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든 글을 짓든 또는 책의 좋은 구절을 베껴 쓰든 이런 시간들은 모두 ‘낱말과 문장을 갖고 노는 시간’이다. 확언하건대 글을 얼마나 잘 쓰는가 하는 것은 ‘낱말과 문장을 갖고 노는 시간’을 얼마나 가졌는가에 달렸다. 만약 내가 똑같은 조건으로 다시 태어나서 지금만큼 글을 쓸 수 있으려면 ‘낱말과 문장을 갖고 노는 시간’을 그동안 가졌던 만큼 똑같이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건 나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리라. 글쓰기에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어도 마찬가지다. 가령 A라는 사람이 글쓰기에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5천 시간을 글쓰기에 투자하여 글을 잘 쓰게 되었다고 치자. A가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다시 태어났다면 역시 5천 시간을 글쓰기에 투자해야 그전과 같은 수준으로 글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고로 블로거들의 활동 시간은 ‘낱말과 문장을 갖고 노는 시간’을 즐기면서 동시에 글쓰기 공부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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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6-16 19: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옳은 말씀입니다.
근데 저는 갈수록 글을 못 쓰고 있습니다.
생의 마지막 시기를 불태우고 있는 다롱이 때문이기도 하고,
글을 잘 쓰는 분들도 많아 기죽겠더군요.ㅋ
예전에 블로그에 한창 재미들려 물불 못 가릴 때가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땐 소통하는 것이 좋아 낱말과 문장을 갖고 놀 시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ㅋㅋ

페크pek0501 2021-06-17 11:05   좋아요 1 | URL
갈수록 글을 못 쓰다니요, 그럴 리가요.ㅋ
기죽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쓰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지금 스텔라 님이 댓글을 쓴 동안도 낱말과 문장을 갖고 논 시간입니다. 머릿속에서 낱말을 가지고 구성을 해서 썼을 테니까요.

최소 1만 시간을 투자하여야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있잖아요. 하루 3시간씩 투자하면 1년이면 1천 시간이 되고 10년 하면 1만 시간이 됩니다. 뭐든 꾸준히 하면 전문성이 갖춰진다는 것이니 그냥 꾸준히 해 보자고요. ^()^

붕붕툐툐 2021-06-16 2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을 잘 쓰는 건 이번 생애엔 포기입니다. 그러기엔 너무 생각이 없고, 있어도 얕고 좁으며, 무엇보다 낱말과 문장을 갖고 노는 시간이 전혀 없습니다~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1-06-17 11:08   좋아요 0 | URL
이번 생애에 포기한다는 글을 제가 언젠가 페이퍼로 써서 올린 적이 있어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고 체력은 달리고 시간은 없고 하니 이번 생은 틀렸다, 하고 그저 즐기자, 로 마음먹었었죠.
붕붕툐툐 님도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쓰거나 남의 페이퍼를 읽거나
그게 모두 낱말과 문장을 갖고 노는 시간입니당~~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하십시오. 저는 꾸준히의 힘을 믿사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
 

 


 

 

 

 

 

 

 

 

 

 

 

 

 

 

김선주,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저자는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을 역임함.
좋은 글이 많은 책이다.

 

 

 

(138쪽) 당신이 서른 살이 되었는데도 직업이 없다면, 당장 내일부터 파출부라도 하기 바란다. 아니면 집에서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해서 밥값을 해야 한다. 서른 살에도 휴대폰 요금과 인터넷 통신 요금을 부모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다. ‘부모가 여력이 있다 하더라도 부모의 노후 자금을 축내지 말기 바란다. 부모의 노후를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파렴치한 것이다. 박사학위를 가졌다 할지라도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밥벌이를 할 수 없다면 당신은 아직 아이에 불과하다.

(138쪽) 경제적 독립이 없으면 정신적 독립도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정신적 독립을 하지 못한 사람이 학문의 길에서 어떻게 정진할 수 있겠으며, 경제적 도움을 주는 누군가의 간섭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고? 절대로 그렇지 않다. 조선족 여성들도 가족을 떠나 이 땅에 들어와 훌륭하게 돈벌이를 하고 있는데 당신이 왜 못하는가. 허드렛일로 보이는 일, 자원봉사처럼 보이는 일도 하다 보면 길이 보이고 전문직으로 또 평생직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자기를 위한 잔칫상을 차려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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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6-12 15: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땅히 그러해야 할 때 경제적 독립이 안되면 자존감부터 일단 무너질듯요. 진짜 이런걸 뼈 때리는 소리라고 하죠. ^^

페크pek0501 2021-06-12 15:21   좋아요 3 | URL
뼈 때리는 소리, 라는 말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도 생각을 하였으되 아니 누구나 생각을 하였으되 글로 쓰지 못한 것을 저자는 썼어요. 글쓴이들의 위대함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이버 2021-06-12 2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경제적 독립을 하고나니 그때서야 진짜 어른이 된 느낌이 들었긴 했어요 어느덧 먼 추억이네요ㅎㅎ

페크pek0501 2021-06-13 09:16   좋아요 2 | URL
경제적 독립이 결국 정신적 독립이니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진짜 어른이 된 느낌. 좋지요. 저도 처음 취직해서 월급을 타던 때가 생각납니다. ^^

붕붕툐툐 2021-06-13 0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휴~ 다행히 30살에 직장을 잡았네요~ㅎㅎㅎㅎ
근데 전 감정적으론 의존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감정의존은 어떻게 독립 해야할지가 고민입니다. 책 속에 답이 있겠죠?^^

페크pek0501 2021-06-13 09:21   좋아요 1 | URL
직장인이 되신 것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책 속에도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ㅋㅋ 인생엔 답이 없다잖아요.
저도 어떤 문제로 답을 내리지 못할 땐 친구들에게 의견을 묻곤 한답니다. 묻는 과정에서 답을 찾곤 해요. 어차피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니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1-06-15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제적 독립을 강조하는 저자의 말에 매우 공감하면서도, 요즘 청년들이 부모에게 의지하게 만든 것 또한 우리 세대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생각하지 못하게 여러 학원으로 끌고 다니며, 공부만 잘 하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해줬기 때문에 그들이 스스로 서지 못한 것은 아닐런지 생각해 봅니다. 단순히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 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부모와는 달리, 갑자기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페크pek0501 2021-06-16 17:36   좋아요 1 | URL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취업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아요. 우리 때는 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취직이 되었는데 요즘은 경쟁률이 셉니다.
요즘 시대는 장수 시대라서 좀 늦게 취직해도 된다고 느긋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알바라도 하면서 말이죠.
부모들이 알아서 다 해 주니 부모에게 의존적인 경향이 있지요. 결혼하면 육아를 당연히 부모들이 맡아 줄 걸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더라고요. 어떤 친정어머니는 가계부도 써 준다고 하네요. 공부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하니 부모들의 잘못을 운운하게 되지요.
 

어제 찍은 사진.

 

 

 

1.
소설이나 영화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나는 것은 재미를 위해서만이 아니고 실제로 우리 삶에서 반전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난 책과 친하지 못했다. 집에 책이 많았는데도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학교 숙제를 위해서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20대가 되니 시간적 여유가 생겨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만 찾아서 읽는 정도가 되었다. 30대 초반에 비로소 책에 빠져서 가장 좋아하는 게 책이 되어 버렸다.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반전이다.

 

 

3. 내가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네가 글을 쓴다고? 너무 안 어울려.’ 하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친구들에겐 내가 글을 쓰는 게 반전인 것이다.

 

 

4.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여러 반찬을 만들어 점심상을 차려 주면 친구들이 놀라곤 했다. 주부로서 내가 무능해 보였는지 음식을 배달시켜 먹게 할 줄 알았단다. 음식이 맛있다며 또 한 번 놀란다. 내가 음식을 잘 만드는 게 그들에겐 반전이었다.

 

 

5. 나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이 세상에 노출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이런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게다가 얼굴 사진까지 실은 책을 낸 것은 반전이다.

 

 

6. 책 구매자를 보면 대부분의 책들은 여성 구매자와 남성 구매자 중에서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내가 책을 내면 구매자들 중 이삼십 대 여성들이 제일 많을 줄 알았다. 알라딘에 따르면 이십 대의 구매자가 없다. 이것이 첫 번째 반전이다. 구매자의 남녀 비율이 비슷한 것은 두 번째 반전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성 구매자보다 남성 구매자가 더 많은데 이것이 세 번째 반전이다.

 

 

7.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할 때 우리가 결혼하면 잘 어울리는 부부가 될 줄 알았다.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첫 번째 반전이었다. 요즘은 우리처럼 잘 어울리는 부부가 없는 것 같다. 두 번째 반전이다.

 

 

8. 코로나19로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할 줄 몰랐고 이렇게 길게 갈지 몰랐다. 반전이다. 지난 명절 때는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는 게 효도라는 말도 있었다. 역시 반전이다.

 

 

9. 백신 접종의 속도가 빨라져 코로나19 시대가 며칠 사이에 막을 내리는 반전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10. 우리의 인생은 예상한 대로 되지 않아 흥미롭다. 앞으로 누구에게나 기분 좋게 만드는 반전이 많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
현재 (즐겨찾기등록: 534명)이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은 글을 자주 올리지 않는 내게 반전이다.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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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6-12 12: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반전들이 있어서 사는게 즐겁거나 쫄깃 섬찟하거나 뭐 하여튼 그렇습니다. 예상대로만 흘러가는 삶이면 지구 인간의 반은 우울증 걸릴듯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6-12 15:24   좋아요 1 | URL
예상대로, 계획대로 펼쳐지는 인생은 지루할 거예요.
의외로 실패하기도 하고 의외로 성공하기도 해야죠.
누구의 인생이라도 뻔하지 않음, 이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포인트죠.

댓글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1-06-12 14: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글로 제 인생의 반전은 뭘까 한 번 생각해봐야겠어요.
반전이란 말이 너무 막장드라마에 남용되어 언젠가부터 사용하기 싫은 단어였는데
이렇게나 소소하고 경이로운 반전이라면
좋습니다^^

페크pek0501 2021-06-12 15:29   좋아요 2 | URL
반전이 있어 살 만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무시했던 사람들이 어느 날 유명 일간지에서 제가 쓴 칼럼을 발견하는 일,
이런 반전을 기대하고 삽니다. 너무 큰 반전을 기대하는 페크입니당~~
누구나 마음속으론 뭔들 기대하지 않겠나요.
즐거운 저의 착각이라 여기시고 그냥 웃어 주십시오...^()^

stella.K 2021-06-12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크진 않아도 소소한 반전은 생각해 보면 많을 것 같은데
그걸 미쳐 헤아려 보지 못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어떤 반전들이 있나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1-06-13 09:26   좋아요 0 | URL
예. 스텔라 님에게도 분명히 반전이 여러 번 있었을 것 같아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과 어긋나는 것도 반전,
좋지 않은 관계였는데 좋은 관계로 변한 것도 반전이지요.
좋은 반전이 많길 바랍니다.

붕붕툐툐 2021-06-13 0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삶에서 반전을 찾아내시는 페크님의 능력에 감탄을!! 5번 넘 멋있어요~ 7번도요!!^^

페크pek0501 2021-06-13 09:30   좋아요 1 | URL
5번ㅋㅋ. 페크, 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처음부터 실명으로 글을 쓴다면 못했을 겁니다.
책에 얼굴 사진을 어둡게 해 달라고 출판사에 부탁했었어요. ㅋㅋ
정면 사진이 아니라 옆 얼굴 사진을 실은 것도 사실은 저의 소심함 때문입니다. ㅋ

희선 2021-06-13 0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에 반전이 있는 것처럼 삶에도 반전이 있겠습니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그게 좋은 거면 더 좋겠네요 페크 님이 음식을 잘 하셔서 친구분들을 놀라게 하셨군요

페크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좀 덥겠지만, 갑자기 더워져서 덥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시간이 가면 이것도 좀 나아지겠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6-13 09:32   좋아요 1 | URL
삶에도 찾아 보면 반전이 많더라고요.
제가 겉보기에 살림을 잘하는 사람으로 안 보이는 모양입니다. ㅋ
오늘 덥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니 낮이 되면 덥겠지요. 이번 여름도 잘 지내야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1.
세월이 흘러도 기억에 남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일 텐데 나에게도 그런 게 있다. 결혼을 한 뒤 첫 아이를 낳고 그 애가 서너 살이 되어 외할머니에게 맡겨도 울지 않게 되었을 때 난 새로운 각오로 도전을 시도했다. 문학을 공부하기로 한 것이다. 정해진 요일마다 ‘소설 강의’를 듣기 위해 배움터에 갈 때마다 마치 내 어깨에 날개가 달려 하늘에라도 뛰어오를 듯 마음이 설레었다. 그 설렘이 좋았다. 이때 내 나이 삼십 대 초반이었다. 

 

 

그때 함께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들이 열 명이 넘었던 것 같은데 내가 알기로는 그중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 책을 냈다. 강의했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여러분 모두가 작가가 될 건 아니잖아요.”라고 했던 말씀. 훗날 다섯 명이나 책을 낼 줄을 선생님은 모르셨을 것이다. 

 

 

 

 

 

  

2.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나서 나의 중고등학생 시절은 어땠는지를 내 기억 속에서 빼내어 회상해 보았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 가는 것과 수업을 받는 것, 그리고 숙제를 해야 하는 것 등 의무로 해야 하는 일 때문인지 학창 시절의 즐거움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물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떠들며 노는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나 그 시간이 짧았으므로 만족감을 맛볼 수 없었고 아쉬움만 남기곤 하였다.

 

 

일부 선생님들은 학생을 한 명씩 지명하여 질문하길 좋아했다. 자신이 가르친 것에 대해 학생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는 예습이나 복습을 해 왔는지 알기 위함이었겠지만 답을 알지 못한 학생은 창피함을 감수해야 했다. 우리는 그런 수업 시간을 싫어했다.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과목을 열심히 공부해 오는 것도 아니었다. 왜 선생님들은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3. 
마음이 늘 평온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에 대해서 무엇을 알 수 있겠는가. 감정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조차 잘 알지 못하리라. 인간이란 존재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수록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있을 때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알게 된다.

 

 

 

 

 

 

4.

 

 

 

 

 

 

 

 

 

 

 

 

 

 

 

 

....................
한스는 조용하고 외딴 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끝에 편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죽음의 보금자리로 정해 놓았다.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거기에 찾아갔다. 머지않아 사람들이 여기서 자신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리라는 상상을 하며 이상야릇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밧줄을 매달 나뭇가지도 마음속으로 정해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무게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는지도 시험해 보았다.(181~182쪽)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

 

 

→ 결국 한스는 시체로 발견된다. 한스가 자살한 것일지 모른다는 추측을 할 수 있을 뿐, 자살했다고 확실히 알 수 없는 결말로 이 소설은 끝난다. 중요한 건 한스가 어떻게 죽었든지 간에,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자살할 장소를 물색해 놓기까지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5. 

 

 

 

 

 

 

 

 

 

 

 

 

 

 

 

 

....................
벗들이여, 나는 그대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남을 처벌하려는 충동이 강한 자라면 그 누구든 믿지 마라!
그들은 비천한 종족과 혈통에 속하며, 그들의 얼굴에는 형리와 염탐꾼이 드러나 있다.

자신의 정의로움을 과시하기 위해 많은 말을 하는 자라면 누구든 믿지 마라! 참으로 그들의 영혼에 결핍된 것은 꿀만이 아니다.(174쪽)

 

그러니 벗들이여, 내가 현기증을 일으키지 않도록 여기 이 기둥에 나를 단단히 묶어다오! 나는 복수심의 회오리에 휘말리기보다는 기둥에 묶인 성자가 되련다!(177쪽)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

 

 

→ 잘못한 자를 처벌하려고 한다거나 정의를 위해 누군가를 비난한다고 치자. 문제는 남을 비난하는 그의 모습에서 다른 이들이 따뜻함이나 포용력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비난하는 자는 자기에게 나쁜 이미지가 씌어진 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키는데 사람들은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를 위해 누군가를 비난하려면 본인의 이미지쯤은 신경을 쓰지 않을 만큼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이 남을 비난할 때는 그것에만 집중하느라 본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다. 결국 비난한 이는 이미지만 나빠졌고 비난 받은 이는 동정을 받는 걸로 끝이 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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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6-04 15: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크님 글을 읽다보니 제가 지레 찔리는데가 많아서 좀 움칫 움칫하고 있습니다. 주말 보내고 나서 반성하고 즐거운 학교가 되도록 조금 더 노력해보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21-06-05 12:04   좋아요 0 | URL
오호!!! 반성하시는 것 보니 바람돌이 님은 좋은 선생님이신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학교가 된다면 학생도 선생도 학교 가는 일이 행복하겠지요.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0^

stella.K 2021-06-04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니도 학교를 싫어하셨군요. 저도 그랬는데...
근데 지나 놓고 보면 학창시절도 좋았다 싶어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정말 뭐든 열심히 할 것만 같은데
인생은 오직 한 번으로 족하나니.ㅋㅋㅋ

페크pek0501 2021-06-05 12:0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랬어요. 학교 가는 걸 좋아하는 학생도 있긴 할 거예요.
우리 애들 고등학교 다니던 때 보니까 학교가 재밌다고 하더군요. 나 때랑 참 다르다, 생각했어요. 급식 시간도 기다려지고 그렇다네요. 세상이 변한 건지도...
왕따니 학폭이니 하는 것 안 당한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요즘 뉴스를
보면 불행한 사건이 참 많으니...

저는 그 시절로 돌아가기 싫습니다. 공부하기 싫어요. 지금처럼 하고 싶은 공부만 골라서 하는 게 좋지요. 굿 주말^^

서니데이 2021-06-04 2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의 장미가 참 예뻐요. 요즘 담장에 장미가 예쁘게 피는 좋은 시기라는 걸 가끔씩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비가 오고, 어느 날은 햇볕이 뜨겁고 그런 이유로요.
페크님이 수강하셨던 강의에서는 여러 사람이 책을 출간했으니, 그 수업 이후로도 글쓰기를 계속한 분들이 많으셨나봅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은 두려움이 있지만, 또한 설레는 마음도 있어서, 어느 때에는 새로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을 때가 있어요. 오래 지속되지는 않지만, 그런 마음들은 기억에 남네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6-05 12:12   좋아요 1 | URL
장미가 비를 맞은 뒤 활짝 피었었는데 또 비를 맞으니 약간 시들해진 것 같더라고요. 시간의 흐름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때 강의에 모였던 사람들이 꽤 열정이 많은 이들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수강생 중 책을 내는 사람은 한두 명일 거라 생각했었죠. 요즘은 책을 쉽게 내기도 하는 세상인 것도 한몫하겠죠.

어제 나가니 화창한 봄날이더군요. 이것저것 시장 구경도 하고 다니고 했더니
밖에서 두 시간을 보냈더라고요. 많이 걸었어요.
좋은 봄날 보내세요...^^

붕붕툐툐 2021-06-04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극단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는 말씀에 엄청 공감돼요~ 나이가 드니 비난할 사람도 없어지는 거 같아요.ㅎㅎ
저도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아~^^

페크pek0501 2021-06-05 12:14   좋아요 2 | URL
그렇죠? 저는 제가 온순한 스타일인 줄 알았죠. 그런데 극단적인 상황에 되니까 안 그렇더라고요. 하하~~
붕붕툐툐 님도 가르치는 일을 하시는 분이군요. 즐거운 학교. 말만이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희선 2021-06-05 0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교가 그렇게 안 좋은 데는 아니지만, 즐겁지 않았군요 친구 사귀기도 쉽지 않고... 공부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걸 텐데 학교에서는 시험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더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학교 폭력이 더 심해졌다고도 하니...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해서 아쉬운 아이도 있겠지만...


희선

페크pek0501 2021-06-05 12:17   좋아요 3 | URL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데 창피를 주는 선생님이 더러 계셨어요. 그게 기억에 남더군요. 선생님은 실력에 앞서 인성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학폭 얘기는 정말 충격이에요. 그런 게 사라지는 세상이 되어야 할 텐데요...

좋은 봄날 만끽하며 보내시길 바랍니다. ^0^

서니데이 2021-06-05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6-06 12:03   좋아요 1 | URL
요 며칠 동안 공기가 맑아 봄날이 좋긴 하구나, 하며 걸었었는데
오늘은 초미세먼지가 있다고 하네요. 이런 날은 집에 있고 싶네요.

˝난 코로나와 미세먼지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또 남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 - 쓰고 보니 현실적으로 어려운 걸 바라고 있네요.
그래도 희망을 갖는 걸로... ^^
서니데이 님도 주말을 즐거웁게~~ 쉬기도 하면서~~ 보내세요. ^0^



han22598 2021-06-08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니체님과 페크님이 저의 어젯밤 모습을 부끄럽게 만드시네요 ㅠㅠ 흑흑
비난하는 사람의 손가락을 본다는 말. 다른 사람을 향해서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고 있을때의 저의 모습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아 정말 이래저래 괴롭네요.

언제쯤 성숙해지려나..나란 사람.

페크pek0501 2021-06-08 22:32   좋아요 1 | URL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ㅋㅋ 괴로워하시지는 마세요.
누구나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 시간이 지나면 반성하고 이런 반복을 하며 살 것 같아요. 전혀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이 문제지요.

니체의 글엔 지금 시대에 대입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게 많답니다. 시적인 표현법에도 흥미를 느껴서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두꺼운 책을 싫어하지만 이 책은 예외입니다. 도톰한 이 책을 잡으면 마음이 든든해진다고 할까요.

저는 바보짓을 많이 해서 아예 철들기를 포기했어요. 그냥 모자라는 대로 사는 걸로 하겠습니다....ㅋ

2021-06-09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1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오는 날에...

 

 

 


“이웃에 사는 60대 여인은 다 완벽해 보였어요. 멋진 정원이 있는 저택에서 살았고 남편은 애처가였고 자식들은 의사였어요. 식구 중 아무도 그녀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완벽히 행복한 상태가 이런 거구나 싶었죠. 그렇다면 내가 평소 믿고 있던 ’불행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죠. 이 법칙에 따르면 평생 감당하는 불행의 총량이 누구나 같아야 하니까요. 예를 들면 재산이 많아 돈 걱정이 없으면 건강이 좋지 않다거나 자식들이 속을 썩인다거나 해야 불행의 총량이 같아진다는 말이에요.”

 

K씨는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와 얘기를 나누던 중 깜짝 놀랄 만한 일을 발견했죠. 그녀는 어린 시절에 가정 환경이 불우했으며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요즘은 갱년기로 인한 증상인지 불면증이 있는 데다 잠이 들면 악몽에 시달릴 때가 많다고 하더군요. 어릴 때 집에 화재가 나서 그녀의 다리가 화상을 입었는데 그때 일을 자꾸 꿈으로 꾼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녀도 자기 나름대로 고통을 견디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니 그녀도 ’불행 총량의 법칙‘과 무관하지 않았던 거지요.”

 

 

 

 


자기 눈에 부러울 만큼 온갖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고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는 자가 있다고 해서 그에게 어떤 시련도 없다고 여기지 말지어다. 자신의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 행복한 사람은 예전에 불행을 겪었을지 모르고 또는 미래에 불행을 겪을지 모른다. 그의 인생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고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지 말지어다. 그런 생각은 남을 탓하고 삶의 의욕을 잃게 만들 수 있으니….

 

일이 잘 안 풀릴 때 내가 하는 생각이 있다. ’아직 인생이 끝난 게 아니야. 인생은 끝나봐야 아는 거야.‘

 

 

 

 


............................

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 허구가 조금 가미된 이야기를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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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5-27 2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좋은 일들만 있을 수 없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는 더 좋은 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도 적지 않고,
오늘 잘 안되어도 내일 할 수 있다면 감사할 일 같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불만족도 많은 편이라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긴 해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겁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5-27 22:50   좋아요 2 | URL
어머니의 지인들 중 그런 사람들 있어요. 겉으로 보기엔 편안하고 아무런 걱정할 게 없는 사람 같은데 얘기를 들어 보면 삶 속에 반전이 있어요. 걱정이나 고민 없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사람은 겉으로 보는 게 다, 가 아닌 것 같아요.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자기 삶에 백 프로 만족할 사람은 없을 듯해요. 남들이 그렇게 볼 뿐이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거죠.

오늘 너무 많이 걸었더니 고단하네요. 밤잠을 잘 잘 것 같아요.
고마운 서니데이 님. 굿~ 밤~

희선 2021-05-28 0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말 못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겉만 보면 그 사람이 어떤지 모를 듯합니다 자기한테는 큰일이어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 별거 아닐 수도 있고... 아니 자기 일은 크게 보여도 다른 사람 일은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겠습니다 남의 것보다 자신이 가진 걸 고맙게 여기는 게 좋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러지 않을 때도 있네요 자기 자신도 좀 떨어져서 보면 좋을 텐데 쉽지 않네요

오늘이 지나면 주말이네요 주말이 가면 오월 마지막 날이에요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5-28 13:0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그의 인생이 어떨 것 같다고 여기는 건 착각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눈에 안 보이는 법.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마음이 편안해질 듯합니다.
희선 님도 오늘 좋은 봄날 보내세요. 지금 딱 봄 날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