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록 - 신역 홍신한문신서 42
이민수 엮음 / 홍신문화사 / 1985년 5월
평점 :
품절


20세기가 끝날 무렵 세계는 종말론에 휩싸여 뒤숭숭한 2천년을 맞았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나 마야의 예언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있다.

이렇듯 미래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예언을 믿고 피난처를 찾게 된다.

신을 대신하는 교주들이 등장하고 신종 종교가 사람들을 현혹했다.

이런 불안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던지 우리나라에도 예언서가 등장하게 된다.

참서(讖書)의 하나인 이 책은 여러 비기(秘記)를 모은 것으로 참위설,풍수지리설,도교 사상등이

혼합되어있다. 저자도 알수없고 오랜세월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동안에 다양한 이본(異本)이 생겨

그 종류가 40~50종류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책이름이기 보다는 말세예언을 추종하는 민간신앙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정감록》의 원전 격인 《감결》은 조선의 선조인 한륭공()의 두 아들 이심(

이연()과 조선 멸망 후 일어설 정씨()의 조상이라는 정감()이 금강산에서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그 내용은 조선 이후의 흥망대세()를 예언하여 이씨의 한양() 도읍 몇백 년 다음에는

정씨의 게룡산 도읍 몇백 년이 있고, 다음은 조씨의 가야산 도읍 몇백년 같이 우리나라의 도읍지를

말하고 그 중간에 언제 무슨 재난과 화변이 있어 세태와 민심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차례로

예언하고 있다. 유난히 변란이 잦았던 과거의 역사이다 보니 민심이 이런 예언서에 혹세무민하여

십승지지(十勝之地)와 같이 전쟁의 화마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곳을 찾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주로 깊은 산중에 자리한 십승지가 아무래도 전쟁으로부터 안전하였을 것으로 생각되긴 한다.

정감록과 같은 책이 대중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외세로부터 백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지도자의 무능과

힘이 없는 대중이 기댈곳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연 정감록에 쓰여진 대로 역사가 전개되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부분을 맞고 어떤 부분은 황당한 이야기로 남았다.

대중에게 비기로 관심을 받았던 정감록은 어떠한지 실체를 알고 싶었다.

아쉬운 점은 정감록에 기록된 사건들이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책을 해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역사와 맞물려 예언서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대중에게 정감록의 실체가 좀 더 확실하게 다가올 수 있었을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웰컴, 마이 퓨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3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대학지상주의, 성적지상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상실감과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을 감동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어느 학자가 서울의 변두리에 있는 산동네의 아이들을 이십년간 추적을 했단다.

과연 그곳에서 나서 자란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였던 것 같다.

대부분 일용직 막노동의 삶을 산 그들의 부모들처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슷한 삶을 살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신분상승, 흔히 말하는 개천에서 용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금공장과 채석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일터에서 얻었을법한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골목시장 좌판앞에서 김밥장사를 하는 엄마는 장사가 되지 않아 폐업을 하기에 이른다.

정신지체자인 형과 누나를 둔 장세풍은 이제 열 여덟살의 긍적하나 만큼은 국보급의 멋진 소년이다.

그가 마주한 세상은 어둡고 뛰어 넘어야 할 벽은 높기만 해 보인다.

공부는 시원치 않지만 화장실 청소는 끝내주게 잘하는 세풍은 엄마에게 가게를 차려주고 싶어

자퇴를 한 후, 음식점 배달원으로 취직을 한다.

그저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그말은 그저 격언으로만 써먹는 것일까.

배달시켜먹고 음식값을 떼어먹는 몰염치한이 있는가 하면 자기 영역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쪼잔들이 태반인 세상이다.

어린 소년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자기 실속만 챙기는 업주들도 있다.

가진 것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지하 셋방의 곰팡이 낀 어둠처럼 빛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풍은 털털 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세상을 향해 보란듯이 달리고 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어떤가. 가진 것이 없으면 어떤가. 이렇게 긍정뿐인 소년에게 역경은 초라해 보인다.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옥상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는 불구의 사회이다.

여전히 폭력을 정당화하는 못난 교사가 있는 학교는 감옥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청정한 곳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처럼 어둠속에 한점 빛이라도 뿌려야 하지 않겠나.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세상에...세풍이 처럼 청정한 소년하나쯤은 세상을 받혀줘야 하지 않겠나.

청소용역업체로 식당도 차리고 화원도 차리고 싶다는 세풍의 무작정 긍정앞에 절망과 폭력들은

무릎을 좀 꿇어줘야 세상 살맛이 나지 않겠나. 꼴찌들에 대한 책 세권을 내겠다는 작가의 공언은

지켜졌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가 꼴찌들에게 박수를 보낼 것임을 나는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 상자 꿈꾸는 달팽이
루스 이스트햄 지음, 김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나간 시간 저편에 아픈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치유의 손을 내미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보스니아 내전으로 온 가족을 잃고 입양 되어 온 알렉스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를 돌보는 착한 소년이다.

 





 

가끔은 폭력적이 되기도 하고 가족을 괴롭히기도 하는 할아버지와 더 이상 살기 힙들다면 부모님은

요양원으로 보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가끔 정신이 돌아오는 할아버지는 유일한 친구인 알렉스에게 집을 떠나기 싫다며 자신을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집에 불까지 내는 일이 생기자 더 이상 할아버지를 보호하기 힘들었던 알렉스는 과거의 기억에 갇힌

할아버지의 과거를 캐내기로 마음먹는다.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속에 사랑하는 형과 아내를 잃고 평생 배신자로 낙인 찍힌 채 자식에게마저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온 할아버지의 과거속에는 과연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가족을 죽인 폭도들의 총부리를 피해 동생과 함께 달아나다 물 속에 빠졌던 알렉스는 동생의 손을 놓쳐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도서관 사서인 커비선생님의 말처럼 마음속에 고인 아픈 기억들은 숨기지 말고 꺼내어 치유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해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기억의 저편에 숨어 버리고 싶었던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전쟁은 파괴와 아픈 기억을 만든다. 그게 승자든 패자든 상관없다. 전쟁에서 승자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에게서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고 얻은 승리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남은 사람들의 삶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비참하기만 하다.

기억을 잃음으로써 숨고 싶은 사람, 밀폐된 상자안에 가둬둔 사람, 기억을 조작함으로써 위안하는 사람,

누군가 상징적인 사람을 희생양으로 세워 죽을 때까지 복수하려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과 사실을

묻어놓고 세상에 드러내는 것을 겁내는 권력자들에 이르기까지 온갖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가족들의 사랑앞에서 그 아픔은 결국 치유의 힘을 얻게 된다.

전혀 눈물이라곤 흘리지 못했던 알렉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면서 가슴속에 고였던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인간성을 파멸하는 전쟁이나 복수의 엄청난 비극도 가족과 사랑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만다는 진리를 또 한번

알게 해준 아름다운 소설이다. 지금도 지구촌 어디선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짐승같은 인간들이

있다면 총알 대신 이 책을 쏘아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돈나라 여행기 : 베트남.캄보디아 - 동화가 있는 소중애의 베트남.캄보디아 여행기
소중애 지음, 최달수 그림 / 어린른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와 아픔을 지닌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건너온 여인네의 수가 수십만명에 이른다니

정말로 '사돈나라'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 개봉된 인기 영화 '완득이'의 엄마도 필리핀에서 온 여인일만큼

이제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이 흔해졌다.

전직이 교사인지라 이 것 저 것 가르치려는 버릇을 여전히 못 고친다는 현직 동화작가 소중애 여사가 만난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모습은 어떠할까.

 

 





 

가무잡잡한 피부에 맑은 눈을 한 어린아이의 눈망울처럼 순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빨리 빨리'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느려터지고 준비자세 엉망인 그들의 생활태도에

속도 터질법하겠지만 돌이켜보면 같은 시간을 그들처럼 여유롭게 즐기고 산다는게 일순 부럽지 않은가.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그들만의 비법은 바로 이런 여유와 인내심이 아닐까 싶었다.

한때는 그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수 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핏줄을 가장 많이

이어주고 있는 어머니들의 나라가 되었다.

그들의 순하고 여유로운 문화가 자연스럽게 우리민족에게도 섞여지길 기대해본다.

배낭여행의 프로라고 자부하는 작가이지만 따뜻한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같이 나누는 시간들은 참으로 푸근했다.

유독 크게 자란 팜 트리가 수많은 학살의 결과라는 가이드의 말은 나도 섬뜩하게 느껴졌다.

영화 '킬링필드'의 수많은 유골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노년의 인구가 거의 없을 정도이겠는가.

한 사람의 무자비한 폭정이 세계사에 어떤 고통을 남겼는지를 극렬하게 보여주는 나라 캄보이다의 아픈 역사이다.

이제는 저세상으로 간 폿 폴이 자신이 죽인 그 수많은 영혼들에게 어떤 댓가를 받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앙코르와트에 새겨진 총탄과 파괴의 현장을 보니 인간의 잔인성과 폭력성이 그대로 새겨진 듯

하여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사람이 오르기가 힘들만큼 가파른 계단은 신께 자세를 낮추고 겸허하게 다가오라는 뜻이라는데 인간의 오만을 보는

신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발가벗겨진 아이들을 내세워 구걸을 한다는 그들에게 버릇이 된다고 돈을 주지 말라는데..

과연 모질게 돌아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그들의 가난한 모습속에 우리들의 과거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동화작가답게 자신이 본 사물에 아이들의 마음을 입히는 아름다운 동화가 곁들여 있어 더 정다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남자다 - 남자도 몰랐던 몸과 사랑에 대한 밀착 보고서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남자의 섹스를 바꾸기 위해 전문가들의 도우을 받는 것은 정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성(性)은 원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수행 불안이 다른 영역으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방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243p

 

남자의 솔직한 몸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분명 심각한 주제임에도 자꾸 웃음이 나온다.

칼 구스타브 융이 말했다는 '모든 성인들의 삶에는 어린이가 한 명 숨어있다.'는 말처럼 여자들의 삶보다는

남자들의 삶에 훨씬 더 어린 아이가 숨어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몰랐었다. 남자들이 이렇게 자신의 몸에 대해 성에 대해 무지하고 수줍은지를.

저자는 분명 남자인데 어찌 이렇게 여성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지도 놀랍다.

강한 힘만이 여성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남자들은 정녕 몰랐던 말인가.

대한민국의 남자뿐만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성(性)에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왜 우리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을까.

단순히 유교적인 영향만으로 돌리기에는 심각한 문제이다. 쉬쉬하면서 몰래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을 잘못 알아온 남자들과 그의 파트너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이 문제를

이렇게 속시원하고 발칙하게 풀어낸 저자들에게 술이라도 한잔 사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나 역시 할 말 제대로 못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살아왔다는 반증일까.

지금 한창 테스토스테론이 마구 만들어지고 있는 중3짜리 아들녀석에게 유용한 청소년용

책을 다시 만들어 주시면 어떨까. 스승도 없이 저들끼리 킬킬거리며 인터넷 야동으로 성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침서 하나쯤 만들어 준다면 멋진 인생을 즐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여성성을 간직한 남자들이여! 남자를 남자답게 만들어주는 호르몬이

점차 고갈되어 간다 해도 진정한 사랑과 배려로 섹스를 나눠온 파트너가 있다면 

당신의 굽어가는 등을 따스하게 감싸 안아줄 것이다.

혹시 그동안 자신만의 성을 즐겨온 남자라면 이제라도 귀 기울여 들을지어다.

여자들은 거칠고 마초적인 섹스보다는 따스하고 교감하는 섹스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잘못된 성의식을 떨어내고 진정한 나눔의 성(性)을 이야기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