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과 성당 세계문화유산 1번지
김희욱 지음 / 동연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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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내용이 매칭이 잘 안 된다.

좀 더 임팩트 있는 제목이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

기독교와 불교라는 두 종교를 중심으로 한 동서양의 종교적 유산, 즉 사원과 성당을 비교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500 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약간 긴장했는데 도판도 많고 비교적 잘 읽힌다.

형이상학적인 관념들, 이를테면 사찰을 구성하는 여러 불교의 원리와 상징성에 대해서는 다 이해하지 못했고 지루해서 건너 뛰었다.

어려서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기독교적 교리는 익숙하지만 불교는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 같은, 종교라기 보다는 문화적 시각으로 밖에는 보지 못해서인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절의 구조에 이렇게 많은 교리와 상징이 숨어 있는지 미처 몰랐다.

불교인으로서 예불을 목적으로 절에 가면 일반인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갖겠구나 싶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현학적인 분석들을 읽으면 정말로 당시 창건자들이 이렇게 복잡한 상징성을 부여하면서 절을 지었을까 의구심도 든다.

마치 현대미술 작품들에 온갖 미학적 의미 부여를 하는데도 정작 관람자 입장에서는 미학적인 감동으 크게 느껴지지 않고 평론가의 해설이 없으면 감상조차 불가능한 그런 경우처럼 말이다.

평소에 잘 몰랐던 동남아시아 불교 문화에 대해 알게 된 점은 소득이다.

앙코르 와트와 베트남에 가 봤는데 미얀마나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은 또다른 분위기 같다.

책에 소개된 보로부두르와 루오프라방 등에는 꼭 한 번 가 보고 싶다.

동남아시아는 역사도 그렇고 문화 유산에 대해서도 생소한데, 휴양지인 푸켓에 갔다가 거기 사원에 들어가 보고 우리의 불교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아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도판이 너무 작아 감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아쉽다.

책의 분량이 벌써 500 페이지가 넘어 큰 도판을 싣기도 어려웠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러고 보면 유홍준씨의 답사기 시리즈는 도판과 본문 글이 잘 어울어진 좋은 책 같다.

일본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다가 유홍준씨의 일본 답사기 네 권을 읽으면서 역사와 문화 유산에 대해 흥미가 생겼고 교토에 다녀온 후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도 항상 여기가 거긴가 헷갈렸는데 이 책에 나온 일본 불교 문화유산을 읽으면서 감이 좀 잡히는 느낌이다.

역시 같은 주제의 다양한 책들을 보면서 개념이 잡혀가는 것 같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던 점은, 식민지 고고학에 대한 비판이었다.

정치와 문화 혹은 학문은 분리되어야 하지 않을까?

서구 제국주의자들이 아시아를 침략해 정체성을 짖밟고 왜곡시키려 한 점은 그대로 비판해야겠지만, 학자들이 동남아시아사를 연구하고 널리 알린 점은 다른 관점에서 평가해야지 않을까?

식민지 고고학이라는 단어로 학문적 노력을 평가절하 할 수 있을까?

인류의 보편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누가 연구를 하든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인류의 문화사를 연구하는 것은 전부 다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식민지 지배 국가들의 원조와 배상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더 널리 세계적으로 알리고 학문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문화와 역사는 자국인의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과학처럼 국경이나 민족을 초월한 학문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그리스인이다는 문구가 생각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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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 - 정규 17집 별거 없던 그 하루로 - 포토카드(1종)+엽서(1종)
임창정 노래 / (주)인터파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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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최고의 만족감을 주는 나의 사랑하는 가수님.

그냥 너무 좋다는 말 밖에는 안 나온다.

차를 타고 달릴 때, 혹은 자기 전 침대에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을 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 노래에 푹 빠져 있으면 가슴이 벅차고 아, 정말 인생은 살 만한 것이구나 생각이 든다.

40대에 가요를 듣고 이런 행복감을 느낀다면 너무 소박하고 소녀적인 취향일까?

매년 앨범을 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지,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가수로서도 굉장한 모험일 것 같다.

발라드 전성 시대가 가버려서 그런지 요즘은 새노래가 드물고 죄다 옛날 노래 다시 부르기라 신곡이 더욱 귀한 느낌이다.

전에는 노래가 좋으면 흥얼거리고 들었는데 가수의 매력은 노래보다도 음색에 있지 않을까 싶다.

노래가 히트하면 당연히 좋은 거지만, 노래가 흥하든 망하든 항상 들어주는 팬층이 있는 것은 그 가수의 음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이 가수분의 음색이 정말 너무너무 좋다.

노래도 좋지만 어떤 노래를 듣던지 이 분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전부 다 감미롭게 들리고 무엇보다 가슴이 끓어 오르는 벅찬 감동이 느껴진다.

가사와 곡을 직접 써서 그런지 노래의 느낌을 극대화 시켜 표현하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임부장 나이스 샷 외치는 걸 보면, 도대체 어디에 저런 감성이 숨어있는지 참 신기할 정도다. 

다 좋지만 제일 좋은 노래는 타이틀 곡 <별 거 없던 그 하루로>

<다행>과 <선물> <따뜻한 말 한마디>도 마음을 흔드는 곡.

체육관 같은 곳 말고 세종문화회관 같은 좋은 공연장에서 원없이 노래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언제쯤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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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과 졸작 사이
김이산 지음 / 반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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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벌써 관심을 확 끈다.

졸작이야 누구나 봐도 금방 시시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걸작은 왜 높은 평가를 받고 훌륭한지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다.

평론가가 훌륭하다고 말하면 그런가 보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 순수하게 감상자의 입장에서 내가 받는 감동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직접 미술을 하는 분이라 그런지 일반적인 이론가들과는 좀 다른, 보다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집필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에 읽은 터너상 수상자인 그레이슨 페리의 책에서 느껴진 현장감이 이 책에도 보인다.

르네상스 대가들이 회화적으로 얼마나 위대한가를 밝힌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현대미술의 관념성을 비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평론가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목소리라 더 공감이 가는 바다.

직관적으로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은 딱 인상파까지인 느낌이다.

그 이후로는 책에서 비판한 바대로 설명이 있어야 비로소 감상이 가능한데 문제는 아무리 설명을 열심히 들어도 실제적인 감동이 안 온다는 점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심정으로 현대 미술의 실체를 폭로했다고 할까?

미술가와 평론가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억지로 그 뜻을 작품에 끼워 맞춰 감상해야 하는 개념미술이 과연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미술의 본질은 언어가 아닌 시각임을 주장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간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 뒤러에 대해 너무 가혹하게 평가해 아쉬운 점도 있었다.

뒤러의 훌륭한 작품들도 많은데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들 위주로 혹평을 가하는지가 약간 불만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감동하는 화가들은 티치아노, 루벤스, 벨라스케스, 마네, 피카소 같은 강렬한 색채감을 구사하는 화가들이다.

다 빈치나 라파엘로 같은 성스럽고 이상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티치아노나 루벤스의 역동적이고 실제적인 색채감이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르누아르의 따뜻한 색감보다는 벨라스케스나 마네의 어두우면서도 강렬한 평면감이 훨씬 마음을 끈다.

무엇이 걸작이고 졸작인가 그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솔직히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에 공감이 가고 예술의 보편성과 그것을 구현해 내는 예술가들의 놀라운 솜씨에 대해 감동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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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9-1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러 좋아하는데 아쉬운 마음 공감합니다. 티치아노, 마네의 진한 감동은 정말 좋죠!ㅎ 즐건 하루되십시요!
 
명화로 배우는 세계 경제사 - 경제가 보이는 미술관 투어에 어서 오세요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최인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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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책을 고르면 실물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책이 아닌 경우가 종종 있다.

대체적으로 저자의 약력을 보면 실패하지 않기 마련인데 이 책 역시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보의 수준이 얕아 아쉽다.

주제는 참 좋은데 역시 책은 전공하는 학자들이 써야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림이나 서양사에 처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읽으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아주 초보자용 책이다.

일본에서 출간되는 책들은 아주 좁은 분야의 독특한 주제들을 상세히 서술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면에서 기대를 했던 책인데, 아, 정말 너무 가볍다.

저자가 회계사라 그런지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점은 신선하다.

특히 19세기 인상파 그림들이 미국으로 넘어 오면서 자본주의 최첨단을 달리던 사회인 만큼 그림이 소유재에서 거래재로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옛날에는 귀족이나 부르주아들이 소장하기 위해 그림을 주문했던 반면,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 그림은 투자 상품으로 바뀌어 오늘날까지 높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전에는 그림을 사고 파는 것, 특히 경매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에 대해 어쩐지 예술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것 같아 거부감이 있었는데 (솔직히 상상할 수 없는 고가라 과연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할 정도로 엄청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자본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예술가들이 나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예술의 절대 가치와 먹고 사는 문제는 별개이고 인간은 확실히 경제적 동물이다.


<오류>

111p

다빈치처럼 피렌체에서 파리로 간 여성이 있었습니다. 로렌초의 딸 카테리나였지요. 그녀는 프랑스 왕 앙리 2세와 결혼했는데, 앙리 2세는 바로 프랑수아 1세의 아들이었습니다. 르네상스 예술에 빠져 가문의 사업을 말아먹은 남자의 딸과 르네상스 예술을 사랑했던 프랑스 왕의 아들의 만남이었지요.

-> 르네상스 예술에 빠져 가문의 사업을 말아먹은 남자는 위대한 로렌초이고, 앙리 2세의 왕비가 된 카테리나의 아버지는 그의 손자인 로렌초 2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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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 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8
유성혜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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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드가 편보다는 흥미가 많이 떨어져 아쉽다.

저자가 노르웨이 미술관에서 일하는 덕분인지 노르웨이의 대표 화가인 뭉크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도움이 됐다.

책 내용과는 별개로 이 시리즈는 북디자인을 참 잘하는 듯하다.

갖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의 욕구를 확 살아나게 한다.

도판들도 약간 톤다운 되어 있지만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본문에 나온 그림들이 전부 실려 있어 화가의 작품들을 살펴 볼 수 있어 참 좋다.

뭉크의 그림은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특히 유명한 <절규>는 전혀 감흥이 없어 오히려 노르웨이 화가라는 점만 기억에 남는 정도였다.

이 화가에게 관심이 생긴 것은,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던 뭉크 전시회를 본 다음부터다.

이 책에 나온 작품들이 많이 왔었던 것 같다.

도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색감과 우울한 분위기, 개성적인 구도가 눈길을 확 끌었다.

솔직히 도판으로 볼 때는 약간 어설프다는 느낌까지 받았는데 실제로 작품을 대하면 너무나 개성적이고 무엇보다 약간 어두운 듯한, 그러면서도 강렬한 색감이 아주 매혹적이었다.

유명한 작품을 직접 볼 때는 실망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봤을 때 훨씬 매력적인 경우도 종종 있어 역시 직접 눈으로 보고 책으로 지식을 얻는 게 좋은 것 같다.

북유럽은 우리와는 매우 다른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고 교류가 적어서 미지의 나라 느낌인데 방문해 보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뭉크 미술관과 오슬로 국립미술관, 비겔란드 조각공원 등을 가보고 싶다.

뭉크는 고흐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다른 화풍 같고 오히려 독일의 표현주의 느낌이 든다.

뭉크도 파리에 유학하기도 했는데 파리보다는 베를린 쪽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어머니와 형제들이 빨리 죽고 아버지도 괴팍한 사람이었으며 무엇보다 뭉크 자신이 알콜 의존도가 높고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가지고 있었던 성격적 단점에 비하면 80세라는 긴 수명을 유지하고 노르웨이 최고의 화가로 생전에 인정을 받은 점만 봐도 고흐와는 다른 듯하다.

예술가들은 격렬한 성정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남자들의 경우 결혼을 통해 배우자가 잘 보조해 주면 안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게 되고, 반대로 뭉크나 고흐처럼 독신 상태면 훨씬 고독한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지난 번 드가도 독신이었는데 뭉크 역시 권총을 발사할 정도의 격렬한 치정에 휩싸였지만 결국 80 평생을 혼자 지내고 말년의 30년은 바닷가에서 거의 은둔했다고 한다.

이 화가도 평범치 않은 긴 생애를 보낸 듯하다.

뭉크라는 화가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 본 좋은 시간이었고 역시 다른 책들을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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