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긍정적‘ 형태의 담론이다.
여기에 한 가지 예가 있다.
그 중심 개념은 책임이다. 책임은 진보주의 · 자유주의 도덕의 핵심이다 (『도덕의 정치』 참조). 진보주의 · 자유주의의 도덕은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인 감정이입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람에 대한 책임, 보호에 대한 책임, 공동체에 대한 책임,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는 책임은 모두 감정이입을 전제한다. 그것은 우리가 9.11 테러 직후 목격한 구조대원들의 행동에 내재되어 있는 바로 그 가치다.
- P205

프레임 형성에 대해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려도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라. 일단 나의 프레임이 담론으로 수용되면, 내가 말하는 것은 모두그냥 상식이 된다. 왜? 이미 자리 잡은 일상의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는 것이 바로 상식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 P280

상대를 존중하라.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대응하라.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
자신의 신념을 말하라.
- P285

많은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기는커녕 더 악화시키는 조치에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의 지속적인 프레임 구성으로 인해, 바로 그것 때문에 삶이 본질적으로 황폐해질 수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까지 보수적 세계관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 P129

즉 우리 도덕적 감각을 특징짓는 회로망이 바뀌면 우리의 인성도 바뀐다. 다시 말해,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것,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이 바뀜으로써 우리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도 바뀐다. 
- P91

진보와 보수의 세계관은 서로 충돌하며, 둘 다 뇌 속에서 신경 회로를 통해 규정된다. 어떻게 우리는 하나의뇌 안에 상충하는 신경 회로를 지닐 수 있을까? 간단하다. 해답은 상호 억제다. 이런 식의 뇌 회로망은 매우 흔하다. 한쪽 회로가 활성화되면 다른 쪽 회로는 꺼진다. 주어진 시점에 어느 쪽 회로가 켜지는가는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두 세계관을 모두 가진 사람은 이를 서로 다른 맥락에서 서로 다른 쟁점에 적용하며,
그 결과 서로 다른 가치에 결부된 뇌 회로를 쟁점에 따라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넘나들게 된다. 이것이바로 이중개념 소유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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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 P10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곧 사회 변화를 의미한다.
- P11

더 중요한 것은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의 서로 다른 영역에서 상이하고 모순된 도덕 체계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이중개념주의(biconceptualism)‘라고 한다.
- P14

사람들이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기가 동일시하고픈 대상에게 투표합니다. 물론 그들은 자기 이익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P50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습니다.
이 사람들은 분명히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예산과 세금이 삭감될 때, 남겨진 영역은 우익에 의해 민영화됩니다. 우익은 좌파로 하여금 마땅히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부문에 민간의 돈을 더 쓰도록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 P66

슬로건으로는 저인지를 극복할 수 없다. 지속적 공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변화를 위한 대대적이고 진지한 헌신이 필요하다.
- P79

이 현상을 반사성(reflexivity)이라고 한다. 세계는 우리의 행동을 통해서 우리의 이해를 반영하며, 우리의 이해는 세계를 반영한다. 이 세계는 다시 우리 자신과 타인들이 프레임의 영향을 받아취한 행동으로써 형성된다.
- P81

피케티의 통찰을 그저 불평등에 대한 것으로만 프레임 지으면 우리가 방금 논의한 것들 대부분을 놓치게 된다. 즉 ‘유기적 효과‘를 놓치게 된다.
프레임을 구성하는 일은 생각, 가장 깊은 차원에서의 이해,
우리 뇌의 회로 안에 유지되는 강력한 시냅스,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이고 수월한 이해와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상식을 변화시키는일과 관련이 있다. 프레임의 변화 그 자체가 유기적 효과다. 
- P158

보수주의자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자유를 빼앗는다며 욕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기업에 의한 지배는 모르긴 몰라도 그러한
‘자유‘를 훨씬 더 많이 빼앗아갈 것이다.
- P176

또 프레임 구성에 대해 공부하고 겉으로는 일상적이고 평범하게 보여도 그 속에 정치적 의도를 숨기고 있는 프레임을 꿰뚫어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기자들의 특별한 의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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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야경이 아니라, 괴롭게 일그러진 채 유리창에 비친 료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렇게 말했어. ‘역시 그런 거였어‘라고. ‘역시‘라가 무슨 뜻이야?"
- P210

미도리가 돌아보았다. 얼굴은 눈물에 젖어 일그러져 있었다. 그 눈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깊은 분노로 불타올랐다.
아마도 이제 서로 어긋난 톱니바퀴는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할것이다.
료타는 우두커니 선 채로 가족이 붕괴하는 소리를 들었다.
- P211

미도리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게이타가 그 맛을 잊지 않길 바랐다. 유카리의 닭튀김도, 그 어떤 고급 음식점의 맛도 엄마가 만들어준 닭튀김에는 대적할 수 없다고 여겨주길 바랐다. 평생, 영원히 잊지 말아달라고 미도리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원했다.
그러나 그 말은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그저 닭튀김에 그 마음을담을 수밖에.
- P215

"너는 왜 이런 미션 같은 걸 하나 싶겠지만 십 년이 지나면 틀림없이해하게 될 거야"
게이타로서는 십 년이 어느 정도 시간인지 알 수 없었다. 아직 시계도 제대로 읽을 줄 몰랐다.
- P216

손의 온기를 느낀 유카리가 더 힘껏 게이타를 끌어안았다.
내 앞에서 슬퍼하는 아이. 그 슬픔을 덜어주고 싶었다. 유카리에게는 그것이 어느 곳의 어떤 아이더라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류세이와의 관계, 류세이에 대한 마음, 류세이에 대한 사랑,
그것은 나만의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변할 리 없다고 유카리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 P233

료타는 말을 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 여유가 있었다. 좌천 소식을 들은 당일이니 짜증스러울 법도 하지만, 스스로도 이상할 정도로 마음은 편안했다.
- P242

"그런데 말이야. 노노미야, 왠지 널 좋아하게 될 것 같긴 하다."
스즈모토가 놀렸지만 완전히 농담으로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멍청이 너한테 사랑받아봤자 하나도 안 기뻐."
놀림을 받아치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려 했는데, 절실한 말투가 나오고 말았다.
- P257

예의가 없다? 그렇다. 예의 탓이지 내 ‘핏줄‘ 탓이 아니다. 나쁜 점은 예의 탓이고 좋은 점은 ‘핏줄‘ 탓이다. 좋은 점이 있다면 그렇단 말이지만, 하하하.
- P260

긴 시간일까? 게이타를 키워온 육 년. 류세이와 떨어져 지낸 육 년.
그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했을까? 아니, 애당초 그것을 부모가 선택해야 했을까?
그러나 게이타도 류세이도 분명 인공림의 매미였다. 사람의 손에 의해 그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 P275

자기한테 유리할 때는
‘핏줄‘, 마음에 안 드는 점은 가정교육 탓. 그 모습은 아버지 료스케와 매우 비슷했다. 자기에게 불리한 건 모두 남에게 밀어버린다. 혐오했던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 P284

이제는 누가 누구의 자식이고, 누가 누구의 부모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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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적당한 정도가 심상치 않다. 뭐랄까...... 지나치게 적당해서다.













혹시 흐트러짐에도 어떤 완벽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 P198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적당한 정도가 심상치 않다. 뭐랄까...... 지나치게 적당해서다.
- P198

 따라잡을수 없이 훌륭한 이들이 동시대에 숨 쉰다. 익숙한 절망과 함께 내 인생이 흐른다.
- P210

직업이든 공부든 생계든 해야만 하는 일이 있잖아요.
회피할 수 없는 일, 회피하면 모든 게 무너지는 그런 일이 누구한테나 있어요. 
- P212

살아남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나이 든 언니들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말하곤 한다. 하나의 고생을 지나면 또 다른 고생이 있는 생이었다고. 그중에서도 어떤 언니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끝내주는 인생이었다고. 그 언니의 말을 들으면 너무 용기가 나서 막 웃는다.
- P218

그러자 이 책이 끝나도 끝나지 않으리란 걸 알게 되었다. 할머니의 삶이 끝났어도 나를 통해 선생님의 마음속에 살아있듯이, 책이 내 손을 떠난 후에도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시작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 P223

제가 하나하나 관여해서 혹시 피곤하시느냐고. 선생님은 대답한다. 정성과 예의를 갖추는 선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침범해야 한다고. 사랑이란 본래 그런 것이지 않느냐고.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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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부분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천재가 무엇인지,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천재란 다름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것을 보는 사람이다.
- P70

그녀의 일기를 읽으면서 나는 종종 결론이 나지 않을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천재성이란 발휘되는 편이 좋을까, 아니면 영원히 잠들어 있는 편이 좋을까.
- P72

작은 것은 유령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큰 것도 유령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은 것과 큰 것은 같다.
- P80

그가 왜 변명하지 않았는지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오차가 있다. 측정도 인간의 말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염박사는 오차를 내지 않기 위해 애초에 입을 다물기를 선택했을수도 있다. 
- P92

무언가에 깊이 몰두한 인간만이 경험하는 외로움에 대해 입을여는 것은 지뢰밭임을 알면서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으리라 여기며 그곳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가 모르는 무언가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이 하는 일이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더욱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누군가는 가끔 한계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윽고 그는 심연에 가라앉는다. 어떤이는 그곳을 절망이라 부르겠지만, 나는 가본 적 없는 그곳이 무한히 평화로우리라 상상한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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