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문자를 찾아서 - 문자 덕후의 발랄한 세계 문자 안내서
마쓰 구쓰타로 지음, 박성민 옮김 / 눌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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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깜찍하고 예쁜데 솔직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발간된 책들을 보면 확실히 이 사람들은 오타쿠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알라딘 신간 코너에 제목만 대충 보고 세계 문자의 기원에 관한 책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한 문자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야겠다.

한글에 너무 익숙해서인가, 어떤 문자를 봐도 한글 외에는 전부 낯설고 어려고 저자와는 달리 배우고 싶은 생각이 1도 안 생긴다.

성격이 급하고 많은 지식을 흡수하고 싶은데 한글처럼 한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아 더 그런 탓도 이는 듯하다.

빨리 읽기에 대한 강박 때문에 찬찬히 글을 보지 않아서 외국어를 더욱 싫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문자나 언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리스 문자에 자음이 추가된 것이 대단한 발명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아랍어는 모음이 별로 없어 자음만으로도 충분히 뜻이 표현된다고 하니 언어의 세계는 과연 넓다.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우리 한글을 마치 발음기호와도 같다는 저자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쓰지 못하는 말이 없다고 한 모양이다.

세종대왕이 중국어 발음을 확실히 표시하기 위해 한글을 발명했다는 말도 얼핏 진실이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문자란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일종의 약속이므로 언어에 맞는 다양한 문자들을 나름대로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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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가야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3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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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백제편은 뻔하다는 느낌이 들어 다소 실망스러웠던 반면, 이번 가야편은 기대 이상으로 유익했다.

한 편의 책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느낌이나 남의 학설 늘어놓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나의 생각, 나의 주장,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설명하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한 책이다.

저자는 전문적인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위키백과에서 볼만한 자료들을 긁어 모아 편집북 수준으로 만드는 일부 저자들과는 한차원 높은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청화자기 책 읽었을 때부터 실망시키지 않는 분이다.

내친 김에 이 시리즈도 쭉 읽어 봐야겠다.

여담이지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 같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무엇보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독서의 적은 유튜브 같은 오락보다는 일상의 크고 작은 복잡한 문제들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근심 걱정 없이 책만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천국에서나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천국은 거대한 도서관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책은 지상에도 넘치게 많아 굳이 천국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골라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가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3국에 비해 거의 모르는 편이라 금방 정리가 안 됐다.

낙랑-가야-왜의 무역로를 장악하고 철기를 수출하고 중국 문화를 수입해 오는 과정에서 금관가야가 낙동강 수로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주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참조도서를 보니 과연 그 전시회 도록이 있어서 반가웠다.

그 때도 도록을 읽으면서 가야의 실체가 바로 이런 중계무역이었구나, 너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낙랑과 대방이 고구려에 의해 쫓겨난 후 내륙 수로가 막히자 자연스레 가야도 무역로를 상실하고 쇠퇴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신라에게 밀리는데 이 때 400년 고구려 광개토왕의 원정이 결정타가 되어 결국 금관가야는 신라에게 합병되고 만다.

저자의 주장 중에서 눈에 번쩍 띄었던 것은, 김수로왕 신화에 나오는 6가야가 가야 당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0세기 무렵 신라 말기에 김해 지역 호족들이 조상 숭조 과정에서 너도나도 자기 조상들을 끼워 넣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가야가 원래 있었던 게 아니고 나중에 만들어진 신화라는 점이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 놓아라, 는 구지가를 별주부전과 연결시킨 점도 독특하다.

신라의 성씨 김이 원래는 금이었는데 황금의 나라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점도 신선하다.

좀 더 가야에 대해 공부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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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明 2021-07-2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0년대 이후로 육가야라는 개념은 역사학계에서 비판을 받아서 거의 쓰이지 않고 있지요.
 
사마르칸트의 황금 복숭아 - 대당제국의 이국적 수입 문화
에드워드 H. 셰이퍼 지음, 이호영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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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이라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일종의 박물지 느낌이랄까?

중앙아시아의 사막 지역까지 세력권을 넓힌 대제국있던 만큼 온갖 기이한 물건과 문화들이 소개되고 그만큼 당의 문화도 다채롭고 풍성해졌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양의 서양처럼 상공업이 주도권을 잡는 상업 제국은 전혀 아니었고 황제라는 강력한 전제 군주가 넉넉한 마음으로 온갖 이국적인 것을 다 품어 주는 느낌이다.

현대인의 관점으로 보는 개방성과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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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고고학 - 선사시대 폭력의 민낯 한강문화재연구원 학술총서 11
장 길렌.장 자미트 지음, 박성진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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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신간 신청했던 책인데 대학 교재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그런데 역자 서문에도 나온 것처럼 이 책은 프랑스 고고학자가 대중서로 쓴 책이고 내가 읽어 봐도 일반인이 읽기 쉽게 잘 쓰여진 교양서로 보인다.

왜 도서관 사서는 이 책을 대학교 교과서로 판단한 걸까?

책은 아주아주 흥미롭다.

역자가 고고학 전공자이고 프랑스에 유학까지 하신 분이라 번역도 매끄럽고 역주도 성실하게 달아서 읽는데 도움이 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앞서 읽은 <원시전쟁>과 주제는 똑같지만 미국책들이 하나의 이론을 정립하고 현대 사회의 관점에서 분명한 결론을 내리는 반면, 프랑스 책은 당시의 고고학 현장을 보여주는 데 더 중점을 둔다는 역자의 의견이다.

그래서인가 평화롭고 착한 야만인은 없었다는 선사시대 폭력성에 대한 결론은 같으면서도 <원시전쟁>이 뭔가 시원했던 반면 이 책은 재밌으면서도 약간 모호한 느낌이 든다.

하나의 유적을 두고도 여러 해석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은 아무래도 명쾌한 결론을 원하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한 해석을 이해할 수준이 안 되는 탓에 좀더 단순한 결론을 바라게 된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본성이 호모 사피엔스 이후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재된 폭력성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오히려 사회적 규칙이나 합의가 완성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 폭력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시대 법을 다룬 책만 읽어 봐도 일상 생활의 폭력성에 깜짝 놀라게 된다.

힘을 가진 권력층이 서민에게 일방적으로 행하는 폭력은 물론이고, 같은 서민들끼리도 언성을 높이다 쉽게 살인을 저지르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정 폭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고 만연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함께 살기 위해 수많은 규칙이 정해지고 지나친 폭력성을 지닌 사람들을 배제시킴으로써 안정을 추구해 온 덕분에 현대인들이 온순해 보이는 것일 뿐 인간에게 내제된 좋은 의미의 투지와 전사 본능은 당연해 보인다.

목이 잘리고 화살촉이 박혀 집단 살해된 무덤들이 이렇게나 많이 발견됐나 놀랍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시신을 버려두지 않고 한꺼번에 매장을 했다는 것도 신기하다.

시신에 대한 식인 행위도 종종 행해졌는데 영양 섭취를 위해서인지 의례 행위인지는 구분이 쉽지 않으나 중요한 것은 둘 다 가능하다는 점이다.

긴뼈를 갈라 골수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의례 행위로 죽은 동료의 뇌를 먹다가 광우병에 걸린 부족의 예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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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0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21-07-21 11:47   좋아요 0 | URL
제가 이용하는 도서관이 두 군데인데 다른 구에서 희망도서로 선정해 줘서 감사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무척 재밌어요. <원시전쟁>과 주제는 똑같은데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요. 역자가 처음에 밝힌대로 미국과 프랑스 학계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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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신간에 계속 밀렸고, 드디어 읽게 됐다.

서양 기자가 쓴 책인가 보다.

약간 시의성에 떨어지는 얘기도 있지만 전 세계를 다 아우르면서도 통일성을 갖고 비교적 응집력 있게 기술한 것 같아 만족한다.

한국과 일본에 관한 챕터가 따로 있어 관심을 갖고 먼저 읽었는데 너무 피상적이라 아쉽다.

특별히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용감하게 북한이 왕조 국가이고 정치범 수용소가 있는 최악의 인권 탄압 국가라 명시한 것은 인상적이다.

북한 뿐 아니라 이슬람 국가들의 인권 의식을 비판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에드워드 사이드 식의 오리엔탈리즘으로 비판받을까 두려워 보편적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일갈이다.

중국의 티베트 점령이나 신장 위구르 탄압에 대해서는 안보라는 중국적 관점을 견지하는 점도 특이했다.

단순히 서방 기자들처럼 인권만 떠드는 게 아니라 왜 중국이 강력한 태도를 취하는지에 대해 오랜 집단주의 역사관과 지리적 특성을 덧붙여 설명한다.

역시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것은 지리인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대로 미국은 축복받은 나라 같다.

하천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가 교역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큰 폭포와 거친 강이 있는 아프리카, 남미의 강은 오히려 국토 발전을 저해한 측면이 있다.

반대로 미국의 미시시피 강 같은 경우는 내륙 수송을 아주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이 하천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교역을 통해 성장했다.

역시 지리가 국운에 중요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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