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결 오시듯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4
이봉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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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주려고





내 몸 허리를 찢어 애기나리 한 포기 캐낸다




도려낸 만큼 몸은 철없이 한동안 욱신거린다




아픈 자리 아물어 그런데 짙은 그늘이 생겨났다




평생을 마음 썩도록은 남아 있을 아린 그늘




생이 지나치며 자꾸자꾸 들여다보는 꽃그늘-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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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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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를 이해하고 왔다





진달래 꽃봉오리가 막 껍질을 찢고 빠끔히 세상을 내다
본다. 따끈한 입김 훅 끼치자 자꾸 고개를 도리반거린다.
가늘게 눈을 찡그린다. 어떤 안간힘이다. 허공으로 치켜
감싸 쥔 꽃받침이 궁금한 눈벷에게 들어가! 들어가! 하는,
활짝은 피지 않으려는 꽃 마음, 막 피려 할 때의 가장
좋은 그 마음, 환한 꽃 막 안팎의, 두근두근 너와 나의 처
음 눈빛을 간직한 꽃나무를 오늘 이해하고 왔다.-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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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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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 말린 나뭇잎들




갓바위산 속 밤새 숨 놓아버린 굴참나무 잎들, 너럭바위에
오그라져 누운 저 몸부림들, 죽어서야 보여주는 삶의 결인가
살아서 환히 내밀지 못하고 늘 감춰들었던 햇살의 반대편,
그 반편의 삶들 죽어서나 오글쪼글 내보이는가 늦가을 햇살도
거기 초분에 내려들어선 노닥노닥 미안한 마음으로 오래 조문하거나,
혹은 유달산 쪽으로 기울어 가기를 아예 잊어버린 맘씨 좋은 햇살들 칠성판
에 누워 함께 바삭대는 중-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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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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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 순정




강아지풀이 그토록 간질이던 어제까지만 해도 꾹 잘도
참고 있더니
날개 젖은 등줄실잠자리가 팔랑팔랑 그 황홀한 날갯짓
으로 반달 쑥떡 같은 복주머니에 앉았을 때에야 그만
달개비는 남빛 동그란 손수건을 슬그머니 꺼내놓고야
마는 것이었네



그 두 장의 손수건엔 희고 노란 실밥이 아직 묻어났네
그건
몇 날 밤 잠을 자지 않고 눈 비비며 겨우겨우 달개비가
짠 것이어서
잠자리의 날갯짓에 반해 얼떨결에 열리고 만 달개비의
순정 탓이어서-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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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4-0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쑥떡이 먹고 싶당~ ㅋㅋ

후애(厚愛) 2014-04-01 15:52   좋아요 0 | URL
쑥떡은 우편으로 보낼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보낼 수 있다면 맛 나는 쑥떡 사서 보내 드리고 싶어요~ ㅎㅎ
 
밀물결 오시듯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4
이봉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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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듬어본 향기들





세상에 태어나 보듬어본 그 향기들을 절대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다 익은 나락을 베어 말린 후 탈곡하려고 묶을 때는
보듬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의 볏짚 냄새며



추운 겨울 방을 덥히려 산에 올라 긁은 솔가리를 지게에
얹으려고 안아 들었던 때의 아련한 솔향기며



처음으로 기다리고 처음으로 사랑하고 처음으로 그대
살갗 가까이 다가갔을 때 훅 끼치던 그 페로몬 향이며-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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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4-02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말 나락입니다.
나락을 먹고
우리들 모두 즐겁게 살아가지요.

후애(厚愛) 2014-04-04 13:18   좋아요 0 | URL
네 참 고마운 나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