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황경신 지음, 김원 사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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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줄 읽기가 힘겨웠던 더위가 물러나고 온통 파란 하늘에 시원한 바람으로 기분까지 행복해지는 가을이 찾아왔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마음도 살랑살랑 바람따라 흐느적거리는 중이다. 유독 힘겨웠던 더위 때문이었을까? 이번 가을엔 유독 한없이 기분이 살랑인다. 여름에는 그에 어울리는 스릴러 장르의 책을 몇 권 읽다가 살랑이는 마음을 따라 감성적인 사진 위에 스민 아름다운 문장들과 그 따뜻하고 가슴 먹먹한 콜라보로 담겨진《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를 집어들었다.

 

1995년 PAPER 창간때부터 2010년까지 편집장으로 일한 황경신은 《생각이 나서》《초콜릿 우체국》《반짝반짝 변주곡》등으로 내게 익숙한 작가이다. 황경신의 아름다운 문장에는 1995년에 PAPER 창간하여 10년이 넘도록 발행인으로 활동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김원의 감성적인 사진들이 어우러진 읽을거리, 볼거리가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은,

Chapter 01 흐린 믿음에도 나는 온통 그대를 향해 서 있습니다, Chapter 02 너, 한 번도 앉지 않은 빈자리에 말간 햇살들이 잠시 머물다 간다, Chapter 03 이렇게 하찮은 존재로 태어났어도 그대를 사랑할 수 있나, Chapter 04 사랑, 그 무모한 이름만으로 갈 수 없는 수많은 길들을 위하여, Chapter 05 찾아 헤매인 어느 길 하나 그대 아닌 것이 없었으니, Chapter 06 하지 못한 말들은 칼날이 되어 따가운 봄빛 속에 무심히 반짝인다, Chapter 07 목숨처럼 무서운 사랑도 무엇이 어떻다고 잊지 못하겠습니까, Chapter 08 온종일 그대에게서 달아날 궁리만 하던 그때는 가도 가도 깊은 사막인 줄 알았습니다, Chapter 09 아무리 멀어도 꿈이라면 닿겠지 아무리 그리워도 목숨은 건지겠지, Chapter 10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서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된다면 등 총 10 Chapter로 나누어 감정이 말랑해지는 스토리와 사진을 담아내고 있다.

 

그동안 접해던 황경신 작가의 글은 난해하거나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있어 다소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이 에세이에서는 작가의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봄을 기다리니 한겨울의 추위 끝이 없다

꽃 피우는 나무 길고 긴 잠 끝이 없다

사랑을 하니 불안한 마음 끝이 없다

갈망이 있으니 절망 또한 끝이 없다

 

다행이다, 살아 있으니

마음은 수천 개의 상처로 얼룩진다

다행이다, 꿈을 꾸니

길은 수천 갈래로 뻗어간다   (본문 201p _끝이 없다)

 

글의 감성을 이끌어내는 사진들은 사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을 적셔주는 듯 하나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말랑말랑한 감성을 이끌어준다. 금새 읽어내려갈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이야기도 있고, 오랫동안 눈길을 주게 되는 사진도 있다. 작가의 이야기는 감성을 촉촉히 적셔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잠시동안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책이었다. 살랑살랑 가을 바람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가을이면 생각날법한 책.

 

 

그리고 가을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마른 잎들이 타올라

연기는 바람에 날린다

검은 손과

말라붙은 눈물의 너를 꿈꾸며

나를 오래도록 서 있었다

푸른 서리 내리는 어두운 길 위에서

 

나는 어느새 떠나와 있었다

쉽게, 마치 그러리라 작정했던 것처럼

후회는 없다, 그러나

누군들 변해버린 자신을 용서하겠는가

변명처럼 한숨을 쉬며

나는 오래도록 어두워진다

이 창백하고 불완전한 길 위에서 (본문 197p _마치 그러리라 작정했던 것처럼)

 

(이미지출처: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본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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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는 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오카다 다카시 지음, 최용우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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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흉학한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해자들의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죄책감조차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최근에는 보복 운전, 층간소음, 데이트 폭력 등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한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충동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단지 화가 난다는 이유로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왜 이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화를 참지 못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세종서적 《내 주위에는 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에서 그 이유와 해결방안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갑질 행위, 집단 따돌림, 데이트 폭력, 아동 학대처럼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불만과 분노를 충동적으로 폭발시키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이상한 현상들의 밑바탕에는 '과대자기증후군'이라는 공통된 병리가 숨어 있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전능감, 끊임없이 관심과 칭찬을 갈망하는 욕구,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 등은 흉악한 범죄자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 마음속에 공허함이나 불안을 지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일본 정신의학계와 심리학계의 독보적인 권위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가정에서부터 직장, 미디어, 정치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과대자기증후군이란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뒷표지 中) 

 

이 책의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상처받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비가 올 때 필요한 우산과도 같은 '마음의 안전기지'를 마련해주겠다는 취지로 2013년 자신의 이름을 건 오카다 클리닉을 개원했으며, 다수의 저서들로 일본 정신의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았다. 저자는 다양한 사건을 들여다보며 불안정 애착문제와 자기애의 문제에 주목하게 되었고 2005년 9월 《내 주위에는 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일본의 원서 제목은 《과대자기증후군》)을 출간하게 되었다. 당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으나 아키하바라 사건이 일어난 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게되었다.

 

과대자기증후군의 병리를 보여주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앞서 예로 든 가정 폭력과 스토커,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 학대 같은,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불만 및 분노를 충동적으로 분출시키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는 눈 깜짝할 새에 범죄 수준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혐성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본문 9p)

 

저자는 과대자기의 병리에 대한 이해는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상대를 협박하고 지배하려는 자기애의 폭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이러한 문제를 지닌 사람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과대자기증후군은 흉학한 범죄자 및 위험한 지도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변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정신 병리이며, 마음 속에 공허함이나 불만을 지닌 사람일수록 이 증후군의 영향을 쉽게 받기 때문에 모든 현대인들이 이러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에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임상 사례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해를 도우며 개인의 문제를 넘어 현대사회가 내포한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제1부 이상 사태의 밑바탕에 있는 것, 제2부 과대자기증후군이랑 무엇인가?, 제3부 과대자기증후군의 비극, 제4부 과대자기증후군을 초래하는 현대사회, 제5부 우리 가까운 곳에 있는 과대자기증후군, 제6부 과대자기증후군 극복 방법 등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발생한 흉학한 사건의 배경을 추적하면서 여기에 과대자기증후군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부터 다양한 동서고금의 유명인을 사레로 과대자기증후군의 특성을 소개하는 한편 과대자기증후군이 발발하게 된 원인과 과대자기를 초래한 현대사회의 특성을 살펴보고 가정, 학교, 직장, 연인관계 등 우리 가까운 곳에 있는 과대자기증후군을 살펴봄으로써 과대자기증후군을 극복하고 이 같은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법과 과대자기증후군을 방지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과대자기증후군은 현대사회의 특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있음 설명하면서 과대자기증후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행복과 성장의 의미를 깨닫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성을 잃은 듯한 파멸의광란에 말려들지 않고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새로운 원리를 모색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일단 사회를 좀먹고 있는 과대자기증후군을 자각하고, 여기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과대자기증후군은 그야말로 위기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심적 여유를 잃었을 때 가장 파괴적인 해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역사가 저지른 잘못이 더욱 커대한 규모로 그리고 더욱 치명적인 방식으로 되풀이될 것 같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한 파멸을 피하고 균형 잡힌 사회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과대자기증후군에 사회가 잠식당하지 않게끔 이성적인 힘과 냉정한 판단을 유지해야 한다. (본문 303p)

 

저자는 이 책을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 옆에 있다."라는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세상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반대로 사람들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과대자기증후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에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구지 말할 필요가 없을 듯 보인다. 《내 주위에는 왜 욱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는 과대자기증후군에 대한 예방주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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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2 - 완결
배진수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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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포는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어릴 때는 귀신, 도깨비 등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번번히 발생하는 살인과 폭력, 미래에 대한 불안, 현실 사회의 어두운 밑바닥 등이 더 무겁게 느껴지곤 하지요. 얼마 전 읽었던 소담출판사의 또다른 공포물 《기기괴괴》에서도 인간의 본성이 가진 무서움을 공포로 보여주고 있었지요. 2012년 10월 4일부터 2014년 9월 12일까지 매주 금요일에 연재되었던 웹툰 《금요일》역시 그렇습니다.

 

근본적으로 이 작품은 공포보다는 블랙코미디에 가까우며, 선뜻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과 이것이 불러오는 연민, 즉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만화입니다. (작가의 말 中)

 

 

옴니버스 구성의 스릴러 만화《금요일》에는 공포물에 자주 등장하는 귀신도 없고, 연쇄 살인범의 잔혹한 살인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현실 사회의 어두운 밑바닥과 인간 본성의 심연에 뿌리 깊이 내재된 불안을 건드림으로써 서늘한 공포를 주고 있어요. 이 책은. 1부 RULE, 2부 WISH, 3부 LIVES, 4부 CHOICE, 5부 RISK 등 주제에 따라 총 5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주제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수명(시간)으로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거래소], 자신의 악행이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내용을 담은 [MERRY], 회사보다는 교도소라는 조직이 더 낫지 않냐는 메시지를 던지는 [공공살인], 자식의 목숨을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살리려던 모성의 반전을 보여준 [선택] 등 읽다보면 섬뜩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읽고 난 후에도 여운이 많이 남고 곱씹을수록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들이죠.

 

생물의 모든 행위는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들일 뿐이라고. 심지어 우리가 '선행'이라고 알고 있는 행동들조차 그 기저에는 자기 만족이나 자기 위안, 혹은 '공동체 보험'같은 이기심이 있을 뿐이라고. 다만 그런 행위를 권장하고 장려하는 것은 알고 보면 타인의 뜻. 즉, 선행을 권장해 누군가가 한 선행의 수혜자가 되려는 공동체가 지닌 또 다른 이기심의 발로일 뿐이라고. (본문 207p)

 

 

《금요일》을 한자로 풀이하면 '금지된 날'이 됩니다. 귀신이 나오는 것, 잔혹한 연쇄 살인범이 나오는 것보다 이렇게 인간의 본성을 담아낸 이야기들에서 더욱 섬뜩함을 느끼는 건 아마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성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섬뜩,오싹, 공포 등이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누구라도 읽어봄으로써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아직도 여운이 많이 남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본성이 주는 공포가 귀신보다 무섭다는 것이 너무도 씁쓸한 이야기지만 지끔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이미지출처: '금요일 2'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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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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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라는 책 제목이 오해를 살 법하지만 이 책은 아무 생각 없이 살자는 이야기가 아닌 침울한 마음, 흐트러진 감정, 고민 등의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하자는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화, 고민, 우울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 침울한 감정은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타인 또는 나를 탓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내가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거나, 완벽하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자책 등으로 화가 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지요. 이런 생각들이 내 마음을 무겁고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실수를 해도 되며, 반드시 잘 해내야 하는건 아니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러한 마음을 덜어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어본다면 마음 속 무거운 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거예요.

 

어서오세요, 마음 안경을 닦는 가게입니다.

고민하지 않기, 화내지 않기, 휘둘리지 않기.

걸핏하면 짜증을 내거나 작은 일에 집착하고 고민한다면 '마음 안경'을 닦아보세요. 인생이 환해집니다. (표지 中)

 

이 책의 저자 가오리, 유카리는 쌍둥이 자매 작가로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자는 신조로 전문적인 주제를 글과 그림으로 쉽게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미국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앨버트 엘리스의 임상심리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지요. 이 책의 주인공은 구두 닦는 일을 하는 다람쥐 엘리스입니다. 구두를 닦는 동안 손님들은 엘리스에게 자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손님들이 이야기를 다 하면 엘리스는 마음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답니다. 이 책은 바로 엘리스의 마음 안경에 대한 이야기지요.

 

우리 가게는 여러분의 고민을 듣고 어떻게 해결하라고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는 초초, 불안, 침울이라는 '나쁜 감정'을 여러분 스스로 떨쳐버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될 만한 소소한 이야기를 할 뿐이죠. 바로 '마음 안경' 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본문 11p)

 

같은 사건이라도 받아들이는 감정은 다르고, 같은 시각으로 봐도 받아들이는 감정은 다릅니다. 그 사건과 감정 사이에는 '마음 안경'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정해지는 것이죠. 의식이나 규칙, 고정관념이나 가치관, 신념이나 소신 등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가 있어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감정'의 차이가 생깁니다. 결국 좋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도 생각을 바꾸면 쓸데없는 고민이 사라집니다.

 

"인간의 마음은 일어나는 일에 따라 흐트러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흐트러지는 것이다." (본문 57p)

 

또한 이치에 맞지 않고 비현실적이며 집착적이어서 자신의 행복이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사고, 즉 비이성적인 사고를 가지면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구두 닦는 가게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엘리스처럼 말이죠. 마음 안경 렌즈에 묵직하게 달라붙은 묵은 때 즉,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점점 옭아매는 집착 혹은 신념을 가지면 이성적인 사고가 어렵습니다. 비이성적인 사고방식이 습관이 되면 마음의 불행을 초래하게 되지요. 이런 아무런 쓸모가 없는 묵은 때를 미련 없이 그냥 버리기만 한다면 누구나 침울하지 않은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엘리스는 마음 안경을 닦는 여섯 단계의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마음 안경을 닦는 일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빛나게 하는 것,

바로 그런 일입니다. (본문 221p)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거나 혹은 나 자신을 질책하는 일이 있었나요? 자기 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면서 이불킥을 해본 적은 있나요? 다시는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을 반복하지는 않았나요? 아마 누구나 경험해 본 일일 것이고 항상 반복해온 일들일 겝니다. 마음을 바꾸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듯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낀 얼룩을 제거하는 일이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네요. 그동안 남탓을 하며 그릇된 마음을 많이 가졌던 거 같아요. 마음 안경 렌즈에 얼룩이 잔뜩 덮혀있었네요. 책을 읽는동안 마음이 참 차분해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침울한 마음으로 하루하루가 힘겹다면 이 책을 추천해봅니다. 어두움이 서서히 걷히는 걸 느낄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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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전쟁 라임 청소년 문학 34
뤽 블랑빌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라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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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이 책이 게임 중독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을 짐작케 했습니다. 최근 게임 중독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만큼 게임 중독에 대한 문제점도 그만큼 크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물론 그만큼 신선한 소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게임 중독인 주인공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아낸 뻔~한 스토리라는 생각에 사실 처음에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늘 게임에 접속해 있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을 물론 가족 이야기와 첫사랑 이야기를 더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아내고 있어 기대이상이었습니다.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에 유머를 더해 밝게 담아낸 것도 좋았던 거 같아요.

 

간혹 게임 중독에 빠져 게임 속 세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컴퓨터와 핸드폰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인터넷, 게임, SNS 등과 동떨어져 살아가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만으로도《게임 전쟁》의 주인공 토마를 통해서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겠네요.

 

컴퓨터 하면 토마, 토마하면 컴퓨터 할 정도로 토마는 게임, 인터넷 중독입니다. 오랫동안 그저 행복한 게임 덕후로 살아왔죠. 하지만 에스테르 카뮈조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모든 일이 배배 꼬이기 시작했어요. 토마의 변화를 바로 눈치챈 건 동생 폴린이었고, 빚을 독촉하듯 물어보는 폴린에게서 빠져나갈 구멍은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었죠. 폴린은 에스테르와 페북 친구일 뿐만 아니라 승마 카페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어요. 폴린 덕분에 토마는 에스테르 집에 초대를 받게 되고 에스테르가 내는 아주 어려운 시험을 치루게 됩니다. 바로 한 달간 컴퓨터를 끊는 것이었죠. 에스테르는 현실의 삶을 피하지 말라며 태블릿 PC나 휴대폰도 안 되고, 컴퓨터도 켤 수 없다고 말합니다. 어떤 종류의 게임도 할 수 없다네요. 이 시험을 통과하면 에스테르와 사귈 수 있어요. 감시자는 폴린이었죠.

 

라트레유는 친구들에게 심술을 부리는 최악의 남자아이입니다. 그 레이더망에 토마가 걸리고 말았어요. 레트레유는 토마를 보면 시비를 걸곤 합니다. 선생님 앞에서는 모범생인 라트레유는 천하무적이었죠. 그 라트레유가 국어 선생님의 치마 속을 몰래 찍어 반 아이들에게 전송하는 사건이 터지고 맙니다. 유력한 용의자는 컴퓨터를 잘하는 토마였지요. 라트레유는 토마에게 선생님에게 이르면 폴린을 괴롭힌다는 협박까지 했답니다. 설상가상 게임 덕후였던 토마가 게임을 안하는 이유가 에스테르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에스테르와의 관계까지 나빠지게 됩니다.

 

토마는 정말로 자기가 컴퓨터, 태블릿 PC, 휴대폰을 붙잡고 살아서 집안 분위기가 이렇게 된 게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와이파이가 가족들의 뇌에 영향을 미친 걸까? (본문 31p)

 

반면 가족 식사 분위기의 변화된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 토마는 엄마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토마는 폴린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잘 하는 컴퓨터를 통해서 말이죠.

 

이렇게 토마에게는 여러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찾아옵니다. 이 과정에서 현실에서 도망쳐 게임 속으로 도망치는 토마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다행이 토마는 이 문제들과 마주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지요. 그 과정에서 토마는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토마가 게임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요. 학교문제, 가족문제, 첫사랑 이야기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무겁지 않게 담겨져 있지요. 토마의 이런 모습이 청소년 독자들에게 공감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야무지고 똑소리나는 폴린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얼마전 TV프로그램에서 중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것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습니다. 한 패널은 중독은 몰입과 닮아 있다고 했어요. 누구나 중독되어 있는 건 하나씩 있다고. 하지만 여기서 현실이 파괴되면 중독이 되는 것이고, 현실이 유지되면 몰입이 되는거죠. 몰입과 중독의 경계에서 우리는 그 일에 있어 중독이 아닌 몰입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토마는 그 경계를 지키는 방법을 일깨워 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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