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 오답노트 같았던 삶에 그림이 알려준 것들
이유리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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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서 생의 부조리와 아름다움을 찾고,

일상을 환기시키는 여러 질문들에 다가가는 시간!






  스위스의 화가 프랑수아 바로의 그림 <빵 자르는 사람>을 보는 순간, 덜컥 큰 덩어리 같은 것을 삼킨 기분이 들었다. 그림 속에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뜨거운 수프가 놓인 식탁에서 엄마와 딸이 마주하고 앉아 있는데, 턱을 손으로 괸 채 고개를 돌린 딸의 표정이 샐쭉하다. 빵을 자르는 엄마의 평온해 보이는 표정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아니, 엄마는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일지도…. 이 그림이 이토록 신경 쓰이는 건 나에게도 이러한 순간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집돌이었던 큰 아이가 친구들과 놀러 나간 뒤에는 하루 종일 감감 무소식이고, 이따금 심통이 나서 감정 조절을 어려워하는 걸 보면, 이제는 종알종알 귀엽기만 했던 꼬마와는 작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사춘기 아이가 (부모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나면 지금까지 아이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가 부모의 생활을 비추는데, 그 순간 부모가 충족된 삶을 사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의 저자 이유리는 책 《부모로 산다는 것》의 한 구절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아이의 사춘기는 아이와 부모가 서로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이며 이때 부모의 자리가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의 땅인지, 아니면 먼지만 날리는 폐허의 땅인지 진정으로 돌아보게 되는 시기라고 말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전전긍긍하며 아이의 뒷모습만 붙들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내 마음에 친절을 베풀고 내 자리를 단단히 다질 수 있는 수 있는 시기로 삼을 것인가. 나는, 오늘이라는 시간에 내가 읽고 있는 이 모든 책들이 불안하거나 삶의 여러 모순에 부딪쳤을 때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경로를 이탈했다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안내음이 내 인생에 대한 경고처럼 들리던 순간, 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았다.” / 12p




  『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는 그림을 보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굳건한 내면의 힘을 키우고자 했던 이유리 작가의 미술 에세이다. 그녀는 주변이 너무 소란스럽게 느껴지고 복잡한 세상이 버거울 때마다 정적이고 고요한 미술의 세계로 숨어 들었다. 그렇게 옛사람들이 남긴 작품 속에서 ‘이 모든 것은 다 지나갈 거야’라는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위대함’으로 박제된 작품 이면에 가려진 화가의 고독함과 고통, 시련을 들여다봄으로써,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것만 보거나 경험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좌절이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해나갈 때 마침내 아름다움을 꿰뚫는 깊은 시선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우리 인생에는 절절만이 있는 게 아님을, 화려한 순간과의 이별이 들이닥치는 때가 온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떨어지는 불꽃처럼, 그것과 아름답게 멀어질 수 있다는 자각.

그 무엇보다 절정을 지나 사라져가는 빛도 불꽃이라는, 휘슬러가 가르쳐준 그 진실이 사무치게 아름다웠다. 마치 우리네 삶처럼 말이다. 청춘의 시절이 소란스레 지나간 후 아프고 적막한 퇴화의 시간이 닥쳐와도, 죽음을 맞기 전까지 우리네 삶은 그 역시 소중한 생명이듯이. / 42p












  뭉크하면 누구나 <절규>를 대표작으로 손꼽지만, 나는 앞으로 <지옥에서의 자화상>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다. 화염이 뜨겁게 솟구치는 지옥 같은 곳에서 맨몸으로 꼿꼿이 선 채 화면 밖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이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까닭이다. 고작 다섯 살에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고, 이어 의지하던 누나마저 열다섯에 잃은 뭉크는 “나의 모든 작품은 질병에 대한 사색에서 비롯되었다. 두려움과 아픔이 없었다면 나의 삶은 방향키가 없는 배와 같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좀먹는 고통 속에서도 그림으로 하여금 슬프고 아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구체화하고, 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감정을 객관화해서 받아들일 수 있었던 뭉크. <지옥에서의 자화상> 속의 눈빛이 증명하듯, 시련을 더 큰 의지와 맞바꿨던 뭉크에게서 ‘우여곡절 끝에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





그렇다. 우리의 본성은 악한 구석이 많다. 그리고 엔소르의 삶이 증명하듯 약하고 모순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안의 본능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단속해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위선이고 가면일지 몰라도, 말투를 다듬고 행동을 다듬은 세월이 쌓이면 그것이 결국에는 나의 인격이 될 것이기에. / 65p









  아울러 코코슈카의 그림은 우리에게 사랑이 가져다주는 슬픔과 고통을 감내하고 수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제임스 엔소르의 그림에서는 약하고 모순적인 인간의 본성을, 휘슬러의 그림에서는 절정을 지나 사라져가는 빛도 불꽃이라는 진실을 배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앤디 워홀의 삶을 통해서는 자신의 취약성을 오히려 온몸으로 드러낼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왠지 할아버지도 ‘나’가 사탕을 살 만한 돈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그림은 1944년 9월 23일자 잡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표지를 장식해,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독자들이 이 그림을 특히 좋아한 이유는 아마도 그림 속 주인 할아버지의 표정에 떠오른 잔잔한 ‘체념’의 정서를 읽어냈기 때문이리라. ‘어쩔 수 없군. 또 하나의 동심을 지켜줘야지 뭐.’

(…) 어차피 때가 되면, 아이는 현실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결정하는 이가 어른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급해하거나 닦달하지 않을 것. 사탕 가게 할아버지들은 이 점을 잘 알았던 것 같다. / 187p



사랑과 계절의 공통점은 시작과 끝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왠지 이 사랑이 곧 끝날 것 같은 예감이 사로잡힌 코코슈카는 알마에게 애원한다. “제발 나를 사랑한다고 많이 편지해줘. 그림 앞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그 애원 끝에 그린 그림이 바로 <바람의 신부>이다. (…) 독일어로 ‘회오리바람’을 뜻하기도 하는 ‘바람의 신부’는 그림 속 남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고 있다. 사방에 미친 돌풍이 휘몰아치는데도 편안히 잠든 여자와 대조적으로, 남자는 혹여나 푸른 바람이 이 여자를 빼앗아갈까 봐 두 눈을 홉뜬 채 불안해한다. 이 두 사람은 바로 코코슈카 자신과 알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 216p




  미술에서 생의 부조리와 아름다움을 찾고, 일상을 환기시키는 여러 질문들에 다가갈 수 있어 특별한 에세이다. 미술 작품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 작은 화폭에 삶의 수많은 투쟁을 담아내는 작가들에게 또 한번 경이를 느낀다. 그들의 생애와 비애가 생생히 담긴 그림 속에서 나의 이야기와 새롭게 써나갈 이야기들을 발견해보시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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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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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하고도 수상스러우며 무척이나 기묘한 이야기들!

익숙한 감각과 고정된 관념의 더께를 닦아내고 논리와 이성 너머에 있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을 열어 보일 때 우리는 좀 더 다정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여기, 한 교수가 있다.

  그는 학술대회에서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에스컬레이터 끝에서 여자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다. 쓰러지면서 조각상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탓에 여자의 옷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고, 괴로운 듯 가쁜 숨 사이로 피가 섞인 타액이 솟구친다. 교수는 달려가 자신의 재킷을 벗어 부상당한 여자의 머리 아래에 괸 뒤 도와달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구급차를 불러달라는 교수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군중은 흘낏 쳐다본 뒤 빠르게 스쳐지나갈 뿐이다. 그 사이 여자의 상태는 심각해지고 교수의 새하얀 셔츠마저 피범벅이 되어갈 무렵, 다행히 경찰이 나타난다. 그런데 경찰은 쓰러진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쩐 일인지 수상쩍은 표정으로 교수를 바라본다. 그 순간, 교수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아, 이들은 나를 범인이라 생각하는 게 틀림없구나, 하고.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는 걸까?

  올가 토카르추크의 단편소설집 『기묘한 이야기들』 속에 수록된 「실화(實話)」라는 작품에는, 한순간에 가해자로 의심받아 도망자 신세가 되는 한 외국인 교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쓰러진 여자를 돕기 위해 벗어준 재킷은 물론, 재킷 속의 여권마저 사라지자 공황상태에 빠진 교수는 그 길로 경찰에게서 도망친 뒤 투숙하고 있던 호텔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수치심을 안고 내쫓기게 되고, 그만 충격으로 인해 언어를 상실하고야 만다.




  이후 거리의 젊은이들에게 두들겨 맞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낯선 이국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길이 없어 고립된 한 남자의 처절한 비극에 몸서리치게 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이웃으로부터, 군중으로부터, 사회로부터 한순간에 익명의 타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야만 하는 세상의 요구와 압박으로부터 느끼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당신이 보고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신을 보고 있기에 존재한다.” / 「승객」 중에서 11p

 


“과도한 행복감이 다가올 광기를 예고하는 것처럼, 불행의 재빠른 일격 앞에는 우선 안도감이 찾아온다.” / 「심장」 중에서 124p












  올가 토카르추크는 세상과 문학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자’로서 범우주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존재론적 숙명과 실존적 고독, 인간과 동물 혹은 생태 전체에 관한 모럴리티, 이른바 ‘주변부’로 명명되는 소외되고 연약하고 힘없는 존재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그녀만의 독특한 문학적 지형도를 완성해나가는 작가다. 전작인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와 『태고의 시간들』이 그러한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이러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는 단편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10편의 단편작은 하나같이 괴이하고 수상하며 기묘하다. 우리는 흔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하고 묘한 느낌’을 기묘하다고 표현하는데,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 속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정상과 비정상이 혼재하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집안 곳곳에 ‘식초에 절인 신발 끈’이나 ‘토마토소스에 절인 스펀지’ 따위를 담은 병조림을 모아왔던 노년의 어머니(「병조림」),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트란스푸기움에 가서 다른 생물체로 전환하는 시술을 받기로 결정한 레나타(「트란스푸기움」), 양말 한가운데에 세로로 난 솔기에서 시작해 익숙한 것들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그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지는 B(「솔기」), 마치 비현실적인 존재처럼 느껴지는 피부가 온통 녹색인 아이들(「녹색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나무 위에서 살며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서 잠을 잡니다. 달이 뜨는 낮에는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알몸을 달빛에 노출시켜 피부를 초록색으로 변하게 합니다. 이 빛 덕분에 그들은 많이 먹을 필요가 없고, 숲의 열매나 버섯, 호두 따위로 양분을 섭취합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경작하거나 집을 지을 필요가 없으므로 모든 일은 그저 즐기기 위해 수행합니다. 거기에는 통치자나 영주, 농민이나 사제도 없습니다. 어떤 일을 처리해야만 할 대는 나무 주위에 모여 서로에게 조언을 구하고 거기서 결정한 대로 실행합니다.” / 「녹색 아이들」 중에서 41p


 


“지금 우리의 처지가 마치 오래된 모래시계 같지 않나요?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모래시계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모래알이 마모되면서 더 빨리 흘러내리게 된대요. 그래서 오래된 모래시계는 점점 빨라지게 마련이죠. 선생님은 이런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우리의 신경망도 모래시계처럼 닳고 닳아 지쳐버린 거예요. 구멍이 숭숭 뚫린 거름망처럼 모든 자극이 신경망을 술술 통과해 버려서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거죠.” / 「솔기」 중에서 71p


 


“어째서 우리는 인간과 세상 사이의 간극이 다른 존재들 사이의 간극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쉽게 가정해 버리는 걸까요? 느껴지십니까? 당신과 저 낙엽송 사이의 간극이 낙엽송과 저기 있는 딱따구리 사이의 간극보다 더 심오하고 철학적인 이유가 대체 뭐죠?”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니까요.”

(…)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침팬지이자 고슴도치이고 낙엽송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우리 내면에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그 본성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를 그것들과 분리시키는 간극은 결코 넘을 수 없는 게 아닙니다. / 「트란스푸기움」 중에서 147p












   어쩌면 진실은 우리가 정형화된 이미지라고 여겼던 것들이 어긋날 때 느끼게 되는 이 낯설고, 불편하고 당혹스러울 만큼 기묘한 감정들 속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식의 문이 깨끗이 닦이면 모든 것이 무한히 드러난다.”라는 블레이크의 시 구절처럼, 익숙한 감각과 고정된 관념의 더께를 닦아내고 논리와 이성 너머에 있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을 열어 보일 때 우리는 좀 더 다정한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평범한 물질적 속성이나 인과 관계, 확률의 법칙을 초월하여 세상의 더 많은 존재들을 껴안는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세상이 인간에게 맞춰 만들어졌다면 왜 우리는 세상이 우리를 압도한다고 느끼는 걸까? 무엇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들이 두렵거나 부끄럽게 느껴질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 안에 있는 엄격한 판단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세상은 왜 결핍으로 가득 차 있을까? 음식도 돈도 행복도 왜 항상 부족할까? 잔혹한 행위는 어째서 벌어지는 걸까? 그래야만 할 합리적인 이유가 전혀 없는데.” / 「인간의 축일력」 중에서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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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첫 번째 순록 대셔
매트 타바레스 지음, 용희진 옮김 / 제이픽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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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소원과 놀라운 용기가 현실이 된 마법 같은 이야기!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 책이 계속 생각날 것 같다!





  피네건 서커스 유랑단에 순록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낮에는 서커스단을 찾아온 손님들의 구경거리로, 밤에는 짐마차를 끄는 짐꾼 노릇을 해야 했어요. 순록 가족의 막내딸인 대셔는 아이들이 자기를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기뻤지만 서커스단 생활이 무척 고되게 느껴졌어요. 그때마다 대셔를 위로한 건 엄마가 들려주는 고향 이야기였어요.




“아주 신비로운 곳이란다. 

상쾌하고 차가운 공기, 하얀 눈이 시원한 이불처럼 

늘 덮여 있는 땅, 

거기서 너희 아빠와 나는 자유로이 돌아다녔어. 

빛나는 북극성 아래서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북극성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있던 대셔는 우연히 가족을 가둔 우리가 열린 것을 발견했어요. 이때가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대셔는 용감하게 우리를 뛰쳐나가 북극성의 빛을 따라 길을 떠났어요. 하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에 후회가 밀려오려는 찰나, 숲속에서 곤경에 처한 사람과 마주쳤어요. 바로 산타였어요!











자유와 꿈을 찾아 북극성 아래로 나아간 작은 순록 대셔,

그리고 찾아온 기적




  『산타의 첫 번째 순록 대셔』는 자유와 꿈을 찾아 북극성 아래로 용기 있게 나아간 대셔가 우연히 산타를 만나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썰매를 끌게 된 여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산타의 썰매는 실버벨이라는 말이 혼자서 끌고 있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의 마법을 믿는 어린이들이 점점 많아지자 실버벨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때마침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대셔가 우연히 산타와 실버벨을 만나 자신이 썰매를 끌어보겠다고 용기 있게 나섰고, 이후 산타의 도움으로 대셔는 가족과도 재회하면서 산타의 썰매를 끄는 여덟 마리의 순록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제 곧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질 거예요!”




  만약 서커스단을 뛰쳐나올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대셔가 산타와 만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가족과 재회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이 없었다면,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들에 대해, 간절히 바라고 바라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선물을 받을 기쁨에 즐거워할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산타의 썰매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온화하고 따뜻한 그림체가 주는 감동에 아이 역시 눈을 뗄 줄 몰랐다. 간절한 소원과 놀라운 용기가 현실이 된 이 마법 같은 이야기처럼, 우리 아이들이 마음속에 품은 소망과 소원이 기적처럼 이루어지길 바라며,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들에게 이 책을 꼬옥 들려주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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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죽음 - 자전적 에세이, 단편소설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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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자신의 인생책으로 꼽은 책!

가장 절박하고 절망적인 시대 속에서 고독히 헤매는 한 예술가의 불완전한 영혼을 만나는 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자신의 인생책으로 꼽은 책 『어느 시인의 죽음』은 『의사 지바고』의 저자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자전적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엮은 책이다. 유명한 화가였던 아버지와 음악가였던 어머니 아래서 성장한 파스테르나크는 집안과 가까이 지냈던 스크랴빈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작곡에 뜻을 두었다. 그러나 자신의 음악적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좌절감에 사무치다, 이내 음악을 버리고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의 마르부르크로 향한다. 하지만 이곳에서조차 뜻을 이루지 못한 파스테르나크는 마침내 자신의 몸 안에서 꿈틀대고 있던 시인의 세계를 발견하고, 마침내 시인으로서 기지개를 폈던 그의 젊은 나날을 이 책에서 묘사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1900년대의 모스크바와 독일 등지를 배경으로 불완전한 시대 속에서 한 인간이자 예술가로서 스스로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창조적 이상을 찾아 방황하며 고뇌했던 영혼의 디아스포라에 가깝다. 그 중에서도 파스테르나크가 밤새 모스크바 거리를 걸으면서 음악과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깨끗한 마음의 움직임이 느껴지면서 깊은 감동으로 남았다.”던 한강 작가의 감상처럼 영원히 나와 한 덩어리일 듯했던 세계가 내 속에서 무너지고 있음에도 그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한 예술가의 복잡한 내면에 고요히 머물러왔다 빠져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샛길로 걸어가면서, 쓸데없이 자꾸 길을 오락가락 건너다녔다. 내가 전혀 모르는 사이 어느 틈엔가, 하루 전만 해도 영원히 나와 한 덩어리일 듯싶던 세계가 내 속에서 무너지고 와해되는 중이었다.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점점 더 빨리 걸음을 재촉하며 걸었고, 그리고 나는 그날 밤 내가 음악과는 작별을 고하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 22p










  이성복 시인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다 끝없이 실패하는 형식이 곧 시”라했다. 전쟁과 혁명으로 점철된 격동의 시대 속에서 자신들의 영혼이 와해되는 와중에도 예술에게서 ‘자기를 표현할 힘과 길’을 찾았고, ‘인간의 삶을 초월하는 힘’ 역시 예술이라 믿었던 예술가들. 그들이 자신의 삶을 연소시키면서 예술을 지향할 수밖에 없었던 번민이 파스테르나크 글 속에서도 매만져진다.




여러 시대에 걸친 사랑을 유일하게 재생하는 예술만이 욕망을 보다 부담스럽게 만들려는 수간을 강화하려는 본능의 명령에 굴복하지 않는다. 영혼의 새로운 성장을 울타리로 삼아서 한 세대가 서정적인 진리를 던져버리기보다는 보존하며, 그리하여 아득히 먼 곳에 서서 본다면, 분명히 이 서정적 진실로 인해서 인간은 조금씩 여러 세대를 이어간다는 상상이 가능해진다.

이 모두가 놀라운 일이다. 이 모두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취향은 도덕을 가르치고, 힘은 취향을 가르친다. / 58p



예술은 현상만큼이나 진실하고, 사실만큼이나 상징적이다. 그것은 암유를 만들지 않고, 자연에서 찾아낸 바를 그대로 충실하게 재창조했기 때문에 진실하다. 상징적인 의미들은 또한, 하나씩 분리시키면 의미를 모두 상실하면서 전반적인 예술의 정신을 언급하는데, 그와 마찬가지로, 감정이 분리시킨 현실의 부분들은 아무 의미도 없어진다.

그리고 예술은 연상의 방법에서는 상징적이다. 예술의 개별적인 상징은 상호 교환이 가능하고, 선명하게 전체의 특성을 나타낸다. 어느 한 심상이 다양성을 가진다는 사실은 현실의 부분들이 저마다 독립성을 가진다는 조건을 입증한다. 심상의 다양성을 뜻하는 예술은, 따라서, 힘의 상징이다. / 70p



하지만 이런 모든 일이 그녀에게는 ‘명령’으로 전해졌다. 삶은 더 이상 시적인 자유분방함이 아니었고, 그것은 냉혹하고도 사악하게 왜곡된 우화처럼 그녀를 둘러싸고 발효되어, 산문이 되고 사실로 바뀌었다. 영원한 각성의 경지를 거치기라도 하는 듯, 사소한 존재의 요소들이 깨어나는 그녀의 영혼으로 집요하게, 고통스럽게, 단조롭게 계속해서 들어왔다. 견고하고, 차갑고, 사실적인 요소들이 낡은 백랍 숟가락처럼 제니아의 내면에 깊이 가라앉았다. 이곳,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백랍이 녹아 덩어리로 뭉쳐서는 고착된 개념들로 융합되기 시작했다. / 「제니아 류베르스의 소녀 시절_ 길고 긴 나날」 중에서 177p









  이 책은 시어로 쓴 에세이라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파스테르나크 특유의 시적인 문체로 인해 읽기에 난해한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방황하듯 작품 속에서 한참을 거닐다 온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따라서 다른 독자분들에게는 파스테르나크의 생애에 깃든 어떤 선명하고도 잘 정돈된 서사가 아닌, 가장 절박하고 절망적인 시대 속에서 고독히 헤매는 한 예술가의 불완전한 영혼을 함께 따라가는 마음으로 읽어보기를 제안 드리고 싶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의사 지바고』는 과연 어떤 작품일지, 얼른 구입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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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멍꽁멍 그림수학 3 - 짜장면이 100원이라고? 꽁멍꽁멍 그림수학 3
장경아 지음, 김종채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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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유익함 모두 쏙쏙 채우는 수학 학습 만화책!

일상 속에 가까이 있는 수학을 발견하고 재미있게 해결하는 시간!






  “우리 주변 곳곳이 수학으로 가득한 걸 알고 있니?”

  꽁멍이와 통통이가 생활 속 곳곳을 누비며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수학 호기심을 해결하는 『꽁멍꽁멍 그림수학』이 세 번째 책으로 돌아왔다. 수학을 처음 접하는 유·초등 시기에는 수학을 계산하고 문제를 풀리는 것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다양한 수학적 사고를 길러주는 경험이 중요한 만큼, 꽁멍이와 통통이의 엉뚱한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수학과 친해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3권에서는 좋아하는 음식, 나와 가족, 옷과 무늬, 좋아하는 운동을 주제로 다양한 수학적 호기심을 만나볼 수 있다. ‘짜장면 한 그릇이 100원?’ 편에서는 짜장면 한 그릇이 100원이었던 1970년대에서 무려 70배인 7,000원으로 오른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격 변화의 추이를 통해 ‘물가’에 대한 개념을 살펴본다. ‘누가 삼촌이고, 누가 사촌일까?’ 편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까다롭게 느끼는 촌수의 개념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폐의 단휘, 짝수와 홀수, 확률, ‘마라톤은 왜 42.195킬로미터인가’와 같은 호기심까지 해결할 수 있다.











  『꽁멍꽁멍 그림수학』의 장점은 만화로 접근해 어린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이끈 뒤, 그래프나 다양한 예제 활용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배운 것들을 퀴즈로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부담 없이 수학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첫째 아이가 며칠 전부터 학교에 이 책을 가져가 읽기 시작했는데, 친구들도 재미있다고 함께 돌려가며 읽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먼저 재미를 느끼며 읽는 책인 만큼, 초등 저학년 때부터 읽기 좋은 수학 학습 만화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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