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입니다.

 

 

 

 

 

실수를 자꾸 저지르는 앤은 아주머니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어머, 아주머니, 정말 모르세요?
한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예요.
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요.」
- 백영옥,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148쪽.

 

 

 

 

 

 

 

 

 

 

 

 

 

 

 

 

 

 

 

 


글을 쓰다 보면 슬럼프가 찾아올 때가 있다. 나에게도 몇 번이나 슬럼프가 왔다 갔다.

 

 

학창 시절에 어느 계곡에서 놀다가 깊은 물속에 빠져 버린 적이 있다. 물속에서 어쩔 수 없이 물을 먹으며 발버둥치는 내 몸이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계속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내 발이 땅바닥에 닿았다. 이때다 싶어 난 발로 땅바닥을 뻥 차고 올라와서 물 위로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만약 물속의 땅바닥이 발에 닿지 않았다면 그때의 내 수영 실력으론 물속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었으리라.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본다. ‘내 몸이 물속으로 점점 가라앉을 때마다 내 마음은 점점 더 깊은 절망 속으로 가라앉았다.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아 무서웠다. 그런데 내 발이 땅바닥에 닿는 순간 절망은 희망으로 변했다. 그 땅바닥이 절망의 한계점이었다. 절망이란 것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거라고 앤이 말한 것처럼, 곰곰이 따져 보면 무엇인들 한계가 없겠는가. 절망에도 한계가 있고 슬픔에도 한계가 있고 슬럼프에도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슬럼프에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합시다. 슬럼프의 한계점에서 새 각오로 다시 시작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에요.’ 슬럼프에 빠졌다는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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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6 1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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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6 2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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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2-16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영옥 작가의 책이군요. 백영옥 작가 매주 <동네책방>에 나오는데
작가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더군요.
작가로 등단하기 전 패션잡지 기자였다고 해서 그런지 옷도 잘 입고.
말도 잘하고. 아직 책을 읽어 본 적은 없는데 책을 어떻게 쓰나 읽어 보고 싶긴 하더군요.

오늘은 정말 날씨가 미친하루 같더군요.
그래도 오늘 하루는 눈이 주인공 맞는 것 같습니다.
점점 눈 보기가 귀해졌는데 나 아직 안 죽었어 하는 것 같아
눈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더군요. 사실 눈은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 눈을 보니 괜히 짠해지더군요. 괜히 미워했다 싶어요.ㅠ

페크(pek0501) 2020-02-16 20:12   좋아요 1 | URL
백영옥 작가가 글을 톡톡 튀게 쓰는 재주가 있더군요.
앤의 멘트를 좋아하는데 이 책의 에세이도 괜찮답니다.
예를 들면, 애플이 사과, 라는 뜻만 있던 때가 좋았다, 같은 표현이요.

빨강머리앤을 사면서 이 책도 함께 샀답니다.

오늘 눈이 오는 바람에 눈 사진을 올리고 싶어졌고
그러다가 짧은 글이라도 써서 올려야겠다 싶어 올리게 되었다는...ㅋ

반가운 스텔라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20-02-17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너무 추워서 외출을 못 하겠어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되세요.^^

페크(pek0501) 2020-02-17 13:44   좋아요 0 | URL
그렇죠? 갑자기 추워지니 정말 겨울 같습니다. 어느새 봄이 오는 건 아닌가 싶게
따뜻했다가 말이죠.
감기 조심, 코로나 조심, 게다가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도 있어서 넘어지지 않게 조심... 조심할 게 너무 많네요.
후애 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크고 아름다운 벽”을 쌓아서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막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상은 너무 극단적이어서 예외적일 것 같지만, 아쉽게도 이 세상에는 그러한 트럼프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기적인 속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많은 나라들의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공유하는 속성이다. 그들은 늘 벽을 쌓고 싶어 하지만, 그 벽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환대와는 거리가 먼 분리와 적대의 벽이기 때문이다.」
- 왕은철, <환대예찬>에서.

 

 


누구에게는 죽음의 벽이 될 그것에 대해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트럼프에 대해 놀랍다. 그가 미국 대통령인 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는 인생을 살면서 약자의 입장에 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단 말인가. 어려운 이웃에 대한 공감 능력이 그렇게 없다니 정서 지능이 낮은 건가. 오갈 데 없는 이민자들에 대한 결정에서 최소한 심리적 갈등이라도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지구 전체는 한 마을이라는 뜻의 ‘지구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한 도시의 불행은 그 나라의 불행으로 이어지고, 한 나라의 불행은 다른 나라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세계는 하나인 게 좋은 점도 있지만 이번엔 나쁜 경우다.

 

 

이민자들에 대해 “크고 아름다운 벽”을 쌓겠다는 트럼프의 결정은, 세계는 하나가 아님을 증명한다. 

 

 

타자에게 이해와 포용을 필요로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있다면 슬픈 일이다. 

 

 

 


 

 

 

 

 

 

 

 

 

 

 

 

 

 

 

 

 

 

..........................
사족 :
문학을 하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글을 쓰는 이들이라면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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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1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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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1 19: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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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2-11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정말 지구가 다 이어졌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군요 좋은 걸로 그런 걸 느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좋지 않은 거여서 아쉽습니다 중국 우한시에서 사람이 나오지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했다는 말을 봤을 때는 소설에서 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생각했어요 날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함께 살려고 해야 할 텐데...

다른 나라 사람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벽을 아름답다고 말하다니...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 처지를 생각해야겠지요

페크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2-12 12:30   좋아요 1 | URL
저도 코로나 때문에 비상이에요. 서점 가서 책 구경을 하고 싶은데도 자제하고 있답니다. 친구 모임도 안 갖게 되고 그러네요. 서로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의견 통일이 되더라고요.

만약 우리가 오갈 데 없는 민족으로 태어났다고 가정한다면 트럼프가 증오스럽겠죠.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만 잘 살면 되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하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긴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0-02-15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6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6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6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에 수록되어 있는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를 읽고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1. 즐거운 나들이에 대해서
‘나’(여자)와 ‘제희’(남자)는 연인 관계에 있다. 「제희와 같이 다니다보면 남자친구라기보다는 자매나 친한 남매 같을 때가 많았고 나는 그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좀 즐거웠다.」(140쪽) ‘나’는 제희의 가족 네 명과 함께 수목원에 나들이를 간다. 수목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부터 제희네 가족은 의견 차이를 보인다. 소음이 신경 쓰이니 에어컨디셔너를 끄자는 제희의 아버지와 더워서 끌 수 없다는 나머지 사람들의 의견 차이였다.

 

 

즐거운 소풍 같았던 ‘수목원 나들이’는 결국 즐거운 나들이가 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선 날씨가 더웠고, 제희의 어머니는 제희의 아버지에 대해 원망을 가지고 있었고, 게다가 수목원은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없었고, 식구들의 의견은 통일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으며, 제희가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소설은 즐거운 가족 나들이가 되기 위해서는 즐거운 나들이를 하겠다는 마음가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이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한다.

첫째,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씨여야 한다.
둘째, 식구들 사이에 원망이나 미움이 없어야 한다.
셋째, 나들이하기에 손색이 없는 목적지여야 한다.
넷째, 식구들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누군가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가족 소풍만 해도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즐거운 소풍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헤아려 보게 된다.

 

 

 

 

 

 

2. 생각해 볼 만한 점
「제희네 부모님은 주변 상인들하고 계를 들어서 크게 현금을 돌리곤 했는데 어느 해, 제희네 어머니의 소개로 계원이 된 여자가 곗돈을 가지고 달아났다. 제희네 어머니와는 자매처럼 지내던 사이로 일이 벌어지고 보니 시장 안에서 신용이 있었던 재희네 이름으로 여러 상인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돈을 빌리기까지 했던 모양이었다. 모두 합치자 큰돈이 되었다.」(142쪽)

 

 

그리하여 재희네 어머니에게 그 책임이 전가되어 큰 빚을 지게 되었다. 물론 재희네는 그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처지였다.

 

 

이때 다음의 1)과 2) 중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 그 빚이 어머니 자신이 쓴 돈이 아니니까 주변 사람들 몰래 식구들과 도주해 버린다.

 


2) 어머니 자신이 쓴 돈은 아니지만 다섯 명의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 빚을 끝까지 갚아 나간다.

 

 

 

제희네는 빚을 갚기로 결정한다.

 

 

「그들은 아이들을 기르며 빚을 갚겠다고 결심했다.」(143쪽)


 
제희의 부모인 두 사람은 빚을 전부 갚기도 전에 늙어 버렸고 그래서 제희네 누나들과 제희가 그 빚을 갚으며 살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형편이었으므로 제희네 누나들 가운데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제희네 부모님은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 왜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지 않았을까.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의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았을까. 빚을 떠안으면서 딸들에게 짐을 지운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을까. 자신들의 양심과 도덕에 따랐지만 딸들의 인생을 놓고 봤을 때는 부도덕한 선택이 아니었을까.」(144쪽)

 

 

생각 1) 만약 제희네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도망갔다면 빚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큰 타격을 받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 2) 빚을 떠안으면서 부모들 자신의 양심은 지켰지만 자식들에게 짐을 지게 함으로써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생각 3) ‘나와 나의 가족에게 유리한 길’과 ‘인간으로서의 옳은 길’ 중에서 어느 길을 가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3. 인상적인 문장에 대하여 느낀 점
1) 「카트에 실린 짐이 자꾸 아래쪽으로 쏟아졌다. 제희는 비탈에 무릎을 꿇고 짐을 다시 쌓은 뒤 고무줄을 더 팽팽하게 조였다.」(157쪽)
→ 여러 명의 짐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제희의 모습에서 한 사람의 희생이 있어야만 가족 공동체가 유지됨을 느끼게 한다.

 

 

2) 「위쪽에 맹금류 축사가 있더라고 나는 말했다. 똥물이에요.

저 물이 다, 짐승들 똥물이라고요.」(161쪽)
→ 남들이 음식을 먹고 남은 찌꺼기(똥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수목원이 아니라 쾌적한 호텔로 나들이를 했더라면 짐승들의 똥물을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돈 없이는 즐거운 나들이가 불가능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하필 나들이의 목적지에서 짐승들 똥물을 보게 된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운이 나빴을 뿐인지 모른다.

 

 

3)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162쪽) (‘나’와 결혼한 사람이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 라는 말 같다.)

→ 의미심장한 말로 읽힌다. 내 생각엔 자신의 의지대로 살기도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의 상황에 따라 살기도 하는 게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

 

 

 

 

 


.................................
‘상류엔 맹금류’는 다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은 단편 소설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글은 소설의 주제와 무관할 수 있는, 그저 나의 감상임을 밝혀 놓는다.

 

 

 

 

오늘 보니 '즐겨찾기등록: 476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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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2-11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어서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수목원에 갔을 때 안 좋았다 해도 ‘나’는 제희와 식구가 되지 못한 걸 아쉬워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식구라 해도 여럿이 함께 어딘가에 가면 삐걱거리기도 하는 듯해요 그런 것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이 될지...


희선

페크(pek0501) 2020-02-12 12:33   좋아요 1 | URL
‘나‘는 여행 가 보고 나서 제희네 가족에게 실망해서 돌아섰는지도 모르죠.
명확히 쓰지 않은 걸로 봐서, 작가는 독자의 상상에 맡깁니다,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땅이 젖어 있더라고요. 밤에 비가 왔나 봅니다. 미세먼지가 씻겨 나가면 좋겠네요.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 참았네

 

  동창생 넷이서 만났다. 그중 한 친구가 만둣국을 잘 하는 음식점을 안다고 해서 점심을 먹으러 거기로 갔다. 소문난 곳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많았고 깔끔해 보였다. 우리는 만둣국을 주문했다. 우선 종업원이 물을 가져왔는데 그의 손가락이 컵 안의 물에 닿아 있었다. ‘자기 손가락을 적신 물을 먹으라는군.’

 

 

  못마땅했지만 참았다. 그녀는 바빴고 청결문제 같은 건 관심도 없어 보였다. 이윽고 만둣국이 나왔다. 맛있었다. 반쯤 먹었을 때 내가 먹고 있는 만둣국에 긴 머리카락이 하나 빠져 있는 게 보였다. 비위가 상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까지 비위가 상할까 봐 그들에겐 말하지 않았다. 종업원에게 따질 수도 있었으나 또 참았다.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날에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2. 이번엔 못 참았네

 

  그로부터 한 달 뒤쯤 대구에 사는 친구 둘이 서울로 놀러 왔다. 나처럼 서울에 사는 친구 한 명이 있어 넷이 모였다. 대구의 두 명과 서울의 두 명이 만난 것이다. 원래 대구와 서울의 중간 지점인 대전역에서 넷이 만나곤 했는데 이번엔 대구에 사는 두 사람이 서울로 오겠다고 했다. 그 덕분에 내가 대전까지 가는 수고를 덜었고 차비도 굳었다.

 

 

  일단 우리 집에서 모였다. 대구의 두 친구가 얼마나 부지런을 떨며 일찍 출발했는지 오전 11시쯤 되니 네 명이 다 모였다. 우리 집에서 빵과 과일과 커피와 함께 신나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점심은 나가서 먹기로 해서 12시가 넘자 우린 외출 준비를 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인, 음식점과 카페가 모여 있기로 유명한 카페촌에 가기로 했다.

 

 

  우리 넷은 의견을 모아 한정식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다. 분위기가 고급스러웠다. 음식 가격이 비싼 편이었지만 반찬 종류가 다양하고 다 맛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질 낮은 서비스였다. 우리가 음식을 다 먹고 숟가락을 놓자마자 바로 종업원이 쟁반을 가지고 와서는 그릇을 치우는 게 아닌가. 그것도 양해도 없이 달그락, 쾅쾅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마치 우리에게 빨리 나가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푸대접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고급 음식점으로 보이던 곳이 싸구려로 보였다.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어서 그런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 비어 있었다. 자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고급스런 음식점에서 이런 불친절이라니.

 

 

  대구 친구 한 명이, 서울은 다 이러냐고 물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 모두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우리의 기분이 구겨진 종이처럼 되어 버렸다. 참을 수 없었다. 음식값을 내면서 한마디 해야겠다고 별렀다.

 

 

  계산대로 갔더니 음식점 주인이 있었다. 음식값을 지불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릇을 치우는 게 그렇게 급한 일인가요? 모처럼 지방에서 친구들이 올라와서 점심 먹으러 왔는데 우리 넷 다 불쾌해졌어요.”

 

 

  주인이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그릇을 치우고 깨끗한 테이블에서 이야기 나누시라고 그런 것 같아요.”

 

 

  이건 핑계 같았다. 그나마 죄송하다고 하니 마음이 좀 풀렸다. 

 

 

 

 

 


 
3. 며칠 뒤 애덤 스미스가 떠올랐네

 

  며칠 지나 그 일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불친절을 지적한 게 잘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나로 인해 음식점 주인한테 그 종업원이 꾸지람을 들었다면 그래서 그가 상처를 받았다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준 건 마찬가지가 아닌가.

 

 

  대체로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 단 한 가지 이유로 그랬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정확하지 못하다.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내가 불친절을 지적한 것은 단순히 한 가지 이유 때문만이 아니고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첫째, 지난번 종업원의 손가락이 닿은 물도 참았고, 머리카락이 빠져 있는 음식도 참았는데, 이번에도 또 참으면 내가 아주 억울할 것 같았다.
  둘째, 이번에 참으면 내가 처신을 잘못했다고 나중에 후회가 될 것 같았다.
  셋째, 이번에 참으면 내가 친구들 앞에서 바보가 될 것만 같았다.  
  넷째, 우리들의 자존심이 상했으므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다음 이유가 중요하다.
  다섯째, 내가 느낀 불쾌감을 얘기해 줘야 앞으로 나와 똑같이 당하는 손님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이 다섯째 이유로 인해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서 읽은 글이 떠올랐다. ‘교묘하게 꾸며낸 생각들’에 대한 다음 글이다.

 

 

  「도둑놈이 어떤 부잣집의 물건을 훔치는 경우, 그는 부자는 이 물건이 없더라도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그리고 비록 도둑을 맞더라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어떤 악(惡)도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간부(姦夫)가 자기 친구의 처(妻)를 유혹해서 간통을 하려는 경우, 그가 자신의 음모를 감추어 그 남편의 의혹만 사지 않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가정의 평화만 깨뜨리지 않는다면, 자신은 어떤 악(惡)도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우리가 이처럼 교묘하게 꾸며낸 생각들에 굴복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행하지 못할 정도로 흉악한 범죄행위는 하나도 없게 된다.

 

 

  도둑이 어떤 부잣집의 물건을 훔칠 때 집 주인이 부자니까 괜찮다고 여기며 도둑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 부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기꾼도 그런 생각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겠다. 또 빈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기꾼도 당신의 형편이 나보단 나으니까 괜찮다고 여기며 사기를 치기도 하겠다. 그래서 그들은 악(惡)을 행하면서도 자신이 악(惡)을 행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인간은 ‘자기방어의 명수’여서 자신이 한 일을 합리화함으로써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때의 나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손님이 나처럼 불유쾌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종업원의 불친절을 지적한 것이니 나는 악(惡)을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옳은 일을 한 것일까 아니면 혹시 나도 애덤 스미스의 말처럼 ‘교묘하게 꾸며낸 생각들’에 의해서 저지른 것일까? 

 

 

  지금도 모르겠다. 음식점에서 또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참아야 할지, 참지 말아야 할지를.

 

 

 

 

 

 

 

 

 

 

 

 

 

 

 

 

 

 

 

.................................................
2011년에 쓴 글을 우연히 보게 되어 올립니다.
옛 글을 오랜만에 보니 반갑더군요. 
제가 경험한 걸 그대로 쓴 글이어서
글을 읽으며 그때의 일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답은 독자들에게 돌리고 필자는 문제 제기만 했습니다.
재밌게 읽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그야말로 추억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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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요즘 글이 안 써지네 하고 생각했다. 내가 써야 할 글은 그동안 다 쓴 것 같았다. 이제 쓸 글이 없는 건가, 더 이상 새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인가 하고 따져 보니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글을 써야 글과 관련한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글감이 떠오르기도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부르고, 하나의 글이 다른 글을 부른다는 걸 잊고 있었다. <글쓰기가 뭐라고>라는 책에도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지 않은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경험했겠지만, 어떤 생각을 갖고 글을 쓰더라도 글을 쓰면서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글쓰기를 함으로써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뭘 알아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뭘 알게 된다. 이건 내가 매일 겪는 경험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 37쪽.

 

 

글을 쓰지 않아도 시간은 잘 갔다.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갔다. 친정에 가야지, 친정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가서 약을 타 와야지, 발레와 현대 무용을 하러 가야지, 걷기 운동을 해야지, 장을 봐야지, 반찬을 만들어야지, 청소해야지, 빨래해야지 등등 할 일이 많았다. 글쓰기를 하지 않아도 심심해 할 틈이 없었다.

 

 

아! 그렇다. 내가 한가할 때가 아니라 바쁜 와중에 글을 썼었다. 오히려 바빴기에 혼자서만 몰래 먹는 꿀처럼 달콤하고 짜릿하게 글을 썼던 것이다.

 

 

글을 써야겠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되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겠다. 내가 방황하지 않게 글쓰기가 나를 붙들어 줄 것이므로. 

 

 

 

 

 

 

2. 왜 마약이나 도박에 빠지는 걸까
재벌 2세들이 마약에 중독되었거나 도박에 빠졌다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물질적으로 문화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니 보통 사람들보다 행복의 조건이 유리할 터인데, 그들은 왜 그랬을까?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자신이 매료될 만한 어떤 세계를 가지지 못함을 꼽을 수 있겠다. 좋은 취미만 있어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등산이나 테니스 또는 글쓰기로 즐거움을 얻는 자라면 마약이나 도박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 즐거움을 얻는 걸 가지고 있다면 굳이 위험한 영역에 기웃거리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버트런드 러셀도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았던가.

 

 

「어떤 한 가지에 철저하게 만족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개 다른 것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 버트런드 러셀, <런던통신 1931-1935>, 146쪽.

 

 

그래서 글쓰기에 취미가 있다면 그가 재능이 있든 없든 글쓰기를 그만두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므로. 설령 이름난 작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3. 화가 난다는 것은
유튜브로 법륜 스님의 강의를 듣고 팬이 되었다. 심오한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데다 웃게 만드는 재미도 있어 좋다. 법륜 스님을 책으로도 만날 수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화가 나는 이유를 잘 살펴보면
‘내가 옳다’는 생각이 마음 깊게 있기 때문입니다.」

 

「잘난 내가 보기에 다른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화가 나는 것이지요.
이런 감정은 내면에 깊이 깔려 있어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서는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옵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화를 낼만한 상황이라는 기준 자체가
지극히 자기중심적입니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그 안에서 축적된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가치관에 따른 것이니까요.
말로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내 생각이고, 내 취향이고,
내 기준에 불과합니다.」

 

「화가 난다는 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내 분별심 때문입니다.
사사건건 옳고 그름을 가르려는 습관이
내 안의 도화선에 자꾸만 불을 댕기는 겁니다.」
- 법륜, <지금 이대로 좋다>에서.

 

 

화를 낼 때 자기 안을 잘 들여다보면 화가 난 일 거기다가 상대편에 대해 그동안 쌓여 있던 못마땅함이 더해 불만이 폭발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자기한테 별일도 아닌 것에 화를 내는 이가 있다면, 그동안 그에게 기분 상하게 한 건 없는지 자기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4. 장수가 축복인가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누구나 슬픔과 아쉬움이 오래 남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백 살이 넘게 산다고 가정하면 끔찍하다. 백발에,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고, 틀니로 음식을 먹으며, 잘 걷지 못해 눕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노인. 게다가 자신이 오래 살아서 자식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을 그림자처럼 달고 사는 노인. 이런 노인의 삶에도 어떤 즐거움이 있을지 의문이다.

 

 

장수 시대가 되고 보니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이제 그만, 하고 외치고 싶다가도 망설여지는 건 그 혜택이 내게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가령 안구 건조증을 완전히 낫게 해 주는 안약을 만들어 낸다면 나로선 대환영이니까. 현재 안구 건조증에 사용하는 일회용 인공 눈물이 있으나 이것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 치료제는 아니다. 안구 건조증이 있어서 난 노트북 사용을 하루에 서너 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할 일이 남았는데도 눈 건강을 위해 노트북을 닫아야 할 때 안타깝다.

 

 

 

 

 

 

5. 행운에는 불행의 함정이 있다

한때 행운을 바랐지만 이젠 바라지 않는다. 거기엔 불행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깨달아서다. 이를테면 어느 분야에서 손꼽힐 정도로 명성을 날리면 이를 시기하는 무리들이 생겨 괴롭힘을 당하게 쉽다. 복권 당첨으로 거금이 생기면 주위에서 돈을 꿔 달라는 이들이 많아지고 그걸 거절할 경우 등돌리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통계에 따르면 복권이 당첨된 뒤에 폐인이 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 복권 당첨은 행운이 아니라 불운이겠다.

 

 

몸과 정신이 건강하고 돈 걱정을 비롯해 큰 걱정이 없고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한데 이걸 다 갖추는 게 그리 쉽지 않다.

 

 

어느새 내가 큰 행복을 바라기보다 큰 걱정이 없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평범하게 살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6. 신간 예고편

마다 신간이 출간된다는 것은 독서에 싫증이 나지 않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언제나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간은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 내가 관심을 가진 신간 두 권이 있다.

 

 

사비 아옌, <노벨문학작가와의 대화> – 노벨문학상 작가 23인과의 인터뷰

 

 

데이비드 롭슨, <지능의 함정> – 똑똑한 당신이 어리석은 실수를 하는 이유와 지혜의 기술  

 

 

 

 

 

 

 

 

 

 

 

 

 

 

 

 

영화 예고편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 그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든다. 책도 마찬가지다. 신간을 살펴보면 흥미를 끌어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탁월한 작가들은 어떤 이들일지가 궁금하리라. 가령 오르한 파무크, 오에 겐자부로, 귄터 그라스 등은 어떻게 글을 쓰며 어떤 삶을 사는지 알고 싶으리라. 그렇다면 <노벨문학작가와의 대화>를 읽어 볼 만하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 거장 23명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거장들에겐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권력, 명예, 돈보다도 자신의 일을 우선시했다는 것. 아마도 이것은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한 자들의 공통점일 듯싶다. 

 

 

똑똑한 사람들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 그럴까? 똑똑할수록 자신의 생각을 과신해서 오류에 빠져들기 때문이란다.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타고난 직관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성공했지만 자신의 병에 대해서는 엉터리 치유법을 맹신해 완쾌될 수 없었다. <지능의 함정>이라는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  

 

 

사고 싶은 책이 많으나 그것들을 다 살 수는 없다. 책을 사들이는 속도에 비해 책 읽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서다. 만약 한 달에 열 권을 샀다면 그달에 열 권을 다 읽을 수 없다는 걸 말함이다. 그래서 사고 싶은 책들을 골라 놓고 그중에서 3분의 1만 사자고 마음먹었다. 책 아홉 권이 사고 싶다면 그중 세 권을 골라 사기로 한 것이다. 이때 세 권을 선택한다는 것은 나머지 여섯 권을 포기한다는 걸 뜻한다. 뭐든 선택할 땐 버리는 것들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선택이란 무엇을 버릴지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토록 책을 살 때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책값이 많이 드는 것도 이유지만, 사고 싶은 책을 다 사게 되면 우리 집의 빈 공간이 없게 될 것 같은 게 더 큰 이유다.

 

 

 

 

 

 

7. 글을 감상하는 재미
책을 읽다 보면 눈길을 끌 만한 글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글을 잘 써서 좋고 내가 신뢰할 수 있어서 좋다. 이런 문장은 한 편의 시 같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술에 취하면 어김없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그 누군가를 정말 만나고 싶은 것이 아닐 것이다. 만날 수 없음을 새삼 재연하고 있는 것이고 그 달콤한 고통을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만날 수 없는 이들에게만 전화를 건다. 자기 자신에게 걸고 있는 것이겠지. 걸어라. 시는 뒤늦게 조등 아래에서 마시는 술이고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거는 전화다. 시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그리워도 만나지 말아야 한다.」
- 신형철, <느낌의 공통체>, 394~395쪽.

 

 

 

 

 

 

 

 

 

 

 

 

 

 

 

 

 

 

 

8. 조언하지 않기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때 상대를 위해서라고 여기지만 이건 착각일 수 있다. 유익한 조언이라고 판단할 사람은 조언하는 이가 아니라 조언을 듣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상대에게서 답답함을 느끼고 내 속을 시원하게 풀기 위해 조언을 하는 건 아닐지 따져 봐야 한다.

 

 

나도 계획대로 살지 않는 주제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래서 조언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나에게 말했다. ‘남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 살아.’라고.

 

 

 

 

 

 

9. 생각을 전환하기
여름엔 덥다고 불평하지 말고 춥지 않다고 생각하자. 겨울엔 춥다고 불평하지 말고 덥지 않다고 생각하자.

 

 

미세 먼지가 있는 날은 그 핑계로 청소를 다음날로 미루고 편히 지내는 맛으로 하루를 보내자. 미세먼지가 없는 날은 맑은 공기를 느끼며 산책하는 맛으로 하루를 보내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것에 대한 해석이다. 이렇게 여긴다면 세상살이가 덜 고달플 것 같다.

 


   

 

 

하늘 아래에 있는 것이 파도가 아니라 구름입니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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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설날 연휴가 시작됩니다.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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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2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22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01-23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장의 사진 모두 겨울 느낌이 들어요. 예쁘기도 하고요.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0-01-23 10:33   좋아요 1 | URL
사진은 올해 찍은 사진은 아니랍니다.
2년 전인가 제주도에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찍은 거예요. 겨울이었어요.

서니데이 님도 설 연휴를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카스피 2020-01-23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벌자제들의 경우 일반일보다 쉽게 해와 유학을 가고 또 그들끼리만의 리그다보니 쉽사리 마약에 접근하는것 같아요.게다가 마약을 중독성이 강해 한번 발을 디뎌노으면 헤어날 길이 전혀 없는것 같아요.하페크님 설 명절 잘 보내셔요^^

페크(pek0501) 2020-01-27 16:07   좋아요 0 | URL
고견이십니다. 그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겠네요. 유류상종 문화라는 게 있을 테니.
돈 많으니 할 것 다 해 봐서 마약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고도 볼 수 있죠.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야 해 보지 못한 게 많으니 굳이 금기의 땅에 발을 들여 놓을 필요를 못 느끼죠.

카스피 님도 좋은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0-01-26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속에 나오는 사람이 무언가 안 좋은 것에 빠져들면, 왜 저럴까 해요 책을 읽으면 좀 나을 텐데 생각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게 하나라도 있다면 안 좋은 것에 빠지지 않겠지요 좋아하는 게 안 좋은 거면... 그런 일은 없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정말 글을 쓰다보면 뭔가 알게 되기도 해요 아쉬운 건 그걸 시간이 가면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어떤 건 되풀이해서 쓰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게 좀 나을 듯합니다 책 안 읽고 글 안 써도 살겠지만... 이게 재미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만두지 못하겠지요

페크 님 다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남은 설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1-27 16:10   좋아요 0 | URL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ㅋ
시간이 가면 잊어버리는 일이 저도 있답니다. 그래서 메모하길 좋아합니다. 책상에는 노트, 메모지, 볼펜, 연필, 지우개. 이런 것들이 잔뜩 있어요.
글쓰기도 일종의 중독이라고 봅니다. 재미를 아는 자는 그만두지 못한다는 점에서요.

2박3일로 지방에 다녀오느라 답글이 늦었습니다.
좋은 겨울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