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1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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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이제 7시간 반이 남았다. 세월은 이상하게도 사람 나이를 닮아 나이를

먹을수록 빠르게 느껴진다. 올 마지막 나의 소설은 '겨울 나그네'이다.

 


 

일단 최인호란 작가는 내 젊은 시절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우상이었다.

책이 귀하던 시절 그의 소설을 빌려 읽기 위해 학교 도서관 계단을 수없이 뛰어 다녔다.

머리도 좋고 잘생긴데다 글까지 잘 썼던 멋진 작가였다.

그가 희귀암으로 너무 어이없이 떠나버려서 아주 오래오래 마음이 아팠다.

 


 

이 소설이 씌어진 시절 나는 소설속 주인공 민우의 나이와 거의 비슷했었다.

당시에는 가슴설레는 연애소설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함께 녹아있었다는걸 깨달았다. 민우와 다혜가 다녔다는 학교가 만약 작가가 다닌 학교와 같다면 내 기억속 그 교정의 노천극장이며 학생식당, 그리고 연극반 형들의 모습이 겹쳐있다.  왠지 슬픈 인생처럼 느껴졌던 민우와 다혜.

 


 

교정에서 자전거에 치일뻔했던 다혜와 처음 만난 민우는 다혜가 자신의 운명이란걸 담박에

깨닫는다. 그녀가 떨어뜨리고 간 수첩에서 이름을 알게된 민우는 결국 다혜의 집까지 알아내

그녀에게 다가간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거의 집에서만 지냈던 소심한 다혜는 민우의

적극적인 대시가 불편하다. 하지만 그의 슬픈 눈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쩌면 다혜도 민우가 자신의 운명이 되리라는걸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 맨손으로 회사를 키워낸 민우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어린 처녀를 사랑했고

그 사이에서 민우를 얻게 된다. 김향숙. 민우의 엄마인 향숙은 아이의 아버지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바닷물에 뛰어들어 죽고만다. 민우는 세상에 그렇게 남겨졌다. 사생아로.

정실 부인에게서 태어난 형과 스무 살이나 차이가 났던 민우는 자신의 슬픈 운명을 알게되고

오로지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자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아버지가 쓰러지고 회사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자 형은 미국으로 도주한다.

떠나는 날 형은 민우에게 친엄마의 이름과 엄마의 언니인 이모가 사는 도시의 주소를 남긴다.

미군이 주둔하는 텍사스촌에서 양공주들을 거느리고 장사를 하는 이모 영순.

아버지의 병실에 와 난동을 부리던 채권자를 때려 감옥에 갔던 민우는 자신이 살던 집마저

팔아버리고 가족들이 외면하자 버려진 자신의 운명을 짊어지고 이모가 있는 텍사스촌으로

향한다. 그렇게 민우는 서서히 망가져간다. 자신을 사랑하는 양공주 은영을 받아들인 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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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꼬리의 전설
배상민 지음 / 북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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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만 보면 '전설의 고향'에 등장하는 구미호가 떠오르고 간을 빼먹는 장면이

겹쳐온다. 말 그래도 전설의 구미호 스토리일까.

하지만 이 소설은 고려판 '셜록 흠즈와 왓슨'이라고 보면 된다.

 

 

국운이 쇠하가던 고려말 조정을 장악했던 최영은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으로 쫓겨나고

새로운 건국의 기운이 스며들던 시절이다.

제대도 된 수령조차 없이 조정에서 파견된 감무라는 직책이 내려와 고을을 다스리는

작은 마을에서 몇 년째 끔찍한 시신들이 발견된다.

주로 여린 처자들이었고 한숨에 목줄을 끊은데다 배를 갈라 내장마저 흐트러뜨니는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데다 어느 사건에서는 주변에 여우가 있다보니 아홉꼬리의 여우가 범인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사대부가이긴 하나 망해가는 조정에 불려나갔다가 참혹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낙향한

아버지로 하여 과거에 흥할 마음이 없던 덕문은 한량같은 생활을 하면서 마을을 떠도는 아홉꼬리의 여우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수사하는데 소일하는 선비다.

당시 고려는 왜구의 침입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비천한 집안 출신이긴 하나 왜구몰이에 혁혁한 공이 있었던 금행과는 전에 인연으로 친구가 되었고 마침 임기가 다한 감무를 대신하여 덕문이 사는 마을에 감무가 되어 나타난다.

 


 

덕문은 여우의 뒤를 쫓던 감무들 셋이 처녀귀신에 의해 죽어나갔다는 말은 숨기고

금행과 더불어 말하자면 연쇄살인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처녀귀신이 나타나 혼비백산을 하는데 사실 그 처녀는 마을에 있는 도사의 딸 수선으로 동생인 수련역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되었으나 억울한 일이 밝혀지지 않아 새로 부임한 감무에게 부탁을 하기 위해 남들의 눈을 피해 밤에 나타난 것이었다.

수선의 사연을 알게된 덕문과 금행은 수선을 미끼로 범인을 유인해보기로 한다.

 

그 마을에는 오랫동안 권세를 누리던 호장자가 있었고 백성들의 땅을 빼앗거나 과도한

세를 받아내고 세를 내지 못하면 노비로 삼는 비행을 일삼았다. 하지만 호장가의 권세를 두려워한 백성들은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덕문은 아무래도 이 연쇄살인의 뒤에 호장자 집안이 연루되었다고 짐작하고 금행, 수선과 함께 범인의 뒤를 쫓게 된다.

 

고려말의 어지러움과 새로운 국가의 등장 사이에 알력과 배경들이 잘 혼합되어 역사적

사실이 리얼하게 다가온다. 거기에 도무지 잡히지 않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덕문과 금행의 활약이 마치 홈즈와 왓슨을 보는 듯하다.

분명 인간의 살인이 분명한데 전설을 이용하여 백성을 혼란으로 몰고가는 스토리텔링도 훌륭하다. 추리소설의 압권은 반전이 아닌가.

실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다고 생각했다가 반전의 반전이 연이어 이어지고 과연 진짜 범인을 단죄할 수 있을지 마지막장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할 정도로 잘 짜여진 플릇이 멋지다.

그저 '전설의 고향'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가 같이 범인을 쫓는 여정에 빠져 시간가는줄 몰랐던 소설이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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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면 죽는다 - 비밀이 많은 콘텐츠를 만들 것
조나 레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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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서 지루한 순간이 있다면 그건 아주 재미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그야말로 롤러코스터같아서 지루할 틈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인생이

재미있다고 정의할 수 있을까.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들, 먹고, 자고하는 것 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스팍터클한 인생에서 예술을 빼고 나면 그야말로 안꼬 없는 찐빵이요, 무미건조한 '살아내기'만 남지 않겠는가. 그래서일까 인간들은 좀 조용한 예술보다는 미스터리하고 예측 불가능한 설정들에 더 끌리게 된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인간의 뇌 자체가 그렇게 생겨먹었단다.

 


 

물론 평화롭고 조용한 설정들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더 끌리는 것은 바로 미스터리하고 결말을 알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추리소설류는 정말 인기가 많다. 나 역시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이것이 예술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예술은 우리에게 미스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긴장감 넘치는 반전과 다층적인 세상, 불투명한 등장인물과 모호한 대사를 통해 예측 오류를 즐거이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훈련한다.'-294p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미스터리가 왜 우리 인생에 중요한 일인지.

 


 

문학뿐만이 아니다. 음악도 이런 장치가 있고 더 열광하게 된다고 한다.

심지어 마술의 트릭에서도 우리는 인생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전쟁중에 만들어진 암호나 고대의 풀리지 않는 문자에 더 끌리는 것 역시 미스터리하고 풀리지 않거나 어려답는 장치게 매료되는 인간의 본성때문이라는 말에 동감하게 된다.

 

 

내 수명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짐작컨대 반 이상 살았고 돌아보니 풀지 못한 암호와

미스터리가 난무했던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재미있었나? 재미보다는 찾아지지 않는

해답때문에 평화로운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언젠가 인생이 지루해지면...그 때는 죽음이 가깝다는 뜻일게다.  그래서 '지루하면 죽는다'라는 제목이 그야말로 딱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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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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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공지영의 성지순례기 역시 그녀의 열정이 느껴진다. 신의 길을 따라 걷는 그녀의 발걸음에서 위대한 존재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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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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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차피 홀로 걸어가는 길이다.

가끔은 누군가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이끌어주기는 하지만 결국 홀로 태어나 홀로

걸어가다 홀로 떠난다. 운명적으로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서 사는 동안 끊임없이 반쪽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그 반쪽이 꼭 사람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술일수도 있고 문학일수도 있고 종교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작가를 무척 아끼지만 때로는 매를 들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누구보다 따뜻한 집안에 태어나서 누구보다 뜨거운 삶을 살았고 누구보다 돌을 많이 맞았던 이였다.

세 번의 결혼이, 세 번의 이혼이 그녀를 아프게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성장시킨 이유이기도 했다.

나는 그녀의 가슴속에 뜨거운 뭔가가 있다고 믿는다. 그게 학생운동으로, 이른 결혼으로,  또는 여러번의 이혼과 글로 평범치 않은 삶을 이끌었다고.

 


 

그녀가 가끔은 물에 내놓은 애처럼 위태로워 보일 적이 있다. 그 뛰어나 능력으로 길이 남을 작품에만 몰두하면 안되나 하는 아쉬움. 돌에 맞아 피가 철철 흘러나오는데도 그침이 없어 조마조마한 마음들. 도대체 그녀의 그 뜨거움은 언제나 식을 것인가.

들끓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지리산 언저리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고, 언젠가 내가 사는 섬에도 다녀갔다고 하고, 몇 년 소문없이 조용해서 이제 평화를 찾았나 싶었다.

 


 

'봉순이 언니'나 '고등어'처럼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나 '도가니'같은 사회적 이슈를 이끄는 작품은 정말 문학가로서의 그녀를 빛나게 했다. '수도원 기행'이나 '높고 푸른 사다리'같은 짙은 종교적 작품에서는 그녀의 뜨거운 가슴에도 종교가 들어가 자리할 수 있구나 싶어 놀라웠다.

사실 종교란 순종이나 선함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전투가 같은 문학가 가슴에 각인될 수 있다는게 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어쨌든 공지영은 세례명 마리아인 카톨릭 신자이다.

 


 

내가 그녀의 문학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썼던 에세이집들이다.

누구나 궁금했고 비난했던 결혼과 이혼, 성이 다른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느꼈던 어려움들은 속임없이 꾸밈없이 공지영답게 드러냈기 때문에 나는 만난적 없는 사이임에도 오랜 친구같은 느낌을 받았다. 결국 어느 작품 사인회에서 그녀를 만났고 고운 모습과 딱부러지는 말투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그녀의 뜨거운 전투력에 대한 소식이 들릴때마다 걱정스런 마음과 애틋함때문에 속이 상했다.

 

거센 바람에 뒤집어진 진흙탕도 고요해지만 진흙이 가라앉고 맑은 물이 떠오른다.

지리산 자락에서 이제는 맑은 물만 고인채 잘 살아가기를 바랬는데 그녀를 다시 세상밖으로 이끌어낸게 바로 그녀가 믿는 신이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도저히 신이 탄생한 곳이라고 믿기 어려운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성경속에 그려진 장소들을 하나씩 방문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녀는 성격대로 종교도 그냥 적당히 마음에 들인게 아니고 심지어 이것마저도 전투적이다.  어쩌면 성격속 사실과 인물들에 대한 공부를 그리 많이 했는지.

 

그나마 거친 그녀의 인생에 그녀가 믿는 신이 있어 다행이다. 그녀를 안심시키고 숨고르게 하는 힘이 있어서다. 뜨거운 사랑뒤에 오는 외로움은 더 고독하다.

환갑을 맞은 그녀가 공동백과 함께 지리산에서 더 평화롭게 행복한 삶을 살기를...

그리고 신이 주신 능력을 아낌없이 다 내어놓을 수 있기를...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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