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한의학 - 매일매일 쉽게 따라하는 자연주의 건강법
김형찬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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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루소는 말했었다.

젊어서 건강의 소중함을 모를 때에는 거칠고 못생긴 음식들 보다는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을 탐했고 가사일을 대신하는 온갖 기기들의 도움을 받아 청소하고

밥하고 이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슬슬 건강식품들이 눈이 들어오고 하루가 다르게 삐걱거리는 몸뚱이의

변화를 느끼고 보니 비로소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몸은 우주의 미니어처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도 자각하게 되었다.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우주의 기와 소통하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음을 알게되면서

자연스러운 것이 우주의 순환법칙에 가장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태양의 에너지와 땅의 기운을 받아 들에서 자란 나물들이 좋아지고 가능하면 인공의 맛이

덜한 음식을 찾게 되면서 나이가 들었음을 절감하고 아프기전에 면역력을 높여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기존의 습관을 고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더니 달콤하고 편리한 일상을 조금쯤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허약한

도시인으로서는 결심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나약한 현대인에게 어렵지 않게 자연스런 삶으로 인도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인듯하다.

의료정보의 남용과 오용이 또다른 위험요소가 되는 요즘 원초적으로 내 몸이 갖고 있는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가는 길을 어렵지 않게 가르쳐 주고 있다.

 

 

다이어트가 일상의 구호가 된 요즘, 사실 조금 먹고 운동하면 살이 빠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게으르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건강의 적신호가 될 지방을 차곡 차곡 쌓으며 살고 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에 흔히 하던 맨손 체조가 이렇게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

요즘 아이들은 수학, 영어가 중요하지 체육은 불필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트레칭위주의 이 체조가 우리 몸을 깨우고 순환시키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대학지상주의의

현실에서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제철에 난 과일과 채소를 먹고 최소한의 조리과정을 거칠 것이며 소식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면서도 기름진 음식을 물리치지 못한다면 내 몸에 맞는 적당한 약차를 우려 마시고 운동을 하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많이 먹지만 않는다면 커피나 술도 괜찮다고 권한다. 유혹에 약한 나는 이말에 큰 위안을 느낀다.

물만 먹어도 잘 붓고 살이 되는 나 같은 사람은 기의 흐름이 정체되어 몸속 체액이 정체되고 노폐물이

쌓여 있는 것이란다. 의이인가 창출은 위장 기능을 좋게 해서 몸속 노폐물의 배출을 돕고 진피는

기의 흐름을 활발하게 하며 복령은 체액의 순환과 배설을 돕는 약재라고 한다.

이름이 생소한 이런 약재들을 어디서 구입해야 할지 어떤점을 확인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까지도

꼼꼼하게 설명해 놓은 것이 이 책의 남다른 점이라고 해야겠다.

자신의 진료실에서 만난 다양한 계층의 환자들을 보면서 또다른 세상과 만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저자의 조언을 듣다보니 어렵지 않게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맘이 든든해진다.

책을 다 읽은 후 책꽂이에 꽂아 둘 책이 아니고 거실 한가운데 놓고 수시로 들쳐봐야 할 보배같은

책이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에게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나누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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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남자의 물건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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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물건이다.

'남자의 물건'이라면 기껏 '거무튀튀한 그것'만 생각한다고 나무라지 말라.

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상상을 할테니.

김교수는 그런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혀를 차겠지만 솔직히

그런 상상을 하라고 재기발랄하게 이런 제목을 붙인 것도 사실 아니오?

 

 

표지의 일필휘지는 소주병에 붙어 자신의 한글 서체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처음처럼'을

쓴 신영복의 글씨란다. 잘 갈은 먹의 검은빛을 좋아했고 대단한 우리의 글 '한글'의 또다른

탄생을 이끌어낸 그의 비범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서체이다.

이 책을 읽고 마침 서평을 쓰려는 순간 TV에 나온 김교수와 맞닥뜨렸다.

그가 좋아한다는 슈베르트의 헤어스타일에 나비넥타이 차림이 과연 자신의 말처럼 '귀족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잘 삐쳐서 오히려 귀엽게 느껴졌다는 이어령교수처럼 그 역시 귀여운쪽에 가깝다.

 

 

 

잘 몰랐는데 이 책 말고도 베스트셀러가 많다고 자랑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책을

낼만큼 간이 부은 남편이지만 아마 이 책을 쓴 이후에는 꼬리를 내리고 '욱'하는 성질을 죽이지 않았을까.

TV에서 보는 솔직하고 경쾌한 모습 그대로 '남자의 물건'에 나오는 10명의 남자들에 대한 그의 평가는

리얼하다. 부인 '오은미여사'에게 더 이상 반항하기를 멈췄다는 차범근의 물건은 의외로 소박한 '계란받침대'였다.

나의 우상이었던 그가 낯선 독일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할 때 가족들의 식탁을 지켜주었던 '계란받침대'는

외로운 이국생활에서 가족들과 둘러앉아 따뜻한 음식을 나누고 사랑과 소통의 현장을 지킨 증인같은 것이었다.

 

 

힘든 13년의 독일 유학생활을 버티고 독일 대학의 강단에까지 섰던 김교수의 물건은

'만년필'이란다. 어려서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그늘이 싫어 소통하기를 피하기만 했던

그가 박사학위를 받자 금색 몽블랑 만년필로 축하해 주셨던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고

이제 그 만년필을 통해 아버지의 아들과 아들의 아들에게 이어지는 소통을 경험하고 있다.

이렇듯 남자에게는 자신만의 '뮬건'이 있단다.

천군만마를 호령하는 장군같은 위엄을 느끼게 해주는 이어령의 '책상',

번잡한 일상에서 때로 앙금처럼 가라앉혀 평화를 느끼게 해준다는 문재인의 '바둑판'

다시 태어나면 소설가는 하기 싫다는 박범신의 '목각 수납통'.

못생긴 조영남을 얼굴 반 쪽을 가려준 검은 뿔테 안경은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뒤바꿔준

긍정의 물건이기도 하다. 하긴 좌충우돌 말많고 탈많은 연예생활에서 여전히 그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그만의 특별한 아이덴티티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가 선물한 면도기를 여전히 손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는 이왈종화백에게는

정많고 감수성 짙은 예술가의 면모가 그대로 느껴진다.

'남자는 울면 안된다.' 고 배웠던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외롭다.

여자들처럼 맘껏 수다를 떨지도 못하고 재미있게 사는 법도 모르는 그들에게 '물건'은 자존심이고

친구이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의 표상이다.

 

 

심리학 교수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외롭다. 어두운 술집에서 폭탄주를 들이키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고 계속 부추기는 김교수는 정말 외롭지 않을까.

오십줄에 들어선 그의 얼굴에도 슬쩍 바흐의 첼로곡 '아리오소'의 흐느낌같은 연민이 느껴진다면

'욱'하는 그가 또 화내며 달려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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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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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 속에 가시 하나쯤 박혀있지 않을까.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깊은 곳에 콕 박혀있다가 수시로 찔러대는 날카로운 가시같은 아픔말이다.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의 작가 김려령은 왜 유독 뾰족 뾰족 온통 날이 선 아이들의 이야기를

써야만 했을까. 질풍노도라는 표현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마치 작두위에서 맨발로 춤을 추는

아이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어떻게 다 알아낼 수 있었을까.

물론 그녀도 나도 그 어둡고 축축한 시간들을 지나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뒤를 이어 그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모른척 하면서

잘도 살아가건만 왜 그녀는 아픈 아이들에게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가.

 

 

 

세상이 바쁘게 돌아갈 수록 혼자 남겨지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밖에서 문을 잠그고 일하러 가는 부모도 있고 하루종일

어린이집이나 친지들의 집에서 버림 받은 아이처럼 자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섬세한 손 감각을 타고난 해일은 열 두살 위의 형 해철이와 아파트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한 때는 잘 나가는 가발기술자로 일했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버려진 아이처럼 홀로 커야 했던 해일이는 일찍 철이 들었고 부모에게는 기특한 아들이었다.

하지만 침착하고 조용한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아픈 가시같은 비밀이 박혀있다.

생계형 도둑도, 낭만적 도둑도 아닌 자신의 의지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도벽이 바로 그것이다.

같은 반 친구인 지란역시 수 많은 여자들과 문제를 일으키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재혼을 한

엄마와 낯선 새아버지와 가족이 되어야 하는 과제가 버겁기만 하다.

수시로 전화하고 문자를 해대는 친아버지는 바로 그녀의 가슴 속에 박힌 아픈 가시이기도 하다.

 

'허는 그때까지도 자식이 부모에게 들이대는 윤리와 도덕의 잣대가 얼마나 엄격한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부모의 손은 다른 남녀와 살짝만 스쳐도 안 됐다. 그런데 허의 손은 다른 여자의 손을

지나치게 많이 잡았다. -180p

 

누구나 부모가 될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부모가 되는 일은 이렇듯 힘든 일이다.

무심코 한 말들과 행동들...그리고 자신들의 삶을 가벼이 하거나 혹은 버거워 허우적거리다가

놓쳐버린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 것들로 하여 상처받았을 아이들의 아픔이 묵직하게 전해져온다.

 

 

 

어리고 미숙하게만 보이는 아이들의 세계에도 위계가 있고 포식자가 있으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맞서고 때로는 어른들보다 현명하게 세상을 고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대학지상주의의 학교에서 아이들과 시선을 맞춰주는 용창느님과 같은 선생들이

많아진다면 삭막한 아이들의 가슴속에 꿈을 키우는 꽃밭하나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우연히 달걀을 부화시키겠다고 선언한 해일과 결국은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의 신세로

막을 내릴지도 모르는 병아리 탄생을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지켜보는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가족들의 사랑은 결국 서로 기대어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작가의 강렬한 메시지일 것이다.

심장 속에 박힌 가시는 결국 내 힘으로 뽑아내야 하지만 사랑으로 잘 키운 삶의 근육들이

자연스럽게 가시를 밀어낼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준다면 그 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나역시 여전히 미운 사람들이 많지만 좋은 사람 아프게 그냥 떠나보내는 실수는 더 이상

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노라고 다짐해본다. 늘 이 작가의 작품을 보고나면 느끼는 일이지만

희미하고 느슨해진 삶을 부끄럽게 하고 눈물 한 방울 떨구게 함으로써 몸 안에 고였던 어둠의

그 무엇들을 덜어내는 카타르시스의 감동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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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내 인생 - 이 시대 최고 명사 30人과 함께 하는 한 끼 식사
신정선 지음 / 예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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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명사들이 그리워하는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부유한 어린시절을 지난 행운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가난하고 지단한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꼽는 음식들은 푸짐하고 화려한 음식들이 아니고 가장 힘들고 외로웠을 때 그들의 영혼을

채워주었던 소박한 음식들이었다.

전라도 정읍인 고향인 신경숙작가가 꼽은 깻잎짱아찌나 여수가 고향인 사진작가 배병우씨가 꼽은 민어찜,

어질어질 황홀한 냄새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는 이진우시인의 뽈락구이같은 음식에서는 고향의 내음이

듬뿍 묻어있다.  칠성급 호텔의 주방장까지 지낸 에드워드권은 곱상한 외모와는 다르게 어린시절 가출과

방황을 거듭하다 터미널 근처 에서 만난 순댓국 한그릇으로 가슴이 뜨거워져 바로 집으로 되돌아 왔다고도 했다.

유학시절 고국을 그리워하다 만난 이원복화백의 돈가스며 황주리화백의 짜장면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그리움이

듬뿍 담겨있었다.

 

'제 추억의 농축액은 짜장의 색깔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움을 섞어서 고독을 비볐을 때 제대로 윤기가 반짝이는

물감이지요. 세상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그 물감을 입고 저의 그림은 추억으로 젖어갑니다.' -110p

 

누구에게나 애틋한 추억이 어려있는 짜장면 곱배기가 버거워질 때 문득 나이가 들었다고 느꼈다는 박찬일작가의

말에 절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제 그마저도 버겁다고 도리질을 하는 위장과 타협해야 하는 나역시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곱배기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콩국 한 그릇에 가장이었던 아버지의 무거움을 이해하고 수수부꾸미의 달콤한 맛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는

이사람들의 특별한 감성에 목이 메인다.

나에게 특별한 음식은 무엇이었던가. 열 서너살때쯤 뽀빠이 만화영화가 방영되는 일요일 아침.

또각 또각 도마소리에 잠을 깨고 보니 구수하게 코끝을 간질이던 냄새.

국물이 넘쳤던지 연탄냄새와 어우러져 풍기던 동태찌개의 냄새에는 가난한 어린시절 평화로운 아침의 넉넉함과

그뒤에는 많이 누리지 못했던 단란한 가족들의 아침밥상에 대한 그리움으로 각인되었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음식이건만 누구에게는 눈물이고 그리움이고 삶을 지탱해준 기둥같기도 한 무엇인 것을.

 

'맛이란 것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은 없는 거에요. 제가 지금 팥칼국수를 얘기하고 있지만, 팥칼국수를

중심으로 해서, 지금은 사라져버린 부재의 기억과 냄새를 말하고 있는거죠. 맛이든, 기억이든, 냄새든, 추억이든

절대적으로 존해하는 건 없어요. 우리가 어떤 음식의 맛을 얘기할 때는 언젠가 누군가와 먹었던 그때 그 맛을

찾는 것이지. 지금 실재하는 맛이 아닌거죠. 다시 떠올리면서 되살릴 수는 있지만 그 맛은 없는 거에요.' -278p

 

연기든 사업이든 어느 분야에 정상에 섰다는 명사들이 말하는 최고의 음식은 모두 추억과 그리움이 담겨있다.

이제는 뒤를 돌아봐도 좋을 나이에 서서 우리가 만나고 싶은 것은 지나간 시간들속에 서있던 나 자신이 아닐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속에 다시는 먹을 수 없는 그 순간들의 음식이 그립다는 건 우리가 늙었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기자로서의 날카로운 눈으로 골라낸 명사들의 음식이야기속에는 다양한 삶을 모아 다듬고

펼쳐 단아한 접시위에 올려놓은 맛깔스런 인생이 녹아있다.

아 그립다 그시절...나도 맛있다 내인생..하고 말하고 싶지만 돌이켜보니 과이 추천할 만한 인생이 아닌듯하다.

아 여전히 무겁다, 내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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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픽션 - 쿨하지 못한 남자의 웃기는 연애담
손여름 지음, 전계수 원작 / 시아출판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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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필수, 결혼은 선택!

사랑 한 번 못해본 사람은 없겠지만 참 쉽지 않은 것도 사랑놀음이다.

서로 좋아하면 그만이지 왜 경영이 필요하지?

 

 

등단 4년차에 겨우 소설책 한 권을 발표한 비유명작가인 구주월은 단지 독일어를 전공했다는

것 만으로 베를린의 도서전시회에 가게된다.  그 곳에서 영화를 수입하는 일을 하는 여자 희진을

만나게 된다. 결국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 지구를 반바퀴 돌아 먼 타국에서라도.

얼마전 사귀던 여자와 단지 감자탕을 못먹는다는 이유로 헤어진 주월에게 희진은 천사와도 같았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미모까지...다만 돌싱에다 겨드랑이에 무성한 털이 있다는 점이 조금 껄끄럽긴 했다.

언제부터 여자들이 겨털을 밀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야하다고 소문난 영화 '색계'에 나왔던 탕웨이의

겨털이 한동안 웃음거리가 된 것을 보면 겨털을 밀지 않고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이별을 각오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별 볼일 없는 주월은 애써 겨털을 잊고자 한다. 더구나 새로운 사랑은 그의 창작열을 불태워

연재소설 '액모부인'을 탄생시켜 그가 작가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게 된다.

사진학과 출신인 희진이 남자를 모델로 누드사진을 찍었고 그 때마다 상대와 잠을 잤다는 사실을

알게된 주월은 자신의 마음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고 그녀를 멀리하게 된다.

서먹서먹한 관계는 희진의 이별선고로 끝이나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둘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는 것

처럼 보였다. 사랑의 언어로 암호같이 외쳤던 '방울방울해'는 다시 외칠 일이 없을 것인가.

아 왜 우리 인간들의 사랑에는 '권태'가 숨어있는 것일까.

잠시만 방심해도 귀신같이 달려드는 권태는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갈라놓고 희희덕 거리는지.

하지만 가슴속에 남은 희진에 대한 그리움으로 주월은 괴롭다.

아버지가 살고 있는 알래스카로 돌아간 희진의 마음속에 주월이 남아있을까.

영화예고편으로 하정우와 공효진의 알콩달콩한 사랑놀음을 봤던터라 책을 읽는 내내 두 배우의

토닥거림이 그대로 전해진다.

고기를 먹지 못하는 남자와의 데이트는 참 힘들 것 같다는 생각과 쿨한 희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그래 우린 모두 연애라는 정글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까스로 생존방식을 체득한

원숭이들일뿐이야. 로맨틱 침팬지 말이야." -205p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서야 결국 내 것이 되는 단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사랑은 픽션(허구)이지만 논픽션이기도 하다.

먼 곳에 있는 사랑은 아름답지만 내게 온 사랑은 날 것같은 현실 그 자체이다.

때로는 여우처럼 때로는 전략가처럼 사랑도 경영해야 한다는 걸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방울방울해'를 영원히 하고 싶다면 수많은 실전을 통한 노하우를 축적하여 경건하게 맞짱을

떠야하지 않을까. 블링블링한 사랑이 부럽다면 말이다.

오래전에 내게도 이런 불같은 사랑이 있었음을 기억나게 해주었던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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