶과 세상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선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만.

 


  어쨌든 이야기가 좋아서 소설을 읽는다는 그의 글을 읽으니,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읽는 걸 무지 좋아해야 할 듯싶다. 

 


  난 책을 읽을 때 연필로 인상적인 문장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내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 놓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무릇 사랑이란 이별의 순간이 올 때까지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 칼릴 지브란, <예언자>에서. 

 


  내 느낌이나 생각 :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알았다. 내가 아버지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을. 이상한 일이다. 살아 계셨을 땐 보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만날 수 없는 지금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그리운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이별의 순간이 올 때까지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가 보다. 

 


  「죄책감이란 초대하지 않아도 밤중에 찾아와 사람들을 깨우고 스스로를 들여다보게끔 하기 때문입니다.」 - 칼릴 지브란, <예언자>에서.

 


  내 느낌이나 생각 : 죄책감을 갖고 산다면 행복은 가질 수 없다. 죄책감과 행복은 양립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그러니 죄를 짓고 살지 말 것.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라는 말이 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때리는 쪽이 되기보단 차라리 맞는 쪽이 될 것.

 


  누군가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하면 난 빌려 주기 싫어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완독한 책을 또 들춰 보길 좋아하는데, 누가 빌려 가서 그 책이 집에 없으면 마음이 답답해서다. 과장해서 말하면 신경질이 나기 때문이다. 책을 빌려 간 축들의 공통점은 빨리 되돌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내 책엔 느낌이나 생각을 써 놓은 게 많아서 책을 빌려 간 사람이 내 비밀스런 일기를 보는 것 같아 싫고 나의 유치한 생각을 들킬 것 같아 싫다.

 

 
  책을 빌려 주지 않는 게 미안하긴 하다. 그래서 아예 새 책을 사서 선물한 적이 몇 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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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과 관련한 책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칼릴 지브란, <예언자>

 

 

 

 

 

 

 

 

 

 

 

 

 

 

 

 

 

 

 

 

 

 

 

 

 

 

 

 

 

 

 

 

 

 

5월이 가기 전에 올리고 싶었던 장미꽃 사진입니다.

저 혼자 보기 아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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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5-27 2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미가 예쁘게 피었네요. 사진 찍어오셔서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예쁜 꽃들이 피는 계절이 조금 길었으면 좋겠어요.
페크님,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5-27 23:19   좋아요 2 | URL
제가 서니데이 님에게 댓글로 장미꽃을 찍었다고 했잖아요. 그 사진들이에요.
더 많은데 다 올리면 어수선할 것 같아 몇 개 골라 올렸답니다.
곧 6월이 오고 그러면 장미도 시들겠지요. 하루하루가 가는 게 아쉽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없어 걱정이고... 그러나 꽃은 여전히 예쁘더군요.

편히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0-05-28 0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뿐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은 자기 글 쓰기 바빠서 책 많이 못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일을 하기 전에는 책을 좋아해서 읽었을 텐데, 어떤 소설가도 다른 사람 소설은 안 본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스티븐 킹은 다른 사람 소설 즐겁게 보는군요 그저 즐기려고 보는 책은 저 정도여도 소설 쓰려고 보는 건 책읽기로 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작가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자료는 책에서 찾을 때가 많겠지요

글을 전문으로 쓰기 전에 많은 책을 봐서 자료 찾기도 훨씬 잘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아는 게 없어서, 뭘 보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냥 이런저런 책 봅니다 그렇다 해도 소설이 가장 많군요 다른 데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텐데...

페크 님은 책에 생각을 적으시는군요 그런 책은 빌려주기 싫겠습니다 페크 님이 책을 많이 보시고 책이 많다는 걸 아는 분이 읽을 만한 책을 묻거나 빌려달라고 하겠군요 이제는 도서관도 많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좋을 텐데 싶네요

오월 며칠 남지 않았네요 페크 님 남은 오월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5-28 10:21   좋아요 1 | URL
작가들은 독서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둘 다 좋지만 굳이 구분한다면 전체를 100으로 잡았을 때 독서 51프로, 글쓰기가 49프로 좋은 것 같아요. 독서를 조금 더 좋아한다는 거죠.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글쓰기는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고심하게 되는 반면,
독서는 그런 게 없거든요. 여러 책을 병행해서 읽기 때문에 그날 기분에 따라 책을 골라 읽을 수도 있고요.
글쓰기는 갈수록 어렵기만 합니다. 남은 5월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stella.K 2020-05-28 1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는 소설 보단 다른 쪽의 책 이를테면 언니가 제시하셨던
책들을 더 많이 읽으라고 하는데 소설을 안 읽을 수는 없겠죠?
7,80권이면 잘 읽는 거라고 생각합니다.ㅋ

역시 5월은 장미의 계절이죠.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밝아집니다.^^

페크pek0501 2020-05-28 21:46   좋아요 2 | URL
맞아요. 1년에 칠팔십 권 읽으면 많이 읽는 거예요. 독서만 하는 게 아니라 작가이니 글쓰기에 또 얼마나 시간을 많이 들이겠어요. 그래도 출퇴근을 안 해도 되는 건 작가라는 직업의 장점이죠. 잘 나가는 작가의 경우에 한해서지만.

5월 하면, 장미죠. 탐스럽게 화려하게 피었더라고요. 사진을 찍는 재미가 있었어요.
스텔라 님!! 굿~~ 밤~~.

후애(厚愛) 2020-06-01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 동네에도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어서 한참을 서서 구경하곤 했었어요.^^
올려주신 장미 사진들이 정말 예쁘네요.^^
5월은 가고 6월이 왔습니다.
시간은 잘 가는데 여전히 코로나는 남아 있네요.
항상 조심하시고, 6월에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0-06-03 21:37   좋아요 0 | URL
아, 후애 님. 장미꽃이 정말 예쁘지요? 향도 좋겠지요?
벌써 6월이고요... 정말 시간에 바뀌가 달린 것 같아요.

뉴스를 통해 누군가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을 때 전혀 믿어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혹시 그렇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오늘 미용실 가기 위해 걷는데 마스크까지 해서 벌써 덥더라고요.
마스크 없는 올 여름을 보내는 것, 이게 지금의 소원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곡 2023-09-09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 풍경 사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뒤늦은 댓글을 남기게 됩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책 오랜만에 펼친 김에 이 포스트를 읽었습니다 9월의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09-11 15:32   좋아요 1 | URL
서곡 님, 반갑습니다. 9월도 벌써 중순을 향해 가고 있네요.
저 사진을 어디서 찍었는지 기억납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친정 부근이에요.
장미가 아름답긴 해요. 그래도 저는 장미가 피는 봄보다 가을이 좋습니다.
요즘 늦여름답게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서 가을이 곧 올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찾아보면 거기엔 좋은 점이 한두 가지는 있다고 평소 여겨 왔다. 

 


  코로나19는 우리로 하여금 외출시 마스크를 써야 하고 타자와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살게 만들었다. 그러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도 인간이 뭔가를 반성하거나 터득하게 된다면 이는 불행이 주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찾아낸 게 있다. 

 


  세 사람에 관한 얘기부터 해야겠다. 북한의 김정은, 일본의 아베, 미국의 트럼프.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이들은 자신만만하고 오만하다. 마음속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나타내는 태도가 그렇다. 둘째, 이들은 우리나라를 무시하거나 위협하는 느낌을 우리 국민에게 주었다. 


 

  그런 그들이 이번에 자국의 방역 조치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감염병이 있음을 깨달았으리라. 타국과의 연대 없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앞으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달았으리라. 게다가 대한민국이 감염병에 대처하는 능력이 월등하다는 것도 알았으리라. 그리하여 세 사람이 오만함을 내려 놓고 낮은 자세로 대한민국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미래에 생길 수 있다는 걸 인식하게 만든 게 코로나19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코로나19의 이로운 점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다. 그렇게 인정하기엔 우리의 심신적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기기엔 경제 위기에 처한 우리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일부 품목이 수출의 호조세를 보이고, 일부 상품이 온라인 판매가 증가했다고 해도 국민 대다수의 힘든 처지를 어떻게 상쇄할 수 있겠는가.   

 

 

  코로나19는 승전국 없는 전쟁처럼 전 세계 인류를 큰 불행에 빠뜨린 재앙이다. 이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어떤 이유로도 코로나19의 출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덧붙여두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아는 바와 달리 미국과 일본과 유럽 여러 나라들의 의료 체계가 선진국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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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5-20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세 사람의 공통점은 가난을 모른다는 거죠. 금수저들이라.
그러니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 같습니다.
특히 트럼프는 망언을 넘어 넘 애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ㅠ

페크pek0501 2020-05-20 16:59   좋아요 1 | URL
트럼프가 WHO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도 했잖아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울 때부터 알아봤어요.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말이라도 세계 평화를 지향하겠다고, 세계인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 일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되는 건데 말이죠.

트럼프가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까, 뉴스 볼 때마다 궁금할 정도입니다.

희선 2020-05-22 0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문 닫은 곳도 많고 일자리 잃은 사람도 많네요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다 그렇군요 사람이 사는 데 많은 게 없어도 되기는 하지만, 최소한은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미국은 의료보험이 한국과는 달라서 병원에 쉽게 가기 어렵기도 하죠 한국도 바뀔 뻔했다던데 바뀌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의료를 하는 분들이 힘을 많이 썼군요 자기 몸도 생각하지 않고 일했으니... 한국 사람은 위기가 찾아오면 그걸 함께 이겨내려고 하기도 하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조금 있지만...

감염병은 한 나라만 애쓰면 안 되겠습니다 다른 나라도 괜찮아야 한국도 괜찮죠 세계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좋겠습니다

페크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5-22 15:16   좋아요 1 | URL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의 저력을 봤지요. 의료 체계도 훌륭하고
국민성도 훌륭한 것 같더라고요. 선진국으로 알고 있던 나라들이 오히려 엉망인 걸 보고 놀랐어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모범 국가로서의 위치를 계속 지켜 나가 미래에 모든 면에서도 그러면 좋겠습니다.

희선 님의 댓글로 기분 전환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꾸우벅~~ㅋ

2020-05-23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24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전국이 비상 상태다. 전염을 막기 위해 모두가 되도록 외출을 삼가야 한다. 따라서 각급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었고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생겨났다. 뉴스를 볼 때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새로 생겨나고 있어 심각성을 확인하며 공포를 느낀다. 예방 백신이나 전용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하였다. 현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이탈리아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빠르게 확산하여 세계적인 난제가 되었다. 

 


  그동안 나는 미세먼지가 우리가 공동으로 겪어야 하는 최악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출현으로 미세먼지는 먼지처럼 작은 문제가 되어 버렸다. ‘최악’을 아무 데나 붙여선 안 되는 거였다. 미세먼지는 감염성이 없으니 타인을 경계할 필요가 없고 그저 본인만 마스크를 쓰면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감염성이 높아 타인을 보균자인 양 의심하게 되고 본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 함께 조심해야 한다. 자기 건강이 타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참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하겠다. 게다가 코로나19는 무증상 전파력이 강하다고 하니 지인들과의 만남을 피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집에서조차 가족이 서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코로나19는 내 생활에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그중 두 가지만 말하자면 무용과 책에 대한 것이다. 나는 매주 무용 센터에 가서 35분 동안 발레와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35분 동안 현대 무용을 해 왔다. 발레와 스트레칭은 현대 무용을 하기 위한 기초 운동인 셈이다. 이렇게 총 70분 동안 운동을 하고 나면 숨이 차고 땀이 나고 목이 마르다. 이 느낌이 난 좋았다. 운동다운 운동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지곤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이 모이는 무용 센터에 가지 못하게 됐다. 음악과 율동이 있는 무용은 내게 활력을 주는 운동이었는데 안타깝다.  

 

 
  내 책의 출간일도 변경했다. 원래 계획은 내가 책에 실을 글을 골라서 교정, 수정하여 3월에 원고를 출판사로 넘기면 한두 달 뒤 책이 출간되는 걸로 돼 있었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겨주면 거기서 교정 작업을 해 주고 필요시 나를 호출하면 내가 출판사에 가서 표지, 목차, 사진 등에 대해 의논하고 결정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원고를 넘기는 날을 미뤘다. 자연히 책 출간도 늦어질 것이니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 밖에 장보러 가는 것도, 걷기 운동을 하는 것도, 친정에 가는 것도 큰 부담이 생기니 사는 게 편할 리 없다. 

 

  
  국민 누구나 힘들어하고 있다.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할까 봐 걱정들이고, 문을 닫는 식당이 생기는가 하면 날짜를 잡은 결혼식이 연기되는 등 불편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장례식장에 조문객들이 오지 않아 거북한 입장에 처한 이들도 있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과 전쟁 중이다. 무기 아닌 사람 자체가 폭탄일 수 있는 이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아 모두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 누구보다 한 집에서 사는 가족이 자신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은 현실. 그래서 가족조차 함께 밥을 먹기가 꺼려지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 본다. 이따금씩 아침에 일어나기가 귀찮았고, 출근하는 날엔 잠을 더 자고 싶었고,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을 하기 싫은 때가 있었고, 글쓰기 수준이 향상되지 않아 불만이 가득한 날이 있었으며, 걱정을 달고 사는 삶이 무겁게 느껴진 날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식구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행복한 저녁 시간을 가졌고, 공기 맑은 날에 산책을 즐겼으며, 땀을 흘리면서 운동하는 걸 좋아했다. 돌아보면 평범한 일상이었다. 

 


  안전지대가 없어 긴장되고 두려운 지금, 코로나19가 없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라는 말이 새롭게 느껴진다.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싶지 않고 건강하길 바라는 건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고 싶은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삶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겠다. 

 


  우스갯소리로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게 있다.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말, 상인이 밑지고 판다는 말,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 등이다. 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의 말을 우리가 거짓말로 여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과 반대편에 있는 삶을 사랑한다는 것.

 

 

 

 

 

 

.............................................
제가 지난 3월 1일에 올린 글과 3월 10일에 올린 글이 있습니다.
이 두 편의 글을 합하여 한 편의 칼럼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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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5-20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잘 지내셨나요.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 오후에는 햇볕 환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미세먼지가 많이 찾아오지 않아서 공기도 좋은 편인 것 같고요.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사소한 많은 것들도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비대면과 사회적거리두기라는 이전에 없었던 여러가지가 늘었습니다. 여전히 현장에는 고생하는 분들이 계시고, 그 분들 계셔서 아직은 무사하다, 그런 생각을 오늘은 했었어요.

페크님은 이전에 발레와 무용을 하셨는데, 요즘은 쉬고 계신거군요.
조금 더 좋아지면 다시 시작하실 수 있겠지요.
지금은 아니지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매일 기대합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5-21 13:3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반갑습니당.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쉬면서 정리할 것들은 잘 정리하셨는지요.
저도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에 대해 이번에 특별한 존경심을 갖게 되었어요. 한두 시간만 잠잘 때도 있었다니 참 훌륭하지 않습니까.

오늘도 공기가 맑습니다. 코로나19로 저도 사 보지 않은 것들을 사게 되고
웬만한 건 나가지 않고 전화로 처리하고 그렇게 되네요.
오늘은 나가서 걷기 운동을 할 겁니다. 마침 나갈 일도 있어서요.
마스크만 벗으면 좋겠는데 걷다 보면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고 더워요.

요즘 발레를 쉬었더니 공중으로 다리를 높이 올리는 게 예전만 못하네요.
그래서 아까 커피가 끓을 때까지 공중으로 발차기 연습을 했어요. ㅋ
높이 올라가야 재미가 있거든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늘 고맙습니다.

희선 2020-05-22 0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월이 오고 그 오월도 많이 흘렀습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군요 한국은 확진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마음을 놓으면 안 될 듯합니다 끝날 때까지 조심해야죠 물리 거리는 두어도 마음은 가깝게 하라고 하던데...


희선

페크pek0501 2020-05-22 15:12   좋아요 1 | URL
희선 님.
방송을 통해 코로나19가 있기 전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단 말을 듣고 처음엔 설마, 그랬는데 이젠 믿어집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오늘 기온도 적당하고 공기도 좋고... 코로나19만 없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의료진들에게 뜨거운 박수의 응원을 보내고 싶네요.

희선 님도 파이팅!!!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