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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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는 즐거운 일이 별로 없어요. 좀 슬프게 지내세요.」

이사벨은 이러한 주장을 관심 있게 들었다. 그 관심을 드러내지 않으려니 거의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숨겨야 했던 것은 그녀의 자존심과 체면 의식 같은 것 때문이었다. 그녀는 팬지에게 그녀의 부친에 대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말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지만 즉시 억제했다.

p.552



이사벨은 오즈먼드의 부탁을 받고 피렌체에 있는 그의 집에 들러 그의 딸 팬지를 만난다. 원래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피렌체에 머무는 사흘 중 마지막 날에 그의 집을 방문하려 했다. 그러나 마담 멀과의 대화 중 마담 멀 역시 토스카나 산속의 고성으로 떠나기 전 오즈먼드의 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해서 이사벨이 같이 가자고 제안했으나 마담 멀은 굳이 같이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이에 이사벨은 혼자 방문하겠다고 이야기하고는 계획을 변경하여 바로 오즈먼드의 집을 방문하였다.

이사벨은 팬지를 만나보고 팬지에게 상당한 매력을 느꼈고 오즈먼드의 집에 머무르며 팬지와 이야기하는 동안 오즈먼드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깨닫는데….


이사벨에게 정말 똥멍충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왜 주인도 없는 집에 굳이 남의 딸을 보러 가는 거지? 오즈먼드와 마담 멀이 친하니까 마담 멀에게 가는 길에 오즈먼드의 부탁을 전해달라고 이야기하면 되지, 언제부터 자기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고.

그래, 지 무덤 자기가 파고 눕겠다는데 누가 말리겠어. 이제 얼마나 깊이 무덤을 파고 들어가는지 잘 지켜봐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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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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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다시피 그는 원본을 좋아했고, 희귀한 물건이나 탁월하고 정교한 것들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 영국인과 귀족 계층의 훌륭한 표본으로 간주될 만한 워버턴 경을 보았으므로, 그처럼 고귀한 남자의 청혼을 거절함으로써 자신이 까다롭게 수집한 물건들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을 갖춘 아가씨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더욱 새롭게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p.528



천하의 헛똑똑이 이사벨은 오즈먼드에게 자신이 로마에 있는 동안 그도 로마로 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해서 이사벨은 로마에서 우연히 만난 워버턴 경에게는 선을 그으며 냉대하고 그녀를 만나러 온 음흉한 계략남 오즈먼드에게는 호의를 표한다. 이사벨은 그렇게 다시 자신에게 퇴짜 맞고 로마를 떠나는 워버턴 경을 보며 냉소했고, 오즈먼드에게는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한껏 자신에게 도취되어 잘난척한다.


읽는 동안 이사벨과 이사벨의 친구에게 너무 화가 났다.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이사벨이 세상을 바르게 보려면 헨리에타 같은 사람과 친구가 되면 안 되었다. 하긴 헨리에타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이사벨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총체적 난국이긴 했다.

헨리에타 역시 이사벨처럼 타인의 생각을 무시하고 본인의 생각과 가치관만 옳다고 주장하는 편협한 사고를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타인을 낮추어 평가하면서 왜 자신들은 존중받으려고 하는지.

읽다가 오히려 오즈먼드가 하는 말에 수긍이 갔다. 주변에서 이사벨이 생각이 많고 똑똑하다고 말하니 오즈먼드는 그녀가 생각은 너무 많지만 다행히 틀린 생각들이라고 단언하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제발 현실을 똑바로 보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이사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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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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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 제 방식대로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는 언제나 알고 싶어요.」

「해서는 안 될 일들을 하려고?」 이모가 물었다.

「선택하려고요.」 이사벨이 대답했다.

p.134



이사벨은 자만심에 빠지기 쉬운 아가씨였다. 근거가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곤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가 찬사를 보내곤 했다. 전체적으로 이사벨의 지식은 빈약했고, 이상은 드높았다. 그녀는 독단적이었고, 남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자신에게 한없이 너그러웠다.

워버턴 경이 터치트 부자의 초대를 받고 그 가든코트에서 머물고 갈 때 이사벨은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표하며 밤늦게까지 이야기하려고 했다. 이에 터치트 부인이 영국에서의 예의범절을 이야기해 주며 그녀에게 같이 방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하자 이사벨은 분노 같은 것을 내비쳤다.


대체 미국에서 주위 사람들은 이사벨을 왜 그리 떠받들어서 이사벨이 자신의 본모습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책을 쓰려고 시도한 적조차 없는데 책을 쓰고 있다고 소문이 난다거나 빈약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이사벨이 비범한 학식을 갖고 있다고 떠들다니.

그리고 이사벨은 그런 잘못된 소문을 알아도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찬사를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의 허영심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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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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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내가 자기보다 먼저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어. 오빠도 알고 있어?」

「응.」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언니는 내가 누구와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알아?」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게 오빠란 말이야!」 그녀가 소리쳤다.

p.84



12월 말경, 아벨과 르아브르의 플랑티에 이모 댁에 간 제롬은 축제일에 이모 댁에 온 알리사와 쥘리에트를 만났고, 제롬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던 알리사는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들 때문에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제롬 곁을 떠나 다른 방으로 가버렸다. 이에 제롬은 안색이 좋지 않던 알리사가 걱정이 되어 그녀 쪽으로 가려 했지만 문간에서 반쯤 몸을 숨긴 쥘리에트에게 붙잡혀 온실로 불려가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바로 알리사가 제롬과 쥘리에트의 결혼을 원한다는 말이었다.


대체 그날 정원에서 어떤 말을 들었었기에 알리사는 쥘리에트와 제롬이 결혼하길 바라는 걸까?

제롬은 외사촌들 사이에서 줏대 없이 뭐 하는 건지…. 어릴 때부터 노는 것은 쥘리에트와 놀았다고 하니 쥘리에트가 제롬에게 그런 정을 품었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이제 거의 성인이나 다름없으니 제롬이 확실한 선을 그었어야 하지 않나? 걸을 때 쥘리에트 허리에 손을 꽉 두르고 바싹 붙어 걷는 건 또 뭔지.

그리고 세상에 남자가 제롬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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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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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에 그녀가 말했다. 「자, 이제 나는 처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식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군.」 그녀의 사촌이 대답했다.

「그렇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여자들은 끔찍하게도 무지하거든요.

「너는 대부분의 여자들과 전혀 다른 것 같구나.」

p.99



이사벨은 아침나절에 여행해서 기진맥진했지만 영국에 온 들뜨고 흥분된 기분으로 쉬러 가지 않고 저택에 있는 그림들을 보여달라고 랠프에게 청했다. 랠프는 저녁이어서 빛이 충분히 밝지 않아 그림을 돋보이게 해줄 수 없다고 화랑을 돌아 보는 일을 다음 날로 미루자고 했지만 이사벨은 굳이 당장 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랠프의 안내로 그림을 본 후 이사벨은 자신이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소설에서는 이사벨이 머리가 좋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기준에서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는 것일까? 돈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내세우며 이모인 터치트 부인에게 신세를 지기 싫다고 입으로만 이야기하고, 실제로는 터치트 부인이 경비를 대며 영국으로 데리고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이 스스로 경비를 대면서 여행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머리가 좋다면서?

잘난 척하면서 머릿속은 허영으로 텅 빈 여자가 아닐까?

자기가 잘났다고 입으로 말만 하는 이사벨이 아니라 정말 똑똑한 이사벨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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