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신문 읽고 쓰는 초등 탄탄 논술 - 교과 연계 초등 필독서 48권을 한 권에!
오현선 지음, 피넛 그림 / 체인지업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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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필독서와 관련 기사를 읽고, 생각하고, 쓰기까지 한 권으로 알차게!

다양한 주제로부터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초등 논술책!







  첫째 아이가 4학년에 접어들면서 책을 읽을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걸 느낀다. 공부도 공부지만 각종 스마트 기기가 점령한 시간을 온전히 독서로 채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나마 문해력 문제집이라도 풀면 이거라도 했으니 되었다고 위안을 삼는 수준이니, 소위 ‘문해력이 떨어지는 요즘 아이들’에 우리 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듯하다.




  그런데 마침맞게도 이런 엄마의 고민을 해결하고, 독서와 논술 그리고 문해력과 사고력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는 책이 출간되어 반갑다. 『책과 신문 읽고 쓰는 초등 탄탄 논술』은 라온쌤 오현선 선생님이 24년 동안 초등 독서 논술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48권의 초등 필독서와 관련 기사를 연계해 우리 아이들이 더 깊고 폭넓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지도하는 책이다. 인간의 심리와 갈등을 다룬 ‘문학’, 삶의 진리를 다룬 ‘철학’,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 자연 세계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원리를 알려주는 ‘과학·환경’, 실제 우리가 살아온 모습을 알려주는 ‘역사’, 세상에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인물’에 이르기까지, 6가지 주제로 나뉜 다양한 책을 통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자신의 의견을 글로 써보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복잡해 보이는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해요. 이 세상에는 답이 없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고민하고 탐구하는 만큼 보는 눈이 밝아지고 그래야 옳은 길을 찾아갈 수 있지요. 만약 이렇게 열심히 생각하지 않으면, 주체성이 없어 다른 사람의 생각대로 살 수밖에 없어요. 이런 사람이 너무 많으면, 그들이 모여 사는 ‘사회’라는 공동체도 생각 없이 흘러가게 된답니다. 그러면 그 공동체 속에 속한 개인은 더욱 주체성을 잃게 되고, 결국 인간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어요. / 52p





우리 아이의 생각 그릇을 키우다




  언젠가 아이가 침울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온 적이 있다. 울먹거리는 표정을 보아하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알고 보니 친구가 느닷없이 나타나 아이가 공들여 만든 미술 작품을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키득거리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친구의 태도에 더 화가 났던 아이는 “내가 왜 네 사과를 받아줘야 하는데!”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이렇게 학교에서 아이가 친구와 갈등을 겪을 때면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를 깊이 고민하게 된다. 물론 때마다 공감해주고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잘 돌보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찾는 일일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오현선 선생님은 미샤 다미안의 책 『아툭』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어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을 느끼지만, 결국 용서와 사랑이 더 큰 가치가 있음을 전하는 동화책이다. 오현선 선생님은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빨리 버리라거나, 복수가 무조건 나쁘니 용서하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누군가가 너무 밉다면, 이 책을 읽으며 아툭의 상황과 마음을 헤아리고 천천히 느껴보기를 독려한다. 그리고 갈등이 생겼을 때 복수와 용서 중 어떤 것에 더 마음에 평화를 줄 수 있을지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보다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글로 써보기를 제안한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자기 생각이 들어간 글쓰기를 연습해보는 과정은 논술 실력 향상을 떠나 마음 근육을 단련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 책으로 하여금 아이와 함께 자주 연습해봐야겠다.




생각은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나누면 더 좋아요. 우리는 서로 비슷한 대답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생각이 같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만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거든요. 이럴 때는 ‘무슨 뜻이지’, ‘반대로’, ‘예를 들면’과 같은 철학 안경을 쓰고 더 이야기해요. 그러면 당장 답을 얻을 수 없을지는 몰라도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에 의문을 품고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답니다. / 76p



정치, 경제, 인권 이 세 가지를 모두 합쳐서 우리는 ‘사회’라고 부른답니다. 물론 사회에는 역사나 지리도 있고 문화, 교육, 법, 보건, 도덕 등 더 다양한 주제가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크게 정치, 경제, 인권을 중심으로 필독서와 뉴스를 살펴볼 거예요.

사실 이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우리가 먹고 입고 살아가는 것이 경제 활동인데,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인간다운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인권 문제가 돼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바로 정치랍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하나로 이어져요. 그래서 사회를 이해하려면 이런 연결을 보는 눈이 필요해요. / 90p










  이 외에도 정의란 무엇인지, 인권이 왜 중요한지, 지구 환경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다른 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주제로부터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학, 철학, 사회 등 각각의 주제에 따라 책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제대로 읽을 수 있는지 독서팁도 잘 정리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초등 4학년부터 6학년에 이르기까지, 초등 글쓰기와 관련된 좋은 교재를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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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영국 동화 - 곰 세 마리부터 아기 돼지 삼 형제까지 흥미진진한 영국 동화 50편 드디어 시리즈 3
조셉 제이콥스 지음, 아서 래컴 외 그림,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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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늘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국 동화만의 독특한 문학적 색채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옛날 옛적에 돼지들은 시를 읊고,

원숭이들은 담배를 피고,

암탉들은 거칠게 보이려고 코담배를 들이쉬고,

오리들은 꽥 꽥 꽥 시끄럽게 돌아다녔네. 오! 

/ 「아기 돼지 삼 형제」 중에서 264p




  우리는 모두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동화를 듣고 읽으며 자라났다. 흥미로운 모험, 재미있는 우화, 이상한 전설, 신묘한 괴물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엿보고, 위기를 이겨낼 힘을 기르고, 커다란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렇게 시대와 세대, 나라를 불문하고 동화라는 문화적 자산을 오랫동안 공유해왔다는 사실은 놀랍도록 신기하다.




  『드디어 만나는 영국 동화』는 ‘영국의 그림 형제’로 불리며, 우리가 흔히 ‘유럽 동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 「잭과 콩나무」, 「아기 돼지 삼 형제」, 「피리 부는 사나이」 등의 동화들을 수집해 세계에 널리 퍼뜨린 조셉 제이콥스가 엮어 쓴 책이다. 편집되거나 각색되지 않은 원작이 생생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 전에 접한 적이 없는 신기하고 신선한 다른 영국 동화들이 따뜻한 일러스트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용기, 사랑, 욕망, 재미, 운명을 주제로 나뉜 50편의 동화 속에 담겨진 교훈과 지혜는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삶에 큰 영감을 제공해 줄 것이다.




문의 쇠고리를 두드리고 옆의 종을 당기세요.

잠시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으면

문에서 아주 자그마한 소리가 들릴 겁니다.

“열쇠를 집어넣어요.”

열쇠는 마음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열쇠 홈에 J.J.(조셉 제이콥스의 약자)라는 표시가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요.

이제 열쇠에 열쇠 구멍에 넣으세요, 꼭 들어맞을 테니. / 12p




  「잭과 콩나무」에서부터 「캔터베리의 공주」에 이르기까지, 시험에 드는 주인공과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사랑과 행복을 쟁취하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한 데 엮어놓고 보니 그 속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일련의 패턴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를 테면 주인공이 시기와 오해를 받아 집에서 내쫓기거나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떠나다, 우연히 머물게 된 곳에서 여러 해를 묵묵히 일하고 나면 큰 보상을 받는 내용들이 그러하다. 이는 우리가 성장하고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읽는 동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잔혹한 장면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통제할 수 없는 악의와 고단한 현실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짐작된다.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해가는 여정은 잔혹한 현실을 뒤로 하고 언젠가는 행복이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제시하고 싶었던 이야기꾼들의 바람은 아니었을까.




“어떻게 하면 누나와 형들을 구할 수 있는지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더 알려주세요.”

“이보게. 딱 두 가지만 지키면 되는데, 이 방법이 보기에는 단순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라네. 하나는 꼭 해야 하고, 하나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 먼저 해야 할 일이란 이렇다네. 요정의 땅으로 들어가거든 자네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의 목을 부친의 검으로 모조리 베어버려야 하네.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더라도 빵 한 조각, 물 한 방울도 절대 입에 대서는 안 된다네. 만약 요정의 나라에 있는 동안 빵을 한 조각이라도 먹거나 물을 한 방울이라도 마신다면 다시는 인간 세상을 보지 못할 걸세.” / 「막내 로울랜드」 중에서 45p


 


내 머리를 베어버려요, 내 사랑.

내 머리를 베어버리라니까요, 내 사랑.

차가운 우물가에서 그렇게 지쳐

내게 했던 약속을 잊지 말아요. / 「세상 끝의 우물」 중에서 160p

 



“식초 남편, 이 멍청한 양반아, 바보, 얼간이. 장에 가서 암소를 사는 데 돈을 몽땅 써버렸지. 그런데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암소를 백파이프로 바꿔버렸지. 하지만 그것을 볼 줄 모르니 산 돈의 10분의 1 가치도 없지, 이 멍청이. 그러고는 얼마 안 되어 그 백파이프를 4분의 1 값도 안 되는 장갑으로 바꿔버렸지. 그 장갑은 하찮은 지팡이로 바꿔버리고. 그러니 이제 금화 40닢도, 암소도, 백파이프도, 장갑도 아무것도 없고 그저 보여줄 거라고는 어느 덤불에서도 꺾어낼 수 있는 쓸모없는 지팡이 하나밖에 없구나.” / 「식초 부부」 중에서 320p












  “나를 위해 갈 길을 좀 줄여줄 수 없느냐?” 「선견자 고본」에서 주인공인 고본은 자신의 아들 잭에게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한다. 왕의 명령으로 성을 지으러 가야 하는 길고 고단한 여정에 막 오른 참이었다. 아들인 잭은 길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자 고본은 너는 전혀 도움이 안 되니 집으로 가라며 잭을 돌려보낸다. 집으로 돌아온 잭을 보고 아내가 의아해 묻자, 잭은 아버지가 했던 요구와 자신의 대답을 들려준다. 그러자 지혜로운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아, 어리석긴요! 아버님에게 이야기를 해드렸더라면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으셨을 거 아니에요!” 먼 길을 가는 여정을 단축하려면 필요한 것은 지름길이 아니라 이야기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현실의 고달픔과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 힘을 이야기에서 찾았다. 수많은 어린이들의 잠자리를 밝히고, 또 성장한 지금의 우리에게도 동화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영국 동화만의 독특한 색채와 이제껏 어디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다양한 동화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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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보통의 하루를 만드는 엄마의 말투
조성은.황재호 지음 / 성안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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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말투가 아이의 하루와 미래를 결정짓는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법을 실천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만드는 엄마의 말투』의 저자인 조성은, 황재호 저자는 미국의 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의 저서 『정원사와 목수』 속의 글귀를 빌려 두 종류의 부모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자녀를 본을 뜨듯 틀에 맞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목수 유형’의 부모가 있고,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녀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원사 유형’의 부모가 있는데, 부모는 목수에 가깝지만 정원사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이다.





  아이가 행복하기를, 상처받거나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바람들이 종종 가르치는 말투와 태도로 비춰져 자녀와의 관계를 그르칠 때가 있다. 책은 우리가 목수 유형의 부모가 아닌 정원사 유형의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말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자녀와의 관계에서 사용하는 말투와 태도의 변화를 통해 우리 아이의 하루를 더 평화롭고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자존감을 높이고, 창의력을 길러주며, 남을 배려하는 아이로 키우는 데 필요한 부모의 말투뿐만 아니라, 아이와의 어긋난 관계를 개선하고 일상을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대화법들을 소개한다.





참고, 믿고, 사랑하라




  “빨리 빨리 준비하자!” “공부 좀 하자. 계속 스마트폰만 하지 말고.” “몇 번 말해야 해? 엄만 여러 번 말하게 할래?” 부끄럽지만 몇 번이고 하게 되는 말이다. 말투의 중요성을 공감하지만 매일 아이들을 상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잔소리를 하게 되고, 때로는 얼굴이 붉어질 만큼 으르렁거리기도 한다. 책에서는 이런 말들이 아이의 행동을 즉시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가 “아, 이제 공부를 해야겠구나.”, “다음부터는 엄마의 말을 꼭 기억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강압적이고 부정적인 말들은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 뿐이라고….




  미국의 심리학자 다이애나 디베차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건강한 성취감을 갖게 하려면 어릴 때부터 신뢰하고 존중받는다는 안정감과 필요할 때 지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이는 엄마가 아무리 말투 공부를 해도 아이를 인격체로서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말투 공부를 하기 전에 먼저 공감하고, 경청하고, 아이에게 믿음을 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여기서 모순된 점은 아이의 인격을 무시해놓고, 아이의 성장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언어폭력이나 정서적 학대와 같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면서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아이를 무시하는 말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쓸모없고 무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반항을 하게 만든다. / 28p


미국 템플대학교 초대 학장인 로라 카넬 교수는 대화 단절의 원인으로 부모의 ‘강의 본능’과 ‘비판 본능’ 2가지를 꼽았다. 엄마는 아이가 뻔히 보이는 실패를 경험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지루한 강의를 하듯이 했던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 또 아이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알기 때문에 무작정 날카롭게 비판을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있어 엄마는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서는 안 된다. / 45p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떤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때 엄마가 “이렇게 해!”라고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좋지 않다. 이는 아이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해도 안 돼.”, “이렇게 해야 돼.”라고 대신 해결해 주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 스스로 생각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질문을 던져주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이 방법과 저 방법 중에 어떤 게 더 좋을까?”라고 해보자.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 73p












  책에서는 아이와 건강한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그 중 대화 때문에 아이와의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날 때는 아이를 ‘옆집 아이’로 생각해보라는 제안이 솔깃하다. 심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다. 심리적 거리가 가까우면 ‘내 자식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일정한 거리감이 있는 옆집 아이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해도 일부러 웃어주는 것처럼, 아이에게 화가 날 때는 옆집 아이라고 생각하고 심리적 거리를 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 대화가 자주 단절되곤 하는 사춘기 때는 어떻게 해든 대화를 나누려고 애쓰기보다는 5분이나 10분이라도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집중 공략하고, 그 시간에 아이와 어떻게 대화할지, 어떻게 엄마의 생각을 전달할지 고민해보라는 제안 역시 새겨두어야겠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거친 표현에 비속어를 쓰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연히 툭 내뱉은 비속어에 아이도 흠칫 놀랄 때가 있는데, 아마도 유튜브 콘텐츠 시청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라 짐작된다. 나는 유튜브 시청을 무턱대고 막을 수 없다면, 그 즉시 잘못된 표현을 정정해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부모가 올바른 언어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도 긍정적이고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아이가 자연스럽게 좋은 말 사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함께 선택하고 시청하여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게 하고, 어떤 콘텐츠가 부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대화와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책의 조언을 꼭 실천해봐야겠다.





엄마의 말에 순종하는 아이는 오히려 걱정을 해봐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자율성이나 자존감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말을 듣는 것도, 듣지 않는 것도 엄마와의 정서적 교감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좋아요.”, “저는 이것 말고 다른 거 할래요.”라고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하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야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엄마가 하는 말을 잘 듣고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 88p



미국의 심리학자 토마스 고든은 부모와 자녀 간의 의사 소통 및 갈등 해결 과정을 결합한 훈련 방식인 ‘P.E.T(부모 효율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부모들에게 놀이 치료와 병행하여 ‘나 전달법’을 사용할 것을 제시하였다. 나 전달법은 아이의 행동에 대해 엄마의 객관적인 의사를 전달하는 표현 방법을 말한다. ? 상황 또는 행동, ?엄마의 감정, ?요구 또는 바람, 총 세 가지 요소가 있으며 사용할 때에는 아이를 비난하거나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96p



감정을 표현한 후에는 그 감정이 왜 발생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함께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왜 친구한테 진 것이 그렇게 분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을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는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고, 비슷한 상황에서 감정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 217p










   현실적으로 매번 아이와 공감하고 유연한 소통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나의 말투 안에서 아이가 자라나고 또 하루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한 번 더 실천하려는 마음을 먹게 된다. 이 책에서 일러주는 대화법을 아이와 적용해보고 나의 말투도 자주 점검해볼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엄마뿐만이 아닌, 결국 부모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법을 실천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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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보고서 -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천재들의 비밀코드
스콧 배리 카우프만.캐롤린 그레고어 지음, 안종희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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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든지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고 창의성을 나만의 무기로 만드는 법!





  우리는 흔히 많은 지식을 암기하며 학습 능력이 높은 이들을 천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피카소 등 소위 천재라 불렸던 이들은 남과 다른 생각으로 여러 난제들을 해결하고 전에 없던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창의적인 사람들에 가깝다. 그렇다면 창의성란 과연 무엇일까? 창의성에 관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책 『천재 보고서』에 따르면, 창의성은 하나로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다면적이고 복잡한 특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한때 ‘우뇌’를 개발하면 창의성이 높아진다 하여 관련 교수법이나 서적이 상당수 등장한 적이 있는데, 뇌 전체를 유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에 따르면 다소 단순한 접근법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저자인 스콧 배리 카우프만과 캐롤린 그레고어는 창의성이 지닌 다면적이고 복잡하며 모순적인 요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또 그것을 생활 습관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역시 얼마든지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사람들이 지닌 10가지 특징을 통해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삶의 태도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창의적인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 뿐만 아니라 내 안의 관성을 깨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자.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고 창의성을 나만의 무기로 만드는 법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도로 창의적인 사람들이 지닌 10가지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상상 놀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우리는 나이가 들기 때문에 놀이를 멈추는 것이 아니다. 놀이를 멈추기 때문에 늙게 되는 것이다.”고 말한 적 있다. 비디오게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개발한 미야모토 시게루 역시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과 탐구심’ 즉, ‘놀이’에서 자신의 창작 동력을 찾은 바 있다. 상상놀이는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유연한 두뇌 성장에 기여한다고 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서 진지함과 재미, 즐거움을 균형 있게 맞추는 법을 아는데, 놀이하듯 일하는 방식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궁리할 때 가볍고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고,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갈되지 않고 오랜 시간 계속 일할 수 있는 동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아이들이 놀이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지지해주는 어른이 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에 따르면, 가상 놀이를 많이 장려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가 자주 아이들과 대화하고, 잠자기 전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연이나 사회문제에 관해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부모인가, 자주 생각해봐야겠다.




“어떤 분야에 진정으로 탁월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일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 / 91p



연구에 따르면, 거의 모든 사람이 많은 시간을 미래에 대한 공상에 자연스럽게 할애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목표에 더 다가가도록 도와준다. 적극적인 공상가들은 흔히 자기 삶의 창조자이자 주인공이라고 느낀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대로, 그들은 “삶을 예술 작품으로” 만든다. 내적인 의식 흐름을 자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세계를 개인적으로 성찰하고 미래의 자아상을 그려본다. / 103p



고독한 성찰의 시간이 창의적인 마음의 진정한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은 학문적으로 확인되었다. 고독할 줄 아는 능력은 성공적인 창작자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자질이다. 그들은 일상생활과 사회적 관계의 분주함에서 떠나 다시 자신과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독은 단순히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성찰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며 의미를 찾기 위해 필요한 마음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 120p












  이 외에도 몰입을 경험하게 하는 열정, 공상, 고독, 직관, 경험에 대한 개방성, 마음 챙김, 민감성 등 다양한 요소들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창의적인 성취는 인지 능력보다 배우고 발견하려는 욕구와 훨씬 더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지적 수준이 아니라 알고자 하는 욕구, 다양한 관심사, 경험에 열려 있는 개방적인 태도,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전환하는 자세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직감과 내적 인식, 곧 어떤 행동을 하도록 몰아가거나 갑자기 관점을 바꾸게 하는 무의식적 간섭은 삶을 이끄는 힘이다. 스티브 잡스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무의식의 힘을 처음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잡스는 직관을 “지성보다 더 강력한 힘”이라고까지 말했다. / 139p



퓰리처 수상 작가 펄 벅이 말했듯이, 고도로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더 다채롭고 극적이며 비극적이고 아름답게 보인다. 민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주변 환경에서 놓치는 사소한 것들을 포착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저 무질서해 보이는 것에서 패턴을 보고,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것에서 의미와 은유를 찾아낸다. 이런 유형의 성격이 창의적인 표현의 동력이 되는 것도 놀랍지 않다. 창의성을 어떤 식으로든 ‘점을 연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민감한 사람들은 더 많은 점을 보고 그것을 연결할 기회가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한다고 볼 수 있다. / 228p



아동기는 민감성이 개인의 일평생에 걸쳐 어떤 양상을 떨지 결정되는 데 중요하다. 긍정적이고 북돋우는 환경에서는 자극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성과 민감성이 지적 호기심과 학습에 대한 강한 흥미를 촉진하고 교사와 멘토에 대해 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민감성이 부정적인 아동 환경과 만나면 부정적 감정, 우울, 행동 억제 성향을 유발할 수 있다. / 239p




  창의성은 무언가를 혁신하거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창의성은 결국 내 삶에 꼭 필요한 태도다. 이것이 삶의 모든 상황에 창의적인 정신으로 접근하기를 독려하는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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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전나무의 땅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7
세라 온 주잇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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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몫의 삶을 일구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잔잔하지만 그 안온함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소설!







  ‘고아하다’는 표현만큼 이 책과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뾰족한 전나무가 늘어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더닛 랜딩’을 배경으로, 자연과 합일하여 작지만 단단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시종 섬세하고 우아한 필치로 엮은 작품이다. 특별한 주인공이나 어떠한 극적인 사건도 없지만, 작가인 세라 온 주잇은 자기 몫의 삶을 일구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말로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마을과 그 주변을 진심으로 알아가는 것은 

꼭 한 사람과 관계를 다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 9p





  어느 6월 저녁, 한 승객이 홀로 증기선 선착장에 도착한다. 메인주 동쪽 바다에 접한 바닷가 마을 더닛 랜딩에 마음이 이끌린 승객은 이곳에서 하숙하며 여름 한 철을 보내기로 한다. 약초 전문가인 토드 부인의 아담한 집에서 하숙하게 된 이 손님은 마을 사람들과 하나둘씩 안면을 틔우며 더닛 마을이 주는 아늑한 느낌에 점차 동화되어간다. 그렇게 소설은 한 이름 모를 화자의 시선에 포착된 마을 풍경과 이곳에 뿌리 내린 존재들, 살며 사랑하며 고유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생의 면면들에 주목한다.





토드 부인이 우리 이웃의 역사를 전부 이야기해주었다. 같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인의 말을 빌리자면 “저마다 고생을 잔뜩 하고 그 고생의 명암을 전부 깨우칠 때까지” 함께했다. / 23p



“올바른 방향으로 진실을 추구하지 못했어요. 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요. 날 비웃는 사람들은 내 사상이 얼마나 굳건한 근거에 기반하는지 잘 몰라.” 선장은 저 아래 마을을 향해 손을 저었다. “저기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우주를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지요.” / 30p



이렇게 삭막한 환경에서는 분명 오후의 방문과 저녁의 잔치가 드문 계절이 있을 터였으나 블래킷 부인은 자기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단순한 자기 이해를 넘어서서 한 사람이 사회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만의 몫을 감사히 여겨온 사람이었다. / 66p



뾰족한 전나무로 둘러싸인 정상에서 섬 전체를 내려다보고, 이 섬과 조금씩 엿보이는 다른 수백 개의 섬을 둘러싼 바다, 육지의 해안과 저 멀리 수평선까지 조망했다. 문득 광막한 세상을 감각할 수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시야를 막거나 몸을 에워싸지 않았으니까. 탁 트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이런 자유로운 시공간적 감각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세상에 이렇게 풍경 좋은 곳은 없을걸요.” 윌리엄이 자랑스레 말했고, 나는 서둘러서 진심 어린 찬사를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난 적이 없는 꼬마에게 어울리는 말이었지만, 나고 자란 거친 땅을 소중히 여기는 그를 보면 누구든 애틋함을 느꼈을 것이다. / 73p










  『뾰족한 전나무의 땅』이 빛나는 지점은 더닛 마을의 사람들에게 있다. 화자는 약초를 이용해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돌보는 토드 부인에게서는 사려 깊은 마음을, 리틀 페이지 선장에게서는 뱃사람 특유의 원대하고 용감하며 진득한 성정을, 블래킷 부인에게서는 서로가 절실한 이웃들에게 부족한 것들을 돌봐주려는 다정한 이타심을 엿본다.




  그 중에서도 작은 섬에 홀로 틀어박혀 은둔자의 삶을 선택한 조애나가 눈길을 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고 품었던 끔찍한 생각 때문에 신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 조애나는 평생 홀로 살기로 작정하는데, 이 가엾고 기구한 운명에 사로잡힌 여인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 삶을 향한 고집스러운 신념과 독립성을 향한 용기에 삶을 수용하는 또 다른 방식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그들 나름의 사연과 생각을 지닌 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간다. 덕분에 독자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감사히 여기면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봐, 역사를 공유하는 오랜 친구와 이야기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라니까. 요즘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것 같은 낯선 사람들이 참 많이 보여. 대화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하는 말마다 부연 설명을 해야 하고, 그러면 사람이 기진맥진해지고 말아.” / 95p



“지난번에 이 길로 왔을 때 이 나무가 풀이 죽어서는 축 처져 있더라고. 다 자란 나무들은 그럴 때가 있어. 사람이랑 똑같아. 그러다가도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운 방향으로 뿌리를 내려 용감무쌍한 정신으로 다시 살아가기 시작해. 물푸레나무는 이따금 우울에 사로잡혀. 다른 나무들처럼 굳세지 못해서.” / 143p



“바위를 뚫고 자라나는 건강하고 씩씩한 나무도 가끔 있지.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거야.” 토드 부인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헐벗은 돌투성이 언덕 꼭대기 같은 곳, 기름진 흙이라고는 싹싹 그러모아도 외바퀴 수레 하나 못 채우는 곳에서 바싹 마른 여름을 지나면서도 푸르른 우듬지를 자랑하지. 돌에 귀를 대보면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릴 거야. 그런 나무는 자기만의 샘을 지니고 있거든. 그런 나무를 똑 닮은 사람들도 있고.” / 143p










  푸른 언덕 위에서 바다 너머의 수평선을 바라보듯 휴식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잔잔하지만 그 안온함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소설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즐거움을 찾고 싶은 날엔 이 책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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