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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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으로 영화 제작이 확정된 소설 《시간을 멈추는 법》은 성장 속도가 보통 사람보다 15배 느린 희귀한 병(?)을 가진 톰 해저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난 늙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사실을 가장 먼저 털어놓고 싶다. 나를 보고 사십대 즈음이라 생각했다면 당신은 감조차 잡지 못한 것이다. 나는 늙었다. 그냥 늙은 게 아니라 나무나 대합이나 르네상스 그림만큼 늙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나는 5백여 년 전에 태어났다. (본문 10p)

 

삶에 대한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는 듯 하다. 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현생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처럼 삶의 시간을 붙잡고 싶어한다. 1581년 3월 3일에 태어났다며 자신의 소개하는 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도깨비》를 떠올리게 됐다. 늙지도 죽지도 못한 채 오랜 시간을 살아가던 주인공 도깨비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벌이라 이야기했다. 고려시대부터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겪어야 했던 도깨비, 신분을 바꿔가면서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던 그의 삶이 이 책의 톰과 닮아 있다.

 

사람들이 우리를 잘 모르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어떤 조직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밀을 알아내고, 또 믿는 사람들은 가뜩이나 짧은 삶을 더 짧게 살다 가야한다. 위험은 보통 사람들로부터만 오는 게 아니다. 내면으로부터도 오는 것이다. (본문 13p)

 

1581년 태어난 톰은 변하지 않는 외모로 사람들의 의심을 받게 되고, 톰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늙지 않는 마법을 걸었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려 물속에 던져진다. 톰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딱 한 번 사랑에 빠졌다. 아내 로즈의 죽음으로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으로 떨어졌고, 그 후 몇 세기 동안 그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비밀을 가진 딸 매리언을 찾기 위해 400여년을 살아왔다. 원래 이름은 에스티엔느 토마 앙브루아즈 크리스토프 아자르였던 그는 톰 해저드가 되어 이제 런던에서 역사선생님으로서 새 인생을 살게 된다. 톰과 같은 비밀을 가진 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앨버트로스'를 조직했고 톰은 리더인 헨드릭에 의해 조직에 가입하면서 8년마다 헨드릭의 지시에 따라 계속 신분을 바꾸며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다.

 

조직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 인간을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톰은 불어선생 카미유에 끌리게 된다. 한편 톰은 1767년 친구가 되었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추장 오마이를 조직에 가입시키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이 두 가지에 대한 톰의 고민을 통해 저자는 인간의 본성, 살아가는 방법에 물음에 대해 답을 쫓고 있다. 톰의 기구한 삶과 그의 고민을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될 것이다. 드라마와 전체적인 이야기와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 그들의 고민은 닮아 있는 듯 보인다. 그들의 삶과 고민 속에서 독자 스스로의 삶,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독특한 설정이지만 전반적으로 지루한 느낌을 가진다. 그 느낌이 왠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잘 어울리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톰과 비슷한 나이(살아온 시간 말고..나이로)에 내가 삶, 시간, 사랑 등에 대해 생각해보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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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 - 해외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심층 보고서
쥘리에트 모리요.도리앙 말로비크 지음, 조동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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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북한이 변하고 있다. 핵실험으로 늘 위협을 가하던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이 현실화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대북제재로 맞서던 미국과도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되었다. 정상회담에 관한 뉴스가 연일 화제가 되고 평양공연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가져왔던 북한의 상투적인 이미지가 아닌 다른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북한은 우리에게도 낯설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한반도의 세계사적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한 지금, 우리도 그동안 가져왔던 지극히 주관적이며 고정적이었던 북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가 아닐까 싶다.

 

세종서적《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은 프랑스의 북한 전문가 두 명이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 시절부터 남북한은 물론 중국·동남아·러시아·일본 등에서 15년간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한, 대중들을 위한 ‘북한 입문서’로 북한에 대한 100가지를 던지고 그에 대한 짧지만 정확하고 상세한 답을 내놓은 구성을 지닌다. 이 책의 저자 쥘리에트 모리요는 기자이자 한반도 문제 전문 한국학자로 서울대학교 교수, 파리 전쟁사관학교 남북관계 세미나 지도교수를 역임했으며 350년의 역사를 지닌 국립동양어문화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사를 배운 이후 오랫동안 남북한을 정기적으로 왕래하며 한번도의 문화, 역시, 지정학에 큰 관심을 표명해온 인물이다. 또 한 명의 저자인 도리아 말로비트는 중국 및 중화권 전문 대기자로, 프랑스 3대 일간지의 하나인 「라 쿠루아」의 아시아 담당 부장이다. 30년간 중국을 왕래하며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쥘리에트 모리요와 더불어 수많은 인터뷰와 취재를 행했다. 이 책은 미국, 서방, 한국의 편향된 북한 정보를 탈피하고자 남북한은 물론 중국, 동남아, 러시아, 일본 등에서 15년간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거친 노력의 산물이라 하겠다.

 

우리는 이 모든 질문을 남과 북 두 개의 한국에 공통된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북한은 일견 이상해 보이지만 그들의 무수한 반응과 특징은 우리가 모르는 한국성이라는 연원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진지하게 분석하려면 강렬한 문명의 토대를 필히 숙지하고 섭취해야 한다. 그 때문에 평양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이해해야 한다.

균형감 있는 파악을 위해 우리는 북한에 대한 모든 교조주의를 배제하고, 서구의 정서적 시각을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보고자 했다. 오만함이나 가르치려는 의도는 없다. 그것이 이 책 전반에 걸친 우리의 접근 방식이다. 우리는 독자들이 의당 제기했을 모든 질문에 답했으리라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질문이 제기되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요체는 그것이다. 북한이 더 이상 신비의 나라가 아니기를 희망한다. (본문 17p)

 

이 책은 [제1부 역사]에서 한국의 탄생과 왜 북한을 '은둔의 왕국'이라 부르게 되었는지, 일본 식문주의는 왜 한국인들에게 트라우마인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어떻게 선포되었는지, 한국전쟁의 세 가지 주요 국면 등에 대한 질문을 수록하였으며, [제2부 정치]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은 누구인지, 새 지도자와 함께 정치 구조는 어떻게 진화 중인지, 우리는 김정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다. [제3부 지정학]에서는 북한 핵개발의 기원은 무엇이며, 북한 핵무기에 의혹이 있는지,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의 기원과 현실, 긝 혁위협의 이면에 평양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북한은 외교전을 어떻게 진행할 것이며, 제재는 왜 비효과적이며 유엔의 제재는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국의 외교는 실패인지 등에 대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1990년대 초반 평양이 군사 핵의 전 과정을 장악하기 훨씬 이전부터 북한은 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졌고, 이후 핵과 탄도미사일의 확산 위협에 다라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그렇지만 현실적 위협이 존재하려면 의도와 능력이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 당시 평양은 그럴 능력이 없었고 심지어 북한의 현실적 의도도 파악되지 못했지만, 공포는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었다. (중략) 분명 북한은 도발하고 있지만 이는 공격이 목적이 아닌, 워싱턴의 주의를 끌기 위함이다. 이 정권이 자살을 원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이는 더없이 합리적이 논리다. 이웃나라와 서방은 그들에게 저항하는 나라 -과거 중소 관계를 갖고 놀듯 중미 관계의 양면성을 훌륭하게 갖고 노는 나라-에 직면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결코 일어날 리 없는 북한의 자살 충동만이 북한을 두려워 하는 일을 정당화할 것이다. (분문 131~133p)

 

 [제4부 현실]에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 강제노동수용소의 현실, 북한에 반대세력이 있는지, 통일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다. [제5부 경제]에서는 북한의 경제 상황은 어떤지와 북한에 시장경제가 탄생했는지, 북한에 민간 은행, 금융 제도가 정착되는 중인지, 북한에 경제특구가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제6부 사회와 문화]에서는 북한 사회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북한 신승 사업가 계급의 힘, 북한에서 종교의 위치,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 북한의 의료체계 등에 대한 질문과 답이 [제7부 선전]에서는 북한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을 믿어야 하는지, 탈북자들은 어떻게 조종당하고, 탈북자들의 증언을 믿을 수 있는지 여부와 북한인들은 세계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100가지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에는 통찰이 담겨져 있으며 객관적 시선으로 북한 사회를 조명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볼 수 있다. 저자는 오늘을 밝히기 위해 과거를 소개하고, 한국신화의 시조인 단군 이래 발현된 경이로운 문화적 지령을 고려하고 자국을 현대화하라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물론 수세기 동안 자기 운명의 주인인 적이 거의 없었던 한반도의 과거를 간과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자'는 것을 목적으로 이 책을 쓰고 있기에 상투적 이미지의 북한이 아닌 북한을 알기에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궁금한 부분을 찾아 읽을 수 있어 읽기에 부담없는 책이었다. '은둔국가'에서 '정상국가'로 변하고 있는 북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이 북한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시각이 필요할 듯 싶다. 이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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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의 편지 - 사람과 시대를 잇는 또 하나의 역사 사람을 향한 인문학
손문호 지음 / 가치창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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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창조 《사람을 향한 인문학》은 우리 전통의 인문학을 재조명하는 시리즈로 그동안 가치에 비해 멀게만 느껴졌던 인문학을 우리 곁에 두고자 새롭게 시도하는 기획물이다. 이 시리즈는 쉽고 어려움을 떠나 인문학이 사람을 향해 있고 사람을 위해 존재함을 느끼게 하고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조차도 바로 자기 곁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책 《옛사람의 편지》는 조선조 지식인들의 친필 편지를 역사의 흐름에 맞춰 풀어내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고민과 연민을 실타래 풀듯 하나하나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한다.

 

지금은 이메일, SNS, 메신저 등을 대신하고 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편지는 소통의 도구였다. (이 책의 말을 인용하자면) 편지는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가장 솔직한 자기표현이며 쓰는 이와 받는 이의 관계까지 숨김없이 보여주는 사람 사이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났지만 옛 선조들에게 편지는 유일한 개인적인 소통이었는데 여기에는 당시 지식인들의 고뇌와 일상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까지 담겨져 있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이에 《옛사람의 편지》에서는  조선조 지식인들의 편지를 역사의 흐름에 맞춰 풀어내고 풍부한 해설을 담아 조선의 정치사회사를 새로운 분야로 읽어볼 수 있다.

 

이 책은 정도전이 정모주에게 쓰는 '정달가에게 보내는 편지',  남효은이 김시습에게 답하는 '동봉산인 잠공 기시습 선생께 답하는 편지', 김종직이 남효온에게 답하는 '추강 남효온에게 답하는 편지', 숙부 조원기가 조카 홍언필과 조광조에게 쓰는 '의정 홍자미와 대헌 조효직에게 보내는 편지', 이왕이 이전인에게 답하는 '이전인에게 답함', 이황과 조식이 주고받은 편지, 이황이 기대승에게 답하는 '기명언에게 보내는 답장', 율곡 이이가 이발에게 답하는 '이발에게 보내는 답장', 이순신의 난중 편지, 남구만이 )최석정에게 답하는 '최여화에게 보내는 답장', 송시열이 안방준에게 쓰는 '은봉 선생께 올림', 삼환지가 정사년(1797)7월 6일 저녁에 종저에게 받은 편지, 박지원의 편지, 정약용과 이기경이 주고받은 편지, 김정희의 편지로 나누어 옛사람들의 삶을 재생시킴과 동시에 역사의 흐름에 맞춰 정치적 사회적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애초 생각은 웅천이 부산으로 가는 길목인 데다 흉학한 왜적들이 요새를 지키고 나오지 않은지라, 명나라 군사가 남진하는 날 수군으로 거느리고 곧장 부산으로 가자면 필시 후방을 돌봐야 하는 걱정이 없지 않을 것이니, 그때 불로 왜적들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형세는 명나라 군사가 오래 지체하고 있으니, 만약 적함을 불살라 없앤다 해도 왜구를 잠시 머물러 있게 할 뿐입니다. 이러하니 영감께서 알려주신 계책을 어찌 써볼 수 있겠습니까. (중략) 앞으로 백성과 명나라 군사를 먹일 식량이 크게 걱정인데, 이를 마련할 방책이 딱히 없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각 전선에 배치된 군사들을 경내고 들여보내 파종에 진력하게 하고, 명나라 군사들의 소식을 듣는 즉시 바다로 나가게 하려고 합니다. (본문 229, 230p)

 

편지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인문서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책이다. 이 편지들을 읽다보면 그 당시의 생각과 정서, 삶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시의 사건과 역사에 대해 보다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미 알려진 편지보다 새로운 편지를 발굴하고자 했으며 32통의 편지를 통해 옛 사람들의 삶과 사상을 풍성하게 재생시키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편지로 역사를 담아내고 사람과 시대를 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구성은 큰 의미를 띄고 있는 듯 보인다.

 

다만 '벼슬하는 것이 가난하기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에 따라서는 가난하기 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으나, 어찌 지금이 가난을 면하기 위해 벼슬할 때이겠느냐. 집이 가난하고 부모가 늙어서 벼슬을 하게 되지만 뒤로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벼슬을 그만두려면 쉽지 않다. 그래서 옛 성인도 벼슬 사양하는 것을 흰 칼날 밟는 것에 비유하여 어려운 일이라 했던 것이다. 무릇 남의 일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설혹 네가 벼슬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위선이라고 비방하지 않을지 어찌 알 수 있겠느냐. 이것이 나의 걱정인바 이번 천거가 기쁜 것만은 아니고 근심스러운 이유다. 오직 허물없고 명예 없이 지내는 것이 참으로 몸을 보전하는 길이라 할 것이다. (본문 91. 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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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 속의 슈퍼스파이 - 스마트한 만큼 오싹해진다 생각이 자라는 나무 1
타니아 로이드 치, 벨 뷔트리히, 임경희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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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8700만명 이상의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번 페이스북 사건 이전에도 은행,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개인 정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유출되는 일이 일어나 더 큰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언젠가 우연히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전 지역의 CCTV를 활용하는 내용이었던 듯 한데, 문제는 범인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공개되는 것이었지요. 이 영화를 보면서 나를 지켜보는 여러 개의 눈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었지요. 하지만 이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IT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면서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지만 반면에 우리의 정보와 사생활이 노출되는 악영향도 분명 존재합니다. 범죄 예방을 위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CCTV이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시선 속에 있었던 것이지요. CCTV 뿐만 아니라 사람들마다 손에 쥐어진 휴대폰, 컴퓨터의 웹캠으로도 나의 일상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SNS에 글을 올릴 때 자신을 특정한 이미지로 내보이려 노력한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우리 집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는 순간……, 혹시 이 모든 소소한 일상이 세상 사람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다 문득 이 세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 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걸까?

·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분하는 선은 어디일까?

·  나의 비밀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본문 13p)

 

《내 휴대폰 속의 슈퍼 스파이》는 미처 준비되지 않은 채 맞닥뜨리게 된 IT 감시 사회의 실상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어떻게하면 나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탐구 자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장 학교 안을 지켜보는 눈'에서는 2013년 미국 텍사스주의 존 제이 고등학교에서 도입한 무선 인식 시스템에 관한 사례 외에도 수많은 학교의 복도와 식당에 설치된 CCTV에 대한 사례를 보여주면서 CCTV가 듬직한 경비인지, 음흉한 감시자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는 학교 뿐만 아니라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2장 우리 집에 도청 장치가?'에서는 인터넷에 연결된 가전 기기의 실장을 보여줍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것은 무엇이든 해킹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3장 두 얼굴의 CCTV'에서는 든든한 경비원이 되고 있는 CCTV이지만 이중성을 띄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범죄 예방을 위한 CCTV를 설치했으나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 범죄율이 높아졌다고 해요. 범죄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옮겨 간 셈인거죠. CCTV를 촘촘하게 설치한다면 범죄는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우리의 자유도 잃게 될 것입니다. 정보를 훔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4장 인터넷의 거미줄의 걸리다!' 멤버십 카드로 유출되는 개인정보에 대한 사례를 담은 '5장 쇼핑은 개인 정보를 남긴다!' 그리고 여러 나라 정부에서 자국민의 정보를 수집하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6장 성가신 빅 브라더'까지, 우리는 정보와 사생활이 유출되는 여러 사례를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지요. 이를 통해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IT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일 겝니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들로 인해 개인 정보와 사생활이 상당히 유출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다행인 셈이죠. 이 책은 이렇게 오늘날의 정보 보안 이슈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어요. 특히 책 속에 실린 사례들의 주인공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더 와닿을 듯 하네요.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휴대폰과 인터넷 없이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가 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지요. 아마 이 책이 그 지혜를 선물해줄 수 있을 듯 하네요. IT가 더욱 발달할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청소년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추!

 

어느 쪽이 옳을까? 서로를 믿고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열린 태도?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 지켜 주지 않을 나만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어벽을 쌓는 일? 아마도 답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그게 정확히 어디냐고? 그건 미래의 시민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 자신이다! (본문 1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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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와 꿀벌 - 약탈과 창조, 자본주의의 두 얼굴
제프 멀건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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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적 《메뚜기와 꿀벌》은 '메뚜기'와 '꿀벌', 즉 '약탈자'와 '창조자'라는 대비되는 두 개념으로 자본주의의 이중적 속성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즉, 탐스러운 메뚜기와 부지런한 벌의 두 가지 속성으로 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타인이 창출한 가치를 봅아먹으려 하는 약탈자와 무임승차자에게 보상을 한다는 문제를 지녔다. 그러나 동시에 뭔가를 창조하는 자, 만드는 자, 제공하는 자에게도 보상을 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에 내재된 두 가지 속성의 불균형이 우리 사회에 숱한 문제점을 야기했음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이를 토대로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전망에 대해 심도 깊에 논한다. (책 뒷표지 中)

 

이 책의 저자는 제프 멀건으로 사회 혁신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이다. 영국 총리실 산하 미래전략위원회의 전략기획관을 지냈으며, 각국의 산업 정책 수립에 자문 역할을 했다. 2013~2016년에는 과학기술 관련 위원회인 '런던 엔터프라이즈 패널'의 공동 위원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세계경제포험의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미래 위원회'에서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는 세계적인 사회혁신 싱크탱크인 '네스타 NESTA'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사회혁신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하며, 어떻게 추진하는가》《좋은 권력과 나쁜 권력》《공공 전략의 기술》등이 있다.

 

《메뚜기와 꿀벌》은 1장 자본주의 이후, 2장 불모의 위기와 생산적인 위기, 3장 자본주의의 본질, 4장 갈취할 것인가, 생성할 것인가: 약탈자와 창조자, 5장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6장 반자본주의 유토피아와 네오토피아, 7장 변혁의 속성:시스템은 어떻게 변하하는가, 8장 창조적 기술가 약탈적 기술, 9장 '관계'와 '유지'에 기반한 경제의 부상, 10장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개념들, 11장 새로운 배열:사회는 (가끔씩이나마) 어떻게 도약하는가, 12장 자본주의를 넘어서 등으로 나누어 자본주의를 계속해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서 분석할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자 한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가장 좋은 자본주의는 창조하는 자, 만드는 자, 제공하는 자에게 보상한다. 즉 창의적인 테크놀로지, 좋은 음식, 자동차, 의료 등 다른 이들에게 가치 있고 만족과 즐거움을 주는 것을 창출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보상을 받는다. 메뚜기 떼처럼 약탈을 일삼는 봉건 군주와 국가에 대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자본주의가 도덕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핵심 원천이었다. 자본주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 혁신하는 사람, 부지런한 꿀벌 같은 사람에게 보상하고, 그럼으로써 모든 이의 삶을 그 어떤 체제보다 많이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본문 11,12p)

 

자본주의가 갈 수 있는 미래는 많다고 한다.어쩌면 더 약탈적으로 변해갈지도 모르며, 도처에 존재하는 네트워크와 데이터로 현실과 가상이 결합된 세계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것까지 모든 정보가 상품으로 거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본주의를 삶과 생명에 더 밀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함으로써 자본주의가 풍성해지고, 즐거워지고, 고양되고, 의미의 결핍을 국복할 수 있게 되는 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자본주의의 미래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다. 저자는 이에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의 모호한 속성이 긍정적인 결실을 내는 쪽으로 발휘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과 행동의 지침을 제시하는데, 7장에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진화해갈지 생각해볼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9장에서 저자는 주요 경제권에서의 핵심 분야가 더 이상 자동차, 철강, 마이크로칩, 금융 서비스 등이 아니라 건강, 교육, 돌봄, 그리고 넓의 의미의 '녹색 산업'분야로 옮겨 가게 될 것임을 설명하고, 11장에서는 자본, 노동, 생산, 지식, 복지, 놀이의 역할을 새롭게 고찰하면서, 미래의 합의와 조정에 기초가 될 요소들을 제안한다. 그리고 독자는 꿀벌에 힘을 실어주고 메뚜기를 제약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이 책을 통해 답을 얻게 된다.

 

자본주의 경제를 분석한 대다수의 저술은 창조성과 약탈성 사이의 긴장 관계를 무시하고 있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한다. 이 책은 부가 무엇이고, 어떻게 창출되며,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매우 급진적으로 달라질 수 있게 돕는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미래에 수많은 꿀벌들의 선의에 응답하는 시대가 탄생하는데 첫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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