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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형 인간 - 일, 생각, 미래를 기록하면 삶이 달라진다
이찬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먼저 불편해지는 것은 바로 기억력이다.
깜빡깜빡 하는 정도의 건망증정도라면 다행이지만 어느 날은 치매가 아닌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우리는 고작 뇌의 일부분만을 활용하는 정도라는데 이나마도 나이가 들수록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모양이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은 모든 부분에서 우리보다 월등한 점이 많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특히 그들의 기록문화는 가이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저자역시 일본사람들과 회의를 하면서 그들의 메모정신에 놀라움을 느꼈다고 했듯이 우리가
활용하지 못하는 뇌의 능력을 대신할 기록정신이 돋보이는 민족이다.
젊어서 전화번호 몇 십개 정도는 훌쩍 외우기도 했지만 핸드폰이 나오면서 그마저도 외울 필요가 없어졌으니 문명이 발달되고 인간의 영역을
대신하는 기기들이 많아질 수록 우리 뇌는 할일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매일 회의를 하고 회의일지를 쓰면서 하루를 설계하고 일의 분배함으로써 능률을 높힌다.
그날 어떤 주제가 오갔고 누가 참석했는지 일을 누구에게 분배했는지 회의일지를 통해 증거를 남기게 된다.
일단 기록이 되면 그 자체가 증명서가 되는 셈이다. 이런 단순한 일지 하나도 바로 기록문화가 된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기록하는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오랫동안 비행기승무원으로 근무했던 사람이 썼다는 책에는 비지니스클래스의 고객들은 펜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글이 있다고 한다. 늘
기록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이라 펜과 메모지는 늘 함께 하는 이유라는데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몇 배는 비싼 값을 내고 타야하는 비지니스
클래스의 고객의 성공비결중에는 '기록의 습관'이 있다는 뜻이다.
정조의 업적으로 유명한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의 에피소드를 보니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한국전쟁당시 소실되었던 화성을 화성건축 공사기록서인 '화성성역의궤'를 보고 완벽하게 복제되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만약 그 기록이
없었더라면 그 아름다운 화성을 후세의 우리들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정조와 정약용의 앞선 기록정신이 유산을 지킨 셈이다.
조선왕조실록같은 기록문화유산이 없었다면 우리는 당시의 시간들을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10년 전 오늘 내가 무슨일을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거의 기억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일기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처음에 습관을 들이기는 어렵지만 정형화된 형식에 구속되지 말고 간단한 메모같은 것들부터
시작해보라고 조언한다. 부담없이 쓰다보면 절로 형식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 기록유산을 찾아보았다. 어린시절 억지로 썼을 일기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20여년 이상 써온 다이얼리들은
연도별로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하루의 일과를 간단하게 정리하는 습관은 아주 좋았던 것같다.
이 다이얼리들을 보면 당시 무슨일을 했는지 기억하기가 좋다. 일기까지는 쓰기 어렵지만 이런 간단한 메모도 큰 도움이 되는 걸보면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으라는 조언과 메모지를 고르는 법까지 기록을 위한 조언들이 가득하다. 만화와 잡지를 제외한 실제 우리나라
국민의 월 평균 독서량은 0.4권이라니 참으로 부끄러운 통계이다.
지하철을 타도 책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만 빼곡하다. 책과 메모지를 대신하는 스마트폰의 과도한 집착은 미래를
어둡게 한다. 책을 질감을 느끼면서 읽는 기쁨과 필체를 보면서 상대의 성격까지 파악했던 호기심들도 사라지고 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남기자.
우리가 후세에게 남겨야 할 것들을 기록하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비지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되는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