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바람 불면나무들이나를 흔들어 깨운다나뭇잎들을죄다 떨구어마당으로 불러낸다돌담 모롱이로나를 데려다가나뭇잎과 섞어 놓는다내일은 어디로 가나그런 이야기로우리는 바스락거린다-67쪽
낙화유수꽃이 피네꽃이 지네꽃잎 하나 떨어지네꽃잎 하나 날아가네꽃잎은 흘러가네꽃잎은 출렁이네-57쪽
바람 타고 온민들레 씨앗 하나가내 몸에 떨어진다그것은 상처를 내며몸 깊이 뿌리 내린다나는 입덧을 시작한다때로는 아파하다가살포시 이름도 지어보다가달이 차면이를 악물고몰래 시詩를 낳는다-41쪽
목어木魚누가 그리 하였는지마구 잘린 나뭇가지집으로 데블고 온 뒤에도아직 살아 물이 흐른다마음을 가다듬어물고기 한 마리 만들었다눈, 입 그려 넣고비늘 새겼더니손가락 마디에서비린내가 난다-31쪽
풍경風磬스님은 왜고기를 안 잡수냐고아희가 여쭈니붕어를 맹글어추녀에다 매달아서마음 놓고 바라본다는지허指墟* 스님 -그 말씀을나는 다시하늘에다 걸어 두고구름 헤치는 지느러미물끄러미 쳐다본다*지허:순천시 낙안면 금둔사 주지-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