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연대기 - 조선을 뒤흔든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사건 80
유정호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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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이해하는 아주 쉽고 재미있는 교양역사서!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무엇을 배워야 하고또 경계해야 할 것인가!

 

 

 

  • 궁문 서쪽에서 줄을 지어 영접하니태조는 말에서 내려 걸어서 전(殿)으로 들어가 왕위에 올랐다태조는 여좌를 피하고 기둥 안에 서서 여러 신하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 태조실록》 1권 / 18p

 

  • (…그러므로 짐이 이에 결연히 내성하고 확연히 스스로 결단을 내려 이에 한국의 통치권을 종전부터 친근하게 믿고 의지하던 이웃 나라 대일본 황제 폐하에게 양여하여 밖으로 동양의 평화를 공고히 하고 안으로 팔역의 민생을 보전하게 하니 그대들 대소 신민들은 국세와 시의를 깊이 살펴서 번거롭게 소란을 일으키지 말고 각각 그 직업에 안주하여 일본 제국의 문명한 새 정치에 복종하여 행복을 함께 받으라.” - 순종실록부록》 1권 / 510p

 

 

 

  1392년 7월 17수창궁에서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올랐다그 뒤 오랜 시간이 흘러 1910년 8월 29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이 일본국 황제에게 통치권을 양도함으로써조선은 500년의 세월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그러나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오롯이 기록으로 보전한 선조들 덕분에 우리는 그로부터 한참이나 세월이 흘러서도 조선을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외세의 침략과 일제 강점기라는 부침의 세월을 고려했을 때 조선왕조실록이 원본 그대로 보존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여기에 전산화 작업을 통해 누구나 실록을 쉽게 열람하고 접할 수 있도록 한 점은 거듭 자랑스럽기까지 하다다만 담고 있는 내용의 양과 범위가 방대하고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용어와 개념이 등장하여배경지식이 없다면 당시 사건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데가 있다.

 

 

 

  따라서 조선 왕 연대기는 어떻게 하면 실록과 함께 조선 역사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전할 수 있을까 고심 끝에 완성된 교양역사서다마치 드라마를 보듯 조선 왕 27인의 연대기를 중심으로 80가지 주요 사건을 추려내방대한 조선의 역사를 유려한 흐름으로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다조선 초기와 중기후기를 나누어 연표로 정리하고실록 속 실제 문장을 수록해 실록을 읽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청소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재미있게 읽히는 역사서를 찾으시는 분들이라면조선왕조실록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순조 때 기록된 두문동실기에 따르면 조선 건국을 인정할 수 없었던 조의생맹호성 등 72명의 고려 관료들이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에 있던 두문동에 들어가 은둔했다고 해요조선에 많은 인재가 필요했던 이성계는 이들에게 조정으로 나와 백성을 위해 일하라고 여러 번 권유했습니다그럴 때마다 이들은 조선 왕조를 받들 수 없다며 계속 거부했어요이성계는 자신을 따르지 않고고려만을 그리워하는 이들로 인해 민심이 흔들릴까 두려웠어요어떡하든 두문동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불을 질렀는데이들은 고려의 충신으로 불타 죽는 것을 선택해요. (이후 사람들은 집 밖에 나가지 않는 행동을 두문불출이라 불렀습니다. / 26p

 

 

임산부가 건강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출산 한 달 전부터 일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조치를 한 거예요그런데 이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산모의 남편도 한 달 동안 복무를 면제하여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했어요아마도 이것은 남편에게 출산 휴가를 준 세계 최초의 출산 장려 정책이 아닐까 생각돼요그렇다면 세종의 출산 정책은 비단 인구 증가만이 목적이 아닌 천민도 백성으로 여기며 아껴 주려는 애민 정신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 85p

 

 

 




 

 

 

 

  개인적으로는 성종 시절에 쓰인 기록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그 중 하나가 가난해서 시집가지 못한 자를 뽑아 관에서 치장하는 밑천을 주어 그들을 시집보내도록 하며그 나머지도 혼인시키도록 독촉하고 아울러 가장을 국문하도록 하라” 하였다는 기록이다성종은 혼기가 찬 여인들이 형편이 어려워 혼인하지 못하는 것을 크게 우려하며 재위 기간 내내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게 했다 한다이렇게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을 돌보려 노력한 점이 인상적인데그 와중에 신분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남성과 잠자리를 가져 문란한 생활을 한 어우동에게는 최고의 형벌인 사형을 선고했다 하니성리학적 질서를 조선에 뿌리내리고 싶었던 군주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보게 한다.

 

 

 

  한편부국강병을 꿈꿨던 성종은 후추가 국제 사회에서 매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후추 씨를 구하는 데 열을 올렸다하지만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이를 악용하는 바람에 오히려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었는데오랜 세월 아무 성과가 없는 만큼 포기하라는 신하들의 조언을 듣고 성종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포기했다 한다책은 이에 대해 성종이 부국강병을 이루어 백성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성리학적 질서를 지키면서도 실리를 중요하게 여긴 점농업만 강조하던 사회 분위기를 뛰어 넘어 후추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점 등을 높이 평가한다덕분에 오늘날 왜 성종이 세종 못지않은 성군으로 평가받는지 이 책을 통해 실감하게 된다.

 

 

 

유네스코에서도 1990년부터 세계의 문맹 퇴치에 공헌을 한 사람에게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을 주고 있어요이것은 한글이 문맹을 낮추는 데 최고의 문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또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2,900여 종의 문자에서 한글이 가장 우수하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어요그래서일까요영국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은 한글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높이 평가했어요독일 언어학자 하스펠마트는 10월 9일을 세계 언어의 날로 기념하자고 제안했고요어떠세요우리 한글이 자랑스럽지 않은가요아직도 우리 한글로는 올바른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고 생각하시나요? / 104p

 

 

비변사 낭청이 아뢰었다. “대마도주가 보낸 서계 안에 금년 봄에 다수의 적도들이 배를 손질하는데 어떤 나라를 침범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약 귀국을 침범하고자 한다면 즉시 보고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그 서계에 침범하려 한다라고 한 말이 노부나가의 말과 같으니믿기 어려운 거짓말이라고 하여 미리 조치하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그러므로 오늘 대신들이 회의하여 각도의 방어사와 조방장에게 마련하도록 하였습니다.” - 선조실록》 9

 

 

 

  지금의 관점에서야 이미 예견된 일처럼 보이지만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7년 전에 이미 일본이 침략할지도 모른다는 기록이 있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그 사이 끊임없이 일본이 쳐들어 올 것이라는 정보가 흘러들어왔음에도 당시 조정은 종계변무(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조상이 엉뚱하게도 정적이던 이인임으로 되어 있는 명나라 법전 대명회전의 내용을 바로잡고자 했던 과정)에 매달려 있었다는 것이 애석할 따름이다만약 조선이 좀 더 일본의 침략을 대비하여 국방력을 강화했더라면 임진왜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지혹은 일본이 침략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포기할 수도 있지 않았을지 그저 아쉬움만 가득하다.

 

 

 

문제는 조선 후기 여성들이 가체를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 용품으로 여겼다는 데 있어요많은 여성이 가체를 사는 데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그로 인한 사회적 물의가 연달아 일어났어요도대체 가체가 얼마나 비쌌길래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것일까요? (좋은 가체의 경우 여러 채의 집값과 맞먹을 정도로 고가였어요지금의 우리는 그렇게 큰 비용을 지불해서 가체를 사지 않겠지만조선시대의 여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자신이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을 과시하고자 어떡하든지 가체를 사고 싶어 했어요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보니 가체의 가격은 점점 더 높아지기만 했습니다. / 410p

 

 

 



 

 

 

 

  이 책을 읽다보면 조선왕조실록이 역사적 사료의 가치를 넘어서서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큰 기록물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특히 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쫓겨난 연산군과 광해군조차 연산군일기와 광해군일기라는 이름으로 기록을 남겼다는 점편찬된 실록은 후손 왕이 보지 못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지켰다는 점, ‘수정실록이 존재하나 기존의 실록은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보전했다는 점은 우리로 하여금 역사 속에서 무엇을 경계해야 하고 또 배워야 하는지를 엄중히 생각하게 한다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조선왕조실록의 가치가 더 크게 다가올 듯하다언젠가 이 책을 우리 아이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아울러 많은 청소년들이 꼭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극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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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살인사건
애슐리 칼라지언 블런트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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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느라 잠을 잊었다!

현재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가장 잔혹한 이야기!

 

 

 

  ‘마네킹이다마네킹이어야만 했다.’

  이른 아침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복숭아색 새 탱크톱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조깅에 나선 레이건은 우연히 좁은 깁스 레인 거리에서 알몸이 드러난 여자의 시체를 발견한다마네킹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인간의 몸이 저렇게 반으로 깔끔하게 쪼개질 수 있을까한쪽 가슴이 사라지고 없는 데다 입은 조커의 기괴한 미소처럼 양쪽이 찢겨 있다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죽은 여성이 자신과 쌍둥이처럼 꼭 닮았다는 점이다레이건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다자신과 똑같이 생긴 시체그것도 레이건 그녀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서하필이면 그녀가 발견한 걸 과연 우연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혹시 그가… 돌아온 걸까?

 

 

 

비슷한 외모의 여성 연쇄 살인을 둘러싼 추악한 진실

 

 

 

  『도플갱어 살인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쇄 미스터리 스릴러로주인공인 레이건이 길에서 자신과 닮은 시체를 목격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레이건은 자신과 그녀가 관련이 없을 거라 믿으면서도 경찰에 전화를 하기는커녕 달아나듯 현장을 빠져나간다마지막으로 본 게 5년 전이지만자신을 줄곧 스토킹해왔던 가 돌아온 게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한국에서 몇 년을 보낸 것도 모자라 시드니로 돌아와서도 스마트폰이나 SNS까지 철저히 차단한 채 은둔하다시피 살아온 그녀인데그날 길에서 발견한 시체가 잊고 있었던 를 재소환한 것이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지벌써 5년이 지났다다시는 외출할 때마다 전쟁이라도 치르는 듯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그럴 필요도 없었다그가 아니었으니까복도에 떨어져 있던 회색빛이 도는 연한 베이지색 속옷은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골목길에 있던 시체 없던 시체 역시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 18p

 

 

 




 

 

 

 

  이제 겨우 경영난에 빠져 있던 화원 운영도 정상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는데이제야 겨우 믿고 의지하고픈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자신의 절친인 처럼평범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얻게 되었는데안타깝게도 운명은 레이건을 철저히 깨부수기라도 작정하기라도 한 듯 이때부터 그녀의 신상을 위협하는 의문의 사건들이 차례로 일어난다.

 

 

 

  그런 가운데 레이건과 닮은 또 한 명의 시신이 발견되고이 사건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으로 확대된다설상가상으로 이제 경찰은 죽은 여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레이건이 사건과 뭔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하는데이 모든 게 정말 가 쳐놓은 덫에 그녀가 빠져든 것일까아니면 그녀의 지나친 피해망상일까거듭되는 의심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소설은 충격적인 이야기로 마지막까지 독자들의 숨통을 조인다.

 

 

 

말이 되는 게 정말 하나도 없어서 걱정돼경찰이 널 의심하길 바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여서크리스탈의 시체를 발견한 건 그냥 미친 우연이었잖아그런데도 경찰에 신고를 못 하겠다고 하니 오히려 의심이 간다고심지어 지금은 너를 찾고 있는데도 여전히 경찰에 안 가려고 하고너 그거 완전 피해망상이야.” / 235p

 

 

저는 인터넷만 안 쓰면 저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저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고요삶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여자들 탓으로 돌리도록 사람들을 세뇌하는 여성 혐오 커뮤니티들이 그 안에 존재한다는 것조차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하지만 이런 커뮤니티에서 내세우는 폭력성은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끼쳐요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죠.” / 357p

 

 

 



 

 

 

 

  잠을 잊을 만큼 강렬한 몰입감에 사로잡힌 작품이다특히나 2부부터는 질주하듯 내달렸다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단번에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추리력을 요구하지 않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진실과 레이건의 이상행동(고구마를 잔뜩 먹은 기분이지만), 마지막까지 주변 인물들을 의심하게 되는 전개가 시종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무엇보다 신상 털기여성 혐오스토킹딥페이크 기술가짜 동영상 등 현재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가장 잔혹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데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더 끔찍한 공포로 다가온다덕분에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오늘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이무심코 올린 SNS 글이 누군가의 표적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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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색깔 나라와 꿈
늘리혜 지음 / 늘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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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 마음’!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일곱 색깔 나라드넓은 세계관 안에서 완성될 특별한 이야기!

 

 

 

  이곳은 피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한 피의 빨강나라였다마치 괴물이 아가리를 벌려 붉은 독이 묻은 침을 흘리는 것처럼 하늘에서 핏빛 비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사람들은 모든 걸 태워버리는 피의 비를 피해 심장으로 몸을 피했지만 그곳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왜 피의 비가 내리는 것인지 그 이유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단 한 번, ‘심장’ 안에서도 피의 비가 내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적 있었다그 중심에 루노가 있었다수노와 파시오는 악이 신의 심장을 훔쳐 그 힘으로 루노를 이용해 저지른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분명 루노는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거라고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으면서그러기 위해서는 피의 빨강나라를 둘러싼 비밀을 알고 있을 사도를 만나 반드시 심장’ 중심에 닿아야 했다.

 

 

 

  하지만 루노에게 찾기 위한 여정은 순탄치 않다주인공인 수노는 피의 사건’ 이후 사라진 루노의 행방을 좇다 몇 번이나 큰 위기에 처하게 되고 그때마다 꿈속에서 희망의 노랑나라’ 사람인 플로로와 만나게 된다플로로를 만난 뒤부터 수노는 심장의 중심이자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도피의 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세워진 심장이라는 내부 시스템 전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이후 수노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잊어서는 안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이제껏 은폐되고 묻혀있었던 피의 빨강나라를 제자리로 되돌리려 한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끊긴 역사는 부자연스러워묻힌 역사를잊힌 역사를 되찾는다면 다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흐르지 않을까잊은 자든잊힌 자든.” / 161p

 

 

 

  이처럼 소설 일곱 색깔 나라와 꿈은 피의 비가 내리는 피의 빨강나라를 배경으로사라진 루노를 찾아 헤매던 끝에 마침내 잊어버렸던 진실에 다가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소설이다루노가 사라진 뒤 그저 인형처럼 살아가던 수노는 꿈속에서 플로로를 만나면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겨나는데소설 속에서는 이것이 사랑으로 표현되지만 개인적으로 플로로는 수노에게 있어 각성’ 또는 행동하게 하는 목소리에 더 가까운 존재였다고 생각한다편견의 장막을 걷고 나면 보이는 것들어쩌면 진실은 우리 모두가 불쾌하게 여기는 곳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통해 마침내 수노는 변화하고 진실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있잖아수노꿈으로 올 때 모두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오니까 현실에서도 무지개 위로 올라오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분명 무지개 위에는 모든 차원이 연결되어 있을 거야그러니 서로 다른 색깔의 나라에서 사는 우리도 만날 수 있을 거야.” / 82p

 

 

 



 

 

 

 

  피의 빨강나라축제의 주홍나라희망의 노랑나라자연의 파랑나라신의 보라나라눈의 하얀나라어둠의 검은나라.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일곱 색깔 나라라는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전작인 하늘에게』 보다 촘촘한 구성과 입체적인 캐릭터로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세계관의 완성을 기대하게 한다다음 작품을 위한 또 한 번의 도약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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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
인프제 보라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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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아프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나를 보듬어주어야 할 때!

세상의 모든 내향인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의 에세이!

 

 

 

 

  인스타그램에서 인프제 보라를 검색해보면 MBTI를 소재로 한 인스타툰 피드를 만날 수 있다해당 계정은 5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며 수많은 INFJ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INFJ에게는 선택권을 넘기지 말라는 경고에집에서는 세상 할 일 많은 INFJ들만의 특징들생각이 많고 불안한 INFJ를 위한 위로의 글까지. (나는 인프제 보라의 피드를 쭉 둘러보다 이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ENFJ인 나는 그간 ‘I인데 E인척’ 했던 게 틀림없었다는 사실을.)

 

 

 

가장 가깝고도 먼 나를 이해하는 시간

 

 

  『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는 바로 인프제 보라가 쓰고 그린 힐링 에세이다예민하고 섬세한 세상 모든 내향인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책이다작가는 유독 생각의 걸음이 느리고상처에 참는 걸 더 익숙하게 여기며남에게는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야박한괜찮지 않을 때조차 괜찮다는 말을 하는 게 익숙한 자신을 찬찬히 돌아본다원치 않는 것에 대한 무게까지 짊어지느라 지친 내향인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마음들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생각의 바다에서 한참을 헤엄치다 마음에 쥐가 나서 가라앉았다. / 16p

 

 

타인에게 베푼 관용 뒤에는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을 거야그러니까 너도 나를 미워하지 마.’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아마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었겠지. / 63p

 

 

 




 

 

 

 

  따라서 인프제 보라는 이제 쓸데없는 걱정으로 감정을 소모했던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나만의 기질과 속도를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것들만 받아들인다는 생각으로 나를 위한 것들만 남겨둘 것예민한 건 나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지켜주는 신체활동일 뿐이라 받아들일 것실수만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잘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을 것단점보다는 장점에 초점을 맞추며 내 성향에 맞는 나만의 방법을 찾으려 한다.

 

 

 

나는 띄엄띄엄 간격이 있는 점선 위로좋아하는 색깔의 색연필을 들고 천천히 따라 그린다그리고 두 점 사이 빈틈을 이어 나갈 차례가 오면 나에게 묻는다지금 하는 선택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맞는지하고 싶은 게 맞는지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는지 말이다빈틈을 지나갈 때 시간을 충분히 두고 촘촘히 채워나가는 사람일수록 취향이 뚜렷해지기 마련이니까취향은 나를 더 나답게 만드니까. / 24p

 

 

 

  한때는 세상 무너질 듯 괴로웠던 일들이 생각보다 별 게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왜 하필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절망이 바닥을 치는 순간그걸 잊을 만한 꽤 괜찮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인프제 보라는 이렇게 말한다삶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을 땐인생의 그래프를 물결 모양으로 그려보라고인생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반복이기에내리막길을 잘 내려가야 또 올라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거라고. “지금은 잠깐 아래쪽 곡선을 지나가고 있구나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겠구나.” 하고 차분히 상승 곡선을 기다려보는 마음이라면 지금의 상처가 조금은 더 견딜 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인생이란 수없이 지워진 흔적이 남은 종이 위에나만의 색으로 여백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라던 글귀처럼더 이상 지워진 흔적에만 연연하지 않고 다시 나만의 색으로 여백을 채워나가는 일에 신경써봐야겠다스스로를 소중히 다뤄주는 법에 대해 생각하는 하루하루가 모여 더 나은 일상이 될 거라고 믿어봐야겠다완벽하지 못하다고 해서 실패작인 것은 아니라고중요한 건 그걸 완성해나가려는 내 의지에 있다고 스스로에게 자주 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부디 이 책이 그런 마음들에 가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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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 신화·거짓말·유토피아
자미라 엘 우아실.프리데만 카릭 지음, 김현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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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인류의 진화와 함께해온 이야기의 총합이다!

이야기에 관한 놀랍도록 방대하고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품은 책!

 

 

 

  “인과 관계우리는 영원히 그 노예일 뿐이야. (이유야말로 진정한 힘의 원천이야이유가 없으면 당신은 무력해.”

  영화 <매트릭스속에서 인공지능 메로빈지언은 이렇게 말한다이는 인간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준다아주 오랜 옛날느닷없이 몰아치는 폭풍우와 번개 같은 자연 현상을 이해할 길이 없던 인간은 이를 관장하는 신이 있다고 믿었다또한 이승에서 희생하면 내세에서 보상받는다는 스토리를 통해 현세의 고통을 견딜 만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어떤 일이 왜 일어나는지모든 것에는 근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비록 논리적이지 않더라도인간은 예측할 수 없고 위협적 요소들조차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인간의 삶 곳곳에 존재해왔다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의 두 저자인 자미라 엘 우아실과 프리데만 카릭은 우리의 의식과 행동의 기저에는 수천 년 된 프로그램과 내러티브가 존재하고 있으며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숙이 닿아 있다고 전한다따라서 이들은 호모 나랜스 즉 이야기하는 인간으로서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켜왔는지 이야기의 오랜 역사를 추적하고자 한다또 이야기가 지닌 위대함과 불완전한 힘 앞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서사를 쌓아나가야 할 것인지 모색해본다.

 

 

 

왜 우리에게 좋은 이야기가 필요한가

 

 

 

  책은 크게 세 가지 구성을 통해 이야기에 관한 놀랍도록 방대하고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먼저 인간의 진화를 촉진시킨 강력한 도구로써스토리텔링이라는 문화 기술이 왜 인간에게 그토록 권능하고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살펴본다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진화 못지않게 이야기 역시 그 속에서 진화를 이루어왔다는 점인데단순히 위험을 경고하거나 집단의 결속을 다지는 데 이용되었던 이야기가 점차 불가해한 세상을 설명하고나아가 인간이 자신을 설명하고 자신만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데 이야기가 크게 기여해왔음을 엿볼 수 있다.

 

 

 

모든 존재에게는 자기보존이라는 가장 강한 욕구가 존재한다우리 인간 또한 죽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살려고 노력한다하지만 자신의 유한함을 알아야 죽음을 가급적 성공적으로 막기 위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인간은 가능한 한 좋은 삶길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과제를 극복할 때마다 자신의 유한성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이로써 우리는 성공적인 노력을 성찰하고 그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 78p

 

 

이야기는 우리 인간의 진화를 강력하게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우리는 수직적으로즉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특정 유전자를 전달함으로써 진화했을 뿐만 아니라 수평적으로즉 한 세대 안에서 특정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진화하기도 했다우리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여러 일화를 통해 보여주는 생존 기록이 되었다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문명이란 성공적인 생존전략과 이야기를 여러 세대에 걸쳐 재생산하는 것이다. / 90p

 

 

 




 

 

 

 

  두 번째로 책은 우리 안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해로운 내러티브는 어떠한 자기 서사를 기반으로 삼고 있는지 톺아본다이를 테면 능력주의성과주의인종주의반유대주의여성혐오 등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양극화 내러티브의 기원은 어디인지그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었는지 살펴본다이 대목에서 우리는 모든 집단이 자신들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그럴 듯하게 들리는 자기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으며이러한 서사는 종종 체계적으로 습득된 원형과 마스터플롯의 도움으로 자기의 관점만이 옳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워낙 정교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해로운 내러티브에 선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저자는 특히나 이야기가 과잉 공급되고 있는 오늘날선택 가능성과 자유의 폭이 더 넓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럴수록 서사를 단순화하려는 욕구를 촉발한다고 지적한다이른바 모호함을 제거하고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내세우려는 시도를 통해 누군가의 이익이 반영된 혹은 편향된 내러티브의 함정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적대자가 없으면 강력한 주인공도 없다전투에서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위협이 필요하다무엇보다 먼저 세계와 질서가 무너져야 한다무너진 틈 사이로 악이 침투하며 오로지 영웅만이 악을 제지할 수 있다그래야만 파시즘이 원칙적으로 취하려는 특별 조치-모든 다원주의를 철폐하고 폭정을 휘두르고 적은 패배시킬 뿐만 아니라 말살시키는 것(아돌프 히틀러)’-가 정당화된다. / 314p

 

 

즉 여성에게 책임이 있다는 비난이다여성의 죄는 아담과 이브 이야기의 배후에 존재하는 진정한 내러티브로 서사적 무의식 속에 깊이 스며드는 여성 혐오 선전이다즉 이러한 여성 혐오 선전에 따르면 교활한 여성을 막을 방법이 없기에 여성은 호르몬에 사로잡혀 나락으로 떨어지는 남성에게서 이득을 본다여성은 불가사의한 조종자이며 영웅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원인이다더 나아가 모든 사람의 고통의 원인이다이 고통은 이브에서 시작된다. / 392p

 

 

인터넷의 모든 자기 이미지는 의사소통 행위즉 언어화된 이미지 소통이 된다이미지가 영웅 여정을 기록한다기보다는 기록-우리의 영웅 일대기-을 지속적이고 영원한 우리의 서사적 자아 탐구로서 바로 이러한 영웅 여정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말하자면 셀피는 결과가 아니라 서사적 자아의 도구다. / 218p

 

 

 




 

 

 

 

  따라서 우리는 인간 혐오 내러티브원시 파시즘 내러티브음모론 내러티브 등이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특히나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서사적 자아는 인류의 실존적 위기를 긍정적인 서사에 쏟아부을 수 있어야 한다. “상상력은 근육과 같다근육은 단련하지 않으면 쇠약해진다던 작가 닐 게이먼의 말처럼어떤 내러티브가 참되고 더 건강하고 생산적일 수 있는지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책의 메시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듯하다.

 

 

 

의존적인 먹이 사슬을 통해 서로 조절하여 복잡한 그물과 관계가 발생한다생태계가 복잡할수록즉 다양한 종들이 생겨날수록 생태적 균형은 더욱 안정된다개체의 차원에서 보면 자연은 대를 거듭하는 유전을 통해서만 변화와 발생이 예정되는 안정적인 순환이다자연은 내러티브를 알지 못하며 그것을 사용하지도 않는다그렇다면 우리는 생태계와 우리를 화해시키는 전 인류의 영웅 여정의 끝에서 영웅 여정 자체를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아니면 적어도 영웅 여정에서의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 530p

 

 

 

  이렇듯 책은 이야기에는 어떤 힘이 있는지이야기가 인류의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통섭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놀라운 결과물이다또한 우리에게 왜 좋은 이야기가 필요한지에 대한 해답을 건네는 훌륭한 저작이기도 하다지금의 나는 과연 나만의 서사를 충실하게 써나가고 있는지타인이 기대하는 서사에 몸을 기대고만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볼 수 있었던 귀중한 책으로 내내 기억될 것 같다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마냥 어렵게 읽히는 책도 아니니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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