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 브렛을 알게 되다

 

 

유익한 책은 재미가 없고 재밌는 책은 유익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최근 딱 맘에 드는 책을 만났다. 유익함과 재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책이다.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이란 책이다.

 

 

 

 

 

 

 

 

 

 

 

 

 

 

 


 

레지나 브렛의 칼럼을 모은 책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이 책은 레지나 브렛이 삶에서 겪은 중요한 경험들을 ‘50가지 인생 수업’이라는 주제로 엮어낸 것으로, 출간 직후 미국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어 24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깊은 공감과 찬사를 받았다. - (알라딘, 추천글)에서.

 

 

저자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 오하이오의 대표 신문사인 <플레인 딜러The Plain Dealer>의 인기 칼럼니스이다. 2003년에 ‘오하이오 최고의 칼럼니스트’로 선정되었으며, (···) 칼럼니스트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에는 클리블랜드 저널리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칼럼니스트 협회장을 역임했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레지나 브렛은 마흔다섯이 되던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삶을 반추하면서 자신이 인생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되돌아보았다고 한다. 그때 갑자기 영감이 샘물처럼 솟아올랐고 아이디어가 마구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것들을 붙잡기 위해 글로 옮기기 시작했고 그것이 ‘삶이 가르쳐 준 45개의 인생 수업’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되었다.

 

 

잡지의 편집자는 그 글을 싫어했다. 편집장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쨌든 실어나 보라고 맞섰다. 편집자나 편집장의 예상과는 달리 클리브랜드의 잡지 <플레인 딜러>의 독자들은 내 글을 좋아했다.(5쪽)

 

 

쉰 살이 되었을 때, 다섯 개의 칼럼을 추가해 신문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칼럼 앞으로 몰려온 것. 성직자들과 간호사들, 그리고 노동자들이 소식지와 회보, 그리고 지역신문에 칼럼을 다시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을 요구해 왔다. 그렇게 주목받기 시작한 그녀의 칼럼은 전 세계 블로그와 웹사이트에도 옮겨졌다.

 

 

칼럼은 내가 저널리스트로서 24년 동안 쓴 글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글이었다.(6쪽)

 

 

삶이 평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국 최고의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스물한 살 때는 미혼모가 되었고, 대학은 서른 살이 되어서야 겨우 졸업할 수 있었다. (···) 나는 18년 동안 싱글맘으로 살았으며 마흔이 되어서야 나를 여왕처럼 받들어주는 남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신은 눈을 감고 있는 듯했다. 결혼한 지 겨우 일 년이 지난 마흔한 살 때 암이 찾아왔다. 한 해 동안 치열하게 암과 싸워야 했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한 해를 보내야 했다.(4쪽)

 

 

 


삶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말을 할 때 기술이 필요한 것은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기분까지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오늘은 하기 싫어도 꼭 대청소를 해야 돼.”라고 말하는 것과 “오늘 대청소를 해치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어.”라고 말하는 것의 차이.

 

 

나갈 일이 있는데 비가 온다.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나가야 하는데 귀찮게 비가 오네.”라고 말하는 것과 “오늘 우산을 쓰고 비 맞으며 외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어.”라고 말하는 것의 차이.

 

 

전자로 말하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고 후자로 말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지 않은가?

 

 

난 이 책에서 아주 좋은 걸 배웠다. 바로 이 글에서다.

 

 

주택에 페인트칠을 하는 직업을 가진 그의 삶은 딱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기회가 왔다.”
사람들은 그를,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는 “오늘도 일하러 가야 돼.”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오늘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 프랭크는 그렇게 말한다. 또 “식료품 사러 가야만 돼.”라고 하지 않고 “식료품을 살 기회가 왔어!”라고 말한다. (···) 그는 그렇게 모든 일을 마지못해 하는 법이 없다. 즐기면서 한다.(29~30쪽)

 

 

다음의 글을 읽고 나서 팬들을 열광시키는 칼럼을 쓰는 일이란 참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칼럼니스트는 엘마 봄벡이다. 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성장했다. 유머가 많았고, 가정주부였으며, 우리 엄마를 소리 내어 웃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작가이기도 했다. 엄마는 엘마의 책을 모두 갖고 있었다.(134~136쪽)

 

 

작가에겐 이런 뻔뻔한 태도와 강한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나는 이미 칼럼니스트다. 아직 한 편의 칼럼도 게재하지 못했지만 나는 칼럼니스트다. 나는 낙천적인 아이처럼 삽을 들고 칼럼을 찾기 시작했다.(133쪽)

 

 

저자는 역경을 역경으로만 끝내지 않고 거기서 소중한 교훈을 뽑아낸다.

 

 

유방암을 통해 깨달았다.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두지 말라는 것을,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바로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 즐겨야 하고 지금 써야 한다.(137쪽)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이 가지지 못한 날이 ‘오늘’이라고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책 제목이 말하고 있다.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이라는 것을.

 

 

맞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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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7-14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습니다. 페크님 덕분에 좋은 책을 읽을 기회가 왔어요!^^

페크pek0501 2018-07-14 13:41   좋아요 0 | URL
저는 문나잇 님에게 답글을 쓸 좋은 기회가 왔어요. - 책에서 배운대로 씀. ㅋ

책이 작아서 실망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재밌어서 그 실망이 다 상쇄되더라고요.

stella.K 2018-07-14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편집자가 문제에요. 자기네들이 뭘 안다고...ㅋㅋㅋ
언니의 선택을 받은 책이라면 분명 좋은 책일 겁니다.
이미 그전에도 책이 있었네요.
저도 기억하겠슴다.^^

페크pek0501 2018-07-14 14:37   좋아요 1 | URL
편집자 자리에서 저도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가 원래 건방을 떨게 되어 있는 자리예요. 심지어 명성 있는 작가에게서 원고를 받을 때도 이건 저렇게 고쳤으면 합니다, 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저는 그때 글 한 편도 완결해 못 쓰는 주제에... ㅋ 교정 교열 능력만 좀 있었던 시절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결론은 편집자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 편집장들이 퇴짜 놓은 원고가 나중에 유명한 고전이 된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서니데이 2018-07-14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장 특별한 순간은 오늘, 지금 이순간.
하지만 지금보다는 지나가고 나서 가치를 알게 되는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더운 여름입니다.
페크님, 건강 조심하시고, 기분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15 23:0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지나가고 나면 그때가 좋았어, 하게 되지요. 그래서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이고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 현재 그리고 지금 여기, 를 중시하는 것 같아요. 각각 다른 책인데 이런 글을 많이 봅니다. 중요한 건 현재다, 그리고 바로 당신이 있는 여기가 중요하다는 글.
그런 책을 읽게 되어 우리가 변화하는 건지 우리가 변화해서 그런 책이 나오는 건지 ... ㅋ 일종의 시대의 흐름 같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매일 행복하십시오. ^^고맙습니다.

2018-07-14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5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이혼하고 독신이 된 남자의 인생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책을 사고 나서 살펴보면 소설은 없고 전부 에세이류다. 예전엔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어느새 내 독서 취향이 에세이 쪽으로 기울어 버렸을까. 앞으로는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해야겠다.


 
오랜만에 소설책을 잡았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이라니. 제목 한번 창의성 있게 지었네. 이혼하고 독신이 된 48세의 남자가 새 인생을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각해 보게 되는 문장.

 

 

................
결혼은 친척을 두 배로 늘리고, 짐을 두 배로 늘리고, 싸움을 네 배로 늘린다.(26쪽)

 

- 마쓰이에 마사시,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에서.
................

 

 

내가 덧붙인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은 결혼을 해 볼 것. 왜냐하면 자신의 밑바닥까지 훤히 보이게 하는 게 결혼 생활이니까.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자신의 더러운 성질까지 끄집어내게 해 주는 게 결혼 생활이니까. 반대로 결혼 생활은 자신의 인내심을 발휘하게 해 주는 장점도 있다.

 

 

 

 

 

 

2. 글을 씀으로써 삶의 고단함을 잊는 생활

 

 

 

 

 

 

 

 

 

 

 

 

 

 

헝가리에서 태어난 저자는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가서 모국어를 잃고 '문맹'이 되어야 했다. 


 
................
시를 쓰는 데는 공장이 아주 좋다. 작업이 단조롭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기계는 시의 운율에 맞춰 규칙적인 리듬으로 반복된다. 내 서랍에는 종이와 연필이 있다. 시가 형태를 갖추면, 나는 쓴다. 저녁마다 나는 이것들을 노트에 깨끗이 정리한다.(88쪽)

 

-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에서.
................

 

 

이 글을 읽고 나면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없으리라. 핑계를 대지 말지어다.

 

 

 

 

 

 

3. 시인이 산문을 쓰니 시적 분위기를 풍긴다

 

 

 

 

 

 

 

 

 

 

 

 

 

 

 

내가 수필을 쓴다면 이 책에 담겨 있는 수필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수필이 많다.

 

 

................
마른 번개가 치더니 비가 시작된다. 오늘 하늘은 물동이를 이고 가는 키 작은 누이 같다. 돌풍이 불고 빗방울이 굵어진다. 넓은 잎을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가 내 귀도 함께 두들긴다. (···)
하늘의 소란이 집으로 들로 내려온다. 비가 오던 과거의 여름날을 나는 떠올린다. 어머니는 마당을 쓸고 계신다. 비가 오는 것조차 하나의 경이로 생각하는 나의 어머니는 마당을 정갈하게 비질해서 손님 맞듯 비를 맞이한다.(235쪽)

 

-문태준, <느림보 마음>에서.
................

 

 

저자는 손님 맞듯 비를 맞이하는 어머니의 아들이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4.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독서광인 저자가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책이다. 인용문이 많아서 여러 글을 맛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
이런 반문이 가능할 것이다. “시적 감수성이 있어서 뭐하나요? 먹고 살기도 바쁜데.”
역시 『문학 콘서트』에 나온, 한용운의 대답을 들려드린다.

 

우리 생활에 있어서 기름이나 고추나 깨는 없어도 생활할 수 있어도 쌀과 불과 나무가 없으면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술이 없어도 최저한의 인간 생활은 이룰 수가 있겠지요. 그러나 좀 더 맛있게 먹자면 고추와 깨와 기름이 필요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어떤 사람은 항의하리다마는 나는 이렇게 예술을 보니까요.(302쪽)

 

- 서민, <서민 독서>에서.
................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꼭 필요한 양념 같은 게 예술이라는 것. 더 나은 삶을 위해 예술이 필요하다는 뜻이겠다.

 

 

 

 

 

 

5. 고전 입문서 세 권

 

<서민 독서>를 보면 저자가 고전 입문서로 책 세 권을 추천해 놓았다. 고전을 깊이 이해하여 고전의 재미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이 되겠다.

 

 

 

 

 

 

 

 

 

 

 

 

 

 

 

 

 

 

이현우,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김용석,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
잭 머니건, <고전의 유혹>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 봤는데 이런 책은 유익할 뿐만 아니라 책 자체로도 재미가 있다.

 

 

 

 

 

 

.......................................
저자 이현우 님은 알라디너 로쟈 님이시고
저자 서민 님은 알라디너 마태우스 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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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7-06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책 중 한권을 지금 읽고 있어요 ^^ 오늘 안으로 다 읽을 것 같은데 리뷰 올릴께요.

페크pek0501 2018-07-06 14:40   좋아요 0 | URL
하하~~ 어떤 책인지 알 것 같은데요. 올리시면 보러 가겠습니당~~.

2018-07-06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6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7-06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혼에 대한 통찰이 정말 통렬하네요.ㅋ

문태준의 산문집이 있었군요.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페크pek0501 2018-07-08 11:44   좋아요 0 | URL
저렇게 정리한 문장을 만나면 꼭 명언집에 나오는 구절 같지 않습니까?

문태준 산문집은 따뜻하고 공감이 가는 글이 많고 시인이라 그런지 시적인 문장이 많아 저처럼 건조한 사람이 읽으면 촉촉해질 것 같습니다. 애독자입니다.

좋은 휴일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cyrus 2018-07-06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내가 누군가와 교제하고 있거나 결혼 생활을 하게 되면 그동안 혼자 살면서 알지 못했던 나쁜 성질이 나올 거라고요.. ^^;;

페크pek0501 2018-07-08 11:4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을 잘 알게 될 거예요. 만약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 혼자서만 지낸다면 자신을 알 수 없을 거예요. 반대로 봉사하는 일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숭고한 정신이 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몰라요.
자신을 잘 알려면 낯선 환경에 노출시키기, 로 정리할 수 있을 듯.

저는 연애를 할 때 저를 조금 더 알게 되었고 결혼을 하고 나서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요즘도 자신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는 게 있어요. 그러고 보면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죽을 때까지 다 모르고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1. 삶은 저마다 해석하며 사는 것 :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해석’인가? 예를 들면 미세먼지로 인해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그래서 오늘처럼 공기가 맑은 날에는 기분이 좋다면 미세먼지의 등장은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인가? 어둠이 있어야 빛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과 같이 그런 것인가? 나의 경우, 확실히 미세먼지에 시달렸던 날들이 있어서 오늘처럼 맑은 날의 소중함을 알게 되긴 했다.

 

 

사진에 대한 해석을 옮겨 본다.

 

 

...............
산에서 사진을 찍어보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한 점을 찍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했다.
내 심장 속 한 켠에 작게 새긴 문신이 된 점 하나.

 

누군가 “사진은 찍는 것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감히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습니다.
대신, 가슴에 점 하나 찍기입니다.
점 점 점!
사진이 내 삶의 점 찍기 하나라면, 그리고 만족이라면
행복입니다.

 

- 유병찬, <소리 없는 빛의 노래>, 61~63쪽.
...............

 

 

(유병찬 님은 알라디너 유레카 님이시다. 포토에세이 책을 냈다는 것을 난 최근에 알았다. 사진에 관심 있는 나로선 사진 전문가인 유레카 님의 사진까지 볼 수 있는 책이어서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2. 삶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것 :
<라틴어 수업>에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라는 문장이 있다. 난 이와 반대로 생각했었다. 모든 사람은 상처만 받다가 종국에는 죽는다, 로 생각했던 것. 무엇에 대해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상처받는 걸로 끝이 나고, 또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상처받는 걸로 끝이 나고.

 

 

...............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마치 폭발 직전의 폭주 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삶에는 간이역 같은 휴게소가 필요합니다. 제 경우에는 상처가 오히려 그런 간이역 같은 휴게소가 되어주었습니다. 멈춰 서서 제 안을 들여다보게 해주었으니까요. 그래도 때로는 '이 간이역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아픈 건 아픈 거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이 간이역을 지나고 또 지나면 제가 닿을 종착역도 어디쯤인가 있을 겁니다.

 

- 한동일, <라틴어 수업>, 259쪽.
...............

 

 

 

 

 

 

 

 

 

 

 

 

 

 

 

 

 

 

 

 

3. 난 독학 스타일 :
한 달에 한 번 나가는 ‘독서 모임’을 그만두기로 했다. 겨우 두 번 나가고 나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목적인 모임인데 열 명 정도 모인 사람들의 생각이 내 생각과 다를 게 없었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이 문장이 좋았다며 페이지를 말하면 내 책에는 이미 그 문장에 밑줄이 그어 있고 그 옆에 내 느낌을 써 놨다. 누군가가 자기 생각을 말하면 내 생각과 비슷했다. 그러니 나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나와 다른 생각을 들으러 나간 것이니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만 골라 읽는 ‘독서 편식’을 막아 보자고 시작한 모임인데, 지정된 책을 읽느라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시간이 모자라는 게 불편했다. 독서 편식이 되지 않도록 내가 스스로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다.

 

 

난 역시 독학 스타일인 모양이다.

 

 

 

 

 

 

푸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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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9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30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30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30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6-29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내가 상처 받을 때 나도 누구에겐가 상처 준 일은 없나
잠시 생각하다, 없는 것 같은데? 하면 그때부터
상처 준 사람을 마구 비난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물론 못 듣는데서.ㅋㅋ

결국 독서 모임을 그만 두셨군요.
그게 참 그래요. 정말 지정 도서 읽느라 다른 책을 못 읽겠더라구요.
그런 지정 도서 말고, 한 달 동안 자기가 읽은 책중
좋은 거 있으면 그거 가지고 토크쇼를 진행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당번제로 해서 말이죠.
왜 사람들은 그렇게 할 생각을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독서토론에 똑같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이유가 있을까요?
어디 그런데 있으면 알려주세요.ㅋ

페크pek0501 2018-06-30 11:38   좋아요 0 | URL
독서 모임, 그런 곳 있으면 알려 드릴게요. ㅋ 그런 곳이 있을까 싶어요.
그런 것, 티브이 방송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시청할 테고 그 책을 사 볼 터인데... 그러니까 리뷰를 말로 하기가 되겠네요.

다채널 시대에 살고 있는데 책만 취급하는 채널이 있으면 좋겠어요. 뉴스만 방송하는 채널이 있듯이 말이죠. 팟 캐스트 말고요. 있으면 알려 주세요...ㅋ 알라디너들이 많이 시청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나마 토요일이면 신문에 신간 안내가 있어서 그거 봅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최근 한 매체에 제 글이 게재되었습니다.

 

 

 

2018년 5월 29일에 게재된 글입니다.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yechongbon/221286822318

 

 

 

 

2018년 6월 26일에 게재된 글입니다.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yechongbon/221307230502

 

 

 

 

예전에 썼던 글인데 이렇게 써먹었습니다.

 

 

 


덥습니다.

날씨가 더울지라도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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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8-06-27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언니님 축하드립니다.
옆에 계신다면 냉면 한 그릇 하고 싶사옵니다.
넘 습습합니다.

페크pek0501 2018-06-27 16:04   좋아요 0 | URL
오늘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이제 습습한 봄바람 맞으러 나갈까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냉면을 먹고 올지도 모릅니다. ㅋ

축하,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18-06-27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달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시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축하드립니다.
페크님, 오늘은 비가 그쳐서 날씨가 다시 더워지는 것 같아요.
기분 좋은 오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6-27 19:46   좋아요 1 | URL
정기적으로 쓰는 건 아니고요, 그 매체에 적합한 글이라서 게재되었나 봅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든 것 같아요. 장맛비가 무더위를 식혀 주면서 여름이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6-27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18-06-27 19:4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저보다 잘 쓰시는 고수 님들이 많은데
이건 운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2018-06-27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6-27 19:47   좋아요 0 | URL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좀 되고 싶습니다. ㅋㅋ

stella.K 2018-06-27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언니의 잘 생긴 글을 한국예총도 알아봤군요.
축하합니다.^^

페크pek0501 2018-06-27 19:50   좋아요 1 | URL
스텔라 님.
운이 따랐을 뿐입니다. 요즘 글이 써지지 않아 고전하고 있습니다. ㅋ

고맙고요, ‘꾸준히‘를 저의 재능으로 알고 살 생각입니다. 스텔라 님도 함께하시길...

 

 

 


우리나라도 난민 문제에 봉착하였다. 내전 중인 예멘의 난민 500여 명이 현재 제주도에 와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인도적 차원에서 마땅히 난민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인데 왜 우리가 난민들을 수용해야 하느냐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어떤 글이 떠올랐다. 저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선 경험을 쓴 글이다.

 

 

...............
나는 스물한 살이다. 2년 전에 결혼했고, 내게는 넉 달 된  어린 딸이 있다. 11월의 어느 저녁, 우리는 ‘월경 안내인’을 뒤따라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국경을 넘는다. 월경 안내인의 이름은 요세프이고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을 포함해 열 명 남짓의 사람들로 구성된 무리다. 나의 어린 딸은 아이 아빠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고 나는 두 개의 가방을 들고 있다. 둘 중 한 가방에는 젖병과 기저귀, 아기에게 갈아입힐 옷이 있고 다른 가방에는 사전들이 들어 있다. 우리는 요세프의 뒤를 따라 약 한 시간가량 침묵 속에 걷는다. 거의 완벽한 어둠이다. 가끔 조명탄이나 탐조등이 사방을 밝히고, 뭔가 터지는 소리, 총소리가 들린 후 다시 정적과 어둠이 내려앉는다. (···)

 

우리는 숲을 걷는다. 오랫동안. 너무 오랫동안. 나뭇가지들이 우리의 얼굴을 할퀴고, 우리는 구멍에 빠지고, 낙엽이 우리 신발을 적시고, 우리는 뿌리에 걸려 발목을 접질린다. 휴대용 램프를 켜봤자 그것은 조그만 동그라미만큼을 밝힐 뿐, 나무들, 여전히 계속되는 나무들, 그렇지만 우리는 벌써 숲에서 빠져나왔어야 한다. 우리는 계속 같은 곳을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 68~70쪽. 
...............

 

 

공교롭게도 오늘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라고 한다.

 

 

 

 

 

 

 

 

 

 

 

 

 

 

 

 

저자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로 유명한 작가이며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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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8-06-20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이 난민의 날이군요...
제주도민 치카님 글 읽으니 정리는 되는데 심난하네요. 저도 수용의 입장이지만...

페크pek0501 2018-06-20 23:15   좋아요 2 | URL
저도 외국 소식이 보도될 땐 수용이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우리나라 문제가 되다 보니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제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끼는 제일의 관광지이다 보니 우리만의 고유한 섬으로 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찬성이냐 반대냐를 누르는 사이트에서 고민하게 되어 못 눌렀어요.

결정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stella.K 2018-06-20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트럼프는 난민에 대해 무관용으로 강력한 정책을 피겠다는데
전 이 트럼프란 인물이 참 흥미롭더군요.
나중에 이 사람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요즘 <문맹>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아직 <존재의 세 가지...>도 읽지 못했는데
저는 언제 이 책들을 읽을지 모르겠습니다.ㅠ

페크pek0501 2018-06-20 23:21   좋아요 2 | URL
원래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펴겠노라고 했으니까요. 미국을 위해 국가이기주의자가 되겠다는 거죠.
저도 트럼프가 흥미로워요. 나중에 책을 찾아봐야겠어요. ㅋ 상대와 몇 초만 얘기를 나눠 봐도 신뢰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니 그 비결을 알고 싶어요.

<문맹>은 얇아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별로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에요. 이것보다 <존재의 세 가지~>가 더 나은 것 같아요.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없고 그렇죠?

요즘 날씨가 참 좋은 것 같아요. 밤 산책을 하고 왔는데 가을 바람이 느껴졌어요. ㅋ

cyrus 2018-06-21 14: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 채류 중인 난민 중에 여성이 있었어도 저는 반대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 이주 여성들의 차별과 불평등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내 정책이 미흡합니다. 우리나라는 난민ᆞ이주 여성들이 살아가기에 열악한 사회구조입니다. 차별과 불평등이 남아 있는 사회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민과 이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이브해요. 난민ᆞ이주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게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난민ᆞ이주자를 받아들이면 또 다른 문제들이 계속해서 나올 거고, 난민 혐오ᆞ제노포비아는 확산될 것입니다.

페크pek0501 2018-06-23 17:25   좋아요 0 | URL
이주 남성들도 살아가기에 열악한 환경인데 여성은 더욱 그렇겠지요. 그 다음 기사를 보니 여성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 이주 반대를 지지하지도 못하겠고, 여러 문제 때문에 받아들임을 찬성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요.

제일 좋은 건 내전이나 전쟁이 종식되어 이주자가 발생하지 않는 세상이 되는 것인데 말이죠. 어렵습니다.

좋은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2018-06-21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3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